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지역교육네트워크 이룸에서는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안양과천교육지원청과의 협력사업으로 경기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 교과서를 기반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분야별로 전문강사를 양성하여 민주시민교육을 몇 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진행합니다.
현재 지역교육네트워크 이룸에는 22명 가량의 전문강사진이 5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교과서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출발이었는데 교과서 내용이 충분히 훌륭해 이를 기반으로 해도 무리가 없습니다만, 학생들의 참여와 경험을 중시하여 학교 교사가 접근하기 어려운 활동내용으로 구성해 흥미를 더하고 직접 실습과 체험을 통해 깨닫는 시간을 갖도록 유도합니다.
현재 학교에 진행하는 수업 분과는 인권, 평화, 통일, 사회적경제, 공정무역, 청소년노동인권, 주민자치, 성평등, 다양성, 미디어로 나뉩니다. 각 수업은 안양YWCA, 율목아이쿱생협, 비정규직노동센터, 안양여성의전화, 지역교육네트워크 이룸 사무국에서 나누어 전담합니다.
오늘은 제가 진행하는 미디어 수업 내용을 공유합니다.
수업의 시작은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헌법 1조를 통해 알아봅니다. 강사가 설명하는 방식으로 민주공화국을 한자로 써서 한글자씩 설명합니다. 대한민국은 民主共和國입니다. 라는 말에서 백성이 주인되어 함께 화합하는 국가, 라고 말하는데 여기서 백성이라는 말의 변천을 살펴봅니다.
백성에서 시민까지 이르는 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하고 시민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그리스 아테네 도시국가에서 시작되었음을 얘기합니다. 이 부분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설명하는데요. 3학년은 민주주의 개념이 어려울 수 있지만 내가 땅이나 건물의 주인이 되었을 때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려면 책임이 뒤따르고 알아야 하는 게 많다는 예시를 듭니다. 아이들은 대부분 우리 학교에 땅이 생겨서 맘대로 뭘 지을 수 있다, 라고 가정하면 수영장, 워터파크, PC방 등의 놀이시설을 이야기하죠. PC방 주인이 되려면 PC 사양에 대해 알아야 하고 잘 골라 사야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도 나에게 있다는 걸 빠르게 알아차립니다.
이어서 민주시민으로 살기 위해 조금 복잡하고 어렵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는데 학생때는 상식적인 면을 공부하면서 민주시민으로써의 역량을 갖춰가자고 이야기하죠.
미디어 수업에서는 일단 미디어의 개념을 설명합니다. 사실 성인들도 이 개념을 설명하지 못하는데 손에 잡히지 않는 콘텐츠를 손에 잡히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 있도록 어떤 특정한 도구에 담아 전달하는 것을 미디어라고 설명합니다. 공기계는 미디어가 아니지만 휴대폰에서 나오는 동영상은 미디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딱히 미디어를 종류별로 국한해서 말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기가 아는 미디어종류를 일단 적어봅니다. 포스트잇을 나눠주고 1인당 3가지의 미디어종류를 적습니다. 이 내용을 칠판에 나와 붙이게 하는데 칠판을 3등분 하여 좌측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때 시작한 미디어, 가운데는 엄마 아빠가 태어나고 난 다음부터 내가 태어나기 전까지의 미디어, 맨 오른쪽은 내가 태어나고 난 다음의 미디어의 종류를 붙이게 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미디어의 역사가 정리됩니다. 아이들이 붙인 내용을 같이 살펴봅니다. 컴퓨터를 할아버지 세대에 붙인 아이들은 최초의 컴퓨터인 애니악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아이들이 초등학교에도 한 반에 한 명정도씩 있습니다. 그때는 통신의 기능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있긴 있었지만 미디어로 보기 어려운 면이 있지만 완전히 틀리다고 하기도 어렵다는 이야기를 보탭니다. 아이들이 부모세대의 미디어와 통신기기로 휴대폰과 삐삐를 적는 경우가 많은데 통신과 미디어는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미디어라는 매체가 통신과 완전히 분리되기도 어려운, 다양한 관점이 있다는 것을 설명합니다. 각 반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오기 때문에 강사가 다양한 이론을 이해하고 무엇이 틀렸다고 부정하지 않는 태도를 견지하려고 합니다.
올해부터는 가짜뉴스 판별하기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학생들 뿐 아니라 성인들도 가짜뉴스 문제에 호되게 당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팩트체크.org에서 가짜뉴스 판별법 7가지를 규칙으로 잡았습니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인 경우 이 7원칙을 고스란히 이론적으로 이해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1. 뉴스의 출처를 파악하라.
2. 글을 끝까지 읽어라.
3. 작성자를 확인하라.
4. 근거자료를 확인하라.
5. 작성 날짜를 확인하라.
6. 자신의 생각이 한쪽으로 치우친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라.
7. 전문가에게 물어보라.
그래서 이 내용을 습득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직접 가짜뉴스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2015년에서 2016년에는 기사쓰기와 미디어비평쓰기를 해봤는데 이미 아이들이 매우 숙련된 상태라 딱히 재미도 없고 학원이나 교과시간에 많이 해 본 내용이라 특강형식으로 들어가는 민주시민교육에서 진행할 거리는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2019년 처음으로 진행한 민주시민교육 미디어 수업이었는데 가짜뉴스 만들기는 기본적으로 뉴스기사 쓰기를 바탕으로 합니다. 육하원칙에 입각하고 근거를 들어야 하죠. 가짜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신, 가짜뉴스의 목적은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누군가 이득을 보고 누군가 피해를 보는 것이 기본입니다. 오늘 수업을 진행한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이미 가짜뉴스의 존재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가짜뉴스가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가짜 뉴스를 왜 만들까? 라는 질문에 아이들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어그로 끌려고. 조회수 올려서 돈 벌려고. 누군가를 공격하려고.
정확한 대답입니다. 수업중에 아이들이 “어그로”, “개꿀”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이 말을 고스란히 받아 같이 사용합니다. 외부강사만이 할 수 있는 특권입니다.
외부강사가 미디어 수업을 하러 왔다고 하면 아이들은 대부분 “아.. 미디어 작작 보라는 얘기 하겠구나”, “게임 그만하라 하겠구나” 라는 금지에 대해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외부강사 교육은 대부분 “금지”에 대해서 말해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룸의 민주시민교육은 “함께 생각하고 공감하기”로 합니다.
가짜뉴스를 만들기 위한 첫번째 조건은 욕망입니다. 욕망을 투영해 표현하고 과장, 비약, 왜곡을 통해 기사를 뒤틀며 그럴듯한 근거를 제시합니다. 아이들의 욕망을 찾아내니 매점, 학교 안 나오기, 슬리퍼 신기등이 있었습니다. 그 중 특정한 동급생을 놀리는 듯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제지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를 공격하는 가짜뉴스에 걸맞은 조건이었죠.
모둠별로 머리를 맞대고 만든 가짜뉴스는 모둠사이에 맞교환합니다. 그리고 다른 모둠에서 만든 가짜뉴스를 평가합니다. 누가 이득을 보는가, 목적이 무엇인가, 출처가 무엇인가 찾아냅니다.
아이들이 만든 가짜 뉴스에는 분명히 이득을 보는 세력과 목적이 뚜렷했습니다. 그리고 출처를 확인할 수 없었고요. 단편적인 실험이지만 아이들은 쉽게 속아넘어갈 수 있다는 것과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지만 믿고 싶은 이야기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신념이 가짜뉴스를 퍼트린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한 학생이 “고정관념”이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요소가 된다고 대답했습니다.
수업시간에 만들어본 가짜뉴스는 사실 희망적이었습니다만, 몇 몇 모둠 아이들은 이미 이 나라에서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세력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기사에서 “충격”, “경악”, “속보”, “단독”이라는 언론사의 제목이 낚시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사실 수업시간이 모자랍니다. 2차시 정도를 더 해보면 가짜뉴스를 놓고 직접 걸러볼 수 있을텐데 그 부분이 무척 아쉽습니다.
아이들은 7가지 원칙을 주의깊게 살펴보았고 어느 정도 자신감도 보였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젊고 영리한 너희들이 가짜뉴스를 잘 판별하는 능력을 길러 어른들이 혼란에 빠졌을 때 가짜뉴스를 판별하도록 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민주시민교육은 교육지원청의 협력으로 이룸에서 특강으로 진행하는 민주시민교육 2차시를 담당 교사가 이어받아 확장하기로 했습니다. 이 수업을 통해 학교에서 더 많은 미디어교육이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올해는 민주시민교육 내용을 간간이 공유하겠습니다.
2019년 4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