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박부장이 고등학교때부터 다니던 국밥집을 찾아갔는데 철거하는 건물에 세들어있던 모양이다. 국밥집이 이사한 곳을 찾아갔더니 일요일 휴무라고, 길에 서 있던 아지매 둘이 알려주었다.

근처 아무데나 들어간 곳은 테이블 네 개의 단촐한 식당이었다. 그 중 두 개의 테이블에 소주병과 고구마가 놓여 있었다. 머리가 허연 남자노인이 앉아서 주인이 하는 말을 다 들어주었다.

밥을 차려주는 사람은
무릎병이 오래된 게 틀림없었다.
무릎이 잘 구부러지지 않고 근육으로 수십 년 살다보면 걸음 하나 하나 뒤틀린다. 허리도 아파서 오래 서서 뭘 할 수가 없다.

주인 노인은 우리의 국밥을 차리며 계속 에어컨 설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고보니 가게 안에 에어컨도 없었다. 지난 여름은 어찌 난 것일까.

비둘기 한 마리가 현관까지 들어와 밖을 둘러보았다. 자주 오는 놈 같은 폼새다.

노인이 차려준 밥상의 땡초와 마늘은 시들시들했고 김치는 묵다못해 쉬어빠졌다. 다리가 저 지경이면 무엇하나 쉬운 게 없을터였다.

묵묵히 이야기를 듣던 흰 머리의 노인을 보니, 어느 시기가 되면, 장농처럼 그저 듣는 사람이 필요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220612 / 남부민동 /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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