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풍경

일요일에 파스타를 먹을 만한 집은 세 군데정도.

그 중 두 곳은 오늘도 만석일게 분명해서 혼자 가기 저어했다. 한 곳은 음식맛이 좋은데 건물위치 때문인지 손님이 붐비지 않는 곳이다. 나는 붐비지 않는 곳을 선택했다. 들어가자 한 테이블이 있었고, 내 뒤에 두 팀이 들어왔다. 오늘도 서빙을 보는 중년남자는 분홍색 셔츠에 넥타이를 맸다. 이 집은 부부가 한다고 들었는데, 부인이 주방을 보고 남자가 홀을 맡는다. 비어있는 1인석을 가르키며 내가 저기에 앉겠다고 하자 남자가 약간 당황한 듯 주춤했다. 내가 앉으려고 한 곳엔 식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남자가 금세 테이블보와 식기와 앞접시를 가져다주었다. 내 옆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는 남자는 물이 아닌 연한 연두빛의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그가 킁킁 하는 소리를 냈다. 그는 간헐적으로 계속 어떤 소리를 냈다. 틱이구나.

수 년 전에 이 집에 왔을 때 주인내외의 자녀로 보이는 사내 아이 둘이 있었다. 동생은 똘똘한 말을 계속 내뱉고 있었고 형은 약간 굼뜬 모양새를 보였던 기억이 났다. 그게 언제였던가. 벌써 4년도 넘은 일이다. 그때 덩치가 큰 아이는 중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으니 그 아이가 자라 저 청년이 되었을수도 있겠다.

넥타이를 맨 남자가 뭔가 부탁하는 말을 하자 청년이 일어나 테이블을 치웠다. 청년은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다시 킁킁 하는 소리를 냈다. 내가 파스타를 먹는 사이 청년이 주방에 들어갔다. 주방에서 “안돼”라는 여자의 낮은 소리가 들렸다. 손님이 일어나니 청년은 기계적으로 일어나 자리를 치웠고 주방에 잠깐 들렀다가 테이블에 앉았다. 계산을 하러 계산대에 섰을 때 청년과 나는 마주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지만 그는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파스타맛은 옛날과 조금 달랐다. 기름이 적어 뻑뻑했다. 한 때 평촌에서 제일 맛있는 파스타를 한다고 소문났던 곳이다.

파스타집을 나오는데 옆 식당의 주방이 엿보였다. 긴 비닐앞치마에 머릿수건 마스크를 쓴 여성노인 두 명이 식재료를 손질하며 어떤 이야기를 큰소리로 나누고 있었다. 한 사람은 화가 난 것 같았다.

차를 세워둔 곳으로 돌아가니 주차관리 아저씨가 앉아 있어야 할 곳에 보이지 않았다. 관리원 부스가 가까이 있었는데 주차관리원은 부스 안에서 반찬통을 꺼내놓고 밥을 먹고 있었다. 12시 50분이었다. 나는 차 앞에 꽂힌 쪽지를 들고 부스로 다가갔다.

식사 하시는 거 같아서 제가 왔어요.

주차관리원은 입을 닦으며 머리를 조아렸다.

제가 저쪽으로 가서 끊어드려야 하는데. 관리원이 입을 가리며 말했다.

식사 시간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식사하셔야죠. 멀지도 않고.

관리원은 고맙다고 인사했다. 주차비 1200원.

그 구역의 주차관리원들은 모두 노인이다. 비오는 날, 눈 오는 날, 햇빛이 내리쬐는 여름에도 늘 자리를 지키고 늦게 나타난다고 화내는 운전자들의 짜증을 받아내는 사람들의 점심시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화장실에 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오늘부터 점심시간에는 전화를 받지 말라’고 지시하던 어느 중소기업사장이 떠올랐다. 내가 자주 가는 사무실 백반집에는 AS를 다니는 기사들이 자주 오는데 그들은 밥을 입에 물고 한참 이야기를 듣다가 이렇게 말하곤 한다. “네네 고객님, 제가 지금 밥 먹는 중인데요. 얼른 먹고 가겠습니다.” 점심시간에 점심을 먹는 것도 사치가 되는 건가.

온갖 차들이 쏟아져 나온 공원 부근을 지나 시험을 앞둔 아이들을 태우러 나온 학부모들의 차로 학원가의 정체된 도로를 지났다. 일요일. 누군가의 노동을 먹고, 나도 출근을 했다.

고용승계의 의무가 없으므로.

6월 1일, 안양의 H아파트는 새로운 관리업체와 관리용역업무를 시작한다. 관리업체가 바뀌면 새로운 사람을 뽑기도 하지만 최근 단기계약과 계약파기로 인한 실직문제가 부당해고나 별 다를 바 없다는 여론이 있어서 고용승계를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번에는 이전 관리업체와 계약해서 일하고 있던 아파트노동자들 중 다수가 고용승계를 일방적으로 거부당했다. 경비원 45명에 13명, 미화원 23명 중 4명이 고용승계에서 탈락했다. 이유는 모른다.

“나는 일하고 싶은데 왜 고용승계 해주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면 대부분 관리업체는 즉답을 회피한다. 입주민이나 입주자대표에게는 물갈이를 해주겠다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또는, 입주자대표들이 용역업체에게 압력을 가해 특정 몇 명을 찍어내라는 경우도 있다. 요컨대, 관리업체와 입주자 양측의 책임인 것은 분명하다. 관리업체가 만일 “물갈이차원”이라고 언급한다면, 입주자들이 반대할 수도 있는 것이고, 입주자가 내보내라고 한다면 관리업체가 막아설 수도 있는 문제니까.

작년에 경기도노동국의 예산을 받아 미조직취약노동자지원사업을 수행했고, 그 결과 경기중부아파트노동자협회를 만들었다. 코로나상황에, 308개 단지를 돌았다.

이 아파트는 경기중부아파트노동자협회까지 가는 길에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었다. 작년 9월부터 안양군포의왕과천의 모든 아파트단지를 돌던 활동가들은 이 아파트에서 기이한 소리를 들었다. “곧 추석인데 몇 달째 급여를 못 받았다”는 거였다. 사실 부당해고는 비일비재한 일이지만 급여체불은 흔치 않은 일이라 자조치종을 들어봤다. 관리업체와 입주자대표단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 그 책임여부는 이야기가 길어지니 생략하겠다. 아무튼 양측간에 격렬한 몸싸움도 있었다. 입주자대표자들은 두 편으로 갈라졌고 관리업체를 내몰고 싶던 모 동대표가 통장 직인을 쥐고 내놓지 않았다. 관리사무소측은 직인이 없으니 출금을 하지 못해 급여이체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파트노동자들은 어디 하소연도 못하고 그저 기다리고만 있었다. 경기도, 지역구 국회의원, 안양시청까지 활동가들이 온갖 인맥을 동원해 백방을 뛰어다녀 (때로 압박까지 해가며)이 문제를 해결했다. 경기도에서도 무척 자랑스럽게 여겨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 그러니, 우리에겐 이 아파트가, 예사 아파트는 아니다. 체불임금을 받고 난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센터 조직활동가들과 “아파트노동자권리선언식”을 갖기도 했다. 이 아파트의 경비노동자 다수가 협회회원으로 가입했고, ‘내 목소리를 들어주는 세상’을 만났다며 감격했다. 사실 나는 이번 고용승계거부가 보복성이 아닌지 의심이 들지만, 정확한 물증은 없으니 예단하기 어렵다.

봄에도 아파트노동자 해고문제로 장기간 출근길 시위를 이어나갔고 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모두 나서서 연대했지만 한 명도 재고용되지 않았다. 관리업체는 이미 신규 직원을 뽑았으니 또 누구를 몰아내라는 말이냐는 식이다. 밥그릇 놓고 싸움을 붙이겠다는 얘기다.

갑질문제도 만만치 않으나 이런 고용승계거부 집단해고 문제는 계약해지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게 업체와 입주자들의 의견이다. 노동자의 의견은 어디에도 없다. 나가라면 나가는거지 뭔 말이 많다는 거다. 고용승계를 거부당한 이들은 모두다 계속 일하고 싶다고 했다. 협회와 센터는 부당해고 여부를 법률적으로 검토하고 고령차 차별소지가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다. 검토후에는 노동지청 진정, 근로감독 요구, 경기도 노동위에 구제신청을 하게 될 것이다.

활동가 중 한 사람은 매일 걸려오는 부당해고 읍소 전화를 받는다.

짤리고 시위하고 항의하고 서류 넣고 구제신청하고 근로감독 요구하고. 무한 반복이다.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고용승계를 의무화하면 모두가 고단하게 싸우는 일은 줄어들텐데 누가 여기에 관심을 가져줄까 모르겠다.

아파트노동자들은 아파트주민들이 하기 싫은 일을 대신 한다. 자기 업무가 아닌 부분도 감당한다. 이들과 함께 싸우는 것을 절대로 이들이 늙고 약하고 불쌍해서가 아니다. 노동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해고하는 건 정의롭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내일부터 또 싸울준비를 한다.

화요일에 기자회견을 예정하고 보도자료를 써서 언론에 뿌린다. 고용승계거부로 인한 집단해고 기사가 너무 자주 등장해서, 점점 사람들에게 외면받을까 두렵다. 부디, 많은 분들이 3개월단위로 계약하고 여차하면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일터에서 밀려나는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첫 번째 사진은 센터와 협회 활동가들이 오늘 해고대상자들을 만난 것이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사진은 작년 10월 아파트노동자권리선언식의 모습이다. 임금체불까지 참고 일했던 사람들에게 돌아온 대가는, 해고였다.

#안양군포의왕과천비정규직센터

#경기중부아파트노동자협회

5월 교육유감

  1. ZOOM 유료화 전환 예ZOOM 유료화 전환 예정

그동안 교육기관에 무료로 계정을 제공했던 ZOOM이 유료화로 전환합니다.

이미 1년 반동안 줌에 길들여진 학교현장은 난감합니다. 줌이 자선단체도 아닌데, 그만하면 사회적 소명을 다 했다고 봅니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제 줌을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다른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저도 줌 유료를 사용하고 있는데 한달에 17,000원 정도 되는 비용을 씁니다. 학교 수업이면 그 정도 개인계정으로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어느 학교에서도 이 월납이나 연납결제를 공적으로 이용하기 어렵습니다. 해외사이트라 상부 결재받기가 어려울 것이라 예단하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외국제 물품을 공공의 영역에서 사용할 때 “국부유출”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비용을 내야하면 무료로 사용하는 시스템을 이용하라는 것이 정부기관의 기본적인 태도입니다. EBS의 온라인클래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e학습터를 사용하라고 합니다. 때마침 경기도교육청은 네이버와 협약을 맺고 네이버웨일스페이스 사용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2020년 3월에 모두들 경험했듯이, 국내에서 만든 플랫폼은 신뢰를 이미 잃었고, 이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불안합니다. 수업을 준비했는데 아예 온라인플랫폼이 작동하지 않았던 경험을 해 본 사람들은 온라인클래스나 이학습터를 믿기 어렵습니다. 또한 기능도 줌이나 구글클래스룸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행정에서 사용자 편의주의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산이 들어가면 무료로 된 걸 사용하라.

그래서 수많은 공공기관에서는 Windows나 MS Office의 해적판을 깔아놓고 버젓이 공식회의 석상에서 “인증을 해달라”는 메시지를 대형 화면에 띄웁니다. 공공기관이 대놓고 도둑질을 해도 아무도 비판하지 않는 나라가 여기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MS Office를 사용하도록 계약을 맺었습니다. 국회의원 이은재의 사퇴하세요로 서울시교육청이 MS Office를 사용한다는 건 전국민에게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은 공식적으로 한글과컴퓨터만 사용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학교안팎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왜 두 가지 프로그램을 병행할 수 없는지,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상위기관에 뭔가를 해달라고 요구하는데 지친 현장의 교사들은 벌써 네이버웨일이나 구글클래스룸을 배우고 있습니다. 행정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겁니다. 학교를 둘러싼 사람들이 기술을 한 가지 더 익히면 되는 일이니까요. 이는 넓게 보아, 노동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나타내는 증거입니다. 일하는 사람들은 일을 더 하면 되고, 결정권자들은 정해진 지출만 하면 됩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일을 더 하는 것에 대한 보상은 없습니다. 급여도 나가고 연금도 나가니까, 업무가 과중한 것은 불만삼아선 안되는 것이 됩니다.

2. 백신 접종 스케줄

2학기에는 교사들도 우선접종대상이 됩니다.

학급이 많은 초등학교의 경우는 백신접종 스케줄을 짜고 있습니다. 전체 인원 300명 이하의 작은 학교는 전교생 등교를 하고 있기 때문에 업무 대체자가 없습니다. 백신접종 후 2-3일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는 게 방역당국의 권고사항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교육종사자들은 빠져 있습니다.

초등학교 교사들은 금요일 접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금요일 오후에 접종하고, 토요일 일요일 쉰 다음에 월요일에 출근해서 그대로 업무를 보겠다는 얘기입니다. 과연 이게 바람직한 방법인가 의문이 듭니다. 교사들은 달리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1일 병가처리를 할 경우에 본인의 업무를 대체할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경기도에서는 보결처리가 내부적으로만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학교 안에서 대체인원을 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기도는 3일 이상의 보결인 경우에만 외부인력을 초빙해 대체할 수 있습니다. 반면 서울시교육청은 1일 보결도 바로 외부인력을 초빙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현재 돌봄교사들도 백신 후 후유증과 안정을 위해 머리를 짜내며 스케줄을 협의하며 접종하고 있다고 합니다. 병설유치원은 학교장이 돌봄교사 대체인력으로 투입되기도 합니다. 쉴 수 있는 권리는 교육 현장에 없습니다.

3. 교실의 가림막

학교 교실에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대부분 가림막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가림막에 관련한 예산은 각 학교의 자체예산으로 충당했습니다. 두꺼운 아크릴도 된 것은 무겁기도 하고 사고위험도 있지만 무엇보다 비용이 비쌉니다. 식당등에서 사용하는 발받침이 있는 것은 26,000원에서 50,000원에 이릅니다. 아이들이 많은 학교일수록 더 단가가 싼 물건을 살 수 밖에 없습니다. 예전에 학교 수업에 다녀와 올렸던 것처럼 어떤 학교는 불투명 가림막을 섞어서 쓰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2020년에 늦은 개학을 했을 때 전국적으로 아크릴가림막의 물량이 부족해서 일단 급한대로 불투명이라도 사서 썼던 것인데, 새로 예산이 얼마나 확보되느냐에 따라 교체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죠.

학교와 지역교육지원청은 현장의 의견을 경기도교육청에 전달할 예정입니다만, 얼마나 잘 반영이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위에 언급한 문제는 기본적으로 노동현장의 권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학교 행정을 들여다보면 현장은 열려있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려고 하지만 상위기관에서 목을 움켜쥐고 군대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1세기, 뉴노멀, 블렌디드러닝, 온택트, 혁신교육, 미래교육자치, 좋은 말은 다 갖다 쓰는 교육현장은 왜 여전히 30년전의 스타일을 고수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청소년 정책제안에 부쳐

어제부터 시작된 청소년 정책제안대회의 멘토로 참가했다. 어린이, 청소년들이 정책제안을 하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은 곳곳에서 생겨난다. 여성가족부에서 만든 청소년참여포털에는 청소년들의 정책제안을 올릴 수도 있고 https://www.youth.go.kr/ywith/index.do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는 청소년정책제안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을 올려놓았다. https://www.nypi.re.kr/contents/site.do지역에서 청소년 정책제안에 개입하여 살펴보면, 아이들이나 성인시민들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1. 나이차이를 떠나 모든 시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쓰레기문제와 주차문제다. 이 두 항목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본인의 주거환경을 떠나서 시내 곳곳, 특히 유흥가 번화가의 무단쓰레기투기 문제, 주차공간 자체가 협소하다 보니 생기는 불법주차문제는 대한민국의 최대 과제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했더니 쓰레기문제가 해결되더라는 사례는 꽤 있다. 하지만 이 사례들은 대체로 매우 지엽적이고 국소적이다. 마을에 화단을 만들었더니 쓰레기가 줄었다는 것은 약 1평 정도에 쓰레기가 사라졌다는 말이다. 아파트에 있는 것처럼 재활용품을 모아두는 작은 공간을 만들었더니 쓰레기가 줄었다고 하다가 재활용품 수거함에 적합치 않은 쓰레기나 음식물쓰레기를 투척하는 빌런이 등장하면 주민들이 급격하게 좌절한다. 이 좌절이 너무 빠른 것도 문제인데, 과정이 그만큼 힘들어서인지, 살펴볼 일이다. 안양시의 경우 경기도내 최악의 주차조건이라는 악명에 걸맞게, 불법 무단 주차를 적당히 방치하고 사는 편이다. 도시 자체가 숨 쉴 틈없이 촘촘해서 새롭게 개발할 여지가 없다. 새롭게 여지를 틀만한 공간이 없고 시민들의 소득수준이 높은 편이라 주차문제는 풀어내기 쉽지 않다. 아이들도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게 쓰레기문제와 환경문제로의 연결인데, 이 주제는 어디를 가도 나오고 언제나 등장해서 식상할 정도다. 아이디어 디자인 쓰레기통 설치에 대한 의견도 자주 나오지만 사실 쓰레기통은 별 대안이 아니다. 특히 안양지역은 희한하게 흡연부스가 없다. (혹시 설치된 곳을 아시는 분은 제보 바람) 시청에 이 문제를 건의하면 주변의 민원이 제기 되기 때문에 부스 설치를 못한다는 것이다. 금연단속 다니는 공무원도 있고 꽁초집중 수거 미화원을 동원하는 방법을 택한다. 백날천날 단속해봤자 지정구역이 없으니 길바닥은 언제나 난장판이다. 어른들은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는 문제이지만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받는 모양이다. 이번에도 예상대로 환경문제에 관심있다고 얘기한 청소년들이 가장 많았다. 사실 청소년들에게 환경문제는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과하게 제기하더라도 기성세대는 그냥 닥치고 있는 편이 좋다. 
  1. 내가 만났던 청소년팀은 좀 달랐다. 환경문제보다 다른 분야에 관심이 더 많다고 대답했다. A는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을 더 하고 싶은데 작년부터 동아리활동이 거의 중단되어 서운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B는 그간 지역에서 청소년위원회 등 다양한 청소년 활동에 참여했는데 학교 생기부에 적용되지 않아서 절망했다. C는 지역의 다양한 청소년활동에 참여하고 싶은데 학교에서 받는 정보가 너무 적다. 학교 선생님이 전달해줬으면 좋겠는데 잘 전해주지 않는다. D는 학교에서 성수소자 차별에 대한 언행이 보이는 것이 불편하고 싫다. 인권이 중요하다면 성소수자 인권도 존중해야 하지 않나. D의 경우 어쩌면 교사나 동료 학생들이 그런 발언을 하는 경우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유추했지만 누가 그러더냐고 묻지는 않았다. 자, 이런 네 가지 사항을 가만히 들으면 단순한 건의사항, 민원내용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문제를 결정권자들이 한 번에 쉽게 고쳐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멘토역할이 건의사항 접수하고 민원 접수해서 결정기관에 전달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런 내용을 어떻게 정책제안으로 끌고 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아이들이 제시한 내용은 모두 하나의 문서에 담겨있는 내용이다. 바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다. A가 얘기한 동아리 활동내용과 C가 제안한 학생활동 정보 공유 내용은 제 9조와 22조에 있다. 

제9조(정규교과 이외의 교육활동의 자유) ① 학생은 야간자율학습, 보충수업 등 정규교과 이외의 교육활동과 관련하여 자유롭게 선택하여 학습할 권리를 가진다.② 교장 등은 학생에게 야간자율학습, 보충수업 등을 강요하여서는 아니 된다.  <개정 2019. 8. 6.>③ 교장 등은 방과후학교 등 정규교과 이외의 교육활동에서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운용함으로써 교육의 다양성과 학생의 실질적인 선택권 보장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개정 2019. 8. 6.>

제22조(문화활동을 향유할 권리) ① 학생은 다양한 문화활동을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② 학교의 장은 학생의 다양한 문화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여 교육, 공연, 전시 등의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운용하여야 한다.  <개정 2019. 8. 6.>③ 교육감은 제2항의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학교 및 지역의 협조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B가 얘기한 내용은 지역과의 연계가 성립되지 않아서 지역내 활동이 학교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내용도 지역의 협조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는 내용에 해당된다. 
D의 경우는 제 5조에 담겨있다. 

제5조(차별받지 않을 권리) ① 학생은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국가, 출신민족, 언어, 장애, 용모 등 신체조건,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병력, 징계, 성적 등을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② 경영자, 교장 등은 제1항에 예시한 사유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하여야 한다.  <개정 2019. 8. 6.>


인권조례 5조에는 분명히 용모 및 신체조건, 임신 또는 출산, 성적 지향까지 차별해선 안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미 다 있는 내용인데 지켜지지 않는 것 뿐이다. 코로나19라는 핑계로 아이들의 활동을 제한한다 해도, 이해당사자인 청소년들의 동의에 의해 실행되어야 하고 기회는 열려 있어야 하지만 대부분 어른들은 “너희들은 작고 약하니 우리가 결정한다.”는 태도를 일관한다. 
아이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아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정보는 다음과 같다. 한국의 각종 법령에 의거한 조례의 위계와 조례와 일반법령의 차이점, 조례 제정의 일반적 과정, 주민발의조례가 존재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은 근본적인 이유, 학교에서 조례를 잘 시행하지 못하는 구조적 원인, 학교 교사의 업무량, 범위와 시간, 조례의 강제성 여부를 간단한 교육으로 풀어낸다. 
여러분이 제시한 내용은 모두 합당하게 누려야 하는 권리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문제이니 어떻게 하면 조례를 잘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찾아 제시하고 결정권자들이 이를 잘 지킬 수 있도록 설득하고 독려하고 칭찬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했다. 오히려 답이 쉽게 나와 정책제안으로 풀어낼 수 있는 방향은 선명하게 잡힌 셈인데, 이 팀 구성원들에게 나의 이야기는 제안사항일뿐이니 여기서 보다 자유롭게 확장해봐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3.

각 지역에는 민관협치라는 이름으로 유명무실한 각종 위원회가 있고, 말 한마디 의견 한 줄 내지 않고 회의비 받아가는 위원들이 수두룩하다. 교육정책이나 교육에 대한 담론 논의때마다 아이들은 모두 빠져 있다. 청소년들이 수 개월간 애를 써서 만들어낸 정책제안은 자료집에 몇 장 들어가는 것으로 그친다. 의회나 시정에서는 아이들을 불러 사진 찍고 의회 구경 시켜주는 것으로 그친다. 스무살이 안되었다는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넘어서 대상화까지 하는 행위다. 청소년들이 코로나19를 거치며 많은 고민을 했고 그 고민으로부터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쉽게 말해 학생들도 매일 학교를 가다가 안 가게 되니 “학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될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학생들이 학교를 우습게 본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성세대들의 비관적 오판이다. 아이들은 학교 선생님을 여전히 좋아하고 사랑받고 싶어하며, 학교에서 기본교육을 받길 원한다. 부족한 부분은 학원에서 메꾸는 것에 대해도 별 불만이 없다. 성적은 대체로 상향 평준화되었다. 아이들은 학교와 지역이 더 자주 만나서 재미난 일을 꾸릴 수 있는 기회를 학교에서 제공해주길 바란다. 학교에서는 공부만 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학교는 더 이상 지식전달만의 장의 아니라 세상으로 나가는 교두보의 역할을 할 때가 되었으니까. 

내가 만났던 이 팀을 내가 몇 개월동안 계속 멘토링을 하게 될지는 모른다. 멘토는 재배치가 될 예정이다. 게다가 아이들은 한 번 모이는 것도 엄청나게 힘들다. 각자 사교육을 어느 정도 수행하고 있는지 정도가 다르고 아이들의 일과도 모두 다르다. 이 팀은 학년과 학교도 모두 제각각이었다. 다시 만나게 될 지 모르겠으나 이 팀에서 제시한 내용이 나는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내용이라고 봤다. 보다 다양한 세상을 꿈꾸고 있는 아이들을 만나게 되어 기뻤다. 어른들보다 훨씬 더 훌륭한 생각을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더 만들어내는 게 내가 할 일이겠다. 

안양동안청소년수련관 YOUTH아고라

안양시 청소년재단 산하의 동안청소년수련관은 청소년정책제안대회로 여성가족부의 후원을 받아 YOUTH아고라를 개최합니다. 이 사업은 청소년들이 일상생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정책을 제안하는 대회인데요. 5월모집을 시작으로 10월까지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입니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인지 예년보다 적은 수의 팀이 응모했습니다.

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청소년팀의 지역전문가멘토로 활동하게 됩니다.

이제 막 시작한 2021년 YOUTH아고라의 출발에 함께 하게 되어 기쁩니다. 청소년들이 더 발전적인 정책을 도출해낼 수 있도록 애써보겠습니다.

원광대학교HK플러스 함성인문학 출강

2021년 5월, 원광대학교HK플러스 함성인문학 프로그램에 스마트폰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출강했습니다. 2015년부터 민주시민교육의 미디어리터러시 강의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이 내용을 기반으로 하여 성인대상의 스마트폰사용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봤습니다.

본 강의는 https://youtu.be/nARCk4Qv-hY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안양공정무역협의회 리플렛 제작

2021년 공정무역 주간을 맞이하여 안양공정무역협의회의 리플렛을 제작했습니다.

문화공동체히응은 리플렛을 제작하면 견적가에 따라 모바일최적화 콘텐츠도 제공합니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안양공정무역협의회를 응원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숨어있으라 – 경기중부 아파트노동자협회

작년에 경기도 예산을 받아 조직해 만든 경기중부아파트노동자협회. 계약종료로 인한 일방해고. 또는 갑질문제로 쉴 새 없이 민원이 들어온다. 경기도노동권익센터가 있지만, 마을에서 일어난 해고문제는 한 번이라도 얼굴 본 사람, 또는 내 동료가 전해준 명함으로 전화하기 마련이다. 이 문제를 떠안은 안양군포의왕과천 비정규직센터(이하 센터) 는, 전체 회원들이 내는 회비 월 100만원가량으로 간신히 운영하고, 상근자 1명을 제외한 몇 명의 실무진이 움직이는데, 이 실무진은, 자발적 활동가라, 임금이 없다. 상근자 1명도, 어디 내놓을 만한 급여도 아닌데다가, 연일 외부출장에 내부 사무에 미안할 지경이다. 나는 급여 없는 실무진 중의 1명이지만, 업무 분담량이 제일 적다. 나는 대체로 서류 뒤에 숨어있고, 적어도 민원전화를 받지 않는다.

두어 달 전, 한 아파트단지에서 20여명의 경비원이 계약해지로 실질적 집단해고에 놓여 시위를 조직했는데, 그때 그만둔 사람들이 경비원으로 재취업이 안되고 있다. 용역업체들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했다). 경기중부 아파트노동자협회라는 게 있고, 그 사람들이 이런 일을 벌이고 있다고. 영유아보육기관이나, 병원 간호조무사나, 뭐 다 그렇게들 해오지 않았던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서 재취업을 막고 업계를 완전히 떠나게 만드는 일.

그 아파트의 경비노동자들 중 일부는 불성실했고, 지나치게 장기간 근무했고, 주민들에게 친절을 베풀지 않았다고 한다. 아파트주민들중 일부는 경비노동자를 응원했고, 일부는 외면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직업이 있고, 모든 사람이 그 직업에 충실한 역할을 다하면 좋겠지만, 타고난 기질로 인해, 또는 살아온 역사로 인해, 직업적 성취를 이루는 정도는 모두 다르다. 그렇다면 우리는 잘 하는 사람만 그 직업에 종사하도록 남겨두는 것이 온당한가. 나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어떤 이는 지능이 높지 않고, 어떤 이는 성실하게 사는 것이 매일 힘들고, 어떤 이는 제 잘난 체를 억누르는 게 도통 어렵다. 그렇다면 사회에서 요구하는 온순하고 친절하고 업무력도 높고 참고 견디며 더 많은 생명을 사랑할 자격을 갖춘 사람만을 직업군에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한가.

올해는 아파트의 청소미화노동자 조직사업을 센터에서 하기 시작했는데, 어떤 곳에서는 경비노동자가 미화원을 압박하는, 말하자면 갑을병정 중에, 을이 병을 누르고, 병이 정을 누르는, 갑질의 확장을 듣기도 한다. 쥐꼬리만한 권력이라도 있으면, 더 약한 자의 꼬리를 발로 밟고 몸통을 짓이기도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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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역은 이윤을 추구하려는 기업과 이윤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이 결탁해 만들어낸 시스템이다. 더 많이 가지려는 욕구를 더 많이 충족시키기 위해 끽 소리 하지 못하고, 서사가 없는 자들을 여러 계층의 인간으로 분류해서 무시해도 되는 인간, 무시하면 안되는 인간으로 구분짓고, 쓰고 버리고 취하고 밀어내는 일을 서로 반복해서 저지르는 것이다. 이것은 사적 영역에 속한지라, 공적 지원이 불가능하며, 정치적 개입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와, 이 문제가 공적 영역으로 넘어갔을 때, 세상의 한끗도 이해하지 못하는 공공의 종사자들이, 아는 체 좀 한다고 덤볐다가 일을 더 그르치기 십상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개입할 능력이 없어서 개입하지 않는다면.

정치는, 정부는, 대체 왜 존재하는가.

탐욕을 먹고 자라는 자본이 수없이 많은 살생을 저지르고, 인간멸시를 보편화 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면. 정치는, 사멸하는 것이 낫다. 그저 정글로 가는 편이 오히려, 정부가 말하는 예산을 줄이는데 더욱 도움이 될 것이며, 공공의 영역만큼 공공에서 말하는 “예산 먹는 하마”인 경우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약자가 모두 옳은가. 모두가 사회적 경제적 약자를 지지하고 응원해야 하는가. 약자도 누군가에게 강자가 된다. 바로 위에 언급한 경비원이 미화원에게 갑질하는 경우는 먹이사슬처럼 연속되기 때문이다. 약자기 때문에 보호해야 하고, 강자이기 때문에 양보하라고 할 수 없다. 누구도, 절대 강자가 아니고 누구도 절대 약자가 아니다. 인간에 대한 존중. 공동체에 대한 최소한 예의를 지켜야 그나마 계속해서 기울어지는 세상의 균형을 잡을 수 있을텐데, 그게 잘 안된다.

나는.

내 주변이 사람들이 잘 되고 행복해져야 나도 기분이 좋아지는데, 계속해서 불행과 불운을 바라봐야 한다. 이것이 고통스럽다. 무엇을 해도, 하루에 14시간씩 일하는 만큼, 세상이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역행한다는 것이, 나를 계속 괴롭힌다. 차라리 나혼자 잘 사는 것으로 행복하다 느끼는 사람이었다면 좋았겠다.

청소년 라이더의 억울한 사연을 읽고, 일자리를 잃은 자들의 한탄을 듣고, 아침 출근길에 제 몸의 다섯 배는 되는 폐지를 싣고 가는 노인을 보고, 고소고발 당한 택배노동자의 이야기를 듣고, 배기가스 가득한 지하주차장 구석에서 시멘트 가루와 밥을 비벼 먹는 미화노동자들이 이야기를 외면할 수 있었다면. 어쩌면 내 삶은 조금이라도 나아졌을까. 그랬을까. 정말 그랬을까.

사진은

지난 3월부터 현장 실태조사중인

안양 군포 의왕 과천 아파트 미화원들의 휴게공간이다.

학령기장애아동과 그 가족의 예술매개교육 성과 – 소셜워크 땡스맘

소셜워크 “땡스맘” 자문의견서

작성자 : 이하나

문화공동체 히응 / 지역교육네트워크 이룸 대표

2015년부터 시작한 땡스맘 프로그램은 장애인당사자와 장애인가족으로 구성된 바이올린 앙상블이다. 바이올린을 매개로 장애가족 간의 소통을 꾀하고 더 나아가 세상과의 소통을 추구한 이 공동체는 지난 5년간 주최측과 지도강사의 헌신으로 상당한 성과를 이뤄냈다고 평가한다.

이에 대해 본 자문위원은 지난 5년간 소셜워크 땡스맘을 지켜본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소셜워크의 땡스맘에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기술하고자 한다. 장애가족의 예술교육을 테마로 한 본 자문서에서는 소셜워크의 꿈다락 프로젝트를 “땡스맘”으로 칭하기로 한다.

  1. 장애인과 그 가족의 음악교육

땡스맘을 처음 열었을 때 교육수혜자 모집은 장애아동과 그 가족으로 한정했다. 2019년 장애통계연보를 살펴보면 다수의 장애아동이 중복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0세부터 17세까지의 장애아동은 통계에 잡힌 것만 72,618명에 이르는데 2018년 기준 전체 아동인구의 0.89%에 이른다. 이 통계대로라면 소셜워크가 주로 활동하는 안양지역의 장애아동은 약 752명에 이른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장애유형별 통계를 보면 중복장애를 고려하여 언어장애가 가장 많고, 그 뒤로 뇌병변과 자폐성 장애가 뒤를 잇는다. 땡스맘의 참여아동들도 다수가 자폐와 지적장애였으며 지체장애는 1명뿐이었다.

2019년 장애통계연보 / 한국장애인개발원 발행

안양지역은 타 지역에 비해 장애인복지를 책임질 수 있는 장애인종합복지관이 두 곳이 있다. 관악장애인종합복지관과 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이다. 또한 2018년 장애인종합지원센터를 개소해 장애인단체가 입주해 있어, 타 지역에 비해 사용자들로부터 장애복지지원이 잘 되는 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우수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타 지역이 워낙 형편없다는 상대적이며 주관적인 평가다. 장애아동을 보호하는 가정에서는 거주지 관할 지역에 편하게 다닐 수 있는 복지관이 있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보호를 받는다는 의식을 갖게 된다.

2019년 장애통계연보 / 한국장애인개발원 발행

또한 안양에는* 장애인부모들이 만든 사회적협동조합이 다수 포진해있다. 대표적으로 사회적협동조합 세잎클로버, 다누리장애통합사회적협동조합, 열손가락서로돌봄사회적협동조합, 희망터사회적협동조합을 꼽을 수 있다. 땡스맘 초창기 구성원은 위 협동조합과 장애인부모회, 각 복지관의 교차 이용자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돌봄을 추구한다. 각자의 사정으로 공동체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못하거나, 참여를 주저하기도 하지만 장애인복지지원에 관련된 정보는 대체로 잘 공유되는 편이다. 1기 모집에는 위 단체와 기관을 통해 장애부모들이 먼저 정보를 접하고 자녀들과 참여하게 되었다.

본 자문위원은 위에 열거한 각 기관, 단체를 통해 2013년부터 공통사업으로 생애사쓰기 등 글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장애부모들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 장애부모들이 자기 삶을 표현하는 생애사쓰기 프로그램에서 발견한 것은 여태까지 자녀들에게 행해온 교육이 대부분 훈련이었으며 비장애인과 비슷한 기능을 획득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비장애아동이 사교육을 통해 더 우월한 지적능력과 수학능력을 성취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면, 장애아동은 각종 복지프로그램과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비장애아동을 따라가려는 노력을 해 온 셈이다. 요컨대, 이들의 교육은 장애아동의 주체적 성격이나 그 특성을 존중하지 못하고 장애의 특성 자체를 소거하는 쪽으로 진행되어 왔다.

*2020년 충북문화재단에서 발간한 “장애인 예술 매개자 양성과정 결과자료집”에 따르면, ‘음악교육에 있어서 정확한 음을 내고 기능적인 면을 강조한 장애인 예술교육에 회의를 느낀다’ 거나, ‘장애의 특성을 완전히 배제한 훈련형 교육을 진행해 온 것이 장애인 예술교육의 문제점’ 이라고 지적한 참여자의 발언을 볼 수 있다. 지역에서 장애교육을 수행해 온 복지관의 담당복지사나 비장애인교육만을 전담했다가 장애인교육에 참여한 본 자문위원도 다수의 장애인대상 교육이 ‘비장애인처럼 되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쉽게 깨달을 수 있었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장애는 없애야 하는, 극복해야 하는, 그 정도를 줄여야 하는’것이라는 사상을 기반으로 하며 장애인 특유의 고유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장애아동은 비장애아동과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교육을 지원할 수 있으면 다양한 교육과 훈련을 받게 되는데 대부분 행동교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비장애아동과 동일한 기술을 습득하고 특별히 재능이 있는 경우 더 혹독한 훈련을 받기 마련이다.

실제로 본 자문위원이 만나본 20대 청년 자폐인의 경우 작곡과 악기연주에 재능이 있었다. 이를 인지한 보호자는 아동기에 음악학원을 보냈고, 그 음악학원에서 여러 차례 구타를 당하며 훈련했다고 고백했다. 이 청년은 자신이 재능이 있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으나 이런 경험으로 인해 음악훈련을 기피하게 되었다. 하지만 성인기에 접어들어 직업훈련에 집중하게 된 후에, 즉 보호자가 자녀에게 음악훈련을 중단한 뒤에서야, 음악을 즐기기 시작했다.

어떤 보호자는 ‘마치 동물을 훈련시키듯 아이를 훈련시켜왔다’는 고백을 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비장애인 보호자 입장에서는 장애를 가진 아이가 장애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비장애인과 유사한 생활의 기술을 갖춰야 하고, 생활의 기술을 획득하게 하려고 안간힘을 써 온 것이다.

2. 바이올린이라는 악기

음악을 취미로 삼아 연주기술을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악기는 피아노와 기타정도가 있다. 도시 곳곳에 있는 교습소의 영향이 크다. 건반악기의 경우 기본적인 음계를 알면 누구나 쉽게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인 요소이며, 기타는 현악기 중에서도 화음을 중심으로 쉽게 연주할 수 있어 단체모임에서 반주를 해낼 수 있다는 요인 때문으로 보인다. 이 두 악기는 종교집단과 청년층을 중심으로 1970년대 이후 한국사회에 보편적인 악기가 되었다. 그 외 *바이올린은 현악기 중에 가장 중심이 되는 악기이지만, 연주에 난이도가 있어 누구나 쉽게 접근하는 악기라 보긴 어렵다. 우선 소리를 내기 위해서도 20시간 이상의 훈련이 필요하고 바른 자세를 갖추고 양손을 사용하며 음계가 구분되어 있지 않고 손가락의 미묘한 위치에 따라 반응하기 때문에 초기 입문자에게는 건반악기보다 훨씬 어렵게 느껴진다.

소셜워크에서 땡스맘 프로그램에 바이올린을 선택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우선 악기를 구입하거나 휴대하기 간편하다. 교향곡에 쓰이는 대부분의 음계를 낼 수 있어 다양한 곡을 연주하기 좋다. 바이올린은 서양음악에서 가장 중심이 되고 기본이 되는 악기라 향후 발전가능성이 무한하다. 결정적으로 한국인들에게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는 ‘지니고만 있어도 근사해보이는’ 악기에 해당한다. 지금의 성인들에게는 접근성이 낮은 고급 악기라는 인식도 있다.

땡스맘에 참여한 장애아동과 그 가족들이 바이올린을 배운다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장애인이 바이올린도 할 수 있나, 어려운 악기가 아닌가?’ 하는 편견을 쉽게 드러냈다.

땡스맘에 참여한 장애가족은 다수가 어머니였다. 각 기수마다 1명 정도의 아버지가 참여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참여도는 현저히 떨어졌다. 비장애아동의 학교 활동에 아버지들의 참여도가 높아지는 추세에 비하면 상당히 보수적인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데 자녀의 돌봄이 어머니에게 한정되어 있다는 장애가족의 특수성도 반영한다. 2013년 ㈜이야기너머와 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이 공동수행한 ‘장애인과 장애인가족의 생애사쓰기’를 지켜본, 당시 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의 이형진관장은 “장애부모는 장애에 함몰되어 있다”고 표현한 바 있다. 장애아동을 둔 어머니들은 자녀를 임신하고 출산했다는 이유로 선천적 장애를 가진 자녀에 대해 원인 모를 죄책감에 평생 시달리며, 가족들로부터 쉽사리 냉대를 받는다. 자녀의 장애에 대한 책임이 모태에 있다는 사회적 편견과 장애아동을 비장애아동처럼 신체와 지능의 기능을 극대화시켜 사회에 안착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에 시달린다. 장애 자녀에 관한 돌봄이 우선되다보니 본인의 자기계발과 사회생활도 모두 장애자녀와 관련된 내용이다. 자녀가 장애판정을 받고 난 뒤에 본인의 이전의 삶은 완전히 소거되며, 오직 장애자녀의 돌봄전담자로 살아가게 된다. 가족공동체의 적극적 조력이 없으면 자녀에 대한 모든 책임은 어머니에게 귀결된다.

소셜워크에서는 장애가족의 참여를 원했으나 결국 자녀를 데리고 다녀야 하는 어머니들이 자녀를 교육시키기 위해 합류하게 된 셈이고 초기에는 ‘나는 배울 생각이 없고 아이만 배우면 된다’며 한 발 물러서는 어머니도 있었다.

소셜워크 땡스맘에 참여한 어머니들은 다수가 가정내에서 ‘당신이 바이올린을 배운다고?’라는 비호의적인 반응을 접했으며 이에 대해 때로 절망하고 화를 느끼기도 했다.

3. 예술이라는 매개교육과 매개자의 역할

소셜워크 땡스맘의 활동에서는 주강사의 역할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기획자가 설계한 것은 나아갈 방향과 행정적 지원이었고 프로그램과 구성원들은 주강사가 책임지고 이끌어왔다.

땡스맘의 주강사로 활동한 김혜영 씨는 경력 25년 이상의 바이올린 레슨 전문강사다. 2015년 처음으로 땡스맘 수업을 하면서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나들며 숙련된 강의 스킬을 선보였다. 그는 자문위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청소년기부터 종교단체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해 온 것과 다년간의 단체활동을 해 온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혜영 씨는 지적장애와 신체장애를 구분하지 않았고 장애와 비장애의 선을 긋지 않았다. 또한 장애교육에 대해 특별한 교수법을 배운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장애아동의 개별적 특성을 인지하고 그에 맞춘 교육을 실행해왔다.

본 자문위원이 5년 넘게 김혜영 씨의 교수법을 지켜봤을 때 김혜영 씨의 교수법은 오히려 특수교육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발휘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의 교육은 장애아동을 장애의 틀에 가두지 않고 신체장애와 지적장애를 구분하지 않았다. 자폐아동은 지적장애나 언어장애의 복합장애가 있는데 각자의 언어가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음악으로 소통하고자 했다. 자폐정도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은 달랐지만 장애여부를 떠나 미추에 대한 구분은 동일했고, 아름다운 소리와 그렇지 않은 소리는 똑같이 받아들였다. 더러 자폐아동 중에 소리에 매우 예민하고 새로운 자극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도 있으나 땡스맘에 참여한 아동들은 연주가 매끄럽지 않은 소리에도 크게 스트레스를 표하지 않았다. 바이올린 소리에 예민해지면 아동들은 참여를 잠정 중단할 수 있었다.

땡스맘에 참여한 장애아동들은 수업권을 보장받았다. 장애여부를 떠나 본인이 연습을 더 하고 싶으면 하고, 하고 싶지 않을 때는 쉬는 것이 가능했다. 두 명의 바이올린 교사가 많게는 20여 명을 한 번에 가르쳐야 하다 보니 시간 공백이 생겼다. 이렇게 비는 시간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더 도움이 되었다.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연주를 지켜보거나 때로 재충전을 하면서 다시 연습을 할 욕구를 일으키기도 했다. 여러 명이 함께 상호작용을 하니 타인의 연주를 듣고 모방하거나 자기연주와 비교하기도 했다. 정확하게 분할된 시간이 아니라 느슨하게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장애아동들은 무럭무럭 성장했다. 이는 비장애아동의 교습에도 동일하게 작용한다. 5년을 거쳐 학령기를 지나 성인기에 접어든 참여자도 있으며 바이올린 연주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무대에 오르는 일에도 익숙해졌다.

아동들은 어머니와 함께 바이올린을 통해 동등한 관계를 수립하기도 했다. 장애아동과 그 어머니의 관계는 언제나 어머니가 주도하고 이끌어가고 지시하는 구조였다면 두 사람이 동등한 수준에서 시작하는 바이올린 교습은 두 사람 모두 같은 선에서 시작해 비슷하게 성장했다. 물론 3년을 넘어서자 어머니들의 실력이 더 성장했으나 아이들도 바이올린과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 일방적으로 지시하거나 지도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땡스맘은 매년 발표회를 갖는 것 뿐 아니라 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에 연주자로 참여할 기회도 얻었다. 소셜워크와 지역의 연대단체들이 자리를 마련했고, 강사주도로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어 연주기회를 확장했다. 장애아동과 그 가족이 바이올린을 배우고 연주한다는 것은 지역사회에 적지 않은 감동과 파동을 일으켰으며 땡스맘 구성원들은 무대위에서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으며 응원과 지지를 확인해 감동을 느끼고 자존감을 회복했다. 회차를 거듭하며 다양한 레퍼토리를 준비하게 되었고 연주실력도 향상되었다. 땡스맘 구성원들은 이제 주말시간은 당연히 땡스맘 프로그램을 하는 날로 인지하고 있으며 참여도도 상당히 높다. 매주 만나다 보니 구성원들의 친목도 좋아지고 함께 아이를 키우는 공동체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참여자들의 연령대와 아이들의 나이가 모두 다른데, 장애아동의 성장기, 사춘기를 거치게 되는 과정을 공유하며 서로 공감하고 연대하고 있다.

4. 장애가족의 자조모임과 독립

땡스맘은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아르코문화예술재단의 꿈다락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간에 1년 지원이 끊어졌을 때는 소셜워크의 자부담으로 프로그램을 지속했다. 구성원들은 땡스맘을 그만 둘 생각이 없으나 그에 대한 자립의식은 매우 희박하다.

이들은 자립에 대한 인지는 있으나 여력이 부족하다고 자평한다.

특히 학령기 아동을 둔 장애가족은 아이을 돌보는 일에 모든 시간을 할애한다. 별도의 모임을 자립적으로 구성하거나 이끌기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땡스맘 참여자 중에는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자조모임을 구성하려면 경제적 재원을 마련하고 공동체의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 작업에 헌신할 여력을 갖춘 구성원은 없는 셈이다.

장애가족이 장애자녀로 인해 갖게 된 죄책감은 여러 형태로 발현된다. 이들은 지속적인 지원에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감정을 다소 갖고 있다. 어딘가 의존해야 한다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절망, 고마움, 부채의식이 교차한다.

땡스맘 구성원은 인터뷰를 통해 ‘여기 나와야 숨이 트이는 느낌’이라고도 한다. 이들에게 자조모임을 만들어 나가라는 요구는 또 하나의 책무를 던지는 셈이 된다.

장애인부모회의 임원은 본 사안에 대해 ‘학령기 아동을 둔 장애아동부모가 자립자조모임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단언했다. 개인의 사생활도 챙기기 어려운 마당에 별도의 활동을 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모임을 구성하려면 적어도 아이들이 자라 성인기에 접어들어 비중증 장애아동이 직업훈련이 가능해져야 한다고 못박았다.

안양지역의 특수성으로 복지관이 둘이나 있고 지역 연대조직도 많이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부모는 자녀와 분리된 생활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회전반에 걸친 문제로 사회 전체가 함께 장애아동을 키우는 단계에 접어들어야 장애부모의 개인적 독립이 가능할 것이다.

장애가족이 자조모임을 더 많이 만들게 되면 장애인의 개별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테고 그것이 곧 구별짓지 않은 평등한 교육풍토를 만들어 낼 것인데 안타까운 현실이 이를 가로막는다.

5. 땡스맘이 보여주는 세상과 나아갈 방향

2015년부터 시작한 땡스맘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수행단체와 전담 강사의 헌신과 노력이 크다. 참여자들의 인내도 공동체를 지속하는데 큰 동력이 되었다. 성과가 쉽게 나지 않은 악기연주였으나 어떤 성취도를 꼭 이뤄내야 하는 과제해결부담은 덜했던 것이 그 원인이라 볼 수 있다.

땡스맘은 경제적, 사회적 기준에서 ‘무용한 것을 계속 해나가는’ 예술의 힘으로 긴 시간을 함께 했다. 예술은 쓸모 있어지는 순간 프로파간다로 전락되기 쉽다. 예술교육의 힘은 바로 무용해보이는 일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탐미의 본성을 일깨우고 그로 인해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땡스맘은 일면 이 부분에 대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지원사업에 의존하고 있는 땡스맘에 향후 어떤 형태의 모임을 지속하고 예술교육을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와 컨설팅이 필요하다.

공기관의 공모사업은 대부분 지원이 목적이며, 자립하여 새로운 공동체를 확장해 나가야 한다. 예산을 한정없이 지원할 경우 특정단체 몰아주기나 의존적 조직 동원이라는 의혹에 휩싸이기 쉽기 때문에 대부분 특정기간이 지나면 지원을 중단하는 일몰형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앞서 기술했듯 장애아동의 가족으로 구성된 특수성과, 사회전반에 걸친 돌봄연대체의 부재로 인해 땡스맘은 일반적 지원사업의 구조에 편승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바이올린 실력과 구성원들의 자존감은 향상되었더라도 이 구조로 언제까지 프로그램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구성원들도 동일한 형태로 계속 프로그램의 수혜자로만 남게 되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6년간의 운영을 마친 땡스맘은 이제 두 번째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공공의 지원, 또한 그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예술을 매개로 한 여타의 장애인당사자와 그 가족의 동아리 모임과 비교연구하면 향후 장애문화예술교육의 모델링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개인의 헌신으로 지속되는 공동체 모델이 5년을 넘어갈 경우 헌신한 개인의 희생을 공동체가 보상할 수도 없게 된다. 예술을 매개로 하는 장애교육에서 매뉴얼이 가능한가, 장애통합교육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등, 땡스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궁무진하다.

따라서 본 자문위원은 2021년에는 땡스맘의 지속가능성, 확장성을 위해 체계적 연구과정을 꼭 수행하고 이를 발표해 장애예술교육계와 연대연구하고 발전방향을 모색하길 권한다.

2021년 1월 작성

자문위원 이하나 (문화공동체 히응, 지역교육네트워크 이룸 대표)

2012년부터 지역에서 교육문화활동을 시작했으며, 2013~2014년 ㈜이야기너머의 기획이사로 재임할 때 ‘장애인과 그 가족의 생애사쓰기 프로그램’으로 장애계에 첫 발을 들였다. 2015년부터 소셜워크 땡스맘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개인적으로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고 간헐적으로 땡스맘의 객원연주자로 공연무대에 합류한다. 2019년 충북예술재단의 장애인문화예술지원사업 지역 문화예술 특성화 지원사업에 출강한 바 있으며, 2018년~2019년에는 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청년발달장애인생애사쓰기 프로그램을, 2020년에는 발달장애 작가모임인 사단법인 로아트의 임원진 생애사쓰기를 진행했다.

시민단체인 지역교육네트워크 이룸에서 수년간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해왔고, 전문집필노동자, 문화예술교육기획자로 <포기하지 않아 지구(2019, 빨간소금)>, <태안환경보건센터 12주년 백서(2020, 환경부)>, <코로나팬데믹과 한국의 길(2020, 창비, 공저)>,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2020, 교육공동체 벗, 공저)>등을 썼다.

*안양지역의 장애부모 공동체 형성 과정에서 시청의 담당자가 협동조합 인큐베이팅을 매우 잘 해냈다는 후기가 있다.

*2020년 장애인문화예술지원사업 지역 문화예술 특성화 지원사업 결과자료집 : 충북문화재단과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발행

*오케스트라의 음을 조절할 때 피아노가 아닌 바이올린의 음을 기본으로 하며, 수석바이올리니스트는 악단의 대표자 역할을 한다.

생쇼1기 – 생애사쓰기 과정 순항중

생쇼 1기 생애사쓰기 온라인강좌는 목표한 인원을 다 채워 총 11명이 참가했습니다.

1강에서는 전반적인 생애사쓰기의 의의와 우리가 생애사를 쓰면서 고민해봐야 할 지점에 대해 이야기했고

2강에서는 사례를 통해 다양한 서사기법에 대해서 이야기 나눴습니다.

오늘은 세 번째 강의가 있습니다.

이번에 다른 일정 때문에 수업참여가 어려운 분들을 위해 하반기에도 강좌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열심으로 참여하시는 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