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호스트되기 강좌

올 4월부터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경기도마공센터) 주최로 “zoom 호스트되기” 강좌를 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마공센터에서 예산을 대고 홍보와 모집을 책임지고 저는 기획에 참여해 주강사로 진행합니다.

강의는 세 시간으로, 줌 호스팅 방법을 알려드리는 겁니다. 뭘 그런 걸 강의까지 하나, 라는 생각도 하겠지만 줌으로 오프라인에 상응하는 강연과 회의는 가능합니다. 이에 대한 조건은 대부분 고급설정을 잘 다룰 수 있느냐와 온라인에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몇 가지 툴을 가미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습니다.

애초 계획은,

줌 고급설정을 같이 살펴보고 패들렛과 잼보드를 사용하기, 멘티미터로 퍼실기능 삽입하기, QR코드 만들기, 카카오톡의 메모장과 서랍기능으로 링크공유하기까지 하려고 했습니다. 강의 커리큘럼의 기본은 작년에 이룸을 비롯한 지역의 강사들에게 무료+ 소액의 강의를 진행하며 다급하게 아는 대로 가르친 것이 도태가 되었습니다.

(저는 누구에게 이 내용을 배운 적 없고 그저 IT 사용에 두려움이 없어서 먼저 익혀 공유한 것 뿐입니다)

줌에서 고급설정을 들여다보려면 줌 홈페이지에 로그인을 해야 합니다. 여기서 모든 공동체가 10분 이상을 쓰게 됩니다. 보통은 20분 이상 걸리고 심하면 40분이 날아갑니다.

구글로 로그인하면 간단합니다. 모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는 구글계정이 있습니다. 그러나! 구글계정을 평소 쓸 일이 없는 사람들은 대리점에서 만들어준 구글계정을 쓰죠. 자기 전화번호 앞에 a, b, aa가 붙은 계정이 휴대폰에 입력되어 있고, 비밀번호는 모릅니다. 여기서 꼬이는 겁니다.

그 다음 줌 클라이언트 앱도 브라우저 기반인데 자기 컴의 기본브라우저가 뭔지 대부분 모릅니다. 확인할 줄도 모르고요. 어제 자동로그인이 되었는데 오늘 안된다며 쩔쩔 맵니다.

이 참여자들이 컴맹이냐,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로 브라우저의 개념을 설명하고, 기본브라우저가 왜 바뀌는지 알려주고, 기본 브라우저 설정을 어케 바꾸는지 얘기하고, 줌 고급설정까지 진입하는데 주강사 1인을 제외하고 2명 이상의 보조강사가 각각 3-4인의 컴퓨터를 같이 들여다봐야 로그인에 성공합니다. 이 강의를 10회 이상 진행하면서, 우리는 대체 어디에 있나 고민이 되었습니다.

참여자의 대다수는 기혼여성인데, 이들의 70%는 자기 컴퓨터가 없습니다. 자녀들과 공유하면서 눈치를 보고 사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70대의 여성노인들은 욕구가 충만하나 자녀들이 그런 거 해봤자 알지도 못하는데 배울 생각도 하지 말랬다며 서러움을 토해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도 모르는 스마트폰을 들고, 별의 별 걸 다 하면서, 자기 정보가 어디로 가는지, 나도 모르는 정보를 대리점 직원이 만들어주는 것에 대해서도 모르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각종 유흥을 즐깁니다.

이런 내용이 또 하나의 강의 콘텐츠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경기도 마공에서는 주강사가 저 1명이라 불편할 겁니다. 도의회에서는 1인 몰아주기로 볼 수 있습니다. 아직 저를 대신할 주강사를 못 찾았습니다. 자신 있는 분은 연락주셔도 좋습니다.

저는 센터와 논의해 최대한 경기서남부 지역을 제외한 양평 가평 동두천 포천 연천 등 농촌지역을 돌자고 했는데 아예 신청이 많지 않습니다.

줌 사용법을 알리며 경기도 전역으로 다니며 디지털 격차를 느낍니다. 이 시기가 지나면 디지털 양극화도 심해질 거 같습니다. 누군가는 도태되고 누군가는 더 성장할 겁니다. 유쾌하지 않는 일입니다만. 그래도 포기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줄었으면 좋겠습니다.

2020년에 비대면 강의가 자신없다며 아예 강의바닥을 떠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보다 나은 삶이길 바랄 뿐입니다.

토요일, 어느 택시

제가 운전 12년 했거든요.

지난 주에 3일은 사납금도 못 채웠어요.

기본급 60만원이니까 거기서 까겠죠.

200요? 어휴. 이번 달은 백만원도 안 될 거 같은데요.

다들 힘드니까요. 나만 힘든 거 아니니까 버텨야죠.

제가 원래 선거 같은 거 안 했던 사람이거든요. 근데 지난 번엔 문재인 찍었죠. 이번엔 무조건 야당 찍을거예요.

이재명? 이재명 나오면 이재명 찍고. 근데 이재명 못 나올 거 같던데요.

토요일 10시 코로나 4단계. 어느 택시.

입이 없는 세상

사무실에서 300미터 정도 가면 한신냉면이 있다.

이 집은 냉면이 다른데보다 1천원정도 싸고 콩국수도 먹을 만 해서 점심시간에 자리가 없다. 가게 주인이 방역수칙도 철저히 지켜서 음식 나오기 전에 마스크도 못 벗게 한다.

오늘은 콩국수를 한 그릇 시키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손님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예닐곱살 쯤 된 여자아이가 들어와 주인여자에게 뭐라 뭐라 하는데 둘 다 마스크를 끼었고 손님들이 왁자하니 주인여자가 크게 망해서 내 귀에도 말이 다 들렸다.

“콩국수 포장? 응. 엄마가 사오래? 엄마 전화번호 알아? 여기 전화번호 적어야 해. 아줌마가 적어줄테니까 불러봐. 응. 공일공. 땡땡땡땡. 호계동 사는 거 맞지? 응. 금방 줄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인여자가 나에게 와서 앞좌석에 아이가 잠깐 앉아 있어도 되겠냐고 묻는다.

나는 그저 흐뭇한 기분이 들어 괜찮다고 했다.

아이가 기다리는 동안 먹으라고 주인여자가 요구르트를 하나 꺼내 빨대를 꽂아 주었다.

아이는 마스크를 살짝 내리고 빨대로 요구르트를 마셨다.

콩국수를 입에 쑤셔넣던 나하고 눈이 마주쳐서 내가 슬쩍 웃었다.

“학교 다녀요?”

“네.”

“몇 학년이예요?”

“1학년이요.”

아이는 말을 할 때는 마스크를 올렸고, 요구르트를 먹을 때는 마스크를 내렸다.

“엄마가 국수 사오라 했어요?”

“네”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도 국수 먹을 줄 알아요?”

“네.”아이가 또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이 뭐야?”

“윤아요.”

“응. 윤아. 착하네. 심부름도 잘 하고.” 나는 꼰대같은 말을 해버렸다.

써보니 귀찮게 많이도 물어봤네.

아이는 요구르트를 다 먹고 주인여자에게 다가가서 “아줌마. 요구르트 다 마셨어요.”라며 빈 병을 내밀었다. 주인여자는 빈병을 받아들고 금방 나올테니 자리에 앉아 있으라고 했다. 아이의 포장 국수가 나오기 전에 내가 국수를 다 먹어버리면, 아이의 국수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의 포장국수가 먼저 나왔다. 주인여자는 비닐봉투에 국수를 담아 아이에게 들려주고는 “조심해서 잘 들고 가라.”고 일렀다. 혼자 가는 길이 멀진 않겠지.

마스크 위로 반짝이던 아이의 까만 눈동자가 예뻤다. 말을 할 때는 마스크를 올리고, 요구르트를 먹을 때는 마스크를 내리던 아이의 얼굴이 오래 기억날 것 같다. 입이 없어진 세상에서 아이들의 언어는 얼마나 달라질까.

한 사람의 힘

몇 년전부터 각 지역에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되면서 도시재생센터가 마을기자단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 외 공동체 사업에서 종종 아마추어 주민들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기자단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기자단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외부로 나가는 글은 한 번 안 써본 사람도 있고, 블로그 정도 해 본 사람도 있다. SNS도 안 해본 사람이 다수였다.

인근에 있는 G시의 한 센터는 내가 2019년부터 기자단 지도를 하고 있다. 2019년에 처음 기자단을 구성할 때 담당자라고 연락을 해 와, 한 번도 안 해본 업무고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물론 누구 소개로 연락처를 알아내서 연락한 것이었다. 누가 소개를 했는지 지금은 기억이 안난다. (소개해 준 사람을 잊지 말아야 하는데 이것도 참 문제다.) 몇 가지 컨설팅 비슷한 조언을 해줬는데 특강을 부탁했다. 담당자도 구성원들도 맥을 못 잡고 있긴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50대 이상의 지역주민이었고 봉사활동을 해 봤거나 통반장, 지역 무슨 협의회 회장도 있었지만 글을 써본 경험은 없었다. 다들 자기 생업이 있어서 수업시간은 늘 저녁 7시에 잡혔다.

담당자는 나에게 강의요청을 할 때마다 “7시에 수업을 하게 되면 어차피 식사를 하셔야 하니 한 시간 일찍 와서 저랑 식사 하시면 어떨까요?”라고 권했고, 나는 일찍 가서 그와 순대국이나 순두부를 먹었다. 그는 매번 아주 깍뜻했다. 솔직히 말해, 그런 공무원은 처음 봤다. 내가 늘 대접받는 기분이라 고맙다고 하면 그는 ‘강의비도 얼마 안되는데 잘 해주셔서 그렇다.’라고 답했다.

첫 특강 이후에 몇 가지 구성에 대한 조언을 해주고 그가 전화를 걸어올 때마다 이런 저런 의견을 전했다. 그는 나에게 기자단이 글을 제대로 쓰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리겠느냐고 물었다.

공공기관 사업이 빤한 것이, 정해진 예산이 있고 상부에서 허락을 안 하면 담당자가 아무리 필요하다고 우겨봤자 성사 불가능하다. 이런 질문이 오면 나는 역으로 가용예산이 얼마나 있냐고 묻는다.

예산에 맞춰서 최대의 효율을 낼 방법을 찾아주면 된다. 대신, 가성비를 높이는 기준은 담당자의 태도에 따라 결정한다.

그가 말한 예산은 장기적으로 기자단을 지도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내가 제안한 것은 첫 소식지에만 기획회의를 나랑 하고, 원고를 써오면 그걸 놓고 편집회의를 하면서 강의를 곁들이겠다는 것이었다.

가능할까요? 그가 물었다.

– 가능하게 해봅시다.

첫 기획회의에서는 각자 뭘 쓰고 싶은지 어떤 걸 취재하고 싶은지 이야기를 들었다. 세금으로 만드는 소식지니까 관의 요구를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 하지만 최근엔 담당자에게 허용범위를 물어도 큰 규칙이 있는 건 아니다. ‘도시재생센터 쓰레기다!’ 이런 비난만 없으면 되고, 모인 사람들도 크게 의도와 엇나가는 아이템을 말하지도 않는다. 대부분 ‘도시재생센터에 도움이 되어야지!’라는 생각으로 모이기 마련이니까.

기획회의에서는 1. 서로 소재가 겹치지 않게 하고

2. 취재대상과 취재할 질문을 뽑아주고

3. 육하원칙으로 물어올 것

4. 정보는 어떻게 구성해올 것 정도를 지도한다.

이러면 구멍이 몇 개 나 있어도 얼기설기 기사를 만들어온다.

두 번째 편집회의에서

모든 사람의 동의를 얻고

이들이 써서 제출한 한글파일을 프로젝터에 띄운다.

한글파일에는 변경기록 기능이 있는데 수정하는 내용이 다 교정기호 기록된다. 스크린에 띄운 상태로 그 자리에서 바로 글을 수정하면서 여기를 왜 고쳐야 하는지, 어디가 문제인지, 빨간 줄을 죽죽 그어가며 문장을 재구성해주고 문단을 앞뒤로 바꾸기도 하고 어느 정보가 더 필요하니 더 취재해오라고도 한다.

한마디로 쇼를 하는거다. 교정쑈랄까..

처음에는 마을기자들이 망신스러워했지만 누누히 당신들은 프로가 아니고 프로일 필요도 없으며 잘 쓰는 유려한 글로 기사를 만들거면 마을기자단의 의의도 없다고 강조하면서 도닥이니 붉은 비가 내리는 원고에 큰 불만도 없게 되었다.

매번 잘 썼다 훌륭하다 이만하면 되었다 이 부분은 아주 좋다고 칭찬을 곁들이는 것도 꼭 필요하다.

작년에는 코로나가 있었는데도 담당자가 어김없이 나를 네 번이나 불러줬고 편집회의를 끝내고 나서 기자들이 다시 보완을 해오면 윤문을 해서 다시 넘겨주는 형태로 일을 이어왔다. 윤문에 대한 비용은 책정된 바 없고, 1회 강의비로 이 기자단의 일을 계속해왔다.

이유는, 단 하나 담당자의 성의 때문이다.

항상 부족한 원고라도 자기가 다시 타이핑해서 넘겼고, 사진도 봐주겠다 하니 사진에 파일명도 다 일일이 수정해서 보여줬고, 내가 가면 노트북에 파일까지 다 깔아서 완벽하게 셋팅해놨고, 물과 커피는 물론, 일찍 와서 밥 먹자는 소리도 빼먹지 않았다.

그리고 가끔은 전화를 해서 기자단 원고에 대해 물었는데 정말 성심성의껏 자기 일을 한다는 걸, 절절히 느꼈기 때문이다.

5월에 한 번 강의를 하고 원고를 수정해서 보냈는데 7월도 발행한다며 6월에 담당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새로 담당자가 왔으니 잘 부탁한다고 자기가 인수인계도 잘 해보겠다고 했다.

오늘 새로운 담당자와 이전 담당자가 있는 자리에서 한 차례 수정쑈를 했다. 이번 담당자도 친절했다.

게다가, 이번엔 기자들의 기사도 많이 좋아졌다. 손 대지 않을 정도의 글도 있었고, 각자 잘 하는 분야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 사람은 인터뷰에 재능이 있었고, 한 사람은 탐방기사에, 한 사람은 기관 취재에 장기를 보였다. 나는 기자단에게 “이제 제가 안와도 되겠다”면서 한껏 추켜올렸다.

강의비 지급서에 사인을 하면서 나는 반농담으로 “이제 강의비 좀 올려줘요.”라고 말하고 껄껄 웃었다. 담당자는 머쓱해져서 어쩔 줄 몰라했다.

“농담이고요. 주무관님이 항상 성의있게 하셔서 제가 늘 기분이 좋습니다. 곧 제가 필요없어질 거 같긴 하지만.” 이라며 웃었다.

매번 수업이 2시간을 넘겼는데 오늘은 20분이나 단축되었다.

결국 공공기관 강의나 일은, 사람 때문에 한다.

그 한 사람의 마음이 여러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C주무관, 참 훌륭한 사람이다.

어디 상 있으면 추천이라도 해야겠다.

이 담당자 때문에 기자단에 들어온 사람들은 ‘발전하는 자신’을 찾아갔고, 나 역시 내 역량을 발휘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입발린 소리 안하고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사람의 미덕은 긴 시간에 걸쳐 결국 빛난다고, 믿고 싶다.

지하주차장에 누워있는 사람들

공동현관이 통유리로 된 아파트에 산 적이 있다. 항상 통유리창과 복도를 반짝이게 닦아놓는 미화원에게 비타500을 한 병 건넨 적 있다.

그는 음료수병을 들고 울먹거렸다. 왜 그러시냐고 물었더니 청소하는데 물 펑펑 쓴다고 방금 입주민에게 욕을 먹었다고 했다. 누가 그런 소리를 하드냐고 물었지만, “우리가 쓰는 물은 지하수인데…..”라며 그는 울먹이기만 했다. 그 아파트는 비싸고 넓은 평수를 자랑했다. 반상회는 없는데 골프동호회가 생긴 아파트다. 그 아파트의 관리사무소는 지하에 있었다. 내가 그 아파트에 7년을 사는동안, 7년동안 근무한 직원은 늘 지하에 있었다.

모든 아파트에는 청소/미화노동자가 있다.

이들은 평일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주로 근무하고 토요일에 출근하는 곳도 있다.

한달 급여는 100만원에서 140만원 수준. 휴게시간은 하루 1시간에서 2시간 정도다.

주로 청소하는 곳은 계단과 복도, 엘리베이터지만 아파트 화단의 잡초를 뽑거나 분리수거를 돕고, 지하주차장을 청소하는 일에도 동원된다. 눈이 오면 눈을 치우고 비가 오면 미끄럽지 않게 헌 카페트 같은 것도 가져다 깐다. 이 업무는 원래 정해진 것이 아니지만 거부할 수 없다.

오래된 아파트의 계단마다 끄트머리에 반짝이는 금색테를 본 적 있는가? 그것을 신주라고 부른다. 신주는 아파트미화노동자들의 오래된 골칫거리다. 관리자가 이 신주가 반짝이는 걸 원하는 경우, 틈새에 낀 이물질까지 죽어라고 닦아내야 한다. 최근엔 신주전용 청소기가 나왔다는데 모든 아파트에 있는 것은 아니다.

월 급여 100만원 남짓. 이들은 밥 사먹을 돈을 아끼기 위해 휴게실에서 밥을 지어 각자 반찬을 가져와 먹는다. 코로나때문에 모여서 먹지 못하고 둘 셋씩 분리해서 먹어야 하지만, 그 시간도 공간도 여유롭지 않다.

주차장의 배관의 끝에는 비밀스러운 문이 있다. 이 문을 열면, 노동자들이 누워있다. 고된 노동 중간 잠시 쉬는 사이, 이들은 지하주차장에 눕는다. 시멘트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유리섬유에도 노출되어 있다. 자동차의 배기가스가 스며들어오는 곳에서 고소한 밥을 짓는다.

사진은 경기중부아파트노동자협회의 활동가가 경기도 보조금으로 진행하는 미화원 간담회와 실태조사를 거치며 찍은 것들이다. 활동가들이 둘러본 내용을 정리해 적는다. 과천, 군포, 의왕, 안양의 아파트들이 대체적으로 이렇다. 주워온 소파, 주워온 냉장고, 주워온 선풍기가 지하주차장에서 요긴하게 쓰인다. 경기도의 예산으로 경비원 휴게실 개선사업이 시작되었으나 미화원 휴게실에 대한 언급은 없다. 청소, 미화노동자들이 꼭 가난하고 불쌍하고 못 배운 사람들은 아니다. 기업출신도 있고 공무원 출신도 있다. 평촌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다. 노동과 노동사이 쉴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주어져야 한다. 내가 쉬고 싶지 않은 공간에서 타인에게 쉬라고 말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이것은. 공.정.하.지.않.다.

먹이 사슬의 맨 끝에 청소노동자가 있다. 지하주차장에 사람이 누워있다.

2021. 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