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빌러비드 – 토니 모리슨

1992년에 출간된 토니모리슨의 “재즈”는 읽은 기억만 있다. 내용도 잘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랫동안 사놓고 못 읽은 책 중의 하나다. 빌러비드. 영어원제인 Beloved를 발음 그대로 한글로 적었다. 사랑받는 이.
사전정보를 전혀 알아보지 않고 무작정 읽으니 소설의 시작이 어려웠다.
인종차별에 대한 현대소설일 것이라 생각했다. 인종차별에 대한 현대소설은 맞지만, 서술방식이 낯설었다. 현실과 몽환을 넘나드는 전설 같은 이야기였고 시대적 배경은 노예제도가 남아있던 1800년대 후반이다.

노예제도라는 것은 나에겐 추상적인 것이다. 조선을 묘사한 문화콘텐츠에서 보여주는 귀족 아닌 자들의 삶을 묘사한 정도의 연장선일 거라 어렴풋이 생각하지, 그걸 구체적으로 상상해보진 못했다. 빌러비드에서는 흑인들이 단지 피부색 때문에 노예로 살면서 겪어야 했던 생활이 묘사되어 있다.
이름은 A B C D로 짓기도 한다. 폴 에이, 폴 비, 폴 디, 폴 에프.
자식을 낳으면 팔려가고, 새끼를 낳으라고 ‘교미’를 당하기도 하는. 구체적으로 상상해본 적 없는 비참.

비참하고도 비통한 세상에서 어떤 선택을 했던 마가릿 가너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어온 이 소설은, 손에 잡으면 중단하기 어렵지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끔찍한 이야기때문에 미간을 찌푸려야 한다. 그렇다고 눈물이 터지진 않는다.
그 이유는 아마 토니 모리슨이 했다는 이야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역시 사람일 뿐입니다. … 글로 쓰기엔 분노는 너무 시시하고 연민은 너무 질척거리는 감정입니다.”

시공간을 넘나들지만 호흡을 잘 따라가면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나는 이것이 출몰하는 우리의 과거, 그리고 그녀의 과거가 되길 바랐습니다. 과거, 유령처럼 불쑥불쑥 찾아오는 과거 말이죠. 기억은 결코 우리를 떠나지 않는 법입니다. 그것과 정면으로 부딪쳐 돌파해나가기 전에는.”

노예농장에서 탈출하는 폴 디에게, 체로키 인디언이 방향을 가르쳐주는 문단을 여러 번 다시 읽었다.
“꽃나무를 따라가시오. 꽃이 피는 나무만 따라가시오. 꽃이 지면 떠나시오. 꽃이 모두 지면, 원하는 곳에 이르게 될거요.”

꽃이 피는 나무를 따라가면 북쪽에 다다른다. 18년간 도망자로 살아야했던 폴디와, 자식을 노예졔에서 끊어내기 위한 결단을 했던 세서와 같은 수많은 비통한 인간들의 삶이.
언젠간 모두 과거가 되길.

빌러비드 / 토니모리슨 / 최인자 옮김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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