“포기하지 않아, 지구” 집필후기

2018년 5월 23일에 출간된 지구나눔연구소 기획의 어린이, 청소년 자율연구프로젝트에 관한 보고 기록 “포기하지 않아, 지구”의 집필후기를 나눕니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7898103

KakaoTalk_20180523_120752546

★지구나눔연구소 <포기하지 않아, 지구> 집필후기 1편★

 

ESD.

왜 자꾸 영어를 쓰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서구에서 들어온 분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들 합니다.

한국어로 ESD를 풀어내면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지속가능발전을 말합니다. sustainable이 지속가능한, 지속성을 말하고 development가 발전을 말합니다. sustainable은 sustain과 ability의 합성어라고 하는데 캠브리지 영어사전에는 ①able to continue over a period of time 일정시기동안 계속될 수 있는 ②causing little or no damage to the environment and therefore able to continue for a long time 환경에 영향이 아주 적거나 거의 없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이라고 풀이되어 있습니다. 지속가능, 이라는 것은 그 유래가 1962년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부터 시작합니다. 1972년 유엔은 스웨덴에서 “인간환경선언”을 제정하고 선포하였으며 이 움직임은 1992년 리우정상회의와 지구환경회의까지 이어집니다. 리우지구정상회의에서는 agenda21(의제21)이라는 주제를 채택했는데 이는 지구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행동계획을 담은 것입니다. 이를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서 의제21을 채택했고 우리나라는 민관협력기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각 지자체마다 의제21기구가 있고 지방자치정부의 청사 안에 사무실을 둔 경우도 있습니다. 의제21이 10년간 어떤 일을 해왔는가를 평가하는 자리가 2002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세계정상회의에서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평가자리가 열립니다. 전세계 정부, 국게기구, NGO등이 모인 지구촌 최대의 국제회의였습니다. 이때부터 지속가능발전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2년에는 의제21의 20주년으로 리우+20정상회의에서 우리가 원하는 미래(The Future We Want)라는 제목의 선언문을 채택합니다. 여기서 밝힌 지속가능발전의 몇 가지 원칙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세대간의 형평성, 삶의 질 향상, 사회적 통합, 국제적 책임입니다. 쉽게 말해 다 같이 함께 오랫동안 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담았습니다.

 

수원에는 기후변화체험관이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적응하는 생활방식을 교육하는 기관입니다. 수원시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기관에서 기후변화뿐 아니라 의제21의 행동원칙들을 공부하던 교사들이 있었습니다. 이 교사들은 “지구나눔연구소”라는 연구팀을 만들어 연구모임을 하다가 수원시와 수원시기후변화체험교육관 두드림, 경기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학생자율연구팀을 모집하게 됩니다.

 

학생자율연구팀이란 지속가능발전의 다양한 주제를 학생들이 스스로 골라 그 주제에 맞는 연구를 학생들 스스로 해내는 동아리를 말합니다.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주제가 지구 전체의 연구과제로 주어진 지 10년이 지난 후에도 한국에서는 교육으로 접근할 방법이 미미했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미래를 꿈꿔보고 싶은 교사들의 마음이 모여 첫 번째 지구나눔연구소의 학생자율연구팀이 만들어졌습니다. 경기도지역의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자기가 연구하고 싶은 주제에 대한 문서를 만들어 제출하고 연구가 가능할 팀을 모아 교사들이 멘토 역할을 자청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지구를 지킬 수 있는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지구나눔연구소 <포기하지 않아, 지구> 집필후기 2편★

 

지속가능발전, 환경,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모두들 “북극곰”을 떠올립니다. 작은 빙하 위에 두려운 표정으로 안타깝게 서 있는 엄마 북극곰과 아기 북극곰 두 마리. 이 이미지는 강렬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남았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북극까지 가서 북극곰의 생태를 연구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지구나눔연구소는 주변에 있는 지속가능발전의 요소를 찾기로 합니다. 학생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무엇이 문제인가 둘러보게 됩니다.

함께 오랫동안 어울리며 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들이 찾아낸 주제들은 이런 겁니다.

놀이터의 지속가능성, 과자봉지의 과대포장, 우리 학교의 환경적 요소, 반티를 맞추는 일은 지구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내 필통이 말해주는 지속가능성, 배달문화의 문제점, 폐의약품은 어디로 가나, 까치는 왜 전봇대에 집을 짓나, 가로등이 없는 길목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나의 일상이 평온하게 유지되는 것과 지구의 지속가능성은 어떤 상호작용이 있을까. 2015년 첫 자율연구팀은 과자 과대포장, 폐의약품, GMO문제, 한국의 교육, 지속가능한 학교를 위한 실험, 반티 문화, SNS,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두 번째 2016년에는 청소년의 화장, 아파트 통학로의 갈등 등의 연구가, 2017년에는 미세먼지, 길고양이, 마을의 가로등, 학교 통학로 등 마을에 대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연구를 지켜본 교사들은 이 이야기를 우리만 알고 끝내기엔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세상에 숨은 수많은 이야기들이 그렇습니다. 나만 알고 있기 아까운 이야기들은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아이들과 좌충우돌하며 연구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누구나 이런 연구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방법을 알려줄 길이 모호해졌습니다. 그래서 결정합니다.

“책으로 만들어 펴내자!”

그러나, 학생들의 연구 과정과 그 결과를 책으로 만들자니 너무 딱딱하고 지루할 것 같았습니다. 결과자료집도 만들어봤는데 매우 유익하긴 하지만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았던 거죠. 학생들은 인포그래픽을 배워 그래프도 만들고 시각적 도안도 만들고 여러 가지를 해봤지만 어떻게 하면 이 이야기를 재미나게 만들 수 있을지 막막했습니다.

 

저는 2017년 여름, 빨간소금 임중혁 대표를 통해 이런 프로젝트를 책으로 써 줄 작가를 찾는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저를 추천한 안진희 번역가는 기획자이기도 한데, 평소 제가 지역교육네트워크를 통해 학교 수업을 하며 아이들과 호흡하고, 이런 저런 인터뷰를 했던 것도 눈여겨 본 모양입니다. 집필활동을 간간히 하고 있었습니다만, 제 이름으로 책이 나간 건 아직 없고요, 팀이나 기관의 이름으로 출간되었거나, 기관의 돈을 받았기 때문에 판매할 수 없는 비매품을 주로 쓰는 작가였습니다. 매년 초중고등학교 학생들과 마을에 대한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곤 합니다. 애초 기획한 것은 아닌데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프로젝트 수업을 설계한 학교 교사들이 연락을 해오곤 합니다. 그러면 담당 교사와 그 학교의 주어진 환경에서 아이들과 함께 찾아낼 것에 대해서 의논합니다. 학교마다 각각 찾아낼 스토리는 달라집니다. 어떤 곳은 적당한 자연환경이 있고 어떤 곳은 통학로가 위태로울 정도입니다. 제가 하는 수업은 주로 마을에서 의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아이들의 시선으로 관찰한 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까지 고민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지구나눔연구소의 선생님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제가 해왔던 수업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자율연구팀은 많아야 다섯 명이 한 팀을 이루어서 더 넓은 주제를 가지고 더 친밀하게,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자료를 먼저 받고 선생님들이 원하는 책의 집필방향도 들었습니다.

“그럼 이건 청소년 소설처럼, 이야기로 가야되겠는데요. 처음에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주제를 찾게 되었고. 대사도 넣고, 아이들 캐릭터도 선명히 만들어가면서요.” 선생님들은 반색했지만 그게 가능하겠냐는 반문을 했습니다.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죠.

얘기를 해놓고도 저도 반신반의했습니다. 물론 이상적인 것이야 이야기가 뭉개뭉개 피어오르는 스토리로 간다면 제일 좋겠으니까 그렇게 말한 것이고. 아이들의 연구주제를 들어보니 생각보다 참신해서 재미난 요소가 분명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일단 제가 얘기한대로 진행하기로 하고 가장 빠르게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는 장곡중학교 탄산수 친구들을 만나 인터뷰약속을 잡았습니다.

 

 

★지구나눔연구소 <포기하지 않아, 지구> 집필후기 3편 ★

 

 

처음 만난 장곡중 학생들은 학교 자치회의 힘으로 외모단속이 없는 학교가 되자 이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연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화장은 무슨 의미를 갖는가? 라는 주제로 시작했습니다.

 

이 친구들을 인터뷰하게 된 계기는 이렇습니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교사들과 출판사 대표, 저, 이렇게 세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2015, 2016년 2년 동안의 학생자율연구 결과를 보고 책에 수록할 연구팀을 선정했습니다. 총 연구팀은 열 다섯팀 정도가 되는데 그 중에 책의 의도에 맞는 연구팀을 가려내어 인터뷰를 하기로 했습니다. 제출한 결과자료들은 모두 있습니다만, 아이들의 진행과정에 방점을 찍어 글을 쓰기로 했기 때문에 직접 만나보지 않고서는 글을 쓸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추려낸 선발 기준은

  • 자율적일 것
  • 생활과 밀접한 소재를 연구주제로 삼았을 것
  • 엉뚱하고 재기발랄한 아이디어가 있을 것
  • 우왕좌왕 좌충우돌의 경과가 있을 것

 

추려내보니 총 일곱팀이더군요.

이 친구들이 진행한 주제는 놀이터, 아파트 통학로 문제, 반티 문화, 폐의약품 수거, 과자봉지 과대포장, 배달문화, 청소년 화장이었습니다. 고등학생 팀들은 거시적으로 어려운 이야기들을 많이 다뤄서 책 컨셉에 맞지 않았고요. 이 책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까지에게 맞춰 집필하기로 했기 때문에 또래들의 이야기만 찾았습니다.

 

장곡중 학생들은 제일 먼저 만나 샘플 원고를 만들어봤습니다. 세 친구들은 작년에 했던 프로젝트인데도 기억도 많고 이야기도 잘 하는 친구들이었습니다. 첫 인터뷰를 수월하게 끝내고 두 번째 인터뷰 때는 학교 근처에 가서 선생님이 사주시는 음료도 마시고 아이들이 셀카도 찍고 진로에 대한 고민도 이야기했습니다. 아이들과 인터뷰와 무관해보이는 대화도 나눴는데 이건 주인공들의 캐릭터를 잡기 위한 작업이었습니다.

 

여름이 다 지나고 가을부터 천천히 한 팀씩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학생들은 연락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학원에 가는 시간을 피해야 하고 학교 끝나고 학원으로 가기 전에 맞춰 전화통화를 해야 하고요. 초등학교 때 연구팀을 했던 친구들은 전화기가 없는 경우도 있어서 어머니들과 통화를 했습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연구를 독려했던 학생들은 약속을 잡기가 쉬웠습니다만, 학생들 스케줄이 제각각이라 한 번에 모두 모이는 일은 쉽지 않았어요. 인터뷰 당시 중3이던 친구들은 고등학교 입시를 앞두고 있는데다가 모두 한 아파트에 살고 어머니들끼리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낸 팀이라 한 번에 네 명을 다 같이 만날 수도 있었습니다. 인터뷰가 거의 진행이 안된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이 친구들은 뭘 물어봐도 기억이 안난다고 했었는데 첫 인터뷰는 거의 백지상태로 아이들이 배시시 웃다가 끝나버렸는데, 지구나눔연구소 까페에 매일 매일 일지를 올린 기록이 있었어요. 이 기록을 토대로 자료를 정리해 다시 만났더니 ‘아! 기억나요!’라고 하면서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냈습니다.

 

학생팀들을 만나면 신기한 것이 팀마다 구성원의 성격과 역할이 모두 다르다는 것입니다. 아마 시간이 지난 뒤에도 다시 만나 지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룹의 성격이란 그런 것 같습니다. 팀마다 역할분담이 모두 다르지만 모둠마다 리더역할을 하는 친구가 있고, 정리왕이 있습니다. 리더역할을 하는 친구들은 고전적인 카리스마를 내뿜는다기 보다 제각각 다양했는데 사려깊은 친구, 통찰력 있는 친구, 기획과 계획을 잘 하는 친구, 활동적인 친구, 의사표현을 잘 하는 친구, 적극적으로 뛰어다니며 자료를 찾아오거나 사람들을 만나 거침없이 말을 할 수 있는 친구들이었습니다. 정리왕이 있는 모둠도 있고 없는 곳도 있었습니다.

이 연구팀들은 모두 사전에 서로 아는 친구들끼리 모둠을 만들어 연구소에 연구지원을 하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의 절친들도 있고 새 학년 들어 알게 된 친구들도 있습니다. 서로 친하지 않아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친구의 의견이니까 무조건적으로 믿고 따르는 친구들이 있고 먼저 계획을 세우는 친구가 있으면 저 친구가 다 해주니까 편하고 좋다며 별 이견을 갖지 않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모두들 갈팡질팡 했더라고요.

 

겨울의 초입, 원고를 마감할 때가 되었는데 일곱 팀 중에 세 팀을 놓고 다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팀은 어머님들의 지나친 개입으로 자율연구가 안 된 팀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인터뷰 중에도 너무 힘들고 괴로웠기 때문에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고백했고요.

다른 두 팀은 영재반 수업 등으로 매우 바빠서 이 자율연구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고, 어릴 때부터 영재반이나 한생연 수업을 많이 들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이 두팀은, 본인들의 생활과 밀접하지 않은 주제를 잡았더군요. 배달문화를 고른 친구들은 실질적으로 배달음식을 자주 먹지 않는 친구들이었고, 과자과대포장을 고른 친구들도 친환경 유기농 식습관에 길들여진 아이들이었습니다. 다른 팀과의 균형을 맞춰봤을 때, 자기 생활과 밀접하지 않는 주제로 연구를 한 것은 결국 자기 이야기가 아니라 남의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본 연구였기 때문에, 자율연구로서는 손색이 없지만 책의 구성상 어쩔 수 없이 빼기로 했습니다. 이 부분은 당사자들에게 모두 연락을 해서 솔직하게 책에서 빠지게 된 사유를 이야기하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사람은, 실제 사건에 기대었을 때 어느 정도의 스토리가 나올 것인가 기대하게 됩니다. 물론 예상한 방향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갈 때의 쾌감이 있지만, 전체 맥락과 많이 어긋나게 되면 몇 가지 이야기를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했을 때는 조화가 중요합니다.

 

우리가 기획한 이 책은 “내 멋대로 연구하는 자율프로젝트”가 중심이었습니다. 학생들의 연구결과는 전문학자들의 전문성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하지만 청소년의 시각으로 보는 세상의 기이한 점들을 찾아내는 게 관건이고 어른들이 ‘그런 것도 연구주제가 되나?’라고 물어볼 만한 것이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세 팀을 덜어내고 나니, 네 팀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저자인 저는 2017년 프로젝트 팀중에 가장 어린이답고 재미났던 연구팀을 떠올렸습니다. 출판사측과 상의하고 기획단 선생님들의 동의를 구해 급하게 마지막 팀을 섭외했습니다.

 

★지구나눔연구소 <포기하지 않아, 지구> 집필후기 4편★

 

길고양이를 연구한 수원파장초등학교의 아이들은 졸업을 앞두고 있어 연락하는데도 꽤 애를 먹었습니다. 그러나 예상대로 아이들의 이야기는 좌충우돌 정말 즐거웠습니다.

학생들을 만나며 많은 걸 배웠습니다. 1,2년전의 연구 성과를 다시 돌아보는 아이들은 그 사이 많이 성숙해져 있었고요. 민주적인 의사결정의 방법과 함께 팀을 이루어 해 나가는 작업에 적지 않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할 준비를 하던 중3 남학생들에게는 모둠활동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 대학생 조별과제의 고충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지금의 중고등학생들은 초등학교때부터 모둠활동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어디에나 안하려고 게으름을 피우는 친구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걸 어떻게 극복하느냐 물었습니다. 제일 열심히 하는 친구와 제일 열심히 하지 않는 친구가 발표를 맡으면 된다고 쉽게 대답하더군요. 열심히 하지 않는 친구도 앞에 세우면 꼭 역할을 하기 마련이라고 인생 15년의 노하우를 얘기해주는데 어른들이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들의 모둠활동은 작은 공동체의 의사결정 과정을 보여줍니다. 서너명이 모여 어떻게 합의를 이루어나가는지 몸으로 체득한 아이들이 자라서 투표권을 가진 시민이 됩니다. 사회의 변화는 필수적일 것입니다. 어른들은 이 아이들이 만들어 나가는 미래에 기대를 가져도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 책에는 저자의 인사말이 없습니다. 넣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아이들과 프로그램을 기획한 선생님들입니다. 아이들의 방황을 고스란히 지켜보고 기다린 선생님들이 있었기에 아이들의 자율연구가 빛을 발할 수 있었고요. 아이들은 학생이라는 자신들의 한계를 인정했을 때 더 나은 이야기들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 스토리는 모두 실화입니다. 중간중간 상황에 따른 대사도 아이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여 조금씩 확장했을 뿐입니다. 저자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옮긴 역할만 했습니다.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시작으로 이제 교육은 자율적으로 탐색하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후기 앞쪽에 밝혔듯이 뛰어나게 정석대로 진행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뺀 것은 아무도 도와주지 않더라도 학생들 스스로 자기만의 생각으로 헤매고 떠돌면서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서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프로젝트의 이야기도 들어 있습니다. 마지막에 가서 흐지부지 된 이야기도 들어 있습니다. 그게 바로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낸 자율연구의 매력입니다. 잘 하지 않아도 괜찮아, 실패해도 괜찮아, 너희들도 할 수 있어, 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었습니다. 이런 메시지를 담은 선배들의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아이들이 스스로를 믿었으면 좋겠습니다.

 

포기하지 않아, 지구! 라는 제목은 포기하지 않는 아이들을 떠올리며 지은 소제목 “포기하지 않아, 고양이!”에서 따왔습니다.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는 세상을 위해, 어른들이 힘을 보태주고 차분히 기다려주길 바랍니다. 마치 지구처럼요.

 

_순수한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한 지구나눔연구소 선생님,

세심하게 원고를 살펴 준 편집자,

글에 걸맞은 그림으로 효과를 살려준 일러스트, 디자이너와

믿고 맡겨준 빨간소금 임중혁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이야기를 들려준 지구나눔연구소 자율연구팀 친구들에게도요.

 

2018년 5월 25일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