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창비주간논평 – 잡아먹힌 사람들의 이름

노동자들은 도로를 파고 통신회사의 데이터센터로 가는 전용 전선을 묻고 있었다. 작업시간은 5시까지인데 이미 6시가 넘었다. 길은 어두워졌다.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이 시작되면서 사거리는 붐볐다. 이들은 사거리의 한갈래, 왕복 5차선 도로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 전선을 묻고 땅을 다지던 롤러가 잠시 멈췄다. 롤러 옆에는 주황색 안전고깔이 있었다. 고깔이 롤러의 바퀴에 끼었다. 운전자는 잠시 내려 고깔을 빼내려고 롤러의 기어를 중립에 놓았다. 운전자가 롤러에서 내리는 순간 옷깃에 기어가 걸렸다. 롤러는 순식간에 앞으로 돌진했다. 운전자는 롤러에서 떨어졌고, 롤러 바로 앞에 있던 노동자 세명이 그대로 치였다. 세명 모두 그 자리에서 숨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라지만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은 없다. 한번의 사고는 수차례의 메시지를 보내 경고한다. 읽지 못했거나, 읽지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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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 16.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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