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에 대한 이야기

지난 2주 정도, 페이스북 때문에 상당히 불쾌했던 것 중 하나는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당선자에 대한 사실이나 보도보다, 페이스북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말이었다.

#1

여러 가지 이야기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했으니까, 굳이 나까지 말을 보태고 싶지 않다. 폭로전, 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 폭로전의 초기에는 정제하지 않는 포스팅도 올렸다. 그 이후에는 천천히 가라앉는 나를 봤다. 그리고 작년 오늘의 페이스북 포스팅을 다시 살피는데 다음과 같은 글이 있었다.

“‘혁신교육 1기부터 경기도 내 전 지역이 지역과 교육지원청+학교를 연결하려는, 마을과 학교 연계의 움직임이 있었고 성공한 곳도 있었지만 모두 실패한 것으로 안다. 지금은 그 끈이 모두 끊어졌다. 현재 민간과 교육지원청이 유연하게 진짜로 연결된 곳은 유일하게 안양뿐이다. 자랑스러운 일이고 이걸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국장의 노고다.’ 라는 지역 선배의 말을 들었다. 단 한마디에 5년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 전에 눈물을 좀 흘려야겠다.”

#2.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펴낸 만화를 저녁 내내 봤다. 눈물을 조금 흘렸다.
오늘도 나는 회의를 했다. 6월부터 시작해야 할 일들이 있다. 민주주의와 시민성이 무엇인지 알리는 컨텐츠를 만드는 것이 주된 나의 역할이다. 때로는 분담하고 때로는 전담한다. 때로는 그 일로 돈을 벌기도 하는데, 인건비에 준하지, 수익이라고 보긴 어렵다.

오늘도 윤미향이 29년간 시민단체를 운영하며 현금으로 집을 샀고, 전세 1500에서 시작해 자동차를 두 대 굴리고 수억 원대의 집을 가지고 있으니 수지맞는 장사라는 글을 페이스북에서 봤다. 얼마 전 페친을 끊은 한 사람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공교롭게도, 윤미향의 재산증식에 대해서 말하는 두 사람은 자기 소유의 집이 있다는 걸, 내가 쓸데없이 알고 있다는 것이다.

#3.

2012년, 얼떨결에 이 판에 들어온 건, 완전히 이 판에 진입한 것도 아니고, 발 하나 걸친 상태로 기웃거렸다. 그 이후 2020년 지금에 이르기까지, 나는 이 일을 하면서 가정불화를 겪었고, 이혼을 했고, 독립했고, 위자료를 받아 독립기반을 마련했다. 시민단체 활동가이면서, 시민단체와 공공기관에 내가 가장 잘 아는 분야인 시민교육과 공익활동에 대한 컨텐츠를 제작하고 제공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었다. 금액이 큰 것도 있었지만 오래된 내 페친들은 알다시피, 가을부터 겨울까지 나는 하루에 서너 시간 정도 자면서 일을 해야 내 생계를 꾸려나갈 비용을 번다.
내가 하는 일 중에 인건비가 가장 헐 한 것은 시민교육 분야의 학교수업이다. 작년에 내가 학교 수업으로 벌어들인 돈은 1천만 원 정도 된다. 1천만 원의 수업료는 시간당 5만 원 정도에 해당한다. 공기관 기준 2급 강사료에 해당하는 특강은 제외하고 하는 말이다. 이 돈은 200시간 정도의 초중고등학교 강의를 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다.
그 외에도 내가 맡아서 돈을 벌었던 일들은 대부분 NPO나 NGO나 공공기관이다.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시민운동을 이해하지 않는 사업자들이 잘 해낼 수 없기 때문에 나에게 일이 온다. 더러 인건비를 초과하는 이익이 나기도 하고 더러 손해를 보기도 한다.

29년간 시민단체를 운영하며 차를 두 대 사고, 집을 산 것이 괜찮은 직장이라거나, 참여연대보다 정의연이 연봉이 높아 평균 2000만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활동가들이 있는 조직이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활동가들의 내상이 깊어진다.

우리는 연봉 2천을 넘으면 안되고, 우리는 집을 사면 안되고, 성직자가 아닌데, 가족을 부양해도 안되는, 호모사케르 취급을 받아야 당신들의 속이 풀리겠다는 말로 읽었다.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자들이여.

#4.

이런 저런 위원회의 위촉장을 받을 때마다, 조심하자는 생각을 한다.
농반진반으로 출마를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번 사건을 겪으며 나는 굳게 다짐한다.
적당히 하고 10년 내로 이 판을 완전히 떠야겠다고.
피눈물이 난다.
작년에 나는 차가 두 대 있었다. 중간에 한 대 팔아버렸지만. 지금 평촌의 아파트 전세를 산다. 무리했지만. 아마 시민단체 일하는 게 수입이 괜찮다고 말하는 자들은 나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할 만하다. 일감몰아주기로 특혜를 받아 부를 축적한 가짜 활동가라고 하겠지.

어쨌거나 나는 집 한칸 없지만 헐한 노동이라도 인건비를 받으면 고마워했고, 돈 바라보고 일하지 않았으며, 매달 여기 저기 후원금과 기부금을 보내고, 형편이 어려울 것 같은 출판사나 언론사의 잡지를 계속 꾸준히 구독한다.

활동가란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며 간극을 메우고, 공무원의 실적을 올려주고 정치인의 업적을 만들어주는 것이 전부였던가. 우리는 그렇게 파도처럼 왔다가 모래처럼 사라지는 것이 맞겠구나.
진보는 절대 주류가 될 수 없다던 내 생각이 맞았구나. 우리는 그저 바람처럼 냄새없이 소리 없이 왔다가 사라져야만, 당신들이 편안하겠다는 확신이 든다.

내 주변의 몇몇 활동가들도, 말을 아낀다. 나는 지금 참담하다.

#5.

친친공개인, 그저 하소연으로 적어보려고 했는데 굳이 전체공개로 올려본다.
이글을 보고 “저격”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 덕분에 주제파악하고, 모래처럼 흩어지는 삶을 결심할 정도로, 큰 상처를 받았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 사람의 말로 쉽게 상처받는 타입 아니다. 하지만 잘 알겠다. 무엇이 사회를 작동시키는 원리인지. 그건 좀 알 것 같다.

#6.

다시 한 번 강조하건데.
이 글은 윤미향 당선자와 정의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실천하지 않는 자들이 “쉽게 씹어대는 말”에 대한 이야기다. 활동가는 직업이 아니다. 세무신고에서 활동가는 직업코드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분류되지 못한다. 윤미향과 정의연이 시민단체 모두를 대표하지 않는데, 그 두 존재가 모든 공익활동가를 싸잡아 비판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혀에 대한 이야기다.

2020.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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