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 경비노동자 집단 실직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1. 3월 1일자로 안양시 동안구의 모 아파트의 경비원 16명이 집단으로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이 아파트가 경비업체를 바꾸기로 했기 때문이다.
  2. 경비업체 변경은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나, 동대표단과 같은 아파트주민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합의해 결정한다. 물론 주민들의 투표를 받기도 하지만 주민들은 다들 먹고 살기 바쁘니, 특별히 아파트운영에 관해 관심있는 입주민이 많지 않은 이상, 대체로 대표자들이 “경비업체 바꿀려고 하는데 동의해주세요” 라고 엘리베이터에 공지를 붙이거나 경비초소에 명부를 갖다두면 대부분 동의서명을 해준다.
    때로, 경비업체의 방만한 운영이나, 아파트입주자대표자들과 심한 갈등이 생겼을 때 입주민들이 나서서 변경하자고 움직이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의 아파트관리업체들은 요령껏 다음계약도 이어서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3. 아파트관리는 주택관리용역업체와 경비업체가 겸하는 경우도 있고 분리되는 경우도 있다. 관리용역업체는 관리사무실에 직원을 파견하고 경비용역업체를 선정해 하청에 하청을 주는 구조가 된다. 최근에는 관리용역업체가 경비업도 겸하는 경우가 많다. 업종이야 추가하면 될 일.
    그렇다 보니 이 용역업체는 아파트와 계약을 맺어야 직원을 파견할 수 있고, 그래야 직원의 급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상시고용을 해봤자 손해다. 계약을 따면 그제서야 사람을 채용해서 내보내면 된다. 그게 자본주의 시장에서 맞는 체계다.
  4. 아파트 입주자들이 직영으로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경비원을 직접 고용하는 형태가 있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과천에 이런 직영 아파트가 많다. 입주자들의 민주적인 의사결정과 시민의식이 선결되어야 하는 문제라고 평가하는데, 내가 보기엔 “집주인들이 많이 살아야” 가능한 얘기다. 세입자들이 더 많은 구조에서는 불가능하다. 세입자도, 거기 살지 않는 집주인도 직영구조에 동의할 리 없다. 쌍방모두 무관심이 답이다.
  5. 경비원 16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 관리경비업체(이하 업체라고 하겠다)변경은 아파트 입주자대표들과의 계약이다. 새로 계약을 맺은 업체는 이전에 일하던 경비원의 고용승계를 할 의무가 없다. 새로운 업체는 자기가 고용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전 업체에서 고용했던 사람들에 대한 책임은 이전업체에게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6. 결과적으로 경비원들은 집단으로 일자리를 잃지만 사실상 “해고”라 볼 수 없다. 계약이 종료된 것이다. 경비원들은 고용이 아닌 계약직이기 때문에 “계약해지”라고 해석할 수 있다. 경비원들의 계약기간은 최악의 경우 1개월이고 3개월, 6개월, 12개월로 나뉜다. 2020년 경기중부아파트경비노동자 지원사업단의 실태조사에 의하면 안양과천군포의왕 4개 시의 326개 단지를 방문해, 근로계약기간에 대해서는 291개 단지의 상황을 파악했는데 그 중 3개월 계약기간이 40.5%였고 (총 118개 단지), 그 중 안양시는 45%에 육박했다. 1년 이상의 계약기간을 유지하는 곳은 291개 단지 중에 48.1%였다. 1년 이상 계약인 곳이 3개월보다 많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지속적인 업무가 필요한 아파트경비직이 3개월 단기계약이라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아무 때나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의미다.
  7. 아파트경비직을 보호하기 위해 “근로자계약갱신기대권”이라는 것이 있다. 사전에 계약해지(즉 해고통보)를 하지 않는다면 자동적으로 계약이 갱신된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는 인권보호의식이 담긴 권리이다. 최근 경비용역업체는 경비원과의 계약서에 “계약갱신기대권이 없음에 동의합니다”라는 항목을 넣는 경우가 발견되고 있다.
  8. 2월 24일 오전, 경기중부아파트노동자협회가 이 아파트의 계약해지 집단실업 사태를 듣고 대책강구에 나섰다. 여러 곳에 기사를 보내고 정부기관과 면담하고 아파트입주자들과의 접촉도 시도할 것이다.
    경비와 용역업체들이 안양군포의왕과천지역에 “경비들 조직이 생겼다”고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말이 있다. 업체들은 “경비들 조직”을 압박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9. 하지만, 신규업체에게 “고용승계의 의무가 있다”고 강요할 수 있을까? 신규업체는 자기들의 권리를 훼방놓는다고 할 것이다.
  10. 하청의 하청을 주는 사회구조는 개인을 공공의 영역에서 몰아내고 사적인 존재로만 머물게 한다. 공적인 인간, 사회적인 인간이 아니라 그저 내 생활만 안전하게 유지하면 되는 존재가 된다. 결국 본인이 사회에서 도태되었을 때도 여전히 개인으로 남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먼지같은 존재가 된다. 이 말은 파커 J, 파머의 철학에서 빌려왔다.
  11.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아파트입주자 – 용역회사 – 경비원까지 3자가 모두 갈등에 휩싸인다. 아래에서 개싸움이 벌어지는 꼴이다. 승자는 없다. 모두 상처만 남는다.
  12. 아파트경비원의 고용승계는 “늙고 힘없는 아버지같은 사람들이 일자리도 잃는다니 불쌍하고 안타까워서” 보장해야 하는 게 아니다. 이것은 옳지 않다. 지속적인 업무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자기 의지가 아닌 타의에 의해 일방적으로 계약해지가 되고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하는 사회구조가 정의롭지 않기 때문이다. 부정한 것이 세상의 규칙이 되면 우리 모두 부정해진다. 나 자신이 정의로운 사람으로 살다 죽기 위해, 경비원들의 부당한 고용현실을 부정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 경비원들은 늙고 힘없고 아버지같은 사람도 아니다. 경비원은 엄연한 직업인이다.
  13. 건조한 시선이 때로 명료하다고 생각한다.
  • 사진은 오늘 해당 아파트의 경비노동자들이 아파트 곳곳에 붙이고 있다는 전단이다. 해당 아파트는 20개동 1천여세대, 20년된 아파트로, 최소평수 30평형대부터 60평형대부터 있다. 평당 2천만원 정도로 거래된다.

관련기사 : http://www.mediapia.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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