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펭귄] 07. 왜 ‘뜨는 동네’가 되면 가게들은 떠나야 하는 걸까?

2018.11.01

https://together.kakao.com/magazines/978

‘퍼스트 펭귄 캠페인’은 펭귄 무리 중에서 제일 먼저 검은 바다로 뛰어들어 다른 펭귄들에게 용기를 주는 ‘퍼스트 펭귄’과 같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과 제도에 대해 처음 목소리를 낸 시민들과 ‘공익단체’들을 알리는 캠페인입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퍼스트 펭귄’들의 스토리가 연재됩니다. 함께 응원해주세요! 본 기획연재는 카카오같이가치와 서울시NPO지원센터가 함께 합니다.😀


어느 날, 나만의 단골집이 사라졌다?! 

혹시, 나만의 단골집을 잃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어느 날, 즐겨 찾던 작은 커피숍이나 식당이 있던 자리에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이 들어서는 경험을 해보셨나요? 주목받지 못하던 동네의 작은 가게들이 동네가 유명해지면서 사라지는 일들. 이는 대한민국 어디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캡션 입력젠트리피케이션이 시작된 골목의 풍경 (연남동)

상권이 만들어지기 전의 동네에는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온 중소상인들이 가게를 꾸리고, 지역 주민들과 상권을 만들고, 골목골목의 분위기를 채울 예술가들도 들어옵니다. 이런 동네에 사람들이 모이고, 소위 ‘뜨는 동네’가 되면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올립니다. 옆에서 부추기는 사람들이 생기고, 그 말을 듣고 건물을 사고파는 일이 생깁니다.

시세 차액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큰돈을 벌고, 세입자들은 가게를 꾸미기 위해 들였던 권리금도 보전받지 못하고 내쫓기는 일이 허다합니다. 마을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상권을 일구어 놓은 것은 보상받을 길이 없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가게 하나가 없어도 생계가 흔들리지 않지만, 어떤 사람들은 장사하던 터전을 잃으면 삶의 모든 것을 잃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들이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인디 뮤지션들이 지키고자 했던 칼국수집

2005년, 안종녀 씨는 서울 동교동에 ‘두리반’이라는 칼국수집을 차렸습니다. 두리반은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먹을 수 있게 만든 크고 둥근 상’이라는 의미입니다. 가게를 차리기 위해 적금 해약에 대출까지 받았지만, 다행히도 이 칼국수 집은 홍익대학교 학생들과 홍대 인디 뮤지션들이 자주 드나드는 동네 식당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2007년 12월, 갑자기 가게를 비우라는 소송장이 날아왔습니다. 근처에 전철역이 들어선다는 이유 때문이었는데요. ‘두리반’의 안종녀 씨와 같은 부근의 11개 건물의 세입자들은 내용증명과 소송장을 받고서야 건물주가 바뀐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구청이 재개발을 허가해 발표했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습니다. 이듬해 봄부터 11세대는 소송을 청구했지만 모두 패했습니다. 개발업자들은 회유와 협박을 계속했고, 결국은 모두 포기하고 떠났습니다.

캡션 입력철거를 앞두고 있던 두리반의 모습
(출처 : 두리반 트위터 @duriban12)

모두가 떠난 동교동 골목에, 두리반만 남았습니다. 용역들은 가게에 들이닥쳐 욕설을 퍼붓고 집기들을 때려 부수더니 가게를 철판으로 막았습니다. 안종녀 씨 부부는 철판을 뜯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긴 싸움을 시작한 것입니다. 이 사건을 사람들은 ‘홍대 두리반 투쟁’이라고 부릅니다.

두리반의 싸움이 시작되자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두리반을 지키려는 젊은 문화활동가와 음악가들이 모였습니다. 두리반을 지킨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되었습니다. 홍대 앞이 ‘뜨는 동네’가 된 뒤 홍대 앞에서 일을 하고 예술을 짓던 사람들이 떠나갔습니다. 떠났던 그들이 다시 모여들어 두리반을 둘러쌌습니다. 구청에서는 전기를 끊었지만 사람들은 더 몰려들어 함께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두리반 투쟁은 즐거운 축제장처럼 보였습니다. 슬퍼서 울 일이더라도 함께 노래하며 지킬 때 힘이 더욱 커지는 걸 모두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리반을 돕는 누군가의 블로그에는 오세영 시인의 시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너를 지킨다는 것은 곧 나를 지킨다는 것”

 

두리반을 지키고자 했던 뮤지션들의 응원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출처 : 두리반)

이듬해가 되고 두리반 투쟁 531일 만에 2억 5천만 원 상당의 배상금과 인근 지역에서 영업재개에 개발업자가 합의했습니다.

용산참사 이후, 젠트리피케이션

2009년 용산 4구역 철거 과정에서 경찰 한 명과 시민 다섯 명이 목숨을 잃는 가슴 아픈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후 곳곳에서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갈등과 희생이 생깁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낙후되었던 구도심이 번성해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들이 내몰리는 현상인데요. 2013년, 이 문제를 고심하던 당사자들과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모여 ‘맘 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이하 ‘맘상모’)’를 결성합니다. ‘두리반 투쟁’과 ‘용산 참사’를 통해 을 통해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문제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문제의 심각성이 부각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맘상모와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노력은 계속되었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대한 사건들과 개정 히스토리]

마음 편히 장사하는 세상을 위해

2013년 5월 참여연대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피해사례 보고대회’를 열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고 단체가 알려지면서 혼자 고민하던 상인들이 더 모였습니다. 맘상모는 강제집행을 당한 가게에 대한 대책회의도 하고 연대활동으로 서로 힘을 보탭니다.

“와서 보면, 다 내 일이거든요.

모두가 똑같은 상황인 거예요.

여기 와서 상담받고 하는 게 많은 도움이 돼요.

사실 왜 이런 일이 생기게 됐을까 하는 것들을 혼자 찾기

쉽지 않은데, 여기 오면 문제점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다른 상인 분들과 힘을 합칠 수도 있으니까요”

– “우리, 맘 편히 장사하게 해 주세요!” 중에서

맘상모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가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노력을 통해 법은 조금씩 바뀌어져가고 있어요. 2013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재건축과 철거에 대해서 임대인이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없도록 재건축 시기와 기간을 명시하지 않으면 임대인에게 책임을 묻는 ‘재건축 사전고지 의무’를 넣었습니다. 2015년에는 ‘표준권리금계약서’를 만들어 상가 임차인 보호를 강화한다는 내용으로 법을 개정했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위한 캠페인 (출처 : 맘상모)

정다운 단골집을 지켜내는 방법 

임대차보호법이 두 번이나 개정이 되었지만, 아직도 맘 편히 장사할 수 있는 조건은 못 됩니다. 맘상모, 참여연대,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계속해서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계약갱신 기한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개정안이 2018년 국회를 통과했고, 전통시장도 권리금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권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기한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고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도 신설했습니다. 

그러나 이 법은 시행 후 최초로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임대차부터 적용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제 새로 계약을 하는 경우 10년간 계약갱신을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10년간의 물가상승을 고려해 임대인들이 가파른 임대료를 요구하는 부작용이 예상됩니다. 이 법이 통과되자마자 제가 사는 지역의 한 약국은 문을 닫고 현수막을 크게 내걸었습니다. 1천만 원에서 4천만 원으로 올린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 수십 년 역사의 막을 내리고 이전을 한다고요.

아직도 긴 시간 자리를 지켜온 정다운 가게와 식당들이 사라지는 현실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법 개정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관심과 지키고자 하는 노력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 기획 : 서울시NPO지원센터, 현장연구자모임 들파

| 스토리 : 강세진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소 연구원)

| 글 : 이하나 (hana@allmytown.org)

| 삽화 : 이한비 / 인포그래픽 : 문화공동체 히응


👉🏻 참여연대 상가법개정운동본부 : https://goo.gl/og8pY1
👉🏻 시민자산화에 대해 알아보기 : https://goo.gl/yuoGFU
👉🏻 부동산불법거래신고센터 (국토교통부) : https://goo.gl/1UayK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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