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보다 유능했던 대통령

 

첫 번째.
나같은 범인들은, 아침이 되면 아무리 내가 프리랜서라도, 남들이 모두 출근할 시간이라는 걸 아니까. 진동으로 해 놓은 휴대폰에 알람이 울리면 잠결이라도 한 번은 들춰보기 마련이다.
게다가 계속 울리는 전화가 있다면, 내가 늦잠을 자는 건 내 사정이니까, 잠결에 잠긴 목소리 티 안 내려고 애쓰며 정중하게 받곤 한다.
특히 아침 8시 반 이후면, 내 사정이 어쨌든간에 전화는 받는다. 단지 생계가 연관되지 않았더라도.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전화를 하는 경우라면, 널널한 일이 아닐 가능성도 높다.
게다가 출근해서 컴퓨터를 켜자마자, 혹은 출근하는 길에 나를 찾는다면, 그 사람은 밤새, 혹은 출근길에도 나에게 전화할 걸 생각했다는 이야기다. 월요일 오전이라면, 쉬는 주말동안 나와의 통화를 기다렸을 거다.

두 번째는,
나이를 먹을 수록 아침잠이 없어진다 하고, 마흔을 넘기며 나도 겪고 있는데 칠순이 다 된 노인이. 오전 10시가 넘어서.
귀마개를 하거나 암막커튼에 완벽한 방음장치를 한 방에 있거나.

세 번째는, 눈 뜬지 20분이 지나 의료용 가글을, 그것도 타인의 손을 빌려 받아 써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20분이면 세수도 하고 이도 닦을 수 있는 시간인데 매일 의료용 가글을 쓰지 않으면 안되는 독특한 습관이라도 있는 건가.
그래, 그건 그나마, 개인의 취향이니 이해할 수 있다. 누구나 이해받기 어려운 습관은 하나씩 있는 법이니까.

네 번째는, 미용사에게 급하다고, 전화도 아닌 문자를 보낸 윤전추. 그리고, 강남에 있는 미용사 자매를 기다리느라 두 시간을 보낸 노인. 물론, 이 두 시간동안, 노인은 자신의 멘토, 아니 분신보다 더 소중한, 자신의 결정권자를 기다리며 두 손을 모으고 안절부절 했을 지도 모른다. 나는 그가 절대적으로 악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멍청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는 매우 영리하고, 진심으로 눈물을 흘릴 줄도 안다. 자기 아버지를 위해서만.

박근혜가 일찍 일어났다면, 아이들이 살았겠냐고, 그들은 그저 무능했고 담당자들은 소심했을 뿐이라는 주장을 보았다. 물론, 박근혜가 문제가 아니라 전체 시스템의 문제라는 이야기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무능하다는 건 사전 그대로 능력이 없음을 말한다. 능력이 없다는 것은 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스스로 무언가를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무능하다고 한다.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는 것을 문제 삼을 때 우리는 개인의 태도를 들여다 보게 된다.
권력을 쥔 자가 아닌 한 인간의 태도로 보건데, 자신을 급박하게 찾을 사람들이 때때로 있고, 국가의 안위를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는 자는 무능할 수 없다. 그는 말 한마디로 많은 것을 결정할 수 있고 국가를 움직일 수 있다. 말 실수로 외교의 단절을 가져올 수 있고, 말 한 마디로 한 사람의 밥줄을 끊을 수 있다.
그가 탄핵된 이후, 우리는 그가 얼마나 많은 그의 능력을 발휘해 왔는지 보았다. 그는 공무원 한 사람의 생계를 끊었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검사를 밀쳐냈으며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의 생계를 끊었다.

그의 썰렁한 농담에도 수많은 고관대작들이 배를 잡고 웃었으며, 그의 결정으로 개성공단의 수많은 이들이 길바닥에 나와 물건을 팔았다. 아직도 그들이 놓고 온 물건과 집기는 개성에 남아있다.

그는 무능하지 않다. 누가 그를 무능하다 하는가. 그는 유능했다. 자신의 권력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 오로지 자기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모든 권력을 총동원해 스스로의 보위를 지켰다.

그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룰 줄 알았기 때문에, 이전의 대통령들은 할 수 있어도 하지 못했던 권력을 휘두를 줄 알았기 때문에, 그의 수하에 있던 이들은 감히, 잠에서 깨지 못하는 그의 침실문을 박차고 들어가지 못했고, 감히, 그에게 말로 설명하지 못했으며, 감히, 그에게 배가 모두 침몰했다고, 아이들이 죽을 것 같다고, 아무도 살아나오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하지 못해서, 감히, 그에게 자신의 판단을 말했다가 “나쁜 사람”이 되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지 못할 무능한 인간이 될까 두려워서, 배가 뒤집어지는 그 장면을 보면서도 영상을 찍고, 전화를 하고, 보고서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의 원인은 결단코, 박근혜의 무능때문이 아니다.

그는 유능했다. 오로지 그 자신에게만.

그는 권력이 있었고, 역대 그 어떤 대통령보다 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다만, 오로지 한 가지 목적을 위해 썼을 뿐이다.

박근혜의 권력은 오직 자기 자신을 위해 존재했다.
이명박의 권력이 오로지 자신의 돈을 위해 존재했듯이.

 

2018년 3월 38일

박근혜의 세월호 7시간이 검찰수사에 의해 밝혀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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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닥에 대해서

1.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이야기를 보수언론에서 미친듯이 쏟아내고 있다.
9시 메인뉴스에도 곽노현 교육감의 부도덕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역겹다.

부산저축은행 관련자에 대한 이야기보다 곽노현 교육감의 부도덕성이 더 중요한 정권이다.

부산저축은행엔 수많은 피해자가 있다.
물론 그들은 못된 교육감으로 인해 수많은 아이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건 니 들 생각이다.

곽노현 교육감이 대가성으로 금품을 건넨 게 사실이라면 응분의 처벌이 있을 것이고
그것은 모두 수사가 끝난 뒤 밝혀질 내용이다.
본인은 사퇴하지 않겠다고 했으며 부끄러움이 없다 했으니 기다리겠다.

법적인 함정에 빠져서 설령 구속이 되고 처벌을 받고 사퇴를 하게 되더라도
떳떳하게 당일날 2억원을 선의로 주었다고 밝힌 그 자세를 믿겠다.

오세훈으로 인한 후폭풍을 곽노현으로 덮겠다는 꼼수가 참으로 노골적이다.
박명기 후보자가 7억원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는 것과 그의 법무법인이 바른이라는 것도 너무 빤해보인다.

처음 사건이 발표되었을 때,
애초에 정치를 비롯한 모든 선거와 투표에 관련된 그 바닥에서 얼마나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는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기대는 하지 않았던 바라서 곽노현을 비난하고 싶진 않았다.
그게 관행일 수도 있고 그게 시대의 반영일 수도 있으므로.

대신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곽노현의 편을 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느껴졌다. 그러나 이제 하나씩 밝혀지고 있으니 나는 곽노현을 비난하지 않는 것으로 자세를 잡기로 한다.

2.

그리하여 한나라당은 성희롱 발언을 한 강용석 의원 제명에 반대했다.
그를 구제하기로 한 것이다.
대통령의 사돈이자, 순복음교회 집사인 강용석에게 그들은 돌을 던질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쭉 초지일관 한나라당의 색깔을 명확히 표시해 주시길 간절히 바란다.

3.

박지원 대표를 비롯한 야권에서 곽노현 사퇴를 부르짖거나 진보언론이라고 말하는 프레시안에서 조차 사퇴하라고 압박하고 있고, 진중권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누군가는 교육감 직선제까지 손 보려 할 것이니 꼬투리가 잡힌 이상 어서 사퇴시키고 명확한 진보성향의 대타를 내세워 10월 26일 서울시장 재보선과 함께 같이 승리하자. 라는 의도일 수도 있다.

물론 김어준의 지적대로 먼저 쫄아서, 혹은 합리적으로 보이려고 그러는 걸 수도 있다.
둘다 이해하겠다.

하지만 사퇴는 본인이 직접 하거나 수사결과 자격이 박탈당했을 때에 이루어질 것이다.
종용하고 싶지 않다. 법이 밝혀주거나 본인이 밝힐 것이다.

4.

일단 오늘은 한나라당의 선전에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강용석 의원을 아이콘으로 삼아 고군분투 해주시기 바란다.
두달이 미처 못 남았다.

야권에서는 빨리 제대로 된 후보를 내서 선거전에 돌입했으면 좋겠다.
지금 곽노현을 물고 있을 때가 아니다.

5.

내가 왜 이런 글을 쓰고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모르겠다.
이명박 정권은 내가 여태 살아오면서 가장 깊게 정치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한 정권이다.
그래서 많이 배웠고 많이 읽었다.

가카의 꼼꼼한 배려와 국민교육에 대한 애정에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

2011. 8.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