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후기]뇌신경장애

정신장애라는 말을 싫어한다.

한국어에서 쓰는 “정신”이라는 낱말은 ’스스로 의지를 일으키면 변화시킬 수 있는 얼‘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_ 정신차려

_ 정신일도하사불성

_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

_ 정신줄 놓지마.

’정신장애‘의 정신과 ‘정신차려’의 정신이 과연 같은 ‘정신’일까. 정신장애는 이미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질병에 이르른 것인데 왜 정신장애라 말할까. ‘뇌신경장애’라고 하면 안될까. 오랫동안 그 생각을 했다. 좀 더 급진적인 말로는 ‘신경다양성’이 있다.

조현병으로 진단을 받았는데도 자신이 조현병인줄 잘 모르는 사람이 있었다. 조현병이 정확히 뭐냐고 묻기도 했다. 복지사는 호르몬, 스트레스, 뇌신경의 문제 등 다양하고 복잡한 원인이 있어서 원인으로 말할 수 없고 그 증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을 보태주었다.

환각, 환청, 환영등이 주된 것이라 했고, 망상이 일어나 현실과 현실 아닌 것을 분간하기 어려워진다고 했다.

복지사의 말을 듣던 나는 턱을 괴고 있었다.

무엇이 다른가.

”우울증도 그 증상 있는데요.“ 라고 내가 복지사에게 말을 건넸다.

2008년에 발병했던 내 우울증은 급성에, 중증이었다. 무기력이 시작되었고 환청이 들렸고 환영을 봤다. 증세가 심해졌을 때 환후도 있었다. 몸에 닿는 것들이 꺼끌거려 면으로 된 것 외에 다른 옷을 잘 입지 못했다. 2008년 첫 진단을 받고 바로 약을 먹었다. 사고위험이 있다며 의사는 복용량을 서서히 늘렸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 눈에 초점을 맞추느라 30분 정도 가만히 앉아 있어야 했고, 길을 걷다가 균형을 잃어 넘어지기도 했다. 내가 먹었던 약 중에 다수가 부작용이 있었다. 졸피뎀류는 6개월 정도 지나니 내성이 생겨 수면제의 효능을 잃었고, 쿠에타핀이나 자이프렉사는 부작용이 심했다. 쿠에타핀과 자이프렉사는 정신분열, 조현병 약으로도 쓴다는 걸 검색해 보고 좌절했다. 나는 결국 조현병 환자가 될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가족력이 있다. 조현병 발병환자가 있었다고 들었다. 내 눈으로 확인하진 못했다. 그러니, 모든 조현병이 유전되지 않지만 가족력이 있으면 발병확률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니까, 나는 이미 아이를 낳아버렸는데 조현병 환자가 되면 어떻게 되는 건가, 그 걱정에 우울이 더욱 깊어졌다.

우울의 끝에 조증이 오기도 했다. 2박 3일 잠을 안자고 뭔가를 읽고 써댔다. 그나마 책을 붙잡고 있어서 살 수 있었을 거다. 술이나 도박에 매달리는 것보다는 나았다. 어떤 중독이 나를 거기서 구원했는지도 모르겠다.

의사는 나에게 우울증이 오래되면 성격으로 고착될 수 있으니 서둘러 집중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 말에 집착했다. 최선을 다해 치료를 받고 재빨리 복귀하고 싶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비웃고 있었고, 무시했다. 모두들 고의적으로 나를 괴롭혔고, 나는 무능하기 짝이 없었다. 자이프렉사는 순식간에 30kg 정도를 찌웠고, 배란도 멈췄다. 갱년기 증후군을 그때 겪었다.

아이는 어쨌을까. 약으로 인한 섬망이 계속되어 중증이던 6개월의 기억이 없다. 아이의 사진도 일정기간 중단되어 있다. 매일 식탁에 앉아 무엇을 썼다. 앉은 자리에서 A4대학노트를 열 몇장씩 써내려갔다. 그냥 주변에 보이는 모든 것을 적었고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장을 적었다. 샤워를 해도 길을 걸어도 계속 머릿속에 문장이 이어졌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신경끝에 말풍선이 달려왔고, 내 발은 땅을 딛지 못했다. 늘 허공에 매달려 있는 기분이었다.

“양극성 장애를 가진 우울증과 조현병의 차이가 뭘까요.”

나는 ‘중증우울증도 환상, 환청, 환후가 있고 망상도 있다.’라고 짧게 말한 뒤 복지사와 참가자에게 되물었다.

다들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쩌면 망상의 빈도, 기간, 정도의 차이였던 거 같다”고 자답했다. 우울에서 조증삽화가 찾아오면 공격적이고 폭력적이 되었다. 남을 공격하거나 나 자신을 해치려고 했다. 가장 위험한 것은 술이었다. 지하 27층 정도에 널부러져 있다가 술을 마시면 지상 20층 옥상에 올라가버리기도 했으니까.

그 터널을 어떻게 지나왔을까.

중환자실에서 3일만에 깨어나 폐쇄병동 입원을 거절하고 정신분석을 받는 게 2012년, 공황장애가 일어난 게 2014년, 그리고 정신분석이 끝난 게 2015년이고, 2017년쯤 다시 공황장애가 짧게 있었다. 그러니까 내 발병기간은 거의 10년정도다. 당시 나와 함께 일하면서도 눈치채지 못한 사람도 많았다. 그저 좀 톡특하다, 강하다, 세다, 정도의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괴로워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삶의 경로를 뒤틀고, 내 삶의 주도권을 온전히 다시 잡고나서야 완전히 그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내 목줄을 쥐고 있는 어떤 것을 과감히 떨쳐버릴 수 있었을때, 다시 태어났다는 얘기겠다.

아니 어쩌면, 그냥 운이 좋았던 거다.

오늘은 한겨레6411의 목소리에 실린 “정신장애인 동료상담가”의 칼럼을 함께 읽었다. 어떤 부분이 맘에 와닿느냐고 물었더니 참가자들은 낙인, 배제, 억압, 고립, 망상, 가치없는, 정신장애, 와 같은 단어를 꼽았다. 그리고 ‘지도를 다시 쓰다’, ‘우정으로 확인하는’ 과 같은 문장을 짚어가며 다시 읽었다.

지도를 다시 그리는 사람은 정해져 있지 않다고, 당사자의 목소리는 중요하다고,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우리는, 뭘 잘못해서 병에 걸린 게 아니라고 말했다.

관절염이 생기면 죽을 때까지 관절을 회복할 수 없고, 위장장애가 있으면 늘 먹는 것을 조심해야 하듯이, 조현병도 마찬가지라고. 그건 그저 병이니까. 잘 치료해야 하고 잘 낫지 않더라도, 어쨌거나 그 병과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으니까.

다음주부터는 주제를 정하고 좀 더 깊이 있게 써보기로 했다. 할 수 있을거다.

멀리서 보면 그 깊이를 모르는 바다도, 자꾸 가보면 내가 어디쯤 갈 수 있는지 알게 되는 것처럼.

우울증을 겪었던 10년은, 나에게 가장 큰 바다가 되었구나.

#정신건강보건센터글쓰기

#나와세상을잇는글쓰기

[교육]군포시 군포역세권도시재생 기자단 지도

문화공동체 히응에서는 2019년부터 군포시의 군포역세권도시재생 기자단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매년 새롭게 기자단이 구성되면 1회기에 도시재생기자단에 대한 특강을 진행하고 분기에 한 번 정도 도시재생기자단 교육을 실행합니다.

기자단이 기획의도대로 써온 원고를 그 자리에서 첨삭지도하고 취재방안을 제안합니다. 수정된 기사 원고는 히응에서 추가수정하여 전송하는 구조입니다. 도시재생 및 마을기자단의 개인의 성장과 도시재생 기자단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으며 예산이 가장 적게 소요되는 방식입니다. 물론 기자단의 합의와 배우고자 하는 태도가 관건이 됩니다.

올해도 군포역세권도시재생 기자단에 새로운 기자단이 구성되어 두 번째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기자단이 발표한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민이 주인되는 군포역세권 도시재생 주민협의체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gpurcenter&logNo=223123434115&navType=by

우리 삶을 채워주는 거점공간 : 매산동 어울림센터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gpurcenter&logNo=223123431888&navType=by

도시재생의 지속, 인천 안골마을을 통해 알아보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gpurcenter&logNo=223123429898&navType=by

수원은 어떻게 ‘리빙랩’을 모든 마을에서 하게 되었나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gpurcenter&logNo=223123428054&navType=by

#마을기자단

마을기자단의 전문교육이 필요하시면 문화공동체 히응으로 연락주세요.

2012년 유쾌한 문화학교 관양시장 : 마을기자단 지도 및 마을잡지 기획제작
2016년 : 협동조합뉴스 코코뉴스 운영
2018년~2019년 : 안양시 명학마을도시재생 기자단 운영 및 지도
2018년 : 안양시 문화관광과 문화관광기자단 기획 운영 및 지도
2019년 : 석수도시재생지원센터 마을기자단 운영 및 소식지 제작, 메뉴얼북 제작
2019년~ 현재 : 군포시 군포역세권 도시재생 기자단 지도
2021년 : 귀인동 마을기자단 지도
2021년~2022년 : 군포1동 마을기자단 지도 및 마을소식지 제작
2019년~현재 : 율목아이쿱생협 소식지 기획 및 제작

[강좌]공연 밖 예술여행

오산문화재단에서 #공연밖예술여행 강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지원사업으로 각 지역문예회관 진흥을 위해 공연을 중심에 놓고 공연에 대한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오산문화재단의 문예사업팀과 함께 기획해 총 3기의 강좌를 열었는데 #연극#그때도오늘#클래식공연#클래식으로만나는문학#오페라#파리넬리 세 가지의 공연이 주 테마입니다.

두 번의 사전교육을 마치고 오늘은 참가자들과 함께 #오산문화예술회관 에서 #공연배달서비스간다#그때도오늘 을 함께 봤습니다.

두 명의 배우가 간략한 무대장치만으로 2시간여의 극을 이끌어 갑니다.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장면에서 만나는 두 남자는 어쩌면 3-4대에 걸친 가족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1920년대의 경성주재소, 1940년대의 제주 중산간, 1980년대의 부산의 유치장, 2020년대의 전방 부대가 극의 무대가 됩니다.

강사로서 근현대사의 굵직한 장면을 훑어야 해서 부담이 크죠. 강의준비가 만만치 않습니다. 공연을 통해 다양한 인문분야를 두루 살피게 되어 프로그램 만족도는 높습니다. 높은 출석율이 바로 오산문화재단의 힘인 것 같네요. 대표이사님도 함께 관람하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오산문화재단의 소극장도 좋더군요.

준비하는 이숙영선생님 늘 고맙습니다.

#그때도오늘 은 사랑의불시착의 표치수 대위 역을 맡았던 양경원 배우와 뮤지컬로 잘 알려진 박은석 배우가 출연했습니다. 배우들의 디테일한 연기가 일품입니다. 오산을 시작으로 청양, 인천 등지에서 공연한다니 가까운 곳에 계시는 분들은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요.

[강의]아름다운재단 직무연수

<아름다운 재단>의 직원연수로 글쓰기 기초교육 특강을 진행했습니다. 일 잘하는 큰 조직에서 초빙해주어 어리둥절하기도 했죠.

어느 정도 기본 글쓰기는 되는 비영리재단인지라 긴장하면서 오랜 시간 할애해 준비했습니다.

비영리재단을 비롯한 제3섹터에서는 보다 치열한 고민과 더불어 자기 일에 관한 자긍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활동가와 비영리조직의 글쓰기는 8할이 기획입니다. 글쓰기의 기술보다 일에 대한 확신이 좋은 글을 만들어냅니다.

활동가와 제3섹터에 대한 글쓰기강좌를 업그레이드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이건 아마 히응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겠죠.

13년 전쯤, 아름다운재단에서 이주민들을 위한 외국원서를 기증받는다 해서 중국에서 가져온 원서를 기증했습니다. 오랫만에 다시 만났네요. 젊은 구성원들의 호응덕에 기분 좋게 강의했습니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강의]경기도교육청 경기남부권역 교육복지사 역량강화 연수

2023년 겨울방학입니다. 방학에도 쉬지 않는 사람들이 있죠.

바로 학교 노동자들입니다. 경기도교육청 소속의 경기남부권역 교육복지사 선생님들이 더 나은 교육복지를 위한 역량강화연합연수를 진행했습니다.

문화공동체 히응에서는 교육복지사를 위한 ‘교육복지활동글쓰기’ 커리큘럼을 개발하여 이틀동안 연수과정에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말로 시작하는 글쓰기, 교육복지 글쓰기 활동 사례, 사업계획서 왜 어려울까, 보도자료 쓰기 등, 글쓰기에 대한 당위성부터 활동사례, 실용글쓰기에 대한 강좌를 진행했습니다. 매회 3시간에 달하는 연수에 적극 참여해주신 선생님들 덕분에 기운 찬 강의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매일 마주치는 아프고 슬픈 일들 많으시겠지만 가는 길 지켜보며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새해에는 더 기쁜 날이 많길 소망합니다.

2023. 2. 2.~3 / 시흥ABC행복타운학습관

관련기사 http://www.vision21.kr/news/article.html?no=241134

[강의]군포역세권 도시재생기자단 운영

2019년부터 오늘까지, (2020년 코로나 중단) 군포역세권 도시재생기자단의 기사 편집지도를 맡았습니다.

글을 많이 써 본 적 없는 도시재생 주민협의체 위원부터 한세대학교 학생까지 햇수를 거듭하며 기자단의 구성원도 다양해졌습니다.

기자단 지도는 담당팀장과 기획회의를 거쳐 주제를 선택하고 이후 기사를 작성해 제출하면 써온 기사를 빔 프로젝터를 사용해 띄워놓고 바로 그 자리에서 첨삭지도를 해왔습니다.

자기 원고를 모두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울 수도 있지만 군포역세권기자단은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쑥스러움을 이겨낸 셈이죠.

이렇게 일년에 4-5회의 편집회의에 참석해 매번 편집과 원고 첨삭지도를 해왔습니다.

오랫동안 기자단 활동을 한 주민은 이제 글솜씨가 눈에 띄게 좋아졌고 취재도 손쉽게 해냅니다. 주민들의 열정에 제가 조그만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4년동안 꾸준히 마을소식을 전하는 기자단을운영한 도시재생지원센터와 담당팀장의 노고가 큽니다. 그 어디와 다르게 저는 이곳에 갈 때마다 공기관에 가는 느낌이 아니라 마을사랑방을 편하게 드나드는 기분이었어요.

배려하는 담당부서 덕분이었습니다.

기자단장의 말대로 쏜살같이 한해가 지나갔습니다. 1년 동안 스물 다섯 건의 기사를 써낸 군포역세권도시재생기자단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강의]오산문화재단 – 생애사쓰기 강좌 2기 운영

2022년 오산문화재단에서 운영한 경기예술학교 생애사쓰기 강좌를 마치고 출판기념회를 마쳤습니다.

오산문화재단은 경기예술학교 시민예술학교의 일환으로 생애사쓰기 2기 강좌를 진행했습니다. 전반부는 특수분장으로 돌아보는 나의 과거-현재-미래를 진행한 뒤, 생애사쓰기를 이어갔습니다. 글을 쓰는 일은 누구에게나 어렵고 두려운 일인데 특수분장이 흥미를 돋우며 참가자들의 욕구를 올릴 수 있었습니다. 좋은 기획으로 특별하게 준비한 오산문화재단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진솔한 생애사쓰기로 삶을 나눠준 참여시민들 덕분에 기획자와 강사 모두 보람을 느꼈습니다. 여러분의 화양연화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https://ggarte.ggcf.kr/?p=89&tab=citizen&page=1&viewMode=view&reqIdx=202212051341420367
경기문화재단 소식지 보러가기

[강의]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 – 우리들의 여덟빛깔 무지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동안 중단했던 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의 이용자 생애사쓰기 프로그램을 재개했습니다. 2022년에는 직업훈련중인 청년발달장애인들의 생애사를 함께 쓰고 원고를 묶어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가득한 세상에서 문화공동체 히응과 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이 함께 만드는 이 과정이, 장애란 무엇인가 다시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도서는 배포하지 않으니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이나 문화공동체 히응으로 연락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강의]평택도시재생지원센터 – 원도심 탐구 생활

2022년 문화공동체 히응은 평택 도시재생지원센터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상반기에는 평택시도시재생대학에서, 하반기는 서정리역세권 도시재생센터에서 원도심탐구생활을 진행했습니다. 도시재생사업은 2007년부터 시작되어 2014년부터 본격화되었고, 2017년에 도시재생뉴딜사업으로 거듭나면서 햇수를 거듭했습니다.

각 지역의 활동가들은 이미 들을 만한 강의는 다 들었다고 볼 수 있지요. 이론적인 강의도 물론 필요합니다만, 지금의 도시재생지는 활동가들의 활력과 역동이 가장 필요합니다. 문화공동체 히응은 도시재생의 개발자적 입장이 아닌 주민생활에서 끌어낼 수 있는 역동에 초점을 맞춥니다.

우리 마을의 자원을 찾는 방법, 당장 우리가 실행할 수 있는 계획 세우기, 더 많은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우리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기획으로 진행합니다. 모둠활동과 퍼실리테이션이 기본이며 각자 가지고 있는 생각의 차이를 펼쳐놓고 협의해 나갈 수 있습니다.

평택도시재생지원센터는 참가자들의 진정성이 돋보여 더 즐거운 강좌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가능성이 높은 평택의 도시적 요소를 사람의 힘으로 더욱 알차게 만들어나가길 기원합니다.

사랑해도 될까요

#발달장애청년생애사쓰기

♥ 사랑해도 될까요 ♥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쓸까? 하고 물었다. 이미 주제계획은 다 되어 있는 상태지만, 그래도 의견을 자꾸 묻고 듣는 게 좋겠다는 생각때문이다.

희준 씨는 “곧 추석이니 추석이야기 쓰는 게 좋겠다.”고 대답했다.

오늘은 가족 이야기를 쓸 생각이었다. 가족은 가까이 접하는 사람이라 스토리가 많을 것이고, 참가자들이 길게 쓸 수 있는 소재일테니까 교육과정의 뒤쪽에 빼놓았다. 발달장애청년들은 자기 삶에서 이야기를 끌어내는데 시간이 걸리는 편이라, 이야기거리가 아주 많아야 다섯 개 정도의 문장이라도 만들 수 있다. 장애의 문제도 있겠지만 나는 그보다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비장애인에 비해 현저히 적게 얻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신체장애인보다 발달장애인의 목소리는 더 묵살되기 쉽고, 언제나 ‘하지마, 안돼. 그만. ‘이라는 금지어가 매일 반복된다.

내 가족이 맘에 들 때, 맘에 안 들 때도 써보라고 권했다. 부정적인 감정을 끌어내는 것도 발달장애인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부정적 감정은 누구에게나 스트레스라 불안과 두려움을 자아내기 때문에, 강사와 교감이 잘 형성된 뒤에나 가능하다. 특히나, 어려서부터 발달장애인으로 교육받은 경우는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낯선 사람에게 시간을 갖고 부정적 감정을 내비치는 것에 대해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 수업에 들어가면 보영씨는 휴대폰을 들고 다가와서 나와 포켓몬을 한 마리씩 교환한다. 나는 보영씨와 포켓몬고 친구를 맺었기 때문에 매일 매일 선물을 주고 받는 걸 잊지 않으려고 한다. 보영 씨와 포켓몬을 교환하고 있으면 다영씨는 1층에 내려가 커피를 가져와서 내 어깨를 토닥거려준다. 채은씨는 큰 소리로 인사를 두 번 이상 하고, 슬미는 지난 주에 있었던 일을 줄줄줄 얘기한다. 지은 씨는 나에게 손수 만든 팔찌도 선물해줬다. 홍민 씨는 벌떡 일어나 나에게 경례를 해준다. 다훈 씨는 방학이 지나고 나서야 나에게 목소리를 들려주었고 이제는 대답도 한다. 희준 씨는 사실 발달장애인지 잘 구분이 안 가는 정도라서 항상 가장 성숙하게 나를 응대한다. 이제 부정적인 감정을 건드려봐도 되겠다.

가족 이야기를 써보면서 채은이 헤어진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슬미는 지능이 높은 자폐인인데 직설적인 화법 그대로, 채은이네 이혼했대요. 라고 크게 말했다. 나는 “그렇군요. 선생님도 이혼했어요.”라고 대답했다. 채은과 슬미가 진짜냐고 물었다. “그럼. 재혼도 했지.”라고 대답하고 크게 웃었더니 슬미가 조금 당황했다.

“어때. 괜찮지?”라고 농을 걸었더니 “네. 그럴 수도 있죠.”라고 대답했다. 슬미는 생활에 관해서는 상당히 보수적이다.

나는 채은 씨에게 살짝 물었다. “이제 엄마 아빠 안 싸우니까 좋지 않아요?” 채은 씨는 “네. 맞아요. 안 싸우니까 좋아요.” 라고 대답했다. 채은 씨에게는 “선생님은 선생님 엄마 아빠도 이혼했어요.” 채은 씨가 웃었다.

바리스타 일자리를 옮긴 다훈 씨가 아침 7시부터 출근을 해서 너무 피곤하다고 한다. 바리스타인 다른 청년을 아느냐고 물어보려고 사진첩을 뒤지느라 휴대폰을 열어서 안경을 아래로 내렸더니 채은 씨가 나를 가만히 바라본다.

“선생님 이제 눈이 잘 안보여요. 안경 이렇게 하니까 할머니 같죠?”라고 했더니 채은 씨가 책상을 두들기며 웃었다.

“할머니. 선생님 할머니. 아하하하하하.”

가족이야기를 모두 발표하고 난 뒤에 나는 청년들에게 돌발적으로 물었다.

“결혼하고 싶은 사람 있어요?” 세 명은 결혼하고 싶다 하고 나머지는 아직 생각이 없단다.

슬미씨가 결혼해도 되냐고 물어서 “여러분은 성인이잖아요. 결혼할 수도 있고 연애할 수도 있지 않나?”라고 되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복지사 선생님이 살짝 울적한 표정이 되었다. 안타까운 마음이 말투에 묻어났다. “결혼할 수 있죠. 그럼.. 결혼할 수 있지…” 수업을 도와주는 복지사 선생님은 이들과 또래다. 한 참가자와는 같은 학교를 다니기도 했다. 삶의 경로는 타고난 것에 의해 달라졌다.

채은씨는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고 싶다고 하길래 어떤 사람과 결혼하고 싶냐고 물었다.

“착한 사람.”

결혼하고 싶은 사람, 사귀어보고 싶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보자고 하니 희준 씨는 “5개국어를 하는 키 크고 날씬한 사람”이라고 적었다. 나는 “이런 사람은 너무 바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희준 씨는 같이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대답했다.

다들 이상형에 대해서 대답이 잘 나오지 않아서 나는 칠판에 몇 가지를 적었다.

“나를 보고 웃어주는 사람, 나를 웃게 해주는 사람,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 나를 많이 칭찬하는 사람”

그 옆에는 “나를 울게 하는 사람, 나에게 뭘 자꾸 달라고 하는 사람, 나에게 화를 내는 사람, 나에게 무엇을 고치라고 하는 사람”이라고 적고 여기에는 크게 가위표를 그렸다.

웃어주는 사람, 나를 많이 칭찬하는 사람을 만나면 내가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시간이 별로 없어서 나랑 놀아줄 시간이 없을 지도 모른다고 얘기했다.

슬미 씨는 칠판을 보면서 “저도 남자친구 사귀고 싶은데요. 제가 아직 뚱뚱해서 못 사귀어요.”라고 말했다. 슬미 씨는 전혀 뚱뚱하지 않은데 신체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고, 늘 허리띠를 졸라매서 소화불량이 잦다. 나는 슬미 씨에게 “슬미 씨 그런 사람하고는 헤어져야 해요. 너는 뚱뚱하니까 살 빼고 와. 라고 하면 안녕 ~ 하고 헤어지고, 너 화장 좀 해. 너 머리 좀 길러. 라고 하는 사람하고는 안녕~ 하고 헤어져요. 슬미씨 그대로 예쁘다, 하는 사람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사람이에요.”라고 덧붙였다. 옆에 있던 지은 씨가 “그런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말을 보탰다. 나는 “남자친구를 만날 거면 좋은 사람을 만나아죠.”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수업을 마치고 인사를 하기 전에 슬미 씨가 손을 번쩍 들더니 말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뭐가요?”

“제 언니나 오빠 말고, 저도 결혼할 수 있다고 해주셔서요.”

슬미 씨는 자신이 자폐인이고, 그래서 차별받았고, 자기는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자기 세계가 뚜렷하지만 사회생활도 가능하다. 기억력이 뛰어나고 학습력도 좋고 의사소통도 잘 되는 편이다. “나는 장애가 심하지 않은데 학교 다닐 때 친구들에게 놀림을 많이 받았다.”라고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의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사랑이 무엇이고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는 분명히 명확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 이들이 만나는 사람들의 범위는 한계가 있다. 우리 사회는 발달장애인들을 공동체 구성원으로 잘 받아주지 않고, 발달장애인 공동체에만 묶어둔다. 이들이 어떤 집착이나 착취가 사랑이라고 착각하지 않길 바란다. 청춘들의 연애는 장애인 복지관에서는 어려운 문제다. 가끔 연애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이들도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설레여하며 다시 만나고 싶어하기도 한다. 그 마음을 갖는 것이 잘못은 아니라고 말해주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사랑을 할 때는 나를 괴롭히는 사람을 만나서는 안된다고, 그 정도는 얘기해도 되지 않겠나.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3년차가 되는 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의 발달장애청년 생애사쓰기 수업은 순항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