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에게 기회를 –

안양시청소년들이 만든 정책제안 YOUTH AGORA

안양시 청소년재단의 정책제안대회인 유스아고라는 그간 여성가족부의 지원사업으로 진행했다가 올해부터 자체사업으로 전환해 학교 연계로 진행했다.

지난 해까지는 각 학교 동아리를 모집해 청소년수련관으로 오는 형태였으나 올해부터는 응모한 학교로 찾아갔다.

고등학교 4개와 중학교 1개 학교로, 각 학교별로 (고3을 제외하고) 학년은 모두 달랐다.

학생들의 정책제안은 기후위기와 교통문제로 집중되었는데 도시미관에 관련된 환경정책도 결론적으로는 기후위기로 귀결되는 형태였다.

다수가 자기 삶에서 발견한 문제점을 공익목적으로 지방정부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출퇴근, 통학 시간대의 버스 혼잡, 심야버스 운영등 양극화되는 교통문제를 꼬집었으며 담배꽁초, 흡연구역 설치, 불법 광고물은 매년 등장하는 문제다.

그 중 눈에 띄는 것 두 가지를 먼저 얘기한다면

1. 담배꽁초의 재활용 대안을 제시한 꽁초수거와 기업협력이었는데 아스팔트 혼합 등의 자료를 들고 나왔고 생산자책임제도 거론했다.

2. 고지대에 위치한 고등학교는 재활용수거트럭이 올라오지 못해 폐지를 제외한 모든 플라스틱이 일반쓰레기로 버려진다며 기후위기 대처에 대한 교육과도 맞지 않고 수거용역업체에게 의무를 부여해 지방정부가 힘을 발휘하고 고지대 수거를 거부한다면 용역계약을 파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3. 안양시장의 공약을 점검해 공약이 구체적으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지적한 팀도 있었다.

세 가지 주제로 흩어진 모둠을 한 가지 정책으로 모으자고 제안한 것이 바로 “청소년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장한 충훈고등학교다.

이 학교에서는 원래 청소년정치교육, 고가의 장비가 필요한 청소년진로탐색시설설치, 청소년전용플리마켓 세 가지였다.

이 발표가 있을 때 참가자들의 질의와 한탄이 이어졌는데 성인들이 주의깊게 들어야 하는 내용이라 열거해본다.

– 안양시에는 주민참여예산제가 있는데 여기에 청소년진로설계 관련하여 사업제안을 했더니 “청소년문제는 학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관련부서 답변을 받은 바 있다. 작년에 거절당한 셈이니 올해도 다시 제안할 예정이다.

– 안양시의 청소년의회 등은 정보나 환경으로 인한 접근성이 좋은 청소년만 접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게도 보편적 기회가 필요하다. 따라서 허울뿐인 청소년의회가 아닌 곧 선거를 치러야 할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 성인들과 섞여 있는 회의에 청소년이 들어가려고 해도 청소년이 접근할 수 없는 시간에 회의를 하더라. 들어오지 말라는 얘기로 읽힌다. 이 시간부터 바뀌었으면 한다.

– 초등학교 6학년이다. 교실안에서 편파적인 정치논쟁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정치와 공약에 대한 객관적 시선을 갖출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한데 학교에서 아무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아 답답하다.

– 정치교육등에 관련해 기회를 열어줘도 청소년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치혐오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각 정당의 관계자들과 선거관리위원회 등 정부기관에서 의무교육으로 학교에 찾아와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 정당관계자가 직접 교육을 한다고 학생들이 그에 물들거라는 생각은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는 각 정당에서 주장하는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다. (이 이야기는 무조건 흡수될 거라 생각하는 건 비판없는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어른들의 편견이라고 이해했다. 국힘, 민주당 등 거대양당 외에 소수정당의 이야기도 직접 듣고 정치인도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의중이 있었다)

청소년 정치참여에 대해서 그 어느때보다 욕구가 높아졌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은 성인들이라고 해서 딱히 현명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죽어도 국힘, 죽어도 민주당이라는 고정관념에서 이미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2016-7년 사이의 촛불집회를 기억하거나 참여했던 이들이며 이들이 의외의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생까지는 정치와 정치인을 유희의 도구로 사용하는 성향도 꽤 있는데 정치권에서 이를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들은 성장중이고 곧 투표권을 갖게 되고 (당장 내년에 총선을 할 수 있는 학생도 꽤 되었다) 정치의 새로운 지형을 원할 수도 있다.

10년 넘게 청소년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요구해왔던 동일한 제안이 있다. 계속해서 묵살해오며 세월이 지났다. 이들은 정치와 행정이 지속적으로 자기들의 발언을 무시한다고 느끼며 성장하고 있다. 당신들을 늙고 이들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그것만 기억하자.

#청소년재단

#청소년정치참여

#유스아고라

학생들의 제안서요약과 PT 발표를 모두 붙인다.

모두의 각성이 필요한 시간이다.

2023. 10. 21.

청소년 정책제안에 부쳐

어제부터 시작된 청소년 정책제안대회의 멘토로 참가했다. 어린이, 청소년들이 정책제안을 하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은 곳곳에서 생겨난다. 여성가족부에서 만든 청소년참여포털에는 청소년들의 정책제안을 올릴 수도 있고 https://www.youth.go.kr/ywith/index.do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는 청소년정책제안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을 올려놓았다. https://www.nypi.re.kr/contents/site.do지역에서 청소년 정책제안에 개입하여 살펴보면, 아이들이나 성인시민들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1. 나이차이를 떠나 모든 시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쓰레기문제와 주차문제다. 이 두 항목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본인의 주거환경을 떠나서 시내 곳곳, 특히 유흥가 번화가의 무단쓰레기투기 문제, 주차공간 자체가 협소하다 보니 생기는 불법주차문제는 대한민국의 최대 과제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했더니 쓰레기문제가 해결되더라는 사례는 꽤 있다. 하지만 이 사례들은 대체로 매우 지엽적이고 국소적이다. 마을에 화단을 만들었더니 쓰레기가 줄었다는 것은 약 1평 정도에 쓰레기가 사라졌다는 말이다. 아파트에 있는 것처럼 재활용품을 모아두는 작은 공간을 만들었더니 쓰레기가 줄었다고 하다가 재활용품 수거함에 적합치 않은 쓰레기나 음식물쓰레기를 투척하는 빌런이 등장하면 주민들이 급격하게 좌절한다. 이 좌절이 너무 빠른 것도 문제인데, 과정이 그만큼 힘들어서인지, 살펴볼 일이다. 안양시의 경우 경기도내 최악의 주차조건이라는 악명에 걸맞게, 불법 무단 주차를 적당히 방치하고 사는 편이다. 도시 자체가 숨 쉴 틈없이 촘촘해서 새롭게 개발할 여지가 없다. 새롭게 여지를 틀만한 공간이 없고 시민들의 소득수준이 높은 편이라 주차문제는 풀어내기 쉽지 않다. 아이들도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게 쓰레기문제와 환경문제로의 연결인데, 이 주제는 어디를 가도 나오고 언제나 등장해서 식상할 정도다. 아이디어 디자인 쓰레기통 설치에 대한 의견도 자주 나오지만 사실 쓰레기통은 별 대안이 아니다. 특히 안양지역은 희한하게 흡연부스가 없다. (혹시 설치된 곳을 아시는 분은 제보 바람) 시청에 이 문제를 건의하면 주변의 민원이 제기 되기 때문에 부스 설치를 못한다는 것이다. 금연단속 다니는 공무원도 있고 꽁초집중 수거 미화원을 동원하는 방법을 택한다. 백날천날 단속해봤자 지정구역이 없으니 길바닥은 언제나 난장판이다. 어른들은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는 문제이지만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받는 모양이다. 이번에도 예상대로 환경문제에 관심있다고 얘기한 청소년들이 가장 많았다. 사실 청소년들에게 환경문제는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과하게 제기하더라도 기성세대는 그냥 닥치고 있는 편이 좋다. 
  1. 내가 만났던 청소년팀은 좀 달랐다. 환경문제보다 다른 분야에 관심이 더 많다고 대답했다. A는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을 더 하고 싶은데 작년부터 동아리활동이 거의 중단되어 서운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B는 그간 지역에서 청소년위원회 등 다양한 청소년 활동에 참여했는데 학교 생기부에 적용되지 않아서 절망했다. C는 지역의 다양한 청소년활동에 참여하고 싶은데 학교에서 받는 정보가 너무 적다. 학교 선생님이 전달해줬으면 좋겠는데 잘 전해주지 않는다. D는 학교에서 성수소자 차별에 대한 언행이 보이는 것이 불편하고 싫다. 인권이 중요하다면 성소수자 인권도 존중해야 하지 않나. D의 경우 어쩌면 교사나 동료 학생들이 그런 발언을 하는 경우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유추했지만 누가 그러더냐고 묻지는 않았다. 자, 이런 네 가지 사항을 가만히 들으면 단순한 건의사항, 민원내용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문제를 결정권자들이 한 번에 쉽게 고쳐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멘토역할이 건의사항 접수하고 민원 접수해서 결정기관에 전달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런 내용을 어떻게 정책제안으로 끌고 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아이들이 제시한 내용은 모두 하나의 문서에 담겨있는 내용이다. 바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다. A가 얘기한 동아리 활동내용과 C가 제안한 학생활동 정보 공유 내용은 제 9조와 22조에 있다. 

제9조(정규교과 이외의 교육활동의 자유) ① 학생은 야간자율학습, 보충수업 등 정규교과 이외의 교육활동과 관련하여 자유롭게 선택하여 학습할 권리를 가진다.② 교장 등은 학생에게 야간자율학습, 보충수업 등을 강요하여서는 아니 된다.  <개정 2019. 8. 6.>③ 교장 등은 방과후학교 등 정규교과 이외의 교육활동에서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운용함으로써 교육의 다양성과 학생의 실질적인 선택권 보장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개정 2019. 8. 6.>

제22조(문화활동을 향유할 권리) ① 학생은 다양한 문화활동을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② 학교의 장은 학생의 다양한 문화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여 교육, 공연, 전시 등의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운용하여야 한다.  <개정 2019. 8. 6.>③ 교육감은 제2항의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학교 및 지역의 협조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B가 얘기한 내용은 지역과의 연계가 성립되지 않아서 지역내 활동이 학교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내용도 지역의 협조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는 내용에 해당된다. 
D의 경우는 제 5조에 담겨있다. 

제5조(차별받지 않을 권리) ① 학생은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국가, 출신민족, 언어, 장애, 용모 등 신체조건,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병력, 징계, 성적 등을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② 경영자, 교장 등은 제1항에 예시한 사유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하여야 한다.  <개정 2019. 8. 6.>


인권조례 5조에는 분명히 용모 및 신체조건, 임신 또는 출산, 성적 지향까지 차별해선 안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미 다 있는 내용인데 지켜지지 않는 것 뿐이다. 코로나19라는 핑계로 아이들의 활동을 제한한다 해도, 이해당사자인 청소년들의 동의에 의해 실행되어야 하고 기회는 열려 있어야 하지만 대부분 어른들은 “너희들은 작고 약하니 우리가 결정한다.”는 태도를 일관한다. 
아이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아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정보는 다음과 같다. 한국의 각종 법령에 의거한 조례의 위계와 조례와 일반법령의 차이점, 조례 제정의 일반적 과정, 주민발의조례가 존재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은 근본적인 이유, 학교에서 조례를 잘 시행하지 못하는 구조적 원인, 학교 교사의 업무량, 범위와 시간, 조례의 강제성 여부를 간단한 교육으로 풀어낸다. 
여러분이 제시한 내용은 모두 합당하게 누려야 하는 권리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문제이니 어떻게 하면 조례를 잘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찾아 제시하고 결정권자들이 이를 잘 지킬 수 있도록 설득하고 독려하고 칭찬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했다. 오히려 답이 쉽게 나와 정책제안으로 풀어낼 수 있는 방향은 선명하게 잡힌 셈인데, 이 팀 구성원들에게 나의 이야기는 제안사항일뿐이니 여기서 보다 자유롭게 확장해봐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3.

각 지역에는 민관협치라는 이름으로 유명무실한 각종 위원회가 있고, 말 한마디 의견 한 줄 내지 않고 회의비 받아가는 위원들이 수두룩하다. 교육정책이나 교육에 대한 담론 논의때마다 아이들은 모두 빠져 있다. 청소년들이 수 개월간 애를 써서 만들어낸 정책제안은 자료집에 몇 장 들어가는 것으로 그친다. 의회나 시정에서는 아이들을 불러 사진 찍고 의회 구경 시켜주는 것으로 그친다. 스무살이 안되었다는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넘어서 대상화까지 하는 행위다. 청소년들이 코로나19를 거치며 많은 고민을 했고 그 고민으로부터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쉽게 말해 학생들도 매일 학교를 가다가 안 가게 되니 “학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될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학생들이 학교를 우습게 본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성세대들의 비관적 오판이다. 아이들은 학교 선생님을 여전히 좋아하고 사랑받고 싶어하며, 학교에서 기본교육을 받길 원한다. 부족한 부분은 학원에서 메꾸는 것에 대해도 별 불만이 없다. 성적은 대체로 상향 평준화되었다. 아이들은 학교와 지역이 더 자주 만나서 재미난 일을 꾸릴 수 있는 기회를 학교에서 제공해주길 바란다. 학교에서는 공부만 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학교는 더 이상 지식전달만의 장의 아니라 세상으로 나가는 교두보의 역할을 할 때가 되었으니까. 

내가 만났던 이 팀을 내가 몇 개월동안 계속 멘토링을 하게 될지는 모른다. 멘토는 재배치가 될 예정이다. 게다가 아이들은 한 번 모이는 것도 엄청나게 힘들다. 각자 사교육을 어느 정도 수행하고 있는지 정도가 다르고 아이들의 일과도 모두 다르다. 이 팀은 학년과 학교도 모두 제각각이었다. 다시 만나게 될 지 모르겠으나 이 팀에서 제시한 내용이 나는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내용이라고 봤다. 보다 다양한 세상을 꿈꾸고 있는 아이들을 만나게 되어 기뻤다. 어른들보다 훨씬 더 훌륭한 생각을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더 만들어내는 게 내가 할 일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