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정책제안에 부쳐

어제부터 시작된 청소년 정책제안대회의 멘토로 참가했다. 어린이, 청소년들이 정책제안을 하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은 곳곳에서 생겨난다. 여성가족부에서 만든 청소년참여포털에는 청소년들의 정책제안을 올릴 수도 있고 https://www.youth.go.kr/ywith/index.do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는 청소년정책제안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을 올려놓았다. https://www.nypi.re.kr/contents/site.do지역에서 청소년 정책제안에 개입하여 살펴보면, 아이들이나 성인시민들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1. 나이차이를 떠나 모든 시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쓰레기문제와 주차문제다. 이 두 항목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본인의 주거환경을 떠나서 시내 곳곳, 특히 유흥가 번화가의 무단쓰레기투기 문제, 주차공간 자체가 협소하다 보니 생기는 불법주차문제는 대한민국의 최대 과제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했더니 쓰레기문제가 해결되더라는 사례는 꽤 있다. 하지만 이 사례들은 대체로 매우 지엽적이고 국소적이다. 마을에 화단을 만들었더니 쓰레기가 줄었다는 것은 약 1평 정도에 쓰레기가 사라졌다는 말이다. 아파트에 있는 것처럼 재활용품을 모아두는 작은 공간을 만들었더니 쓰레기가 줄었다고 하다가 재활용품 수거함에 적합치 않은 쓰레기나 음식물쓰레기를 투척하는 빌런이 등장하면 주민들이 급격하게 좌절한다. 이 좌절이 너무 빠른 것도 문제인데, 과정이 그만큼 힘들어서인지, 살펴볼 일이다. 안양시의 경우 경기도내 최악의 주차조건이라는 악명에 걸맞게, 불법 무단 주차를 적당히 방치하고 사는 편이다. 도시 자체가 숨 쉴 틈없이 촘촘해서 새롭게 개발할 여지가 없다. 새롭게 여지를 틀만한 공간이 없고 시민들의 소득수준이 높은 편이라 주차문제는 풀어내기 쉽지 않다. 아이들도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게 쓰레기문제와 환경문제로의 연결인데, 이 주제는 어디를 가도 나오고 언제나 등장해서 식상할 정도다. 아이디어 디자인 쓰레기통 설치에 대한 의견도 자주 나오지만 사실 쓰레기통은 별 대안이 아니다. 특히 안양지역은 희한하게 흡연부스가 없다. (혹시 설치된 곳을 아시는 분은 제보 바람) 시청에 이 문제를 건의하면 주변의 민원이 제기 되기 때문에 부스 설치를 못한다는 것이다. 금연단속 다니는 공무원도 있고 꽁초집중 수거 미화원을 동원하는 방법을 택한다. 백날천날 단속해봤자 지정구역이 없으니 길바닥은 언제나 난장판이다. 어른들은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는 문제이지만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받는 모양이다. 이번에도 예상대로 환경문제에 관심있다고 얘기한 청소년들이 가장 많았다. 사실 청소년들에게 환경문제는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과하게 제기하더라도 기성세대는 그냥 닥치고 있는 편이 좋다. 
  1. 내가 만났던 청소년팀은 좀 달랐다. 환경문제보다 다른 분야에 관심이 더 많다고 대답했다. A는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을 더 하고 싶은데 작년부터 동아리활동이 거의 중단되어 서운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B는 그간 지역에서 청소년위원회 등 다양한 청소년 활동에 참여했는데 학교 생기부에 적용되지 않아서 절망했다. C는 지역의 다양한 청소년활동에 참여하고 싶은데 학교에서 받는 정보가 너무 적다. 학교 선생님이 전달해줬으면 좋겠는데 잘 전해주지 않는다. D는 학교에서 성수소자 차별에 대한 언행이 보이는 것이 불편하고 싫다. 인권이 중요하다면 성소수자 인권도 존중해야 하지 않나. D의 경우 어쩌면 교사나 동료 학생들이 그런 발언을 하는 경우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유추했지만 누가 그러더냐고 묻지는 않았다. 자, 이런 네 가지 사항을 가만히 들으면 단순한 건의사항, 민원내용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문제를 결정권자들이 한 번에 쉽게 고쳐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멘토역할이 건의사항 접수하고 민원 접수해서 결정기관에 전달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런 내용을 어떻게 정책제안으로 끌고 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아이들이 제시한 내용은 모두 하나의 문서에 담겨있는 내용이다. 바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다. A가 얘기한 동아리 활동내용과 C가 제안한 학생활동 정보 공유 내용은 제 9조와 22조에 있다. 

제9조(정규교과 이외의 교육활동의 자유) ① 학생은 야간자율학습, 보충수업 등 정규교과 이외의 교육활동과 관련하여 자유롭게 선택하여 학습할 권리를 가진다.② 교장 등은 학생에게 야간자율학습, 보충수업 등을 강요하여서는 아니 된다.  <개정 2019. 8. 6.>③ 교장 등은 방과후학교 등 정규교과 이외의 교육활동에서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운용함으로써 교육의 다양성과 학생의 실질적인 선택권 보장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개정 2019. 8. 6.>

제22조(문화활동을 향유할 권리) ① 학생은 다양한 문화활동을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② 학교의 장은 학생의 다양한 문화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여 교육, 공연, 전시 등의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운용하여야 한다.  <개정 2019. 8. 6.>③ 교육감은 제2항의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학교 및 지역의 협조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B가 얘기한 내용은 지역과의 연계가 성립되지 않아서 지역내 활동이 학교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내용도 지역의 협조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는 내용에 해당된다. 
D의 경우는 제 5조에 담겨있다. 

제5조(차별받지 않을 권리) ① 학생은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국가, 출신민족, 언어, 장애, 용모 등 신체조건,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병력, 징계, 성적 등을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② 경영자, 교장 등은 제1항에 예시한 사유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하여야 한다.  <개정 2019. 8. 6.>


인권조례 5조에는 분명히 용모 및 신체조건, 임신 또는 출산, 성적 지향까지 차별해선 안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미 다 있는 내용인데 지켜지지 않는 것 뿐이다. 코로나19라는 핑계로 아이들의 활동을 제한한다 해도, 이해당사자인 청소년들의 동의에 의해 실행되어야 하고 기회는 열려 있어야 하지만 대부분 어른들은 “너희들은 작고 약하니 우리가 결정한다.”는 태도를 일관한다. 
아이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아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정보는 다음과 같다. 한국의 각종 법령에 의거한 조례의 위계와 조례와 일반법령의 차이점, 조례 제정의 일반적 과정, 주민발의조례가 존재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은 근본적인 이유, 학교에서 조례를 잘 시행하지 못하는 구조적 원인, 학교 교사의 업무량, 범위와 시간, 조례의 강제성 여부를 간단한 교육으로 풀어낸다. 
여러분이 제시한 내용은 모두 합당하게 누려야 하는 권리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문제이니 어떻게 하면 조례를 잘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찾아 제시하고 결정권자들이 이를 잘 지킬 수 있도록 설득하고 독려하고 칭찬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했다. 오히려 답이 쉽게 나와 정책제안으로 풀어낼 수 있는 방향은 선명하게 잡힌 셈인데, 이 팀 구성원들에게 나의 이야기는 제안사항일뿐이니 여기서 보다 자유롭게 확장해봐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3.

각 지역에는 민관협치라는 이름으로 유명무실한 각종 위원회가 있고, 말 한마디 의견 한 줄 내지 않고 회의비 받아가는 위원들이 수두룩하다. 교육정책이나 교육에 대한 담론 논의때마다 아이들은 모두 빠져 있다. 청소년들이 수 개월간 애를 써서 만들어낸 정책제안은 자료집에 몇 장 들어가는 것으로 그친다. 의회나 시정에서는 아이들을 불러 사진 찍고 의회 구경 시켜주는 것으로 그친다. 스무살이 안되었다는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넘어서 대상화까지 하는 행위다. 청소년들이 코로나19를 거치며 많은 고민을 했고 그 고민으로부터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쉽게 말해 학생들도 매일 학교를 가다가 안 가게 되니 “학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될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학생들이 학교를 우습게 본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성세대들의 비관적 오판이다. 아이들은 학교 선생님을 여전히 좋아하고 사랑받고 싶어하며, 학교에서 기본교육을 받길 원한다. 부족한 부분은 학원에서 메꾸는 것에 대해도 별 불만이 없다. 성적은 대체로 상향 평준화되었다. 아이들은 학교와 지역이 더 자주 만나서 재미난 일을 꾸릴 수 있는 기회를 학교에서 제공해주길 바란다. 학교에서는 공부만 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학교는 더 이상 지식전달만의 장의 아니라 세상으로 나가는 교두보의 역할을 할 때가 되었으니까. 

내가 만났던 이 팀을 내가 몇 개월동안 계속 멘토링을 하게 될지는 모른다. 멘토는 재배치가 될 예정이다. 게다가 아이들은 한 번 모이는 것도 엄청나게 힘들다. 각자 사교육을 어느 정도 수행하고 있는지 정도가 다르고 아이들의 일과도 모두 다르다. 이 팀은 학년과 학교도 모두 제각각이었다. 다시 만나게 될 지 모르겠으나 이 팀에서 제시한 내용이 나는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내용이라고 봤다. 보다 다양한 세상을 꿈꾸고 있는 아이들을 만나게 되어 기뻤다. 어른들보다 훨씬 더 훌륭한 생각을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더 만들어내는 게 내가 할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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