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로 쓰는 생애사 – 여섯 번째 기록

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 동화로 쓰는 생애사

여섯 번째 시간 :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6월 19일의 기록)

오늘은 은혜 씨가 오기를 기대하며 수업을 들어갔다. 모두들 똑같이 일찍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5분 전에 오는 사람은 혜은 씨와 재민 씨, 제 시간에 맞춰 오는 사람은 기현 씨다. 아직까지는 이 순서가 바뀐 적 없다. 다른 학우들은 언제 오는지, 내가 15분 전에 도착해도 교실에 와 있다. 날씨가 무더워지기 시작했다. 더러 손수건을 챙겨오는 학우도 있다.

학우들이 앉아서 관장님 이야기를 하고 있었나보다.

“관장님으로써 좋아하는거야.”라는 얘기가 나왔다. 수정 씨였다. 지난 주 미술선생님과 이번 수업은 친구소개하기를 주제로 잡았다. 수업 전날 미술 선생님이 전화를 걸어왔다. 친구 소개가 좋은데 이 교실 안에서 같이 생애사쓰기 수업을 하는 친구들을 서로 소개하면 어떻겠냐는 말이었다. 서로 바라보면서 그림을 그릴 수 있을거고 그에 따라 다른 기법을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좋은 생각이라고 수긍했다. 수업준비를 하며 이런 저런 고민을 했을 미술선생님을 떠올렸다. 내가 꽤 나이를 먹은 축에 든다는 생각이 불현 듯 들었다. 미술선생님의 전화를 받으며 선생님의 성의가 느껴지는 동시에 젊은 사람이 기특하다는 생각을 해버리고 말았다. 이런 생각은 분명 언젠가 꼰대질로 나타날 것이다. 말을 조심할 게 아니라 생각을 조심해야 할 일이다. 나이 먹은 사람이라는 티를 내는 건 누군가를 하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수업에 참여하는 학우들을 대하는 자세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나보다 나이 어린 친구들이라서 이들에게 반말을 하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을까. 나는 노심초사한다.

강사는 무언가를 가르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강사는 수강생의 능력을 최대치로 이끌어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앞에 서서 내 주장과 생각을 전파하는 것은 다소 폭력적인 면이 있으니까. 정해진 교과과정이 없는 수업일수록 조심스러워야 마땅하다. 내가 하는 말을 오랫동안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깨달을 때마다 내가 딛고 선 얼음판이 깨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학우들에게 이 교실에 있는 사람들을 서로 소개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다들 좋다고 대답했다. 누구를 소개하고 싶냐고 물으면서 한 사람씩 돌아가며 얘기했다. 수영 씨는 기현 씨를, 수정 씨는 재민 씨를, 승민 씨는 동선 씨를, 채영 씨는 혜은언니를, 혜은 씨는 채영 씨를, 서로 교차해가며 지정했는데 채영 씨에 대해서 쓰겠다는 사람이 세 명이나 나왔다. 아마 채영 씨가 제일 인기가 좋은 모양이다. 채영 씨는 피부가 흰 편이고 예쁜 얼굴이다. 몸매가 갸날픈 편인데 아주 밝게 웃는다. 늘 생글생글 웃고 있다.

발달장애나 자폐인 경우 예민한 면이 있기 때문에 특정지점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히 피부접촉에 대해 예민하거나 특정한 소리, 주파수에 날카롭게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러니 당연히 감정기복이 있고 난처한 상황이 잦을 수밖에 없다. 나 역시도 그런 기질을 가지고 있다. 수년전 발달장애 엄마들의 생애사 쓰기를 지도할 때 발달장애와 자폐에 대한 자료를 여럿 찾아보았을 때 특정한 섬유의 질감이나 시각적인 패턴, 특정한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는 정보를 얻었다. 말하자면 익숙하지 않은 낯선 것에 대해 대응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까다롭다는 것이다. 나 역시 특정 섬유의 질감에 예민한 편이다. 나는 면 섬유가 아닌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편이라 대부분의 옷이 면으로 되어 있다. 나일론이나 린넨이 섞인 옷을 입기 시작한 건 얼마 안되었다. 속옷부터 겉옷까지 100% 면은 아니더라도 면의 느낌이 나는 재질을 선호한다. 반짝거리는 장식이 달린 것도 기피한다. 그저 그런 게 불편할 뿐이다. 어지간해서는 바꾸고 싶지 않은 것뿐이다. 발달장애인은 특정한 주파수나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명제를 다시 생각했다. 손톱이 칠판에 긁히는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도 특정 주파수를 가진 소리를 소름끼치게 싫어한다. 아주 높고 앙칼진 사람의 목소리도 싫다. 그 정도가 다를 뿐이지 낯선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장애의 정도와 무관하지 않을까.

발달장애인의 범주에 묶이지 않는 사람들도 특정한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기피하는 경우는 수없이 많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 낯선 환경에 놓이는 것은 누구나 당황할 수 있는 일이다. 그에 대한 대처능력이 조금씩 다를 뿐. 받아들인다는 것의 정도 차이일 뿐이다.

발달장애인이 스트레스가 많을 것이다, 라는 선입견은 이런 데서 기인한다. 예민하게 반응하고 그 반응을 참지 않고 대부분 드러내기 때문이다. 비장애인들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말도록 훈련을 받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감추고자 하는 것 뿐. 그리고 뒤돌아서 다른 생각들을 하게 되는 것이다.

지지난 주에도 약간 느꼈던 건데, 청춘이다 보니, 학우들도 연애에 대한 욕망이 느껴진다. 누가 누구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는 이미 어느 정도 드러났다. 글을 쓰면서 서로간에 찌릿한 느낌들이 오고 갔다. 그 모습이 재미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는데, 아마 재미있고 불안한 것 그 자체가 연애의 시작이 아닐까. 발달장애라는 이유로 어린아이 취급을 받지만, 이미 몸은 다 성장한 상태고 남녀간의 애정도 느낄 수 있다. 때로 발달장애인중에도 성적 정체성으로 혼란을 겪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러브라인이 형성되는 걸 관찰하며 혼자 흐뭇하게 웃고 있는데 누군가 “복지관에서는 연애하면 안돼.”라고 말했다.

나는 누가 그런 소리를 하드냐고 물었다. 학우들은 어떤 선생님이 그렇게 말을 했다고 전했다. 연애, 라는 단어가 나오자 다들 까르르 웃었다. 내가 해법을 가지고 있을 리 없다. 나는 왜 안될까요? 라고 물었지만, “몰라요. 복지관에서는 안된대요.” 라는 채영 씨의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성에 대해 정확히 알기 전에 성행위에 대해서 눈을 떠버리면, 걷잡을 수 없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비장애인들이 고약한 의도를 가지고 접근할 수도 있다. 지적장애여성을 유린했다는 뉴스가 터질 때마다 장애인 딸을 둔 부모들은 어떤 심정일지 상상하기 어렵다. 이창동의 영화 오아시스를 생각했다. 오래전 영화라, 문소리가 맡은 역할의 주인공이 단순한 뇌성마비일 뿐인지 지적장애도 동반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장애인의 성문제와 연애 문제는 어디서 누가 풀어나가고 있을까? 성인이 된 장애인들의 성문제는 억압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하나?

생각해보면 이들은 스무살이 넘었는데, 아직 클럽도 가보지 못했을 거 아닌가. 학우들이 술은 마실까? 아닐 것 같다. 발달장애인은 “정신연령이 낮다”고 말하는 건 정당한가 생각해봤다. 역시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다.

교실 안의 친구에 대해 써본 뒤에는 미술수업을 위해서 자기 앞에 있는 사람에 대해 소개하는 글도 더 적어봤다. 학우들 중 자폐성향이 강한 사람은 타인을 소개하는 글을 적는 것이 어려움을 겪었다. 예상한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 애정을 듬뿍 담아 친구를 소개했다.

1 .★ 제 친구 이름은 정기현입니다. 그리고 나이는 24세입니다. 기현이의 성격은 바람직합니다. 여자친구를 좋아하는 최기현은 고기, 잡채, 북어국을 좋아하죠. 기현이는 정말 노래할 때와 운동할 때가 행복합니다.

수영 씨가 쓴 소개글이다. 여기서 여자친구란 걸그룹을 말한다. 친구의 식성을 기억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바람직하다는 표현이 특별해서 오래 들여다보았다. 바람직하다, 바람직한 성격이라는 건 어떤 것일까.

2.★ 제 친구 이름은 최승민입니다. 승민이의 성격은 남에게 배려하면서 사랑고백을 많이 합니다. 승민이는 에이핑크를 좋아합니다. 성게알, 생선을 좋아합니다. 승민이는 노래를 아주 잘합니다. 춤도 아주 잘 춘다.

수영 씨가 한 장 더 적은. 승민 씨에 대한 소개글이다. 사랑고백을 한다는 건 “사랑해요” 라는 말을 자주 한다는 걸 말한다. 성게알을 좋아한다니, 승민 씨는 미식가인 모양이다. 존댓말어미를 쓰다가 반말어미를 쓰는 건 비장애인들도 흔히 하는 실수다. 이런 건 별로 중요치 않다.

★ 내 친구 이름은 박수정입니다. 나이는 24입니다. 그리고 수정이 누나에 매력은 귀엽고 애교있는 누나이고 성격은 수줍음이 많습니다. 좋아하는 것은 가수 정기고와 씨스타 소유를 좋아하며 선생님들과 관장님을 좋아합니다. 누나에 대한 행복할 때는 저에게 제 물건 챙겨주는 것과 멋지다 듬직하다면서 좋은 말로 해주고 문자 하는 것을 행복해하고 좋아합니다. 누나한테 하고 싶은 것은 물건 챙겨주고 문자는 항상 고백하는 하트 문자는 마음만으로도 좋으니까 너무 많이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어. 물건 챙겨주고 관심 가져주어서 고마워.

이건 동완 씨의 글이다. 비교적 수월하게 이 정도 문장을 쓸 줄 안다. 어법과 문법이 안 맞는 부분이 있지만, 나는 아직 이들의 글을 쉽게 찍찍 긋고 고치지 못하겠다. 나 아니더라도, 항상 어디선가 지적받고 질책받는 일상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 마라, 떠들지 마라, 소리 내지 마라. 그러는 거 아니다, 먹어라, 먹지 마라. 매일 그런 일상을 산다는 건 얼마나 괴로운 일일까. 장애인이라서 불편한 것보다, 그저 누군가에게 늘 지청구를 들어야 한다는 게만으로도 힘든 일이다. 동완 씨는 다른 여자친구들이 호감을 표현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나보다. 일부러 그러는 것 같기도 해서 혼자 몰래 웃었다.

4.★ 내 친구 은혜누나를 소개합니다. 은혜 누나는 글씨를 잘 씁니다. 은혜 누나는 복지관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은혜 누나는 커피를 잘 만듭니다. 은혜 누나는 녹차라떼 홍차라떼 자몽에이드 카페라떼를 좋아합니다. 은혜 누나는 일도 잘하고 저랑 말도 같이 해줍니다. 은혜 누나는 26살입니다.

기현씨의 글이다. 은혜 씨는 글씨가 정말 네모반듯하다. 특별한 글씨체를 갖고 있다. 내 수업에 들어오는 이들은 대부분 바리스타이다. 아직 이들이 만들어 준 커피를 못 마셔봤다. 기현 씨가 이 글은 쉽게 썼다. 매번 나에게 확인하며 쓰던 사람인데, 은혜 누나를 소개하는 글은 하나씩 특징을 적으면 되니까 쉬웠는가보다.

★ 내 친구는 김채영입니다. 나이는 24살입니다. 채영이의 매력은 예뻐요. 성격은 귀엽습니다. 채영이는 피자빵을 좋아해요. 채영이가 놀아줄 때 행복해요.

의사소통이 안되는 재민 씨의 마음을 하나씩 선택지를 놓고 봉사선생님이 적은 것이다. 성격이 귀엽다니, 이건 선택지를 잘못 만들어준 것이다. 봉사선생님도 글쓰기를 배워야겠다.

★ 내 친구는 민혜은입니다. 31살이고요. 많이 착하고 영원한 사람 핑클 가요 부르고 난 뒤에는 떡볶이를 먹고 나서 스트레스 확 풀릴때까지 기분이 많이 좋아하고 난 뒤에는 안양병목안수리산산림욕장에서 춤을 신나게 추니까요 기분이 많이 행복해진 것 같아 보였어요.

★ 기현이는 복지관 1층 카페에서 바리스타 근무 하고 나서 기현이는 커피샷도 뽑고 난 뒤에는 커피샷도 내릴 때까지 먼저 커피와 음료수를 만드니까요 딴 사람 앞에서 커피와 음료수 주문을 하고 나서 기현이는 기분이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은혜씨의 글이다. 이번 글에서는 글이 끝날 때만 마침표를 찍는다는 걸 발견했다. 문장이 끝나지 않고 하나의 이야기를 한 문장에 다 담는다. 여행을 갔던 글을 썼을 때는 문장을 끊었는데 이번에는 길게 한 문장으로 썼다.

★ 내 친구 우재민을 소개합니다. 재민이 오빠는 25살이고 성격은 멋있고 착한 게 매력입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음식은 치킨입니다. 재민이오빠와 5월에 만화카페에 간 적이 있었는데 재밌었고 시간이 된다면 또 놀러가고 싶어요.

내 친구 민혜은을 소개합니다. 나이는 31살이고 성격은 좋고 착한 게 매력입니다. 혜은이 언니가 좋아하는 것은 방긋방긋 웃는 것입니다. 그리고 혜은이 언니는 먹을 때 기분이 좋아진답니다. 그리고 혜은이언니와 복지관에서 피자와 치킨을 먹었는데 매우 맛있어서 기분이 좋았고 무척 행복했습니다.

채영 씨의 글을 자원봉사선생님이 받아쓴 것이다.

8. ★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소개합니다. 이름 우재민오빠. 나이 24살, 성격 착하고 부드러운 남자다. 좋아하는 것은 동료들하고 대화를 하고 여자도 좋아한다. ♡ 고재민 오빠는 웃는 여자를 좋아하고 머리 긴 여자를 좋아한다. 그리고 모든 여자 중에 잘 웃는 여자. 나를 좋아하지만 비밀로 하자. 재민오빠 지금은 동료로 지내자. ♡

수정 씨는 이 글을 쓰는 내내 쑥쓰러워했다. 재민 씨는 의사소통이 안되는데 눈빛으로 많은 감정이 오갔던 모양이다. 수정 씨도 재민 씨에 대해 호감이 있는 것 같다. 지금은 동료로 지내자는 문장을 보니 “복지관에서 연애하면 안돼요.”라는 말이 떠올랐다.

★ 동갑이자 친구 이동선. 나이는 23살이고 성격은 착하고 또 상남자이다. 좋아하는 것은 대화 좋아하고. 친절하고 멋진 남자. 부드러운 카리스마. 농담을 받아주고 좋은 친구. 승민이를 좋아하고 부드러운 친구이다. 여자아이돌을 좋아한다. 특히 여자친구를 좋아한다. 동선이와 농담을 주고 받고 놀았다. 매력은 부드러운 동선이다. 사랑해. 잡앤조이 동갑 여자.

승민 씨는 하트를 몇 개 그려넣었다. 승민 씨가 동선 씨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 동선 씨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지금까지는 동선 씨가 튕기고 있다. 문자도 자주 보낸다고 한다. 이 글을 쓸 때 동선 씨에게 이름의 한자를 물어봤다. 내가 다시 받아 써서 포스트잇에 적어 주었다. 승민 씨는 정성을 들여 동선 씨의 한자 이름을 종이에 적었다. 승민 씨의 사랑해나 하트는 흔히 쓰는 것이라 단지 그것 때문에 동선 씨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고 해석하긴 어렵다. 수영 씨에 대해 쓴 글에도 똑같이 하트와 사랑해, 라는 말이 들어 있다.

★ 이름 오수영 언니. 25살이고. 수영 언니는 아나운서 좋아하고, 기타를 치고, 노래도 잘한다. 고음도 소화를 잘한다. 성격은 인사도 잘한다. 취미. 최기현 좋아하고, 배려심 언니다. 예쁘다. 여신님이다. 아름다운 었다! 사랑해 언니. 최고이었다. 아름아운 었다. 나랑은 착하고 친구 잘 챙기고 예쁘다. 착하고 언니다. 힘내 고백이다. 러브. 잡앤조이 동료다. 사랑해.

승민 씨는 문장을 완성하는 것이 온전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쓴다. 맞춤법을 잘 모르는 것도 있고 모르는 글자도 많아서 항상 나에게 물어본다. 내가 포스트잇에 또박또박 적어주면 아, 맞다, 하고 웃으며 열심히 적는다. 한 글자 한 글자에 얼마나 정성을 들이는지 볼 때마다 숙연해진다.

10.★ 김채영, 스무세살, 성격 착하다. 기분이 좋아서 행복해.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자, 채영아 사랑해, 놀러가고 있는 중이야, 채영아, 예쁘다고, 제주도 비행기 탔어요. 산으로 갔어요. 사진 예쁘게 잘 찍었어요, 기분이 좋아서 설거지 깨끗이 예쁘게 잘해 이채영.

이건 혜은 씨의 글인데, 말할 때와 글이 똑같다. 혜은 씨는 자폐 성향이 강한 사람이다. 감정기복도 많아서 힘들어 할 때가 많다. 아침에 울지 않은 날은 수업시간에 와서 꼭 그 얘기를 해주는데, 이날은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나보다. 글을 쓰다가 울기도 했다.

★ 김수빈 선생님 회색 옷 바지 얼굴 눈 쌍커풀 있어요 코, 손 반지 있어요 여행가는 거 만화카페 커피 마시고 성경책 성격 말씀 혜은이 엄마한테 발신 통화해요 엄마 혜은이 엄마. 혜은이 아빠한테 수신통화해서 아빠, 혜은이 아빠. 잠언말씀. 혜은이 엄마한테 수신통화해서 엄마 혜은이 아빠한테 발신통화해요 아빠 엄마 아빠 혜은이 엄마한테 발신통화해요 혜은이 아빠한테 통화하고.

김수빈 선생님은 혜은 씨 앞에 앉아 있던 자원봉사선생님이다. 선생님을 그리기 전에 글을 써본 것인데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면서 울면 안돼 혜은이 울면 안돼 울어도 해야 해 울지 말아야 해 참아야 해 라고 계속 뇌까렸다. 혜은 씨의 글에는 늘 저 부분이 들어간다. 혜은이 엄마한테 수신통화해서 엄마 혜은이 아빠한테 발신통화하고. 이 부분. 때로는 혜은이 아빠한테 수신통화하고, 엄마한테 발신통화해요. 라는 문장이 들어가기도 한다. 혜은 씨는 불안감이 많아보인다. 불안할 때마다 엄마와 아빠에게 전화를 하는 것 같다. 서른 한 살이다. 성인이 된 지 10년이 넘었다는 말이다. 무서운 것도 많고 두렵고 불안한 것도 많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꾹꾹 눌러닦으며 열심히 글을 썼다. 울면 안돼, 참아야 해. 라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미술 선생님은 글을 기반으로 자기 앞에 앉은 사람을 그려보는 수업을 했다. 펜을 한 번도 안 떼고 그리는 것이다. 다들 훌륭하게 해냈다. 나도 옆에 앉아서 해봤는데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모두들 친구에게 사랑을 담아 그렸다. 적어도 이 교실에서는 싫어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평화로웠다.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학우들을 보니 꿈속에 들어앉은 느낌이었다. 물론 전날의 숙취가 덜 가신 탓도 있었지만. 이 시간이 끝나지 않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며 나도 그림을 따라 그렸다.

 

2018년 6월 19일의 기록

 

 

동화로 쓰는 생애사 – 다섯 번째 기록

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 – 동화로 쓰는 생애사

다섯 번째 이야기 (6월 12일 수업 내용입니다. 수업기록이 밀렸네요)

 

은혜 씨가 오지 않았다. 모두들 일찍 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늘 15분 정도 일찍 나오는 은혜 씨가 오지 않았다. 지난 주에 앙다문 입술로 아무말도 하지 않고 흰 바지 이야기를 한 장 더 쓰고 간 게 마음에 걸렸다. 행여, 내가 뭔가를 건드린 게 아닌가.

자기 삶을 쓰는 일은 과정 중에 마주치는 거대한 바위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이어진다. 영리하게 피해가는 일부터 그 앞에 정면으로 맞닥뜨려 바위를 만져보는 일도 가능하다. 때로 어떤 사람은 울며 그 바위를 외면하고 지나간다. 그 앞에서 완전히 무너져 버릴 수도 있다. 70년을 산 사람들은 대부분 전쟁때나 먼저 죽은 가족이 거대한 바위가 된다. 그 이후의 삶으로 나아갈 수 없는 벽이 된다. 칠순이 넘은 노인도 여섯 살에 죽은 어머니 얘기에서 무너진다. 그 이후로 60년을 더 살았어도 한치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상처가 있다. 발달장애인이기 때문이 아니다. 적어도 내가 만났던 모든 학우들, 자기 삶을 쓰겠다고 모여든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자기 땅에 살아 있는 지뢰를 만나서 속절없이 무너진다. 사전 연락없이 결석이 이어지면 그는 지뢰를 밟아버린 셈이 된다. 그래서 자기 삶을 쓰는 일은 어렵고 괴롭다. 모두들 하나씩 있다. 타인에게 아주 사소한 일일지라도, 그게 당사자에게는 가장 폭탄이 되고 함정이 된다.

매주 수업 끝날 무렵에 미술 선생님과 다음 주 수업을 의논하게 되었다. 아마 이 수업이 끝날 때까지 그렇게 될 것이다. 젊고 아름다운 미술선생님은 정해진 시간 내에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기법을 도전해보기 위해 애쓰고 있다. 나는 그런 미술선생님의 마음이 좋다. 따뜻한 사람이겠다. 이번 주에는 교통수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사물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씩 더 이어나가기로 한 것이다. 이들이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내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기존에 없던 프로그램을 개설하면 수강생들의 욕구와 수준에 맞춰 매번 커리큘럼을 조정해야 한다. 나는 다른 데서 했던 프로그램을 그대로 가져와서 쓰는 것이 어렵다. 모두 각자의 사연을 한 보따리씩 지고 있어서 똑같은 이야기를 기대할 수 없다. 이 수업도 마찬가지다. 사람마다 더 자신있게 풀어낼 이야기가 있고, 도저히 묘사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전공자가 아닌 이상 사람을 잘 그리는 사람과 자동차를 잘 그리는 사람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자폐나 발달장애가 있는 이들은 대체적으로 탈 것으로 좋아한다고 알고 있다. 내가 전문가가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은 모두 의심해볼만한 것들이다. 한 가지씩 새로운 소재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면서 시도해보는 것이다. 내가 가진 정보가 제대로 된 것인지, 개별적인 특성은 어디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과정이다. 이 수업은 먼저 글쓰기를 하고 쓴 내용을 기반으로 그림을 그린다. 글쓰기를 하면서 생각을 정돈하면 그림의 주제가 명확해진다. 그림이 더 중요한 언어인 사람들도 있겠으나 그런 이들은 대부분 전문작가가 된다. 작가가 아닌 이들은 아무래도 도구 없이 표현할 수 있는 말이 가장 쉽다. 글은 말을 기반으로 하니 생각을 정리하기가 가장 간편하달까. 좋아하는 교통수단에 대해 쓰는 것은 설명문을 쓰자는 게 아니다. 특정한 사물에 깃들어 있는 기억을 끌어내려는 것이다. 교통수단을 탔다는 것은 그 수단을 이용해 어디론가 이동을 했다는 이야기고, 여행이나 행사등으로 있던 지역을 벗어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교통수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고 물꼬를 트면 자연스럽게 그걸 타고 어디를 다녀왔는지, 그 안에서 본 풍경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

주제를 말하며 각자 어떤 교통수단에 대해서 쓸 것인지 발표해봤다. 채영과 혜은씨는 비행기에 대해서, 승민은 버스에 대해서, 재민, 수정, 수영 씨는 그냥 자동차에 대해서 쓰겠다고 했다. 이 수업엔 각자 자리가 정해져 있는데 한 번 정한 자리가 바뀌지 않는다. 다들 앉던 자리에 그대로 앉는다. 늦게 온 사람이 뒤에 앉는 게 아니다. 몇 명 안되고 서로 아는 사이인데다가 자폐성향도 더러 섞여 있어서 자리를 변동하지 않는 것 같다. 수영 씨가 나에게 연필을 한 자루 내밀었다.

이하나 선생님 연필 깎아주세요.

나는 복지사 선생님에게 칼을 빌려서 학우들이 글쓰기를 하는 사이 연필 한 자루를 깎았다. 수영 씨의 필통엔 부러진 연필심도 그대로 담겨 있었다. 필통 한 번 정리해야겠네요. 나는 필통을 뒤져 두 자루를 더 깎았다.

수영 씨는 계속 종알거리며 이야기를 했다. 자기가 쓸 내용을 나에게 말로 전하고 또 글을 이어나간다. 에버랜드에 간 이야기를 쓰다가 지하철을 타고 갔다고 했다. 자동차를 타고 간 것에 대한 이야기를 쓰겠다더니 갑자기 소재가 바뀐 것이다.

나는 에버랜드 가는 법에 대해서 써달라고 했고 수영 씨는 용인경전철을 타고 에버랜드를 간 것에 대해서 적었다. 그리고 에버랜드에서 탔던 놀이기구의 이름을 나열했다. 글 아래 에버랜드의 로고를 그렸는데 거의 흡사했다. 한 번 본 겄을 잘 잊지 않는 특성이 있어보인다.

승민씨는 이야기를 전개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필로스 장애인 무용단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가족의 이야기보다 무용단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쓴다. 평창에 무용단이 가서 행사를 한 이야기를 적다가 김연아 선수가 왔는데 공연을 준비하느라 가까이서 못 봐서 아쉽다고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꼭 적어달라고 했다.

기현 씨는 계속 어떻게 써야 하냐고 물으며 문장을 한 번 말한 뒤 나에게 확인을 받고 한 줄씩 이야기를 써 나갔다. 문장 하나 하나를 점검하다 보니 속도가 느리고 이야기가 분절적이다. 한 줄을 적고 내가 질문을 하면 다음 문장을 적는 식이다. 가족이랑 자동차를 탔어요. 누구 차예요? 아빠 차예요. 아빠 차는 어떻게 생겼나요? 아빠 차는 YF소나타예요. 검은색이예요. 라고 말을 하고 확인을 받은 뒤 쓰는 식. 창밖의 풍경은 어땠냐고 물으니 고양이를 봤다고 했다.

채영 씨는 자원봉사 선생님과 이케아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걸 글로 써달라니 싫다고 했다. 자기는 비행기에 대해서 쓰겠다고 했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다녀온 이야기를 자원봉사선생님에게 불러주었다. 자원봉사선생님이 한 글자 한 글자를 받아 적었다. ‘비행기는 하늘과 같은 색이었고, 양쪽 날개가 달려 있어서 더욱 멋있었습니다.’ 비행기가 양쪽 날개가 달려 있어서 멋있다는 생각을 해 본적 없다. 참신했다. 비행기를 비행기답게 만드는 것은 어쩌면 동체가 아니라 양날개겠다. 새의 모습을 본 딴.

수정 씨는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 차를 타고 간 이야기를 짧게 적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셨군요. 할아버지 할머니가 기억이 나나요? 물으니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리고 이내 슬픈 표정을 지었다. 글쓰기 종이에 자동차를 그리고 ‘보고 싶어. 사랑해요.’라고 적었다. 나는 슬프겠지만 할아버지 할머니의 기억에 대해 적어줄 수 있냐고 물었다. 수정 씨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순수한 감정을 잘 표현하는 수정 씨는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를 짧게 적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유해를 본 모양인데 ‘밀가루처럼 생긴 몸하고 모든 전체를. 우리 아버지랑 오라버니가 밀가루처럼 생긴 걸 내가 잘 몰라서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우리 어머니께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관해둔 상자라고 하셨다. 할머니 할아버지 보고 싶고 제가 만약에 천국에 가면 따라갈 거예요.’라고 적었다. 나는 이 밀가루처럼 생긴 건 “유골”이라 한다고 알려주었다. 수정 씨는 표현력이 좋은데 문장이 정확치 않다. 나는 틀린 문법을 일일이 고쳐야 하나 갈등한다. 정확한 문장을 쓰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들의 글에 붉은 줄을 긋는 일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실 스스로 글을 쓰겠다고 온 것인지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수업 중엔 다들 밝은 모습을 보인다. 학우들이 신나게 자기 이야기를 적고 발표하는 것은 자기 이야기를 집중하여 비장애인과 공유하는 일이 적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노인들의 구술을 받을 때나 비엘리트계층의 인터뷰를 할 때,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때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고 누군가 그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어줄 필요가 있다. 들어줄 자 없는 이들이 글을 쓴다. 할 말이 많은데, 그 말을 다 전할 수 없을 때 글을 쓴다.

이 학우들의 숨겨진 이야기는 얼마나 많을까. 나는 이들과 얼마나 오래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동그랗게 그린 학우들의 비행기를 본다. 파란 색 초록색 비행기를 보며 웃음을 짓는다.

학우들이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나는 수영 씨의 연필을 몽땅 깎았다. 수영 씨가 Thank You 라고 말했다. 나는 You’re Welcome이라고 대답했다. 더 할 말이 많은데 다 쓰지 못해 답답해 하는 승민 씨가 수업을 마치고 나가며 나를 꼭 안아주었다. 혜은 씨와 채영 씨는 손을 잡아주었다. 다음 주에 또 만나. 우리 가을까지 계속.

 

동화로 쓰는 생애사 – 네 번째 기록

 

 

*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진행하는 <동화로 쓰는 생애사> 수업 기록입니다. 학우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6월 5일의 기록

 

날씨가 화창했다. 미세먼지가 가득할테지만 일단 햇빛이 비치면 기분은 괜찮다. 그저 모른 척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테지. 미세먼지 수치 같은 것은 그냥 모르는 척 하는거다. 지난 번 지각 때문에 사뭇 긴장했다. 바로 옆 도서관에 주차를 하고 계단으로 내려갔다. 오늘은 수업 장소가 바뀌어 있었다. 오전의 복지관은 늘 이런 저런 프로그램들로 바쁘다. 15분 일찍 들어갔는데 벌써 다들 와서 앉아 있다. 제 시간에 맞춰오는 건 혜은씨와 기현씨인데 정시에 들어오는 사람이 늦게 오는 것처럼 여겨진다. 다들 미리 미리 와서 일찍들 준비를 하고 있다.

계속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사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기로 지난 번에 미술선생님과 협의를 했었다. 일단 제일 쉬운 게 음식일 것 같아서 오늘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나 내가 제일 맛있게 먹었던 음식에 대해서 적어보기로 했다.

 

음식에 대해 이야기해봐요. 라는 말은 구체적이지 않아 이렇게 글쓰기 주제를 던지면 누구나 곤란해진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생각하고, 그걸 먹을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 가장 맛있게 먹었을 때는 언제인지, 누구랑 먹었는지, 언제 먹었는지, 특별히 그걸 먹을 때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글을 풀어나가는 순서를 하나씩 짚어가야 한다.

이건 발달장애인이라서의 예가 아니다. 전문 글쓰기꾼이 아닌 사람들의 글쓰기 교육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그 중에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한다. 인터뷰와 구술을 진행하다 보면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질문을 던지게 되는데 그 질문들은 이야기의 구체성을 띄게 하고 그것들이 모여야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꾸러미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내가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여태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글쓰기 교육의 큰 차이점이 뭔지 잘 모르겠다. 물론 장애정도가 조금 더 심한 경우는 다를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그렇다.

글을 쓸 줄 모르는 학우가 둘 있다. 채영씨는 발화에 문제가 없고 이야기도 잘 하지만 글씨를 못 써서 자원봉사선생님이 붙어서 말을 받아적는다. 그럴 때마다 내가 이러저러한 질문을 섞어주면 자원봉사선생님이 그걸 활용해 몇 가지를 더 추가해서 물으며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재민씨는 의사소통이 어렵다. 말을 잘 하지 못하는데 어. 어. 응. 응. 정도, 어와 응의 중간발음으로 긍정을 표시하고 고개를 젓는 것으로 부정을 표시한다. 재민씨의 글쓰기는 자원봉사샘이 거의 도맡아 하는 것인데 손가락으로 예시를 계속 제시하며 단어를 하나씩 골라낸다.

나는 이 자원봉사샘의 기법에 탄복했다. 재민씨 제일 좋아하는 게 어떤 음식이예요? 라고 물을 때 검지로 고기, 중지를 꼽으며 야채, 라고 하면 재민씨가 그 중의 손가락을 짚어낸다. 가장 큰 카테고리에서 점점 카테고리를 좁혀나가는 것이다. 수차례의 단계를 거쳐 문장 하나를 완성한다. 자원봉사샘들은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대학생들인데, 친절하고 상냥할 뿐 아니라 전공을 잘 살려 학우들과 친밀하게 의사소통을 한다.

 

이날은 은혜씨가 약간 불안불안했다. 표정이 긴장되어 있었고 입술에 힘을 주고 꾹 다물기를 반복했다. 은혜는 쓸데없는 말 하니까요. 엄마가 짜증내니까요. 은혜는 쓸데없는 말 해서 엄마를 화나게 하니까요. 라는 문장을 여러 번 얘기했는데, 아마 주말을 지내며 가족과 갈등이 있었던 모양이다.

 

다른 학우들의 글을 살피며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누가 만들어줬는지, 누구랑 먹었는지 등 구체적 사건을 쓰도록 했다. 기현 씨는 늘 결정을 선뜻 내리지 못하고 수행과제에 대해 다시 묻는다. 음식에 대해서 써보자고 하니 기현씨가 나에게 자기는 고기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럼 일단 고기를 좋아합니다. 라고 쓰면 되겠네요? 라고 말하면 기현 씨는 내 입에서 나온 문장을 그대로 받아쓴다. 그런 다음에 다 썼다고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어떤 고기를 좋아하나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그럼 소고기. 소고기 중에 어떤 게 좋나요? 양념한 거? 불고기? 아니면 구운 것? 갈비? 등 여러 가지 선택지를 주면 그 중에. 굽는거요. 라고 대답한다. 거기부터 다시 시작해서 문장을 하나씩 완성해 말해주면 거의 그대로 받아적는 편인데 항상 한 문장, 한 단어를 쓸 때마다 바로 결정을 하지 못하고 이렇게 쓰는 게 맞느냐고 묻는다. 자꾸 확인을 하려 드는 것인데 스스로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훈련이 더 있다면, 기현 씨가 남에게 묻지 않고 알아서 판단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다음에 무엇을 하느냐, 라는 질문이 기현 씨에게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다음에 무엇을 써야 하는지는 우리 모두가 모르고 있다. 기현 씨는 그저 그 속도가 조금 더 늦을 뿐. 발달장애인은 “조금 느린 사람”으로 불리기도 한다. 기현 씨의 글쓰기가 바로 그런 “느림”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매번 문장마다 확인하는 것도 조금 느린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체면을 차리느라 대놓고 물어보지 못하고 혼자 엉뚱한 미사여구를 꾸며대다가 쓰지 않는 게 나은 글을 쓰거나, 하지 않는 게 나은 말을 하는 반면, 기현 씨는 묻는 것이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에 조금 더 적극적이라고 할 수 있다.

 

수업 중에 은근히 러브라인이 형성된 걸 확인했는데, 여학우 한 명이 남학우 한 명을 마음에 두고 있고 남학우 한 명도 다른 여학우를 맘에 두고 있다는 발언이 나왔다. 나 너 좋아해, 라는 직접적 표현이 아니라 여행을 다녀오면 꼭 네 선물을 사올게, 라는 말이 있었고 다른 한 남학우는 누구누구의 애정표현이 부담스럽지만 괜찮다, 네 마음만 받을게. 라는 표현을 글에 적은 게 있었다. 말, 좋아한다는 말, 호감을 갖는다는 마음을 표현하는 말이 떠 다녔다. 사람들은 대체로 좋아하는 감정을 말로 먼저 표현한다. 말이 받아들여졌을 때 그 다음에 행동을 하기 마련이다. 이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사람들의 의사소통 체계라는 생각을 했다. 말을 먼저 허공에 던지고 누군가 그 말을 잡아서 자기 주머니에 넣는 것 같은 행위. 공기 중에 떠 있는 말이 어딘가에 안착을 하는가 아닌가의 여부. 이들도 당연히 호감을 갖거나 좋아한다는 말을 할 수 있다. 이미 청소년기를 거친 이십대 초중반의 청년들인 것이다. 발달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이들의 언어와 의사소통능력이 어린이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비장애인들은 발달장애인들을 모두 유아로 만들어버리기 십상이다.

 

조금 느릴 뿐이라고 말한다면 이제 이들도 연애와 사랑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수정 씨는 김치볶음밥을 좋아한다며 자기가 만들 줄 안다고 했다. 나는 요리법을 글로 표현해달라고 종이를 한 장 더 주었다. 수정 씨는 이렇게 적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볶음밥을 좋아합니다. 가족과 함께 볶음밥을 먹어봤는데 엄청 맛있었다. 맛이 매콤하고 아주 맛있었다.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한테 내가 직접 볶음밥을 해줘야겠다. 몇 년 후에 꼭 해줘야지.”

수정 씨가 해 온 숙제는 지난 수업시간에 쓴 글을 이어서 써오는 것이었는데 파리가족여행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 숙제에도 이런 내용이 있다.

“파리에서 봉주르라고 인사를 하고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에펠탑까지 보고 다시 또 한 번 가고 싶어진다. 몇 년 후에 신혼여행으로 파리로 가고 싶다. 왜냐하면 파리에 있을 때는 내가 마치 공주가 된 느낌을 받았다. 결혼한 후 신혼여행으로 가고 싶어진다.”

수정 씨는 말하자면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되어 있는 셈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요리를 만들고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가고 싶은 곳까지 마음속에 정해두었는데 수정 씨의 사랑을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나는 이들을 둘러싸고, 이들에게 삶을 돕고 있는 비장애인 어른들이 이들의 사랑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증이 일었다.

 

발달장애라는 이유로 착하고 좋은 것만 강권하지 않았는가. 타인에게 피해를 줄까봐 욕을 먹을까봐 계속해서 입을 막고 있지 않았는가 말이다.

이런 생각은 이 날 은혜 씨 때문에 조금 더 굳어졌는데 앞서 기술한 것처럼 은혜 씨가 내내 입을 앙 다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은혜 씨는 긴장이 되면 입술에 힘을 줘서 입술을 약간 내민 채로 꽉 다물고 있는 모습을 할 때가 있다. 처음 만났을 때도 오늘 수업 시간에 한 얘기를 여러 번 반복한 적 있다.

“은혜는 쓸데없는 말 하니까요. 엄마가 싫어하니까요.”

이날 은혜 씨는 내내 입을 앙 다문 채로 중국요리를 먹은 이야기를 썼다.

“나는 우리 가족은 차를 타고 중국집에 가서 짬뽕, 짜장면, 탕수육, 잡채밥, 볶음밥, 사천탕수육을 먹고 나서 배부르니까 중국음식만 먹고 난 뒤에는 나는 빛나는 흰 바지를 입으려야 하니까 살을 빼서 흰바지를 입어야 하니까 나는 운동을 해야겠어요. 나는 음식 많이 안 먹고 음식 조금 먹어야 해야 되겠어요.”

중간중간 동사가 중복되거나 어법이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으나 맞춤법 틀린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나는 이 글에 갑자기 흰 바지가 등장한 게 흥미로워서 은혜 씨에게 흰 바지에 대해서 다시 물어봤다.

“나는 빛나는 흰 바지를 입어야 하니까 살을 빼야 해야 되겠어요. 흰 바지는 안 좋아요. 음식물이 묻으면 더러워져요. 은혜는 흰 바지를 좋아하지 않아요. 생리해도 묻으니까요. 귀찮으니까요. 스트레스 받으니까요.”

은혜씨는 문장의 어미를 ~~하니까요. 로 마무리할 때가 많은데 이런 말을 할 때 특별한 심리상태가 있는지 주목해봐야겠다. 흰 바지를 입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문장을 반복해서 듣고 난 다음 나는 은혜 씨에게 다시 종이 한 장을 주었다. 은혜 씨, 여기에 흰 바지에 대해서 조금 더 써줄 수 있어요? 은혜 씨는 다시 입술을 앙 다물고 흰 바지에 대해서 적었다.

“나는 흰색 바지를 입으면 얼룩 생기니까, 생리할 때도 잘못하면 묻고 나서, 지저분하니까요. 때가 타서요. 흘리고 난 뒤에는 튀겨서요. 나는 흰색 바지가 싫어요.”

또박또박한 글씨를 가만히 읽었다. 이 문장은 ‘나는 흰 바지를 꼭 입고 싶은데, 흰 바지는 날씬한 사람만 입는 거라고 사람들이 말하는데다가, 깨끗하게 흰 색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서 엄마가 입지 말라고 하니 이제는 아무리 흰 바지가 좋아도 흰 바지를 입지 않는 사람인 척 하며 내 자신을 속이고 사는 게 차라리 속 편하겠어요.’ 라는 뜻이 아닐까.

 

나도 흰 바지를 입어본 적이 인생에 열 번이 안 되는데, 은혜 씨가 말하는 동일한 이유였다. 은혜 씨는 전혀 뚱뚱하지 않다. 키에 알맞은 체격이다. 내가 은혜 씨에게 “선생님도 흰 바지 입고 싶은데 몇 번 못 입어봤어요.”라고 얘기했더니 옆에 앉은 채은 씨와 승민 씨가 재밌다고 깔깔대며 웃었다. 나는 은혜 씨에게 속마음은 진짜 흰 바지를 입고 싶은 게 아니냐고 물으려다가 관두었다. 뭔가 꾹 참고 있는 사람을 툭 쳐본다는 것은, 이후에도 긴 시간이 보장되었을 때의 이야기니까.

 

내 시간이 끝나고 다들 열심히 그림을 그리며 색칠을 시작해서 1층 까페로 내려갔다. 목이 타서 주스를 하나 마실 생각이었는데 복지사 선생님들이 까페에서 바리스타들을 돕고 있었다. 복지관의 1층 까페는 발달장애인 바리스타들이 커피와 음료를 만든다. 나는 자몽에이드를 하나 시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 청년이 눈에 확 띄었다. 남자인데, 청치마를 입고 검은 쫄바지를 안에 입었다. 어린 아기처럼 짧은 머리를 양갈래로 높이 솟구치게 묶고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학교 운동회에 남자애들이 여장한다고 장난스럽게 분장을 한 것 같은 차림이라 웃음이 나왔다. 복지사 선생님이 내 시선을 따라가더니 “여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친구”라고 소개했다.

 

강사에게는 음료값을 받지 않는다는 얘기에 고맙다고 인사를 한 뒤 시원한 주스를 손에 쥐고 다시 4층 교실로 올라갔다. 즐겁게 웃기도 떠들기도 하며, 시간 내에 그림을 다 그리려고 열심히 손을 움직이는 학우들을 보며, 이십대 발달장애인들의 성과 사랑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생각한 들 뭘 알 수 있겠느냐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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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로 쓰는 생애사 – 세 번째 수업 기록

동화로 쓰는 생애사 – 세 번째 기록

*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진행하는 <동화로 쓰는 생애사> 수업 기록입니다. 학우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는 산 아래 있다. 옆에는 만안청소년수련관과 만안도서관, 만안경찰서가 붙어 있다. 모두 산을 지탱하고 서 있는 형상이다. 복지관 건물의 지하 1층엔 수영장이 있고 지하주차장이 시작된다. 지하주차장은 지하 4층까지 있는데 지하 1층과 2층 주차장은 장애인전용이라 칸이 널찍하다. 이 지하주차장은 만안평생교육센터와 같이 쓰고 있는데 지하 3층과 지하 4층엔 평생교육센터 이용자들의 차가 주로 이중주차가 될 만큼 주차난이 심각하다. 수도권 어딘들 주차난이 심각하지 않는 시설이 있겠냐마는. 10시 수업이라 9시 45분에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한 칸도 빈 곳이 없었다. 이중주차를 할 자리도 마땅치 않았다. 지하주차장에서 나와 지상주차장을 살펴봤으나 거기도 자리가 없었고 복지관 뒤편에 복지관 버스를 세우는 곳에도 온통 장애인주차장뿐이었다. 길 건너 장애인부모회 건물이 있어 그쪽에 두 시간 정도 주차를 해도 될까 가봤으나 역시 마찬가지. 청소년수련관까지 올라가 주차를 하고 내려오느라 늦었다. 청소년수련관에 올라가며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15분을 늦었다.

학우들이 모두 얌전히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수업엔 담당 사회복지사 선생님 한 명이 항상 같이 하고 자원봉사자 세 명이 있다. 담당 팀장은 동시간에 두세 가지의 프로그램이 같이 진행되어 교실을 계속 오가며 수업을 참관한다. 지난 주에는 부처님 오신 날이라 한 주 수업을 쉬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며 헐레벌떡 늦어서 미안하다고 인사를 했다. 지각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다들 반갑게 맞아주었다. 맨 끝에 앉은 학우가 손을 내밀어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앞으로 갔다. 다들 사진을 가지런히 앞에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서 가족사진을 놓고 가족에 대해 소개하는 글을 쓰기로 했다. 수업을 늦게 시작한 탓에 바로 글쓰기로 들어갔다.

은혜 씨는 무슨 이야기를 쓸지 생각해 왔다며 여행 간 이야기를 쓰겠다고 말했다. 다들 무슨 이야기를 쓸 것인지 준비해 온 것 같았다. 그렇다면 바로 시작해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모두들 큰 소리로 “네!”라고 대답했다.

내 자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 앉은 수연씨가 자기는 쉰 살에도 노래를 부를 거라고 말했다.

“구십 살까지 노래 할 거예요. 쉰 살에도 노래하고, 예순 살에도 노래하고, 일흔 살에도 노래하고, 여든 살에도 노래할거예요. 아흔 살에도 노래할 거예요.”나는 수연씨가 한국어의 수사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메모했다.

“무슨 노래를 부를 거예요?” 내 질문에 수연씨는

“최백호 아저씨 노래를 부를 거예요. 낭만에 대하여.”나는 이번에도 노래를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졸랐지만 수연씨는 완강하게 “기타가 있어야 한다.”고 거절했다. 다음에 기타를 가져오게 되면 기타반주에 맞춰 노래를 해주겠다고 약속도 했다.

“백 살에는 노래 안 해요?” 물었더니

“저는 아흔 살까지만 살거예요. 아흔 살에 죽을거예요. 죽을 때까지 노래할거예요.”

“왜죠? 백 살까지 살면 안돼요?”

“아니요. 저는 아흔 살까지만 살거예요. 아흔 살까지 노래를 부르며 살거예요. 열심히 살아야 해요.”

“열심히 사는 건 어떻게 사는 걸 말해요?”

수연씨는 주저함 없이 대답했다.

“열심히 살아야 해요. 운동도 열심히, 뭐든지 노력하면서.” 수연씨는 예의 그렇듯 손가락과 손을 계속 움직이며 대답했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 운동도 열심히, 뭐든지 노력하면서.’ 나는 수첩에 수연씨의 말을 적었다.

 

가족을 한 명씩 소개하라는 이야기에 기현 씨가 연필을 들고 멍하니 있길래 우리 엄마는 성격이 어떤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를 쓰면 좋다고 권했다.

수연씨가 그 말을 듣고 음식이야기를 했다.

“제 친구는 나쁜 습관이 있어요. 그 친구는 인스턴트만 먹어요. 인스턴트를 먹으면 안 좋아요.”

“그럼 수연씨는 인스턴트를 안 먹나요?”

“네. 저는 인스턴트를 잘 안 먹어요.”

“그렇죠. 인스턴트 음식은 건강에 안 좋죠? 그럼 수연 씨는 엄마가 해주는 것만 먹나요?”

“네. 저희 엄마는 음식을 잘 해요. 라면도 잘 끓여요.”

 

다른 학우들은 음식을 만든다, 음식을 한다, 음식을 끓인다, 등의 동사를 사용하는데 고민했다. 한다고 해야 할지 만든다고 해야 할지 끓인다고 해야 할지 어떤 동사를 써야 적당한지 한 번씩 되물었다. 다들 술술 글을 써 나갔다. 가족의 일원을 소개하는 주제에 딱 맞아떨어지지 않았지만 사진 속의 정보에 충실하게 글을 만들었다. 학우들의 사진엔 사람만 있는 게 아니고 그 사람들과 함께 한 기억이 담겨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우리 가족을 소개한다는 글을 쓰려면 차라리 이미지를 치우는 게 낫지 않나 생각했다.

 

은혜씨는 외갓집이 진주에 있어서 진주를 갔던 이야기를 글로 썼다. 발표를 할 때는 진주에 간 이야기는 빼고 거제와 통영에 놀러간 이야기를 했다. 거제도는 통영의 옆에 있어요. 같이 있어요. 나는 거제와 통영이 남쪽에 있다는 이야기를 보탰다. 거제까지 네 시간이 넘게 걸렸어요.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라는 말을 하길래 거제에 유명한 게 뭐가 있는지 아느냐고 물었더니 “꿀빵”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꿀빵은 그 옆에 통영에서 유명한데 거제에도 꿀빵을 파는 곳이 많다고 이야기를 보탰다. 통영에서 본 것을 더 이야기 해달라고 하자 거북선이 있고 판옥선도 있다고 했다. 통영 중앙시장 앞 강구안 문화마당을 다녀온 것이 분명했다. 강구안 문화마당에는 거북선 모형이 여러 개 있는데 구조가 다른 배의 모형이 있다. 은혜씨는 “판옥선도 있어요.”라고 분명히 기억했는데 지난 번부터 고유명사에 강하다는 내 느낌에 확신이 들었다. 은혜씨가 다녀온 곳의 이름과 특징을 잘 기억한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발표를 하던 중에 기현 씨가 자기가 사고 싶은 차 이야기를 해도 되냐고 물었다. 무슨 차를 사고 싶은지 얘기 해달라 하자 기현씨는 봉고차를 사고 싶다고 했다. 그 이유는 친구들을 태우고 싶어서란다. 친구들을 태우고 뭘 하고 싶냐 물으니 같이 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다.

이십대다. 이십대 청년이 봉고차를 사서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가고 싶다니 놀라웠다. 스포츠카를 사서 여자친구를 태우고 단 둘이 여행을 가고 싶다고 대답할 수도 있을텐데, 라는 생각을 하며, 내가 가진 편견도 재확인했다.

 

학우들은 두 번의 수업으로도 글쓰기에 빠르게 적응했다. 글을 쓰고 발표를 하는데 45분 시간이 모자랐다. 이어서 글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렸다. 미술선생님이 배경을 어떻게 해보고 이런 것도 같이 그려보자면서 학우들 사이를 바쁘게 오가며 세심히 살폈다. 수업이 끝나고 난 다음에 미술 선생님과 글쓰기와 미술을 45분씩 나눠서 수업하는 게 앞으로는 어렵겠다는 얘기를 나눴다. 1시간 반 동안 꽉 채워서 글쓰기만 해도 될 날이 금방 올 것 같았다.

학우들은 지난주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했고 더 빨리 글씨를 썼고 더 빨리 그림을 그렸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싶고 더 세밀하게 그리고 싶은 욕망이 느껴졌다. 학우들에게 시간을 재촉하는 일은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라 여유 있게 수업을 진행하려면 시간 배정을 조정해야겠다. 정해진 시간내에 과업을 완성하는 일은 어느 수업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지만, 지식을 습득하는 게 아니라 자기 마음을 드러내고 공유하는 수업은 조금 더 여유있을 필요가 있으니까.

 

글을 체계적으로 완성한 학우들에게 따로 숙제를 내줬다. 혼자 글쓰기가 어려운 학우에게는 부담이 될까봐 숙제를 주지 않았다. 은혜씨에게는 거제 통영 여행의 이야기를, 수연씨는 아흔 살이 되어 부르고 싶은 노래의 가사 만들기를, 한때 사귀던 여자친구 이야기를 한 줄로 표현한 동진 씨에게는 사랑하는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을 편지로 써보기를, 수정씨에게는 파리 여행의 느낌을 더 자세히 적기를, 승민 씨에게는 무용단에서 춘 춤을 소개하기를 따로 적어서 주었다.

은혜 씨는 사실을 순차적으로 적는 것을 잘 하고 수정씨는 감각과 감정을 잘 표현한다. 수정씨는 조금 더 길게 쓸 수 있는 것 같은데 하나씩 주제를 적어서 세밀하게 쓰도록 지도하면 풍부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학우들이 말하고 쓰는 일에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서로 손을 들어 발표를 하겠다고 나섰고, 혜은씨는 자기 순서가 빨리 오지 않자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욕심이 생긴다는 건 좋은 일이다. 학우들이 하고 싶은 말이 다른 일에 밀려 오랫동안 고여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수업이 가을까지 이어진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속 시원히 이야기하고 싶은 건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와 무관한 일이다. 언어소통이 쉽지 않고 타인과 정서적 교감을 잘 못한다는 건 잘못된 이론인걸까. 나는 이들이 각자 다른 모습으로 예민하고 개성 있으며 진실하다고 느낀다. 남들에게 자신을 내세우려고 하거나, 잘 보이려고 하거나, 강사가 원하는 답을 찾아 가식적인 문장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 비장애인과의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겠다. 수업을 하면서 나는 자꾸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점을 발견하려고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개성과 장기가 모두 다르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찬 바람이 불 때가 되면 나도 조금 달라져 있었으면 좋겠다.

 

수정 씨의 글

하늘이 파랗고 구름이 아주 몽실몽실하게 떠 있다. 아름다운 에펠탑이 서 있다. 우리가 함께 하는 시간이 행복하다. 보디가드처럼 멋진 오빠, 가장 믿음직스러운 아빠, 미소가 예쁜 엄마, 꽃처럼 착한 막내, 나까지. 우리 가족 프랑스에 가니까 정말 좋았다.

 

수연 씨의 글

엄마 이름은 ○○○입니다. 우리 엄마는 회사 일을 하십니다. 제가 어릴 때 비디오를 봤을 때부터 좋아하셨습니다. 우리 엄마께서 돈육김치찌개, 김치찌개, 된장찌개, 부대찌개, 라면도 끓여주시고 그렇습니다. 기타도 아주 잘 치고 열심히 할 것도 하느라 믿습니다.

2018년 5월 31일 기록

얼마나 더

서촌에서 점심을 먹었다.
소리나지 않게 틀어둔 티비에서 그 뉴스가 나왔다. 식당 주인 아주머니가 저 사람을 어쩌면 좋냐며 울상이었다.
“형 살겠지요?”

흉기를 준비해서 갔다는 게 문제가 클 거라는 말,
망치가 어떤 거였냐는 말, 오죽하면 그랬겠느냐는 말, 나라면 진짜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말, 왜 강남유지가 여기까지 와서 이러느냐는 말들이 오갔다.

점심을 먹고 길을 지나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여기냐며 가게를 살펴보고 지나갔다. 월세 천이백이 말이 돼? 족발을 얼마나 팔아야 그걸 내? 꼬치집은 얼마를 팔아야 월세를 내? 라는 이야기가 골목에 남았다.

우리가 얼마나 노동을 하면
얼마나 더 많이 일을 하다 죽어야

그들의 삶이 흡족해질까?
그런 날은 오지 않겠지.
탐욕은 탐욕을 먹고 자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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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궁중족발 자리

“포기하지 않아, 지구” 집필후기

2018년 5월 23일에 출간된 지구나눔연구소 기획의 어린이, 청소년 자율연구프로젝트에 관한 보고 기록 “포기하지 않아, 지구”의 집필후기를 나눕니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7898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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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나눔연구소 <포기하지 않아, 지구> 집필후기 1편★

 

ESD.

왜 자꾸 영어를 쓰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서구에서 들어온 분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들 합니다.

한국어로 ESD를 풀어내면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지속가능발전을 말합니다. sustainable이 지속가능한, 지속성을 말하고 development가 발전을 말합니다. sustainable은 sustain과 ability의 합성어라고 하는데 캠브리지 영어사전에는 ①able to continue over a period of time 일정시기동안 계속될 수 있는 ②causing little or no damage to the environment and therefore able to continue for a long time 환경에 영향이 아주 적거나 거의 없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이라고 풀이되어 있습니다. 지속가능, 이라는 것은 그 유래가 1962년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부터 시작합니다. 1972년 유엔은 스웨덴에서 “인간환경선언”을 제정하고 선포하였으며 이 움직임은 1992년 리우정상회의와 지구환경회의까지 이어집니다. 리우지구정상회의에서는 agenda21(의제21)이라는 주제를 채택했는데 이는 지구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행동계획을 담은 것입니다. 이를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서 의제21을 채택했고 우리나라는 민관협력기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각 지자체마다 의제21기구가 있고 지방자치정부의 청사 안에 사무실을 둔 경우도 있습니다. 의제21이 10년간 어떤 일을 해왔는가를 평가하는 자리가 2002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세계정상회의에서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평가자리가 열립니다. 전세계 정부, 국게기구, NGO등이 모인 지구촌 최대의 국제회의였습니다. 이때부터 지속가능발전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2년에는 의제21의 20주년으로 리우+20정상회의에서 우리가 원하는 미래(The Future We Want)라는 제목의 선언문을 채택합니다. 여기서 밝힌 지속가능발전의 몇 가지 원칙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세대간의 형평성, 삶의 질 향상, 사회적 통합, 국제적 책임입니다. 쉽게 말해 다 같이 함께 오랫동안 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담았습니다.

 

수원에는 기후변화체험관이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적응하는 생활방식을 교육하는 기관입니다. 수원시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기관에서 기후변화뿐 아니라 의제21의 행동원칙들을 공부하던 교사들이 있었습니다. 이 교사들은 “지구나눔연구소”라는 연구팀을 만들어 연구모임을 하다가 수원시와 수원시기후변화체험교육관 두드림, 경기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학생자율연구팀을 모집하게 됩니다.

 

학생자율연구팀이란 지속가능발전의 다양한 주제를 학생들이 스스로 골라 그 주제에 맞는 연구를 학생들 스스로 해내는 동아리를 말합니다.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주제가 지구 전체의 연구과제로 주어진 지 10년이 지난 후에도 한국에서는 교육으로 접근할 방법이 미미했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미래를 꿈꿔보고 싶은 교사들의 마음이 모여 첫 번째 지구나눔연구소의 학생자율연구팀이 만들어졌습니다. 경기도지역의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자기가 연구하고 싶은 주제에 대한 문서를 만들어 제출하고 연구가 가능할 팀을 모아 교사들이 멘토 역할을 자청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지구를 지킬 수 있는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지구나눔연구소 <포기하지 않아, 지구> 집필후기 2편★

 

지속가능발전, 환경,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모두들 “북극곰”을 떠올립니다. 작은 빙하 위에 두려운 표정으로 안타깝게 서 있는 엄마 북극곰과 아기 북극곰 두 마리. 이 이미지는 강렬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남았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북극까지 가서 북극곰의 생태를 연구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지구나눔연구소는 주변에 있는 지속가능발전의 요소를 찾기로 합니다. 학생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무엇이 문제인가 둘러보게 됩니다.

함께 오랫동안 어울리며 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들이 찾아낸 주제들은 이런 겁니다.

놀이터의 지속가능성, 과자봉지의 과대포장, 우리 학교의 환경적 요소, 반티를 맞추는 일은 지구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내 필통이 말해주는 지속가능성, 배달문화의 문제점, 폐의약품은 어디로 가나, 까치는 왜 전봇대에 집을 짓나, 가로등이 없는 길목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나의 일상이 평온하게 유지되는 것과 지구의 지속가능성은 어떤 상호작용이 있을까. 2015년 첫 자율연구팀은 과자 과대포장, 폐의약품, GMO문제, 한국의 교육, 지속가능한 학교를 위한 실험, 반티 문화, SNS,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두 번째 2016년에는 청소년의 화장, 아파트 통학로의 갈등 등의 연구가, 2017년에는 미세먼지, 길고양이, 마을의 가로등, 학교 통학로 등 마을에 대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연구를 지켜본 교사들은 이 이야기를 우리만 알고 끝내기엔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세상에 숨은 수많은 이야기들이 그렇습니다. 나만 알고 있기 아까운 이야기들은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아이들과 좌충우돌하며 연구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누구나 이런 연구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방법을 알려줄 길이 모호해졌습니다. 그래서 결정합니다.

“책으로 만들어 펴내자!”

그러나, 학생들의 연구 과정과 그 결과를 책으로 만들자니 너무 딱딱하고 지루할 것 같았습니다. 결과자료집도 만들어봤는데 매우 유익하긴 하지만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았던 거죠. 학생들은 인포그래픽을 배워 그래프도 만들고 시각적 도안도 만들고 여러 가지를 해봤지만 어떻게 하면 이 이야기를 재미나게 만들 수 있을지 막막했습니다.

 

저는 2017년 여름, 빨간소금 임중혁 대표를 통해 이런 프로젝트를 책으로 써 줄 작가를 찾는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저를 추천한 안진희 번역가는 기획자이기도 한데, 평소 제가 지역교육네트워크를 통해 학교 수업을 하며 아이들과 호흡하고, 이런 저런 인터뷰를 했던 것도 눈여겨 본 모양입니다. 집필활동을 간간히 하고 있었습니다만, 제 이름으로 책이 나간 건 아직 없고요, 팀이나 기관의 이름으로 출간되었거나, 기관의 돈을 받았기 때문에 판매할 수 없는 비매품을 주로 쓰는 작가였습니다. 매년 초중고등학교 학생들과 마을에 대한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곤 합니다. 애초 기획한 것은 아닌데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프로젝트 수업을 설계한 학교 교사들이 연락을 해오곤 합니다. 그러면 담당 교사와 그 학교의 주어진 환경에서 아이들과 함께 찾아낼 것에 대해서 의논합니다. 학교마다 각각 찾아낼 스토리는 달라집니다. 어떤 곳은 적당한 자연환경이 있고 어떤 곳은 통학로가 위태로울 정도입니다. 제가 하는 수업은 주로 마을에서 의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아이들의 시선으로 관찰한 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까지 고민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지구나눔연구소의 선생님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제가 해왔던 수업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자율연구팀은 많아야 다섯 명이 한 팀을 이루어서 더 넓은 주제를 가지고 더 친밀하게,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자료를 먼저 받고 선생님들이 원하는 책의 집필방향도 들었습니다.

“그럼 이건 청소년 소설처럼, 이야기로 가야되겠는데요. 처음에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주제를 찾게 되었고. 대사도 넣고, 아이들 캐릭터도 선명히 만들어가면서요.” 선생님들은 반색했지만 그게 가능하겠냐는 반문을 했습니다.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죠.

얘기를 해놓고도 저도 반신반의했습니다. 물론 이상적인 것이야 이야기가 뭉개뭉개 피어오르는 스토리로 간다면 제일 좋겠으니까 그렇게 말한 것이고. 아이들의 연구주제를 들어보니 생각보다 참신해서 재미난 요소가 분명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일단 제가 얘기한대로 진행하기로 하고 가장 빠르게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는 장곡중학교 탄산수 친구들을 만나 인터뷰약속을 잡았습니다.

 

 

★지구나눔연구소 <포기하지 않아, 지구> 집필후기 3편 ★

 

 

처음 만난 장곡중 학생들은 학교 자치회의 힘으로 외모단속이 없는 학교가 되자 이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연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화장은 무슨 의미를 갖는가? 라는 주제로 시작했습니다.

 

이 친구들을 인터뷰하게 된 계기는 이렇습니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교사들과 출판사 대표, 저, 이렇게 세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2015, 2016년 2년 동안의 학생자율연구 결과를 보고 책에 수록할 연구팀을 선정했습니다. 총 연구팀은 열 다섯팀 정도가 되는데 그 중에 책의 의도에 맞는 연구팀을 가려내어 인터뷰를 하기로 했습니다. 제출한 결과자료들은 모두 있습니다만, 아이들의 진행과정에 방점을 찍어 글을 쓰기로 했기 때문에 직접 만나보지 않고서는 글을 쓸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추려낸 선발 기준은

  • 자율적일 것
  • 생활과 밀접한 소재를 연구주제로 삼았을 것
  • 엉뚱하고 재기발랄한 아이디어가 있을 것
  • 우왕좌왕 좌충우돌의 경과가 있을 것

 

추려내보니 총 일곱팀이더군요.

이 친구들이 진행한 주제는 놀이터, 아파트 통학로 문제, 반티 문화, 폐의약품 수거, 과자봉지 과대포장, 배달문화, 청소년 화장이었습니다. 고등학생 팀들은 거시적으로 어려운 이야기들을 많이 다뤄서 책 컨셉에 맞지 않았고요. 이 책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까지에게 맞춰 집필하기로 했기 때문에 또래들의 이야기만 찾았습니다.

 

장곡중 학생들은 제일 먼저 만나 샘플 원고를 만들어봤습니다. 세 친구들은 작년에 했던 프로젝트인데도 기억도 많고 이야기도 잘 하는 친구들이었습니다. 첫 인터뷰를 수월하게 끝내고 두 번째 인터뷰 때는 학교 근처에 가서 선생님이 사주시는 음료도 마시고 아이들이 셀카도 찍고 진로에 대한 고민도 이야기했습니다. 아이들과 인터뷰와 무관해보이는 대화도 나눴는데 이건 주인공들의 캐릭터를 잡기 위한 작업이었습니다.

 

여름이 다 지나고 가을부터 천천히 한 팀씩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학생들은 연락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학원에 가는 시간을 피해야 하고 학교 끝나고 학원으로 가기 전에 맞춰 전화통화를 해야 하고요. 초등학교 때 연구팀을 했던 친구들은 전화기가 없는 경우도 있어서 어머니들과 통화를 했습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연구를 독려했던 학생들은 약속을 잡기가 쉬웠습니다만, 학생들 스케줄이 제각각이라 한 번에 모두 모이는 일은 쉽지 않았어요. 인터뷰 당시 중3이던 친구들은 고등학교 입시를 앞두고 있는데다가 모두 한 아파트에 살고 어머니들끼리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낸 팀이라 한 번에 네 명을 다 같이 만날 수도 있었습니다. 인터뷰가 거의 진행이 안된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이 친구들은 뭘 물어봐도 기억이 안난다고 했었는데 첫 인터뷰는 거의 백지상태로 아이들이 배시시 웃다가 끝나버렸는데, 지구나눔연구소 까페에 매일 매일 일지를 올린 기록이 있었어요. 이 기록을 토대로 자료를 정리해 다시 만났더니 ‘아! 기억나요!’라고 하면서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냈습니다.

 

학생팀들을 만나면 신기한 것이 팀마다 구성원의 성격과 역할이 모두 다르다는 것입니다. 아마 시간이 지난 뒤에도 다시 만나 지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룹의 성격이란 그런 것 같습니다. 팀마다 역할분담이 모두 다르지만 모둠마다 리더역할을 하는 친구가 있고, 정리왕이 있습니다. 리더역할을 하는 친구들은 고전적인 카리스마를 내뿜는다기 보다 제각각 다양했는데 사려깊은 친구, 통찰력 있는 친구, 기획과 계획을 잘 하는 친구, 활동적인 친구, 의사표현을 잘 하는 친구, 적극적으로 뛰어다니며 자료를 찾아오거나 사람들을 만나 거침없이 말을 할 수 있는 친구들이었습니다. 정리왕이 있는 모둠도 있고 없는 곳도 있었습니다.

이 연구팀들은 모두 사전에 서로 아는 친구들끼리 모둠을 만들어 연구소에 연구지원을 하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의 절친들도 있고 새 학년 들어 알게 된 친구들도 있습니다. 서로 친하지 않아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친구의 의견이니까 무조건적으로 믿고 따르는 친구들이 있고 먼저 계획을 세우는 친구가 있으면 저 친구가 다 해주니까 편하고 좋다며 별 이견을 갖지 않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모두들 갈팡질팡 했더라고요.

 

겨울의 초입, 원고를 마감할 때가 되었는데 일곱 팀 중에 세 팀을 놓고 다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팀은 어머님들의 지나친 개입으로 자율연구가 안 된 팀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인터뷰 중에도 너무 힘들고 괴로웠기 때문에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고백했고요.

다른 두 팀은 영재반 수업 등으로 매우 바빠서 이 자율연구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고, 어릴 때부터 영재반이나 한생연 수업을 많이 들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이 두팀은, 본인들의 생활과 밀접하지 않은 주제를 잡았더군요. 배달문화를 고른 친구들은 실질적으로 배달음식을 자주 먹지 않는 친구들이었고, 과자과대포장을 고른 친구들도 친환경 유기농 식습관에 길들여진 아이들이었습니다. 다른 팀과의 균형을 맞춰봤을 때, 자기 생활과 밀접하지 않는 주제로 연구를 한 것은 결국 자기 이야기가 아니라 남의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본 연구였기 때문에, 자율연구로서는 손색이 없지만 책의 구성상 어쩔 수 없이 빼기로 했습니다. 이 부분은 당사자들에게 모두 연락을 해서 솔직하게 책에서 빠지게 된 사유를 이야기하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사람은, 실제 사건에 기대었을 때 어느 정도의 스토리가 나올 것인가 기대하게 됩니다. 물론 예상한 방향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갈 때의 쾌감이 있지만, 전체 맥락과 많이 어긋나게 되면 몇 가지 이야기를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했을 때는 조화가 중요합니다.

 

우리가 기획한 이 책은 “내 멋대로 연구하는 자율프로젝트”가 중심이었습니다. 학생들의 연구결과는 전문학자들의 전문성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하지만 청소년의 시각으로 보는 세상의 기이한 점들을 찾아내는 게 관건이고 어른들이 ‘그런 것도 연구주제가 되나?’라고 물어볼 만한 것이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세 팀을 덜어내고 나니, 네 팀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저자인 저는 2017년 프로젝트 팀중에 가장 어린이답고 재미났던 연구팀을 떠올렸습니다. 출판사측과 상의하고 기획단 선생님들의 동의를 구해 급하게 마지막 팀을 섭외했습니다.

 

★지구나눔연구소 <포기하지 않아, 지구> 집필후기 4편★

 

길고양이를 연구한 수원파장초등학교의 아이들은 졸업을 앞두고 있어 연락하는데도 꽤 애를 먹었습니다. 그러나 예상대로 아이들의 이야기는 좌충우돌 정말 즐거웠습니다.

학생들을 만나며 많은 걸 배웠습니다. 1,2년전의 연구 성과를 다시 돌아보는 아이들은 그 사이 많이 성숙해져 있었고요. 민주적인 의사결정의 방법과 함께 팀을 이루어 해 나가는 작업에 적지 않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할 준비를 하던 중3 남학생들에게는 모둠활동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 대학생 조별과제의 고충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지금의 중고등학생들은 초등학교때부터 모둠활동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어디에나 안하려고 게으름을 피우는 친구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걸 어떻게 극복하느냐 물었습니다. 제일 열심히 하는 친구와 제일 열심히 하지 않는 친구가 발표를 맡으면 된다고 쉽게 대답하더군요. 열심히 하지 않는 친구도 앞에 세우면 꼭 역할을 하기 마련이라고 인생 15년의 노하우를 얘기해주는데 어른들이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들의 모둠활동은 작은 공동체의 의사결정 과정을 보여줍니다. 서너명이 모여 어떻게 합의를 이루어나가는지 몸으로 체득한 아이들이 자라서 투표권을 가진 시민이 됩니다. 사회의 변화는 필수적일 것입니다. 어른들은 이 아이들이 만들어 나가는 미래에 기대를 가져도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 책에는 저자의 인사말이 없습니다. 넣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아이들과 프로그램을 기획한 선생님들입니다. 아이들의 방황을 고스란히 지켜보고 기다린 선생님들이 있었기에 아이들의 자율연구가 빛을 발할 수 있었고요. 아이들은 학생이라는 자신들의 한계를 인정했을 때 더 나은 이야기들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 스토리는 모두 실화입니다. 중간중간 상황에 따른 대사도 아이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여 조금씩 확장했을 뿐입니다. 저자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옮긴 역할만 했습니다.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시작으로 이제 교육은 자율적으로 탐색하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후기 앞쪽에 밝혔듯이 뛰어나게 정석대로 진행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뺀 것은 아무도 도와주지 않더라도 학생들 스스로 자기만의 생각으로 헤매고 떠돌면서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서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프로젝트의 이야기도 들어 있습니다. 마지막에 가서 흐지부지 된 이야기도 들어 있습니다. 그게 바로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낸 자율연구의 매력입니다. 잘 하지 않아도 괜찮아, 실패해도 괜찮아, 너희들도 할 수 있어, 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었습니다. 이런 메시지를 담은 선배들의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아이들이 스스로를 믿었으면 좋겠습니다.

 

포기하지 않아, 지구! 라는 제목은 포기하지 않는 아이들을 떠올리며 지은 소제목 “포기하지 않아, 고양이!”에서 따왔습니다.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는 세상을 위해, 어른들이 힘을 보태주고 차분히 기다려주길 바랍니다. 마치 지구처럼요.

 

_순수한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한 지구나눔연구소 선생님,

세심하게 원고를 살펴 준 편집자,

글에 걸맞은 그림으로 효과를 살려준 일러스트, 디자이너와

믿고 맡겨준 빨간소금 임중혁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이야기를 들려준 지구나눔연구소 자율연구팀 친구들에게도요.

 

2018년 5월 25일

2018 안양시 6.13 지방선거 정책제안서

요약본

목차

 

  1. 자치분권시대 주민자치의 확대
  2. 사회투자시스템 구축을 위한 지역사회가치 실현
  3. 누구나 행복한 성평등한 안양
  4. 기후변화 대응 탈핵, 에너지 전환
  5. 청년이 행복한 안양
  6. 통일시대를 준비하고 앞당기는 안양
  7. 함께 사는 마을공동체 활성화
  8. 주민자치를 실현하는 민주시민교육
  9. 미세먼지 걱정 없는 건강한 안양
  10. 개구리 소리 들리는 안양 만들기
  11. 모두가 건강한 지역사회 건강복지
  12. 지방분권시대의 사각지대 없는 복지 안양
  13. 경제민주화와 상생경제를 실현하는 안양
  14. 사회적경제 하기 좋은 안양시
  15. 시민 모두가 안전한 안양시
  16. 노동이 존중받는 안양시

 

 

  1. 자치분권시대 주민자치의 확대

제안배경

  1. 지방분권 시대가 도래한다.
  2. 민관 협치가 답이다.
  3. 민관 협치는 행정혁신에 기반해야 한다.

정책과제

  1. 주민주도 행정, 주민참여 활성화를 위한 민관 협치 체계 구축

1) 주민참여 활성화를 위한 조례 개정

2) 주민참여 혁신 계획의 수립과 단계적 시행

3) 주민참여 및 협치의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훈련 지원시스템 구축

4) 주민자치와 연계한 주민세 개선

  1. 마을공동체에 기반한 주민참여 제도 마련

1) 폭넓은 주민의견이 반영된 주민자치회 조례 제정 및 연구회 구성

2) 동장 추천제 시범 실시

  1. 주민참여예산제 제도 개선 및 확대 시행

1) 주민참여예산 위원회의 기능 강화 및 분과위원회 개편

2) 참여예산연구회의 현실화 및 기능보완

3) 참여예산제 전담 개방형직위 담당관 2명 배치하여 참여예산제도 운영지원강화

4) 주민참여예산편성 규모 40억이상 확대

5) 참여예산제도에 일반시민의 직접참여 확대를 위한 모바일 시스템 도입

  1. 주민참여를 통한 인사혁신 및 청렴한 안양

1) 시민감사관 제도의 도입

2) 주민 고지제 도입

3) 주민참여를 통한 민주적인 인사 시스템 마련

별첨: 안양시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

 

2. 사회투자시스템 구축을 통한 지역사회가치 실현

제안배경

  1. 시민활동 지원체계의 필요성
  2.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사회투자시스템의 필요성

정책제안

  1. 시민활동 지원 명문화, 시민활동지원 기본조례와 영역별 지원 및 활성화 조례 제정

1) 사회가치 실현을 위한 시민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기본조례 제정

  1. 시민활동 활성화를 위한 시스템 구축

1) 시민 및 당사자가 주도적으로 참여, 운영하는 중간지원조직 필요

  1. 안양시 사회투자 시스템을 통한 사회가치 실현

1) 지역 사회투자기금 조성 : 민간주도 기금조성 및 지방정부 매칭시스템

 

3. 누구나 행복한 성평등한 안양

제안배경

  1. 여성의제가 필요하다
  2. 젠더폭력 근절과 성평등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정책과제

  1. 누구나 행복한 성평등한 안양 만들기

1) 안양시 전 공공기관의 성평등 의식 제고

2) 여성대표성 확대

3) 안양시 모든 공공기관의 반 성폭력 책임성 강화

  1. 여성폭력근절을 위한 실효성 있는 체계 마련

1) 여성폭력근절을 위한 실효성 있는 체계 정비

2) 데이트폭력 피해자의 지원체계 마련

 

 

4. 기후변화 대응 탈핵, 에너지 전환

제안배경

안양시 온실가스 저감로드맵 필요

정책제안

  1. 안양시 에너지전환 계획과 재생에너지 보급 계획을 수립하고, 실현체계를 마련한다.

  2. 안양시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수립하고, 이행체계를 구축한다.

  3. 안양시 기후·에너지과를 신설하여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전환을 위한 추진체계를 통합하고 효율화한다.

1) 안양시 기후·에너지과를 신설

2)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전환 민관 거버넌스 실행체계를 구축한다.

  1. 안양시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전환을 시민과 함께 진행한다.

1) 시민참여 공동체 재생에너지생산을 통해 1000kw(1M) 시민햇빛발전소를 만든다.

2) 시민 모두 발전소 사업 – 미니태양광 보급 100% -을 진행한다.

3) 햇빛아파트 사업 -미니 태양광 100% 설치 아파트 단지- 매년 1개단지 이상 진행

  1. 탈핵/ 에너지전환과 에너지자립도시 안양

1) 안양시 에너지전환을 위한 거버넌스 구조와 계획 수립

2) 시민이 참여할수 있는 에너지교육, 에너지전환사업과 기금마련

3) 친환경공공급식 식자재의 방사능오염 검사 등 실행모니터링 강화

4) 방사능 오염 식품안전에 관한 조례 제정

 

5. 청년이 행복한 안양

제안배경

  1. 희망을 잃은 청년들
  2. 청년들의 고용과 일자리에 대한 고민과 절망
  3.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정치개혁, 그리고 청년 일자리와 미래
  4. 다시 한번 청년에게 희망을

정책과제

  1. 안양시 청년일자리 확대 및 지원정책 강화

1) 청년 일자리 확대

2) 청년 노동환경 지원정책 강화

  1. 사회초년생 공공기숙사/ 따복하우스 등 청년 주거지원 공간확대

1) 안양시 사회초년생 공공기숙사 또는 따복하우스 청년 주거공간 지원

  1. 청년학자금 대출이자 지원정책

1) 안양시 청년 학자금 대출자 이자 지원정책

 

6. 통일시대를 준비하고 앞당기는 안양

제안배경

  1. 모든 사업에 평화와 협력의 원칙 확립
  2. 민관 협력을 통한 지속 가능한 사업 체계 마련
  3. 대중과 함께하는 평화통일 운동 전개
  4.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남북교류협력 추진

정책과제

  1. 안양시 평화통일사업 전담부서, 민관 협력기구 신설 지원

1) 남북교류협력 사업 담당 기구 마련(분과-경제, 사회문화, 체육 등)

2) 시군별 남북교류협력 증진에 관한 조례 제정, 기금 조성에 독려

  1. <통일분과협의체> 구성

1) 통일교육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기구로서 민관의 거버넌스 구축을 통한 육성 지원

2) 시민사회단체, 기업, 학교의 평화통일교육 활성화 독려, 지원

  1. 광범위한 대중이 참여하는 남북민간교류협력사업 마련

 

7. 함께 사는 마을공동체 활성화

제안배경

주민복지의 중복과 사각지대 문제 해결

민관의 긴밀한 소통과 원활한 협력 활동이 시급

정책제안

  1. 마을공동체, 사회적 경제, 도시재생분야를 하나의 지원 기구 안에 담아 지원사업의 통합성 구축

1) 민과 행정의 평등한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민간위탁제도의 개선

2) 마을사업에 대한 중간 지원조직(센터) 설립.

  1. 융통성 있는 마을공동체 지원기금 설치

1) 주민세와 마을기금의 재원마련과 효율적 활용

  1. 마을이 배움터다. 마을 평생학습 체계 마련

1) 마을 학습 코디네이터 양성 교육 / 배치

2) 마을 학습 코디네이터 기본 소득제 도입

3) 마을 강사의 발굴 및 양성

4) 마을 특성을 살린 마을 교육 프로그램 개발

  1. 이웃간 분쟁해결을 위한 주민자율 이웃소통센터 운영

1) 분쟁 조정 전문활동가 교육 및 육성 (동네 어르신 참여 권장)

2) 권역별 이웃소통센터 또는 동별 이웃소통 방 마련

  1. 마을공동체 활성화 및 문화예술 활동 지원을 위한 무대차량 지원 사업

 

8. 주민자치를 실현하는 민주시민교육

제안배경

  1. 민주시민교육의 필요성
  2. 헌법에 의거한 민주공화국의 온전한 수립
  3.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민주시민의 양성

정책제안

  1. 주민주도, 시정부 지원의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방안 제도화

1) 민주시민교육자문위원회 구성

2) 민주시민교육운영위원회 구성

3) 주민참여 및 각 분과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훈련 지원시스템 구축

  1. 마을공동체와 주민참여 중심의 현실적인 민주시민교육

1) 궁극적인 지방자치, 지역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현실적인 민주시민교육

2) 민주시민교육 년차별 로드맵 구성

  1. 민주시민교육을 통한 민주적 시민사회, 주민자치의 실현

1) 학교민주시민교육 우수사례에 기반한 민주시민교육의 발돋움

2) 안양시 민주시민교육 전문활동가 양성, 지속적인 역량강화 교육

3) 전문활동가를 통한 지역 통합, 권역별 조직별 맞춤 시민교육활용

 

9. 미세먼지 걱정 없는 건강한 안양

제안배경

미세먼지 배출원을 줄이는 제대로 된 대책 필요

정책제안

  1. 지역 맞춤형 미세먼지 정책 수립을 위한 배출원 파악

1) 배출원과 오염영향 규명 연구조사

2) 배출량 저감에 중점을 둔 정책 수립 시행

  1. 교통을 바꿔야 미세먼지가 줄어든다

1) 최우선적으로 노후경유차 퇴출을 위한 정책 시급히 마련

2) 교통체계를 친환경교통수단(철도,CNG버스, 자전거)위주의 대중교통 중심으로 전환

  1. 비산먼지 발생 사업장 관리

1) 안양시의 건설개발속도와 개발총량을 조정하여 비산먼지 발생량 조절

2) 주민참여형 합동점검과 감시활동 강화

  1. 대기오염측정망 설치

1) 현실적인 대기오염측정망 설치

2) 구역별 맞춤 완충지대 보강

 

10. 개구리 소리 들리는 안양 만들기

제안배경

생태하천의 장점을 살려 생태 보전의 안양시로 거듭나기

정책제안

  1. 습지 보호구역 지정

1) 현존하는 습지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

2) 양서류 서식환경 조성

  1. 두꺼비습지공원 조성 추진

1) 두꺼비가 발견되는 충훈부 저수지를 매입하여 습지공원으로 조성하고, 개구리생태학습장을 건립한다.

  1. 막힌 물길이 없는 안양시 만들기

1) 평촌중앙공원에 생태연못을 조성한다.

2) 중앙공원내 물길과 연계하여 생태연못을 조성한다.

 

11. 모두가 건강한 지역사회 건강복지

제안배경

  1. 지역사회 건강관리 시스템의 필요
  2. 고령화 사회의 대비
  3. 노인건강문제 해결과 지역공동체 기반의 돌봄체계필요

정책제안

  1. 시민건강 기본조례의 제정

1) 건강불평등 해소

2) 건강복지환경 기반 마련

3) 주치의 제도 실현의 근거 마련

  1. 도시내 취약지역 건강복지실태 조사 및 솔루션 마련

  2. 노인, 장애인과 함께 지역사회 기반 건강주치의 시범사업 실시

  3. 도시재생에서의 건강생활복지센터 설립, 운영

  4. 마을과 지역이 함께 돌보는 안양

1) 생애주기별 돌봄서비스 및 여성건강권 확보

 

12. 지방분권시대의 사각지대 없는 복지 안양

제안배경

  1. 복지서비스 전달과정의 분절화, 파편화 개선
  2. 지역사회복지협의체의 실질적 운영
  3. 아동복지 문제 해결

정책제안

  1. 보편적 복지

1) 지역사회 보장협의체의 통합적이고 효율적인 운영 체계 구축

2) 민관 협력 거버넌스 강화

3) 지역사회 보장계획 수립의 전반적 점검

4) 지자체 차원에서의 공공돌봄 인프라 구축

5) 수혜자의 복지 체감도 향상을 보편적 복지 향상

6) 보육시설 확충 등

7) 지역복지단체 현황 및 실태를 정확하게 조사하여 종합적인 지원책을 강구

8) 저소득층 지원에 있어 법적기준이 아닌 실제적으로 생활이 어려운 계층을 지원

  1. 아동복지

1) 학교와 지역아동센터를 비롯한 아동복지시설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모든 급식의 무상화 및 제공방식 또한 인권이 충분히 보호되는 방식으로 제공

2) 방과후 프로그램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책조율 및 조정을 통하여 종합적이고 효율적인방과 후 정책을 추진

3) 지역아동센터 지원 현실화를 통하여 지역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1. 장애복지

1)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

2) 장애아동들의 장기적 삶의 터전 마련을 위한 시설 확충

3) 장애통합지역아동센터 확충

 

13. 경제민주화와 상생경제를 실현하는 안양

제안배경

  1. 경제민주화는 헌법에 기반
  2. 경제민주화를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 확대
  3. 경제민주화와 상생경제시스템 필요

정책제안

1. 불공정피해 상담센터 운영

2. 임차상인 권익보호

3. 도시계획 입안과정에서의 대규모상점 입점제한

4. 생활임금 적용 확대

 

14. 사회적경제 하기 좋은 안양시

제안배경

  1. 정부의 정책지원 및 사회적 참여 미흡으로 사회적 여건 부족
  2. 부처별 지원제도의 분산에 따른 불필요한 행정비용 유발, 정책연계성 저조, 민․관 협업 부족 등 초래
  3. 기업별 성장단계에서 금융조달 수요는 높으나, 금융시장 접근성이 낮고 체계적인 금융지원이 미흡
  4.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공공조달 우선구매의 실효성이 저조(사회적기업 1.8%)하며, 민간의 구매촉진을 위한 판로개척 애로
  5. 사회적경제기업 성장에 필요한 전문인력 양성 및 사회적경제에 대한 인식제고를 위한 교육 인프라 부족

정책제안

  1. 사회적경제 발전(육성) 기본계획을 주민참여형으로 수립

1) 민관협치로 사회적경제 기본계획 수립

2) 사회적경제 활성화로 지역경제문제 해결

  1. 사회적경제 지원센터의 역할 개선

1) 지원센터의 효율성 증대

2) 사회적경제 과제발굴을 위한 지역사회연구 및 정책생산 지원

  1. 사회적과제 도출과 경제조직화를 통한 사회적경제 창출 및 활성화

1) 지역 현안을 사회적경제로 해결할 방안 공론화

2) 지역사회가 함께 하는 사회적경제조직 설립 운영

  1. 사회투자(사회적경제기금 포함) 기반마련

1) 사회투자 활용 가능한 사업 개발

2) 지역단위 사회투자기금의 조성과 운용

  1. 수익형 공공(위탁)사업의 사회적경제 모델 개발, 확산

1) 수익형 공공사업 위수탁 자격을 사회적경제조직으로 전환

  1. 공유재산 활용을 통한 사회적경제 사업 개발

1) 정부, 지자체 소유의 공유재산에 대한 실태 및 활용방안 마련

 

15. 시민 모두가 안전한 안양시

  1. 석면으로부터 안전한 학교 만들기

제안배경

  1. 동시다발적 공사발주로 인한 문제
  2. 각 부처의 각각의 정책
  3. 해체작업의 공사관리 미흡
  4. 잔재물 조사 및 안전성 관리 문제
  5. 평소 안전관리 및 유지보수

정책제안

1) 학교 내 석면철거를 부분적으로 하지 말고 전체적으로 실시해, 석면노출 위험을 최소화

2) 석면제거 완료 후 건식/습식 정밀청소를 진행하고 공기질측정 외 먼지조사, 잔재물조사의무화

3) 학부모, 환경단체 등 학교주체와 민간이 참여하는 합동모니터링단 구성

4) 석면의 안전한 제거와 관리를 위한 알권리 보장

5) 학교석면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제도개선

 

  1.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안양시

제안배경

안양시는 고독성물질 취급사업장 1km 이내 거주하는 위험인구수는 7만2천명,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13개소, 중고등학교이상은 5개소. 전국 기초지자체별 위험인구 순위상 안양시 동안구가 4만2천명으로 155단체 중 28위로 상위에 속해 있어 화학물질 및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

정책제안

1) 화학물질 유추사고와 생활 속 유해 화학물질 문제 해결에 대한 관심과 참여 독려

2) 안양시 화학물질관리조례 제정 등 법-제도적 대응 근거 마련

3) 「안양시 화학물질 안전관리위원회」 구성과 실질적 운영

4) 화학사고 대비 믿고 안심할 수 있는 안양시

 

  1. 성인지관점 재난대응 시스템 구축

제안배경

  1. 재난. 재해 발생시 여성은 남성보다 취약
  2.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 재난 취약성
  3. 여성 일반에 대한 고려 필요

정책제안

1) 성인지관점 재난관리 대상 재난을 선정

2) 성인지관점 재난관리 주요 대상자 규정

3) 관리자 가이드라인과 시민행동 매뉴얼 마련

 

  1. 안전한 통학로 만들기

제안배경

  1. 도시 변화로 인한 통학로 위험성 증대
  2. 학교 통학로 안전으로 도시 안전의 근간 마련
  3. 학교 통학로 안전과 교통약자를 위한 보행환경 조성 정책

정책제안

1) 장기간의 사업계획을 수립해 민관합동의 지역내 학교 통학로 안전도 조사

2) 통학로이용 당사자의 의견을 적극수렴, 시정부차원의 능동적 도시재생 방안 마련

3) 시민사회의 주체적 대처방안을 수립해 향후 관내 도시 안전기반 마련에 토대를 이룸

 

16. 노동이 존중받는 안양시

제안배경

기업하기 좋은 도시보다 일하기 좋은 도시 지향

도시의 지속발전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함께 일하며 사는 도시 만들기

정책제안

  1. 차별없는 성평등한 직장문화 구축

1) 성평등하게 일할 권리 보장

  1. 좋은 일자리 장려 나쁜 일자리 퇴출

1)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우수 기업 장려

2) 청소년 노동 보호

3) 지역연계 일자리 창출

계속 “2018 안양시 6.13 지방선거 정책제안서” 읽기

동화로 쓰는 생애사 – 두 번째 수업 기록

<동화로 쓰는 생애사> 두 번째 수업 기록
*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진행하는 <동화로 쓰는 생애사> 수업 기록입니다. 학우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오늘은 다들 사진을 가져오기로 했다. 지난 주에 담당자가 무슨 사진을 가져오라고 하면 좋겠느냐 묻길래, 학우들이 설명할 수 있는, 기억이 있는 사진이면 좋겠다고 했다. 발달장애인 수업은 처음이라 나는 하나씩 두들겨 가며 건넌다. 강의개요는 담당자가 이미 짜놨다. 각 강의의 제목이나 컨셉을 잡아둔 것인데 나로서는 부담이 덜해 외려 고맙다고 했다. 나는 이런 강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편은 아니다. 기초적으로 내가 짜놓은 강의안이 있지만 참가자마다 융통성 있게 그때그때 바꾼다. 초등학교 수업의 경우도 똑같은 교안을 다른 교실에 적용할 수 없다. 어떤 교사들은 같은 강의안을 시간까지 딱 짜맞춰 그대로 할 수 있는 모양인데 나는 그게 불가능하다. 참가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다음 내용으로 넘어갈 수 없다. 내가 하는 말에 동의하지 못하는데 다음 이야기를 하면 뭐하나. 강의 전엔 항상 강의를 요청한 사람에게 원하는 게 뭔지 묻는다. 얘기를 듣고 내가 할 수 없는 것인지 판단한다. 담당자가 적극 협조한다면 요청이 온 강의는 대부분 할 수 있는 범위에 든다. 이 수업은 내가 맡아도 담당자의 정보공유와 제안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수업 전에 몇 몇 학우들이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인사하자 은혜씨가 제일 크게 인사를 했다. 몇 명이 늦었고 교실에 왔다가 잠깐 나간 학우도 있었다. 지난 주에 내가 좋아하는 것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수업 시작 전에 은혜 씨가 <내 동생은 구름요리사>라는 노래가 좋다는 말을 꺼냈다. 다른 학우들을 기다리며 각자 좋아하는 노래 이야기를 해봤다. 재욱 씨는 여자친구의 팬인 모양이다. 재욱 씨가 여자친구 노래를 좋아한다면서 승민 씨가 자기도 좋아한다고 얘기했다. 나는 학우들에게 “선생님은 아이돌 노래 하나도 모르는데 누가 불러 줄 수 있어요?” 물었더니 수영 씨가 다음에 기타를 가져와서 해주겠다고 했다. 기타 반주가 없으면 노래를 할 수 없고 최선규 아나운서는 원래 기타리스트가 꿈이었다는 정보도 주었다.

수업을 시작하고 각자 가져온 사진을 꺼냈다. 사진 한 장을 골라 무슨 사진인가 잠시 생각한 다음에 학우들에게 보여주고 설명하기로 했다. 제일 먼저 손을 든 건 승민 씨였다. 승민 씨는 손을 들고 발표를 하겠다더니 앞으로 나와 책상 앞에 섰다. 두 손으로 사진을 잡고 사진 설명을 했다. 기어다닐 때 사진이다. 기억이 나냐고 물으니 기억이 난다고 대답했다. 나는 정말 기억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가 안아줄 때, 나를 반겨주니까 좋다는 표현을 했다. 그러면서 내 뒤에 서서 나를 꼬옥 안아주었다. “이렇게요.” 라며 몸으로 설명을 했다. 제일 먼저 손을 든 건 수업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지 기다렸다는 얘기로 들렸다.

은혜 씨는 바리스타 교육을 받을 때 사진을 가져왔다. 제과제빵 학원에서 커피를 배우고 난 뒤 김치, 하며 사진을 찍었을 때 기분이 좋았어요. 라는 완성된 문장으로 말했다. 은혜 씨는 발음하는 게 좀 어려운데 굴하지 않고 기다려주면 정확하게 발음하려고 애 쓴다. 수영 씨는 까페에서 화병을 들고 사진을 찍은 걸 설명했다. 나는 커피 머신에서 나는 소리가 어떻냐고 물었다. 수영 씨는 거침없이 “시끄러워요.”라고 대답했다. 비장애인들의 경우 이런 질문을 던지면 강사가 원하는 대답을 내놓는다. 꾸미고 묘사하려 애쓴다. 중년이상의 학우들인 경우 한 잔의 커피가 만들어지는 소리는 소중하고 값진 것, 자신의 보람에 대해 어필하려 했을 것이다. 수영 씨의 “시끄러워요.”라는 대답에 모두 웃었다. 가장 솔직한 말이다.

수정 씨는 엄마와 청평에 있는 강에 물놀이를 갔을 때 사진을 보여줬다. 말을 하며 늘 부끄러워 입을 가리고 중간중간 말을 멈춘다. 어머니가 수정 씨를 바라보는 눈빛에 사랑이 가득했다. 수정 씨는 지난 주에 관장님이 아버지같아 좋다고 말했다. 아마 수정 씨의 가정은 수정 씨에게 행복을 주는 공간임이 틀림없다. 나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런 집도 있을 것이다.

혜은 씨는 오늘 아침에 기분이 좋아서 울지 않았다는 말로 운을 띄었다. 지난 주에도 그 말을 여러 번 했다. 그 말은 아침에 자주 울었거나, 지금도 아침마다 자주 운다는 얘기 같았다. 나는 어릴 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우는 아이였다. 아침마다 화를 내는 엄마 탓이었겠지만 엄마가 없어도 울었고 있어도 울었다. 엄마는 나에게 저렇게 우니 저년이 집안을 말아먹을 것이라 악담을 퍼부었다. 혜은 씨가 “아침에 울지 않았어요.”라는 말을 할 때마다 나는 어린 내가 생각나서 울적해졌다.

채영 씨는 어린이집에서 국립묘지에 참배 갔던 이야기를 했고, 국립묘지가 어떤 곳인지 묻자 죽은 사람들이 묻혀 있는 곳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나라를 위해 싸우거나 일하다 돌아가신 분들이 묻혀 있는 곳”이라고 덧붙였는데 채영 씨가 내가 한 말을 그대로 따라 하며 다시 설명했다.

동선 씨는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지적장애 티가 안 날 것 같다. 다른 장소에서는 더 성숙한 모습을 보일 것 같기도 하다. 학우들과 같이 공부하는 과정에 맞춰서 잘 설명하려고 애쓰는 듯 하다. “지금은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청계산에 아버지와 같이 놀러갔던 기억이 납니다.”라고 말했다. 비둘기를 쫓아가다가 엄마를 잃어버렸을 때라고 했다. 나는 놀라며 엄마를 어찌 다시 찾았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길을 잃어버리면 다른 데로 가지 말고 그 자리에 있으라”고 늘 말해줬고 그 말을 그대로 따랐더니 엄마가 다시 돌아왔다고 말했다. 동선 씨는 자폐가 아니고 지적장애인데, 다운증후군으로 보인다. 글이나 그림을 그릴 때 강사의 눈치를 살피는 것으로 보아 다른 학우들보다 훨씬 더 사회화가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실 다른 교육을 받아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기현 씨는 외모상으로는 전혀 발달장애 티가 나지 않는다. 발달장애인들은 어릴 때부터 상호작용이나 의사소통을 하지 못해 표정이 굳어져 버려 성인이 된 뒤 외모로도 티가 나는 경우가 많다. 더러 뇌신경의 장애로 안면의 근육이나 특정 기관이 변형된 경우도 있는데 기현 씨는 비장애인처럼 보인다. 부모님과 어디 공원에 놀러간 사진을 보이며 설명하는데 지난 시간과 마찬가지로 말수가 적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여자친구 사진을 보여줘도 되냐고 물었다. 나는 기현 씨의 여자친구 사진을 보여준다는 줄 알았는데 걸그룹 “여자친구”사진을 보여주겠다는거였다. 기현 씨는 벽에 달아둔 캔버스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문방구에서 파는 것 같은 여자친구의 사진첩을 보여줬다. 내가 손을 뻗자 홱 가로챘는데 사전에 묻지 않고 만져서 미안하다고 바로 사과했다. 이렇게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면 차라리 속 시원하다. 기현 씨는 여자친구의 사진을 만지는 걸 싫어하는 것 같았지만 자랑은 열심히 했다. 평소 여자친구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지 학우들과 반말로 누구누구가 안경을 썼다는 얘기를 하며 웃었다.

재민 씨는 평소 “어”와 “응”의 중간발음으로 긍정하는 대답만 하고 다른 단어를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해는 가능하지만 소통은 거의 안되고 글쓰기도 할 수 없다. 초록색 점퍼를 입은 재민 씨 옆에 비슷한 또래의 남자아이가 서 있다. 나는 옆에 있는 사람을 짚으며 이 사람은 누구냐고 물었다. 재민 씨는 어, 어. 라고 고개만 끄덕였다. 나는 다시 “형이예요?” 라고 물었고 재민 씨는 어. 어. 라고만 대답했다. 내가 다시 “형아?”라고 물으니 어. 어. 하다가 짧게 “엉아.” 라고 대답했다. 누가 사진을 찍어줬냐고 물으니 “음마” 라고 대답했다. 나중에 담당복지사에게 오늘 처음으로 단어를 발음했다고 말했더니 담당자가 깜짝 놀라며 자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조금이라도 안 하던 일이 이루어지는 것 같다.

발표한 내용을 기반으로 글을 썼다. 은혜 씨는 고유명사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재능이 있어보였다. 계속 살펴볼 일이지만 복잡한 기관명, 예를 들어 “한국예술직업전문학교”라는 단어와 거기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을 때의 사업명을 정확하게 종이에 적었다. 보고 온 나도 지금 기억이 잘 안 난다. 동사나 형용사의 활용은 단조롭고 어휘도 몇 개 안되지만 한 번 말해준 것은 바로 바로 습득해 활용하는 능력도 있다. 다른 사람에게 들은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단어의 개수를 늘리는 일은 쉬운 일 아닐까. 브리오슈를 설명하는 은혜 씨에게 브리오슈가 무슨 빵이냐고 물으니 “눈사람 같은 빵이예요” 라고 두 어번 반복해서 설명해줬다. 타인의 직유법을 모방하는 것 같은데 다음 수업에는 직유로 말을 걸어봐야겠다. 최근에는 복지관에서 말을 잘 안 한다고 했는데 수업 중에는 활발하게 얘기를 잘 했다.

그림을 그릴 때 보면 기현 씨는 집중력이 금방 떨어지지만 수영 씨는 화면을 꽉 채우고 포스터처럼 진하게 색칠을 다 해서 화면을 가득 채운다. 승민 씨는 어두운 밤을 파랑색으로 칠했고 사진의 흰 배경도 파란색으로 칠했다. 벽지의 무늬를 부각시켜서 그렸고 그 부분을 따로 설명했다. 말하는 게 유창하고 발표력도 좋다. 승민 씨가 다른 때에도 말할 기회가 많을까 궁금해졌다.

수정 씨는 글을 잘 쓴다. “경련이 있지만 참고 있다.”, “지금 나는 성숙하게 많이 컸다. 내가 크고 점점 어른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적었길래 청평의 강에 놀러갔을 때 강 주변의 느낌에 대해서만 따로 적어달라고 종이를 한 장 더 주었다. 수정 씨는 부끄러워서 입과 얼굴을 자꾸 가리더니 다음과 같이 적었다.
“내가 청평에서 느낀 건 파도는 손을 간지럽피우듯이 스쳐지나가고 햇빛은 마치 무대의 조명같이 눈이 부신다. 나에겐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나는 수정 씨에게 “시인이 될 수도 있겠다”고 말했고 오늘 수정 씨가 쓴 거 사진 좀 찍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쑥스러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업이 다 끝나고 난 뒤 클리어파일에 각자의 결과물을 정리하는데 은혜, 동선 씨는 직접 정리를 다 하고 갔다. 혜은 씨는 나갔다 들어와서 클리어파일에 자기 글과 그림을 다 넣은 다음 의사도 집어넣고 인사도 하고 퇴장했다.

담당복지사와 오늘 수업에 대해 잠시 얘기하고 있는데 누가 뒤에서 나를 쓰윽 끌어안았다. 두 손이 가슴 아래에 와 묶이길래 깍지낀 손을 잡은 채로 복지사와 이야기를 조금 더 했다. 승민 씨였다. 나는 뒤돌아서 승민씨에게 팔을 벌렸다. 승민씨가 다시 나를 꼭 안아주며 선생님 다음 주에 또 만나요. 라고 말해주었다. 나도 두 손을 흔들며 잘 가라고 인사를 했더니 승민 씨가 손가락 하트를 보여주더니 머리 위로 하트를 만들며 선생님 사랑해요. 라고 해줬다. 나도 승민 씨를 따라했다. 복지사 샘과 자원봉사 선생님들에게 인사를 하고 먼저 교실을 나왔다. 집에 오는 내내 사랑한다고 말해준 승민 씨 생각을 했다.

스킨십을 좋아하는구나. 살면서 많은 사람들과 체온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네. 나도 그렇고, 승민 씨도 그렇고.

2018년 5월 16일의 일을 18일에 적다.

 

동화로 쓰는 생애사 – 첫 번째 수업 기록

 

장애인복지관에서 생애사쓰기 강사를 찾는다고 연락이 왔다. 오래전 <뜻밖의여정>이라는 책 작업을 같이 했던 복지관이다. 대상을 물으니 성인발달장애인들이라 했다. 일단 담당자를 만나보기로 했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정말 적임자를 찾지 못한다면 좋은 기회로 받아들이겠지만, 깜냥에 안되는 일을 하겠다고 덤비는 꼴이 될까 두려웠다.

내가 이걸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특수교육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다. 수년간 발달장애아들과 한 달에 두어 번 만나고 기록한 바는 있으나 내가 발달장애인을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 담당자에게 물었다. 복지사는 자기가 기준으로 한 것은 생애사쓰기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을 찾은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있자니 내가 가진 발달장애에 대해 편견을 가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식에 대한 의심은 아주 낮은 주파수 같았다. 어떤 친구들이 수업에 오게 되느냐 물었다. 성인발달장애 중에서 쓰기와 읽기가 가능한 친구들이라고 말했다. 복지사는 다른 지역에서 만들어낸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발달장애인들의 그림을 본 적은 있다. 독특하고 묘한 느낌인데 선이 분명하고 색채가 화사했다.

<동화로 쓰는 생애사>수업에 참여하기로 한 친구들은 20대 이상 성인발달장애인 9명이었다. 의사소통이 안 되는 참가자도 있지만 쓰기와 읽기가 능숙한 사람도 있었다. 첫 만남에서 참가자들은 큰소리로 반갑게 나에게 인사를 했다. 먼저 앉은 은혜 씨가 소개를 해달라고 해서 친구들이 다 오면 인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교실에 들어서서 참가자들의 명단을 받았다. 자폐1급, 지적장애 1급, 2급 등 다양했는데 이들의 양상이 모두 다른 것 같았다. 일단 나는 참가자들이 어느 정도 수행능력이 있는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 이건 장애여부를 떠나 모든 수업이 똑같다. 모둠활동을 해야 하는 수업인 경우 상호 의사소통이 얼마나 잘 되는지, 교실의 분위기가 어떤지를 알아야 한다. 초등학교 수업의 경우 반의 분위기가 천차만별인데 평소 담임이 어떤 성향을 보이는지도 큰 영향력이 있다. 참가자들의 언어표현력을 알아보기 위해서 각자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했다. 나는 모두 성인이기 때문에 누구 씨, 라고 이름 뒤에 “씨”를 붙여 부르기로 했다. 내 소개를 하자 참가자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크게 박수를 쳐주었다. 쉬운 단어를 쓰고 또박또박, 천천히 말하며 한 명씩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해달라고 했다. 참가자 중의 몇 명이 손을 내밀어 나에게 악수를 청하길래 나는 자기소개를 할 참가자 옆에 가서 서서 인사를 듣고 메모를 한 다음 소개를 끝내고 앉는 참가자와 한 명씩 인사를 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라고 말을 하면 참가자들도 반갑습니다. 라고 높은 소리로 말했다.

수첩을 꺼내놓고 자리에 앉은 순서대로 이름을 적으며 참가자들의 이름을 외우려고 애 썼다. 오래 전엔 어떤 모임에 가도 순식간에 사람 이름을 외우곤 했는데 10여 년 전부터 그게 전혀 안된다. 이번에는 빨리 이름을 외워야 했다.

한 사람은 자기가 1996년생이라는 걸 강조했으며 한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주제를 꼭 끼워서 이야기했다. 9명의 발달장애인, 이라고 뭉뚱그리기에 모자란, 모두가 뚜렷한 개성과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우리가 “장애”라고 규정지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평범, 이라는 것이 과연 무슨 잣대인지 모르겠으나 비장애인들의 통상적인 의사소통, 주고받는 것들이 약간 상이하게 작용할 때가 있다. 비장애인이라고 모두 똑같이 반응하지 않는 것과 동일하다. 안녕하세요? 라고 물었을 때, 비장애인인 경우 안녕치 못하다. 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발달장애인도 마찬가지다.

복지관에서 전해준 참가자 자료엔 자폐성 1급과 2급, 지적 1급과 2급, 3급으로 장애등급이 적혀 있었다. 한 명 한명 자기소개를 하며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 해달라고 부탁했다. 지석 씨는 에, 와 응, 의 중간발음으로 대답만 하는 경우가 많다더니 발표는 하지 못했다. 다른 참가자들은 모두 내가 물어본 질문에 정확하게 잘 대답했다. 자기 이름은 무엇이고, 아빠와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거나, 아나운서를 좋아한다거나, 피아노 치는 걸 좋아한다거나, 커피 만들 때를 좋아한다는 등 다양한 자기 취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가만 보니 몇 명은 나이가 비슷해 서로 진한 친구관계가 형성되어 있었고 여성 발달장애인의 경우 언니 동생 하는 사이도 있었다.

45분 정도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쓰기 능력을 봐야 하는데 이 주제로 끌고 갈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던 찰나, 관장님이 들어와 첫 수업을 축하한다며 인사를 했다. 예전에 뜻밖의 여정 프로젝트 때는 이 기관에서 국장님으로 일하던 분이다. 서글서글하니 잘 생긴 편이고 겸손하고 예의바른 분인데 관장님이 들어오자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흥분을 금치 못했다. 수연 씨 같은 경우 볼에 약간의 경련이 일었고 얼굴이 붉어졌다. 모두들 관장님을 엄청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다시 참가자들에게 관장님은 어떤 사람인지 뭐가 좋은지 이야기 해달라고 했더니 다들 아빠 같고, 친절하다, 는 대답이 나왔다. 수연 씨는 “배려가 깊다”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수연 씨는 이어서 “배려가 깊은 남자는 여자에게도 잘 해요.”라는 말도 했다. 고급단어가 나온 것에 의의를 두고 수업을 이어갔다.

우리가 좋아하는 관장님이 들어와서 관장님 이야기를 나눠봤으니 이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써보자. 고 했다. 모두들 좋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내가 “이제 무엇무엇을 해볼까요?”라고 물으면 “네 좋아요!”라고 높은 옥타브의 목소리로 크게 대답했다.

복지사선생님들이 나눠준 흰 종이를 앞에 두고 가만히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을 적어보자고 했다. 그리고 잠깐 시간을 둔 다음 종이를 뒤집어서 그 사람에 대한 설명을 적어보자고 했다. 몇몇 참가자는 연필을 꾹꾹 눌러쓰며 글을 적어갔다. 글쓰기가 어려운 참가자는 봉사자들이 옆에 앉아서 대신 받아써 줬다. 참가자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서 다양하게 적었다. 관장님에 대해 쓴 사람은 두 명이었다. 한 남성 참가자는 상당히 긴 문장으로 구체적인 이야기를 적었다. 중학교 때 전학하게 돼서 복지관을 못 온 적이 있었는데 다시 복지관에 나오게 되어 관장님을 봤을 때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웠다는 이야기를 적었다. 수연 씨는 관장님이 아빠같아서 정말 좋다고 하길래, 나는 그럼 수연 씨 아버지도 정말 좋은 사람이겠네요. 라고 물었다. 수연 씨는 그렇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수연 씨는 좋은 아빠가 있어서 참 행복하겠다고 하니 이번에도 그렇다면서 웃었다.

글씨를 잘 읽지 못하는 채림 씨는 말하는 대로 봉사자가 받아 적었고 그 종이를 들고 일어나 더듬더듬 읽어나갔다. 상민 씨는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 수영 씨에 대해 적으며 나에게 설명을 했다. 무용단 활동을 할 때 같이 장난을 친 게 좋았다고 해서 장난을 주고받는 게 잘 되는 친구냐고 물었더니 장난도 주고받고, 라는 표현을 바로 받아서 적었다. 주현 씨는 계속 손을 흔들면서 혼잣말을 끊임없이 했다. 담당자에게 주현 씨는 모든 이야기의 끝이 아나운서 이야기라는 정보를 받았다. 영어공부도 열심히 해서 영어로 대화가 가능하고 겁먹지 않고 외국인과도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을 한다고 했다. 주현 씨는 들은 대로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최선규 아나운서고 김정근, 오상진 아나운서와 자기까지 네 명이 같이 에버랜드를 가는 게 자기 꿈이라고 말했다. 자폐1급이지만 지능이 상당히 높아보인다고 담당복지사에게 물었더니 담당자들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언어능력이 뛰어나 보였다. 모든 이야기의 끝이 아나운서라는 점도 “말”에 대한 특별한 흥미를 갖고 있거나, 아직 발견하지 못한 재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말하기와 글쓰기 수업을 마치면 미술선생님이 그림 수업을 바로 이어서 진행한다. 그림 선생님은 복지관에서 발달장애아이들과 성인발달장애 직업훈련 수업도 진행한 적이 있다. 친절하고 정중한 말투로 수업을 진행했다. 참가자들 모두 그림을 꽤 잘 그렸다. 색칠도 잘 해서 그림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선생님이 참가자들의 그림을 한 장씩 들고 구체적으로 칭찬을 했다. 다들 환히 웃으며 즐거워했다.

첫 시간이라 들뜬 마음이 없지 않았으리라. 긴장했던 나도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었다.

담당복지사에게 이 참가자들도 날씨 영향을 받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중학생이나 초등학생, 노인들도 마찬가지다.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은 전체적으로 흐트러진다. 노인들은 우울감까지 증폭된다. 담당자가 전해준 참가자 명단엔 스트레스 받을 때 하는 정동행동도 적혀 있다. 수업을 하면서 나 스스로 기억하게 되겠지만 미리 미리 숙지하는 게 좋겠다. 담당자에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돌발행동을 하는 참가자에 대해서 물었더니 담당자가 몇 명의 성향과 감정기복에 대해 설명했고 그럴 때는 각자 이런 대처방법을 가지고 있다고 대답해줬다. 그 얘기를 듣고 난 나는 “비장애인들은 자기감정에 대한 대처법이 없는 경우가 훨씬 많아 사고를 치기 쉬운데, 자기감정 대처법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수업이 끝나고 첫 시간이라 미술 선생님과 담당복지사와 같이 점심을 먹었다.

첫 회의 때 물었던 질문을 다시 했다.

“이 수업을 저에게 맡기신 이유가, 여전히 궁금한데요. 저보다 능력 있는 선생님들이 있으실 텐데, 못 찾으신 건가요?”

담당자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희는 말씀드렸듯이 생애사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선생님이면 된다고 생각했고요. 그리고, 다른데서 강의도 많이 하시는 분이 우리 친구들하고도 같이 수업을 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특수교육을 전공한 글쓰기 전문 선생님은 없고요. 예체능쪽은 대부분 치료로 접근하세요. 저는 치료도 필요하지만 교육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담당자가 말을 아끼려 애쓴다는 게 느껴졌다.

치료도 필요하지만 교육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는, 자꾸 교정하려 들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비장애인들이 받는 교육을 장애인들도 동등하게 받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으로 읽혔다.

이기적인 생각으로, 이런 수업을 장기간 진행하면 강사료를 떠나 내가 공부하는 게 무척 많다. 그건 강사료로 가늠하기 어려운 일이다. 기회가 쉽게 오지도 않는 일이다. 나는 숨김없이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고 담당자에게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하며, 올 한 해, 이 수업을 통해 나도 크게 자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담당자는 그리 생각해주시니 마음이 놓인다며 고맙다고 말했다.

항상 나를 주저하게 만드는 건,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파고들다 보면 그 질문이 왜 생겨났는지 맥락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여태 해왔던 수많은 수업을 기록하겠다면서 한 번도 제대로 기록한 적 없다. 수업은 화요일에 있었고 지금은 목요일 밤인데, 이틀 동안 다른 일이 밀려 이 파일을 펴놓고 띄엄띄엄 적었다. 일단 적기로 한다. 생각은 묵히면서 다시 해보기로 한다.

아홉 명의 참가자들을 나도 이제 “학우”라 불러볼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글을 공개하면 발달장애가 낯선 사람들이 세계를 넓히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도 해본다.

세상에 있는 모든 삶에게 응원을 보내며, 올해 가장 기대되는 일을 시작한다. 10월 말까지 우리 모두 무탈하길.

2018년 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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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이 글을 보실 수 있는 분들 중에 해당 기관 이용자가 적지 않아 이름을 모두 바꿔 적었습니다.

 

마른 빵, 마른 잎 

이한열열사의 추모제가 열리는 시청 앞 광장에 노을이 내려앉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안치환이 나와 거칠고 익숙한 목소리로 “마른 잎 다시 살아나”를 부르고 있었다. 

시청 뒤 NPO센터에서 있을 행사에 가러 나온 길이었다. 

행사 시작전인 센터 안은 꽤 무더웠다. 냉방이 필요했는데 아직 장치를 가동하지 않은 듯 했다.

북태평양에서 바람이 불어온다는 며칠, 바깥 바람이 상당히 시원했다. 

베이스와 낮은 드럼 소리의 진동이 거리를 쿵쿵 울리는 시청 뒷골목에 앉아 있었다. 

사위가 곧 어두워질 것이었고 아직 여기 저기 햇빛이 남아 있었다. 

선배를 만나 벤치에 앉아 일 이야기를 하다, 80년대의 이야기를 잠시 들었다. 
우리가 앉아있던 벤치 앞,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이면도로에 작은 원동기가 하나 섰다. 뭔가 들은 것 같은 비닐봉투를 안장에 얹은 작은 원동기에서 노인이 내렸다. 그는 내가 바라보는 방향의 가장 끄트머리 벤치에 앉았다. 주섬주섬 품에서 빵과 우유를 꺼내 천천히 입에 쑤셔 넣었다. 나는 선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그가 빵을 먹는 모습이 자꾸 시야에 들어왔다. 70년대 학번들의 낭만과, 80년대 학번들의 전투적이고 조직적인 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빵이 들어가는 노인의 입 매무새가 자꾸 눈에 들어와, 87년쯤, 저 사람은 몇 살이었을까, 딴 생각을 했다. 
칠순은 훌쩍 넘었을 거 같은 노인의 저녁은 시원한 북풍이 부는 시청 뒷골목의 벤치 위에서 마른 빵 하나. 오늘치 빵 하나의 노동은 어떠했을까.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고, 대통령 탄핵을 거머쥐고, 새로운 정권을 창출한 오늘, 박종철과 이한열이 죽고 30년이 지난 지금, 노인의 삶을 얼마나 달라졌을까. 
적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대오는 흩어져 골목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가스처럼 낮게 깔리는 귀신에 사로잡혀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른다. 단 하나의 마른 빵을 위해, 마른 잎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걱정말라는 노래의 가사를 믿어도 될까. 
2017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