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먹기 – 잔반과 간식

오늘자 내 아이의 학교 급식 (수요일은 특식 먹는 날)

최근 이슈가 되는 급식과 잔반문제.

페친 중에 급식전문가가 있으니 이에 대한 더 나은 고찰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적어본다.

2020년 중반쯤에 경기도교육청 정책자문위원회에서 잔반처리 문제가 언급되었다. 관련부서에서 잔반처리비용이 점점 늘어나 고민이다. 2019년 음식물처리비용이 1600억 정도 된다는 것에 대해 경기도의회에서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에 2020년 교육청에서 다른 방안을 찾은 것인데, 사실 잔반처리 관련해서 음식물쓰레기 줄이기를 공식적으로 TF까지 만들어 궁리한 건 2015년부터라고 알고 있다.

당시 내가 받아본 자료에는 고학년으로 갈수록 잔반이 많아지는 추세가 뚜렷했다. 내가 속한 분과회의는 아쉽게도 성비가 맞지 않아 남성들이 80%이상을 차지한다. 식생활교육이나 애들 먹이는 일을 주로 해보지 않는 것이 빤한 50대 후반의 사회각계인사로 구성되었다. 이들 중에 바로 튀어나온 대답은 “급식을 맛있게 하면 될 거 아닙니까.”였다.

급식을 맛있게 하려면 튀기고 볶으면 된다. 그럼 일단 다 먹는다.

라면 줘봐. 싹싹 먹지. 국물까지 서로 뺏어먹으려고 난리일 거다.

애들이 급식이 맛없어 남기는 건 아니다.

초등정도 되는 아이들은 대체로 주는대로 먹고 고르게 먹어야 한다고 학습된 대로 행동하려고 애쓴다. 요즘 애들은 채소 다 싫어하고 고기 없으면 밥 안 먹는다. 특히 생선기피가 심하다. 초등연령대에서 가려먹는 것은 체질과 관련있다. 경미한 알러지가 있거나, 풀냄새를 역하게 느끼는 것이다.

보호자는 대체로 바쁘고 레토르트 식품으로 조립형 식탁을 차리는 일이 대다수다. 생선은 구울 때 냄새가 많이 나고 소형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생선 굽는 일이 곤욕이다. 마트에서 “생선 구워드립니다”가 흥하는 이유다.

집에서 정성스럽게 매끼니를 차려줘도 아이들은 집밥에 물려 밖에 나가 기회가 될 때마다 불닭볶음면 같은 걸 사먹는다. 집에서 아무리 애써봤자 어쨌거나 강하고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되어 있다. 이게 나이를 먹으면서 강화된다. 그리고 선택권을 강하게 요구한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건 컵라면이다. 이거만 주면 만사 해결된다.

중학생쯤 되면 취향대로 가려먹기 시작한다. 급식에 야채나 볶음 튀김이 없으면 대충 먹고 집에 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뭘 사먹는 경우가 더 많다.

배곯는 아이들도 많지만 돌봄조건이 좋거나 나쁘거나를 떠나서 일단 세상에는 볶고 튀겨서 강하고 자극적인 음식이 지천이다.

고등학생은 기본적으로 피곤하다. 피곤한데 건강한 식단이 맛있을 수 없다. 늘 졸립고 고단한 상태로 지내니 더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된다. 잔반이 늘어나는 건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건강하지 않다는 얘기와 같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잔반을 줄이기 위해 아이들의 취향대로 밥을 해 줄 순 없다. 학교급식은 건강과 영양균형이 최고다. 집에서는 편식을 일삼는 아이들이 많아서 그나마 급식이라도 해야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형편이다.

잔반처리 문제를 당장 해결하려면 반찬 종류를 한 두 가지 늘리는 게 있겠지만, 그러면 채소류는 다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이건 학교급식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청소년 청년층의 문제라고 봐야 할 것이다.

잔반문제와 더불어 이슈가 된 어떤 기사에서 다뤘던 간식문제.

학교에서의 간식문제는 상황이 이렇다.

간식때문에 싸움이 난다.

그걸 꼭 먹고 싶어서가 아니다.

간식을 먹는 건 상호간의 교감, 애정을 표현한다. 누가 뭘 사가지고 와서 전체 아이들과 나눌 수 없다. 교사가 자기 할당량인 우유를 특정 아이와 나눌 수 없다. 형평성의 문제가 생긴다. 아이들은 “왜 쟤만 주느냐”고 따지기도 하고 가위바위보라도 해서 어쨌거나 간식을 쟁취하려고 한다. 학교 교실에서의 간식은 허기를 달래는 용도가 아니라 전리품과 같다.

그렇다고 교실에 과자류를 비치할 수도 없다.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 함부로 먹일 수 없으며 “우리 애는 사탕 안 먹여요, 과자 같은 거 안 먹어요.”라는 보호자가 늘어나고 있다.

교실 안에 간식이 있으면 민원이 빗발칠거다.

그 간식을 어디서 가지고 왔느냐, 누가 공급하느냐, 우리 애는 땅콩 알러지 있는데 왜 과자를 가져다놔서 박탈감을 느끼게 하느냐. 등등.

그리고 외부음식물 반입금지 기준이 생긴 건 오래 전이다.

음식을 먹는 건 위험을 동반하는 일이라 예전처럼 반장됐다고 피자 몇 판 사서 돌리는 건 엄금이다. 친구와 나눠먹겠다고 뭘 가져왔는데 그 친구가 알레르기가 있는지 몰랐을 수도 있다.

교무실은, 교무실 운영비용으로 사서 (그 기고문에서 말한대로 세금써서) 비치할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품의서 결의서 쓰고 행정실 통하는 귀찮은 절차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교사들이 그냥 사다 놓는거다. 요즘은 보호자들에게 박카스 한 병 못 받기 때문에 교사들이 자기 사비로 커피믹스라도 사다놓고, 어떤 교사는 원두도 사다놓고, 커피 갈아 마시기도 하고, 일반 기업 사무실과 비슷하다. 늘 사다나르는 사람 따로 있고 갖다 먹기만 하는 사람 따로 있는 것처럼.

..(너무 길어지니 여기까지만)

학교의 문제는 대부분 사회의 문제다.

사회의 문제가 학교로 들어와 더 크게 보인다. 일종의 착시현상이고 집약적으로 모여 있으니 더 크게 보인다.

유치원 급식에 문제가 있으면 운영위원회에 참여해 방법을 찾아보면 될 일이다. 학교 급식에 불만이 있으면 급식모니터링에 참여해서 교사들과 의논하면 된다. 학교도 더 나은 방법을 찾고 싶어한다.

교사와 얼굴 마주대고 의논해보면 대부분 답이 나온다.

옛날처럼 몽둥이나 출석부로 애들 후려갈기는 교사를 연상하지 않아도 된다. 안심해도 된다는 말이다.

여러 사람의 의견이 모일 때 학교는 보다 현명해질 수 있다.

뒤에서 뒤통수 치거나 다른 라인을 이용해 민원만 제기하는 것은 별 효과가 없다. 공격받아 화들짝 놀란사람들은 당장의 문제를 가리기 바빠지기 마련이다.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