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터 안양지역 간담회

5월 13일 오전 11시 안양시의회 1층 시민토론방에서는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터와의 안양지역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안양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지속가능한 시민사회 활성화방안 연구회원인 최병일 시의원과 이번 21대 총선에서 동안갑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민병덕 당선인이 배석했습니다.

안양시도 시민사회단체중심의 공익활동지원센터 설립을 논의중입니다만, 가까운 군포시에 비해 조례나 센터 설립에 대한 내용들이 많이 부족합니다. 모든 시민이 편안하게 드나들고 함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NPO, NGO센터 설립을 위해 여러 논의와 토론이 필요합니다.

2020. 5. 13.

[칼럼]집에가자 : 재택근무를 그만두며

한국노총 발행지 <노동과 희망>에 청탁을 받고 기고한 글입니다.

한국노총 노동과희망 바로 가기

 

어릴 적 상상했던 2020년에도 오늘의 풍경이 숨어있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화상회의와 화상전화교육, 팔다리가 가늘고 머리통만 커진 인간들.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없지만, 비대면 업무와 온라인학습은 뜻밖의 바이러스 때문에 앞당겨졌다. 강제 재택근무에 돌입한 사람들은 초반에는 가족들 때문에 집중이 안된다더니, 거리두기 권고가 3주를 넘기자 집중력이 떨어져 업무시간이 늘어지고 출퇴근이 없으니 밤낮없이 일만 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월요일 오전 8시 50분이면 메시지창이 열린다

2005년, 결혼과 임신을 하면서 재택근무를 시작한 나는 2020년 지금까지 재택근무중이다. 가족사업과 작은 회사 두 개 거치면서도 절반은 재택근무를 했다. 독립해서 프리랜서를 거쳐 개인사업자를 낸 지금까지도 굳이 사무실을 얻지 않았다. 사무실 월세도 부담이지만, 대리돌봄이 불가능한 육아문제가 가장 컸다. 아침을 먹고 아이가 학교에 가면 9시부터 거래처들의 업무가 시작된다. 나도 그 시간에 맞춰서 책상에 앉는다. 월요일 오전이 되면 8시 50분, 또는 8시 이전부터 메세지창이 열리기 시작한다. 일을 하기 싫어도 시작해야만 하는 외부의 압박이 온다. 점심시간에도 전화기가 조용하다. 아이가 어릴 때는 ‘일 그만하고 놀자’고 조르기도 했고, 친구들을 우루루 데리고 와서 소란스럽기도 했다. 친구들과 집에서 놀고 있으면 먹을 것만 챙겨준 뒤 신경을 안 써도 되지만 어느 순간 분란이 일어나면 일을 중단하고 일어나 중재도 해야 한다.
사무실이 없으니 회의를 할 때면 항상 내가 상대방의 장소로 찾아갔다.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꽤 든다. 하루에 회의 세 건이면 하루가 몽땅 날아갔다. 작년부터는 이동시간을 아끼자며 온라인 미팅을 하는 팀도 생겼다.

 


▲재택근무를 하는 이하나씨의 책상

 

아이가 잠든 후 반 11시에 다시 하루가 시작된다

재택근무에서 어려운 것은, 업무와 일상의 분리다. 육아 때문에 재택근무를 선택했으니 육아와 살림은 당연히 함께 지고 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순간적인 집중력을 높이는 기능을 발달시켜야만 한다! 아침 9시부터 커피 한 잔 내려 컴퓨터 앞에 앉으면서 업무를 시작하고 가족이 없는 시간엔 절대 집안일을 하지 않았다. 모든 살림살이를 다 뒤로 미룬다. 눈앞에 설거지가 쌓여있는 걸 못 참는다면 재택근무를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오전에 집중해서 일을 하고 나면 점심시간엔 뇌가 지치는지 졸음이 쏟아진다. 여기서 재택근무의 장점이 발휘된다. 내 멋대로 점심을 걸러도 되고, 다른 직장인들이 밥 먹고 커피 마시는 시간에 낮잠을 잔다. 오후가 되면 집으로 돌아온 아이가 간식을 내놓으라고 외친다. 아이가 오기 전에 기력을 회복해두어야 늘어지는 오후에 아이도 돌보고 일도 하는 것이다. 저녁 시간에 내가 어질러놓은 것까지 밀린 집안일을 하며 업무로부터 한 번 더 쉰다. 저녁을 해 먹이고 아이를 재운 뒤 다시 책상에 앉는 시간이 밤 11시였다. 혼자 집중해야 할 일이 있으면, 아이가 잠든 이후인 11시부터 하루를 다시 시작했다.

 

다년간의 재택근무를 거치면서 내가 찾은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오전 9시 전에 일어나 샤워하고 머리도 감고, 아침을 먹고 커피도 내리고 언제든지 미팅을 나갈 준비가 된 채로 일을 시작한다. 옷은 굳이 갈아입지 않아도 괜찮다.

2. 오전 9시 이전에는 되도록 컴퓨터를 켜지 않는다. 하루 일정을 정리하거나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본다. SNS도 괜찮다.

3. 업무 관련 장비는 가장 좋은 것으로 쓴다. 장시간 앉아 있게 되고 수시로 야간작업에 돌입하기 때문에 키보드, 마우스, 마우스 패드, 의자는 능력치 내에서 가장 좋은 것을 고른다. 나는 MS의 스컬프트 키보드와 마우스를 쓰고 있는데 의자는 PC방 의자로 바꾸고 싶다.

4. 하루를 마무리 짓는 시간을 정해야 한다. 저녁 7시까지는 어렵더라도 밤 10시라든가. 연장근무는 아무래도 새벽 2시에는 끝낸다거나.
5. 동시에 여러 프로젝트를 혼자 진행한다면 집중해서 한 가지 일을 마치고 의자에서 일어나 다른 걸 한다. 안 그러면 화장실 갈 때 말고는 일어나지 않는다. 점점 의자가 나인지 내가 의자인지 모르는 지경이 된다. 이때 스트레칭을 하면 더 좋겠지만 게으른 자는 자기 성향에 순응하도록 한다.
6. 수시로 수다를 떨 수 있는 절친과 간간히 메신저로 채팅을 하면서 외로움을 달랜다. ‘혼자 일한다는 건 고립되기 쉬운 일이라 절대적으로 SNS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재택근무의 함정은 끊임없는 셀프착취

재택근무의 장단점을 상당히 파악한 지금이 이르러서야, 나는 다음 달에 사무실을 얻기로 결정했다. 집안에서 내가 차지하는 공간이 점점 넓어져서 가족들이 앉을 자리도 없어졌다. 정리정돈을 못 하는 성향이라 온 집안이 내 업무의 잔해들로 가득하다. 가정을 지키며 돈도 번다는 유세를 떨 수 있으나 집안의 고요한 폭군의 입지에 오른다. 당사자인 나는 끝도 없이 24시간 근무체제를 유지하게 된다. 낮에 자고 밤에 일해도 되지만, 습관이 되면 회의도 가기 싫어진다.

 

재택근무는 끊임없는 셀프착취에 빠질 수 있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출퇴근길을 오가며 보게 되는 도시의 풍경과 사람들의 표정을 모르고도 랜선으로만 일을 하며 업무에만 몰입할 수도 있다. 시간을 아끼려 화상회의를 하고 업무공간을 벗어나지 않으며 효율을 잔뜩 높일 수도 있다. 아파트 단지안의 빈집의 대낮은 산사만큼 고요하다.

 

사람을 만나는 게 공포가 되는 시대에, 다시 밖으로 나가겠다는 결단을 한 것은 사람을 부딪히고 싶어서다. 누군가 나의 공간에 편하게 찾아오고 그에게 커피를 내려주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나는 시간, 모르는 사람들이 밥을 벌기 위해 뛰어다니는 모습을 창가에 서서 지켜보는 시간이 필요해졌다. 거슬리는 옆 사무실의 큰 소리나, 공동공간을 두고 일어나는 자잘한 신경전도 적당한 자극과 활기가 될 지도 모른다. 침체된 채 저녁도 새벽도 없는 자기노예화에서 벗어나, 매일 돌아갈 곳, 매일 그리운 곳을 두고 ‘집에 가자’라고 말하고 싶어졌다. 어쨌거나 모든 일은 사람이 만나야 이루어지니 말이다.

 

#재택근무 #업무와일상의분리 #셀프착취

학교는 왜 어려운가

4월 29일,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254회 공유가 된 글입니다.

하루종일 부글부글하다가 적는다.

 

1.

몇 년전, 발령 받은 지 얼마 안 된 젊은 여성 교사를 만났을 때였다.
자기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 대놓고 아이들을 차별하는 나이 많은 남교사의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의 경제적 상황, 가정형편에 따라 차별을 하는데, 그이가 속한 학교는 수도권 대도시의 외곽지역으로, 빈곤층이 적지 않은 곳이었다. 젊은 교사는 그런 상황을 보면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같은 학교에 선배교사들도 그에 대해 제재를 하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그를 쳐다만 봤다. 가끔 이렇게 쳐다보기만 해도 많은 이야기들이 더 딸려나오는 경우가 있다.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교사는, 정말 안타까운 일인데, 선배들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니, 자기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고 이야기를 빨리 끝내려고 했다. 젊은 교사가 말한 남교사는 때로 아이들을 때리기도 했는데, 학교에서는 비난하면서도 아무도 그에게 직접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 자리에 있었던 다른 교사가 그런 건 교육청에 고발을 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젊은 교사는 더욱 움츠러 들었다. 그가 내부고발자가 되지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한 교사는 학교내에서도 교육계에서도 인정받는 실력있고 경력도 많은 교사였다.

2.

내 아이가 4학년일 때의 담임교사는 교실 안에서 수시로 인권침해하고 아이들을 차별하는 사람이었다. 아이는 1년의 절반을 우울하게 보냈고, 11월에 들어서는 학교를 안 가겠다고 해서 병가처리를 요청하고 일주일간 학교를 보내지 않았다. 주변 엄마들에게 물어보니 차별과 인권침해로 유명한 교사라고 했다. 어떤 엄마는 교사가 거의 아이를 괴롭히는 수준이라 전학 간 아이도 있다고 귀뜸했다. 이 교사는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교실 안에서 “내가 00 이 때문에 못살겠는데,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니?” 라고 묻거나, 아이가 엎드려 있거나 반항하는 모습을 수업중에 휴대폰으로 사진을 꺼내 학부모에게 전송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11월까지 버티다가 아이가 학교를 가지 않은 지 일주일이 되는 날 학교에 찾아갔다. 교장실을 경유해, 이러저러한 사유로 학교에 왔고 4학년 몇 반 교사를 만나고 내려와 교장선생님께 보고를 할테니 바쁘지 않으시면, 나를 기다려달라고 했다. 교장은 놀란 표정으로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나는 담임교사를 만나 녹음기를 틀어놓고 한 시간 정도 조목조목 따져가며 이야기를 했고, 교사는 심드렁한 말투로 “어머니, 그렇다면 제가 여태 잘못살았나보네요.”라고 했다. 나는 “제가 동네에서 알아본 바에 의하면 선생님은 교육관과 인생관 모두 잘못되신 분 맞습니다.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습니다.”라고 눈 똑바로 뜨고 말해주었다. 교사는 내 말을 듣고 완전히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나는 덧붙여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이 강조하는 학생인권에 대해서 스스로 학습하지 못하셨으면 연수라도 신청해서 받으셨어야 한다. 그러나, 어린 아이를 둔 학부모인 내가 미리 아이를 단속하지 못한 책임도 적지 않다. 나도 사과드린다”라고 했다. 담임교사는 내 아이를 불러 셋이 앉은 자리에서 화해를 시도했다. 이야기를 마친 다음 교장에게 내려와 사안을 전달했고, 그 교사는 인권교육을 더 받도록 지도해주고 개선되기 전에는 담임을 주지 않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교장은 내 얘기를 듣는 내내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머리가 허연 교장은 평생 교직에 있으면서 문제를 일으킨 교사에게 직접 찾아와 정면에서 이야기 하는 학부모는 내가 처음이라고 했다. 교장은 분명히 그 교사가 변할 거라고 나에게 말했지만, 교장은 개인사정으로 다음 해 학교를 떠났고, 그 교사는 또 4학년을 맡았다.

3.

학교를 곁에서 오래 지켜보면 알게되는 것들이 있다. 학교 내부자들이 절대 밖에 누설하지 않는 것들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나이와 경력이 많은 사람이 권력자가 된다. 그런 교사들이 선호하는 학년이 있다. 학부모총회에 가서 인사를 하는 각 학년별 교사들의 연령구성비를 보면 된다. 제일 선호하는 학년은 2학년이다. 아이들도 사람다운 꼴을 갖추고 학부모들도 학교에 적응하기 시작하는 나이다. 유순하고 다루기 쉽다. 나이든 교사들이 1,2학년을 점령하는 이유는, 학부모 상대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학부모 앞에서 반말을 놓는 교사들도 많이 봤을 것이다. 6학년은 기피학년이다. 초임교사나, 젊은 교사들이 대부분 고학년을 맡는 이유다. N번방 사건으로 드러났듯이, 6학년 중엔 성착취 영상을 보는 아이도 있고, 교사에게 덤비는 아이들도 많다. 6학년 2학기가 되면, 아이들은 인생 다 산 것 같은 표정을 하고 교실에 앉아 있다.
나이가 권력인 교사들의 세계에서 젊은 교사는 선배들이 알곡을 빼먹고 남은 쭉정이를 갖는다. 과도한 업무나 골치 아픈 일들도 젊은 교사에게 몰린다.
또는, 그 학교에서 혁신을 주도하거나 상부에 인정을 받는 교사는 일 폭탄을 얻는 경우가 많다. 울면서 퇴근한다. 이런 사례들은 비민주적인 학교에서 심하게 드러난다. 만약에 당신이 초등학교 학부모인데, 학부모총회를 가서 봤을 때, 각 학년별 담임교사의 연령대가 분명하게 구분지어져 있다면, 그 학교는 비민주적인 구조라 봐도 된다. 교무부장이 2학년 1반 담임교사인 경우가 가장 많다. 무엇을 뜻하겠는가?
한 학년에 담임교사들의 나이가 중구난방으로 섞여 있다면, 또는 교무부장이나, 학년부장이 꽤 젊다면, 민주적인 학교로 봐도 된다. 그러나 한 학년에 반이 3개 이하라면, 여기서는 판별법이 없다.

4.

울산의 초등학교 남교사가 내부고발이 없었다는 이유로 섣불리 판단하면 안된다는 의견을 보았다. 학교는 내부고발이 일어날 수 없는 구조다. 학교는 가장 비민주적인 곳이며, 비민주적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모순 덩어리의 조직이다.

교육자가 되고 싶었던 청춘은 행정사무원으로 전락하고, 교육자가 실행하고자 하는 욕구를 행정실장이 가로막는다. 상부에서는 끊임없이 공문을 내려보내 교사를 길들이고, 교사들은 욕구를 해소할 방법이 없다. 학부모들의 학력이 높거나 경제적 형편이 좋은 지역에서는 아이들이 똘똘해 학습진도를 빼는데 수월하지만, 학부모들의 민원이 발생하면 연구고 학습권이고 다 사라진다. 내부의 교사는, 행정도 잘 해야하고, 아이들도 잘 가르쳐야 하고, 인권의식도 높아야 하고, 친절하고 상냥하며, 차별도 하지 않고 공정해야 하고, 이제는 인터넷도 잘 다뤄야 한다.
언제는 PPT로 수업을 진행하라더니, 미디어노출이 심하다며 활동수업을 더 많이 하라고 강권하다가, 이제는 온라인수업을 해야 한다. 3-4년 단위로 교사들은 이에 적응해야 한다. 민원을 받아주는 방패는 없다.
게다가, 지금의 2-30대 교사들은 초엘리트로 자라왔다. 이들은 교실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그런 유형의 아이를, 담임이 되어서 처음 만나본다. 교육청에서는 수석교사제를 둬서 교과과정 재구성을 돕고 교안 짜는 일에 대한 상담을 해준다더니 그 인원수도 줄여버렸다. 인권, 안전, 성평등, 이것도 모두 교사의 몫이다. “놀면서 월급 받는 사람들”이 해야 하는 일이다.
교사들도 가정이 있고, 집에서 기다리는 아이가 있다. 그렇지만 철밥통이니까, 연금도 나오니까, 말 잘듣고 공부 잘 해서 좋은 직장 얻었으니까. 군소리 하면 욕만 먹는다. 정치적으로 의견을 피력해도 안 된다. 학교내에서는 민주화세대인 선배가 찍어 누르고, 전교1등에 임용고시 출신인 후배들이 치고 올라온다. 후배들은 게다가 외모도 출중하다.

교사들이 나약하다거나, 위기대처능력이 떨어진다는 세간의 평판이 왜 나오는지 이해한다. 하지만, 가까이서 봐온 내가 봤을 때 교사는 이제 완전히 3D업종이다. 급여체계와 복지, 연금제도가 없으면 어렵다. 그래도 좋은 직업 아니냐고 묻는다면, 초등학교에서 일주일 정도, 중학교에서 일주일 정도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만 머물러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학교가 그렇게 좋은 조건이 아니라는 것을.

이런 구조에서 내부고발이라니.
내부고발은 건강한 조직에서 가능하다. 학교는 전혀 그렇지 않다.

울면서 퇴근하고, 자기 아이는 아픈데 병원에 못 데려가고 내 학급의 아이를 방치했다고 쌍욕을 먹는 일, 막상 자기 아이는 공교육에서 이탈했는데 꾸역꾸역 출근 하고, 교육보다 행정에 매진해야 할 때, 우울증에 걸리고도 티 내지 못하는 조직에서, 내부고발이 가능하겠는가.

이제 울산의 그 학교는 온라인 학습과 개학준비를 하는 것과 동시에, 문제를 일으킨 교사가 저질러놓은 일을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을 여유도 없게 될 것이다.
한 마리의 미꾸라지가 진흙탕을 만든 게 아니다. 학교에 성직자가 근무하는 게 아니다.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별의 별 인간 다 있듯, 어느 직장이나 마찬가지로 학교도 별의 별 사람이 다 있다. 아이들이 평생 안고 가는 기억을 만들어주는 게 학교라면, 학교는 당연히 조금 더 철저해져야 한다. 그러면 그 철저한 검열, 건강한 내부조직은 어떻게 시작되어야 하는가? 숨죽이고 입 닥치는 구조에서는 언제든지 이런 일이 터질 수밖에 없다.
조직의 건강을 되찾아야 한다. 민주적인 조직은 때로 가장 안전한 장치이기도 하다. 가능하겠는가?

내가 만나본 교사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아이들 때문에 힘든 건 없다, 힘들어도 그 정도는 괜찮다. 아이들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그럼 뭐가 문제겠는가?

2020년 4월 29일

 

 

[강좌]장애가족 생애사쓰기

2020년 7월 2일 강좌 시작합니다. 총 12강으로 구성했으며, 늦게라도 함께 하고 싶은 분은 아래 전화번호로 연락해보시면 됩니다.

안양시장부모회_포스터 2020 안양시 시민인성교육 참가자 모집안내

●사업명:뜻밖의 여정,장애가족으로 산다는 것.
●일시:2020년 5월7일(목)~8월13일(목) 10시~12시, 매주목요일,총15회기
●장소:안양시장애인지원센터 3층 회의실
●대상:부모회 회원(부모) 및 안양시민20명.(장애인활동보조사,사회복지학과 학생,자원봉사자 등 가능)
●내용:마음열기 비폭력대화,자기회복의 생애사쓰기,장애가족의 사회적역할 외(주로 강의와 글쓰기수업으로 이루어짐)
●참가비:1인당 5만원(계좌 추후공지)
●신청문의 : 031-474-3356 (한국장애인부모회 안양시지부)
●코로나19로 시작날짜 변경될 수 있음

●주강사 : 이하나 (문화공동체 히응 대표)
뜻밖의 여정 1기 지도 강사, 생애사쓰기 강사, 집필노동자
<포기하지 않아, 지구>, <삶이 죽음에게 안부를 묻다>(공저)

●주관 : 안양시
●주최 : 한국장애인부모회 안양시지부

종교가 필요한 나라

2020년 4월 11일자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고 나니
정말 이 나라 사람들은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꿈꾸고 자기 공동체에서 정당한 댓가를 받는 경제 시스템까지 구축하길 원하는 정서가 매우 오랫동안 발현되어 왔다고 느꼈다.

그게 어떤 형태의 시스템이라 부르건간에, 사민주의나 민주주의나, 때로는 어떤 공산주의적 요소도 충분히 함의하고 있는 공동체들이 있었고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구원자에 의해 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길 오랫동안 염원해온 것이다.

정치와 반체제적 혁명 주체들이 이를 소화하지 못했을 때, 사이비종교가 나타나 그들을 구원한다며 나꿔채갔고 그들은 자기들만의 왕국에서 최면에 취한 채 살아갔다.
그 왕국은 부실하게 지어진 것이라 외부와 내부의 균열로 깨어지곤 했고, 세상에서 고립된 사람들의 공동체가 박살나면서, 갑자기 세상에 내동댕이쳐지는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난 것으로 보였다.

신천지와 그 이전의 종교들이 보여왔던 행태를 보면 분명 공산혁명, 또는 주체사상을 이해하고 있는 자들이 그 안에 들어가 일부의 형식만 빌려 왜곡된 형태로 시스템을 정비한 것이 아닌가 싶다.

1990년대에 시민운동의 한 갈래가 급진적 환경생태운동으로 분파되었을 때, 교조주의적이고 종교적인 기이한 모습으로 변모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이들 중 일부가 분명 신흥종교에 들어가 브레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 의심한다. 유물론자들이 어떻게 그렇게 되었겠는가 질문한다면, 내가 아는 한 87세대에서 유물론이나 막시즘을 잘 이해한 사람을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저 시대 정서가 그랬기 때문에 합류한 얼치기들도 많았다.

사이비를 비롯한 신흥종교가 대를 이어 성공을 거두는 것은 사람들의 고단한 삶의 욕구를 정확하게 겨냥하고 마음을 사는 데 정확한 대응체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정치판에서도 한 리더를 신화속 주인공쯤 되는 영웅으로 만들어 한없이 선량하고 깨끗한 그분으로 만드는 정서가 있다. 우리공화당으로 대표되는 박근혜 추종자들이 그렇고 문재인을 지키는 것이 공적 약속이라고 말하는 일부의 문재인 지지자들이 그렇다.

이들은 이전에도 도처에 있었다. 정치인을 하나의 권력지향적인 자연인으로 보지 않고 마치 신탁을 받아 아버지의 칼 반쪽을 가지고 대모험을 떠나는 어린 유리왕으로 보는 것이다. 권력은 투쟁을 통해 쟁취해야 하고 그러려면 일반인들은 경험하지 못하는 엄청난 에너지의 암투를 견디고 버텨야 우뚝 설 수 있는 것이다. 순전무결한 우리의 왕을 찾는 사람들은 신흥종교와 정서적으로 무엇이 다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시민으로서 가장 적절한 정치인을 찾는 것은 그 사람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내 삶을 더 낫게 만들만한 무기를 찾는 것이다. 게임을 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내가 고를 수 있는 캐릭터가 여러 개 있는데 그 중 승률이 가장 높거나 내 취향에 맞는 캐릭터를 뽑아내고 나는 노동과 시간을 투자해 그 캐릭터를 길러내면 되는 것이지, 그 캐릭터를 숭배하거나 제사를 지낼 필요는 없는 것처럼.

일부 열혈 정치 지지자들은 무단으로 수백명의 사람들은 단톡방에 초대해 집단 제사를 지내자며 울며 읍소한다.
그러나 언제나 선거판에서 나라의 명운을 결정짓는 사람들은 자기에게 필요한 캐릭터를 쓰고 버릴 각오를 하고 투표하는 사람들이었다.

시대가 정의로워졌는가.
예전보다 부정한 것을 적발하기 쉬운 시스템이 만들어진 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명박과 박근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인간이 아닌가. 싫더라도 그들은 우리의 가족이고 이웃이며 운명공동체다. 거래를 하며 사는 현대인의 어쩔 수 없는 숙명 같은 거다. 그들을 어떻게 내 편으로 끌어당길 것인가는 각 신흥종교의 흥망성쇠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2020년 4월 12일

태안, 이후 12년

1년 정도 걸린 태안환경보건센터 백서의 마지막 파일을 보냈다.
아마 디자인파일이 나오면 한 번 더 검토를 하겠지만,
그 중 맨 마지막에 붙인 에필로그의 일부를 붙인다.

태안환경보건센터 백서는
태안에서 일어난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유출사건”에 대한 백서가 아니다. 이 백서는 그 사고 직후 설립된 환경보건센터가 지난 12년간 어떤 사업을 통해 주민의 건강을 지켰는지 정리한 백서이기 때문에, 책의 대부분이 건강검진 결과와 수치, 그래프를 포함한 연구자료로 만들어졌다.

비전공자인 나에게 이 일이 온 건 매우 특별한 일이다.
애초 기획했던 것은 조금 더 부드럽고 읽기 쉬운 것이었다. 하지만 부드럽고 읽기 쉬운 문장을 담으려면 연구결과들을 모두 담기 어려웠다. 수치와 생전 처음 보는 단위와 화학기호들을 적어넣고 공부하면서 나름대로 연구결과를 이해하려고 애썼다. 모르는 것은 전문가들이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태안 주민들에게 “재난에 지역명이 붙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 아닌데 어떻게 생각하시느냐”물었을 때, 대부분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마을 리더 몇 사람은, 우리가 그만큼 피해를 입었고 전국민의 성원으로 극복했으며 이제는 자연환경은 거의 다 회복이 되었다고 보기 때문에, 태안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바꿔말하면, 태안기름유출사고라는 이름이 없어지면, 자기들이 잊혀질까 두렵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들은 모두 국민들의 자원봉사에 대해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고마워했다.
하지만, 센터에서 진행한 사업들은 민간인이 제대로 된 방호장비를 갖추지 못하고 원유가 가득한 갯벌에 뛰어든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규명해야했다. 당시 방제작업에 장기간 참여한 사람들은 대부분 코호트 관리되고 있다.

나는 태안의 일을 “국민이 일으킨 기적”이라고 칭송하는 게 불편하다. 기름이 가득한 바다에 비전문가나, 민간인이 들어가 맨손으로 기름을 퍼내는 일은 하지 말았어야 하는 일이다. 10년이 지나 단 며칠 방제작업을 했던 사람들의 건강은 회복되었겠지만 (대부분의 성분은 소변을 통해 배설되고 사람의 몸은 원형을 찾아가기 위해 애써서 독성물질을 빼내려고 작동한다) 남은 사람들은 다르다.

태안에는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건을 기념하는 기념관이 있다. 유류피해극복기념관은 만리포와 천리포 사이에 있다. 이 사고에 대한 백서는 ‘극복백서’라는 이름으로 2018년 출간되었다. 아래 링크에서 PDF로 받아볼 수 있다.
http://www.chungnam.go.kr/memorial/content.do…

에필로그 중 일부 —————————————————–>

일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일이다. 세상의 모든 재난은 그렇게 온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눈 앞에 펼쳐지고 사람들은 그 장면을 고스란히 목도한다. 사람이 쓰러지고 그 쓰러진 사람을 부축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 달려간다. 어떤 재난은 눈앞에 죽음이 선연히 펼쳐지고 그 상황이 방송을 타고 전국으로, 전 세계로 전파되기도 한다. 눈앞에서 죽음이 펼쳐지지 않는 재난은 공포를 전달한다. 사멸하는 것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절망한다.

한겨울 차가운 바다에 뜨거운 태양이 떠올라야 할 때에 태양대신 기름이 뿜어져 나왔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냄새가 불안을 전달했다. 곧 해결될 거라던 방제작업은 쉽지 않았고 날씨는 사람들을 도와주지 않았다. 비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면서 삽시간에 해안가로 기름이 흘러들어왔다.

시커먼 기름이 바다를 뒤덮으면서 새들은 땅에 내려앉고 물고기들은 물 위로 떠올랐다. 평생 바다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이 기름을 걷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힘을 쓸 수 있는 연안가의 주민들은 살림살이를 챙겨들고 바다로 나가 기름을 퍼담았다.
2019년, 한 누리꾼이“국난극복이 취미인 국민”이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남의 일이라 치부할 수도 있는 일에 100만이 넘는 사람들이 태안으로 달려가 기름을 닦아냈다.

기름유출사고가 처음 있는 것도 아니다. 매번 반복되는 수많은 크고 작은 사건을 보면서도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란 것은 아니었던가. 한 관계자는 이 사건을 두고 “우리가 너무 무지했다.”라고 말했다. 기름을 치우는 것만큼이나 기름을 치우는 사람들의 건강도 중요하다. 사람이 저지른 일을 사람이 해결하면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리되고 다급한 사람들이 더 먼저 기름에 노출되었다.

세상엔 수많은 대형사고가 반복해서 일어나지만 잊고자 하는 만큼 빨리 잊는다. 태안환경보건센터는 이 사건으로 인한 영향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연구와 환경보건서비스로 증명하고 있다.

환경보건분야는 아직 대중들에게 익숙하지는 않다. 국가적으로 사고 이후의 치료와 응급지원체계, 공공의료에 대한 담론이 제기되었으나 환경을 미리 점검하고 환경으로 인한 집단질환 발병과 건강영향에 대한 체계적 시스템도 아직 부족하다.
환경보건계의 전문가는 현재 우리나라의 환경보건시스템이 분산된 점을 지적했다. 노동환경 보건분야는 노동부에서, 어린이 청소년 등 학령대 인구에 대해서는 교육부에서, 자연환경에 대해서는 환경부에서, 보건서비스는 보건복지부에서 나누어 맡고 있다. 통합시스템과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2000년대 이후 불거지는 환경문제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것들이 크다. 태안환경보건센터가 마련되기 전 환경부는 폐광산과 산업단지,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국민환경보건문제를 제시했고 이전에 없던 환경오염물질로 인한 질환들을 밝혀내기 시작했다. 한 지역에 일자리를 제공하던 시설들이 환경오염물질을 뿜어내기도 하고 시설사용이 중단되면서 다른 환경오염요소들이 생겨나기도 한다. 대형사고로 인한 환경건강영향평가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는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였다. 사고로 인한 경제적 손실, 생태계 파괴는 많이 거론되었으나 사람의 건강상태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매우 부족했다.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건은 유례없는 대규모사고이면서 동시에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는 주거지를 덮친 사례다. 하루나 반나절 방제작업 자원봉사를 한 사람까지 포함한다면 연인원 120만 명 이상이 유류에 노출된 셈이다. 일시적 증상과 노출피해는 시간이 지나면서 완화되는 것으로 밝혀졌으나 그때 기름을 닦았던 마을주민들은 대다수 아직도 태안에 살고 있다. 당시 대피조치는 전혀 없었으며 고약한 냄새에 위험을 직감했던 주민들이 자신의 어린자녀들을 집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던 것 정도가 전부다.

태안환경보건센터의 과업은 사고이후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다. 일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일은 일어나버렸고 그렇다면 그 다음엔 사회가 어떤 일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지쳐 쓰러질 때까지 기름을 닦았던 사람들이 환경성 질환에 시달리고 세월이 지나면서 미미한 증상들이 만성질환으로 전환되었고 아직도 마음에 남은 충격과 상처는 완전히 씻겨나가지 않았다. 태안환경보건센터는 아직도 기름 닦는 꿈을 꾸다 깬다는 주민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태안환경보건센터는 설립 초기 급성건강영향평가를 통해 어떤 물질들을 중심으로 연구조사 해야 하는지 기준을 세우고 지속적으로 주민들의 건강을 관리해왔다. 주민들은 언제 자신이 질병에 걸릴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태안환경보건센터의 건강검진에 대한 필요성에 동의한다. 기름은 닦아냈지만 이후의 바다생태계는 변했다. 태안 주변의 산업시설과 산업시설을 운영하기 위한 유해물질들이 태안을 감싸고 돈다. 주민들은 새로운 환경요인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후략)

사진은 2007년 당시 의항리 밧고개 자원봉사 행렬

의항 밧고개 (7)

공부 잘하면

아들이 물었다.
공부 잘 하면 뭐해? 공부 잘 하면 좋은 대학 가겠지? 좋은 대학 가면 뭐해? 좋은 직장 가겠지? 그러다 짤리겠지? 그리고 치킨집 하겠지? 그게 다 아냐?

그래서 내가 대답했다.

공부를 잘 하면
편히 살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니가 어느 사회에서 살던
그 소속된 집단에서 상층부로 간다는 건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얻는다는 걸 말해.

주머니에 돈이 있는데
내가 오늘은 삼각김밥을 먹고 싶어서 삼각김밥을 먹는 것과
정말 오늘의 식비가 3천원이라 삼각김밥밖에 못 먹는 건 다른 거잖아.

니가 공부를 잘 해서 좋은 대학을 나오고 실력을 갖추고 능력도 있으면
니가 일을 하기 싫어서 안 해도 되고
직장을 다니기 싫어서 안 다녀도 되지만

갈 수 있는 자리가 정해져 있어서
자격조건조차 안되는 것과 다르단 말이야.

그건 공부를 잘 한다고 되는 건 아닐 수도 있어. 공부를 잘 하면 매사에 유리한 어른이 돼.
그게 무슨 뜻이냐 하면.
니가 졸업하고 세상에 나오면
니가 생전 보도듣도 못한 개쓰레기같은 인간들이 네 앞길을 막고, 니가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 펼쳐지고, 니가 계산하지 못한 위기가 나타나.

그런데 학교에서 낯선 수학문제, 과학문제 풀면서 머리 싸매는 그게, 훈련이야. 세상에 나가서 생전 처음 보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미리 생각하는 법을 연습하는 거라고.
영어도 마찬가지야.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잖아.
니가 어른이 되면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개소리를 한국말로 떠드는 인간들이 니 앞에 나타나. 그런 이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물리치느냐. 그래서 외국어를 배우면서 훈련하는거야. 그 훈련에 익숙해지면, 세상을 돌파할 능력을 자꾸 연습하는거지

그래서 점수만 잘 받는 건 중요하지 않아.
니가 머리 싸매면서, 아 미치겠다 하고 풀어가는 그때, 니 능력이 레벨 업 되는거야.

그러니까 중요한 건.
점수가 아니라
짜증난다고 때려치지 않는거야.
물고 늘어져야 아이템을 얻어.

 

2020. 4. 13.

안양 2020 제21대총선 선거판 관전평

안양 2020 제21대총선 선거판 관전평

정당원으로, 선거캠프에 밀접하게 접근해 본 2020 총선의 안양 이야기를 해본다.

1.

안양지역은 선거구가 세 개다.
시는 원도심, 구안양이라고도 하는 만안구가 있고, 평촌신도시로 부르는 평촌지역은 동안구이다. 인구 분포에 의해 만안구는 1개 선거구, 평촌지역은 동안갑, 동안을로 나뉜다.
안양시의 전 인구는 56만 정도로 매년 1만 정도 줄어드는 추세가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만안구는 이종걸 의원이 5선, 이석현 6선, 심재철이 5선을 했다. 그러니까,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이 세 사람이 20년간 지역구 국회의원이었고, 그 중 이석현 의원은 1996년부터 24년동안 국회의원을 한 것이다. 기초의원 선거추세를 보면 민주당과 미통당 계열이 항상 절반씩 나눠갖는 형태였고 기초의원을 보면 여성이 타 지자체보다는 많은 편이다.

이번에 화제가 된 것은 더민주의 다선의원 두 명이 모두 경선에서 탈락한 것이다. 심재철은 미통당에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동안을에 다시 출마했다.

2.

만안구는 경기도연정부지사를 지낸 강득구 전 도의원이 더민주로 출마했다. 지역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로 성실하고 진솔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별다른 미통당 주자가 없었던 것으로 예측되었지만 안양시 전 시장인 이필운 씨가 강득구 후보가 등록하면서 바로 후보 등록하고 출마했다. 이필운 전 시장은 강득구 씨가 출마하면 자기가 나서보겠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여기에 지역을 오래 떠나 있었으나 예전에 안양시장과 국회의원에 도전했던 이종태 씨가 만안구로 돌아와 정의당 후보로 출마했다. 여기는 말하자면 지역기반 사람들의 대결.

동안갑은 이석현 의원이 경선에서 탈락했다. 승자는 두 번이나 경선에도 나가보지 못하고 당내에서 탈락했던 민병덕 변호사가 세 번째 국회의원 후보에 도전해 결국 민주당 출마자가 되었다. 미통당은 임호영 후보가 출마했다. 서울대에 판사 출신이었다. 정의당 동안갑 위원장이었던 이성재 노무사가 정의당 후보로 출마했다. 서울대 출신 변호사와 판사 사이에 경희대 출신 노무사가 한 명이 출전한 모양새가 되었다. 동안갑은 고정적으로 진보정당 지지자들이 좀 있는 편이다.

동안을은 현역의원 3명 대결로 시선을 모았는데, 심재철의 텃밭에 이재정 민주당 비례대표국회의원이자, 당 대변인이 2017년 가을쯤 이사해 온 것으로 안다. 이재정 씨가 오면서 당위원회가 정리되었고 출마하겠다는 걸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정의당은 역시 비례대표이고 정의당 수석대변인이었던 추혜선 의원이 출마했다. 현역의원 세 명이 한 곳에서 대결하게 되었고 세 명 모두 만만치 않은 의원들이었다. 심재철 욕 많이 먹지만 의정활동이나 지역활동이 아주 저열한 수준은 아니다. 게다가 미통당 원내대표. 세 명 모두 당내에서 입지도 좋은 편.

만안구의 경우 지난 지방선거때 박달역 신설이 무산되면서 지역내 갈등이 첨예한 상황. 시의원과 의회를 대상으로 지역주민들이 계속 고소고발을 하고 있다. 사실 여기는 이필운 강득구 대결이 접전으로 갈 수도 있었는데 워낙 민주당 지지자가 많은 편이라 강득구 후보가 당선 확실하다.

동안갑도 이석현이 너무 오래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이 분의 권력이 어마어마해서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세였다. 임호영 후보가 심히 약체. 고정적으로 진보정당 표가 나오는 지역 정서가 있는데 민병덕 후보가 10년 준비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닌 지라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민병덕 후보는 선거법 위반으로 선거운동기간중에 선관위에서 고발한 상태. 선거운동 전에 경선과정을 설명하는 경선설명회를 30회 가졌고, 당비 대납, 당원 위장전입이 걸려 있다. 당선 이후 법적 다툼이 있을 것.
동안갑에 의외의 이슈는 신천지에서 터졌다.

지역에서 청년단체를 이끌던 청년이 있었는데 (청년이라 봐도 되는지도 모르겠다. 79년생이다) 이 단체에 민병덕 변호사가 법률자문을 해 준 적 있다. 임호영 후보측에서 이 문제를 거론했다. 근데 이 청년단체는 이필운 전 시장이나 심재철도 창단식에 찾아가 사진 찍고 격려한 바도 있어서 임호영 후보의 공격이 자칫 팀킬로 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부지런히 비방을 했다. 이 청년단체는 신천지로 거의 확실시되어 현재 공중분해 된 상태. 코로나 아니었으면 끝까지 밝혀지지 않았을 거다. 시민단체에도 많이 기웃거렸는데 아무도 그 정체를 몰랐다.
임호영 후보는 때아닌 색깔론을 들고 나왔는데 정부의 북한이슈 중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공보물에 실어 이로 인해 통일운동시민단체로 항의를 받았고 이 역시 선관위에 고발된 상태다.

동안을은 추혜선의원이 소상공인들과 접촉면을 넓혀 꽤 인지도를 올려놓은 상태였다. 표가 꽤 나올 것으로 예상했고, 10% 이상 무난할 것이라 관망했다. 하지만 심재철이 선거운동기간중에 <통진당 이석기 변호한 종북 이재정 OUT> 이라는 현수막을 내걸면서 표심이 많이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심재철만은 떨구겠다는 의지가 막판에 이재정 후보 쪽으로 확 몰린 듯 하다. 추혜선 의원은 3% 정도 득표율로 낙마하게 생겼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이번에 바꿔보자는 이야기도 있었고, 이재정 측 공약도 현실성 있으면서 괜찮았다. 심재철의 종북프레임에 대해 대응하지 않은 것은 잘 한 일이다.
추혜선 의원은 안양교도소에 애플 R&D 센터 유치 공약을 들고 나왔는데 이게 시민들이 보기엔 뜬구름 잡는 소리로 비쳤던 모양이다.

세 개 지역구가 모두 민주당이 될 것을 예측하긴 했는데 민주당 경선때부터 많이 시끄러웠다. 사실 다선의원들이 자리를 지키려고 애쓰면 동네 판이 추접스러워진다. 민주당에서 강력한 현역의원 이재정 의원 빼고 여성후보 못 만든 것도 안타깝다.

3.

이번에 안양지역에는 정의당 후보가 모든 지역구에 출마했다는 의의가 컸다. 정당은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으면 잊혀진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 자산 1-2천 손해볼 거 각오하고 출마한 정의당 후보자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소수정당 출마도 있었다. 동안을에는 지역에서 인지도는 없지만 민생당과, 중간 사퇴했으나 기독자유통일당 후보도 있었고 다른데와 마찬가지로 국가혁명배당금당 후보도 모두 나왔다. 녹색당이나 민중당 후보가 없었던 것이 아쉽다.

정의당은 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고 판단한다. 정의당은 스스로 힘이 적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민주당의 지지자들은 보수와 중도, 진보가 뒤섞여 있다. 미통당은 수구와 보수가 뒤섞여 있다. 미통당은 향후 20대 남성들을 자기들 세력으로 이끌어낼 물갈이를 시도한다면 생명이 연장될 것이지만, 어차피 나머지 소수정당들은 민주당의 표를 갈라먹기 할 수밖에 없다. 미통당 계열은 선거가 없을 때는 갈갈이 찢어져 있다가 선거 앞두고 모두 뭉쳐 한 덩어리가 되어버리니 이 세력의 힘을 이기기가 어렵다. 보수 진영이 조금 더 다양하게 세분화되어야 한다. 본질은 보수에 가까운데 박정희 전두환과 싸웠다고, 이후 박근혜때 촛불들었다고, 본인이 진보주의자는 아니라는 걸 아직도 각성하지 못한 사람들이 민주 정의 진영에도 꽤 많이 있다. 민주진영에 기대어 있는 속은 핑크색인 분들은 어서 제자리를 찾아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민주진보 진영은 저들의 분열을 장려해야 한다. 20대 총선 이후 수구계열이 뿔뿔이 흩어지니 그나마 성과가 나지 않던가. 유승민이 다시 핑크색으로 돌아간 게 안타깝다. 빨리 분당해서 다시 나와라.

진보정당은 조금 더 구체적인 전략과 공약을 내세울 필요가 있겠다. 지역구에서 심상정 혼자 되면 뭐하나. 비례에 박창진(비례 6번)까지 가길 바랐는데 이게 뭔가. 지도부 각성하라.

4.

국회의원 선거를 가까이서 치러보니, 역시 이건 수년간 공들이지 않고서는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고 생계가 있는 사람이 몇 년간 국회의원 선거에 공들일 수 있겠나. 참으로 쉽지 않다. 선거를 치르면 8~9천만 원 쉽게 깨진다. 유세차량 한 대에 1천 3백만 원 정도 한다. 정당 지원금 있고 정치후원금 받아도 구색 갖추려면 개인 비용 1-2천은 그냥 날아간다. 없는 사람이 선거나가기 어렵다. 그러니, 시민들은 더 많이 정당에 가입해 후보를 내고 선거에 도전할 필요 있다. 선거 한 번 치르면 그래도 경제가 좀 돌아간다. 어쨌든 선거로 파생되는 경제적 효과도 나쁘지 않다. 더 많은 정당, 더 많은 후보들이, 더 다양한 이유로 각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

안양과 연대하는 경기중부, 안양과천의왕군포지역은 모두 민주당 후보들이 당선되었다. 시민사회와 민관정이 더 협력하기 좋은 형태가 되길 기대해본다.

2020.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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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혐오

이 상황에 내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개학 후 각 교실에서 펼쳐질 혐오였다.
중국교포나 이민자들의 아이들은 각지에 흩어져있다. 지역과 학교마다 다르듯이 아이들의 경제상황과 가정형편에 따라 차별도 세밀하게 나눠져있다.

부모 중 누가 중국인이라도, 한국어를 곧잘해서 아이들이 유아교육부터 한국어를 잘 가르쳤고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이 없는 경우는 아이들 사이에서도 중국친구,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더러 학부모회도 잘 참석하고 책도 읽어줄 수 있는 중국인 부모도 있다.

하지만, 경제형편이 어렵거나 한국어가 어려운 경우는 뻔한 혐오와 차별이 기본세팅되어 있다. 문제는 교사들이라고 모두 혐오와 차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교사들이 모두 인권의식이 뛰어나고 젠더감성이 높은 것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이 나라의 보통시민이다. 이 사회 전반의 타자에 대한 시선이 고스란히 적용되는 수준이고 외부로 나타나는 본인의 공적인 행동을 구분할 줄 알아서 실수가 적은 것뿐이지, 내면까지 들여다볼 수는 없는 것이다.

혐오와 차별에 대해 교육자가 강경하게 응대하지 못하고 본인의 속내를 들키는 순간 교실은 아수라장이 된다.
“왕따 당하는 애들은 이유가 있어.”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교사라는 직군이 엘리트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는 한계다.

자신이 학교 다닐 때 말 한 번 안 섞어봤을 법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입장이면 그 자신도 괴로울 것이다. 도무지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이끌어낼 지는 경험한 자도 잘 모를 일이고 경험했다고 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

때로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본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을까. 그것도 궁금하다.

 

2020. 2. 22.

경기중부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SNS채널안내

2018년부터 2019년까지 경기중부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구성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여

2020년 본격적으로 경기중부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를 시작합니다.

우선 소통을 위한 SNS채널부터 열었습니다.

경기중부 (안양, 과천, 의왕, 군포) 지역의 민주시민교육 관계자, 관심 있는 시민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fb_icon_325x325경기중부민주시민교육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inzuedu/

전국 민주시민교육에 관한 뉴스와 지역시민사회단체소식을 업데이트합니다.

unnamed경기중부민주시민교육카카오채널

http://pf.kakao.com/_bkDHC 

경기중부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의 공식행사와 홍보가 필요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현재는 안양군포의왕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민주시민교육위원회에서 비용을 부담합니다.

kakaolink_btn_medium_ov경기중부민주시민교육 오픈채팅

https://open.kakao.com/o/gQPcT6Xb

경기중부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의 자율적 정보공유를 위한 오픈채팅방입니다.

 

 

아래 이미지는 주변 단체와 시민들에게 안내하실 수 있도록 QR코드를 넣었으니 자유롭게 사용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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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