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란 무엇인가

1시간짜리 장애인권교육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나.


지금의 청소년들은 어릴 때부터 주구장창 인권교육을 들어왔다.
새로울 게 없는 교육이라면 균열을 일으켜야 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왜 분류하고 왜 등급을 매기는가. 그게 왜 시작되었을까.
우리는 쓸모없는 사람이라 분리하고 격리해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맙게도 네트워크 단체인 안양나눔여성회의 활동가가 마련해준 교안과 활동지를 기반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먼저 “장애는 —- 이다”라는 정의를 적어보게 했고, 나나 나의 가족이 장애를 입는다면 무엇이 걱정되느냐는 질문에 칸을 채우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선천적 장애가 20~30% 정도 될 거라고 예측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장애를 입게 되면 타인의 시선이 두렵다는 말이 가장 많았다. 대한민국 통계에 의하면 선천적 장애는 1%에 못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2021년 0세에서 장애로 등록된 경우는 28명이다. 총 출생아 2,644,700에 비한다면 0.001%다. 늦게 발견되는 경우, 영유아때 사고를 고려해서 10세 미만으로 통계를 잡아도 1.2% 정도다.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없는 정도의 기형과 유전자 이상은 태아감별에서 걸러지는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겠다.
청소년들이 장애에 대해 가장 두려운 것이 “시선”이라는 건 다소 놀라운 일이었다. 성인인 나에겐 “생계”지만.
딱 45분 만나는 중학생들에게 장애인권을 이야기하며 다수 내가 경험한 이야기를 녹였다. 수리장애인복지관을 드나들며 확장된 나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적어도 나는 장애인복지관을 드나들며 엄청난 것들을 배웠다고 자부한다. 가족 모두가 상당히 신체건강한 편으로 비장애인의 삶을 살아온 내가 관절염을 일찍 앓고 노화를 경험한 것도 내 시야를 넓히는데 큰 보탬이 되었다.
장애인권이 중요하다는 얘기, 그 뿐이겠나. 장애인권은 결국 모든 인간에 대한 인권감수성이다. 장애인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것은 혐오의 피라미드 아래에 있다. 그 다음은 어린이, 그 다음은 노인, 청소년, 여성, 모두가 혐오의 대상이다.
중학생들에게 1시간짜리 장애인권교육은 그저 때우는 시간일 수 있다. 작정하고 자는 아이들도 있고, 기말고사를 준비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 중에 두 명의 청소년이 “장애는 조금 다른 몸”이라고 쓴 것과 “장애는 또 다른 가능성”이라고 쓴 문구에 울컥하며, 오늘도 망해가는 헬조선에서 부실한 무릎을 바르게 세워 이런 저런 썰을 푸는 것이다.

#장애인권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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