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190403

2015년부터 지역교육네트워크 이룸에서는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안양과천교육지원청과의 협력사업으로 경기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 교과서를 기반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분야별로 전문강사를 양성하여 민주시민교육을 몇 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진행합니다.

현재 지역교육네트워크 이룸에는 22명 가량의 전문강사진이 5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교과서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출발이었는데 교과서 내용이 충분히 훌륭해 이를 기반으로 해도 무리가 없습니다만, 학생들의 참여와 경험을 중시하여 학교 교사가 접근하기 어려운 활동내용으로 구성해 흥미를 더하고 직접 실습과 체험을 통해 깨닫는 시간을 갖도록 유도합니다.

현재 학교에 진행하는 수업 분과는 인권, 평화, 통일, 사회적경제, 공정무역, 청소년노동인권, 주민자치, 성평등, 다양성, 미디어로 나뉩니다. 각 수업은 안양YWCA, 율목아이쿱생협, 비정규직노동센터, 안양여성의전화, 지역교육네트워크 이룸 사무국에서 나누어 전담합니다.

오늘은 제가 진행하는 미디어 수업 내용을 공유합니다.

수업의 시작은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헌법 1조를 통해 알아봅니다. 강사가 설명하는 방식으로 민주공화국을 한자로 써서 한글자씩 설명합니다. 대한민국은 民主共和國입니다. 라는 말에서 백성이 주인되어 함께 화합하는 국가, 라고 말하는데 여기서 백성이라는 말의 변천을 살펴봅니다.

백성에서 시민까지 이르는 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하고 시민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그리스 아테네 도시국가에서 시작되었음을 얘기합니다. 이 부분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설명하는데요. 3학년은 민주주의 개념이 어려울 수 있지만 내가 땅이나 건물의 주인이 되었을 때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려면 책임이 뒤따르고 알아야 하는 게 많다는 예시를 듭니다. 아이들은 대부분 우리 학교에 땅이 생겨서 맘대로 뭘 지을 수 있다, 라고 가정하면 수영장, 워터파크, PC방 등의 놀이시설을 이야기하죠. PC방 주인이 되려면 PC 사양에 대해 알아야 하고 잘 골라 사야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도 나에게 있다는 걸 빠르게 알아차립니다.

이어서 민주시민으로 살기 위해 조금 복잡하고 어렵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는데 학생때는 상식적인 면을 공부하면서 민주시민으로써의 역량을 갖춰가자고 이야기하죠.

미디어 수업에서는 일단 미디어의 개념을 설명합니다. 사실 성인들도 이 개념을 설명하지 못하는데 손에 잡히지 않는 콘텐츠를 손에 잡히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 있도록 어떤 특정한 도구에 담아 전달하는 것을 미디어라고 설명합니다. 공기계는 미디어가 아니지만 휴대폰에서 나오는 동영상은 미디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딱히 미디어를 종류별로 국한해서 말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기가 아는 미디어종류를 일단 적어봅니다. 포스트잇을 나눠주고 1인당 3가지의 미디어종류를 적습니다. 이 내용을 칠판에 나와 붙이게 하는데 칠판을 3등분 하여 좌측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때 시작한 미디어, 가운데는 엄마 아빠가 태어나고 난 다음부터 내가 태어나기 전까지의 미디어, 맨 오른쪽은 내가 태어나고 난 다음의 미디어의 종류를 붙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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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자연스럽게 미디어의 역사가 정리됩니다. 아이들이 붙인 내용을 같이 살펴봅니다. 컴퓨터를 할아버지 세대에 붙인 아이들은 최초의 컴퓨터인 애니악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아이들이 초등학교에도 한 반에 한 명정도씩 있습니다. 그때는 통신의 기능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있긴 있었지만 미디어로 보기 어려운 면이 있지만 완전히 틀리다고 하기도 어렵다는 이야기를 보탭니다. 아이들이 부모세대의 미디어와 통신기기로 휴대폰과 삐삐를 적는 경우가 많은데 통신과 미디어는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미디어라는 매체가 통신과 완전히 분리되기도 어려운, 다양한 관점이 있다는 것을 설명합니다. 각 반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오기 때문에 강사가 다양한 이론을 이해하고 무엇이 틀렸다고 부정하지 않는 태도를 견지하려고 합니다.

올해부터는 가짜뉴스 판별하기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학생들 뿐 아니라 성인들도 가짜뉴스 문제에 호되게 당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팩트체크.org에서 가짜뉴스 판별법 7가지를 규칙으로 잡았습니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인 경우 이 7원칙을 고스란히 이론적으로 이해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1. 뉴스의 출처를 파악하라.

2. 글을 끝까지 읽어라.

3. 작성자를 확인하라.

4. 근거자료를 확인하라.

5. 작성 날짜를 확인하라.

6. 자신의 생각이 한쪽으로 치우친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라.

7. 전문가에게 물어보라.

원문보기: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810151420151&code=115#csidxf789879f9925ee2a2fca935b05967ca

그래서 이 내용을 습득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직접 가짜뉴스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2015년에서 2016년에는 기사쓰기와 미디어비평쓰기를 해봤는데 이미 아이들이 매우 숙련된 상태라 딱히 재미도 없고 학원이나 교과시간에 많이 해 본 내용이라 특강형식으로 들어가는 민주시민교육에서 진행할 거리는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2019년 처음으로 진행한 민주시민교육 미디어 수업이었는데 가짜뉴스 만들기는 기본적으로 뉴스기사 쓰기를 바탕으로 합니다. 육하원칙에 입각하고 근거를 들어야 하죠. 가짜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신, 가짜뉴스의 목적은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누군가 이득을 보고 누군가 피해를 보는 것이 기본입니다. 오늘 수업을 진행한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이미 가짜뉴스의 존재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가짜뉴스가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가짜 뉴스를 왜 만들까? 라는 질문에 아이들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어그로 끌려고. 조회수 올려서 돈 벌려고. 누군가를 공격하려고.

정확한 대답입니다. 수업중에 아이들이 “어그로”, “개꿀”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이 말을 고스란히 받아 같이 사용합니다. 외부강사만이 할 수 있는 특권입니다.

외부강사가 미디어 수업을 하러 왔다고 하면 아이들은 대부분 “아.. 미디어 작작 보라는 얘기 하겠구나”, “게임 그만하라 하겠구나” 라는 금지에 대해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외부강사 교육은 대부분 “금지”에 대해서 말해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룸의 민주시민교육은 “함께 생각하고 공감하기”로 합니다.

가짜뉴스를 만들기 위한 첫번째 조건은 욕망입니다. 욕망을 투영해 표현하고 과장, 비약, 왜곡을 통해 기사를 뒤틀며 그럴듯한 근거를 제시합니다. 아이들의 욕망을 찾아내니 매점, 학교 안 나오기, 슬리퍼 신기등이 있었습니다. 그 중 특정한 동급생을 놀리는 듯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제지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를 공격하는 가짜뉴스에 걸맞은 조건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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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둠별로 머리를 맞대고 만든 가짜뉴스는 모둠사이에 맞교환합니다. 그리고 다른 모둠에서 만든 가짜뉴스를 평가합니다. 누가 이득을 보는가, 목적이 무엇인가, 출처가 무엇인가 찾아냅니다.

아이들이 만든 가짜 뉴스에는 분명히 이득을 보는 세력과 목적이 뚜렷했습니다. 그리고 출처를 확인할 수 없었고요. 단편적인 실험이지만 아이들은 쉽게 속아넘어갈 수 있다는 것과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지만 믿고 싶은 이야기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신념이 가짜뉴스를 퍼트린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한 학생이 “고정관념”이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요소가 된다고 대답했습니다.

수업시간에 만들어본 가짜뉴스는 사실 희망적이었습니다만, 몇 몇 모둠 아이들은 이미 이 나라에서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세력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기사에서 “충격”, “경악”, “속보”, “단독”이라는 언론사의 제목이 낚시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사실 수업시간이 모자랍니다. 2차시 정도를 더 해보면 가짜뉴스를 놓고 직접 걸러볼 수 있을텐데 그 부분이 무척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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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7가지 원칙을 주의깊게 살펴보았고 어느 정도 자신감도 보였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젊고 영리한 너희들이 가짜뉴스를 잘 판별하는 능력을 길러 어른들이 혼란에 빠졌을 때 가짜뉴스를 판별하도록 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민주시민교육은 교육지원청의 협력으로 이룸에서 특강으로 진행하는 민주시민교육 2차시를 담당 교사가 이어받아 확장하기로 했습니다. 이 수업을 통해 학교에서 더 많은 미디어교육이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올해는 민주시민교육 내용을 간간이 공유하겠습니다.

2019년 4월 3일

 

 

더불어 배우는 민주시민교육 (토론회 발제)

이하나  (안양, 지역교육네트워크 이룸 사무국장)

*2017년 6월 22일 경기도박물관에서 있었던 경기도교육청 주최 “교실 속 시민교육 이야기”에 발제한 원고입니다. 

 

  • 시작 : 안양지역 민주시민교과서 활용 지역연계사업의 출발

 

안양지역에서 교육청 연계사업으로 관내 학교 민주시민교육 교과서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의 교육과정을 진행한 지 3년차가 되었다. 2014년 출범이후, 2015년 당시 지역교육네트워크는 교육정책 관련 정책과 공교육 회복을 위한 공동행동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논의중이었다. 관할 교육지원청과 지역교육네트워크 이룸은 민주시민교육 교과서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지역연계사업으로 전문강사를 양성해 학교에 특강교육을 지원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역교육네트워크는 지역 내 8개 시민단체가 공교육 회복과 마을교육공동체 구성을 위해 결합한 협의체로 안양YMCA, 안양YWCA, 안양여성의전화, 비산종합사회복지관, 대안과나눔, 율목아이쿱생협, 경기도예비사회적기업 이야기너머가 함께 시작했다. 각 단체와 기관들은 지역에서 활동한 지 적게는 수년, 길게는 20여년의 역사가 있고, 각 기관별 전문강사진이 구성되어 시민대상교육과 학교 연계 교육을 병행하고 있었다. 이에 지역교육네트워크의 회원단체에 소속된 전문강사진이 각자 자기의 전문분야의 특성을 살려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을 분야별로 나눠 교과연구 모임을 갖고 수업교안을 준비, 시연과 점검 과정을 거쳐 관내 초등학교부터 특강형태로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하게 되었다.

 

  • 전개 : 교과서 기반의 학교 특강 교육의 실제

 

안양과천교육지원청에서 예산을 마련해 교육과정 연계사업을 진행한 이유는 교과서 활용의 극대화였다.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교과서의 구성은 감탄할 정도로 훌륭하게 구성되었다. 경기도 외 시민들에게도 온라인을 통해 개인적으로 알리고 자랑하기도 했다. 각 학교마다 교과서를 신청해 배포는 한 상태지만 교과연계 수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고 아이들은 교과서를 받고도 활용도가 떨어져 “쓰지 않는 교과서”로 생각했다. 지역교육네트워크 이룸은 지역교육지원청과 협력하며 교안개발을 하여 각 학교에 특강형태로 출강하였는데 교사와 아이들 모두 교과서를 구비하지 못하거나 유념치 않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이에 대해 학교 현장에서 찾은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망라하고 교과연계수업을 진행하기에 교사의 업무량이 만만치 않다. 혁신학교나 지자체 예산을 지원받은 희망창조학교로 선정된 학교의 여부를 떠나 각 학교나 교사들은 창의적 체험활동을 늘리고 미디어를 지양하며 아이들의 토론식 수업과 창의적 발상을 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교수법을 연구 적용하고 있다. 각 교과별로 민주시민교과서의 내용과 맞물리는 부분이 많이 있어 일부 내용을 편집 재구성해 교육과정을 편성하기도 한다. 일부 교과와 중복이 있는 경우 “민주시민교육”은 특정교과의 일부로 편입된다. 또한 학년별로 정해진 진도를 나가야 하는 분량이 만만치 않다. 지역이해교육이나 유네스코 교육등 각 학교별 특성화 프로그램도 있어 교실 안에서 운용되어야 할 과정이 상당히 많다. 게다가 새로운 형태의 교수법을 습득하고 교육패러다임을 바꾸려는 교사들의 자발적 역량강화욕구도 높아 교육과정에서 새로 받아들여야 할 교육 과정의 분량도 적지 않다. 이들이 모두 민주시민교육교과서를 별도로 특화하여 연구하는 것은 무리로 보였다. 교육현장의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여 교육정책의 우선과제가 무엇인지 모호해 보일 때도 있다.

 

둘째, 시간이 부족하다. 민주시민교육의 기본은 협의와 토론을 지속하고 한 가지 결론만을 도출하지 않는다. 합의를 이루어내는 과정을 더 중시하는 것을 기초철학으로 둔다. 이 논조에 기초해보았을 때 진정한 민주시민교육을 학교 내에서 진행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요컨대 느슨한 교육시간이 필요한데, 각종 활동과 교과과정, 학교 행사 등 학교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 협의를 도출하는 과정의 진정한 민주시민교육을 이뤄내기에 학교는 바쁘다. 초중학교 모두 타 교과 진도를 좇아가기 바쁘다. 초등학교의 경우 그나마 담임교사가 한 학급을 전담하기 때문에 창의적 체험학습 시간에 민주시민교육 특강을 외부 초빙하거나 스스로 교과운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중학교의 경우 각 교과별 전문교사가 시간을 각자 배정하기 때문에 특정 교과 교사가 민주시민교육을 수업 중에 연계해 진행할 경우 본인의 진도를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한다.

 

셋째, 불편한 진실에 대한 거부감이 남아 있다.

서두에 밝혔듯이 민주시민교과서는 구성이 치밀하고 활동내용도 세부적으로 잘 나누어져 있다. 교과서 연구 없이 교과서 내용 그대로 따라만 해도 학교 내 민주시민교육 수업은 가능하다. 언급하는 내용에는 주거복지, 노동3권, 미디어의 오류 등 현실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혹자는 이 교과서가 지나치게 진보적이거나 좌파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학교교육에서 배우지 않았던 것에 대한 반감일 뿐이다. 이 나라가 사회적 복지국가로 나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들이 실려 있다.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고 청년실업이 국가재난 수준으로 치닫는 과정을 겪으며 젊은 층의 보수주의도 극대화되었다. 경쟁을 당연시 하고 무임승차를 부당하게 생각하는 혐오현상이 일어나면서 현실을 직시하고 극복하려는 욕구를 감추는 세태가 팽배해졌다. 경쟁이 체질화된 아이들은 매일의 주어진 학습량과 일정을 채우기 바쁘고 버겁다. 먼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 때 학습과잉의 사회구조적 문제와 교과서보다 더 무거운 주제에 대한 거부감 등을 해결할 수 있다.

 

넷째, 또 하나의 오류,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배우는 민주주의

민주시민교육에 있어서 교과서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민주시민교육 교과서로 민주시민교육을 완성할 수는 없다. 민주시민교육은 그야말로 생활 속에서 하나씩 실천해야 할 주제들이다. 토론과 학습, 이론으로 배우고 생활 속에서 실천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삶의 당연한 지표로 자리 잡아야 한다. 하지만 그럴 시간과 여력이 부족한 현장에서는 가장 빠르고 쉬운 과정으로 소비된다. 이것은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민주시민의 요건을 가르치고 있는 셈이다.

지역 협의체에서 운영한 전문강사양성 과정도 마찬가지 오류를 범하고 있다. 협의와 토론의 과정을 거치도록 팀별로 구성해 교안을 개발했으나 민주시민의 기초 요건과 민주주의에 대한 학습은 대부분 일방적인 강의형태로 이루어지기 일쑤다. 일상을 돌아보고 나의 민주적 감수성을 점검할 시간이 부족하다. 실천 없이 이루어지는 체득은 없다. 생활 속에 녹아드는 민주 시민 교육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 갈등 : 민주주의 없는 민주시민교육

 

학교 안팎의 민주시민교육 운영이 어려운 이유는 위 네 가지 외에 더 큰 근본적 원인이 있다. 우리는 여전히 민주주의에 대해 탐색하는 중일뿐이다. 한국에 걸맞은 민주주의를 도출해내는 데 오랫동안 진통을 겪었고 지금도 그 과정 중에 있다. 지금의 기성세대들은 군부독재를 지나, 반공을 국시로 한 시대를 거쳐, 각자도생의 금융위기를 관통하여 경쟁이 체화된 시대를 살아냈다. 이들이 학교를 체험한 기간에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해봤거나, 학교 내 민주주의를 경험했거나, 민주 시민적 감수성을 키울 기회가 얼마나 있었을까?

왕권국가를 지나, 식민지배통치를 넘어 스스로 이루어내지 못한 근대화라는 비판이 있다. 외국의 사례를 고스란히 들여온 제도가 많다. 이제야 민주주의에 대한 감수성이 민감해지고 있다. 사회의 많은 이슈들이 공론화되고 온라인과 SNS를 통해 각양각색의 토론이 시작된 이후 이제 우리는 무엇이 민주주의인가 조금씩 깨달아 가며, 기존의 가치관에 대한 의심을 시작했다.

어쩌면 민주시민적 소양은 지금 기성세대보다 교실에 앉아 친구를 차별하면 안 된다며 자기 행동을 주의하고, 그 어떤 폭력도 정당하지 않다는 걸 실천하려고 애쓰는 초등학교 1학년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은 그저 조금 더 살았다는 이유로, 참정권을 행사해봤다는 이유로, 정치이슈에 관심을 가졌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가르치려 든다. 스스로 깨닫지 못한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민주주의 없는 민주시민교육 담론은 허망하기 짝이 없다.

 

  • 발전 : 민주주의는 고요하고 우아할 수 있는가

 

민주시민교육은 실천적 과제다. 이론적 과제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교실 안에서 일어나는 일 뿐 아니라 각 가정 내에서 문해력을 갖춘 성인이 스스로 얼마나 민주적인 인간인가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가를, 미국의 토론교육에 비해,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협약에 준거해, 프랑스의 정치교육에 빗대어 우리가 어디까지 와 있는가 가늠하고 점검하려는 태도가 다수를 이룬다. 한국에서의 민주시민교육과 한국의 민주주의를 독자적으로 만들어나가자는 움직임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민주시민이 되고자 하는 이유는 자치와 주권을 회복하는 데에 있다.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내 최선의 공동체를 이루어내는 것이 목적이다. 주권을 찾기 위해 싸우고 설득하는 작업이 민주시민의 궁극적 목표일진대 현재의 민주시민교육은 주권과 자치를 위해 싸우고 화해하는 협의의 과정을 얻는 것이 아니라 “교양 있고 문화적인 소양을 갖춘 사회의 쓸모 있는 인재”를 기르는 것에 집중한 것이 아닐까. “메리토크라시(meritocracy : 능력본위경쟁주의)”가 사회적으로 팽배한 결과로 보인다.

민주시민교육을 학교 내에서 적용할 때마다 껄끄러운 기분이 들었다면, 혹은 민주시민교육에 대해 고민할 때마다 어딘가 꺼림직 하다면, 관료주의적 사회시스템에서 민주적 합의를 도출해 성공해 본 기억이 선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의 교복을 결정하는 일, 교칙을 정하는 일, 두발단속 기준을 변경하는 일, 도서관에서 대화를 할 수 있는가, 화장실에 자유롭게 다녀와도 되는가에 대해 협의하는 일, 휴대폰을 수업 중에 사용하지 않는 일등, 사사로운 것부터 거대한 기준까지 학교시스템 전부를 전복시킬 수도 있는 위험한 것들이다.

민주주의는 시끄럽고 요란스럽다. 수많은 의견을 듣고 말하고 주장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진정한 평화는 치열한 투쟁을 버티는 인내를 거쳐 협의를 완성할 때 온다. “가만히 있으라”와 “학교에서는 조용히”라는 규율이 설득과정 없이 통용되는 현실에서 민주주의를 이루려는 성취는 얼마나 적극적일 수 있을까

 

  • 결론 : 아무도 모르는 민주시민교육, 가르칠 수 없다.

 

민주시민교육을 학교 내에서 이루어내기 위한 이상적 형태는 직접민주주의의 실현이다. 명목상의 협의기구(각종 위원회)가 아닌 실질적으로 학교 내 모든 구성원의 권익을 이뤄낼 수 있는 치열한 협의과정이 선결되어야 한다. 녹색어머니회가 왜 필요한지, 이를 의무화할 것인지에 관해 학부모총회를 통해 결정하고, 누구 엄마가 무슨 말을 했다고 비난하지 않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학교를 비판했다가 제 아이에게 불이익이 갈까 말을 삼가는 학부모가 사라져야 하고, 교권침해에 관해 각자의 입장을 주장하고 이를 공론화하여 함께 해결해 나가는 지난한 과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과 덕목을 준수하며 성공해 본 기억이 청소년기에 새겨져야 한다.

 

민주주의는 어렵다. 민주시민의 역량과 협의의 요령이 선결되어야 한다.

인류가 지향하는 자유와 평등을 위해 사회적 오류를 인지하고 하나씩 더 나은 방향으로 가도록 협의를 연습하는 과정이 “민주시민교육”이다.

민주시민교육은 누가 누구를 가르칠 수 있는 체제가 아니다. 교육이라는 단어보다 더 나은 말이 필요하다. 민주시민교육은 지금부터, 이제부터 서로 묻고 답하며 만들어가야 할 체제다. 먼저 읽은 자들이 무지를 인정하고, 실천을 해나갈 때 아이들에게 배우고 나누며 삶으로 눈빛으로 함께 이루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끝.

 

 

 

가만히 있지 않는 아이들을 길러야 한다 – 경기도 민주시민교육

교육청 주관으로 민주시민교육 교과서연구와 활용방안에 대한 교원연수를 진행중이다.

오늘은 관내 모 중학교 교원연수를 진행했다.
중학교는 연수 시작 가능시간이 3시 30분이후인데 퇴근이 4시 40분이라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게 좋다.
사전에 학교측에서 2시간 꽉 채워 해달라는 경우도 있겠으나 퇴근시간이 중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건 학교 분위기에 따라 판단한다.
학교 분위기는 섭외를 담당한 교사의 태도와 연수장소에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선생님들의 태도에서 한 방에 느낄 수 있다.
어떤 학교는 2시간이 넘어도 무관하다는 분위기가 있고 어떤 학교는 어찌 되었든 시간은 지켜줬으면 좋겠다는 경우도 있다.
아무튼 나는 퇴근시간을 꼭 초과해서라도 진행할 생각은 없다. 그건 받아가는 사람들의 몫이니까.
민주시민교육 교원연수는
협의체가 구성된 과정을 학교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이며 10개에 걸친 전문분야를 현직교사들이 교육현장에서 어떤 방법으로 적용할까를 먼저 말한다.
민주시민교육 교과서는 경기도교육청에서 집필했는데 그 분야가 초등의 경우, 자치, 선거, 평화, 인권, 다양성, 노동, 미디어, 연대, 정의, 안전으로 되어 있고
중학교의 경우 시민, 민주주의, 선거, 자유, 평등, 연대, 복지, 노동, 경제, 미디어, 다문화, 평화로 구성되었다. 중학교가 분야 분류어가 조금 더 관념적이다. 고등학교까지 이어지는 교과내용은 학력에 따라 계속 심층적으로 무거워진다.
한 가지 분야를 심층적으로 파고 드는 것도 쉽지 않은데 한 명의 교사가 전 분야를 섭렵하는 건 내 판단엔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 분야 중 자신있는 것을 선택하고 교내에서 연구모임을 만들어 각 년간 순차적으로 적용해보길 권한다.
교과서 구성과 교과서 집필의도, 교육현장에서의 추구할 목적을 얘기하다가 내가 몰아가는 핵심주제는 “학교는 민주적인가”, 그리고 “나는 민주적인가”이다.
이 교과는 결론을 낼 필요 없고, 내지 않는 것이 좋다.
교사가 가르치려 들지 말 것,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에 충실할 것,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만들어 아이들이 모두 고르게 의견을 말할 수 있게 하되 정답이 없다는 걸 염두에 두고 교사 먼저 틀을 깨서 자유롭고 여유있게 진행하도록 해달라는 것이 내가 진행하는 연수의 요점이다.
오늘 수업을 진행한 학교는 중산층 이상의 주민이 모여 사는 곳인데 실제 수업을 적용해 본 한 교사는 노동의 경우 아이들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대신 경제 분야에서 윤리적 소비, 공정무역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조금 더 수월했다고 전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 지역의 아이들은 본인들의 노동 효용성에 대해 아직 절감하지 못하며 소비를 더 가깝게 느낀다는 얘기가 된다. 이것은 우치다 타다루 선생의 “하류지향”에서 말하는 논점과 일치한다.
최근 박근혜게이트와 촛불집회로 인해 민주시민교육은 더없이 좋은 시기를 만났다. 학교에서 서슴없이 정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이 열린 것이다. 이는 정치가 아니라 정상과 비정상의 문제이며, 헌법과 대한민국 존립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의 교사들은 언제나 이 문제를 언급하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뒷감당에 자신 있느냐가 문제가 된다. 학부모의 민원제기, 교육청이 비협조적이거나, 학교가 민주주의를 거론하는 것을 불편해 한다면 그 학교의 아이들은 “노동”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못한 채 졸업을 해야 한다.
오늘 연수가 끝나고 어려운 점을 들어봤다.
한 선생님은, 자기가 가르친 아이들이 이제 20대 중반이 되었는데 모두가 비정규직이 되었다. 왜 아이들의 미래가 그렇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로 인해 오는 현실과의 괴리감이 너무 큰데 어떻게 사회참여를 할 수 있을지, 자기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했다.
두 번째 선생님은, 사회교과담당인데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전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을 어디까지 개입해서 전할 수 있느냐가 늘 고민이라고 했다. 말하자면 자꾸 자기 검열에 걸려 넘어진다는 것이다.
다른 선생님은, 촛불집회 참여하는 것도 좋은 공부라고 얘기했다가 민원제기를 받았다고 했다. 민원은 학부모로부터 온 게 아니라 아이가 불만스러워한다고 부모의 입을 빌려 들어온 것이며, 중산층 이상, 고학력자가 사는 마을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솔직히 잘 이해가 안된다고 전했다.
나는 잦은 토론, 싸워보고 화해해보고 대면해서 말로 갈등을 풀어본 경험이 적은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적어도 이 교과를 최대한 활용해서 교실내 민주주의를 먼저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는데, 사실 중학교에서 이런 도전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대신 허망한 토론에 그치지 말고 실제로 학교에서 자치회에 적용을 시키거나 아이들이 의견을 모아 학생회에 안건을 상정하고 교사들과 협의를 하여 교칙을 바꿔나가는 성공의 경험을 안겨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 해 해결하지 못한 것은, 다음해에 후배들이 해결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가이드가 되어주시면 된다고 강조했다.
노동이나 인권에 대한 이야기, 선거와 정당, 정치이야기를 했을 때 자기검열에 걸려 넘어지는 선생님들에게도 방패가 생겼다. 그게 바로 경기도교육청의 더불어 사는 민주 시민 교과서인 셈이다. 교과서 안에 이미 노동3권에 대한 명시가 분명히 되어 있고 노사교섭에 대한 토론, 모의 정당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교과내용을 진행한 것으로 뒷감당을 해결할 수 있다. 또한 민원을 받은 교사의 경우도 경기도교육청에서 내려온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지침이 있기 때문에 교사들이 더 힘을 받아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을 현장에서 진행할 수 있다.
가는 곳마다 선생님들의 의견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이 시기에 대한 절망감이 엄청나고, 교실 안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수많은 의견에 선생님들이 당황할 지경이다.
일례로 한 선생님이 “촛불집회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라고 했을 때 아이들은 주저하지 않고 “인성쓰레기” 라는 단어를 뱉으며, 이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는 것이다. 유사이래, 전국민이 지금 이것은 아니라고 외치는 기회, 학교 현장에서도 민주주의에 대한 장을 넓게 펼칠 수 있다.
민주주의가 뭔지 단 한 번도 성찰해 보지 않은 자가 오천만과 싸우고 있다. 학교 안에서 사회적경제와, 주거복지, 조선일보와 경향신문을 비교해서 볼 수 있는 교육이 좀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박근혜가 그 길을 크게 열어주었다. 끝까지 싸워 이겨야 할 필요는 보탤 필요가 없다.
지금 우리의 아이들은 바다를 보고, 배를 볼 때마다 세월호를 떠올리며, 내가 수학여행을 가서 살아돌아올 수 있을까 궁금해한다.
이 아이들이 커서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 말할 것이다. 그때 우리가 교실에서 대통령을 욕하기 시작했고 엄마 아빠를 따라 광장에 나가 촛불을 들었다고. 그런 시절이 있었다고 민주주의는 싸워서 이기는 것이라고 또렷하게 기억한다고 말하게 될 것이다.
어른들이 할 일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는 일이다. 중년이 넘어서는 청년들을 가르치려 들지 말고 듣고 따를 일이다.
세월호 이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가만히 있지 않는 아이들”을 길러내는 일이다.
2016년 11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