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2010년에 이 동네에 이사해왔다. 이 동네는 크고 작은 아파트단지와 오래된 연립주택과 단독주택들이 공존한다. 내가 사는 쪽은 개천 변으로 아파트단지가 이어져있고 좁은 4차선 도로를 건너면 오래된 연립주택과 아파트도 있고, 단독주택과 상가도 있다.

길 건너 골목 코너엔 편의점이 있고 그 건물 뒤편 모서리에 통닭집이 있다. 치킨과 맥주를 파는 통닭집 앞에는 붕어빵 포장마차가 있다. 겨울엔 오뎅과 붕어빵을 팔고 여름엔 고구마빵을 판다. 내가 이사해왔을 때부터, 올 가을까지 이 포장마차는 늘 거기 있었다. 한 여름엔 잠시 쉬었다가 가끔 쉬는 날도 있지만, 삼통통닭 앞에는 당연히 있어야 하는 붕어빵 포장마차가 되었다.

겨울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붕어빵과 오뎅을 생각했고, 다른 일로 집 앞에 나섰다가 붕어빵이나 사러갈까 하고 골목을 들여다보면 포장마차가 없곤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통닭집에서 한참 안쪽으로 들어간 자리에 포장마차가 쓸쓸히 서 있었다. 숨은 것 같았다. 단속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숨어 들어간 자리는 사유지다. 건물의 뒤쪽에 주차장으로 쓰는 공간인데 밤이 되면 2층짜리 상가의 가게 주인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서 자리가 빈다. 그 주차장에 불을 켜고 포장마차가 서 있다.

붕어빵과 오뎅이란, 부러 붕어빵과 오뎅을 먹고야 말테야 하는 치토스적인 결심으로 찾아가는 것보다는 지나가다 충동적으로 하나 먹고 가는 것이라, 인적이 드문 곳에 멀리 혼자 서 있으면 한 번 먹을 붕어빵은 안 먹게 되고, 세 번 먹고 싶은 붕어빵은 한 번만 먹게 되는 법.

밤늦게 아이와 아이스크림을 사러 편의점에 갔다가 붕어빵 아저씨가 나와 있는 걸 보고 붕어빵도 사기로 했다. 붕어빵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천원에 세 개다. 크림 천원어치와 팥 천원어치를 포장하고 오뎅을 하나씩 베어 물면서 왜 요즘은 안쪽으로 들어가시는지, 단속이 나오냐고 내가 먼저 물었다.

누가 자꾸 신고를 햐.

누가요.

요 앞에 이지바이.

이지바이는 체인점 빵집이다. 동네에 들어온 지 3년 정도 되었는데 올 겨울부터 자꾸 단속이 나와 알아보니 저 빵집에서 신고를 한다고 사람들이 알려줬단다.

빵집이라고 신고하는거예요?

그런가벼. 같은 빵이다 이거지.

아니 근데 신고를 할라면 여기 통닭집에서도 가만 있는데 왜 길건너 자기네가 신고를 한 대? 웃긴다.

저기 라붐이가 생겼자녀. 그래서 장사가 안되는가벼. 그러니까 엄한데다가. 거기는 빵이 맛있다드만. 이 집이 장사가 안돼. 왜 안되는 줄 알아? 다들 맛이 없대.

예. 맛 없어요. 저도 안 가는데. 근데, 라붐은 비싼데.

재작년에 생긴 라붐팩토리라는 빵집은 커피와 브런치를 같이 파는 초대형 매장이다. 백운호수에서 큰 양식당을 하는 사람이 자기 집이 있는 이 동네에 오픈을 했고 동네에서 흔히 사먹기 쉽지 않은 치아바타나 깜빠뉴 같은 것도 있다. 가격이 비싸지만 그만큼 양도 푸짐하고 맛이 있어서 나도 자주 가는 빵집이다.

라붐이 비싸도, 질을 생각하면 거기가 싸다는거지. 사람들이 다 그랴. 인제는 사람들이 언제 양 따져가며 먹나. 맛이 있어야지. 품질이 좋아야허고.

그러면서 아저씨는 단속 나온 얘기를 이어갔다. 구청에서 나온 이가 주민등록증을 달라고 해서 주민등록증은 없다고 잡아뗐는데 TV를 보려고 켜둔 휴대폰 케이스에 주민등록증이 빼꼼히 고개를 쳐들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보여줬단다.

사진을 찍어가드라고. 그러더니 이런 게 막 날라오잖여.

뭘루 날라와요?

도로점유?

응 그렇지.

8만원이여. 안 냈더니 10만원짜리가 또 왔네. 여러 장 왔어. 하나도 안 내고 버티고 있는겨. 옛날에는 단속 나오면 미리 나온다고 연락도 해주고 그래서 철거하고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고 그랬는데, 아주 요즘은 얄짤없어. 그냥 막 나와부러. 나왔다가 이거 종이짝만 보내는겨. 안 봐주드라고.

아저씨는 주섬주섬 봉투를 꺼내 마른 손으로 서류를 꺼냈다.

내가 서류를 보여달라고 했다.

아저씨가 펼쳐준 서류에는 도로법 위반 과태료 부과 사전 안내라는 제목이 있었고. 의견 제출 기한이 있었다. 서류에는 의견제출서도 포함되어 있었고 점용면적 1제곱미터당 10만원에 20%를 곱하여 과태료 80,000원이라 적혀 있다.

나는 의견제출서를 내시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뭐라고 써 근디? 먹고 살기 힘들어서 하는데 장사를 하지 말라믄 어떻게 하냐 그렇게 써?

그렇게라도 써서 일단 내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구청에서도 사정 다 알지만 서류가 있어야 자기들이 내부에서 어떻게 의논이라도 하겠죠. 모르는 척을 하자던가. 봐주고 싶어도 서류가 없으면 뭐가 잘 안될거니까요. 그래도 의견제출서는 써서 담당자한테 전화하셔요.

그냥 그렇게라도 써? 나 대학생이 둘이여 아직.

아저씨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사람들 다 지나가고 저기 남의 사유지에서 9시 넘어 나와 장사하면 뭣혀? 저기 사장한테까지도 전화를 했드라고. 이지바이 저 놈이. 장사 좀 못허게 하라고. 에휴.. 근데 뭣을 그리 잘 알아? 구청에서 일하는 사람 같네.

아뇨 저는 공무원은 아니고요.

좀 도와줘요. 뭘 어뜨케 해야 되는지 모르것구만.

저도 좀 알아볼께요. 그리고 의견제출서는 날짜 지났어도 일단 자필로 써서 담당자한테 전화 한 번 하세요. 저도 알아보고 지나가면서 말씀드릴께요.

응 고마워유.

나는 뒤돌아서서 사진을 두어 장 찍었다.

삼통통닭집에서는 단 한 번도 붕어빵에 시비를 건 적이 없다. 붕어빵 포장마차가 없는 날은 저 자리에 쓰레기봉투만 쌓일 뿐이다. 얘기 하는 사이 오뎅을 하나 더 먹은 아이가 집으로 돌아오며 물었다.

엄마 이지바이 나빠?

음. 그런 거 같네. 근데 꼭 신고해서가 아니라, 엄마는 그 집이 항상 보면 빵 만들면서 쓴 물을 그냥 밖으로 버리는 게 맘에 안 들었어.

엄마 이지바이 빵 맛 없어?

어. 맛없더라.

첨엔 맛있다며.

어. 첨엔 맛있었어.

그럼 초심을 잃은 건가?

그런 거 같네. 초심을 잃은 거 같네.

내일은 구청에 전화를 해봐야겠다. 주민들의 의견제출서도 효력이 있냐고 물어봐야지.

내 오지랖에 내가 치여 죽겠다.

2017년 1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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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묵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오뎅은, 오뎅이다. 케이크가 케이크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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