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돌산

돌봐야 할 것들이 없다면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스케줄이 없다면 다음 스케줄이 있는 때까지라도
한없이 돌아다닐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해서

아직 나는 여기 저기 매인 게 많고 소속된 게 많고 맘껏 떠나기에 뿌리를 너무 많이 뻗어버려서.

가끔 지나간 사진을 들춰 본다.

여수 돌산의 작은 마을은
정말 사람이 안 사는 것처럼 고요하기 그지 없었다.
관광+낚시를 활성화하고자 전략을 세운 것 같았으나 그날은 토요일인데도 쥐죽은 듯 고요했다. 항구를 지키고 있던 개가 목줄에 묶여서 몇 번 짖어댔을 뿐. 작은 항구가 있는 마을엔 가끔 개집이 하나 놓여있고 거기에 누가 키우는지 모르는 세상 단 한마리의 개가 있곤 하다.

나는 왜 도시에서 태어나 빙빙 돌다 바닷가 남의 동네에 와서 기웃거리고 사나. 어촌에서 태어나 고기를 낚는 아버지와 물질을 하는 어머니 밑에서 태어났다면 나는 어디쯤에서 또 헤매고 있을까.

떠나오면 어디든 그리운 법.
헤세는 고향은 실체가 없는 것이라 했다.
고향은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도 있다.

– 18년 3월 3일 여수 돌산 성두낚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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