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펭귄] 03. 여러분은 어디에서 장을 보시나요?

2018.10.22

‘퍼스트펭귄 캠페인’은 펭귄 무리 중에서 제일 먼저 검은 바다로 뛰어들어 다른 펭귄들에게 용기를 주는 ‘퍼스트펭귄’과 같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과 제도에 대해 처음 목소리를 낸 시민사회단체들을 알리는 캠페인입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퍼스트펭귄’들의 스토리가 연재됩니다. 함께 응원해주세요! 본 기획연재는 카카오같이가치와 서울시NPO지원센터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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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형마트의 시작

1993년, 서울시 도봉구 창동에 우리나라 최초의 대형마트가 들어섰습니다. 바로 이마트 1호점인데요. 이때부터 창고처럼 커다란 매장에서 필요한 물건을 모두 한 번에 사는 방식의 쇼핑이 시작되었습니다. 소비자들은 거대한 매장에 들어서면서 산처럼 쌓여 있는 물건에 압도되고, 식품부터 생활용품과 의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물건을 한 곳에 모아놓은 편리함에 매료되었죠. 사람들이 대형마트에 익숙해지면서, 1995년 18개에 불과했던 대형마트는 1996년 이후 급격히 증가합니다. 또한, 밤낮없이 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야간에도 문을 여는 대형마트는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없는 게 없는 대형마트의 정갈한 내부

하지만, 우리 동네의 정다운 가게들은…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지역의 작은 가게들은 맥을 못 추고 쓰러졌습니다. 작은 가게를 꾸리는 상인들은 대량 물량공세로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가지는 대형마트를 이길 수 없습니다. 기업은 초반에 당장의 매출이 일어나지 않아도 자본을 투자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따라서, 대형마트는 불이 꺼지지 않고 계속해서 사람을 투입해 매장을 운영할 수 있고, 창고에는 물건이 가득 쌓여 있어서 부족한 물건이 없습니다. 반면, 대부분 가족단위가 같이 경영하는 작은 가게들은 24시간 운영할 수 없습니다. 대기업은 초기에 큰돈을 들여 대형 매장을 짓고 넉넉한 주차장도 제공합니다. 생긴 지 오래된 재래시장은 뒤늦게 정부의 도움으로 천막을 치고 주차장을 지었지만 대기업의 물량공세를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수많은 소상공인들이 대형마트의 등장에 생계를 위협받고 있습니다.

대형마트로 무너지는 지역경제

 
그뿐 아니라 기업은 SSM(Super Supermarket)이라는 형태의 새로운 슈퍼마켓을 만들어 골목상권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신선한 식료품을 밤늦게까지 살 수 있는 슈퍼마켓의 골목진출은 소상공인 생계의 위기가 되었습니다. 2006년부터 중소기업청과 지식경제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에서 매해 실시하는 조사 결과, 해가 갈수록 전국 전통시장, 중소유통업체, SSM 주변 중소유통업체 모두의 고객 수와 매출액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사례로, 홈플러스 청주점의 경우 지역 주민들의 완강한 저지에도 불구하고 결국 문을 열게 되었는데, 이후 반경 5km 내의 슈퍼마켓 337곳 중 72곳이 폐업을 했습니다. 3년 사이, 지역상권의 30% 정도가 날아간 셈입니다.

 

지역 내 경제순환의 중심이 되는 시장

게다가 대형마트는 벌어들인 돈을 모두 본사로 보냅니다. 골목에서, 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을 그 지역에서 다시 소비하여 지역경제를 순환시키는 소상공인들과는 다르죠.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물품 역시 그 지역에서 생산되기보다는 다른 지역에서 만들어지고 배송됩니다. 대형자본을 가진 기업은 지역의 것을 지역에서 팔지 않고, 지역의 것을 지역으로 돌려주지도 않습니다.

모두가 함께 사는 경제공동체를 위해

2009년 5월, 각 지역별로 대응해오던 전국의 중소상인단체들과 시민단체들이 모여 ‘중소상인살리기네트워크’를 결성했습니다. 점이었던 사람들이 모여 선이 되어 전국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조직에는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를 비롯해, 각 전통시장상인회를 중심으로 한 전국의 상인연합회와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국진보연대와 같은 시민단체들이 함께하였습니다. 1990년대 대한민국에 창고형 할인마트를 표방한 대형마트가 들어선 이후 지역경제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퍼스트펭귄들이 모여 전국적인 연합체를 만든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중소상인살리기네트워크’는 대형 유통업체가 확장해가는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소상인살리기네트워크의 상생 경제공동체를 위한 노력]

‘중소상인살리리네트워크’가 진행하는 사업들은 크게 중소상인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법률의 재개정을 추진하는 것, 대형마트와 SSM의 합리적 규제를 도입하는 것,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하고, 폐업 중소상인의 실업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2011년, 대기업들은 대형마트의 출점 자제와 월 2회의 의무휴업에 합의했습니다.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

 
2012년, 합정동에 입점이 예정되어 있던 홈플러스 입점을 저지하기 위해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 저지 마포지역 주민대책위원회’가 결성되었습니다. 많은 마포구 주민들과 망원시장을 비롯한 주변의 중소상인들의 참여가 큰 힘이 되어 망원시장 인근의 홈플러스 SSM은 폐점하였고, 처음으로 중소상인들과 협의하여 협의가 된 품목을 제외하고 문을 열었습니다. 
주민들과 함께 막아낸 대형자본의 지역경제 침투
 
또한, 2012년에는 전통시장과 정부가 주도적으로 ‘문전성시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의 전통시장을 살리려는 시민들이 전통시장 안에서 캐시몹(cash mob)이라는 이벤트 퍼포먼스가 참여하였습니다. 캐시몹이란 SNS 등을 통해서 모인 사람들이 한 날, 한 시에 같은 상점에 모여 함께 쇼핑을 하는 플래시몹의 한 종류로, 지역 또는 상점의 활성화를 위한 의미와 메시지를 담은 퍼포먼스입니다.
문전성시 프로젝트의 캐쉬몹 참여 포스터

자본에 억눌리지 않는 삶을 위해

 
많은 단체와 시민들이 함께 퍼스트펭귄이 되어 네트워크와 대책위원회를 결성해, 대형마트뿐 아니라 대형자본이 마을의 삶을 점령하는 일을 반대해왔습니다. 이 퍼스트펭귄들이 주장하는 것은 단순히 대형마트의 입점 반대가 아닙니다. 상생과 공존의 방법을 찾자는 것이 그 핵심입니다. 대형자본이 마을의 생태계를 지배하면 중소상인들은 결국 자기 가게를 그만두게 됩니다. 대형마트가 들어와 지역의 인재를 채용하는 일도 일부 판매직에 국한될 뿐 그 효과가 미미합니다. 유통대기업이 지역의 상권과 경제공동체를 지배하는 형국이 되어버리기 쉽습니다.
소상공인과 더불어 사는 경제공동체를 꿈꿉니다.
 
대형마트의 영업시간과 영업일을 규제하는 것은 마트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목적도 있습니다. 같이 일하고 같이 쉴 수 있는 권리를 지키며 거대한 자본에 의해 약자들이 내몰리지 않는 사회가 마련되어야 지역의 경제공동체도 지속 가능합니다. 골리앗이 되려는 욕심이 없는 작은 사람들이 모여 조화롭게 맘 편히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오늘도 퍼스트펭귄들은 앞장섭니다. 
 
| 기획 : 서울시NPO지원센터, 현장연구자모임 들파
| 스토리 :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사무국 : 참여연대 http://www.peoplepower21.org/
| 글 : 이하나 (hana@allmytown.org)
| 삽화 : 이한비 / 인포그래픽 : 문화공동체 히응

👉🏻 우리 동네 전통시장 찾아보기
: 전통시장 통통 http://www.sijangtong.or.kr

[퍼스트 펭귄] 02. 당신의 통신비는 안녕하십니까?

2018.10.18

‘퍼스트펭귄 캠페인’은 펭귄 무리 중에서 제일 먼저 검은 바다로 뛰어들어 다른 펭귄들에게 용기를 주는 ‘퍼스트펭귄’과 같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과 제도에 대해 처음 목소리를 낸 시민사회단체들을 알리는 캠페인입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퍼스트펭귄’들의 스토리가 연재됩니다. 함께 응원해주세요! 본 기획연재는 카카오같이가치와 서울시NPO지원센터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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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적절한 수준의 통신비를 내고 있을까요? 

외부 일정이 많아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휴대폰 단말기 할부 값까지 월 10만 원 정도를 통신비로 지출합니다. 휴대폰은 이제 생활필수품이기 때문에 매달 돈을 쓸 수밖에 없죠. 어떻게든 이 비용을 줄여보려고 새로 휴대폰을 개통할 때마다 판매직원과 이런저런 요금제를 들여다보며 머리를 쥐어짠 기억이 있을 겁니다.

2018년 7월 기준, 국내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6천4백만 명을 넘었습니다. 한국 전체 인구보다 많다고 해요. 한국의 가계당 통신비는 2016년 기준 월 14만 4천 원으로 전체 가계소비의 5.6%에 이릅니다. OECD 34개국 가운데 가계통신비의 부담이 1위를 차지했다고 하는데요. 우리가 매달 지출하는 통신비는 과연 적절한 수준일까요?

휴대폰 없이 외출할 수 있나요?

우리나라의 통신 역사를 되짚어보면, 공공성을 가진 ‘통신비용’에 대해 문제제기를 꾸준히 하고 있는 ‘참여연대’와 같은 시민단체들이 있었습니다. 참여연대는 1994년 의정 감시와 공익 소송, 인권 등 시민사회 전반에 걸친 활동을 위해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민단체입니다. 사회정의, 사회복지, 정치, 사법, 경제, 노동, 인권, 평화 등 우리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일하고 있는데요. 그동안 ‘통신비 공공성 확보’를 위해 참여연대에서 어떠한 노력을 하였고, 어떤 성과가 있었을까요?
 

[참여연대의 정보통신 공공성 확보를 위한 노력]


 

시티폰을 기억하시나요?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는 삐삐를 주요 수단으로 사용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아버지 역할의 성동일 씨가 시티폰 사업에 투자했다가 실패하는 에피소드도 있었는데요. 시티폰은 1997년경 한국통신에서 시작한 새로운 통신수단이었습니다. 휴대폰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수신은 불가능하고, 공중전화 기지국의 통신망을 써서 공중전화 주변에서만 발신이 되는 휴대전화였죠. 당시 시티폰 사업이 시작되었을 때는 삐삐로 호출이 오면 공중전화를 찾아 전화를 해야 하는데, 공중전화는 줄이 길고 전화를 걸 매체가 부족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통화품질이 엉망인 탓에 소비자 불만이 속출했고, 3년 만에 사업이 모두 종료되었습니다. 이 원인은 어디 있었을까요?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는 공중전화박스
 
참여연대에서는 기본요금을 시민들로부터 다 받은 한국통신이 기지국 관리에 소홀했기 때문에, 시티폰의 통화 품질이 엉망이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통신서비스를 제공한 것에 대해 기본요금 환불을 요구하는 “시티폰 가입자 권리 찾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참여연대는 이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국가의 기간시설을 이용해 이익을 얻고 있는 정보통신 대기업들이 사회적 의무를 다하는지 주목했습니다. 이후 통신업체의 책임을 문제 삼아 더 많은 정보통신의 평등과 자유를 위해 애써왔습니다.

본격적인 통신비 인하 운동

초기 휴대폰 사업은 한국통신의 기지국과 전파를 사용해서 전파법에 따라 3개월마다 3천 원씩 모든 가입자에게 일괄적으로 휴대전화 사용료를 받았습니다. 참여연대는 이 부분이 헌법을 위반한다고 판단하여 “전파사용료부과취소”소송을 제기했고, 2000년부터 휴대폰 사용 요금에 포함되어 있던 전파 사용료는 사라졌습니다.

1990년대 말 700만 명 수준이었던 휴대전화 가입자가 지금은 대한민국 전체 인구수를 넘어섰습니다. 통신업자의 이익은 대폭 늘어났는데, 비싼 통신요금은 전혀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2001년 소비자들의 불만을 모아 “거품요금 인하 100만 인 물결운동”에 돌입했고, 이 결과로 전체 이동통신요금이 8.3% 가량 내려갔습니다. 

2007년, 참여연대는 ‘이동통신요금 인하운동 시즌2’를 진행하면서, 계속해서 통신업체들을 대상으로 이동통신요금에 대한 원가 공개를 요구했습니다. 4년이 지난 2011년에 이르러서야 서울행정법원은 원가산정자료 등 중요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통신업체들의 항소로 소송은 대법원까지 넘어가 계속 진행되었습니다.

2012년에는 휴대폰 가격을 부풀린 후 할인해주는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에 대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는데요.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이를 ‘휴대폰 단말기 보조금 사기사건’으로 규정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오늘도 통신사는 치열한 경쟁 중입니다.

이동통신, 시민의 기본권을 지킬 수 있는 수단 

“이동통신은 전 국민이 사용하는 생활필수품이 되었으므로
이제 공공성이 필요합니다.”
 
“국가기간산업인 전파와 통신을 이용하는 이동통신사는
이에 대한 공익성을 지켜줘야죠.”
 

2014년 단말기 유통법이 제정되면서 단말기 보조금을 33만 원으로 제한하는 게 가장 소비자들에게 와 닿는 부분이었는데요. 통신요금 인하도 없었고 단말기 가격을 낮추는데도 실패해 국민들은 부담이 커지고 통신사는 장사가 안 되는 결과만 낳았습니다. 처음 취지는 혼탁한 통신시장 개선,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 완화라는 좋은 명목이 있었지만, 이 법안을 면면히 들여다보면 기업에 유리한 것이 더 많았습니다. 

참여연대는 지금도 이동통신사의 가격구조를 투명하게 밝히고 기본요금을 폐지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통신업체들의 항소로 시작된 7년의 법적 공방 끝에 2018년, 드디어 대법원이 원가산정자료 등 중요정보를 공개하라는 확정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제 모바일 기기는 필수품입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평등한 정보통신의 기회를 

통신사업은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국가의 전파 통신망을 이용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전 국민이 이동통신을 사용하고 있으며 통신망은 고속도로만큼 우리의 생활에 큰 영향을 줍니다. 또한 통신은 사람들의 소통을 편리하게 만들어 의견과 여론을 펼칠 수 있는 민주적인 사회를 만드는 수단이 됩니다.

하지만 아직도 통신 요금 인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참여와 관심이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퍼스트펭귄들은 확신합니다. 이제 퍼스트펭귄들의 도전에 여러분도 함께해 주세요.

| 기획 : 서울시NPO지원센터, 현장연구자모임 들파

| 스토리 : 참여연대 (http://www.peoplepower21.org/

| 글 : 이하나 (hana@allmytown.org)

| 삽화 : 이한비 / 인포그래픽 : 문화공동체 히응

👉🏻 참여연대 통신 공공성 확보를 위한 활동 살펴보기 : http://bit.ly/2PhDMLx
👉🏻 우리 동네 국회의원 찾아보기 : http://bit.ly/2AszAjZ

[퍼스트펭귄] 01. 일회용품컵 아웃을 처음으로 외친 퍼스트펭귄은 누구일까요?

2018.07.12

‘퍼스트펭귄 캠페인’은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닿아있는 정책과 제도들에 대해  처음 목소리를 낸 시민사회단체들의 스토리를 널리 알리기 위한 기획연재 입니다. 해안가의 펭귄 무리 중에서 제일 먼저 검은 바다로 뛰어들어 다른 펭귄들에게 용기를 주는 퍼스트펭귄, 우리 사회의 ‘퍼스트펭귄’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본 기획연재는 카카오같이가치와 서울시NPO지원센터가 함께 합니다. 

https://together.kakao.com/magazines/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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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커피숍에서 플라스틱컵이 사라졌다!

2018년 8월,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한 가지 변화가 생겼습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마시는 음료인 커피. 커피를 판매하는 커피숍마다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것에 드디어 정부가 제동을 걸게 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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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내에선 1회용컵을 사용할 수 없어요

손님이 많아 일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때로는 귀찮다는 이유로 마구잡이로 남발하던 일회용 플라스틱컵. 여름마다 곳곳에 쌓이는 일회용 플라스틱컵은 사회적 문제가 되었습니다. 마시다 남은 음료수가 들어있는 일회용컵은 거리의 위생까지 위협했기 때문이지요. 건물마다 거리마다 쏟아지던 일회용컵은 환경미화원들의 일손을 두 세배로 힘들게 했습니다.

2018년 8월 1일부터 시행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해 매장 내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할 경우 최소 5만원에서 최대 200만원까지의 과태료를 내야합니다. 단속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합니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라는 긴 이름이 붙은 이 법을 혹시 들어보신 적 있나요? 아니면 왜 이제야 이런 강력한 규제가 생겼는지 의아해 하신 적은요?

알고보면, 무려 20년 전에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한 퍼스트펭귄, ‘자원순환사회연대’가 있었습니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날로 심각해지는 쓰레기 문제를 정부와 시민 모두가 참여하고 협력함으로써 이를 해결해 나가기 위하여 1997년 설립된 민간협력기구입니다. 20년이 넘는 기간동안 일회용컵에 대한 문제제기를 꾸준히 해왔는데요. 그간에 어떤 노력들이 있었는지 알아볼까요?

[히스토리] 일회용컵 사용 규제를 위한 자원순환사회연대의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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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일회용품 아웃을 처음 외치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은 1994년에 제정되었습니다. 무려 24년 전의 일이지요. 1995년에는 매립지 쓰레기종량제가 실시되었습니다.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사용하게 되면서 시민들은 어떻게 하면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품을 분리배출 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당시 막 인기를 끌기 시작한 패스트푸드점에서는 분리배출이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정부와 시민들은 패스트푸드 업체가 자발적으로 분리배출과 쓰레기 절감에 신경 쓰길 기다렸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었습니다. 20년 전인 1999년, 패스트푸드점의 일회용품 사용에 대해 시민사회가 제동을 걸었습니다. 자원순환사회연대에서는 패스트푸드점을 대상으로 일회용품 사용과 분리배출 실태조사를 시작했습니다.

img (1)일회용품으로 포장된 패스트푸드

일회용품 안쓰는 패스트푸드 1호점, 그러나…

가장 먼저 응답한 곳은 롯데리아 서울 관철점이었습니다. 2001년 롯데리아는 자원순환사회연대의 제안을 받아들여 롯데리아 관철점을 ‘일회용품 안 쓰는 패스트푸드 1호점’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때는 자발적 협약이었지 법적인 규제가 시작된 것은 아니었답니다. 이후 계속해서 인식개선에 힘쓴 결과 2002년도에는 몇몇 업체들과 ‘패스트푸드, 커피전문점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고 일회용 컵에 50원에서 100원의 보증금을 걸어 일회용품을 줄이는 일이 잘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2008년,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일회용품 보증금제도가 법적 근거가 부족하고 미환불금의 사용용도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자발적 협약이 폐지되기 시작했습니다. 업계의 반발이었던 것이죠. 2009년, 결국 일회용컵의 사용량이 높게는 50%까지 증가하고 말았습니다.

“시민들은 매일 가정에서 분리배출을 해내려고 애쓰는데

정작 시민들이 돈을 벌어주는 기업들은 이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어 보여요.”

“설거지를 하면 세제를 쓰기 때문에

환경보호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도 있어요.”

“환경보호의 기본원칙은 덜 만들고 덜 쓰는 것입니다.

일회용컵을 덜 만드는 기본 원칙을 지키려면 덜 쓰는 것밖에 없어요.”

 

img (2)일회용품이 지구를 뒤덮고 있습니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포기하지 않고 인식개선운동과 협약업체들의 실천을 모니터링 했습니다. 환경부, 기업과의 간담회등을 통해 계속해서 일회용품컵을 왜 줄여야 하는지 설득해 나갔습니다.

두번째 도전, 이번엔 커피 전문점

첫번째 패스트푸드업체와 함께 했던 시도가 흐지부지되고, 다시 시도한 이번 도전에는 한국에 진출해 성공을 거두고 있던 스타벅스가 가장 먼저 응답했습니다. 2011년 1월 스타벅스는 환경부, 자원순환사회연대,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와 함께 일회용컵 없는 매장 50개를 지정하고 매장 안에서 음료를 마시는 손님에게 다회용 컵에 커피를 내었습니다. 이후 3월에는 110개로, 6월에는 전 매장으로 확대했습니다. 그러자 그해 7월에는 할리스커피, 카페베네, 엔제리너스에서도 일회용컵 없는 매장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매년 일회용컵 없는 매장을 늘리겠다는 약속도 했죠.

그러나, 시민사회와 기업체 간의 협약은 강제성이 없다 보니 은근슬쩍 빠지는 기업도 생기고, 감시와 처벌의 기능이 없으니 그저 기업체를 믿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이번에도 다시,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재개정하려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실현된 일회용컵 아웃!

2018년 봄, 중국에서 플라스틱 수입 중단을 선언하자 대한민국의 쓰레기 문제가 얼마나 대책이 없었는지 시민들이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일회용컵은 그 재질이 다양하고 페트병에는 본드가 붙여져 있어 재활용으로 쓰기 어렵다는 정보도 시민들 사이에 많이 퍼졌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일회용품 줄이기에 더 신경 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정부에서 강력한 규제정책을 들고 나오고 나서야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을 중단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중단한 일회용품컵은 플라스틱컵에 한해서입니다. 규제가 시작되자 많은 업체들이 플라스틱컵을 대체하는 종이컵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이 종이컵도 일부는 코팅이 되어 있고 일부는 재활용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워 실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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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용품이 금지라고 하지만 종이컵은 예외입니다. 종이컵의 뚜껑은 플라스틱인데요.

2018년 발생한 쓰레기 대란, 이미 시민사회단체는 24년 전부터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계속해서 노력해왔습니다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단체의 운동에 동참한 것은 의식 있는 시민들뿐이었고 기업체는 아니었다는 것이 씁쓸합니다.

만약 올 여름에서야 시행된 일회용품 규제가 자원순환사회연대가 문제제기를 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던 1999년에 바로 시행되었더라면, 우리의 삶은 조금 나아지지 않았을까요? 사람들의 일상에 일회용품이 완전히 익숙해지기 전에 조금만 더 멀리 미래를 내다볼 수는 없었을까요?

지금 우리는 미래를 외면하고 현재에 충실합니다. 계속해서 미래에 빚을 지고 있는 것이지요. 현재와 미래가 같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자원순환을 통해 최대한 환경파괴를 미루는 것입니다.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환경을 지키는 것은 결국 인류의 수명을 연장할 것입니다. 자원순환사회연대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겠죠. 오늘도 퍼스트펭귄들은 남은 과제를 위해 검푸른 바다에 뛰어듭니다.

| 기획 : 서울시NPO지원센터, 현장연구자모임 들파

| 스토리 : 자원순환사회연대 ((http://www.waste21.or.kr/)

| 글 : 이하나 작가 (hana@allmytown.org) , 삽화 : 이한비 작가

| 인포그래픽 : 문화공동체 히응

| 우리가 함께 실천할 수 있는 것들

  1. 평상 시에 텀블러를 휴대하고, 사용하기 (커피숍에서 음료 할인도 해준답니다~)
  2. 플라스틱 빨대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기 (빨대에 쓰이는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되지 않아요!)
  3. 일회용컵 보증금 부활과 컵소재 단일화를 위한 서명 참여하기 : https://goo.gl/3XYA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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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퍼스트펭귄을 응원해주세요!

지금도 어디선가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먼저 나서서 행동하는 시민사회단체와 공익활동가들이 있습니다. 지금의 문제를 예민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우리의 미래를 한층 밝게 만들 수 있어요. 더 늦기 전에 지금, 우리들의 일상을 파고드는 세상의 모순을 찾아주세요. 시민사회단체는 항상 열려 있습니다.

나때는 말이야

“그때 내가 고등학생이었단 말야.”

두 테이블을 건넌 자리에 앉은 남자가 하는 말이 들렸다.

“우리 아버지가 20년 넘게 한 은행에 있었어. 근데 IMF가 터진 거지. 아버지가 퇴직금도 제대로 못 받고 쫓겨났단 말야.
사실 나는 대학은 당연히 가는 거라고만 생각하고 있었거든.
근데 우리 엄마가 나를 부르더라?
우리집 형편이 이러저러하다. 그러니까 나보고 “대학을 안 가면 안되겠니?”라고 물어.
가지 말라, 한 것도 아니야. 아버지가 직장이 없어졌으니까, 엄마는 나를 대학을 못 보내주는거지. 그렇게 되더라고.

그래서 내 힘으로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을 했어.
우리때 대학 등록금이 250만원이었어. 입학금만 어떻게 하면 다닐 수는 있겠더라고. 요즘은 600만원이라며? 요새는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서 내가 **예술전문대학을 갔어. 그리고 거기서 내내 공연을 다녔지. 학교 다니면서. 돈을 벌려고 갖은 것을 다…”

저 남자는 98학번에서 01학번 사이겠구나. 이제 40대 중반일테고. 우리 세대가 겪어온 세월도 만만치 않아서. 대부분 사회초년생일 때 가족도 스무살 남짓이었던 우리도, 모두 길바닥을 헤맬 수밖에 없었다.

음식을 씹으면서 남자의 이야기를 듣다가 자연스럽게 귀가 닫혔다. 나도 어디가서 저런 말을 하고 다니겠구나.
나이 먹어가며 꼰대가 되지 말자는 결심도 모두 허튼 거겠다.
나이를 먹는 것을 어찌할 수 없는 것처럼,
젊은 감각을 유지하는 것도 언젠가는 완전히 불가능해지겠지.

 

2020. 2. 16.

학원가 비둘기

#지난글 #과거의오늘

52008503_2470986542913054_8519775755758993408_o엄마 비둘기 머리에 뭐가 많이 붙어있어?
– 다친 거겠지.
저거 봐봐. 머리가 막 삐쭉삐쭉해.
– 뜯긴 거 같기도 하다.

아이가 가르키는 비둘기들은 살이 쪘지만, 그 모양새가 엉망이었다. 머리깃털은 길이가 다르고 일부는 뜯겨나간 듯 삐쭉삐쭉했다. 그 옆의 비둘기는 다리를 절고 있었다.

비둘기 서너 마리에 모여 맨홀에 고인 물을 마신다.
아이가 비둘기를 보며 말했다.
“쟤네 저기서 물 마신다.”

아이는 요즘 퇴행중이다. 중학교 1학년은 갑자기 아기가 되어 혀짧은 소리를 한다더니, 정말 그렇다. 가끔 길에서 손을 잡았다가 또래 아이들이 있으면 손을 쑥 빼곤 하지만, 혀 짧은 소리로 “엄마 미워!”하고 토라질 때처럼, 엄마 저기 봐봐, 엄마 이거 봐봐, 엄마 내 얘기 들어봐. 라고 종알댄다.

아이가 가리킨 곳에 유해조류, 혐오동물이 된 비둘기들이 물을 마시고 있었다. 알량한 멘홀 위의 물방울.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 우리는 이제 정당하게 비둘기를 혐오할 수 있다.

나는 아이에게 비둘기들은 대부분 건강 상태가 안 좋을 거라고 말해줬다. 나는 ‘대부분’이라는 단어를 남발한다. 아이는 얼마 전에 들은 88올림픽 때 비둘기가 한국에 많이 들어왔고 그 이후 개체수가 너무 많아져 사람들이 미워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상기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부러 묻지 않았다.

몇 해전 인덕원역 커피숍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회의를 하다가 다가오는 차를 피하지 못하고 바퀴에 깔려 납작해져버린 비둘기를 보고 아무 말도 못 했던 그 때가 생각났다. 계절도 이맘때였던 것 같다. 그때 그 자리에 있던 한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겨울이 더디 왔다.
오리와 닭이, 돼지가 병들지 않아서 그 노동을 하지 못해서, 돈을 못 벌어서, 생명을 죽이고 받던 꽤 괜찮은 수입이 없어서, 겨울 내내 다른 일거리가 없어서, 오늘 밤 병들어갈 누군가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무엇이 그리 다른가.
모두 조금씩, 아주 조금씩만 나아졌으면 좋겠다.

 

2019. 2. 17. #지난글

allmytown.org 통합페이지 소개

안녕하세요.

본 웹사이트 운영자 이하나입니다.

2020년 2월, 지역의 공익활동과 개인적인 사업이 대부분 결부되어 있어 여러개의 페이지를 동시에 운영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따라서, 기존에 운영하던 여러 웹사이트를 모두 통합해, allmytown.org 한 곳에서 운영관리하려고 합니다.

본 페이지에는 2014년부터 사무국장으로 몸담고 있는 지역교육네트워크 이룸의 소식과, 2018년부터 경영하고 있는 문화공동체히응의 사업내용, 또한 2020년 본격적으로 출범할 경기중부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의 소식을 모두 함께 담습니다.

상단 메뉴바를 클릭하시면 각각의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지역시민사회소식은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를 활용하여 전달력을 높이고자합니다. 경기중부(안양, 과천, 의왕, 군포)지역의 시민사회단체소식이나 공익활동을 알리고자 하는 분들은 개인적으로 연락주시거나 allmytown@gmail.com으로 연락주시면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 2. 17. 이하나 드림

[2020] 문화다양성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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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지역교육네트워크이룸은 안양문화예술재단과 동안청소년수련관과 함께 문화다양성사업활성화에 같이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문화다양성사업은 국책사업 중 하나로 [무지개다리사업]이라고도 불립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협력하여 각 지역 문화예술공공기관이 사업을 수행하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무지개다리 사업」은 지역 내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다문화, 소수문화, 세대문화, 하위문화, 지역문화 등 다양한 문화 및 문화주체들 간 교류의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공공문화기관을 중심으로 지역 내 이주민 단체, 문화단체 등과 지역사회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문화다양성을 확산하고자 하는 사업입니다.

지역교육네트워크 이룸은 민주시민교육의 관점에서 문화다양성 사업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2020년, 2월부터 안양문화예술재단이 강사양성과 교육프로그램개발의 운영을 맡고, 동안청소년수련관이 학교협력분야를 맡습니다. 지역교육네트워크이룸은 강사진훈련과 교안개발을 통해 지역내 어린이, 청소년들과 함께 문화다양성수업을 준비합니다.

향후 본 사업을 토대로 문화다양성사업이 더 넓고 깊게 뿌리내릴 수 있길 기대합니다.

2020. 2. 17.

협력사업주체

안양문화예술재단, 동안청소년수련관, 지역교육네트워크 이룸

참고사이트 : https://www.cda.or.kr/main.do

[2019년]서울NPO지원센터 – 액션도미노

http://www.snpo.kr/bbs/board.php…

2019년, 문화공동체 히응은 대표자 개인자격으로 서울NPO지원센터의 시민사회단체 변화의 순간을 기록하는 캠페인에 참여했습니다.

변화아카이브팀에 합류해
각 활동가들이 쓴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카드뉴스의 원고를 만들었습니다.

2018년 카카오같이가치와 서울NPO지원센터가 함께 만든 퍼스트펭귄 시리즈의 연장작업입니다.
퍼스트펭귄 시리즈는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together.kakao.com/fundraisings/59760

2020년에도 서울NPO지원센터의 변화아카이브는 계속됩니다.

아쉽게도 이벤트는 끝났지만 카드뉴스로 만든 내용은 시민사회단체와 우리사회의 민주주의 역사를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무단불펌과 배포를 환영합니다!

[이하나의 한 사람 이야기] 명랑할매

https://www.vop.co.kr/A00001466408.html

2020년 2월 7일, 민중의소리 발행

서울의 한복판에 있는 복지관이었다.

생애사쓰기를 하러 온 노인들이 스무 명 넘게 앉았다. 각자 쓰고 싶은 이야기들이 이미 있었다. 연금생활자가 많았다. 먹고 사는 데 큰 걱정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노후가 편안한 사람들은 대부분 공직자 출신이었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대다수 그랬다. 직장을 다니던 사람들은 중간에 IMF를 비껴가지 못했다. 장사하던 사람들은 더했다. 어떻게든 IMF 이전에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은 거센 풍파에 밀려 다 한 번씩 쓰러졌다.

복지관의 위치나 평소 이용자의 소득수준에 따라 생애사쓰기 프로그램에 모이는 사람들도 달라진다. 사회복지사가 일일이 연락해서 프로그램 설명도 잘 듣지 못한 채로 교실에 와서 앉아 있는 경우는 저소득층이 많지만, 자발적으로 모집공고를 보고 오는 사람들은 경제적 형편이 낫다. 저임금 고노동에 몰입해서 하루라도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적다는 말이다. 아껴 쓰면 큰 문제 없이 산다는 것이고, 자녀들이 일정한 소득을 유지해서 부양의무에서 벗어난 이들이기도 하다. 이 복지관은 프로그램 공고를 보고 자발적으로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아껴 쓰고 근면하게 일해 중산층에 진입한 이들이다. 이들이 처음 공기관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는 매번 생활비가 모자라 빚을 얻어 쓸 정도로 공무원 급여가 형편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퇴직할 때쯤에는 모든 상황이 좋아졌다. 정확한 신분보장이 되니 은행대출도 쉬웠고 정보도 빨리 얻었고 따박따박 고정적인 급여가 나오니 맘만 먹으면 집은 살 수 있었다. 저항하지 않아도, 어쩌면 저항하지 않아야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니 보수적인 생활태도를 가졌다.

계속 “[이하나의 한 사람 이야기] 명랑할매” 읽기

[이하나의 한 사람 이야기] 겨울 빨래

https://www.vop.co.kr/A00001461784.html

2020년 1월 19일 민중의소리 발행

그해 겨울, 생애사쓰기 수업을 했던 한 복지관에서 연락이 왔다. 복지관 이용자 중 복지지원이 필요한 사람이 있는데 면담이 잘 안된다면서 면담을 진행해서 글로 정리해달라는 것이었다. 약간 의외의 일이었다. 구술생애사기록정도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흔쾌히 응했다. 다섯 명의 사람을 2주에 걸쳐 여러 번 만났다.

후드티를 뒤집어쓴 한 여성이 면담 장소인 작은 회의실로 들어왔다. 면담자 정보를 보니 나이는 40대 후반이었다. 내가 만날 사람들 중에 가장 젊은 사람이었다. 가난이 지워지지 않는 눈물자국처럼 옷섶에 묻어있었다. 이 사람은 깍지 낀 손을 계속 조물락거리며 바빠서 나오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빨래를 하고 나오는 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겨울철에 빨래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툭툭 끊어지는 문장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수도가 손 닿는데에 있는 게 아니고, 저 위에 있으니까, 앉았다가 일어났다가 꼭지를 열었다 잠갔다 해야되거든요. 쪼그려 앉았다가, 일어났다가, 물 다시 틀고, 잠그고, 그나마 수도가 안 얼어서 다행이지. 밖이 추우니까. 세탁기 하나 있으면, 좋을 텐데. 세탁기 들어갈 자리도 없고.”

겨울 수도
겨울 수도ⓒpixabay

서울시내 한복판, 재개발이 임박한 그 마을에는 수십 채의 집이 남아있었다. 어떤 집들의 대문에는 “철거”라는 글자가 붉은 스프레이로 쓰여 있었다. 대부분 마을을 떠났고, 남은 사람들이 있었다. 가스보일러가 있지만 빨래를 하는 수도에는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아파트 같은 데는 좋지요? 뜨거운 물도 사시사철 나오고. 보일러 조금만 때도 엄청 따뜻하다던데. 임대 간 사람들이 얘기하더라고요.”

백 씨. 이 사람은 가난했다. 아들이 둘 있는데 둘 다 지병이 있었다. 백씨는 두 아들의 병이 질환인지 장애인지 정확히 말하지 않았다. 걸핏하면 쓰러지는 병이라고만 했다. 뇌전증 같은 것이냐고 물었더니 그게 뭐냐고 되물어서, 간질을 요즘은 뇌전증이라고 한다고 말해주었는데 그건 아니라고 했다. 아무튼 걸핏하면 쓰러진다고만 했다. 남편은 작은 아들과 큰 아들이 같은 병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지 얼마 안 되어 집을 떠났다. 백 씨의 말에 따르면,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남편이 떠난 이후로 생계를 책임지고 육아와 간병을 홀로 해왔다. 결혼 전에는 직장도 다녔고, 친구들과 어울려 영화도 보고 술도 마시고 춤추러도 가는 보통의 20대를 보냈다. 백씨는 아픈 두 아들의 엄마로 거듭나면서 세상과 단절되었다. 큰 아들은 스무 살이 넘었고, 작은 아들은 그때 고3이었는데 작은 아들은 취업을 할 수 있는 정도라서 직장을 얻었다고 좋아했다.

세 번을 만나는 동안 백 씨는 계속 너무 힘들다는 말을 반복했다. 자기는 정말 지쳤고 더 이상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제는 자기도 늙었는지 온몸이 아프고 쑤셔서 무슨 일도 할 수 없다고. 공공근로도 나가봤지만 아들만 남기고 집을 비울 수가 없다고.

두 시간이나 길게 무슨 할 말이 있냐고 말했던 백 씨는 매번 두 시간을 훌쩍 넘기고 조금 더 이야기를 하다가 갔다. 나는 백 씨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정리해서 복지관에 넘겨주었다. 복지관에서는 백 씨가 필요한 복지혜택 중에 받을 수 있는 것을 찾으려고 했다.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냐고 반문했던 백 씨는 만나는 시간 내내 때론 즐겁게 때론 비통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겨울 빨래
겨울 빨래ⓒpixabay

즐거웠던 시절의 이야기를 해달라고 할 때는 밝은 표정이 되었다. 자기가 살던 고향의 빛 좋던 들판과 부모님이 자기를 돌봤던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는 말 안 듣고 공부 안 하는 아이였다고 했다. 말 하는 것 자체를 꺼리던 백 씨는 ‘누가 내 이야기를 이렇게 들어주나’ 라는 말도 했다. 기득권이 될수록 자기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아진다. 사회와 고립되고 단절될수록 자기 이야기를 할 기회가 줄어든다. 자기 삶을 쓰는 일도 무엇이든 더 가진 사람들에게 유리하다. 더 많이 배웠거나 더 많은 기득권을 가질수록 자기 삶을 돌아보고 늘어놓을 기회가 더 많다. 백 씨는 그렇지 못한 사람 중 하나였다. 말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말하는 방법도 잊는다. 수십 번 자기 주장을 말해본 사람은 점점 더 잘 말하게 된다. 세상에 펼쳐본 적 없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을 다잡는다.

어른이 되어도, 어미가 되어도 수십 번 마음을 고쳐먹기 마련이다. 조금 더 잘 살아야지, 조금 더 잘 해봐야지, 오늘부터는 밥을 건강하게 차려먹어야지, 아이에게 화내지 말아야지.

얼음이 얼지 않고 눈이 내리지 않는 겨울이 지나간다. 세탁기에서 편하게 꺼낸 빨래를 널며 손가락이 시릴 때 백 씨를 떠올린다. 아직도 그 집에 살고 있을까. 나를 만났을 때 살던 집보다 빨래하기 편한 곳으로 이사를 갔으면 내 마음이 편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