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풍경

일요일에 파스타를 먹을 만한 집은 세 군데정도.

그 중 두 곳은 오늘도 만석일게 분명해서 혼자 가기 저어했다. 한 곳은 음식맛이 좋은데 건물위치 때문인지 손님이 붐비지 않는 곳이다. 나는 붐비지 않는 곳을 선택했다. 들어가자 한 테이블이 있었고, 내 뒤에 두 팀이 들어왔다. 오늘도 서빙을 보는 중년남자는 분홍색 셔츠에 넥타이를 맸다. 이 집은 부부가 한다고 들었는데, 부인이 주방을 보고 남자가 홀을 맡는다. 비어있는 1인석을 가르키며 내가 저기에 앉겠다고 하자 남자가 약간 당황한 듯 주춤했다. 내가 앉으려고 한 곳엔 식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남자가 금세 테이블보와 식기와 앞접시를 가져다주었다. 내 옆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는 남자는 물이 아닌 연한 연두빛의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그가 킁킁 하는 소리를 냈다. 그는 간헐적으로 계속 어떤 소리를 냈다. 틱이구나.

수 년 전에 이 집에 왔을 때 주인내외의 자녀로 보이는 사내 아이 둘이 있었다. 동생은 똘똘한 말을 계속 내뱉고 있었고 형은 약간 굼뜬 모양새를 보였던 기억이 났다. 그게 언제였던가. 벌써 4년도 넘은 일이다. 그때 덩치가 큰 아이는 중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으니 그 아이가 자라 저 청년이 되었을수도 있겠다.

넥타이를 맨 남자가 뭔가 부탁하는 말을 하자 청년이 일어나 테이블을 치웠다. 청년은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다시 킁킁 하는 소리를 냈다. 내가 파스타를 먹는 사이 청년이 주방에 들어갔다. 주방에서 “안돼”라는 여자의 낮은 소리가 들렸다. 손님이 일어나니 청년은 기계적으로 일어나 자리를 치웠고 주방에 잠깐 들렀다가 테이블에 앉았다. 계산을 하러 계산대에 섰을 때 청년과 나는 마주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지만 그는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파스타맛은 옛날과 조금 달랐다. 기름이 적어 뻑뻑했다. 한 때 평촌에서 제일 맛있는 파스타를 한다고 소문났던 곳이다.

파스타집을 나오는데 옆 식당의 주방이 엿보였다. 긴 비닐앞치마에 머릿수건 마스크를 쓴 여성노인 두 명이 식재료를 손질하며 어떤 이야기를 큰소리로 나누고 있었다. 한 사람은 화가 난 것 같았다.

차를 세워둔 곳으로 돌아가니 주차관리 아저씨가 앉아 있어야 할 곳에 보이지 않았다. 관리원 부스가 가까이 있었는데 주차관리원은 부스 안에서 반찬통을 꺼내놓고 밥을 먹고 있었다. 12시 50분이었다. 나는 차 앞에 꽂힌 쪽지를 들고 부스로 다가갔다.

식사 하시는 거 같아서 제가 왔어요.

주차관리원은 입을 닦으며 머리를 조아렸다.

제가 저쪽으로 가서 끊어드려야 하는데. 관리원이 입을 가리며 말했다.

식사 시간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식사하셔야죠. 멀지도 않고.

관리원은 고맙다고 인사했다. 주차비 1200원.

그 구역의 주차관리원들은 모두 노인이다. 비오는 날, 눈 오는 날, 햇빛이 내리쬐는 여름에도 늘 자리를 지키고 늦게 나타난다고 화내는 운전자들의 짜증을 받아내는 사람들의 점심시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화장실에 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오늘부터 점심시간에는 전화를 받지 말라’고 지시하던 어느 중소기업사장이 떠올랐다. 내가 자주 가는 사무실 백반집에는 AS를 다니는 기사들이 자주 오는데 그들은 밥을 입에 물고 한참 이야기를 듣다가 이렇게 말하곤 한다. “네네 고객님, 제가 지금 밥 먹는 중인데요. 얼른 먹고 가겠습니다.” 점심시간에 점심을 먹는 것도 사치가 되는 건가.

온갖 차들이 쏟아져 나온 공원 부근을 지나 시험을 앞둔 아이들을 태우러 나온 학부모들의 차로 학원가의 정체된 도로를 지났다. 일요일. 누군가의 노동을 먹고, 나도 출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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