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빛깔 무지개 – 4

 

  1. 제안

 

마을을 주제로 하는 수업은 여러 가지를 구상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지도를 이용한 맵핑은 직접 발로 뛰며 체험하는 역동적인 수업으로 연결될 것이다. 서두에 간단하게 밝혔듯이 몇 가지 수업아이디어를 제안하면서 안양중학교 마을공동체사업의 경과를 마무리한다.

 

제목 내용 관련교과목
마을안전지도 마을의 골목과 구획을 나누어 아이들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안전성을 표시한다.

불법주차구역, 버스승강장의 위험도, 일방통행도로, 우범지역등을 표시한다.

사회
생태지도 그리기 마을에 있는 각 가옥의 나무, 가로수,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을 조사하여 도시생태를 기록조사한다. 과학 수학
마을재활용쓰레기 배출현황 각 가정과 사업자에서 배출되는 재활용쓰레기의 종류와 상태를 점검해 환경자원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통계자료를 만들어 구획별 특성을 파악하여 주민들의 생활패턴을 추정한다. 사회 수학
마을 표지판 연구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지판이나 간판을 종류별로 조사·분석하여 마을에 가장 많은 표지판과 경고문등을 정리해 마을을 이해한다.

올바른 표현과 옳지 못한 표기법을 찾아내거나 오류가 있는 문장, 바르지 못한 영문표기법을 발굴할 수도 있다.

국어 영어 수학
상가분포도 조사 학교 주변 상가의 업종을 조사하여 통계를 내고 이 자료를 분석하여 마을의 특성을 이해하고 지역문화자원이 될 수 있는 장기거주자도 발굴해낸다.

수시로 변경되는 업종을 장기계획으로 지속추적관찰하여 지역경제의 흐름을 간파할 수도 있다.

사회
마을 지도그리기 수차례 탐사를 진행한 뒤 마을지도를 그리되 가장 넓은 도로와 하천, 산등을 기본으로 제시하고 그 위에 주관적으로 아이들이 크기와 색상을 변경해 창의적인 지도를 그려 아이들의 호감도와 인식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 미술 사회
냄새 지도 만들기

소리 지도 만들기

마을탐사를 통해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작은 골목과 구획의 냄새나 소리를 기억해 지도에 표시한다. 시각에 의존하지 않는 후각과 청각으로 새로운 지도를 그리고 장애인 접근도를 고민해본다. 사회 과학
교통약자를 위한 지도 기관의 협조를 얻어 휠체어나 유모차등을 활용하여 학교 주변에 교통약자들이 어떻게 이동할 수 있는 직접 체험하여 위험요소를 표시한다.

지도제작은 장애인복지관과 협력하여 공동 프로젝트로 추진할 수도 있다.

사회

민주시민교육

공공 화장실 지도 학교 주변 사용가능한 공공화장실을 찾아내어 확인하고 사회복지 측면에서 개인의 사유물이 얼마나 공유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 지도는 서울시 커뮤니티맵핑센터 창립자 임완수박사가 2005년에 뉴욕에서 처음 만들어 이후 다양한 커뮤니티 맵핑을 진행했다.

사회

 

공동체의 파괴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더 논의하고 싶지 않다.

시대가 변한만큼 세상은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급박하게 변하는 시대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람의 온기를 그리워하며 살아있는 사람을 직접 만나고 싶어 한다.

진로문제로 수많은 아이들이 과도하게 고민하는 이유는 살아 숨 쉬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계가 전문화 분업화되며 볼 수 있는 시야가 점점 좁아졌다. 너른 시선으로 세상을 이해할 수 있어야 삶에 대한 고민도 줄어든다.

믿는 만큼 해내는 아이들의 용기로 믿지 못해 의심하는 어른들의 마음을 녹일 수 있는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도 아직은 아이들이 희망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2015년 12월의 기록

 

 

열두빛깔 무지개 – 3

[안양중학교 1학년 8반 9반 학생들의 인터뷰 희망대상자 거점지역 맵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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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소를 기반으로 구획을 나누어 정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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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이동할 모둠을 정해 4개 팀으로 구성하되 함께 진행할 교사도 상황별로 정리한다.

거리가 멀거나 유달리 떨어진 곳이 있는데 제일 먼 곳을 제일 유심히 지켜보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지도교사는 학교와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의 안전을 우선 살피도록 한다.

인터뷰 대상자의 만남장소를 교사가 파악하지 못할 경우 아이들에게 묻는다. 지역에 관한 정보는 교사보다 아이들이 더 잘 알고 있으며 위험지역이나 우범지대 역시 아이들이 더 정확히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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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섭외가 실패하거나 불발될 경우를 대비하여 차순위로 방문할 수 있는 희망대상자를 함께 명시한다. 외부 외출시 아이들이 들뜬 마음에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에 비상시 대책을 사전에 준비해야 하며, 담당교사들은 아이들이 인터뷰장소로 입장하는 것 까지만 확인하고 개입하지 않기 위해 중간지점에서 기다린다. 성인 개입시 아이들의 자율성이 방해받을 수 있고 위축될 수 있으며 반면 의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아이들끼리의 모둠활동에 성인은 철저히 배제하는 것이 좋다.

섭외외출은 되도록 자율적으로 진행하도록 하되 꼭 지켜야 할 사항만 정확하게 전달하도록 한다. 아이들이 가지고 가야 할 명찰이나 기록을 위한 필기도구와 인터뷰 동의서는 꼼꼼하게 각 팀별 지도교사가 확인한다.

정리된 섭외결과로 인터뷰에 대한 구획지도는 다시 한 번 정비한다. 섭외중에 인터뷰를 끝낸 모둠도 있었기 때문에 먼저 끝낸 모둠은 교실로 돌아와 강사와 함께 내용을 정리하고 다른 모둠은 지장없이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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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외출할 때 교사와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은 무조건적 신뢰다. 실패하는 모둠이 발생하길 기다리는 것이 좋다. 모든 모둠이 성공하지 않기를 바라야 한다. 성공경험은 만들어줄 수 있으나 실패경험은 만들어 줄 수 없다. 교실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던 아이가 밖에 나가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고 수행능력이 부족해 보이는 아이가 반전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확신시키되 가장 먼저 확신을 심어줘야 할 지도자가 아이들을 먼저 신뢰해야 한다. 완벽하게 섭외와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는 역량강화훈련이 부족했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말고 아이들이 잘하지 못해도 시도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칭찬해야 한다.

섭외과정에서도 각자의 역할수행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각 조마다 정해진 역할을 다시 인지시키고 책임PD가 섭외와 인터뷰에 관련된 모든 돌발상황을 책임지도록 한다. 교사는 되도록 개입하지 않되 아이들의 부탁이 있을 때만 개입하도록 한다.

작가는 섭외당시 상황을 기록하여 제출하고, 인터뷰기자는 섭외요청을 직접 말로 전달한다. 사진기자는 섭외당시 상황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영상기자도 영상으로 기록한다.

섭외 시 인터뷰대상자를 만날 장소를 면밀히 살펴 질문지 작성에 도움이 되도록 전체 분위기를 파악하고 느낌을 기억하며 새로운 것을 발견해오도록 지도한다.

 

섭외과정에서 1순위에 실패한 조는 바로 다른 대상자에게 이동할 수 있도록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협의하여 진행하고 아이들의 의견을 우선반영한다. 섭외문구 지침을 주었더니 말로 자세히 설명하지 못하고 서류만 전달하거나 주어진 문구를 그대로 읽는 경우가 많았다. 속도를 늦추어 상세히 실습하지 못한 탓이다.

 

섭외가 완료된 상황을 주강사에게 제출하면 주강사는 아이들의 섭외내역을 바탕으로 다시 구획을 정리하고 인터뷰 대상자의 기본사항을 파악하여 표로 도출한다. 이 사이 아이들은 인터뷰 대상자에게 제출할 질문을 별도로 정리하여 제출한다.

[엑셀시트 참고]

 

인터뷰 당일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아이들이 정리해온 질문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각 모둠별 질문지를 모두 확인하고 미비한 부분을 지도강사가 추가해서 질문하도록 방향을 잡아준다.

각 역할별로 주의할 점을 알려줘서 기본적인 취재기록을 잘 해올 수 있도록 지도한다.

 

역할별 주의사항
영상 자막처리와 편집을 할 수 있으면 해서 제출합니다.

인터뷰 기자보다 대상자의 얼굴과 손짓을 더 집중적으로 찍습니다.

용기를 내어 되도록 가까이에서 찍습니다.

사진 인터뷰 대상자를 더 크게 찍습니다.

스텝과 인터뷰 취재단의 모습이 인터뷰대상자와 겹치지 않도록 합니다.

인터뷰 장소가 그 사람의 직업과 관련있을 경우 내부 풍경을 더 찍어오도록 합니다.

인터뷰 장소와 그 사람이 일하는 곳은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오도록 찍고 세로와 가로 중 어떤 구도를 택할 것인지 고릅니다.

작가 취재 상황은 문장은 육하원칙에 맞춰서 씁니다.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꼼꼼하게 자세하게 정확하게 씁니다

인터뷰 기자 인터뷰는 또박또박 명료하게 말합니다.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질문합니다.

항상 예의 바르게 행동합니다

책임 PD 모든 구성원이 각자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구성원이 어려워하는 일은 대신 합니다.

인터뷰 진행이 잘 진행되도록 최대한 협조합니다.

 

또한 이 인터뷰는 정보취득을 위한 목적이라기 보단 사람간의 소통이 목적이므로 약탈적 인터뷰를 지양하도록 지도한다.

 

인터뷰 금기질문
모든 인터뷰에서 금기할 사항은 아님
우리가 할 인터뷰에서 되도록 하지 말아야 할 질문100인 100색 인터뷰는 적나라한 기사용 인터뷰가 아닙니다.

우리는 사람을 만나고 그 이야기를 듣는 것이 목적이지 무언가를 캐묻기 위해서 만나지 않습니다.

불편한 인상을 주지 않도록 합니다.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안양중학교를 대표한다는 것을 꼭 기억합니다.

상대방의 약점, 상처를 건드리는 질문

월수입, 임대료, 일 매출 등 금전적 상황에 대한 구체적 질문

꼭 묻고 싶으면 -> 장사가 잘 되시는지? 정도로 뭉뚱그려서 질문할 것

인터뷰어의 특이한 점에 대해 놀라지 말 것

인터뷰어가 대답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은 더 캐묻지 말 것

 

각 모둠별로 인터뷰를 진행하되 되도록 현장에서 기록한 내용을 교실로 돌아와 주강사에게 제출하도록 한다. 가장 좋은 것은 모둠별로 모든 상황을 잘 정리해 PD가 취합한 다음 한꺼번에 주강사에게 제출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개개인별로 여건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각자 개별적으로 제출하되 각 모둠의 PD가 확인하는 선에서 그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휴대폰을 이용해 주강사에게 제출하게 되는데 인스턴트 메시지를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보편적이다. 아이들은 데이터 전송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무선인터넷을 이용하도록 하면 좋겠으나 설비시설 여건상 준비되지 않아 주강사의 핫스팟을 열어 데이터를 공유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일부 촬영한 영상은 용량이 커서 집에 돌아가 컴퓨터에 옮겨 이메일로 전송하도록 했고 작가는 인터뷰 상황을 정리하고 인터뷰기자는 질문과 답변을 글로 적어 제출하도록 했다.

 

질문지 작성에 어려움을 겪는 모둠을 위해서 기본예시도 준비하도록 한다.

살아온 날들 중 가장 행복한 날 하루를 떠올린다면?

지금 하는 일을 하던 중 가장 기분 좋았던 에피소드는?

일을 하다가 정말 힘들 때는 언제이며 어떻게 극복하시는지?

인생에 지켜야 할 덕목이 있다면 무엇일지?

안양중학교 학생들에게 칭찬해줄 게 있다면 무엇인지?

이 동네에서 일하신 건 언제부터인지?

석수3동은 어떤 동네라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안양중학교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11월입니다. 올 한 해 꼭 기억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내년 계획은 세우셨나요? 내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올 한 해 하지 못해서 아쉬운 일은 무엇인가요?

중학교때 친구들과 지금도 연락을 하시나요?

매일 매일 똑같은 일을 하는 게 어렵지 않으신가요?

출퇴근 시간은 어떻게 되시나요?

지금과 같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자격증이나 가게 허가등.

취미가 있으신가요? 제일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좋아하는 노래가 있으신가요? 요즘 유행가를 알고 있으신가요?

 

 

질문의 깊이는 취재자의 세계의 깊이를 따라간다. 조금 더 여유있는 시간이 주어졌으면 한 사람의 삶을 상상해보고 그의 하루를 추적해보는 수업도 진행할 수 있었을텐데 여건상 어려워 생략한 점이 많이 아쉽다.

 

기초적 질문에도 지역주민들은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주었고 아이들은 힘들고 어렵기도 했지만 깨닫는 것도 많고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예상치 못하게 별도의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서 발표한 친구들도 있었다.

역시 아이들은 믿는 만큼 해 낸다는 확신을 다시 한 번 정립하는 계기였다.

 

열두빛깔 무지개 – 2

본 게시물은 2015년도 안양중학교에서 실시한 자유학기제와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을 기획하고 진행한 내용입니다.

자료집은 안양과천교육지원청에서 발간했으며, 강의안과 진행내용을 나누어 올립니다. 안양중학교 1학년 2개반 학생들, 총 60명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12개의 모둠으로 나뉘어 석수3동 충훈부 일대 주민들을 만나 인터뷰한 프로젝트입니다.

계속 “열두빛깔 무지개 – 2” 읽기

열두빛깔 무지개 – 1

본 게시물은 2015년도 안양중학교에서 실시한 자유학기제와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을 기획하고 진행한 내용입니다.

자료집은 안양과천교육지원청에서 발간했으며, 강의안과 진행내용을 나누어 올립니다. 안양중학교 1학년 2개반 학생들, 총 60명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12개의 모둠으로 나뉘어 석수3동 충훈부 일대 주민들을 만나 인터뷰한 프로젝트입니다.

 

계속 “열두빛깔 무지개 – 1” 읽기

게임 규제는 과연 게임을 규제했는가

2004년 10월 몇몇 시민단체들이 ‘청소년 수면권 확보를 위한 대책마련 포럼’을 결성해 청소년들의 수면권을 보장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온라인 게임의 셧다운 제도 도입을 촉구했다.

2005년 7월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대표발의 한나라당 김재경)이 발의되어 처음으로 셧다운 제도 입법이 시도되었으나 게임 업계와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의 의견 충돌 문제로 입법은 무산되었다.

2006년 10월에는 온라인 게임을 포함한 인터넷 중독 방지를 목적으로 ‘정보통신 서비스 중독의 예방과 해소에 관한 법률’이 발의(대표발의 한나라당 김희정)되어 장시간 몰입 시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주의문구와 서비스 이용을 시작한 지 특정 시간이 경과하면 경고문구를 표시하며, 장시간 이용 시 페널티를 부과하며 특히 청소년 이용자에 한해 그 친권자, 후견인 등 법정대리인의 요청에 따라 서비스를 제한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을 법으로 담고자 했으나 마찬가지로 당시에는 무산되었다.

2008년 7월에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대표발의 한나라당 김재경)이 발의되어, 온라인 게임 업체가 밤12시부터 오전6시까지 온라인 게임 서비스의 제공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어기고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해당 온라인 게임 업체를 1,000만원의 벌금 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된다.

2009년 4월에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대표발의 통합민주당 최영희)이 발의되었고, 법안의 내용은 밤12시부터 오전6시까지 온라인 게임 서비스 금지, 청소년 연령 확인 및 게임 가입시 친권자 동의, 게임에 인터넷 게임 중독 경고 문구 표시 등이며 이를 위반하면 1,000만원의 벌금 또는 2년 이하의 징역으로 김재경 의원의 법안과 유사하며 더 상세했다.

2010년 6월 3일에 문화체육관광부의 개정안와 여성가족부의 개정안을 합의하여, 셧다운제 도입의 중재안을 마련하였고, 이후 2011년 4월 29일에 대한민국 국회 본회의에 ‘셧다운제’ 도입을 골자로 대상을 만 16세 미만으로 제한하는 ‘청소년보호법 개정 법률안’을 상정, 통과되었다.

2011년 11월 20일에 공식적으로 셧다운 제도가 시행되었고, 대한민국 정부는 2012년 1월까지 계도 기간을 결정하였다.

2014년 4월 24일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위키백과 – 대한민국의 셧다운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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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은 위키백과에 실려 있는 셧다운제에 대한 설명이다. 대한민국은 전세계중 유일하게 청소년이라는 특정 계층에게 게임시간을 제한하는 법률적 조치를 실행하였다. 중국이 법적으로 게임을 도박등 규제대상으로 규정한 적이 있지만, 특정 연령계층에 대한 법률적 제한이 실시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최초에 이 법안을 제안한 청소년단체, 라는 곳에서는 “수면권 보호”라는 명목을 내세웠다. 이는 청소년들의 잠잘 권리를 보장한다는 말이다.

특정한 계층이, 또 다른 특정계층의 수면권을 보호할 권한이 있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법적으로 어떠한 계층이 구분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연령대에 대한 구분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는 꽤 많은 나라에서 동일하게 연령에 대한 제한을 두고 있기도 하다. 청소년이나, 미성년을 보호한다는 명목아래, 공연관람물에 대한 등급제를 실시하고 어떤 계층에게는 관람을 허용하고 어떤 계층에게는 관람을 금지하는 일은 이미 대부분의 문명국가에서 암묵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계층의 구분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이에 대한 괄목한만한 저항이 없었으며,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대부분의 성인들은 청소년 셧다운제가 필요하다고 동의한 편이며, 게다가 이 법률은 헌법재판소에서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셧다운제를 대부분 게임에 대한 규제로 보고 있지만 이를 단순히 게임에 대한 규제로 볼 수 있겠는가?

얼마 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핵없는 미래를 물려주자”는 구호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 적 있다. 청소년은 그 누구에게도 보호를 요청한 적이 없는데, 청소년을 대상화하며 보호해야 할 계층으로 규정하는 정의는 과연 어디에서 나온 것이냐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늘 매우 당연하게, 청소년과 미성년들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정해두고 그에 대한 정책을 제안하고 펼쳐왔으며 국가제도 아래 모든 기관이 이 기준을 아무 의심 없이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보호라는 명목은 그들이 보호받을만한 대상이라는 것을 함의하며, 보호받을만한 대상이라는 것은 미약하고 부족하다는 뜻을 포함한다. 청소년 셧다운제 제안의견 중에는 청소년은 사리판단이 부족한 대상이기 때문이라는 것도 있었다. 우리가 정규교육에서 사춘기 시절에 우리 자신을 타자화하며 학습받은 것 중에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것이 있는데, 그 명제에는 “사춘기는 사리판단이 부족하며 정신적 신체적으로 미성숙한 시기”라는 대전제가 깔려 있다. 과연 청소년은 사리판단이 부족하고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모두 미성숙한가?

미성년은 오히려 도덕적 윤리적 기준이 엄격하다. 나는 그중 가장 도덕적인 기준이 높은 시기를 초등학교 입학 직전으로 본다. 이후 아이들은 자라나며 세상을 접하게 되고 여러 가지 도덕과 윤리를 어겨도 큰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청소년기의 돌출적인 행동은 사리판단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에너지의 과잉과 뇌구조의 재편성으로 인한 완급조절의 실패로 보이지만 사실은 청소년계층에게 가해지는 과다한 폭력과 통제가 그 원인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가?

청소년계층의 사리판단력은 성인과 비교해서 모자람이 없다. 범죄자의 대다수는 성인이다. 법이라는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전 연령층이 언어를 습득하면서부터 가질 수 있는 기본 행동 양식인데 이를 가장 많이 어기는 계층이 그렇지 않은 계층에게 “너희들은 사리판단력이 부족하다.” 라고 정의내릴 수 있는 근거는 대체 어디에 있는가?

셧다운제를 포함한 게임에 대한 규제는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다.

미성년자를 대상화하며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사실은 그들의 특성을 규정하고 그들의 개성을 통제하려는 습성이다. 온전한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은 암묵적 동의에 대한 침묵이 이어졌으며 그간 다양한 반론이 제기되지 못한 결과물이다.

이 사회는 미성년자를 통제하려는 정책을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다. 미성년자들이 펼치는 모든 행동은 새로운 것들이다. 구세대의 문화를 파괴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때마다 성인들은 미성년자들의 “미성숙함”이 기괴한 문화를 만들어 낸다고 비아냥댔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불과 몇 년 전, 학생들의 짧은 교복치마에 대해 성인들은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그들은 볼썽사나운 교복개조라고 폄하하며 국가의 미래까지 걱정하면서 그와 동시에 더 이상 옷을 입었는지 벗었는지 알 수 없는 걸그룹들을 창조해냈다. 걸그룹들은 일정 구성원이 미성년자이나 철저하게 성을 상품화하는데 앞장서왔고 그들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사람의 재능을 상업화하고 대중 앞에 내세운 것은 분명히 어른들이었다.

교복치마 논쟁이 정신없을 때 삼선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아이들의 문화가 비난을 받았다. 그들이 큰돈을 들여 사 입는다는 노스페이스 파카에 대해서도 국가의 미래를 운운하며 걱정들을 토해냈다.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던 어른들은 앞장서서 아웃도어 시장을 전세계 어디에도 유래없는 거대한 시장으로 만들어냈으며, 삼선슬리퍼에 대해서 안전을 문제삼던 어른들은 각종 대형사고를 만들어 내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아웃도어 사업을 일으킨 것도, 그 시장을 키운 것도, 인재가 아니라고 우길 수 없는 대형사고를 만든 것도 모두 성인들인데 그들은 단지 아이들이 먼저 만들어내는 새로운 문화가 나타날 때마다 조국의 안위를 걱정하며 미성년자를 비난하기에 혈안이 되었다.

먼저 가는 자의 머리채를 잡아 당겨 주저앉히고 왜 앞장서서 가느냐고 폭력을 행사하는 동네 양아치의 모습과 다를 바 없는 문화가 이 사회에 깊이 팽배해 있다. 미성년자들이 성인들보다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빠른 것은 유연하며 개방적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한 성인들은 낯선 것을 일단 터부시하며 두려워한 뒤 공격을 하다가 결국 그 문화를 광적으로 흡수하고 재생산하며 산업화한 다음 부를 축적하는데 열을 올린다. 이런 문화의 패턴이 이 사회에선 수없이 반복되어 왔다.

생각해보라.

청소년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문화에 대해서 왜 비난을 하는지 “어른”이라는 자들의 솔직한 의견은 대부분 한가지로 모아진다.

“꼴 뵈기 싫어서.”

이는 낯설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경함에 대한 치졸한 반응일 뿐이다.

셧다운제와 청소년에 대한 게임규제 역시 다를 바 없다. 선거권을 가진 성인들이 규제하는 것은 단순히 게임이 아니며, 그들은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호하는 데 진심을 두지 않았다. 그들이 규제하는 것은 새롭게 밀려들어오는 문화를 받아들일 수 없는 본인들의 경직된 자아로 가득한 구태한 문화일 뿐이다.

아이들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쳐야 하고,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세상의 많은 것들이 왜곡된다. 이는 사회뿐 아니라, 가장 작은 단위의 공동체인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역으로 가정에서 발생한 교육에 대한 강박이 바로 사회로 나아가 합리적이지 않은 법령을 만들어 낸 것이 바로 게임셧다운제를 비롯한 각종 청소년에 대한 규제인 것이다.

2015년 8월 18일

마을이야기 만들기 – 10. 찰리찰리

다음 주가 마지막시간이다.

몇 몇 아이들은 이미 지난 시간에 책을 다 만들었다. 성글게 만든 아이들은 일찍 끝났고 조밀하게 하는 아이들은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처음부터 거대하게 대하드라마를 짰다가 난관에 봉착한 아이도 있다. 내가 중요시 하는 건 결과물을 잘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선생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자기 뜻대로 해보는 것이다. 조언을 받아들이거나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본인의 몫이며, 그 과정에서 스스로 깨달아나가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선생이 알려주는 대로 하는 아이들이 있기도 하지만 자유로운 분위기라 자기 뜻대로 진행하는 아이들이 많다. 생각보다, 펼침 9면을 메꿔나가는 일을 아이들이 어려워했다.

기승전결이 있고 위기와 절정이 있는 일을 만드는 일은 어른들에게도 어려운 일인데 전문적으로 글쓰기 교육을 오래 받지 않은 아이들이 해나가는 일은 쉽지 않다.

열 네 명의 아이들을 두고 이런 작업을 하는 일도 사실 버겁다.

사실은 한 명 한 명 따로 따로 봐줘야 하는 일이다. 알아서 잘 해나가는 아이들도 있지만, 조금만 선을 잡아주면 잘 따라올 수 있는 아이들도 분명히 있다.

 

일찍 끝낸 아이들은 각자 간단하게 책만들기 소개글을 만들어 벽에 붙이도록 했다. 상담선생님의 도움이 없으면 매 번 수업을 해내기가 어려워보이지만, 또 막상 선생님이 안 계실 때는 아이들 통제가 잘 되는 편이기도 하다. 이번 주엔 예산이 다 떨어졌는지 간식이 없었다. 아이들이 크게 실망했다.

 

자, 우리 다음 주에 마지막 시간이야.

아이들이 의외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늘 하기 싫어하는 듯 하더니 은근히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다음 주에는 상담교실에 있는 각종 교구들을 이용해서 우리 마을을 만들어 보는 걸로 마무리를 할 것이라 했다. 그림책을 다 못 끝낸 아이들은 마무리를 하고 합류하게 될 것이다. 진도가 다른 아이들을 일일이 별도로 맞춤지도 하는 일이 쉽지 않다.

역시 학원처럼 소수정예로 가야 할 필요가 있다.

 

수업을 끝내고 나오는데 아이들이 현관 앞에 앉아 찰리찰리를 하고 있었다. 최근에 다시 시작되는 분신사바 놀이다. 10살과 11살, 아이들이 공포를 배우는 나이가 아닐까. 수업시간에도 아이들은 가위눌림과 귀신을 보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아이들이 찰리찰리를 해봤냐고 물어서 선생님은 그런 거 안해도 귀신이 다 보인다고 했더니 꺄악~ 하고 소리를 지른다.

찰리찰리를 하던 은서가 갑자기 막 뛰어와 내 옆에 섰다.

선생님 같이 가요.

나는 은서의 작은 어깨를 붙잡고 같이 걸었다.

저 다이소 갈거예요.

어디 있는 다이소? 인덕원에 있는 거?

모르겠어요. 같이 가요 선생님.

음. 선생님은 바로 다른 일을 하러 가야 해서 같이 못 가겠는데, 대신에 같이 가는 길까지 같이 가자.

은서는 쉬지 않고 이야기를 했다. 외숙모네 놀러간 일, 잠자리가 바뀌어서 잠을 못 잔 일, 사촌동생이 몇 살이고, 그 날 어떻게 잠들었는지 이야기했다.

선생님은 어느 쪽으로 가세요?

선생님은 왼쪽. 다이소는 저쪽에 있던데, 저기까지 갔다가 집에 혼자 갈 수 있어?

저쪽으로 가면 다시 와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돼요. 갈 수 있어요.

그럼 여기서 너는 길을 건너야겠다. 다음 주에 보자.

나는 은서가 길을 건너는 것을 보았다. 차 한 대가 들어오고 있어서 손을 들고 길을 막았다. 은서에겐 위협적이지 않은 거리였지만 아이는 놀란 듯이 바쁘게 뛰어갔다.

길을 건넌 은서가 손을 흔들고 다이소를 향해 갔다.

나는 개천을 건너며 눈물을 조금 흘렸다.

갸녀린 팔다리와 무거워보이는 가방, 아이들에게서 나는 큼큼한 냄새.

나는 홍콩할매귀신 때문에 두려움에 떨던 의정부 버스터미널 뒷골목의 10살이 되어 서 있다. 내가 빼앗아 타던 상미의 자전거가 생각났다. 앞 집의 미군아저씨가 소풍이라고 가져다 줬던 프링글스가 사각거리는 듯 했다. 나의 열 살은 지독하고 무서운 시절이었다. 이 아이들도 그런 것만 같아 나는 매번 슬프다.

 

2015. 6. 19.  기록

마을이야기 만들기 – 초등학교 독서클럽 9. 버터링 쿠키

금요일 독서클럽
오늘은 상담샘이 출장을 가셔서 조금 일찍 도착. 교실문을 열고 아이들을 기다렸다.

이야기동화책을 완성해 가는 중이다. 기대한 이야기는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9장에 맞춰 끝까지 완성하는 데에 의의를 두기로 맘을 비웠다.

쉬는 시간엔 간식을 나눠준다.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마을교육 방과후 활동엔 간식비가 책정되어 있다. 오늘은 버터링 쿠키가 놓여 있었다. 그 옆엔 다른 활동시간에 아이들이 먹은 것 같은 빈 박스가 쌓여있다. 오뜨, 마가레트같은 과자박스이다. 왜 아이들에겐 늘 달디단 과자와 설탕이 가득한 음료수를 간식으로 줘야 하나.
마을교육 프로그램에 신청하지 않으려는 아이들을 붙잡아매는 유혹거리를 보며 속이 불편했다. 내 새끼에게는 먹이려 하지 않는 과자를 숫자대로 나눠주려니 파렴치한이 된 것 같았다.
이것부터 바꿔야겠다, 내년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겠다며 아이들에게 정수기에서 떠온 물을 따라주었다. 아이들이 하나씩 순서를 기다리며 선생님, 제가 도와드릴께요, 제가 나눠줄께요 라고 하며 손을 벌렸다.

은서가 울지 않은 지 3주가 되었다. 은서의 섬세한 그림이 자꾸 맘에 들어온다.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파키스탄에 간 제니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제니랑 우격다짐을 하며 싸우던 하윤이의 그림책은 제니와 하윤이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이들은 제니가 아직도 오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4학년 아이들은 꽤 많이 진도를 나가 많이 완성했다. 아이들의 작업을 보고 있는데 뒷문에 야구모자를 쓴 작은 아이가 서서 날 보고 있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의 민영이가 있었다.

몇 주전, 엄마가 방과후를 그만하고 영어학원을 다니라 했다며 독서클럽을 그만두었다. 늘 무기력하던 민영이는 첫 날 독서실 구석에 앉아 보리출판사의 개똥이네 놀이터를 읽었다. 예쁘장하게 생긴 민영이에게 선생님도 이 책 되게 좋아한다고 말을 건넸었다. 캠코더를 가져 왔을 때 가장 신이 나서 방방 뜨던 민영이가 평소에 늘 무기력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복도 신발장에 기대 서 있는 민영이에게 다가갔다. 어우 어쩐 일이야. 들어올래? 민영이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바빠?
민영이는 고개를 위 아래로 끄덕였다.
학원 가야 되니?
이번에도 대답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친구들 만나러 왔어?
아녀. 민영이가 대답했다.
그냥 들렀어요.
지쳐서 금새 쓰러질 거 같은 모습이었다.
잠깐 들어왔다가 가.
집에 들었다가 영어학원 바로 가야 돼요.
그럼 선생님이 간식 남은 거 있는데 좀 줄까?
민영이가 큐브블록을 손에 들고 만지작거렸다.

나는 교실로 들어가 아이들이 선생님꺼라며 따로 챙겨둔 버터링 7개를 크리넥스에 싸고 종이컵에 물을 따라 민영이에게 가져다주었다. 물을 먼저 주었더니 민영이가 물을 조금 마셨다.

버터링 쿠키를 받아든 민영이의 손이 너무 번잡했다. 나는 교실로 다시 들어가 종이컵을 하나 들고 나와 버터링쿠키를 담아 주었다.

지금 가야 되니?
민영이는 다시 고개만 끄덕거렸다. 엉거주춤하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가방이 천근만근인 듯 걸음이 너무 무거웠다. 민영이를 뒤에서 살짝 안아들고 다섯걸음을 걸었다. 내 새끼는 40키로에 육박하는데 그보다 한 살 많은 민영이는 30kg남짓인 거 같았다.

우리, 다음 다음주까지 할꺼야.
시간 나면 또 놀러와.
민영이가 배꼽에 한 손을 대고 무겁게 계단을 내려갔다.

교실에 돌아와 아이들을 보다가 창밖을 보는데 민영이가 뜨거운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는 게 보였다.

‘민영이는 부모님이 늘 늦게 오세요. 무기력한 편이죠.’ 상담 선생님의 말이 환청처럼 맴돌았다.

눈물이 고여 선생님 책상에 있는 휴지를 얼른 뜯어 눈가에 대는데 아이들이 제가 그린 것들을 들고 와 떠들었다.
아이들을 한 바퀴 둘러보며 다시 운동장을 보았다. 민영이가 모래위를 터덜거리며 지나갔다.

2015.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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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자단 3.

 

 

 

 

지난 수요일 수업시간,

아이들에게 간단하게 취재의 기초가 될 수 있는 건의사항, 문제점을 파악해서 적어보라 했다.

아이들에게 지금 기사쓰기의 기초를 가르칠 시간도 조건도 되지 않고

동네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에서 그칠 듯 하다.

아이들의 주된 요구는 위생과 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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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그림은 한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정리해 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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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자단 2.

부산역에 도착해 승강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커다란 엘리베이터에 나와 내 일행뿐인가 했는데 한 소년과 허리가 살짝 굽고 관절염이 오래된 듯한 할머니가 같이 탔다.

소년의 옆모습이 낯익다.
가만히 고개를 움직여서 소년의 얼굴을 살펴보다 내가 말을 걸었다.

“너, ㅇㅇ 중학교 찬수 아니니?”
소년이 나를 빤히 보며 침묵하더니
40초쯤 지난 후에야
아.. 마을기자단 선생님이다. 라고 했다.
소년은 웃지 않았다.
지난 수요일, 야외로 나가는데 실내화를 안 신고 양말채로 신발만 들고 나가길래 지저분해지면 엄마에게 혼날텐데, 라고 했더니 “엄마 없어요. 이혼했어요.” 라고 말하던 그 아이.

할머니는 아이를 데리고 대전인가 대구를 가려다가 뭐가 잘못되어 부산까지 왔다 하셨고 아이가 방과후 수업에 잘 나오느냐고 물으셨다.

나는 이 아이를 한 번밖에 본 적 없지만, 아주 잘 하고 있고 잘 할 거라고 말씀드렸다.
소년은 머쓱하게 고개를 꾸벅이고 인사했다.

세상에 미운 것이 많은 아이, 징기스칸을 듣던 아이, 야구배트를 들고 어른들과 맞짱 뜬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하던, 예쁘장하게 생긴 소년, 이번엔 내가 분명히 너를 주목해서 보게 될 것이라 예감했던 아이를.

부산 가는 길에서 마주치다니, 이 세상은 어쩌면 마법으로 가득한지도 모르겠다.

(*찬수는 가명입니다.)

2015. 6. 7.

마을기자단 1.

A중학교 마을기자단 수업
학기초 연락이 오지 않아 내가 다른 스케줄을 잡아버렸고, 다른 강사분을 추천했는데 건강상의 문제로 중도 하차.

이어 받기로 하고 빈 시간은 다른 분께서 2회 마을탐사로 진행.

사회복지사 선생님 안내로 교실에 들어가니 남자 아이 셋이 있었다. 교실 시설은 기가 막힌데, 한 놈은 휴대폰으로 노래 듣고 있고 (게다가 듣는 노래가 징기스칸이었다), 한 놈은 뭐가 문제인지 칠판 뒤에 숨어 있고 (이건 또 뭔가..), 한 놈은 컴터 좀 다룬다며 내가 준비해 간 동영상을 제가 틀어주겠다고 프로젝터와 노트북 세팅을 했다.

아이들이 동기부여를 받지 못했고 참여도가 떨어진다 들었다.
수업시간 5분이 지나도 아이들이 더 오지 않아 수업을 시작했다.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앉아 음악을 듣던 아이에게 뭐가 맘에 안 들었냐 물으니 학교도 싫고 급식도 맛이 없고 오늘 아침엔 가족들과 싸우고 나왔단다.

아이들에게 마을기자단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각자 이 동네의 맘에 안드는 점을 적어서 이야기 해보자 했다.

여자 아이 셋이 땡땡이를 쳤다가 복지사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늦게 도착했다.

아이들은 공원과 같은 휴게, 여가공간에 대한 바람과 불만을 먼저 이야기했다.

지저분한 거리, 알 수 없는 이유의 너저분함, 공원에서 술 마시는 아저씨들, 뒹구는 막걸리병쓰레기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수업 중 버스정류장에서 다리를 다쳤다는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그 버스정류장으로 가보기로 했다. 정류장 보도블록이 깨져 있어서 발을 다쳤다고 했다. 해당 정류장에 도착해 뭐가 문제인지 따져보았는데 아이들은 내가 기대했던 대답을 내놓았다. 인도를 늘리거나 주차단속을 강화하거나 보도블록이나 싱크홀 정비를 하거나.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오가는 길에 징기스칸을 듣던 아이가 자기네 집은 이혼을 해서 엄마가 없다는 이야기를 흘렸다. 30분 먼저 봤다고 남자 아이들은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다음 주부터는 마을 지도를 그리고 안전문제를 점검하기로 했다. 6주밖에 남지 않았지만 우리에겐 충분한 시간이다.

2015. 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