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1일 -자전거 고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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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1일

이 날.
이 날 아마 날씨가 약간 춥긴 했고,
며칠 째 우울감에 휩싸여 있었을거다.
과외를 가는 길이었고,
길을 잘 못 들었는데 자전거마저 고장이 났었지.
그래서 길에서 만난 자전거 수리공에게 자전거를 고쳤는데, 아마 그 수리공이 터무니없는 값을 불렀을거야.

근데 그 터무니없는 값이라는 게 12위안이거나 20위안이었을게야. 그 때 아마 스타벅스 커피가 30위안이 좀 안됬나 그럴껄.

이 날도 분명히 시엔시아루 스타벅스에서 6시간 정도를 뭉개면서 외국인 유학생이라는 특권 아래서 무료 시음료도 몇 잔 받아먹고 그랬을지도 몰라.
이 날이 아니었다 해도, 그 전 날 그랬거나, 그 다음날 그랬거나. 아무튼 스타벅스를 도서관 삼아 다니던 시절이었으니까.

그리고 자전거 수리공과 흥정을 하는 거지. 한 잔의 커피값도 안되는, 그 저녁의 노동에 대해서.
손톱밑의 때는 평생을 닦아도 지워지지 않을 것만 같은, 호적은 분명히 없을 게 뻔한, 자기 이름이나 겨우 쓰면 다행인. 그 남자와 길바닥에서 말야.

그리고 슈주허를 넘으며 생각했겠지.
나는 대체 뭔가.
나의 돈은 무엇이고, 저이의 돈은 무엇인가.

가난이 내 영혼을 잠식하면,
나는 사기꾼이 될까 거지가 될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전거를 밀었을거야….

순대국을 먹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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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국은 언제나 혼자 먹는 음식이다.
한 고비를 넘어가야 할 때, 그 순간을 넘겨야 할 때, 나는 돼지의 잡고기로 만든 냄새나는 순대국을 먹으러 간다.

그 때는 언제나 남들은 모두 배부른 시간
늘어져 있던 앞치마들이 나 때매 다시 일어나는 시간. 오후 3시라든가, 밤 9시라든가. 아침 10시 반이라든가.

어쩔 수 없는 누린내가 나는 국에 들깨를 넣고 다대기를 풀고 맵고 짜게 한 그릇을 들이켜면 언덕을 내려갈 힘이 난다고 스스로를 속이기가 쉬워지는 것이다.

그리고 빈그릇을 바라보며 다시 최영미의 혼자라는 건 을 떠올리곤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누군가 나에게 같이 순대국을 먹자고 할 때, 뛸 듯이 기뻐하지 못하고 아 이 것은 내 외로움의 음식인데.. 라고 주저하는 것이다.

겨울밤, 미친 몸뚱이에 질퍽한 순대국을 먹고 돌아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