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문화다양성 포럼 발제

문화도시 안동에서 개최하는 다채로움 공동체와 함께 하는 문화다양성 포럼에 참가했습니다. 저는 그동안 수리장애인복지관에서 해온 생애사쓰기 지도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인식하고 구분짓는 장애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포럼을 통해 안동지역에서도 다양한 문화활동을 통해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멋진 사례를 만났습니다. 초대해주신 문화도시안동에 감사드립니다.

포럼의 내용을 모두 공개하긴 어려워 마무리발언으로 준비했던 원고를 붙입니다.

장애학연구자이자, 노들야학의 교사인 김도현 선생이 쓴 “장애학의 도전”에 보면, 우리가 장애를 별도로 분리한 것은 200년이 채 안되었다고 합니다. 한국의 경우 1980년대부터 본격화되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일부 기능이 약한 사람들을 계속해서 분리해낼 경우, 시내에는 누가 남을까요? 신체적으로도 아주 우월하고, 지적으로도 월등하고, 할 줄 아는 게 많은 팔방미인에, 건강한 사람들만 남겠죠. 그 안에서도 계속해서 어딘가 부족한 사람들을 쳐내면, 결국 아무도 남지 않을 겁니다. 저도 쳐내질 겁니다.

지금 여러 곳에서 장애인투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장애인이 이동할 수 있는 권리, 여기 안동에 고속버스를 타고 올 권리, 또는 시설에 갇혀서 살지 않을 권리를 외치는 겁니다. 비장애인들은 아무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그런 기본권에 대한 것이죠. 내가 사는 지역에 전동휠체어를 탄 사람이 별로 안 보인다거나,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이 당연하다거나, 저상버스가 없는데도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거나, 내 자녀의 학교에 장애아동이 없다거나, 재활수영이 가능한 수영장이 없다거나, 영어로 된 간판이 줄 지어 있다는 얘기는, 차별이 만연한 곳이라는 뜻입니다.

한국사회에서 불거지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습니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저출생, 끊이지 않은 산업재해 같은 게 있겠죠.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존중받는다는 느낌. 그 느낌은 모두에게 안정감을 줍니다. 나에게 어떤 불행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예기치 못한 사고가 생기더라도, 국가가, 사회가, 내가 사는 이 고장이 나를 지켜줄 것이다. 라는 신뢰, 그 확신이죠. 그런 확신이 보편적으로 퍼져나갈 때 사회는 안정되고 한국사회가 봉착하고 있는 가장 큰 난관인 저출생의 문제도 해결되리라 봅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집이 되어줄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장애의 역사”라는 책의 마무리에 나오는 말인데요. 이 문장을 여러 번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국가는, 사회는, 우리의 집이 될 수 있는가. 제가 여러분께 드리는 질문입니다.

2022년 7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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