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탐방] 서울시 1호,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협동을 안고 다시 세상속으로

빈 벽에 대고 외치기 시작하다

2012년 11월 28일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의 창립총회가 서울시 청소년수련관에서 있었다. 12월 3일 서울시 협동조합 설립 신고 첫 날,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은 서울시 협동조합 제 1호의 영예를 안았다. 야간근무를 하는 대리운전기사의 직업 특성상 새벽 2시 반부터 조합원들이 문도 열지 않은 서울시청 정문 앞에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9명이 함께 겨울밤을 지새고 설립신고를 했다.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창립총회

대리운전협동조합은 2010년부터 대리기사까페에서 활동을 하던 대리운전기사들이 모여 만들었다. 대리운전을 하는 사람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개설한 온라인 까페에서 업무정보, 초보기사교육, 사고처리 안내를 했다. 경력자가 초보자에게 대리운전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초보자들은 선배들의 안내를 받아 대리운전에 적응할 수 있었다. 대리운전산업은 2000년대 후반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업체설립이 손쉬워 우후죽순으로 대리운전소개업체가 난립하기 시작했다. 지원자는 늘어나고 업체는 정부 관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대리운전기사의 근무형태와 처우는 문제가 심각해졌다. 2010년 대리기사 이동국씨가 폭행에 이어 대리운전을 의뢰한 주취자에게 뺑소니로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대리기사들에게 개별적으로 받는 보험료를 편취하는 업체도 있었다. 이 사건을 고소고발한 대리기사는 1년동안 경찰서에 50회 출두했다.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는 호소가 있었다. 당장 자기 일이 될 지도 모르는 폭력문제와 사회적 인식개선을 위해 대리운전 기사들은 온라인까페를 중심으로 교육과 전화 상담을 나누었다. 누가 등 떠민 것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서로 돕고 살아남기 위해서였다.대리운전은 생계에 몰린 가장들이 쉽게 진입하는 직업군에 속한다. 업체에 팩스로 신분증을 송신하고 바로 대리기사로 일할 수 있다. 진입장벽은 낮으나 유지가 어렵다. 처음 3일동안 밤길을 헤매며 일을 하나도 못 따고 아침을 맞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업체에서는 대리기사에게 실질적인 정보나 업무에 대한 지침을 주지 않는다. 영업할 권리를 얻는 대신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초보 때 고생했던 기억을 잊지 않은 선배들이 온라인 까페에서 초보기사 교육을 했다. 콜은 어떻게 받고, 의뢰인 대리수행을 한 뒤 어떻게 복귀하며, 대리기사들이 주로 어디서 모이는지 알려주기만 해도 밤길을 덜 헤맬 수 있었다. 사고가 났을 때, 의뢰인이 시비를 걸어왔을 때의 대처도 경력 있는 기사들의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된다.

대리운전기사의 처우개선은 기본 인권문제를 안고 있다. 폭력행위근절, 안전한 운행 등 근무여건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대리운전기사들이 모인 온라인까페는 2010년부터 임의단체를 결성해 정책입안 간담회에 참여하고 까페 회원들의 사고를 접수해 통계를 내서 정책기관에 리포트를 냈다. 통신사의 횡포에 맞서는 기자회견도 했지만 임의단체가 가진 힘은 미약했다. 협동조합이라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고 바로 나설 수 있었다. 이미 결속력은 탄탄히 자리를 잡아온 터였기에 협동조합 기본법 발효는 큰 힘이 되었다.

설립동의자는 금세 100여명이 모였다. 설립등기를 위해 개인 인감증명서와 등본등을 제출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자기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는 동의자들이 많았다. 결국 스물 두 명의 조합원이 모여 정식 조합원으로 출범했다. 그 외 까페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회원들은 600여명이다. 2012년 12월 3일 설립이후 22명의 조합원 중 4명이 탈퇴하고 4명이 신규가입했다. 협동조합 조합원들은 출자금을 내야 하는데 대리운전기사의 고용 불안정성을 생각해 묘안을 짜냈다.

“우리가 낼 수 있는 돈이 얼마인가 고민을 했더니 한 달에 50,000원은 낼 수 있겠더라고요. 50,000원씩 12개월을 모으면 600,000원이 됩니다. 출자금 분납이 가능한가 여기 저기 물어봤는데 정관을 우리가 정하면 된다더라고요. 조합원 1인은 출자금 600,000원에 조합비는 똑같이 10,000원을 내죠.” 이상국 사무처장의 말이다.

대리운전기사는 전업률이 높고 소속기관이 불확실해 처음 조합원이 되겠다고 신청을 하면 6개월 이상 준 조합원의 자격을 얻고 6개월이 지나 조합원심의위원회를 열어 정조합원 가입여부를 정한다. 조합의 행정과 관련된 대부분의 모임은 새벽 4시 이후이거나 일요일 오후에 한다. 처음엔 새벽에 문을 연 식당에서 모임을 가졌고 청소년수련관을 잠시 빌리기도 했다. 공익재단 행복세상에서 새벽시간을 이용해 모임을 지속했다. 직원들이 출근할 때까지 회의와 교육을 계속하는 모습을 본 재단측에서 아무 때나 회의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사무와 행정을 맡고 있는 조합원도 현직으로 대리기사수행을 하고 있다. 조직의 역량에 걸맞게 길게 가기 위한 방편이다. 조합원들은 비번일 때 돌아가며 상담전화를 받고 행정업무는 꼼꼼히 기록한다.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임의단체 활동
임의단체 시절의 단체행동


밀림처럼 복잡한 도시의 밤

대리운전협동조합은 필요해서 만든 협동조합이다. 구성원들은 그간의 대리운전 산업 구조로 인한 피해를 입었고 이에 대한 사회적 보호장치는 전무했다. 조합이 탄생한 것은 자신의 울타리를 지키기 위한 방편이었다.
대리운전은 80년대 음주단속 개시 후부터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1990년대 자가운전자가 늘어나고 음주운전 단속이 강화되며 대리운전산업이 성황을 이뤘고 스마트폰의 탄생이전에 대리운전기사들은 모두 각자 자기 비용으로 PDA를 구입해 대리운전 영업을 해왔다.
대리운전산업은 현재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고객이 될 수 있는 대상이 늘어났고 기사가 될 수 있는 사람도 늘어났다. 하지만 대리운전 업계에서는 이 사업이 향후 지속적으로 성장하긴 어렵다고 한다. 음주자가 줄어들었고 경기침체의 고착화가 예상되면서 대리운전을 맡기지 않으려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한 명의 대리운전기사가 일을 하는 패턴을 살펴보면 산업구조를 가장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한 사람의 대리운전기사는 자기 신분증을 팩스로 전송하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별다른 결격사유가 없는 이상 특별한 심사는 없다. 등록은 대리운전 업체에 한다. 콜센터라고도 하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대표번호를 쓰는 업체를 말한다. 대표적인 업체 아래에 영업대리점과 콜센터가 분할되어 있다. 대리기사가 되면 동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서 대리콜을 기다린다. 대리콜을 받기 위해서 대리운전 기사전용 앱을 휴대폰에 깔아야 한다. 이 앱은 전용소프트웨어 회사에서 개발해 업체와 제휴를 맺어 제공한다. 앱 비용은 대리기사가 부담한다. 업체는 그 프로그램을 이용해 가상계좌를 만들고 수수료를 떼지만 앱 비용을 대지 않는다. 대리기사 한 사람은 콜전용 앱을 세 개정도 깔아야 순조롭게 영업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업체에서 앱 세 개를 주로 사용해 콜 의뢰를 기사에게 보낸다면 기사는 세 개의 앱을 구매해서 사용해야 한다. 전용 앱은 자기가 운전수행을 할 수 있는 반경 km를 골라서 설정하고 거기에 뜨는 대리의뢰를 볼 수 있다. 여기서 콜이 떴는데도 의뢰를 수락하지 않으면 바로 패널티가 붙는데 돈으로 500원의 벌금을 부과하거나 30분간 배차 중지를 하는 경우가 있다. 대리기사가 주로 근무하는 시간은 9시에서 새벽 1시. 너댓시간 근무 중 30분간 배차중지는 당연히 손해다. 대리기사는 앱 하나 가지고 영업을 할 수 없고 다른 앱을 같이 돌리며 신속하게 콜의뢰를 받아내야 한다. 콜 의뢰를 하나 받으면 업체에서 앱으로 콜 의뢰를 띄우고 이를 수락해 기사수행을 하면 낯선 곳에 내리기 마련이다. 최대한 이동거리를 줄이며 대중교통을 이용해 그 부근에서 다시 이동할 콜의뢰를 받아야 한다. 불안정한 근무일 수밖에 없다. 대중교통이 끊긴 시간이면 비용 때문에 택시를 이용할 수 없고 전용셔틀버스를 타곤 한다. 봉고차나 작은 승합으로 이동하는 셔틀은 불법운영인 경우가 많다. 업체가 섭외하는 것이 아니고 대리기사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이 횡행하는 것이다. 이 셔틀이 없으면 대리기사들은 벌어서 길에 버리는 셈이 된다. 콜 의뢰 한 건에 20%에서 많게는 37.5%까지 콜업체에서 수수료를 떼어간다. 서울 수도권은 영업이 많아 수수료가 적은 편이고 경기남부는 25%까지, 지방 도시는 정액제로 수수료를 떼는 업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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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인포그래픽에 나와 있듯 하루 평균 4건의 대리운전수행을 하는 것이 평균이라고 치면 (사실 초보자들은 이에 훨씬 못 미치지만) 하루 수입 중 절반은 영업투자비용이 되는 셈이다. 야간근무는 발암물질이라는 의학계 보고처럼 대리운전기사 5년차에 소리 없이 이가 내려앉거나 근골격계, 혈관계 질환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수면장애는 너무 흔해 말도 하지 않는다.
운전이라는 작업 특성으로 인한 질병 외에도 의뢰인의 무차별 폭행도 도사리고 있다. 실제로 1년에 1회 이상 폭행을 당한 대리기사는 전체의 절반이다. 실수로 의뢰인의 차량에 사고를 낸 경우 대부분 대리기사 개인부담으로 처리해야 한다. 야간주행의 위험은 사망사고까지 이어진다.

신고만으로 영업이 가능한 대리운전업체가 난립하면서 저가 대리운전이 등장했다. 하루에 4콜을 받아 100,000원의 수익을 올리던 사람들이 5콜을 받아야 100,000원을 벌 수 있다면 방법은 한 가지, 빨리 달리는 것뿐이다. 저가 대리운전은 결국 대리운전기사와 고객의 생명 모두를 담보로 잡는 행위다.

영혼을 잠식하는 불안을 넘어, 사회인으로 일어서기

대리운전협동조합 이상국 사무처장은 “대리운전에 지원하는 기사들은 기본적인 책임감이 있다”고 말했다. 더 편히 벌 수 있는 길을 버리고 최대한 정직하게 밤근무라도 해서 정당하게 돈을 벌고자 하는 가장들이 모였다. 자기의 개인정보와 위치정보가 모두 노출되어 있다. 대리운전협동조합은 안정적 수익을 올리면서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이들이 모여 만들었다.

수년전 야간작업특수건강진단실시조사에서 대리운전협동조합원들은 눈에 띄게 다른 수치를 나타냈다. 일반 대리운전기사들은 감정노동자의 스트레스를 상회하는 수치를 보였지만 조합원들은 감정노동에 대한 스트레스가 현저히 낮았다. 의료진은 이러한 결과에 상당히 놀랐고 조합원들은 다른 대리운전기사들의 서면조사를 직접 수행하는 조사원의 역할을 했다. 대리기사들이 모이는 집합장소에서 자기 시간을 할애하며 조사를 도왔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조사지표가 권익 상승에 이바지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서울노동권익센터에서 이동노동자쉼터를 준비할 때도 간담회에 참여해 의견을 냈다. 이동노동자쉼터를 운영에 직접 참여할 수도 있었지만 조직의 역량이 그 정도까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중간지원조직에서 쉼터를 운영하는 것이 향후 더 많은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복지의 기틀을 다지고 사회기반서비스를 확충하는데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카카오톡이 대리운전 서비스를 내놓을 때도 협동조합원들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었다. 이상국사무처장은 조합을 대표해 카카오드라이브의 자문위원을 맡았다.

“우리의 목소리로 이야기하면 사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더라고요. 전문가들이 대리운전기사뿐 아니라 이동노동자, 야간노동자의 권익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계속 연구·발표 해주셔야 사회적 파급력이 있어요.” 아무리 외쳐 봐도 빈 벽에 바람뿐이던 거친 세월을 지나 대리운전협동조합은 이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가느다란 끈을 잡게 되었다.

대리운전협동조합은 조합원의 권익과 보호를 위한 사업을 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직무연수모임이다. 신입 회원이 생기면 단체카톡방에 들어간다. 19명의 경력직과 1명의 신입으로 꾸린다. 신입회원이 어디서 상하차하고 어떤 경로로 이동하는지 정보를 전달하면 다음 대리기사수행에 유리한 정보를 알려준다. 선배들의 노하우를 특별지도 받는다. 맨 땅에서 혼자 고군분투하지 않고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다. 그저 정보를 알고 넘어가는 것과 누군가 나를 도와줄 지원군이 든든하게 있다는 것은 어두운 밤거리에 낯선 사람의 낯선 차를 안전하게 운전하는 데에 큰 힘이 된다. 대리운전협동조합의 조합원과 회원들은 비회원들보다 수익이 높다. 새벽에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선배의 노하우를 듣고 서로 공부하며 얻어낸 성과다.

협동조합설립 이후 익명의 기부자가 있었다. 500만원의 기부금으로 조합원들은 소액대출 계(契)를 만들었다. 대리운전기사들은 수시로 사고에 노출된다. 의뢰인의 차를 손상하게 했다거나 사고가 났을 경우 자부담으로 해결하는 편이다. 생계의 끝에 내몰려 시작한 대리운전자가 처음 이런 사고를 당하면 100만원이내의 비용을 해결하기 위해 제2금융권이나 불법대출업체를 찾아보게 된다. 현재 전국에는 이런 대리기사들을 대상으로 한 불법대출업체가 많다. 평균 24%의 선이자를 떼고 콜 앱의 운행기록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다. 대리기사들은 어차피 매일 비슷한 장소에서 일을 하고 신분과 위치가 다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 불법대출업자들이 믿는 신용이다. 대리운전협동조합은 회원과 조합원들이 불법대부업에 발들이지 않도록 곗돈을 활용해 무이자로 소액대출을 해준다. 무이자인 대신 대출금액의 10%를 출자금으로 낸다. 이 출자금은 따로 모아 또 다른 조합원과 회원에게 무이자 소액대출의 종자돈이 된다.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입고 서로 상부상조하는 제대로 된 계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대리운전협동조합은 대리운전기사가 근무 중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며 노동환경개선을 이루고자한다. 불법승합차셔틀대신 다른 수단이 필요하다. 콜버스가 등장했으니 아주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만일 대리기사를 위한 셔틀버스가 합법화된다면 더 많은 야간노동자들이 공동으로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이다. 함께 사는 사회의 당사자 운동은 사실 가려져 있던 다른 집단에게도 공동의 이익을 배분하는 효과가 있다. 대리운전기사의 처우와 노동환경개선은 결국 이동노동자와 야간근무자들의 노동환경개선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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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노동권익센터의 “이동노동자쉼터” 休 – 배터리충전기는 이동노동자의 하루를 책임진다.

누구나 언제나 갑작스러운 경제적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사회적 안전망에 구멍이 많은 나라에서 느닷없는 해고와 파산은 어쩌면 모두가 한번쯤 거쳐 가는 일이기도 하다. 사람은 타인을 도우며 뿌듯함을 느낀다. 더 나아가 사회적 공헌을 하는 자신을 긍정하기 쉽다. 인간은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때 자기 성취감이 높아진다.
“기본적으로 소득이 해결되어야 그 다음이 있는 거죠. 먹고 사는 일이 어느 정도 해결이 돼야 사회적 발언도 하고 남도 돕고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알게 됩니다. 내가 언제 어떤 일을 겪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범죄에 대한 공포는 영혼을 갉아먹어요. 안전망이 구축되지 않으면 기본적인 소득도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그 다음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그때 내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죠. 내 자부심은 사회기여로 연결됩니다. 그게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요, 그래야 노동자 권리 찾기도 할 수 있겠죠.”
대리운전협동조합 이상국 사무처장은 대리운전기사들의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지역사회기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리기사들은 어디다 말을 할 데도 없어요. 친구들에게도 말하기 어렵고, 산업구조도 엄청 복잡하죠. 우리는 마음을 닦아내는 일도 해야 합니다. 열악한 환경이라고 도움만 받지 말고 지역사회에 기여도 해야 합니다. 카카오드라이브에는 대리기사의 사진과 이름이 뜹니다. 이 제도를 탐탁치 않아하시는 분도 있어요. 대리운전기사에 대한 사회적인식이 낮기 때문입니다. 이 일이 직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면 고객과의 신뢰도 높아집니다.
위치와 신분이 모두 노출된 대리기사들은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여성안심귀가동행서비스 같은 사회안전문제를 대리기사들의 촘촘한 네트워크와 정보로 충분히 협력할 수 있어요. 8만 명 정도가 늘 서울시내에 있는 겁니다. 야간에 일하면서 길에 쓰러져 있는 주취자 신고도 많이 합니다. 관할서가 다르다고 여러 번 전화하다보면 저희 일을 놓쳐요. 저희도 일을 하면서 사회적기여를 할 수 있는 망이 구축되면 좋죠. 뜻있는 지자체, 기관, 기업 누구라도 손잡을 용의가 있습니다. 사회적기여가 가져오는 기대는 공헌뿐 아니라 결국 대리기사들의 마음이 꽉 차오를 겁니다. 그 과정에서 대리기사 직업에 대한 사회적인식도 올라갈 것이고요. 그러면 사회에서 더욱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까요?”

한국은 언제부턴가 불야성의 땅이 되었다. 모두가 잠드는 밤은 없다. 야간근무자의 수치를 정확히 파악할 대표적인 통계조차 없다. 이러저러한 통계들을 뒤섞어 보면 2010년 이후 공식적으로 11% 정도의 야간근무자가 있다고 하지만 비정규직, 단기아르바이트까지 포함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도시의 밤을 지키고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현장근로자가 대리운전기사이다.

업체와 고객의 사이에서 이리 저리 치여도 무조건 걷고 뛰고 사과하는 대리운전기사들은 이미 사회적공헌을 하고 있다. 함께 해서 이룬 것이 있으니 사회적 기여를 하고 싶다는 대리운전협동조합. 수년 간 도시의 밤을 지켜온 것처럼 소외된 곳에서 협동의 씨앗을 뿌릴 수 있을 것이다.

 

서울노동권익센터 이동노동자쉼터 “휴”

대리운전협동조합의 인터뷰는 서울노동권익센터의 이동노동자쉼터와 그 부근에서 진행했다. 신논현역에서 반포IC까지 이르는 구간은 대리운전의 메카다. 화려한 강남역에서 조금 뒤로 물러선 곳에서 대리기사들은 더운 날도 추운 날도 길에 서서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을 들여다보며 대리의뢰를 기다렸다. 이제는 이동노동자쉼터에로 출근하고 모임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대리운전을 의뢰한다면 쉼터에서 편하게 5분이라도 쉬었던 사람이 더 반갑지 않을까.
이동노동자쉼터 休는 저녁 6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서울노동권익센터의 간사가 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대리운전기사들도 서로 배려한다고 전했다. 하루 이용자는 4-50명. TV를 놓지 않아 서로 대화를 하게 만들고 냄새나는 음식물은 자발적으로 반입금지했다. 현재는 야간이용자가 많아 주로 대리운전기사들이 이용한다.
한 이용자는 퀵서비스의 경우 종로구 장교빌딩 주변이 집결지라 그쪽에도 이동노동자쉼터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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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협동조합과 대리운전”업”협동조합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과 대리운전”업”협동조합은 다르다.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은 본 기사의 주체이며 대리기사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이다. 대리운전“업”협동조합은 대리운전업체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협동조합이다.대리운전협동조합과 대리운전업협동조합

카카오드라이버

카카오드라이브

대리운전협동조합을 비롯한 대다수의 대리운전자들은 카카오드라이브를 매우 환영한다고 전했다. 수수료는 20%로 정했지만 일단 프로그램비를 지불할 필요 없고 운전자들은 모두 피보험자로 등록되어 보험료도 카카오에서 지불한다. 카카오드라이브는 대리의뢰를 하면 고객에게 배정기사의 기사신분증을 전송한다. 대리운전기사들은 카카오드라이브가 업계의 혁신을 가져와 그동안 횡포를 부렸던 업체들이 변화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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