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요일에 진행한 미래교육포럼에서 참가자들에게 가장 큰 호응을 받은 것은 중학교3학년 학생의 토론이었습니다.
이 학생은 4차산업혁명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인성교육”이라고 말했는데, 저는 그 얘기를 들으며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라고 끄적였습니다. 학생이 말한 인성교육이라는 것은 ’순응하는 인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협의하고 배려할 줄 아는 인간형이라고 이해했습니다.
원탁토론 이후 학생 발표자가 “교과목 외의 활동에도 학생들이 관심을 갖길 바란다”는 말도 했습니다. 학생들의 의견은 언제나 가장 소중합니다.
저는 지역사회에서의 각 역할과 미래교육자치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 발표를 맡았습니다. 아쉬운 것을 먼저 말한 탓에 “센 발언”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일부 교사들이 “솔직한 이야기를 해주어 토론이 활성화되었다”고 따로 얘기해주어 다행이었습니다.
제가 발표한 내용을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만, 현장에서는 더 압축해 말하느라 표현이 더 거칠었습니다.
1. 지역 내 핵심기관의 무관심과 조직구조 문제
오늘 미래교육포럼에도 안양시청 관계자는 초반 인사 후 사라졌습니다. 안양시는 교육청소년과가 있긴 한데, 예산지원 외 다른 사업을 신경쓰지 못할 정도로 사람이 부족합니다. 현재 미래교육지구 사업은 담당자가 1명 정도입니다. 교육청소년과 업무는 차고도 넘칩니다. 장학부터 안전까지, 모두 교육청소년과에서 해야 하는 일인데,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셈이죠.
의회에서는 한 명도 오지 않았습니다. 교육지원청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의심됩니다.
2. 자발적 시민의 힘
자발적인 시민의 힘으로 뭔가를 만들어가는 세상은 끝났다고 봅니다. 자원봉사도 쉽지 않습니다. 골목마다 녹지 않는 눈이 바로 그 반증입니다. 이제 문만 열고 나가면 돈이 드는 도시에서 무임금 자원봉사는 사비를 지출하는 일입니다. 경제는 어렵고 물가는 올라가는 상황에 시간을 내는 일 역시 개인 비용을 부담하는 일이 됩니다.
미래교육지구의 성공을 위해서는 마을교육공동체가 조성되어야 하는데 지난 10년 시도해도 잘 되지 않았습니다. 좋은 리더들은 공직자가 되어 사라지기도 하고 정치권에서 흡수해가기도 했습니다. 마을교육공동체가 활성화되려면 일자리창출과 마을기업으로의 전환등, 보람과 소득이 같이 마련되어야 합니다만, 대부분의 리더그룹의 활동가들은 헌신에서 착취로 소진되고 말았으며,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예산사업에 기댔던 공동체는 모두 붕괴되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동안의 중산층 이하 공동체나 복지기관, 지역의 돌봄을 셧다운한 정부의 판단은 오랫동안 회복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교육봉사가 완전 무상으로 진행되어서는 안됩니다. 어느 정도의 수당, 노동에 대한 대가를 인정해야 일을 진척시킬 수 있습니다. 이제는 그런 시대가 된 것이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1) 첫째, 예산을 보유하고 있는 기관에서 주민을 적극적으로 조직해야 합니다.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면 잘 하고 있는 단체나 마을공동체, 학부모 조직이 새로운 사람들을 발굴하고 인큐베이팅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2) 둘째, 시의 산하기관과 교육지원청이 협력하여 자율적으로 잘 운영되는 권역의 사업을 구체화시키고 마을주민들을 합류시키는 전략적 기획을 짜야합니다. 거의 다 된 밥상에 숟가락만 얻으면 되는 일입니다. 동에서 미래교육지구를 성공시켰을 때 그에 따른 보상도 필요합니다. 3) 셋째, 이 두 가지가 모두 가능하려면 빠른 주민자치회 전환이 필요합니다. 안양시의 귀인동 주민자치회 같은 경우, 겨울방학 돌봄체계가 미흡한 지역 특성상 주민자치프로그램에 어린이 프로그램을 한시적으로 넣어 1시간 내에 마감된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이런 연유 때문에 주민자치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기득권들이 구태의연하게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주민자치위원회로서는 마을의 기능을 다 하기 어려우며, 그에 따른 민원은 모두 공직자의 몫입니다. 마을의 주민자치회는 결과적으로 공직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것입니다.
3. 학교에게 물어보시라
외부와 마을교육공동체에서 학교와 뭔가를 하려고 할 때 가장 쉽게 접근하는 게 교육기부입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과연 필요한 게 외삽되는 교육일까요? 학교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학생상담, 학부모상담, 학교폭력문제, 악성민원, 공동체 붕괴에 따른 행정업무 분담입니다. 교사들이 울며겨자먹기로 외삽되는 교육과 교육기부를 받아낸다는 걸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로 교육을 넣을 때는 엄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을 만나는 일을 쉽게 생각하면 안되며, 교사의 업무과중으로 이어져서는 안됩니다.
4. 결국 현장의 힘
학교현장의 최종책임자는 교사들입니다. 교육부는 교사들을 외면하고 있으며 소통하지 않습니다. 교육청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지원청이라도 교사들과 협의해야 하고 모든 교육은 교사들이 책임질 수 있어야 합니다. 지역사회에서 마구잡이로 만들어놓은 정책이 과연 학교현장에 부담이 되는가 살펴봐야 합니다.
5. 소통과 연대 협력
이를 위해서는 각 기관과 주체들이 끊임없이 정례적으로 만나야 합니다. 만나서 얼굴 보고 이야기를 해야 오해도 줄어들고 서로 필요한 부분을 체감하게 됩니다. 미래교육을 비롯한 모든 교육정책은 공교육이 버틸 수 있게 하자는 목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학교중심으로 모여야 합니다.
지원청만 해도 파티션만 넘어가면 인수인계 과정에서 모든 세부적인 상황들이 다 흩어집니다. 내부에서 서로 소통하지 못해서 외부인에게 작년에 세금처리를 어떻게 했냐고 물어보는 지경입니다. 이런 일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만납시다. 정례적으로 꾸준히 만나다보면 지금보다는 훨씬 좋아집니다.
각 동과 주민들을 묶는 역할은 시청에서, 학교-학생-학부모를 엮는 역할을 교육지원청에서, 산하기관과 마을을 묶어내는 역할을 미래인재교육센터와 같은 걸출한 산하기관이 해줘야 합니다.
원탁토론회 이후에 남은 단어들을 붙입니다.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총론에 동의하되 각론의 협의가 어려운 것은 모든 사업에서 쉽게 불거지는 일입니다.
내년에는 보다 현실적이고 학생 중심의 미래교육이 구체적으로 실행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