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밖의 세계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810271522001

오늘 타임라인에서 계속 돌고 있는 기사에 대한 첨언한다.

 

  1. 아파트 아이들만 반으로 편성해달라, 는 요청이 있다.

– 없지 않다. 심지어 아파트 단지를 지으며 새로 짓는 초등학교가 개교하면 아파트 아이들만 입학원을 내주라는 학부모들도 있다.

수년 전 의왕시 내손동에서도 있었던 실화.

 

– 아파트 아이들만 임시반 편성이 되었더라고요.

이건 1학년 입학 때 임시반 편성은 주소에 기준해서 그렇다.

처음엔 주소지 번지수로 묶는다.

당연히 한 개의 아파트 단지는 한 번지수에 묶인다. 임시반에 들어가면 다 옆 동 앞 동 아이들이다. 이런 오해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파트아이들로만 반을 묶기는 쉽지 않다.

 

  1. 2008년쯤 관악산 휴먼시아에 살았다.

원래는 관악산 뜨란채로 허가를 받은 모양인데 입주자들이 휴먼시아로 바꿔달라고 했단다. 왜냐면 휴먼시아가 판교브랜드라나.

그래서 바닥 하수도관 뚜껑은 뜨란채라고 새겨져 있는데 벽에는 휴먼시아로 되어 있었고 나중에 공식명칭도 휴먼시아였다.

뜨란채 하수도 뚜껑을 가진 휴먼시아라.

신림동과 봉천동 일대는 가난한 이미지 벗는다고 이름도 다 바꿨다. 주민들이 원해서였다.

동료들과 회식 후에 “신림동이요”하고 택시를 타는데 직장 선배가 “어머 너 신림동 사니?”하고 수돗물 안 나오는 동네 취급했다는 동네 아가씨 얘기를 들으면 그래 뭐 이름이 대수라고, 바꾸는 게 낫다 싶기도 했다. 신림동은 난향동 난곡동 보라매동 대학동 삼성동 등으로 바꿔서 어디가 어딘지 적응하는데 5년 넘게 걸렸다.

 

  1. 아파트 외 지역에서 살면 기사에서 언급한 대로 주차장과 공원, 놀이터의 부족을 절감한다.

당장 이사를 간다면 주차장 확보가 어렵다는 걸 깨닫게 된다. 주민우선주차구역이 있어도 매번 헤매는 걸 감당해야 하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감당하려면 매일 주차로 인해 한번쯤 인상을 찡그리거나 쌍욕을 하는 삶을 살게 된다. 차를 없애면 될 거 아니냐고? 남의 인생에 그렇게 쉽게 말하는 사람하고는 말을 섞지 않을 참이다.

 

빌라 주변 놀이터가 낙후되었으니 밀어버리고 노인들을 위한 게이트볼장을 신설하자는 사람이 있었다.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것 같다.

“요즘 애들이 어디 놀이터에서 노나요? 그리고 그 동네는 애들도 없어요.”라고 당당하게 말했던 사람은 시의원이 되었고 재선에 성공했다. 페친신청한 지 오래됐는데 페친하기 싫다.

그 동네, 애들 많다.

그리고 그 동네, 경비아저씨가 출입 단속하는 아파트가 있어서 아무데서나 못 논다.

내가 살던 아파트가 출입단속하던 아파트였다.

그 아파트가 그 지경이 된 건 사연이 있다.

 

입주 첫 달에 두 집이 통째로 털렸다. 에어컨 설치하러 왔다면서 트럭을 대놓고 살림을 실어갔다. 새로 넓은 평수를 얻어서 들어온 사람들이라 새 살림을 샀을테고, 당시 평면티비 500만원짜리 정도 사서 들어온 사람들인데 가죽 소파 같은 거까지 다 털어갔다고.

나도 거기 살면서 내 집 앞 현관에 놔둔 28만 원짜리 자전거를 도난당했다. 절도범이 잡혔는데 인근지역 고등학생 세 명이었다. 애 엄마가 자전거값을 가져와서 백배 사과해서 나는 책을 한 권 선물해줬다.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범죄의 원인을 파고들면 대한제국까지 올라가야 하니 그 얘기는 이 정도까지. 아무튼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부자라면, 그들은 자기 재산을 지키는데 더욱 철두철미해진다. 가진 게 많은 사람이 잃는 게 더 두려운 법이니까.

 

  1. 신규 아파트 단지는 이기심이 극에 이른다.

아파트 조경도 신경 쓰고 관리사무실도 극도로 긴장한다. 화단은 곱게 가꿔지고 비싼 관리비를 받는다. 이 이기심이 극에 치닫는 기간은 입주 1년차에서 5년차 정도인 거 같다. 하자보수기간이 끝나고 2년 정도 지난 후로는 이런 감정들이 조금 낮아진다. 그 사이에 경매 나오는 집도 생기고 이사들도 가고 이런 저런 경제적 상황에 내몰려 집을 팔거나 전세 놓고 나가는 사람들도 생긴다. 전세계약이 2년을 기본으로 하는데 이 전세계약이 두 바퀴 정도 돌고 나면 집을 투자목적으로 산 사람들은 사라지고 살려고 들어온 사람들과 세입자들이 남게 된다. 그러니 그때는 재산불리기에 눈이 뒤집힌 사람들이 좀 줄어드는 결과로 추정한다.

신규단지에 적어도 10년 살 목적으로 들어간 사람들이라면 이웃 때문에 얼굴 붉어지는 일이 좀 생길 것이다. 그게 지나야 화단도 황폐해지고 사람들이 대충 살게 된다. 그때쯤 되면 출입통제도 좀 느슨해지고 그제서야 집단주택에 대한 본질이 살아난달까. 새집증후군도 사라지고.

 

서울강남권은 잘 모르겠다.

10년 넘은 아파트는 다들 집만큼 사람들도 낡아진다.

 

나도 내년엔 빌라로 이사할까 생각중인데 주차문제가 해결될까 골치다. 아침저녁으로 쌍욕하는 욕쟁이 아짐이 되겠지.

 

  1. 그래서 도시는,

아파트를 제외한 구역의 치안과 복지문제에 신경 써야 한다. 아파트단지는 관리비로 여러 가지가 해결된다. 아파트 안에는 정갈한 재활용쓰레기장도 있고 주차장도 청소한다. 시는 세금 걷어 뭐하나. 골목골목 유휴지 확보해서 쓰레기장부터 제대로 만들면 좋겠다. 어느 아파트는 음식물쓰레기통 옆에 지하수를 끌어올린 작은 수도꼭지도 만든다. 맘이 없어서 안하는 거지 불가능하다고 절대 생각 안한다. 미화원 채용 늘리고 공공근로 늘리면 될 일인데 그렇게 안한다.

공공근로는 사업이 단계별로 종료되어 1단계 이후 2단계로 진입하기 전에 한 달여를 그냥 쉬기도 한다. 그때는 공원청소도 안 되는 곳이 있다. 공공근로 환경미화 하는 사람들도 그 기간을 어찌 견디나 늘 고민하는 걸 접한 적 있다. 행정처리 해야 된다고 서류에 사인만 하면서 그게 한 사람의 생계를 붙잡는다는 걸 생각하지 않는다.

평생 가방 들고 출퇴근하면 따박따박 통장에 돈 꽂히는 사람들은 노력해서 이해하려 들어도 잘 안 될 것이다. 그러니 꾸준히 노력해야지. 밥은 왜 먹나. 밥값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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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수원의 다세대/주택가 초등학생들이 우리 동네는 너무 더러운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연구활동을 하다가 수원 다른 동네에 가서 찍어온 사진.

“우리 동네도 이런 거 있었으면 좋겠어요. 동네가 낡아서 지저분해지는 건 아니었어요.” 라는 후기가 있었다.

 

 

2018년 10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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