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숨을 곳이 없다

아이들을 만나다보면 전반적으로 죄책감이 뿌리깊게 퍼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오늘 4학년 미디어수업에서 새로 바뀐 유튜브 스트리밍 정책을 말하며, 왜 14세 미만 어린이들은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만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이 바뀌었을까? 물었다. 아이들은 “애들이라 뭘 모르니까요.” “쓸데없는 거 하니까요.” 라고 대답했다. 이런 반응은 작년 출간한 <포기하지 않아, 지구>를 쓰기 위해 취재를 했을“아이들은 숨을 곳이 없다” 계속 읽기

자전거 타는 아이

며칠 전에 본 풍경이다. 집 앞에 나서면 좁은 4차선 도로가 있고 500미터쯤 나가야 16차선쯤 되는 대로가 나온다. 내가 어딜 가든 항상 대로앞에서 우회전이나 좌회전을 하게 마련이고 대로 바로 앞에 횡단보도가 있다. 신호등이 잘 안 보일 때가 있고 여기까지는 동네골목이나 마찬가지라 늘 천천히 움직인다. 가끔 버스가 뒤에서 엄청 빵빵거리지만. 저녁이었다. 7시쯤 되었다. 사방이 완전히 어두웠고 저녁의“자전거 타는 아이” 계속 읽기

절반의 부모 절반의 아이

부모님의 생애사를 쓰겠다는 사람들이 모여 강좌신청을 했다. 8주간의 강좌는 생애사쓰기에 대해 소논문을 작성하신 수리장애인복지관 이형진관장님이 특강으로 마무리했다. 엄마를 이야기하며 눈물짓는 선한 사람과, 아버지의 처절했던 삶의 투쟁에 대해 울먹이는 사람이 있다. 나에겐 둘 다 생경스러운 풍경이다. 몇 년전이었다면 배알이 뒤틀리거나 기분이 착찹했을 것이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은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태초부터 없던 것과 다를“절반의 부모 절반의 아이” 계속 읽기

응급실의 치유

애가 코 골고 잘 자길래 영화나 하나 볼까 하고 마루에 앉아 있었더니 보채는 소리가 들려 방으로 다시 가봤다. 귀가 아프다고 아기처럼 울며 보채는데 애 얼굴이 귀까지 붉고 약간 부어 올랐다. 일으켜 세워 뿌우 다시 해보라 하니 물만 찾고 뿌우 하면 귀가 더 아프다한다. 어지럽다고도 하고 양쪽 귀를 잡아당겼을 때 한 쪽에만 극심한 통증이 오는지 자지러지게“응급실의 치유” 계속 읽기

침묵과 말

꽤 긴 글 1.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암묵적 동의, 내지는 규율이 존재한다. 성문법은 아니지만 보편적 상식이라고 하는 것들이다. 그 주된 것은 “침묵하라” 는 것이다. 특히 이 나라에서는 “침묵하라” 가 매우 쓸모있는 삶의 지침이 되었다. “국으로 가만히 있어.”, “입 닫고 있으면 중간이나 가지.”, “나대지 마”. 중학교 2학년 초에 환경미화를 하다가 학교 학급신문을 대자보 형식으로 만들어 교실뒤에“침묵과 말” 계속 읽기

엄마 나는 왜 살아?

아빠 누나와 바다에 갔다와서 아주 늦은 저녁을 먹던 아들이 묻는다. “엄마. 나 요즘 꿈을 꾸는 게 있어.”“뭔데?”“아니. 궁금한 게 있어. 알고 싶은 거. 고민이야.”“뭔데 말해봐” (갈치 바르는 중) “엄마. 사람은 왜 태어나고 왜 죽고 왜 살아?” (젓가락 정지 동작멈춤)“그러니까 나는 왜 태어나고 나는 왜 살아?”“•_•;;;;;;;;;”“나 요즘 꿈이야. 궁금해서 꿈꾼다는 말이야.”  “예환이한테는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지?”(일어나서 몸을 반으로 나누는“엄마 나는 왜 살아?” 계속 읽기

낡고 불안한 버스 – 석달간의 공교육 소회

1학년 아이의 알림장 앞에 칭찬스티커 붙이기가 있다. 학교에서 선생님께서 칭찬받을 일이 있으면 붙여주는 스티커이다. 이런 제도는 이미 보편화 된 지 오래되었고 그에 대한 폐해 및 부작용으로 인해 반대의 목소리도 크다. 내 아이는 6학년때부터 태권도에 다녔는데 그 때 처음 칭찬스티커의 존재를 알았다. 스티커를 적게 받아온 날은 울고 불고 난리까지 쳐서 내가 이노무 스티커를 다 갖다 버리겠다고“낡고 불안한 버스 – 석달간의 공교육 소회” 계속 읽기

옛이야기속의 계모

매일 하나씩 읽어주는 옛이야기보따리. 아이가 재미가 붙었는지 읽어달라고 한다. 오늘은 계모얘기를 읽었는데, 생각해보니 전통설화/신화/전래동화 , 즉 옛이야기에 등장하는 계모들은 1. 어느 날 갑자기 집에 들어오고 2. 아버지와의 애정관계는 불분명하며 3. 계모가 등장함과 동시에 아버지는 사라지거나 역할이 미미해지거나, 생계를 책임지느라 자식을버려두고 계모에게 양육을 맡긴다. 4. 이를테면, 새로 들어온 계모들의 역할은 한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보모 및 육아담당으로 들어오고,“옛이야기속의 계모” 계속 읽기

안녕 새.혼.

설날 연휴. 아이와 함께 서울나들이에 나섰다. 남산골 한옥마을에 가서 한옥의 풍경이라도 보여주고 싶었다. 느즈막히 출발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행사는 끝물이거나, 이미 끝났을 것이 분명했다. 지인의 집 근처에 차를 대고 걸어가기로 했다. 아이는 차 안에서 깊게 잠이 들었다. 차를 세우고 아이를 깨웠다. 다 왔다. 다 왔다. 자 이제 일어나야지. 엄마 졸려. 엄마 졸려를 반복하던 아이는 그래도 새로운“안녕 새.혼.” 계속 읽기

도시의 극장

갑작스럽게 내 신변을 환기할 필요가 있었다. 스트레스 저항력이 약해지는지, 이제는 몸의 증상으로 치환되는 일이 너무 잦아지는 중이다. 사소한 일을 마치고 나서 갑자기 진땀이 나고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까지 아파져 급하게 휴대폰 어플을 켜고 제일 빨리 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의 극장에 영화예매를 했다. 바지만 다른 것으로 갈아입고 외투를 챙겨입고 부랴부랴 어두워 지는 밤길을 달려 극장까지“도시의 극장”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