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지 않는 아이들을 길러야 한다 – 경기도 민주시민교육

교육청 주관으로 민주시민교육 교과서연구와 활용방안에 대한 교원연수를 진행중이다.

오늘은 관내 모 중학교 교원연수를 진행했다.
중학교는 연수 시작 가능시간이 3시 30분이후인데 퇴근이 4시 40분이라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게 좋다.
사전에 학교측에서 2시간 꽉 채워 해달라는 경우도 있겠으나 퇴근시간이 중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건 학교 분위기에 따라 판단한다.
학교 분위기는 섭외를 담당한 교사의 태도와 연수장소에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선생님들의 태도에서 한 방에 느낄 수 있다.
어떤 학교는 2시간이 넘어도 무관하다는 분위기가 있고 어떤 학교는 어찌 되었든 시간은 지켜줬으면 좋겠다는 경우도 있다.
아무튼 나는 퇴근시간을 꼭 초과해서라도 진행할 생각은 없다. 그건 받아가는 사람들의 몫이니까.
민주시민교육 교원연수는
협의체가 구성된 과정을 학교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이며 10개에 걸친 전문분야를 현직교사들이 교육현장에서 어떤 방법으로 적용할까를 먼저 말한다.
민주시민교육 교과서는 경기도교육청에서 집필했는데 그 분야가 초등의 경우, 자치, 선거, 평화, 인권, 다양성, 노동, 미디어, 연대, 정의, 안전으로 되어 있고
중학교의 경우 시민, 민주주의, 선거, 자유, 평등, 연대, 복지, 노동, 경제, 미디어, 다문화, 평화로 구성되었다. 중학교가 분야 분류어가 조금 더 관념적이다. 고등학교까지 이어지는 교과내용은 학력에 따라 계속 심층적으로 무거워진다.
한 가지 분야를 심층적으로 파고 드는 것도 쉽지 않은데 한 명의 교사가 전 분야를 섭렵하는 건 내 판단엔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 분야 중 자신있는 것을 선택하고 교내에서 연구모임을 만들어 각 년간 순차적으로 적용해보길 권한다.
교과서 구성과 교과서 집필의도, 교육현장에서의 추구할 목적을 얘기하다가 내가 몰아가는 핵심주제는 “학교는 민주적인가”, 그리고 “나는 민주적인가”이다.
이 교과는 결론을 낼 필요 없고, 내지 않는 것이 좋다.
교사가 가르치려 들지 말 것,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에 충실할 것,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만들어 아이들이 모두 고르게 의견을 말할 수 있게 하되 정답이 없다는 걸 염두에 두고 교사 먼저 틀을 깨서 자유롭고 여유있게 진행하도록 해달라는 것이 내가 진행하는 연수의 요점이다.
오늘 수업을 진행한 학교는 중산층 이상의 주민이 모여 사는 곳인데 실제 수업을 적용해 본 한 교사는 노동의 경우 아이들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대신 경제 분야에서 윤리적 소비, 공정무역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조금 더 수월했다고 전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 지역의 아이들은 본인들의 노동 효용성에 대해 아직 절감하지 못하며 소비를 더 가깝게 느낀다는 얘기가 된다. 이것은 우치다 타다루 선생의 “하류지향”에서 말하는 논점과 일치한다.
최근 박근혜게이트와 촛불집회로 인해 민주시민교육은 더없이 좋은 시기를 만났다. 학교에서 서슴없이 정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이 열린 것이다. 이는 정치가 아니라 정상과 비정상의 문제이며, 헌법과 대한민국 존립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의 교사들은 언제나 이 문제를 언급하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뒷감당에 자신 있느냐가 문제가 된다. 학부모의 민원제기, 교육청이 비협조적이거나, 학교가 민주주의를 거론하는 것을 불편해 한다면 그 학교의 아이들은 “노동”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못한 채 졸업을 해야 한다.
오늘 연수가 끝나고 어려운 점을 들어봤다.
한 선생님은, 자기가 가르친 아이들이 이제 20대 중반이 되었는데 모두가 비정규직이 되었다. 왜 아이들의 미래가 그렇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로 인해 오는 현실과의 괴리감이 너무 큰데 어떻게 사회참여를 할 수 있을지, 자기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했다.
두 번째 선생님은, 사회교과담당인데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전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을 어디까지 개입해서 전할 수 있느냐가 늘 고민이라고 했다. 말하자면 자꾸 자기 검열에 걸려 넘어진다는 것이다.
다른 선생님은, 촛불집회 참여하는 것도 좋은 공부라고 얘기했다가 민원제기를 받았다고 했다. 민원은 학부모로부터 온 게 아니라 아이가 불만스러워한다고 부모의 입을 빌려 들어온 것이며, 중산층 이상, 고학력자가 사는 마을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솔직히 잘 이해가 안된다고 전했다.
나는 잦은 토론, 싸워보고 화해해보고 대면해서 말로 갈등을 풀어본 경험이 적은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적어도 이 교과를 최대한 활용해서 교실내 민주주의를 먼저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는데, 사실 중학교에서 이런 도전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대신 허망한 토론에 그치지 말고 실제로 학교에서 자치회에 적용을 시키거나 아이들이 의견을 모아 학생회에 안건을 상정하고 교사들과 협의를 하여 교칙을 바꿔나가는 성공의 경험을 안겨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 해 해결하지 못한 것은, 다음해에 후배들이 해결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가이드가 되어주시면 된다고 강조했다.
노동이나 인권에 대한 이야기, 선거와 정당, 정치이야기를 했을 때 자기검열에 걸려 넘어지는 선생님들에게도 방패가 생겼다. 그게 바로 경기도교육청의 더불어 사는 민주 시민 교과서인 셈이다. 교과서 안에 이미 노동3권에 대한 명시가 분명히 되어 있고 노사교섭에 대한 토론, 모의 정당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교과내용을 진행한 것으로 뒷감당을 해결할 수 있다. 또한 민원을 받은 교사의 경우도 경기도교육청에서 내려온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지침이 있기 때문에 교사들이 더 힘을 받아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을 현장에서 진행할 수 있다.
가는 곳마다 선생님들의 의견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이 시기에 대한 절망감이 엄청나고, 교실 안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수많은 의견에 선생님들이 당황할 지경이다.
일례로 한 선생님이 “촛불집회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라고 했을 때 아이들은 주저하지 않고 “인성쓰레기” 라는 단어를 뱉으며, 이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는 것이다. 유사이래, 전국민이 지금 이것은 아니라고 외치는 기회, 학교 현장에서도 민주주의에 대한 장을 넓게 펼칠 수 있다.
민주주의가 뭔지 단 한 번도 성찰해 보지 않은 자가 오천만과 싸우고 있다. 학교 안에서 사회적경제와, 주거복지, 조선일보와 경향신문을 비교해서 볼 수 있는 교육이 좀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박근혜가 그 길을 크게 열어주었다. 끝까지 싸워 이겨야 할 필요는 보탤 필요가 없다.
지금 우리의 아이들은 바다를 보고, 배를 볼 때마다 세월호를 떠올리며, 내가 수학여행을 가서 살아돌아올 수 있을까 궁금해한다.
이 아이들이 커서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 말할 것이다. 그때 우리가 교실에서 대통령을 욕하기 시작했고 엄마 아빠를 따라 광장에 나가 촛불을 들었다고. 그런 시절이 있었다고 민주주의는 싸워서 이기는 것이라고 또렷하게 기억한다고 말하게 될 것이다.
어른들이 할 일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는 일이다. 중년이 넘어서는 청년들을 가르치려 들지 말고 듣고 따를 일이다.
세월호 이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가만히 있지 않는 아이들”을 길러내는 일이다.
2016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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