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이 많아서 곤란하다

산불 대응을 하던 울산시장의 인터뷰 발언은 이렇다.

“투입되는 공무원은 한계가 있고 또 요즘은 여직원들이 굉장히 많아서, 이 악산에 투입하기가 그렇게 간단치가 않은데. 특히 또 우리 해병대에서도 병력을 500명을 보내주셔서 우리 젊은 군인들이 잔불 정리하기에는 굉장히 용이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두 가지다.

1. 여직원은 악산에 투입하기 어렵다.

2. 해병대 젊은 군인들이 화재진압에 용이하다.

공직사회는 성평등문제가 점진적으로 해결되어가는 모양새다. 여직원들도 많아졌고, 여직원이 커피를 타는 일도 없어졌으며, 남녀모두 육아휴직을 쓸 수 있고, 여성들도 승진을 잘 한다. 모든 정부기관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지자체는 여성국장, 여성구청장, 여성의장도 있지만 어느 지자체는 2024년에 최초로 여성국장이 등장하기도 했다. 아직 지역별 성별격차는 판이하다.

언젠가 공무원 출신인 “여직원이 많아 업무에 어려움이 있다”길래 한 번 물어봤다. 뭐가 불편하냐고.

출장을 가도 방을 두 개를 잡아야 하고, 숙직도 못 시킨다고 했다.

나는 남성직원과 같이 가도 방을 두 개를 잡는 것이 맞다고 대답했다. 가능하다면, 잠을 자고 씻고 화장실을 써야 하는데, 은밀한 사생활이 공유되는 출장지의 숙소에서 상사와 같은 방을 쓰고 싶은 직원은 남녀무관하게 없을 것이다. 그러자 그는 “그래 그건 그런데 숙직을 못 시키잖아.”라고 했다.

나는 “왜 숙직을 못 시키죠?” 라고 되물었다. 그는 “위험하니까”라고 대답했다. “왜 여자 혼자 숙직을 하면 위험할까요?” 라고 또 물었다.

“그거야 뭐 이상한 놈들이 올 수도 있고.”

“그렇죠. 이상한 놈들이 올 수도 있고. 이상한 놈들이 와도 별 일이 없으며 숙직에 문제가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상한 놈들이 뭐 기관 밖에서 담타고 들어옵니까? 담 안에 있다는 거 아니예요? 그러면 이상한 놈들이 담 안에 없으면 해결되는 문제 아닌가요?”

그날 대화는 내가 좀 따져묻긴 했지만 말의 속도를 조절했고 분위기가 차가워지지 않을만큼 적당히 술이 돌은 터라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는 아무튼 여직원이 점점 많아지는데 앞으로 여직원이 50%를 넘어가고 80%도 넘어가게 될 거 같다며 그렇게 되면 여러가지 어려움이 생길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왜 여직원이 점점 많아지느냐에 대해서 생각해봤냐고 물었다. “그야 여자들이 일하기 편하니까.” 라고 했다.

“여자들이 일하기 편하다. 그럼 남자들은 왜 공직에 안 들어오죠?”

그는 “그야 급여가 적으니까. 이거 가지고 가장 노릇 못해.” 라고 했다. 급여가 적은데 여성들은 진입하고 남성들은 기피하는 이유가 뭐겠는가.

여성들은 그나마 기업을 비롯한 비공직 사회에 비해 성폭력 위험에서 안전하고 육아휴직등 복지를 보장받을 수 있으며 장기간 근속이 가능한 직장을 택하는 것이다. 기혼의 남성들은 육아휴직을 포함한 복지를 포기해도 사는 데 대체자가 있기 때문에 별 지장이 없고, 성폭행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보편적인 여성보다 낮으며, 여성에 비해 이직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여성들이 직장을 선택하는데 고려할 조건을 포기하고 리스크가 있더라도 급여를 더 주는 쪽을 찾는 것이다. “이거 가지고 가장을 못한다”는 말은 남성이 더 벌어야 하는 가부장을 뒷받침하는 근거이며 이 사회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는거다.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러니까, 사회가 전반적으로 같이 변화해서 여성들이 어디에서든 성폭력 위험없이 일할 수 있고, 육아휴직도 쓸 수 있고, 승진도 잘 할 수 있는 직장이 늘어나고, 공무원 급여도 오르고, 여자나 남자가 일한만큼 승진쭉쭉해서 벌이도 비슷해지면, 남성여성 상관없이 골고루 들어올 수 있지 않겠어요? 교사도 여성비율이 너무 높잖아요. 그게 다 사회에 원인이 있어요.”

그는 내 말에 크게 반박하지 않았다. 아마 그럴 만한 자리가 아니어서 내 말이 별로 맘에 들지 않아도 그냥 넘어갔을거다.

나이든 사람들이 울산시장처럼 말하는 건 여전히 흔하디 흔한 일이다. 정수기물통 하나 못 갈아끼워서 여직원이 곤란한 게 아니고 정수기 물통이 쓸데없이 큰거다. 남자라고 그게 매번 쉽나.

이번 울산시장의 말중에, 해병대, 젊은 남성, 용이하다라는 단어가 연결되는 게 더 불쾌하다. 사람한테 저런 단어는 좀 쓰지 말지. 도움이 많이 되겠습니다, 라는 말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해병대 도움을 받기 전에 울산시에서는 무슨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먼저 살펴보는 게 어떻겠나.

울산시장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아직도 도처에 골목 곳곳에 어디 책상머리에 잔뜩 묻어있는 게을러빠진 사상일 뿐이다.

아직도 여성이 많아서 곤란하고 어쩌고 하는 생각머리는, 그냥 게으른거다.

2025.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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