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만들기 – 초등학교 독서클럽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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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기 정들 거 같음.

오늘은 제니가 명찰을 집어던지고 가버렸다.
허허허.

 

2.

 

선생님 그거 세월호 리본이죠?
1주년이라 달은 거죠?
아이들이 내 가슴에 달고 간 세월호 리본뱃지를 보고 말했다.

수업이 끝나고 나오는데 한 녀석이 말했다.
그거 왜 달아요? 쓸데없이.
쓸데없는 거 같애?
네.
왜?
귀찮으니까.
기억해야지.
왜요?
그래야 너희들이 나중에 고등학생 되서 수학여행 갈 때 또 그런 일이 없을 거 아냐?
하긴. 그래도 귀찮아요.
뭐가?
수학여행이요. 안 갈거예요.

아이의 귀찮다는 말은, 생각하기도 싫다는 말로 들렸다.
너무 무섭고 힘들어서, 말하고 싶지도 않다고. 수학여행 내내 밀어닥칠 공포와 불안을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2015. 4. 17. 기록

어느 중학교

– 1학년은 친구관계를 제일 힘들어해요. 초등학교 6년동안 참다 참다 중학교 가면 달라지겠지 하고 오는 거예요. 근데 여기 초등학교 2개에서 애들이 다 오거든요. 그럼 거기서 거기예요.
– 자아가 깨이면서 들이받는 애들도 있구요.
– 가해자와 피해자가 역전되는?
– 가해자 피해자 구분이 없어요. 계속 바뀌어요. 다 섞여 있어요. 소그룹내에서의 문제라 지속적 왕따나 전체적으로 한 명을 몰아세우거나 폭력사건이 일어나거나 그런 건 없고요. 주로 인제 뒷담화, 카톡이나 SNS로 그러는 경우가 많죠.
– 사실 부모님들이 과민반응 하시는 경우도 있고, 아이들도 별 거 아닌 거에 대처하지 못하고 넘어가지 못하기도 해요.
– 그리고.. 친구관계 외에는 이제 부모님과의 문제. 부모님들이 기대치는 높고 이 아이들은 아직 어리다보니까 죄책감을 갖는거죠. 엄마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더 노력해야 한다고 자기를 막 다그치고요. 저희가 볼 때는 이 아이들은 이미 노력으로는 끝까지 끌어올리고 있거든요. 아이들이 다 잘 하기 때문에 더 잘할 수가 없어요. 근데 더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 고등학생쯤 되면 부모가 무섭지 않으니까 그런 건 없는데 중학교 1,2학년까지는 그런 게 되게 많아요.
– 저는 요새 중학생들 만나다보면 애들이 되게 무기력하다는 생각이 들던데..
– 그래서 아이들이 매우 예민해져 있고 시험때가 되면 기괴한 짓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 수행평가를 내주면 학원에서 죄다 봐줘서 상향평준화가 되어버려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그걸로 수행평가를 하면 2년이상 못하겠더라고요. 학원에서 다 건드려버려가지고.
– 학원에 완전히 점령당한 셈이군요.
– 여기는 그래요. 완전히 둘러싸여 있으니까요.
– 대신에 애들이 대부분 공부는 잘 하고 이해력도 높아서, 어려운 단어 쓰셔도 괜찮을 거예요.
– 아.. 학습에 대한 훈련은 잘 되어 있는 거군요.
– 그렇죠. 맞아요. 독서력이 바탕이 탄탄하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힘들어도 애들이 집중력도 좋고요.
– 제가 보기엔 글을 엄청 잘 써요. 그리고 외국 연수 다녀온 애들, 조기유학 다녀온 애들 많고요. 한 반에 10명 정도는 그래요.
– 부모 학력이 높다보니까 애들도 따라가더라구요. 여행 다녀온 곳도 뭐 페루, 칠레, 요르단 이런데고요.
– 환경문제는 사실상 없는 셈이라고 봐야돼요. 엄마 다 집에 계시고, 부자들이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애 없구요.
– 부럽네요.
– 그런 면도 있어요.

• 인근 모 중학교 수업협조 협의중의 대화다.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2015.4.17. 기록

마을이야기만들기 – 초등학교 독서클럽 2

금요일 독서클럽 수업.
수업을 가기 전부터 나는 그 아이가 걸렸다. 매일 한 번 이상 눈물을 쏟아낸다는 아이. 피해의식, 타인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한 열 한 살.

아이들은 약간 뺀질거리는 태도로 수업에 들어왔다. 귀찮고 놀고 싶고 재밌으면 좋겠고 쉬고 싶고. 아이들에겐 당연한 일이다.

즐거워야 하고, 자유로워야 한다. 억지로 하지 않고 아이들이 한 마디라도 더 말하는 게 내가 원하는 것.

각자 숙제로 읽어온 책의 내용을 적어보랬더니 절반 이상이 숙제를 안 했다며 숙제가 없었던 거 같다고 우기기까지 했다. 명료하게 각인시키지 않은 건 내 실수라 본다.
애들은 그래도 된다.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인데 숙제따위 새겨가고 싶을까.

숙제를 못 한 친구는 각자 재미있게 읽은 이야기를 적어보랬더니 어떤 아이는 자기가 지은 글을 적어도 되냐고 물었다. 나는 당연히 된다고 대답했다.

그 아이, 은서.
매일 운다는 아이가 발표시간에 드디어 화가 터졌다. 옆 자리 친구가 뭘 썼냐고 은서의 발표내용을 잠깐 봤는데
“남의 허락도 없이 왜 나서서 남의 걸 들춰보고 까발리느냐”며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조용히 하라고오!!” 라며 은서가 옆 친구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나는 엄한 목소리로
“선생님한테 조용히 하라고 한거니?”라 물으니 잠시 조용해졌다. 1교시 마무리 중이라 모두 발표를 무사히 마치고 간식을 나눠주었다.

은서는 옆친구에게 같은 말을 반복했다.
“왜 남의 허락도 안 받고 내 껄 들춰서 까발리느냐고오!!”

나는 은서를 따로 불러 교실 창문 아래 작은 의자에 마주보고 앉았다. 햇빛이 따스했고 아이들은 간식을 먹고 화장실을 다녀오며 떠들었다. 은서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같은 문장을 계속 반복했다.

그래서 속상했구나.
화가 많이 났니?
라는 질문에도 같은 문장만 되뇌었다.
“왜 남의 꺼를 허락도 안 받고 들춰보고 까발리느냐고요! 그걸 가만 둬도 되냐고요오!”

은서야, 은서의 마음을 말해봐. 화가 난거야?
억울한거야? 아니면 섭섭한 거야?
어떤 질문에도 대답은 같았다.

“왜 남의 꺼를 허락도 안 받고 들춰보고 까발리느냐고요! 그걸 가만 둬도 되냐고요오!”

다른 아이들이 아 좀 그만하지 진짜. 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은 은서는 고개를 휙 돌려 아이들에게
“시끄럽다고오! 그걸 가만 두냐고오!!” 하고 소리를 버럭 질렀다.

나는 아이의 두 손을 꼭 잡고
“어디서 소리를 질러!” 하며 크게 말했다.

은서에게 억양과 소리높이와 크기를 바꿔가며 계속 네 마음을 말하라 했으나 은서의 대답은 토씨하나 안 틀리고 같았다.
은서가 화를 낸 옆자리 친구를 불러 너는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 물으니 이 아이도 완강하게
“저는 절대 사과하지 않을 거예요!” 라고 대답했다.

은서는 그 아이를 끌고 그 아이의 담임선생님에게 가서 야단을 맞도록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따지고 싶으면 너 혼자 가서 선생님께 ‘따지는 게 아니라 말씀드리고’ 그 다음 친구가 야단을 맞아야 하는지는 선생님과 친구의 일이니 혼자 가서 말씀을 드리고 오라고 했다. 은서는 같은 말을 반복하다가 그 아이의 담임을 만나겠다고 교실을 나갔다.

쉬는 시간이 지나고 두번째 시간을 진행하는 중에 은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들어왔다. 손도 들고 발표도 잘 하며 수업을 무사히 마쳤다.

은서가 울지 않을 때 나는 ADHD가 심한 남자아이 옆에 앉아서 수업을 진행했다. 아이의 증상은 내가 보기에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고 수업이 안되는 정도가 아니라 일반 대화가 안 될 지경이라 지적장애를 의심받을 정도였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 나는 아이들 몇 명을 따로 불렀다.
솔미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능력이 분명히 있는 아이라 꼭 재미난 이야기를 지어서 가져오도록 했고, 기영이는 이야기를 정리해서 말로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나니 독후감을 자주 써보라 했으며, 은서는 기분이 좋아졌냐고 확인하고 웃옷을 접어 가방속에 넣어주었다.

아이들이 나가고 교실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수고 많았다.
나도, 아이들도.

2015. 4.10. 기록

마을이야기만들기 – 초등학교 독서클럽 1.

초등학교 3학년 <독서클럽 : 우리마을이야기> 첫 수업.

오늘 수업은 학교 도서실을 가서 마을에 관련되는 책을 찾아보는 과정이 있었다.
20분정도 도서실을 돌아보면서 책을 찾아보라 하는 사이 여자아이 한 명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다른 한 아이를 향해 화를 내고 있었는데 상대방 아이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가만히 멈춰서 있고 화가 난 아이만 혼자 열이 나서 펄펄 뛰고 있는 꼴.

저학년만 이용할 수 있는 미니 2층이 있는데 거기서 내려오다가 상대편 아이가 자기를 계단에서 밀쳤다는 것이다. 아이가 흥분해서 마구 달려들려고 하길래 꼭 안고 잠깐 쉬었다가 얘기하자며 일단 교실로 데리고 올라왔다.

화가 난 아이는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내내 울면서 말하기를
계단에서 자기를 밀치는데 그럼 그걸 가만히 두느냐 라고 하더니
계단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오면 (말 그대로 갑툭튀) 어쩌냐고 말이 바뀌었다.
계단에서 넘어지면 병원을 가야 하고 병원비도 많이 드는데 다 니가 책임질꺼냐, 로 시작되더니 사람이 죽을 수도 있고 목숨이 달린 문제라는 이야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수업주관을 하는 사회복지사선생님이 아이를 앉혀놓고 이야기를 하려는데 화가 난 아이는 밖으로 튀쳐나갔고 뒤쪽에 앉은 다른 아이들은 걔 집에 갔을껄요~ 원래 성격이 소심해요~ 라고 전했다.

다시 들어온 아이가 똑같은 말을 반복하며 울먹거려서 수업이 20분 정도 중단되었고 다른 아이들은 간식을 먹으며 사태가 진정되길 기다렸다.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화가 난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도록 분위기를 정리했고 다른 친구들이
“많이 놀랬겠구나. 괜찮아.” 라고 이야기 하도록
(아 갑자기 갠찮아여? 많이 놀랬져? 장수원 드립 생각;;) 권유했다.

계단에서 갑툭튀했다는 애는 나름대로 억울해서 자기는 앞을 보고 내려가고 있었고 화가 난 아이가 고개를 숙이고 내려오다 부딪힐 뻔 한 것이라며 억울해했다.

어찌저찌 수업을 끝내고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커피 한 잔 하고 갈 수 있느냐 물으셔서 앉아서 얘기를 하는데.

오늘 화를 낸 아이는 하루에 한 번씩 그렇게 억울한 일이 생겨서 울며 진을 빼고 화를 내는데 그 이야기는 늘 누군가 일부러 자기를 괴롭힌다는 것이 주테마라는 것이다. 아이가 피해의식이 심한 거 같아서 걱정인데 엄마에게 연락을 해도 답이 없다는 것이다. 전화도 안되고 메세지도 답이 없고 편지도 쪽지도 모두 답이 없단다.
아이가 정말 힘들겠네요 하는 차에 이 사회복지사 선생님왈

“독서클럽이라, 담임선생님들이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일부러 모았어요… 음.. 아까 걔는 ADHD 약을 먹다가 최근에 중단했고요, ㅇㅇ이는 수업이 불가능한 아이고요.. ㅇㅇ이는 부모님이 퇴근이 늦어서 주로 혼자 지내는데 애가 좀 무기력하죠.. ㅇㅇ이는…..”

믹스 커피 잘 마시고 교실을 나왔다.

……………..왜 때문이죠?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반복되는거죠? 왜 때문이죠…………..

2015년 4월 3일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