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낚시 (2018,3)

거제는 나의 동행이 한때 일하던 곳이다.

그는 조선소에서 배의 가장 밑바닥에서 뚜껑을 덮은 채 일을 했고, 쉬는 날이면 낚싯대를 메고 아무데나 가서 낚싯대를 바다에 던지고 서 있다 돌아오곤 했다. 바다만 보면 그저 마음이 좋았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낚시는 거대한 배의 부품처럼 느껴지는 일상을 위로해주는 성취감이 있었을거다. 운칠기삼. 낚시꾼들은 어복(漁福)이라고 말한다. 물고기가 와서 물어주거나 안 물어주거나. 그건 모두 운에 달렸다고. 낚시꾼들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환경에 자신을 놓아두고 약간의 노력을 가할 뿐이다. 행운이 오거나 오지 않거나에 대해 낙담하지 않는다. 매일 사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

거제 장승포에는 작은 어판장이 있고 트럭이 오갔다. 대규모의 경매는 없는 것 같았으나 냉동창고에서 네모낳게 각이 잡힌 채 얼어버린 생선이 목조파레트 위에 올라가 냉장차에 실렸다. 새벽 운전을 한 탓에 장승포항에 차를 대고 잠시 졸았다.

동행은 너댓시간을 기다린 끝에 봄도다리 한 마리를 건졌다.

봄에는 작은 도다리가 올라온다. 바다에서 잡은 도다리에, 들에서 캔 쑥을 넣고 국을 끓인다. 제주부터 거제, 통영에 이르기까지, “봄도다리쑥국 개시”라는 글자가 여기 저기 박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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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경의 장승포앞바다

오가는 사람들이 낚시 포인트를 알려주었지만 관절염환자인 나를 동행으로 둔 그는 갯바위에 오르는 일이 자유롭지 않다. 멀리 동행을 앉혀두고 낚시를 가지 않는다. 개의치 말라고 해도 낚시의 목적은 자연산 물고기를 낚아올려 나를 먹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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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포항 앞바다 (배가 드나들지만 생활낚시꾼이 많다) 오후가 되자 바닷색이 바뀌었다.

별다른 소득이 없자 우리는 자리를 옮겼다. 지새포라는 항구로 이동했더니 시에서 만든 공영주차장과 긴 방파제가 있다. 낚시꾼들을 위해 만든 자리 같았다. 완만한 테트라포트나 다리 위에서 낚시를 던지는 이들이 있다. 마을 사람들은 빨간 양동이를 들고 나와 고도리를 계속 낚아 올렸다. 낚시를 하려면 물의 깊이를 알아야 한다. 어느 물고기가 어떤 높이에 사는지 짐작하는 것이다. 기계식 장비를 사용하면 정확한 수심을 파악할 수도 있지만 싼 게 아니고 그렇게 전투적으로 고기를 낚을 것도 아니라 취미로 하는 이들은 수심을 재는 측정기까지 쓰지 않는다. 어디에 있을지 모를 고기를 잡겠다고 어림짐작으로 낚시의 길이를 조정하는 일. 마치 사람의 마음을 가늠하는 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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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새포 공영주차장

미세먼지는 남쪽 끝 거제까지 가득했다.

그래도 바다는 파랬다. 바다가 편한 이유는 사람이 살지 않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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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앞에 방파제를 끼고 이런 다리가 있다. 낚시꾼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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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이 잡던 고도리 (고등어 새끼)

거제의 물가는 놀라웠다. 거제에 몇 번 다녀왔지만 매번 숙소에서 끼니를 때웠는데 이번엔 외식을 두 번 했다. 딱히 특별할 것도 없는 장승포의 대구탕은 13,000원이었고, 양이 푸짐한 것도 아닌 묵은지 고등어찜은 1인분에 15,000원이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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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0원짜리 대구고니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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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0원짜리 고등어묵은지조림

비수기라 숙소는 할인이 많았다. 데일리호텔 앱에서 보기만 하고 전화를 해서 따로 계산을 했다. 숙소를 오가는 고양이들이 삼겹살을 얻어먹으러 나타났다. 서열대로 고기를 나눠먹은 아이들은 배를 채우고 이내 사라졌다. 숙소는 여태 여행 중에 묵은 것 중 제일 만족스러웠다. 비수기라 50% 할인이었는데 성수기엔 작은 방이 12만원쯤 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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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여행펜션의 고양이 삼대장. 앞부터 서열이 높다. 맨 앞놈이 먹고 남은 것을 두번째 놈이 먹고 두번째 놈이 먹다 남은 것을 마지막 놈이 먹었다.

노동자들이 채운 도시에 서울의 두배쯤 되는 외식물가라. 거제에서 싼 것은 휘발유값 뿐이라더니. 아름다운 섬이었던 이 도시를 망친 건 오직 자본인가 자본에 기댄 인간인가.

거대자본이 들어와 망가지는 사회는 얼마나 많은가. 그게 비단 거제의 문제일까.

2018년 3월 12일

거제, DSME 남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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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다섯 시 40분.
대우조선해양 남문 앞 미니스톱.
로또는 6시 조금 지난 시간부터 판다.
작업복의 남자들이 한 둘씩 편의점에 들어와 각자의 하루를 책임질 물건을 사간다. 담배, 딸기 우유 하나, 숙취 해소 음료 하나, 일주일을 책임질 로또 같은 것들.

– 삼년 전에 성과급 좋을 때 이 동네 여자들은 싸우나 끊어 다니고 그랬죠. 이제는 성과급 없다고 봐야 돼요. 이제는 뭐 그냥, 아끼는 거 말고 뭐 하겠습니까.

– 여 조선소는 잘 될 수가 없심더. 우리 일할 때요, 볼트 너트가 없어가지고 다음 배 작업장 가서 몰래 훔쳐다 하고 그랬심더. 그게 왜 그랬겠어요. 중간에 누가 해처먹고 누가 잃어버리고 그런 거 책임을 안 지는 깁니다. 직영은 일 안 하고 놀지요. 하청에 하청은 책임감 없지요. 그냥 일당만 받아가면 되는데 누가 열심히 합니까. 열심히 한다고 누가 알아줍니까 일당이 올라갑니까. 구조 자체가 그래요. 여기는 아무도 책임 안 집니다. 수주 받으면 뭐 합니까. 수주 받는다고 돈 버는 게 아니라예. 오히려 그게 더 손핸데 일부러 싸게 수주 받아오면 뭐 합니까. 부품 모잘라가 결국에 마지막 배는 못 만들 상황이예요.

– 조선소 일 힘들지요. 우리 아는 동생은 여 와서 하루 교육 받고 그냥 갔습니다. 원래 갸가 편한 일만 하던 아다 보이, 못 하겠답디다. 또 다른 동생 하나도 이틀 일하고 가뿔데요. 일 힘들지요.

– 우리 남편도 어려서 배운 게 없어가, 그냥 억지로 억지로 다닙니다. 지금도 하기 싫어 죽을라 해요. 근데, 그만두라 소리는 못하고…

나는 창밖을 내다보며 대화를 못 들은 척 하다가 들은 척 하다가를 반복했다. 나는 이럴 때마다 생각한다. 나는 어쩌다 저기에, 거기에, 없었을까. 나는 어쩌다 지금 여기에 있을까.

사람들은 먼 산의 긴 노을처럼 천천히 움직였다. 신호가 바뀌어도 뛰지 않았다. 사람이 덜 지나갔는데도 차들은 날카로운 경적을 울리며 씽씽 달렸다.

그 많던 조선소 노동자들은 모두 어디에 갔을까.

18.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