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펭귄] 10. 감시만으로는 더딘 정치개혁, 사람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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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대 지방선거를 앞둔 2000년 1월, 경제정의실천연합은 공천부적격자 167명의 명단을 공개합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1989년, 이 땅에 경제정의를 실천하고자 하는 퍼스트펭귄들의 시민운동단체입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줄여서 경실련으로 부르는 이 단체는 법과 정책을 바꾸어가는 제도적 개혁을 추구하는데요, 경제뿐 아니라 민생을 책임지고 국민세금인 예산을 사용하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의정감시를 주도했습니다. 의정감시란 국회의원들이 헌법에 맞게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시민의 정당한 권리로 예산을 정하는지 검토하는 일입니다.

경실련은 선거를 앞두고 공직자, 즉 지역의 국회의원으로 출마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을 추려냈습니다. 부정부패에 연루되었거나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렀거나 예산을 마구 낭비한 사람들을 찾아냈는데요. 이 명단에 오른 의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국민회의 50명, 자민련 32명, 한나라당 66명, 무소속 16명으로 전현직 의원과 출마예정자까지 두루 들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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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천낙선운동은 우리나라 민주선거의 기틀을 다졌습니다. (사진:이하나)

전국의 퍼스트펭귄들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자격이 없는 사람들을 국회에서내보내려고 500여개 시민사회단체의 퍼스트펭귄들이 모여 총선시민연대를 만들고 1월 27일 ‘유권자가 알아야 할 15대 국회의원’이라는 이름으로 89명의 명단을 발표합니다. 숨쉴 틈도 없이 바로 이어서 2월 2일에는 2차 공천부적격자 명단을 발표합니다. 당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은 처음엔 긍정적인 태도였지만 몇 번씩 국회의원을 했던 의원들조차 명단에 있는 걸 보고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명단에 포함된 의원들의 항변이 이어졌습니다.

야당인 자민련과 한나라당은 명단을 발표한 총선시민연대에 집권여당인 민주당 사람도 있다며 자기들을 음해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총선시민연대가 여야 가릴 것 없이 동등하게 의원들을 평가했다는 반증이기도 하죠.

대의를 대행하는 슬픈 증언

제도적으로 권한이 없는 시민사회단체가 제도적으로 권한이 있는 정당에 대해 개혁을 요구하는 일은 ‘대의를 대행하는 슬픈 증언이자 처절한 요구’다.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는 생활과 밀접한 주제들보다 정치적 목소리에 집중했는데요. 권력자들이 그간 민주주의를 어떻게 방해했는지 역사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민주화운동 이후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만들어 법적으로 지키자는 시민들의 열망이었습니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공직자로 적합하지 않다고 낙천낙선운동까지 벌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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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정보의 평등도 중요합니다.

적극적인 정치참여로 주권회복을 앞당기다

2000년 1월 30일 총선연대는 성명서 <유권자 선거혁명으로 가는 길>을 발표하고 시민사회가 낙천낙선운동으로 정치과정에 개입해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시민단체는 지난 10년간 공정선거 감사운동을 해왔고 정치제도 개혁운동도 펼쳐왔지만 낡은 정치권의 물갈이 없이 정치개혁은 요원하다…. 시민단체들은 제도개혁을 통해 정치개혁을 이룬다는 입장이지만 국회의원들에게 맡겨 놓은 결과 아무것도 된 게 없다. 이제 정치개혁은 인적 청산을 통해 이룰 수밖에 없다.”

요컨대 시민사회단체는 정치권력을 쥔 정치가들이 자기들의 편의와 안위를 위해 권력을 남용하고 시민들을 대리하기 보다 군림한다고 본 것입니다. 당시 총선시민연대의 활동에 참여한 이태호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은 감사와 평가 모두 사후약방문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의정 모니터링 활동도 의원들이 잘 협조하지 않으니 더 적극적으로 밀어 부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차병직 변호사가 쓴 <월간 참여연대>에 연재한 <참여연대 20년 20장면 – 거리의 신화, 시민불복종>에 따르면 총선시민연대에는 2주 동안 2억원 가까이 후원금이 들어오고, 수백명의 학생과 시민들이 자원봉사를 자청했습니다. 이정현의 “바꿔”라는 노래가 주제가처럼 울려퍼지고 ‘총선연대 칵테일’을 만들어 파는 레스토랑이 생겼습니다. 먹거리를 배달해주는 시민들이 있었고 얼굴이 알려진 총선연대 임원들 중에 택시를 공짜로 타는 일도 있었다고 하네요.

드디어 2000년 4월 13일, 16대 국회의원을 뽑는 전국총선거가 있었습니다. 86명의 낙선대상자 중에 59명(68.6%)이 떨어졌고, 22명의 집중 낙선 대상자 중에 낙선자가 15명(68.2%)이었습니다. 수도권에서는 20명의 낙선 대상자 중에 19명이 무더기로 떨어져 낙선운동의 위력을 과시했습니다.

총선연대의 2000년 낙천낙선운동 타임라인

낙선낙천인포

낙천낙선운동에 대한 보복

그러나 욕을 잔뜩 먹은 정치권에서는 불만을 적극적으로 법을 이용해 표시했습니다. 정치인들은 30명의 총선시민연대 관계자들을 선거법 위반으로 고소고발 했습니다. 이 활동을 했던 퍼스트펭귄들은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받아 손해를 입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01년 8월 “총선연대의 낙선, 낙천 운동을 금지하는 현행 선거법은 합헌”이라고 판결하여 시민들의 낙선낙천운동이 불법이라 정리했습니다.

공직선거법 제87조는 “기관, 단체는 그 명의 또는 대표의 명의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지지, 반대하거나 지지, 반대하는 것을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했습니다. 이 판결에 힘을 얻은 정치인들은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은 정치혐오를 불러일으켜 민주주의의 퇴행을 가져올 뿐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퍼스트펭귄들이 지나친 행동을 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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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항쟁이 불러온 탄핵과 2017년 조기 대선 (사진:이하나)

그들이 법을 만든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87조는 ‘기관 단체의 대표자와 임직원, 그리고 구성원등은 그 기관과 단체의 명의 또는 그 대표의 명의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공무원도 동호회도, 선거운동을 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환경단체는 환경에 대한 적극적 정책을 가진 후보를 드러내놓고 지지할 수 없습니다. 공무원은 더 엄격하게 함부로 지지인명단에 이름을 쓰거나 특정 정치인의 후원회원도 될 수 없죠.

그들이 법을 만든다

그들이 국회에 앉아 있다

플라톤도 읽지 않은 그들이

(노르웨이 시인 올라브 하우게)

정치가 지겹다며 관심을 갖지 않을수록 권력자들은 편해집니다. ‘다 똑같다’면서 선거에 참여하지 않고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권력자들이 무슨 일을 저지를 지 모릅니다. 지금의 선거제도는 정당에서 후보자를 결정해 선거에 내보냅니다. 유권자는 각 정당에서 뽑아놓은 명단 중에 골라야 합니다. 정당의 추천을 받지 못하면 후보자조차 될 수 없는 것이지요. 과연 모든 정당은 국민을 대리할 적합한 사람을 후보로 내세우고 있을까요?

낙천낙선운동은 특정인이나 정당을 공격하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 아닙니다. 이 시대의 퍼스트펭귄들은 정보가 잘 공유되지 않던 시절에 보다 평등하고 공정한 선거를 위해 유권자의 권리를 되찾는 운동을 시작한 것입니다.

낙천낙선운동의 결과로 시민들은 정치인들의 청렴도와 부정부패를 사전에 걸러낼 필요를 깨달았고 누가 국민을 대리할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능력을 길렀습니다. 정치권도 스스로 청렴하고 공정한 결과로 유권자들의 표를 얻고자 노력했습니다.

시민이 참여하는 정치는 어디까지 가능할까요? 각자의 지위와 직업에 따라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정도가 다른 것은 여전히 괜찮은가요? 퍼스트펭귄들은 이제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자 합니다.

 

퍼스트펭귄들이 추진하고 있는 일

퍼스트펭귄들은 선거제도를 개혁하고 지금의 선거구제도와 비례대표제도 개선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선거제도가 한국실정에 잘 맞는지 확인해주세요.

http://wouldyouparty.govcraft.org/p/political-reform 정치개혁공동행동 범서명운동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는 정치개혁 목요행동을 시작합니다. 민의가 그대로 선거제도에 반영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세요.

참여연대 정보링크 http://www.peoplepower21.org/Politics/1590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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