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먹기 – 잔반과 간식

오늘자 내 아이의 학교 급식 (수요일은 특식 먹는 날)

최근 이슈가 되는 급식과 잔반문제.

페친 중에 급식전문가가 있으니 이에 대한 더 나은 고찰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적어본다.

2020년 중반쯤에 경기도교육청 정책자문위원회에서 잔반처리 문제가 언급되었다. 관련부서에서 잔반처리비용이 점점 늘어나 고민이다. 2019년 음식물처리비용이 1600억 정도 된다는 것에 대해 경기도의회에서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에 2020년 교육청에서 다른 방안을 찾은 것인데, 사실 잔반처리 관련해서 음식물쓰레기 줄이기를 공식적으로 TF까지 만들어 궁리한 건 2015년부터라고 알고 있다.

당시 내가 받아본 자료에는 고학년으로 갈수록 잔반이 많아지는 추세가 뚜렷했다. 내가 속한 분과회의는 아쉽게도 성비가 맞지 않아 남성들이 80%이상을 차지한다. 식생활교육이나 애들 먹이는 일을 주로 해보지 않는 것이 빤한 50대 후반의 사회각계인사로 구성되었다. 이들 중에 바로 튀어나온 대답은 “급식을 맛있게 하면 될 거 아닙니까.”였다.

급식을 맛있게 하려면 튀기고 볶으면 된다. 그럼 일단 다 먹는다.

라면 줘봐. 싹싹 먹지. 국물까지 서로 뺏어먹으려고 난리일 거다.

애들이 급식이 맛없어 남기는 건 아니다.

초등정도 되는 아이들은 대체로 주는대로 먹고 고르게 먹어야 한다고 학습된 대로 행동하려고 애쓴다. 요즘 애들은 채소 다 싫어하고 고기 없으면 밥 안 먹는다. 특히 생선기피가 심하다. 초등연령대에서 가려먹는 것은 체질과 관련있다. 경미한 알러지가 있거나, 풀냄새를 역하게 느끼는 것이다.

보호자는 대체로 바쁘고 레토르트 식품으로 조립형 식탁을 차리는 일이 대다수다. 생선은 구울 때 냄새가 많이 나고 소형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생선 굽는 일이 곤욕이다. 마트에서 “생선 구워드립니다”가 흥하는 이유다.

집에서 정성스럽게 매끼니를 차려줘도 아이들은 집밥에 물려 밖에 나가 기회가 될 때마다 불닭볶음면 같은 걸 사먹는다. 집에서 아무리 애써봤자 어쨌거나 강하고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되어 있다. 이게 나이를 먹으면서 강화된다. 그리고 선택권을 강하게 요구한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건 컵라면이다. 이거만 주면 만사 해결된다.

중학생쯤 되면 취향대로 가려먹기 시작한다. 급식에 야채나 볶음 튀김이 없으면 대충 먹고 집에 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뭘 사먹는 경우가 더 많다.

배곯는 아이들도 많지만 돌봄조건이 좋거나 나쁘거나를 떠나서 일단 세상에는 볶고 튀겨서 강하고 자극적인 음식이 지천이다.

고등학생은 기본적으로 피곤하다. 피곤한데 건강한 식단이 맛있을 수 없다. 늘 졸립고 고단한 상태로 지내니 더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된다. 잔반이 늘어나는 건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건강하지 않다는 얘기와 같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잔반을 줄이기 위해 아이들의 취향대로 밥을 해 줄 순 없다. 학교급식은 건강과 영양균형이 최고다. 집에서는 편식을 일삼는 아이들이 많아서 그나마 급식이라도 해야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형편이다.

잔반처리 문제를 당장 해결하려면 반찬 종류를 한 두 가지 늘리는 게 있겠지만, 그러면 채소류는 다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이건 학교급식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청소년 청년층의 문제라고 봐야 할 것이다.

잔반문제와 더불어 이슈가 된 어떤 기사에서 다뤘던 간식문제.

학교에서의 간식문제는 상황이 이렇다.

간식때문에 싸움이 난다.

그걸 꼭 먹고 싶어서가 아니다.

간식을 먹는 건 상호간의 교감, 애정을 표현한다. 누가 뭘 사가지고 와서 전체 아이들과 나눌 수 없다. 교사가 자기 할당량인 우유를 특정 아이와 나눌 수 없다. 형평성의 문제가 생긴다. 아이들은 “왜 쟤만 주느냐”고 따지기도 하고 가위바위보라도 해서 어쨌거나 간식을 쟁취하려고 한다. 학교 교실에서의 간식은 허기를 달래는 용도가 아니라 전리품과 같다.

그렇다고 교실에 과자류를 비치할 수도 없다.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 함부로 먹일 수 없으며 “우리 애는 사탕 안 먹여요, 과자 같은 거 안 먹어요.”라는 보호자가 늘어나고 있다.

교실 안에 간식이 있으면 민원이 빗발칠거다.

그 간식을 어디서 가지고 왔느냐, 누가 공급하느냐, 우리 애는 땅콩 알러지 있는데 왜 과자를 가져다놔서 박탈감을 느끼게 하느냐. 등등.

그리고 외부음식물 반입금지 기준이 생긴 건 오래 전이다.

음식을 먹는 건 위험을 동반하는 일이라 예전처럼 반장됐다고 피자 몇 판 사서 돌리는 건 엄금이다. 친구와 나눠먹겠다고 뭘 가져왔는데 그 친구가 알레르기가 있는지 몰랐을 수도 있다.

교무실은, 교무실 운영비용으로 사서 (그 기고문에서 말한대로 세금써서) 비치할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품의서 결의서 쓰고 행정실 통하는 귀찮은 절차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교사들이 그냥 사다 놓는거다. 요즘은 보호자들에게 박카스 한 병 못 받기 때문에 교사들이 자기 사비로 커피믹스라도 사다놓고, 어떤 교사는 원두도 사다놓고, 커피 갈아 마시기도 하고, 일반 기업 사무실과 비슷하다. 늘 사다나르는 사람 따로 있고 갖다 먹기만 하는 사람 따로 있는 것처럼.

..(너무 길어지니 여기까지만)

학교의 문제는 대부분 사회의 문제다.

사회의 문제가 학교로 들어와 더 크게 보인다. 일종의 착시현상이고 집약적으로 모여 있으니 더 크게 보인다.

유치원 급식에 문제가 있으면 운영위원회에 참여해 방법을 찾아보면 될 일이다. 학교 급식에 불만이 있으면 급식모니터링에 참여해서 교사들과 의논하면 된다. 학교도 더 나은 방법을 찾고 싶어한다.

교사와 얼굴 마주대고 의논해보면 대부분 답이 나온다.

옛날처럼 몽둥이나 출석부로 애들 후려갈기는 교사를 연상하지 않아도 된다. 안심해도 된다는 말이다.

여러 사람의 의견이 모일 때 학교는 보다 현명해질 수 있다.

뒤에서 뒤통수 치거나 다른 라인을 이용해 민원만 제기하는 것은 별 효과가 없다. 공격받아 화들짝 놀란사람들은 당장의 문제를 가리기 바빠지기 마련이다.

2021 생쑈 1기 온라인강좌 수강생 모집

2013년부터 진행해 온 다양한 계층과 연령의 강좌 노하우를 바탕으로 생애사쓰기에 관심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강좌를 유료로 처음 개설합니다. 늘 사회복지시설에서만 수업을 하다보니, 일반 참여자와 만날 기회가 적었습니다. 코로나팬데믹으로 온라인강좌가 확대된 만큼, 온라인강좌를 요청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개설해봅니다.

개인이 부담하는 유료강좌를 처음 열게 되어, 설레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합니다.

그간 공공기관과 취약계층대상으로만 진행해 온 생애사쓰기를 더 많은 분들과 함께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개인의 기록을 모아 공동체의 기록이 될 수 있도록, 세상속으로 들어가고자 합니다. 각 기수의 성과물과 참가자 의지에 따라 소량의 책자제작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각 지역에서 생애사쓰기 강좌에 참여할 수 있도록 ZOOM으로 진행합니다.
기초과정을 수료하신 분만 심화과정에 입문하실 수 있습니다. 2021년에는 기초과정에 이어 여름부터 심화과정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강좌는 최대 인원 12명입니다. 선착순으로 마감합니다. 

  • 강좌 내용 
  • 민중기록의 필요성
  • 내 삶을 말하는 다양한 방식
  • 듣는 자의 자세
  • 내 삶의 주제 찾기
  • 지겨운 이름, 가족
  • 그 외 글쓰기 개요, 주제잡기, 나의 생애사쓰기 요령과 습작, 첨삭지도 
  • *합평은 없습니다. 이 글쓰기 수업은 비판없이 칭찬과 격려, 위로가 핵심입니다. 

세부 커리큘럼은 강좌 신청자에게만 제공합니다. 
신청이 마감된 후 첫 수업, 오리엔테이션에서 알려드립니다. 수강신청란에 상세한 내용을 적어주시면 세밀하게 맞춤강의를 준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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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가자는 수업 녹음 녹화 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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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수의 수업에 방해되는 행위를 지속할 경우, 참가자의 동의를 얻어 수강자격을 박탈할 수 있습니다.
  • 과제는 강사와의 약속이 아니라 자신과의 약속입니다. 과제를 못했다고 결석하지 않습니다. 자리를 지키는 게 중요합니다.
  • 자기 이야기 공개가 꺼려질 경우 강사와 논의하여 조절합니다.
  • 강사는 참가자가 요청하는 학습자료를 성실히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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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간단 이력 – 이하나

  • 생애사쓰기 강사, 집필노동자, 교육활동가
  • 2015-현재 경기도, 안양시 민주시민교육 협력사업 진행 및 강의
  • 現 문화공동체히응 대표, 지역교육네트워크 이룸 대표
  • 2013-2015 안양시 노인종합복지관, 율목생협조합원, 안양시 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 장애인가족과 당사자 생애사쓰기 (강의, 출간진행)
  • 2016-2020 서울시·은빛기획 노인복지사업 내 삶 쓰기 보조진행, 서울 중림종합사회복지관 생애사쓰기, 동대문구 마을도서관 기억노트 쓰기, 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 발달장애인청년 생애사쓰기, 안양시 평촌도서관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생애사” 진행중, 경기도 양주 회천노인복지관 노인생애사쓰기 진행, 성수종합복지관 내 삶 쓰기, 안양시 장애인부모회 “장애가족으로 산다는 것” 등 생애사쓰기 관련 다수 기획 진행 (강의, 출간진행)
  • 저서 『포기하지 않아, 지구』(빨간소금, 2018) / 『태안환경보건센터 12년의 기록』 (태안환경보건센터, 2020)
  • 공저 <전선을 건너온 삶의 여로에서> (공저, 은빛기획, 2018) / <죽음이 삶에게 안부를 묻다) (공저, 검둥소, 2019) / <코로나팬데믹과 한국의 나아갈길> (공저, 창비, 2020) /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공저, 교육공동체 벗, 2020) / <민주학교의 탄생> (공저, 생각정원, 2021)
  • 연재 <작은 책> 살아온 이야기 (2017-2018) / 서울시NPO지원센터·카카오같이가치 <퍼스트펭귄 스토리> (2018) / 민중의 소리 <한 사람 이야기> 2019~현재

[책]동자동사람들 / 빨간소금

책 속 저자의 마지막 말 :

• 우리는 타자의 삶을 모른다. 쪽방촌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 시도들에도 결국 주민들이 사회적 버려짐을 경험하는 까닭은, 이러한 시도가 전미래 시점에 서서 ‘이렇게 하면 더 나아질 것이다’ 라는 구원적 미래를 너무나 섣불리 제시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여기의 모습’을 그려내는 작업은 중요하다. 공통의 구조 위에서 벽장 안팎의 부분적 연결은 드러난다. 타자의 고통에 대한 윤리적 응답은 이때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

오늘도 나는 타인의 삶을 재구성하고 집에 돌아왔다. 타인의 삶을 쓸 때마다, ‘모르지 뭐.’ 라고 주문을 외워야 한다. 가끔 주문을 잊으면, 글이 무너진다.

나에게 동자동은 매우 각별한 곳이다.
여러 번 동자동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빈곤에 대한 책을 소개한 것도 어쩌면 그때문이다. 나의 성인기의 첫 시작은 동자동 18-37번지, 장학고시원이었는데, 우연찮게도 나는 지금은 사라졌으나 건물만 남아있는 동자동 성분도병원에서 태어났다. 내 동생도 거기서 태어났다.

동자동에 살던 시간을 떠올렸고, 이후 무연고장례의 초기설계 과정을 어깨너머로 들여다 본 기억도 되살아났고, <노랑의 미로>와 <가난의 문법>이 교차했다.

희한하게도, 이 책은 추리소설이 아닌데 그만큼 흡입력이 뛰어나다. 문화기술지가 이렇게 가독력이 좋다는 것은, 흔히 보던 일상뒤에 숨은 그림자의 실체를 하나씩 툭툭 꺼내 내 앞에 던져놓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이한 감정이입을 경험했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나의 심연을 까발리는 거 같은 느낌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동자동은, 한국사회의 민낯을 제대로 보여주는 공동체였다. 이제 여기도 개발한다하니, 어쩌면 서울 하늘 아래 마지막으로 남은 인간존엄최후사수대도 사라질지 모르겠다.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 나라와 서울을 알고 싶다면.

<동자동 사람들> 왜 돌봄은 계속 실패하는가
/ 정택진 지음 / 빨간소금 펴냄

[출간]태안환경보건센터 12년의 기록

1년 넘게 작업한 책이 햇수로 3년 걸려 나왔는데 센터가 날아갔다.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르고 공식 발표도 아직 없는 거 같다.

처음 계약은 2018년에 했다.

유류유출로 인한 인체 건강영향에 대해 전국 유일의 전문기관이었던 태안환경보건센터는 2020년 재지정을 받아서 원래 2022년까지 유지될 예정이었는데, 환경보건센터가 광역으로 통합되면서 다른 기관이 위수탁을 받게 되어 태안군의료원이 운영했던 태안환경보건센터는 사라지게 되었다.

센터의 12년 백서.

내가 전체 구성과 집필을 맡고전문가 자문을 수 차례 거쳤던 이 책은 그대로 사장되겠구만….

재미있는 책은 절대 아니다. 나는 태생이 문과인데 다환방향성탄화수소 PAHs와 휘발성유기화합물 VOCs 이해하느라 어려웠지만. 그만큼 깨달은 게 많았다. 나에겐 워낙 어려운 내용이었다. 코호트 역학조사 결과도 있지만 태안군 전체 인구가 10만이 되지 않아서 인정받지 못한다. 남성전립선암 급증이나 여성 혈액암 급증. 사고 당시 태아들의 작은 두위, 호흡기 질환. 주민들의 알레르기 급증, 갑상선 질환이나 고혈압 같은 것들. 굴이 사라지고 해삼만 나는 바다. 통계수치가 되지 못하는 모집단.

센터에는 12년간 축적된 주민들의 생체시료가 있었고 그 자료가 있었는데 그건 다 갈 곳을 찾았는지. 한 분야에 대한 12년의 연구를 담아 지역주민을 지키는 건강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 작업이었다.

책은 비매품. 책이 다 되었을 때 센터에서 말랑한 부제를 지어달라고 해서 내가 제안한 부제목은 “그날 이후 다른 바다를 함께 살다”였는데 이 책의 부제는 “그날 이후 다른 바다를 사는 사람들”이 되었다.

[새책]민주학교의 탄생

민주시민교육을 전면에 내세워 실천하는 새로운 학교.
민주학교에 대한 새책이 나왔습니다.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삶과 배움이 꽃피는 공간이 과연 우리들의 학교에서 가능할지, 책을 쓰며 많이 토론하며 그 방향을 제시해봤습니다.

부산대 심성보교수, 서울대 정원규 교수 두 분이 이론적인 부분과 해외 사례를 제시하고, 김혜자, 허진만, 장경훈 현장교사가 실천적인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저는 전국 6개 사례지의 인터뷰를 진행해 정리하고 좌담회를 정리했습니다. 민주시민교육의 한 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도움될 이야기가 있을 겁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47906189
<민주학교의 탄생> / 심성보, 장경훈, 김혜자, 허진만, 정원규, 이하나 / 생각정원 펴냄

[창비주간논평] 팬데믹, 세 번째 개학

https://magazine.changbi.com/20210303/?cat=2466


팬데믹의 세 번째 개학을 맞아, 창비 주간논평에 칼럼을 싣게 되었습니다.
열 분이 넘는 교사들의 의견을 듣고, 학생당사자, 학부모들의 의견도 들었습니다.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많습니다만, 그 이야기는 사실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항상 현장에서 수고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도 그렇게 생각하고 썼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듣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2021년 3월 3일 발행

정치적 책임- 경비노동자 집단 교체 사건

오늘 아침, 활동가에게 전달받은 사진이다. 사진을 열어보며 잠들기 전에 읽은 부분을 다시 펼쳤다. 해고 경비원들이 1인 시위를 한다더니입주인들에게 인사하고, 담소를 나눈다. 이 정치적 부정의에 대해서 사회는 무슨 책임을 질 것인가.

○ 우리 모두가 책임을 공유하는 것은 우리에게 특별한 능력이나 제도적 역할이 있다거나 우리가 특별한 관계나 약속을 맺어서가 아니다. 우리가 책임을 공유하는 것은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시민으로서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단지 특정한 민족국가의 시민이어서가 아니다. 정의롭길 바라는 사회과정의 참여자로서, 우리는 통제할 수 없는 힘에 그저 흔들리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활동적으로 참여하길 바라는 사회의 구성원이다. 즉, 정의에 대한 일반적인 책임은 특정한 역할과 책임에 그저 덧붙여지는 것이 아니라 그 역할과 책임을 늘 동반한다. (277-278)

○ 사람들은 부정의는 있지만 그것을 시정하는 것은 자기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누군가는 그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전형적인 생각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바로 정부다. 정부가 정의와 복지를 증진시키는 동안 사람들은 자기가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80)

○ 따라서 “그건 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정부의 일이다” 라는 입장에서 누락된 것은 정의를 추구하려는 국가의 힘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에 상당부분 의존한다는 것이다. (281)

○ 너무 빈번히 억압받아 온 이들은 현재 그들의 자리에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 하기보다는 억압이 시작되기 전 낭만화된 과거 이야기 속에서 자신을 증명하려 한다. (288)

○ 구조 안에서 그리고 구조 덕분에 특권을 더 많이 누리는 사람이 사회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좀 더 많이, 그리고 좀 더 특수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308)

<정치적 책임에 관하여> (아이리스 M.영 / 이후 펴냄)

2021년 넘나들기 시민교육 시작

2021년에도 안양과천교육지원청과 함께 하는 “찾아가는 넘나들기 시민교육” 학교 신청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팬데믹에도 불구하고 344개학급이 신청하였으며, 그 중 다섯 개 학교가 2+4 프로젝트를 신청해, 시민단체가 2회 4차시 수업을 진행하고 담당교사가 1회 2차시를 진행하는 연계활동을 시범적으로 시작합니다. 인권, 노동인권, 공정무역에 관한 수업을 준비하게되었습니다.

이룸의 올해 출강분야는 다음과 같습니다.

인권 – 90여개 학급

공정무역과 사회적경제 – 80여개 학급

평화감수성과 평화통일 – 80여개 학급

다양성, 젠더 – 60여개 학급

미디어 – 30여개

노동인권 – 10여개로 여섯 개 팀이 2021년 1년에 걸쳐 안양과 과천 지역의 초중고등학교에 출강합니다.

2015년 총 120만원 예산으로 12개 학급 출강했던 이룸의 민주시민교육이 6년차를 맞아 37배 성장했습니다. 안양과천교육지원청의 꾸준하고 든든한 지원에 감사드립니다.

2020년부터는 안양시청과 과천시청에서도 일부 예산을 추가반영해주어 더 많은 학생들이 민주시민교육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올 한해 이룸은 총 1만여명의 학생들을 만나게 됩니다. 안양과 과천에서는 인생의 한 시기, 지역의 활동가들과 민주시민교육을 고민한 적 있다는 것이 이룸에게 큰 보람이 됩니다. 시민의 힘으로 함께 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우리 강사팀에게도 응원과 격려를 보냅니다.

학교 민주시민교육을 비롯해 일반시민대상의 민주시민교육이 필요한 공동체는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감사합니다.

대표 이하나 드림

시민이 더욱 시민답게

민주시민교육 잘 하는

지역교육네트워크 이룸

안양시 경비노동자 집단 실직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1. 3월 1일자로 안양시 동안구의 모 아파트의 경비원 16명이 집단으로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이 아파트가 경비업체를 바꾸기로 했기 때문이다.
  2. 경비업체 변경은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나, 동대표단과 같은 아파트주민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합의해 결정한다. 물론 주민들의 투표를 받기도 하지만 주민들은 다들 먹고 살기 바쁘니, 특별히 아파트운영에 관해 관심있는 입주민이 많지 않은 이상, 대체로 대표자들이 “경비업체 바꿀려고 하는데 동의해주세요” 라고 엘리베이터에 공지를 붙이거나 경비초소에 명부를 갖다두면 대부분 동의서명을 해준다.
    때로, 경비업체의 방만한 운영이나, 아파트입주자대표자들과 심한 갈등이 생겼을 때 입주민들이 나서서 변경하자고 움직이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의 아파트관리업체들은 요령껏 다음계약도 이어서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3. 아파트관리는 주택관리용역업체와 경비업체가 겸하는 경우도 있고 분리되는 경우도 있다. 관리용역업체는 관리사무실에 직원을 파견하고 경비용역업체를 선정해 하청에 하청을 주는 구조가 된다. 최근에는 관리용역업체가 경비업도 겸하는 경우가 많다. 업종이야 추가하면 될 일.
    그렇다 보니 이 용역업체는 아파트와 계약을 맺어야 직원을 파견할 수 있고, 그래야 직원의 급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상시고용을 해봤자 손해다. 계약을 따면 그제서야 사람을 채용해서 내보내면 된다. 그게 자본주의 시장에서 맞는 체계다.
  4. 아파트 입주자들이 직영으로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경비원을 직접 고용하는 형태가 있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과천에 이런 직영 아파트가 많다. 입주자들의 민주적인 의사결정과 시민의식이 선결되어야 하는 문제라고 평가하는데, 내가 보기엔 “집주인들이 많이 살아야” 가능한 얘기다. 세입자들이 더 많은 구조에서는 불가능하다. 세입자도, 거기 살지 않는 집주인도 직영구조에 동의할 리 없다. 쌍방모두 무관심이 답이다.
  5. 경비원 16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 관리경비업체(이하 업체라고 하겠다)변경은 아파트 입주자대표들과의 계약이다. 새로 계약을 맺은 업체는 이전에 일하던 경비원의 고용승계를 할 의무가 없다. 새로운 업체는 자기가 고용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전 업체에서 고용했던 사람들에 대한 책임은 이전업체에게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6. 결과적으로 경비원들은 집단으로 일자리를 잃지만 사실상 “해고”라 볼 수 없다. 계약이 종료된 것이다. 경비원들은 고용이 아닌 계약직이기 때문에 “계약해지”라고 해석할 수 있다. 경비원들의 계약기간은 최악의 경우 1개월이고 3개월, 6개월, 12개월로 나뉜다. 2020년 경기중부아파트경비노동자 지원사업단의 실태조사에 의하면 안양과천군포의왕 4개 시의 326개 단지를 방문해, 근로계약기간에 대해서는 291개 단지의 상황을 파악했는데 그 중 3개월 계약기간이 40.5%였고 (총 118개 단지), 그 중 안양시는 45%에 육박했다. 1년 이상의 계약기간을 유지하는 곳은 291개 단지 중에 48.1%였다. 1년 이상 계약인 곳이 3개월보다 많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지속적인 업무가 필요한 아파트경비직이 3개월 단기계약이라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아무 때나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의미다.
  7. 아파트경비직을 보호하기 위해 “근로자계약갱신기대권”이라는 것이 있다. 사전에 계약해지(즉 해고통보)를 하지 않는다면 자동적으로 계약이 갱신된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는 인권보호의식이 담긴 권리이다. 최근 경비용역업체는 경비원과의 계약서에 “계약갱신기대권이 없음에 동의합니다”라는 항목을 넣는 경우가 발견되고 있다.
  8. 2월 24일 오전, 경기중부아파트노동자협회가 이 아파트의 계약해지 집단실업 사태를 듣고 대책강구에 나섰다. 여러 곳에 기사를 보내고 정부기관과 면담하고 아파트입주자들과의 접촉도 시도할 것이다.
    경비와 용역업체들이 안양군포의왕과천지역에 “경비들 조직이 생겼다”고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말이 있다. 업체들은 “경비들 조직”을 압박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9. 하지만, 신규업체에게 “고용승계의 의무가 있다”고 강요할 수 있을까? 신규업체는 자기들의 권리를 훼방놓는다고 할 것이다.
  10. 하청의 하청을 주는 사회구조는 개인을 공공의 영역에서 몰아내고 사적인 존재로만 머물게 한다. 공적인 인간, 사회적인 인간이 아니라 그저 내 생활만 안전하게 유지하면 되는 존재가 된다. 결국 본인이 사회에서 도태되었을 때도 여전히 개인으로 남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먼지같은 존재가 된다. 이 말은 파커 J, 파머의 철학에서 빌려왔다.
  11.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아파트입주자 – 용역회사 – 경비원까지 3자가 모두 갈등에 휩싸인다. 아래에서 개싸움이 벌어지는 꼴이다. 승자는 없다. 모두 상처만 남는다.
  12. 아파트경비원의 고용승계는 “늙고 힘없는 아버지같은 사람들이 일자리도 잃는다니 불쌍하고 안타까워서” 보장해야 하는 게 아니다. 이것은 옳지 않다. 지속적인 업무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자기 의지가 아닌 타의에 의해 일방적으로 계약해지가 되고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하는 사회구조가 정의롭지 않기 때문이다. 부정한 것이 세상의 규칙이 되면 우리 모두 부정해진다. 나 자신이 정의로운 사람으로 살다 죽기 위해, 경비원들의 부당한 고용현실을 부정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 경비원들은 늙고 힘없고 아버지같은 사람도 아니다. 경비원은 엄연한 직업인이다.
  13. 건조한 시선이 때로 명료하다고 생각한다.
  • 사진은 오늘 해당 아파트의 경비노동자들이 아파트 곳곳에 붙이고 있다는 전단이다. 해당 아파트는 20개동 1천여세대, 20년된 아파트로, 최소평수 30평형대부터 60평형대부터 있다. 평당 2천만원 정도로 거래된다.

관련기사 : http://www.mediapia.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395

우수출판콘텐츠 지원사업 – 9억원

매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우수출판콘텐츠 지원사업”을 한다. 올해 들어 주변에 작가, 출판계 사람들이 많다보니 페친들을 통해 이 지원사업에 응모하는 분들을 많이 본다. 출판사가 지원하는 게 있고, 작가 개인이 지원하는 게 있다.
사실 나도 냈다.
암튼. 그렇게 지원선정되기 어렵다는 페친들의 토로를 계속 봤다. 며칠동안 봤다. 몇 년째다, 이번에도 안되겠지, 내가 성의가 부족했다, 내년엔 더 잘 써서 내야지.
근데 왜 다들 안된다고 할까.

기사를 검색해보니 2017년에 이 사업은 거의 로또 당선 수준이라는 논평이 실린 게 하나 있다.
지원사업 선정자는 (올해기준) 작가에게 300만원, 출판사에게 600만원의 제작지원금을 준다. 뭐 대단히 많은 돈도 아니지만, 늘 자금난에 허덕이는 출판사나, 1년 인세 19,000원 받는 작가에게는 고마운 돈이다.
올해 지원자가 얼마나 될 지 모르지만, 2017년에는 2500편 정도 응모했다고 한다. 지금 지원자들은 약 2천 편 이상이 응모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서울의 어느 지역의 제본소는 계속 이 응모작을 제본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올해 사업계획안은 다음과 같다.

■ 2021년 추진내용
◎ 지원자격 : 대한민국 국적의 개인 또는 출판사
◎ 지원분야 : 인문교양, 사회과학, 과학, 문학, 아동
◎ 지원대상 : 미 발간 국내 창작 원고(‘21.11.30.까지 도서로 발간 가능해야 함)
◎ 지원규모 : 총 100편, 편당 900만원(출판제작지원금 600만원+저작상금 300만원) 지급

  • 전체 선정편수 중 30%(30편) 이상 1인 또는 지역출판사, 청년(저자 또는 기업대표) 응모작 선정
    ◎ 추진절차 : 사업 공고 및 접수(2월) → 심사·선정 및 협약 체결(3~5월) → 선정작 도서 발간 및 유통(6~11월) → 선정작 홍보(12월)

자, 그러면 이 사업의 총 예산은 9억이다.
사업수행하는데 드는 제반비용까지 해서 10억이라고 치자.
전국에 있는 출판사와 작가들이 1년을 기다려 여기에 응모한다면, 이 사업의 예산을 늘려야 하지 않나?
100억도 아니고 꼴랑 10억이다.
전국단위 공공사업에서 10억은 하찮은 돈이다.

다른 부처의 사업단위와 좀 비교해보자. 1천만원도 안되는 돈 주고 생색은 난리도 아니다. 책에 여기저기 딱지붙고 모두들 이 사업을 주목한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저희가 지원받은 예산이 없어서” 라고 한다면, 국회 상임위를 찾아가서 담판을 지어야 할 거 아닌가. 돈을 더 내놓으라, 이렇게 전국에서 들썩이는 사업이 없다. 경쟁율이 20대 1이 넘는다 등등. 국회가서 좀 드러누우면 안되나?
여기저기 오피니언 리더들이고, 신문의 칼럼 쓰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왜 이 전체 예산을 현실성 있게 안 늘리나?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체육관련 오만 데 다 건드린 최순실도 손 대지 않은 업계가 출판계인데 (왜겠나. 자금 규모가 너무 하찮으니 안 했겠지) 얼마 안되는 돈도 무조건 감사합니다. 떨어지면 내가 잘못했겠지. 라고 반성하며 그래도 작년보다 1억 올랐으니까, 그래도 작년보다 더 뽑네 하며 기다리는건가.

아 고구마 백만개.

올해 국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원장은 도종환이다.
출판과 작가에 대해 모른다고 할 수 없는 사람.
다 같이 가서 드러눕자.

2021. 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