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DSME 남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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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다섯 시 40분.
대우조선해양 남문 앞 미니스톱.
로또는 6시 조금 지난 시간부터 판다.
작업복의 남자들이 한 둘씩 편의점에 들어와 각자의 하루를 책임질 물건을 사간다. 담배, 딸기 우유 하나, 숙취 해소 음료 하나, 일주일을 책임질 로또 같은 것들.

– 삼년 전에 성과급 좋을 때 이 동네 여자들은 싸우나 끊어 다니고 그랬죠. 이제는 성과급 없다고 봐야 돼요. 이제는 뭐 그냥, 아끼는 거 말고 뭐 하겠습니까.

– 여 조선소는 잘 될 수가 없심더. 우리 일할 때요, 볼트 너트가 없어가지고 다음 배 작업장 가서 몰래 훔쳐다 하고 그랬심더. 그게 왜 그랬겠어요. 중간에 누가 해처먹고 누가 잃어버리고 그런 거 책임을 안 지는 깁니다. 직영은 일 안 하고 놀지요. 하청에 하청은 책임감 없지요. 그냥 일당만 받아가면 되는데 누가 열심히 합니까. 열심히 한다고 누가 알아줍니까 일당이 올라갑니까. 구조 자체가 그래요. 여기는 아무도 책임 안 집니다. 수주 받으면 뭐 합니까. 수주 받는다고 돈 버는 게 아니라예. 오히려 그게 더 손핸데 일부러 싸게 수주 받아오면 뭐 합니까. 부품 모잘라가 결국에 마지막 배는 못 만들 상황이예요.

– 조선소 일 힘들지요. 우리 아는 동생은 여 와서 하루 교육 받고 그냥 갔습니다. 원래 갸가 편한 일만 하던 아다 보이, 못 하겠답디다. 또 다른 동생 하나도 이틀 일하고 가뿔데요. 일 힘들지요.

– 우리 남편도 어려서 배운 게 없어가, 그냥 억지로 억지로 다닙니다. 지금도 하기 싫어 죽을라 해요. 근데, 그만두라 소리는 못하고…

나는 창밖을 내다보며 대화를 못 들은 척 하다가 들은 척 하다가를 반복했다. 나는 이럴 때마다 생각한다. 나는 어쩌다 저기에, 거기에, 없었을까. 나는 어쩌다 지금 여기에 있을까.

사람들은 먼 산의 긴 노을처럼 천천히 움직였다. 신호가 바뀌어도 뛰지 않았다. 사람이 덜 지나갔는데도 차들은 날카로운 경적을 울리며 씽씽 달렸다.

그 많던 조선소 노동자들은 모두 어디에 갔을까.

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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