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에게 기회를 –

안양시청소년들이 만든 정책제안 YOUTH AGORA

안양시 청소년재단의 정책제안대회인 유스아고라는 그간 여성가족부의 지원사업으로 진행했다가 올해부터 자체사업으로 전환해 학교 연계로 진행했다.

지난 해까지는 각 학교 동아리를 모집해 청소년수련관으로 오는 형태였으나 올해부터는 응모한 학교로 찾아갔다.

고등학교 4개와 중학교 1개 학교로, 각 학교별로 (고3을 제외하고) 학년은 모두 달랐다.

학생들의 정책제안은 기후위기와 교통문제로 집중되었는데 도시미관에 관련된 환경정책도 결론적으로는 기후위기로 귀결되는 형태였다.

다수가 자기 삶에서 발견한 문제점을 공익목적으로 지방정부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출퇴근, 통학 시간대의 버스 혼잡, 심야버스 운영등 양극화되는 교통문제를 꼬집었으며 담배꽁초, 흡연구역 설치, 불법 광고물은 매년 등장하는 문제다.

그 중 눈에 띄는 것 두 가지를 먼저 얘기한다면

1. 담배꽁초의 재활용 대안을 제시한 꽁초수거와 기업협력이었는데 아스팔트 혼합 등의 자료를 들고 나왔고 생산자책임제도 거론했다.

2. 고지대에 위치한 고등학교는 재활용수거트럭이 올라오지 못해 폐지를 제외한 모든 플라스틱이 일반쓰레기로 버려진다며 기후위기 대처에 대한 교육과도 맞지 않고 수거용역업체에게 의무를 부여해 지방정부가 힘을 발휘하고 고지대 수거를 거부한다면 용역계약을 파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3. 안양시장의 공약을 점검해 공약이 구체적으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지적한 팀도 있었다.

세 가지 주제로 흩어진 모둠을 한 가지 정책으로 모으자고 제안한 것이 바로 “청소년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장한 충훈고등학교다.

이 학교에서는 원래 청소년정치교육, 고가의 장비가 필요한 청소년진로탐색시설설치, 청소년전용플리마켓 세 가지였다.

이 발표가 있을 때 참가자들의 질의와 한탄이 이어졌는데 성인들이 주의깊게 들어야 하는 내용이라 열거해본다.

– 안양시에는 주민참여예산제가 있는데 여기에 청소년진로설계 관련하여 사업제안을 했더니 “청소년문제는 학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관련부서 답변을 받은 바 있다. 작년에 거절당한 셈이니 올해도 다시 제안할 예정이다.

– 안양시의 청소년의회 등은 정보나 환경으로 인한 접근성이 좋은 청소년만 접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게도 보편적 기회가 필요하다. 따라서 허울뿐인 청소년의회가 아닌 곧 선거를 치러야 할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 성인들과 섞여 있는 회의에 청소년이 들어가려고 해도 청소년이 접근할 수 없는 시간에 회의를 하더라. 들어오지 말라는 얘기로 읽힌다. 이 시간부터 바뀌었으면 한다.

– 초등학교 6학년이다. 교실안에서 편파적인 정치논쟁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정치와 공약에 대한 객관적 시선을 갖출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한데 학교에서 아무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아 답답하다.

– 정치교육등에 관련해 기회를 열어줘도 청소년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치혐오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각 정당의 관계자들과 선거관리위원회 등 정부기관에서 의무교육으로 학교에 찾아와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 정당관계자가 직접 교육을 한다고 학생들이 그에 물들거라는 생각은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는 각 정당에서 주장하는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다. (이 이야기는 무조건 흡수될 거라 생각하는 건 비판없는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어른들의 편견이라고 이해했다. 국힘, 민주당 등 거대양당 외에 소수정당의 이야기도 직접 듣고 정치인도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의중이 있었다)

청소년 정치참여에 대해서 그 어느때보다 욕구가 높아졌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은 성인들이라고 해서 딱히 현명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죽어도 국힘, 죽어도 민주당이라는 고정관념에서 이미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2016-7년 사이의 촛불집회를 기억하거나 참여했던 이들이며 이들이 의외의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생까지는 정치와 정치인을 유희의 도구로 사용하는 성향도 꽤 있는데 정치권에서 이를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들은 성장중이고 곧 투표권을 갖게 되고 (당장 내년에 총선을 할 수 있는 학생도 꽤 되었다) 정치의 새로운 지형을 원할 수도 있다.

10년 넘게 청소년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요구해왔던 동일한 제안이 있다. 계속해서 묵살해오며 세월이 지났다. 이들은 정치와 행정이 지속적으로 자기들의 발언을 무시한다고 느끼며 성장하고 있다. 당신들을 늙고 이들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그것만 기억하자.

#청소년재단

#청소년정치참여

#유스아고라

학생들의 제안서요약과 PT 발표를 모두 붙인다.

모두의 각성이 필요한 시간이다.

2023. 10. 21.

안양동안청소년수련관 YOUTH아고라

안양시 청소년재단 산하의 동안청소년수련관은 청소년정책제안대회로 여성가족부의 후원을 받아 YOUTH아고라를 개최합니다. 이 사업은 청소년들이 일상생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정책을 제안하는 대회인데요. 5월모집을 시작으로 10월까지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입니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인지 예년보다 적은 수의 팀이 응모했습니다.

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청소년팀의 지역전문가멘토로 활동하게 됩니다.

이제 막 시작한 2021년 YOUTH아고라의 출발에 함께 하게 되어 기쁩니다. 청소년들이 더 발전적인 정책을 도출해낼 수 있도록 애써보겠습니다.

[강의]주민참여예산제 – 청소년위원회

코로나19로 여러 공적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수원시 주민참여예산제의 청소년위원회 강의는 비대면으로 진행했습니다.

참가학생들은 수원시온라인화상회의 시스템에 접속하고, 강사만 수원시청 온라인회의실에 도착해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수원시는 주민참여예산제에 청소년위원회를 두어 정책을 제안하고 주민참여예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모범사례를 만들고 있습니다. 히응에서도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청소년위원회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코로나19로 모두 어려운 상황이지만, 시민들의 저력이 더욱 빛나는 순간이 이어지는 만큼, 2020년 주민참여예산제 청소년위원회도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청소년의 힘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비대면 온라인 강의라 적잖이 지루했을텐데 열심히 참여해주신 청소년위원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사진은 2019년 주민참여예산 청소년위원회 예산학교 장면입니다. 올해는 이런 장면을 볼 수 없었네요.

2020년 6월 6일

두발규제 완화에 관하여

두발규제에 대한 이야기가 자꾸 나오니 이야기 하나를 더 해볼까 합니다.
 
시흥에 장곡중학교라고 있습니다.
이미 수년전에 학생자치회의 힘으로 복장과 두발에 대한 규제르 없앴습니다. 물론 다들 경험했다시피, 학생 자치회가 힘을 발휘하려면 (불합리하지만) 어른들의 지지가 필요합니다.
이 학교는 교사들의 지지가 아이들의 자치권을 획득하는데 힘이 되었습니다.
 
제가 이 학교를 방문했던 건 2017년입니다.
이미 규제가 모두 풀려서 이미 자리를 잡은 뒤였습니다.
풀메이크업을 하고 나오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전혀 화장을 안 하고 다니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당시 이 학교에 갔던 이유는
지난 5월 빨간소금에서 출간한 <포기하지 않아, 지구>를 쓰기 위해 장곡중학교 탄산수라는 지속가능발전연구동아리를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친구들의 연구주제는 “여중생의 화장”이었습니다.
이 아이들도 초반엔 약간 보수적인 의견이 있어 자기 친구들 중에 화장을 진하는 아이들을 다 이해하지 못했고 여자들은 남자에게 잘 보이려고 그러는 것 같다, 는 의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1년동안 학교에서 설문조사를 하고 인터뷰를 거치면서 친구들의 마음을 더 잘 알게 되었고 여중생의 화장은 결코 “누군가에게 잘보이려고”가 아니라 “내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화장품 값으로 용돈을 탕진할 것이라는 예측도 엇나갔습니다. 화장품값이나 미용에 돈을 많이 쓰는 친구는 아주 극소수였습니다. 염색 파마 악세사리 착용이 모두 가능하고 교복도 치마 블라우스 겉옷 중에 한 가지만 입어도 되는 상황이지만 아이들은 교복이 편하다며 모든 걸 포기하지 않고 생활복과 교복을 번갈아가며 자주 입었습니다. 허리가 쏙 들어가거나 핏을 중요시 해서 생활이 불편해지는 교복을 덜 입게 되었습니다.
 
복장 규제가 풀리고 1년이 지나자 초반에 화장을 해봤던 친구들도 점점 시들해졌고 입술 틴트 정도만 바른다거나 눈썹만 그린다거나, 자기 스스로 생각하는 결점을 보완하는 수준으로 대부분 변화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 특별히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고 재주가 있는 친구들은 진로를 미용패션쪽으로 잡아 전문적인 공부를 시작하거나 유투브를 보며 기술을 익혔습니다.
 
이런 친구들은 각반마다 거의 1명씩 있어서 3학년이 되어 졸업사진을 찍을 때 각 반의 메이크업을 담당했다고 합니다.
 
탄산수 친구들은 여중생의 화장에 대해 연구하며 페미니즘에 대해 알게 되고 화장품의 환경문제도 고민하게 됩니다. 미세플라스틱이 바다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하게 되어 여성환경연대에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합니다. 여성에게 화장품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환경운동을 하는 에코페미니즘은 무엇인지 알아보게 됩니다.
 
물론, 이 친구들은 상당히 우수한 역량의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교사가 믿어줬을 때 그 역량이 더 높게 발휘되었다는 걸 취재 과정에서 확인했습니다.
 
처음 이 학교에 복장규제가 없어졌을 때 학부모들과 지역주민들의 항의가 들끓었다고 합니다. 도대체 애들을 어떻게 키우려고 그러느냐는 항의를 교사들이 고스란히 받아내야 했습니다.
 
학교 앞에 지나가는 마을 주민이 아이들을 보고 혀를 끌끌 찼던 기억을 말하며 아이들은 무척 불쾌해했습니다.
 
장곡중학교 외에도
혁신 중학교 중에 복장규정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고 이를 완화한 학교도 꽤 있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아이들이 용돈을 탕진하면서 외모를 꾸미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1년 정도면 충분히 자체적으로 자정작용이 일어납니다.
 
한 교실 안에 슬리퍼와 트레이닝복차림으로 대충 다니는 친구와 귀걸이를 한 남학생이 함께 공부합니다. 풀메이크업을 한 여학생과 로션만 바르고 머리를 질끈 묶은 여학생도 친구로 잘 지냅니다.
 
아이들의 복장을 규제하려면 공중파 방송의 예능프로그램과 아이돌 산업의 성상품화를 먼저 규제해야 할 일입니다. 이는 정숙함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명백히 성을 노골적으로 상품화하는 윤리적 문제를 지적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동안 교복은 아이들의 몸을 성상품화해왔습니다. 복장과 두발단속 해제라는 건 무엇을 말합니까.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여학교였는데 두발자유였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내내 머리를 기르고 다녔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교장이 머리 긴 여자를 좋아한대”라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교장 선생님에게 확인한 바는 없습니다만, 이 문장에는 교사가 학생을 성적 대상으로 보고있다는 말을 함의하고 있고 이에 대해 모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는 것을 말합니다.
 
얼마 전 도농복합도시의 열악한 환경을 말하며 아이들 사이에서 폭력이 횡행하는 사태에 대해 언급하며 학생인권과 두발규제 해제가 탁상행정이라는 논지의 글을 보았습니다.
 
저는 안양의 1기 신도시에 살고 이 지역에서 수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만납니다. 여기는 취약계층이 사는 지역도 있고 한 반의 절반 이상이 동아시아 외 지역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모인 학교도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 폭력적인 학교는 무기력한 학교와 동일한 이름을 갖습니다. 아이들은 폭력적이거나 무기력합니다.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폭력적이 되고 시험이 끝나면 무기력해집니다.
가장 성적이 우수하고, 가장 대학진학율이 높으며, 주변에 학원이 가장 많은 학교일수록 폭력과 자해와 무기력한 아이들이 많습니다.
 
저는 도봉구 방학동에 있는 중학교를 다녔습니다. 아침에 학교를 가는 길에는 아이들이 밤새 피운 부탄가스가 나뒹굴었고 학교에서는 점심시간에 소주병을 깨들고 싸우는 선배들이 있었습니다. 중절수술을 하느라 학교를 못나오는 여학생이 있었고 문신을 새기다 실패해 칼로 상처를 잔뜩 낸 팔뚝을 가진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때 이 친구들은 모두 염색이나 파마를 하고 손톱 발톱에 메니큐어를 칠하고 소매가 없는 옷을 입고 슬리퍼를 신고 가방을 들지 않고 학교에 나왔습니다.
우리 학교의 교사들은 교장의 주장에 따라 “자퇴는 어쩔 수 없어도 퇴학은 없다”는 신념을 지켰습니다. 폭력사건이 일어나면 학생부실에 들어가 몇날 며칠을 두들겨맞아도, 아이들은 모두 무사히 졸업했고 중학교 졸업장을 건졌습니다.
 
그때 그 친구들에게 필요했던 건 조금 더 친절한 어른들과 자기 말을 대신 어른들에게 전해 줄 조금 더 똑똑한 친구였습니다. 그들은 결국 각자의 길로 나서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든 아이들이 많았지만, 어쨌거나 중학교는 졸업했습니다.
 
적어도, 스무살이 되기 전에는 많은 것들을 용서했으면 합니다. 울타리를 강하게 쳐서 행동반경을 줄일수록 운신의 폭은 좁아집니다. 좁은 울타리 안에서 생존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양질의 기능인 뿐입니다.
 
어른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단 한 번도 아이들을 믿어주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필요한 어른은 단 한 사람이면 족한데 말입니다.
 
2018년 9월 30일

“포기하지 않아, 지구” 집필후기

2018년 5월 23일에 출간된 지구나눔연구소 기획의 어린이, 청소년 자율연구프로젝트에 관한 보고 기록 “포기하지 않아, 지구”의 집필후기를 나눕니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7898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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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나눔연구소 <포기하지 않아, 지구> 집필후기 1편★

 

ESD.

왜 자꾸 영어를 쓰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서구에서 들어온 분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들 합니다.

한국어로 ESD를 풀어내면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지속가능발전을 말합니다. sustainable이 지속가능한, 지속성을 말하고 development가 발전을 말합니다. sustainable은 sustain과 ability의 합성어라고 하는데 캠브리지 영어사전에는 ①able to continue over a period of time 일정시기동안 계속될 수 있는 ②causing little or no damage to the environment and therefore able to continue for a long time 환경에 영향이 아주 적거나 거의 없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이라고 풀이되어 있습니다. 지속가능, 이라는 것은 그 유래가 1962년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부터 시작합니다. 1972년 유엔은 스웨덴에서 “인간환경선언”을 제정하고 선포하였으며 이 움직임은 1992년 리우정상회의와 지구환경회의까지 이어집니다. 리우지구정상회의에서는 agenda21(의제21)이라는 주제를 채택했는데 이는 지구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행동계획을 담은 것입니다. 이를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서 의제21을 채택했고 우리나라는 민관협력기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각 지자체마다 의제21기구가 있고 지방자치정부의 청사 안에 사무실을 둔 경우도 있습니다. 의제21이 10년간 어떤 일을 해왔는가를 평가하는 자리가 2002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세계정상회의에서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평가자리가 열립니다. 전세계 정부, 국게기구, NGO등이 모인 지구촌 최대의 국제회의였습니다. 이때부터 지속가능발전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2년에는 의제21의 20주년으로 리우+20정상회의에서 우리가 원하는 미래(The Future We Want)라는 제목의 선언문을 채택합니다. 여기서 밝힌 지속가능발전의 몇 가지 원칙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세대간의 형평성, 삶의 질 향상, 사회적 통합, 국제적 책임입니다. 쉽게 말해 다 같이 함께 오랫동안 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담았습니다.

 

수원에는 기후변화체험관이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적응하는 생활방식을 교육하는 기관입니다. 수원시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기관에서 기후변화뿐 아니라 의제21의 행동원칙들을 공부하던 교사들이 있었습니다. 이 교사들은 “지구나눔연구소”라는 연구팀을 만들어 연구모임을 하다가 수원시와 수원시기후변화체험교육관 두드림, 경기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학생자율연구팀을 모집하게 됩니다.

 

학생자율연구팀이란 지속가능발전의 다양한 주제를 학생들이 스스로 골라 그 주제에 맞는 연구를 학생들 스스로 해내는 동아리를 말합니다.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주제가 지구 전체의 연구과제로 주어진 지 10년이 지난 후에도 한국에서는 교육으로 접근할 방법이 미미했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미래를 꿈꿔보고 싶은 교사들의 마음이 모여 첫 번째 지구나눔연구소의 학생자율연구팀이 만들어졌습니다. 경기도지역의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자기가 연구하고 싶은 주제에 대한 문서를 만들어 제출하고 연구가 가능할 팀을 모아 교사들이 멘토 역할을 자청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지구를 지킬 수 있는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지구나눔연구소 <포기하지 않아, 지구> 집필후기 2편★

 

지속가능발전, 환경,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모두들 “북극곰”을 떠올립니다. 작은 빙하 위에 두려운 표정으로 안타깝게 서 있는 엄마 북극곰과 아기 북극곰 두 마리. 이 이미지는 강렬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남았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북극까지 가서 북극곰의 생태를 연구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지구나눔연구소는 주변에 있는 지속가능발전의 요소를 찾기로 합니다. 학생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무엇이 문제인가 둘러보게 됩니다.

함께 오랫동안 어울리며 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들이 찾아낸 주제들은 이런 겁니다.

놀이터의 지속가능성, 과자봉지의 과대포장, 우리 학교의 환경적 요소, 반티를 맞추는 일은 지구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내 필통이 말해주는 지속가능성, 배달문화의 문제점, 폐의약품은 어디로 가나, 까치는 왜 전봇대에 집을 짓나, 가로등이 없는 길목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나의 일상이 평온하게 유지되는 것과 지구의 지속가능성은 어떤 상호작용이 있을까. 2015년 첫 자율연구팀은 과자 과대포장, 폐의약품, GMO문제, 한국의 교육, 지속가능한 학교를 위한 실험, 반티 문화, SNS,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두 번째 2016년에는 청소년의 화장, 아파트 통학로의 갈등 등의 연구가, 2017년에는 미세먼지, 길고양이, 마을의 가로등, 학교 통학로 등 마을에 대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연구를 지켜본 교사들은 이 이야기를 우리만 알고 끝내기엔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세상에 숨은 수많은 이야기들이 그렇습니다. 나만 알고 있기 아까운 이야기들은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아이들과 좌충우돌하며 연구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누구나 이런 연구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방법을 알려줄 길이 모호해졌습니다. 그래서 결정합니다.

“책으로 만들어 펴내자!”

그러나, 학생들의 연구 과정과 그 결과를 책으로 만들자니 너무 딱딱하고 지루할 것 같았습니다. 결과자료집도 만들어봤는데 매우 유익하긴 하지만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았던 거죠. 학생들은 인포그래픽을 배워 그래프도 만들고 시각적 도안도 만들고 여러 가지를 해봤지만 어떻게 하면 이 이야기를 재미나게 만들 수 있을지 막막했습니다.

 

저는 2017년 여름, 빨간소금 임중혁 대표를 통해 이런 프로젝트를 책으로 써 줄 작가를 찾는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저를 추천한 안진희 번역가는 기획자이기도 한데, 평소 제가 지역교육네트워크를 통해 학교 수업을 하며 아이들과 호흡하고, 이런 저런 인터뷰를 했던 것도 눈여겨 본 모양입니다. 집필활동을 간간히 하고 있었습니다만, 제 이름으로 책이 나간 건 아직 없고요, 팀이나 기관의 이름으로 출간되었거나, 기관의 돈을 받았기 때문에 판매할 수 없는 비매품을 주로 쓰는 작가였습니다. 매년 초중고등학교 학생들과 마을에 대한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곤 합니다. 애초 기획한 것은 아닌데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프로젝트 수업을 설계한 학교 교사들이 연락을 해오곤 합니다. 그러면 담당 교사와 그 학교의 주어진 환경에서 아이들과 함께 찾아낼 것에 대해서 의논합니다. 학교마다 각각 찾아낼 스토리는 달라집니다. 어떤 곳은 적당한 자연환경이 있고 어떤 곳은 통학로가 위태로울 정도입니다. 제가 하는 수업은 주로 마을에서 의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아이들의 시선으로 관찰한 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까지 고민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지구나눔연구소의 선생님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제가 해왔던 수업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자율연구팀은 많아야 다섯 명이 한 팀을 이루어서 더 넓은 주제를 가지고 더 친밀하게,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자료를 먼저 받고 선생님들이 원하는 책의 집필방향도 들었습니다.

“그럼 이건 청소년 소설처럼, 이야기로 가야되겠는데요. 처음에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주제를 찾게 되었고. 대사도 넣고, 아이들 캐릭터도 선명히 만들어가면서요.” 선생님들은 반색했지만 그게 가능하겠냐는 반문을 했습니다.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죠.

얘기를 해놓고도 저도 반신반의했습니다. 물론 이상적인 것이야 이야기가 뭉개뭉개 피어오르는 스토리로 간다면 제일 좋겠으니까 그렇게 말한 것이고. 아이들의 연구주제를 들어보니 생각보다 참신해서 재미난 요소가 분명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일단 제가 얘기한대로 진행하기로 하고 가장 빠르게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는 장곡중학교 탄산수 친구들을 만나 인터뷰약속을 잡았습니다.

 

 

★지구나눔연구소 <포기하지 않아, 지구> 집필후기 3편 ★

 

 

처음 만난 장곡중 학생들은 학교 자치회의 힘으로 외모단속이 없는 학교가 되자 이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연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화장은 무슨 의미를 갖는가? 라는 주제로 시작했습니다.

 

이 친구들을 인터뷰하게 된 계기는 이렇습니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교사들과 출판사 대표, 저, 이렇게 세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2015, 2016년 2년 동안의 학생자율연구 결과를 보고 책에 수록할 연구팀을 선정했습니다. 총 연구팀은 열 다섯팀 정도가 되는데 그 중에 책의 의도에 맞는 연구팀을 가려내어 인터뷰를 하기로 했습니다. 제출한 결과자료들은 모두 있습니다만, 아이들의 진행과정에 방점을 찍어 글을 쓰기로 했기 때문에 직접 만나보지 않고서는 글을 쓸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추려낸 선발 기준은

  • 자율적일 것
  • 생활과 밀접한 소재를 연구주제로 삼았을 것
  • 엉뚱하고 재기발랄한 아이디어가 있을 것
  • 우왕좌왕 좌충우돌의 경과가 있을 것

 

추려내보니 총 일곱팀이더군요.

이 친구들이 진행한 주제는 놀이터, 아파트 통학로 문제, 반티 문화, 폐의약품 수거, 과자봉지 과대포장, 배달문화, 청소년 화장이었습니다. 고등학생 팀들은 거시적으로 어려운 이야기들을 많이 다뤄서 책 컨셉에 맞지 않았고요. 이 책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까지에게 맞춰 집필하기로 했기 때문에 또래들의 이야기만 찾았습니다.

 

장곡중 학생들은 제일 먼저 만나 샘플 원고를 만들어봤습니다. 세 친구들은 작년에 했던 프로젝트인데도 기억도 많고 이야기도 잘 하는 친구들이었습니다. 첫 인터뷰를 수월하게 끝내고 두 번째 인터뷰 때는 학교 근처에 가서 선생님이 사주시는 음료도 마시고 아이들이 셀카도 찍고 진로에 대한 고민도 이야기했습니다. 아이들과 인터뷰와 무관해보이는 대화도 나눴는데 이건 주인공들의 캐릭터를 잡기 위한 작업이었습니다.

 

여름이 다 지나고 가을부터 천천히 한 팀씩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학생들은 연락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학원에 가는 시간을 피해야 하고 학교 끝나고 학원으로 가기 전에 맞춰 전화통화를 해야 하고요. 초등학교 때 연구팀을 했던 친구들은 전화기가 없는 경우도 있어서 어머니들과 통화를 했습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연구를 독려했던 학생들은 약속을 잡기가 쉬웠습니다만, 학생들 스케줄이 제각각이라 한 번에 모두 모이는 일은 쉽지 않았어요. 인터뷰 당시 중3이던 친구들은 고등학교 입시를 앞두고 있는데다가 모두 한 아파트에 살고 어머니들끼리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낸 팀이라 한 번에 네 명을 다 같이 만날 수도 있었습니다. 인터뷰가 거의 진행이 안된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이 친구들은 뭘 물어봐도 기억이 안난다고 했었는데 첫 인터뷰는 거의 백지상태로 아이들이 배시시 웃다가 끝나버렸는데, 지구나눔연구소 까페에 매일 매일 일지를 올린 기록이 있었어요. 이 기록을 토대로 자료를 정리해 다시 만났더니 ‘아! 기억나요!’라고 하면서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냈습니다.

 

학생팀들을 만나면 신기한 것이 팀마다 구성원의 성격과 역할이 모두 다르다는 것입니다. 아마 시간이 지난 뒤에도 다시 만나 지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룹의 성격이란 그런 것 같습니다. 팀마다 역할분담이 모두 다르지만 모둠마다 리더역할을 하는 친구가 있고, 정리왕이 있습니다. 리더역할을 하는 친구들은 고전적인 카리스마를 내뿜는다기 보다 제각각 다양했는데 사려깊은 친구, 통찰력 있는 친구, 기획과 계획을 잘 하는 친구, 활동적인 친구, 의사표현을 잘 하는 친구, 적극적으로 뛰어다니며 자료를 찾아오거나 사람들을 만나 거침없이 말을 할 수 있는 친구들이었습니다. 정리왕이 있는 모둠도 있고 없는 곳도 있었습니다.

이 연구팀들은 모두 사전에 서로 아는 친구들끼리 모둠을 만들어 연구소에 연구지원을 하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의 절친들도 있고 새 학년 들어 알게 된 친구들도 있습니다. 서로 친하지 않아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친구의 의견이니까 무조건적으로 믿고 따르는 친구들이 있고 먼저 계획을 세우는 친구가 있으면 저 친구가 다 해주니까 편하고 좋다며 별 이견을 갖지 않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모두들 갈팡질팡 했더라고요.

 

겨울의 초입, 원고를 마감할 때가 되었는데 일곱 팀 중에 세 팀을 놓고 다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팀은 어머님들의 지나친 개입으로 자율연구가 안 된 팀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인터뷰 중에도 너무 힘들고 괴로웠기 때문에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고백했고요.

다른 두 팀은 영재반 수업 등으로 매우 바빠서 이 자율연구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고, 어릴 때부터 영재반이나 한생연 수업을 많이 들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이 두팀은, 본인들의 생활과 밀접하지 않은 주제를 잡았더군요. 배달문화를 고른 친구들은 실질적으로 배달음식을 자주 먹지 않는 친구들이었고, 과자과대포장을 고른 친구들도 친환경 유기농 식습관에 길들여진 아이들이었습니다. 다른 팀과의 균형을 맞춰봤을 때, 자기 생활과 밀접하지 않는 주제로 연구를 한 것은 결국 자기 이야기가 아니라 남의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본 연구였기 때문에, 자율연구로서는 손색이 없지만 책의 구성상 어쩔 수 없이 빼기로 했습니다. 이 부분은 당사자들에게 모두 연락을 해서 솔직하게 책에서 빠지게 된 사유를 이야기하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사람은, 실제 사건에 기대었을 때 어느 정도의 스토리가 나올 것인가 기대하게 됩니다. 물론 예상한 방향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갈 때의 쾌감이 있지만, 전체 맥락과 많이 어긋나게 되면 몇 가지 이야기를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했을 때는 조화가 중요합니다.

 

우리가 기획한 이 책은 “내 멋대로 연구하는 자율프로젝트”가 중심이었습니다. 학생들의 연구결과는 전문학자들의 전문성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하지만 청소년의 시각으로 보는 세상의 기이한 점들을 찾아내는 게 관건이고 어른들이 ‘그런 것도 연구주제가 되나?’라고 물어볼 만한 것이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세 팀을 덜어내고 나니, 네 팀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저자인 저는 2017년 프로젝트 팀중에 가장 어린이답고 재미났던 연구팀을 떠올렸습니다. 출판사측과 상의하고 기획단 선생님들의 동의를 구해 급하게 마지막 팀을 섭외했습니다.

 

★지구나눔연구소 <포기하지 않아, 지구> 집필후기 4편★

 

길고양이를 연구한 수원파장초등학교의 아이들은 졸업을 앞두고 있어 연락하는데도 꽤 애를 먹었습니다. 그러나 예상대로 아이들의 이야기는 좌충우돌 정말 즐거웠습니다.

학생들을 만나며 많은 걸 배웠습니다. 1,2년전의 연구 성과를 다시 돌아보는 아이들은 그 사이 많이 성숙해져 있었고요. 민주적인 의사결정의 방법과 함께 팀을 이루어 해 나가는 작업에 적지 않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할 준비를 하던 중3 남학생들에게는 모둠활동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 대학생 조별과제의 고충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지금의 중고등학생들은 초등학교때부터 모둠활동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어디에나 안하려고 게으름을 피우는 친구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걸 어떻게 극복하느냐 물었습니다. 제일 열심히 하는 친구와 제일 열심히 하지 않는 친구가 발표를 맡으면 된다고 쉽게 대답하더군요. 열심히 하지 않는 친구도 앞에 세우면 꼭 역할을 하기 마련이라고 인생 15년의 노하우를 얘기해주는데 어른들이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들의 모둠활동은 작은 공동체의 의사결정 과정을 보여줍니다. 서너명이 모여 어떻게 합의를 이루어나가는지 몸으로 체득한 아이들이 자라서 투표권을 가진 시민이 됩니다. 사회의 변화는 필수적일 것입니다. 어른들은 이 아이들이 만들어 나가는 미래에 기대를 가져도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 책에는 저자의 인사말이 없습니다. 넣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아이들과 프로그램을 기획한 선생님들입니다. 아이들의 방황을 고스란히 지켜보고 기다린 선생님들이 있었기에 아이들의 자율연구가 빛을 발할 수 있었고요. 아이들은 학생이라는 자신들의 한계를 인정했을 때 더 나은 이야기들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 스토리는 모두 실화입니다. 중간중간 상황에 따른 대사도 아이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여 조금씩 확장했을 뿐입니다. 저자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옮긴 역할만 했습니다.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시작으로 이제 교육은 자율적으로 탐색하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후기 앞쪽에 밝혔듯이 뛰어나게 정석대로 진행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뺀 것은 아무도 도와주지 않더라도 학생들 스스로 자기만의 생각으로 헤매고 떠돌면서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서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프로젝트의 이야기도 들어 있습니다. 마지막에 가서 흐지부지 된 이야기도 들어 있습니다. 그게 바로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낸 자율연구의 매력입니다. 잘 하지 않아도 괜찮아, 실패해도 괜찮아, 너희들도 할 수 있어, 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었습니다. 이런 메시지를 담은 선배들의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아이들이 스스로를 믿었으면 좋겠습니다.

 

포기하지 않아, 지구! 라는 제목은 포기하지 않는 아이들을 떠올리며 지은 소제목 “포기하지 않아, 고양이!”에서 따왔습니다.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는 세상을 위해, 어른들이 힘을 보태주고 차분히 기다려주길 바랍니다. 마치 지구처럼요.

 

_순수한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한 지구나눔연구소 선생님,

세심하게 원고를 살펴 준 편집자,

글에 걸맞은 그림으로 효과를 살려준 일러스트, 디자이너와

믿고 맡겨준 빨간소금 임중혁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이야기를 들려준 지구나눔연구소 자율연구팀 친구들에게도요.

 

2018년 5월 25일

게임 규제는 과연 게임을 규제했는가

2004년 10월 몇몇 시민단체들이 ‘청소년 수면권 확보를 위한 대책마련 포럼’을 결성해 청소년들의 수면권을 보장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온라인 게임의 셧다운 제도 도입을 촉구했다.

2005년 7월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대표발의 한나라당 김재경)이 발의되어 처음으로 셧다운 제도 입법이 시도되었으나 게임 업계와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의 의견 충돌 문제로 입법은 무산되었다.

2006년 10월에는 온라인 게임을 포함한 인터넷 중독 방지를 목적으로 ‘정보통신 서비스 중독의 예방과 해소에 관한 법률’이 발의(대표발의 한나라당 김희정)되어 장시간 몰입 시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주의문구와 서비스 이용을 시작한 지 특정 시간이 경과하면 경고문구를 표시하며, 장시간 이용 시 페널티를 부과하며 특히 청소년 이용자에 한해 그 친권자, 후견인 등 법정대리인의 요청에 따라 서비스를 제한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을 법으로 담고자 했으나 마찬가지로 당시에는 무산되었다.

2008년 7월에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대표발의 한나라당 김재경)이 발의되어, 온라인 게임 업체가 밤12시부터 오전6시까지 온라인 게임 서비스의 제공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어기고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해당 온라인 게임 업체를 1,000만원의 벌금 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된다.

2009년 4월에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대표발의 통합민주당 최영희)이 발의되었고, 법안의 내용은 밤12시부터 오전6시까지 온라인 게임 서비스 금지, 청소년 연령 확인 및 게임 가입시 친권자 동의, 게임에 인터넷 게임 중독 경고 문구 표시 등이며 이를 위반하면 1,000만원의 벌금 또는 2년 이하의 징역으로 김재경 의원의 법안과 유사하며 더 상세했다.

2010년 6월 3일에 문화체육관광부의 개정안와 여성가족부의 개정안을 합의하여, 셧다운제 도입의 중재안을 마련하였고, 이후 2011년 4월 29일에 대한민국 국회 본회의에 ‘셧다운제’ 도입을 골자로 대상을 만 16세 미만으로 제한하는 ‘청소년보호법 개정 법률안’을 상정, 통과되었다.

2011년 11월 20일에 공식적으로 셧다운 제도가 시행되었고, 대한민국 정부는 2012년 1월까지 계도 기간을 결정하였다.

2014년 4월 24일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위키백과 – 대한민국의 셧다운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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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은 위키백과에 실려 있는 셧다운제에 대한 설명이다. 대한민국은 전세계중 유일하게 청소년이라는 특정 계층에게 게임시간을 제한하는 법률적 조치를 실행하였다. 중국이 법적으로 게임을 도박등 규제대상으로 규정한 적이 있지만, 특정 연령계층에 대한 법률적 제한이 실시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최초에 이 법안을 제안한 청소년단체, 라는 곳에서는 “수면권 보호”라는 명목을 내세웠다. 이는 청소년들의 잠잘 권리를 보장한다는 말이다.

특정한 계층이, 또 다른 특정계층의 수면권을 보호할 권한이 있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법적으로 어떠한 계층이 구분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연령대에 대한 구분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는 꽤 많은 나라에서 동일하게 연령에 대한 제한을 두고 있기도 하다. 청소년이나, 미성년을 보호한다는 명목아래, 공연관람물에 대한 등급제를 실시하고 어떤 계층에게는 관람을 허용하고 어떤 계층에게는 관람을 금지하는 일은 이미 대부분의 문명국가에서 암묵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계층의 구분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이에 대한 괄목한만한 저항이 없었으며,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대부분의 성인들은 청소년 셧다운제가 필요하다고 동의한 편이며, 게다가 이 법률은 헌법재판소에서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셧다운제를 대부분 게임에 대한 규제로 보고 있지만 이를 단순히 게임에 대한 규제로 볼 수 있겠는가?

얼마 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핵없는 미래를 물려주자”는 구호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 적 있다. 청소년은 그 누구에게도 보호를 요청한 적이 없는데, 청소년을 대상화하며 보호해야 할 계층으로 규정하는 정의는 과연 어디에서 나온 것이냐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늘 매우 당연하게, 청소년과 미성년들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정해두고 그에 대한 정책을 제안하고 펼쳐왔으며 국가제도 아래 모든 기관이 이 기준을 아무 의심 없이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보호라는 명목은 그들이 보호받을만한 대상이라는 것을 함의하며, 보호받을만한 대상이라는 것은 미약하고 부족하다는 뜻을 포함한다. 청소년 셧다운제 제안의견 중에는 청소년은 사리판단이 부족한 대상이기 때문이라는 것도 있었다. 우리가 정규교육에서 사춘기 시절에 우리 자신을 타자화하며 학습받은 것 중에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것이 있는데, 그 명제에는 “사춘기는 사리판단이 부족하며 정신적 신체적으로 미성숙한 시기”라는 대전제가 깔려 있다. 과연 청소년은 사리판단이 부족하고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모두 미성숙한가?

미성년은 오히려 도덕적 윤리적 기준이 엄격하다. 나는 그중 가장 도덕적인 기준이 높은 시기를 초등학교 입학 직전으로 본다. 이후 아이들은 자라나며 세상을 접하게 되고 여러 가지 도덕과 윤리를 어겨도 큰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청소년기의 돌출적인 행동은 사리판단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에너지의 과잉과 뇌구조의 재편성으로 인한 완급조절의 실패로 보이지만 사실은 청소년계층에게 가해지는 과다한 폭력과 통제가 그 원인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가?

청소년계층의 사리판단력은 성인과 비교해서 모자람이 없다. 범죄자의 대다수는 성인이다. 법이라는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전 연령층이 언어를 습득하면서부터 가질 수 있는 기본 행동 양식인데 이를 가장 많이 어기는 계층이 그렇지 않은 계층에게 “너희들은 사리판단력이 부족하다.” 라고 정의내릴 수 있는 근거는 대체 어디에 있는가?

셧다운제를 포함한 게임에 대한 규제는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다.

미성년자를 대상화하며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사실은 그들의 특성을 규정하고 그들의 개성을 통제하려는 습성이다. 온전한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은 암묵적 동의에 대한 침묵이 이어졌으며 그간 다양한 반론이 제기되지 못한 결과물이다.

이 사회는 미성년자를 통제하려는 정책을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다. 미성년자들이 펼치는 모든 행동은 새로운 것들이다. 구세대의 문화를 파괴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때마다 성인들은 미성년자들의 “미성숙함”이 기괴한 문화를 만들어 낸다고 비아냥댔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불과 몇 년 전, 학생들의 짧은 교복치마에 대해 성인들은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그들은 볼썽사나운 교복개조라고 폄하하며 국가의 미래까지 걱정하면서 그와 동시에 더 이상 옷을 입었는지 벗었는지 알 수 없는 걸그룹들을 창조해냈다. 걸그룹들은 일정 구성원이 미성년자이나 철저하게 성을 상품화하는데 앞장서왔고 그들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사람의 재능을 상업화하고 대중 앞에 내세운 것은 분명히 어른들이었다.

교복치마 논쟁이 정신없을 때 삼선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아이들의 문화가 비난을 받았다. 그들이 큰돈을 들여 사 입는다는 노스페이스 파카에 대해서도 국가의 미래를 운운하며 걱정들을 토해냈다.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던 어른들은 앞장서서 아웃도어 시장을 전세계 어디에도 유래없는 거대한 시장으로 만들어냈으며, 삼선슬리퍼에 대해서 안전을 문제삼던 어른들은 각종 대형사고를 만들어 내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아웃도어 사업을 일으킨 것도, 그 시장을 키운 것도, 인재가 아니라고 우길 수 없는 대형사고를 만든 것도 모두 성인들인데 그들은 단지 아이들이 먼저 만들어내는 새로운 문화가 나타날 때마다 조국의 안위를 걱정하며 미성년자를 비난하기에 혈안이 되었다.

먼저 가는 자의 머리채를 잡아 당겨 주저앉히고 왜 앞장서서 가느냐고 폭력을 행사하는 동네 양아치의 모습과 다를 바 없는 문화가 이 사회에 깊이 팽배해 있다. 미성년자들이 성인들보다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빠른 것은 유연하며 개방적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한 성인들은 낯선 것을 일단 터부시하며 두려워한 뒤 공격을 하다가 결국 그 문화를 광적으로 흡수하고 재생산하며 산업화한 다음 부를 축적하는데 열을 올린다. 이런 문화의 패턴이 이 사회에선 수없이 반복되어 왔다.

생각해보라.

청소년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문화에 대해서 왜 비난을 하는지 “어른”이라는 자들의 솔직한 의견은 대부분 한가지로 모아진다.

“꼴 뵈기 싫어서.”

이는 낯설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경함에 대한 치졸한 반응일 뿐이다.

셧다운제와 청소년에 대한 게임규제 역시 다를 바 없다. 선거권을 가진 성인들이 규제하는 것은 단순히 게임이 아니며, 그들은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호하는 데 진심을 두지 않았다. 그들이 규제하는 것은 새롭게 밀려들어오는 문화를 받아들일 수 없는 본인들의 경직된 자아로 가득한 구태한 문화일 뿐이다.

아이들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쳐야 하고,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세상의 많은 것들이 왜곡된다. 이는 사회뿐 아니라, 가장 작은 단위의 공동체인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역으로 가정에서 발생한 교육에 대한 강박이 바로 사회로 나아가 합리적이지 않은 법령을 만들어 낸 것이 바로 게임셧다운제를 비롯한 각종 청소년에 대한 규제인 것이다.

2015년 8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