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넷

마흔 넷.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많이 버렸다.
나에게 장애물이었던 것들, 내가 사랑하지 않는 것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

서른 살무렵부터 빨리 늙고 싶었다.

나이를 먹으면 사는 게 편해질거란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어쩌면 지금이 제일 좋은 시기일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다시 힘들어질 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 삶은 몇 년째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더 이상 등짐을 진 당나귀 같은 삶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그건 내가 간절히 원했기 때문일 것이다.
문경새재를 넘어오며 골짜기 깊이 파고드는 땅과 비구름을 뿌리는 하늘을 보며, 이제 다시 산을 좋아하긴 어렵다는 걸 알았다.

나는 여전히 너무 많은 걸 사랑하고 있지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 때문에 괴롭던 시절이 있다. 그게 나에겐 청춘이었던 것 같다. 한 소설가의 문장을 읽으며 명치가 뜨거워졌다. 한때 모든 것을 상징으로 읽고 깨달으려 노력한 적 있다. 지금은 그저 있는 그대로를 본다. 노력하지 않는다. 잘 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칭찬받으려고 눈치를 살피지 않는다. 마흔 넷에 이 정도 인간이 되었으면 내 깜냥에 알맞다 생각한다. 모자라도 어쩔 수 없다.

이대로 10년쯤 살다가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불쾌한 것에 화를 내고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점점 편안해진다. 아마 점점 괴팍해질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방도는 없을 것이다. 이제사 인간이 뭔지 알아채기 시작했다. 자고 일어나면 나는 다시 업무모드로 돌아간다. 많은 것을 잊은 척 할 것이다.

2018년 5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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