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역사는 나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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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바닥을 보는 때가 있다.

자기 내면의 깊은 바닥을 치는 순간이 온다.

바닥을 보는 일은 끔찍한 일이다.

한 개인의 바닥은 더럽고, 추잡스럽고, 미련하고, 이기적이다.

더러운 것이 눈에 띄는 순간 덮어버리고 싶은 건 당연하다.

한 사람이 얼마나 강인한가는 여기서 드러난다.

한 사람의 내면의 힘은 변화무쌍하여, 언제는 보고 싶지 않다고 눈을 감아버리고 도망을 가기고 하고 언제는 자세히 들여다 볼 수도 있다. 그 힘은 저것이 더러운 것은 사실이나, 나의 배설물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에 온다. 말하자면, 내가 싼 똥을 보고, 저건 내 몸에서 나온 것이라고 인정하는 것과 같다.

 

좋은 사람이고 싶었다.

칭찬받는 사람이고 싶었으며, 남들에게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싶었고, 의지가 강하다거나, 대단하다거나, 나는 너처럼 하지 못할거야. 라는 찬사를 받고 싶었다.

 

5개월째, 내 자신을 완전히 해체하여 하나씩 뜯어보는 일을 하고 있다.

물론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있다.

내가 싸갈기고 외면한 똥들은 어느 새 산을 이루어 나는 똥통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꼴이 되었고, 그 냄새가 너무 지독하여 아무나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고, 급기야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였으니까.

 

이 지저분한 바닥을 쓸고 다니는 동안, 하나씩 내가 버려둔 배설물들을 치우는 동안에도 나는 여전히, 남들에게 칭찬을 받고 사랑을 받고,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게 가면을 뒤집어 쓰고 사는 동안 내 바닥은 얼마나 썩어 문드러졌는지, 꽉 막힌 양재IC에서 눈물이 흘렀다. 내가 훌륭했던가, 내가 잘 해냈던가,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성과물을 선보이며 받았던 그 찬사들은 다 무엇이던가 생각했다.

 

나라는 사람은, 모든 감정을 덮어주고 발버둥을 쳤던 거다.

그건 내가 훌륭하거나 놀라운 일을 해내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칭찬을 받고, 어떻게 하면 인정을 받고, 어떻게 하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 그 기술을 꾸준히 스스로 익혀왔기 때문이다. 썩어 문드러지는 내 감정도 나의 것인 것처럼, 그렇게 키워온 가면을 쓴 나의 기술도 나의 것이다.

 

버림받을까 두려운 것은 가장 큰 공포였으며, 역량을 인정받아야 생명을 보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7살 무렵, 스탠드가 켜져 있는 어두운 방에 동생은 자고 있고 엄마는 오지 않던 그 밤에, 책상위에 올려놓은 새 신발을 보며 엄마는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고 내내 벌벌 떨며 기다리던 그 기억에서 시작한다. 어쩌면 그 이전에도, 그 훨씬 더 이전에도, 나는 잘 해내지 못하면 죽을 것이라는 공포에 휩싸여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 힘은 결국 나를 길렀고, 나는 지금 모두 잠든 내 집안에서 내 컴퓨터 앞에 앉아 이런 글을 쓰고 있게까지 만들었다. 공포와 위협도 나를 길러낸 힘이 된다. 그 역시 내 바닥에 숨어 있던 나의 것이므로.

 

나의 썩어버린 바닥에 사람들을 하나씩 끌어왔다. 아빠, 엄마, 남편, 동생, 딸, 아들을 끌어와 이 바닥이 이렇게 더러운 것을 좀 보라고, 나는 이 냄새를 견딜 수 없다고 그 안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신음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은 모든 것이 관계속에서 이루어진다. 그 중에 평생을 보고 살아야 하는 가족들과의 관계는 절대적이다. 모든 것을 부정하고 모든 관계를 부정하고 나는 내 바닥을 숨기며 우물 위로 올라가기에 급급했다. 그 간절함 역시, 나의 것이다.

 

내가 치우지 않은 바닥에서 내가 울부짖으며 바라봤던 사람들을 땅위로 하나씩 올려보낸다. 아직 한 사람이 남았고, 또 몇 명이 더 튀어나올 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나씩 바닥을 청소중이다. 모든 것은 나의 것이다. 모든 문제도 나의 것이다. 모든 성과와 칭찬과 찬사도, 나의 것이다. 이 모든 역사는 나의 것이다.

2013.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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