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중학교 2.

“아무리 그래도 저는, 가르치는 일에 대해선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수업은 똑같이 하는데 무슨 말인지 저는 어제 내내 속상했어요. 정말 기분 나빴거든요.”

다음 주까지 수업을 하기로 한 중학교의 국어선생님이 점심식사중에 하소연을 쏟아냈다.

내가 2주간 수업을 하게 된 이 학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이 별로 없고 학교 예산도 넉넉하여 여태 외부 예산을 끌어오거나 외부 강사를 부른 일이 거의 없었단다.
나에게 수업제안을 한 선생님이 첫 케이스인데, 지원사업을 한 적이 없으니 행정실도 첫 케이스인 셈이다.

외부강사가 학교에서 밥을 먹을 경우 식대를 지불하라는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 점심식사 2700원.
이 연락을 받은 두 선생님이 황당해 하다 한 분이 총대메고 나에게 전달을 했다.
나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학교의 행정은 어이없을 수 있다. 극강의 편협함과 궁극의 답답함을 펼칠 수 있는 게 학교다. 누구의 의도도 아닌, 다른 일을 시도하기 귀찮은 자들은 세금으로 굴러가는 모든 기관에 존재한다.

식대 얘기를 듣고 내가 바로 생각한 건, 오.. 나가서 순대국 먹을까. 였다.

담당교과 선생님이 얼굴을 붉히며 이 이야기를 전하자 사업을 꾸린 선생님이 자기가 행정실장과 이야기를 했고 주임선생과 교장에게도 이야기를 할테니 걱정하지 말라며 나에게 거듭 사과했다.

“안 해본 걸 하려니까, 이런 일도 생겨서 민망하고요.. 수업 똑같이 하는데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가요. 여기 학부모 봉사 오시는 분들도 그냥 식사하실 수 있거든요. 교직원 내부에서도 외부강사를 차별하려는 분위기가 느껴져서 어제 정말 속상했어요. 적어도 가르치는 사람들은 그러면 안돼죠. 안되는 거예요. 그쵸?”

모든 시스템은 느리게 변한다. 그 안에서 힘든 사람들은 시스템 오류를 지적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지쳐 떨어져나가지 않는 세상이 우리가 가야 할 곳일게다.

2015. 5. 14.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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