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엔 마프]마을에서 민주시민으로 살기

지역에서 어떤 사안을 놓고 의견을 수합할 때마다 나오는 얘기는 ‘민주주의는 어렵다’는 것이다. 협의를 거쳐 합의에 이르러야 하는데 이 과정이 여간 복잡하고 까다롭지 않다. 어느 순간부터 다수결의 원칙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다수결은 폭력적이고 소수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인권, 다양성, 환경에 대한 의견은 때로 곳곳에서 충돌한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어느 바닷가 지역에 나무로 된 데크를 깐다. 장애인도 휠체어로 바다구경을 할 수 있다. 환경우선주의자들은 생태를 해치는 행위라 비난할 수 있는데, 여기에 장애인권을 보장하는 설치물이라는 얘기가 나오면 대놓고 비난하기 어려워진다.

일상생활에서는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는 문제가 있다. ‘계단으로 다니면 전기를 아낄 수 있어요.’는 장애인은 전기를 아낄 수 없으니 환경을 파괴하는 게 되느냐는 반발에 부딪힌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 해석이 다르고 주장하는 강도의 수위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도 있지만, 반면 상호 조율과 양보, 타협이 가능하다.

생태환경을 자연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한지, 장애인의 이동권리가 더 우선하는지, 무엇을 우선해야 하고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해버리면 더 이상의 타협은 어려워진다. 세상의 모든 일은 각자의 사정에 따라 모두 중요하다.

경기도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발행하는 <수요일엔 마프>에 게재한 칼럼입니다.

전문은 https://ggmaeul.or.kr/base/board/read?boardManagementNo=30&boardNo=10034&menuLevel=2&menuNo=56&fbclid=IwY2xjawIbqNJleHRuA2FlbQIxMAABHXrZCZ1LwvnHWiA9_nfdNmHcwlB0uXsMVDKkUkXNFh1acAWKxWw79fng6w_aem_wZW7_VQIBghtQVqrjZ7usQ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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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경기도 마을공동체지원센터 기고 칼럼 모음

은퇴한 네트워크 노동자의 P;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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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공동주택 문제 -꿈의 도시, 희망은 남아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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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마을에서 열 번째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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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행복마을관리소의 경계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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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살던 경기도 : 양주편 / 반짝이던 마을, 일곱 살의 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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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안양에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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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마을에서 같이 놀기

문화공동체 히응이 잘 하는 강의 중의 하나는, 마을에서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주제입니다. 각 단체나 공동체마다 마을에서 뭔가를 하고 싶은데,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할 때 강의를 요청해옵니다. 각 사업주체마다 소재를 정해놓고 문화공동체 히응과 구체화시킬 수 있습니다. 한 번의 특강만 주어졌다면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수립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초계획을 함께 짜보는 시간을 마련합니다.

작년에 이어서 “평촌 청소년문화의 집”에서는 마을에서 세대공감을 이뤄내는 청소년활동을 기획했습니다. 2019년에는 큰 상도 받았다더군요. 올해는 코로나19로 비대면 강의를 준비했습니다. 청소년문화의집에 방문해 ZOOM으로 활동할 청소년들을 만났습니다.

세대공감은 주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이번에도 작년과 같이 청소년들이 노인정이나 경로당을 방문해 마을에서 함께 공감하며 다양한 활동을 기획할 예정입니다. 저는 노인들의 생애사 강의 경력을 활용해 노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사례들을 공유하고, 인터뷰와 취재의 기본을 설명했습니다.

평촌동에서 마을어르신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만들어나갈 청소년들을 응원합니다.

2020년 5월 30일, 평촌청소년문화의 집 강의장면

마을이야기만들기 – 초등학교 독서클럽 2

금요일 독서클럽 수업.
수업을 가기 전부터 나는 그 아이가 걸렸다. 매일 한 번 이상 눈물을 쏟아낸다는 아이. 피해의식, 타인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한 열 한 살.

아이들은 약간 뺀질거리는 태도로 수업에 들어왔다. 귀찮고 놀고 싶고 재밌으면 좋겠고 쉬고 싶고. 아이들에겐 당연한 일이다.

즐거워야 하고, 자유로워야 한다. 억지로 하지 않고 아이들이 한 마디라도 더 말하는 게 내가 원하는 것.

각자 숙제로 읽어온 책의 내용을 적어보랬더니 절반 이상이 숙제를 안 했다며 숙제가 없었던 거 같다고 우기기까지 했다. 명료하게 각인시키지 않은 건 내 실수라 본다.
애들은 그래도 된다.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인데 숙제따위 새겨가고 싶을까.

숙제를 못 한 친구는 각자 재미있게 읽은 이야기를 적어보랬더니 어떤 아이는 자기가 지은 글을 적어도 되냐고 물었다. 나는 당연히 된다고 대답했다.

그 아이, 은서.
매일 운다는 아이가 발표시간에 드디어 화가 터졌다. 옆 자리 친구가 뭘 썼냐고 은서의 발표내용을 잠깐 봤는데
“남의 허락도 없이 왜 나서서 남의 걸 들춰보고 까발리느냐”며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조용히 하라고오!!” 라며 은서가 옆 친구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나는 엄한 목소리로
“선생님한테 조용히 하라고 한거니?”라 물으니 잠시 조용해졌다. 1교시 마무리 중이라 모두 발표를 무사히 마치고 간식을 나눠주었다.

은서는 옆친구에게 같은 말을 반복했다.
“왜 남의 허락도 안 받고 내 껄 들춰서 까발리느냐고오!!”

나는 은서를 따로 불러 교실 창문 아래 작은 의자에 마주보고 앉았다. 햇빛이 따스했고 아이들은 간식을 먹고 화장실을 다녀오며 떠들었다. 은서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같은 문장을 계속 반복했다.

그래서 속상했구나.
화가 많이 났니?
라는 질문에도 같은 문장만 되뇌었다.
“왜 남의 꺼를 허락도 안 받고 들춰보고 까발리느냐고요! 그걸 가만 둬도 되냐고요오!”

은서야, 은서의 마음을 말해봐. 화가 난거야?
억울한거야? 아니면 섭섭한 거야?
어떤 질문에도 대답은 같았다.

“왜 남의 꺼를 허락도 안 받고 들춰보고 까발리느냐고요! 그걸 가만 둬도 되냐고요오!”

다른 아이들이 아 좀 그만하지 진짜. 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은 은서는 고개를 휙 돌려 아이들에게
“시끄럽다고오! 그걸 가만 두냐고오!!” 하고 소리를 버럭 질렀다.

나는 아이의 두 손을 꼭 잡고
“어디서 소리를 질러!” 하며 크게 말했다.

은서에게 억양과 소리높이와 크기를 바꿔가며 계속 네 마음을 말하라 했으나 은서의 대답은 토씨하나 안 틀리고 같았다.
은서가 화를 낸 옆자리 친구를 불러 너는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 물으니 이 아이도 완강하게
“저는 절대 사과하지 않을 거예요!” 라고 대답했다.

은서는 그 아이를 끌고 그 아이의 담임선생님에게 가서 야단을 맞도록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따지고 싶으면 너 혼자 가서 선생님께 ‘따지는 게 아니라 말씀드리고’ 그 다음 친구가 야단을 맞아야 하는지는 선생님과 친구의 일이니 혼자 가서 말씀을 드리고 오라고 했다. 은서는 같은 말을 반복하다가 그 아이의 담임을 만나겠다고 교실을 나갔다.

쉬는 시간이 지나고 두번째 시간을 진행하는 중에 은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들어왔다. 손도 들고 발표도 잘 하며 수업을 무사히 마쳤다.

은서가 울지 않을 때 나는 ADHD가 심한 남자아이 옆에 앉아서 수업을 진행했다. 아이의 증상은 내가 보기에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고 수업이 안되는 정도가 아니라 일반 대화가 안 될 지경이라 지적장애를 의심받을 정도였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 나는 아이들 몇 명을 따로 불렀다.
솔미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능력이 분명히 있는 아이라 꼭 재미난 이야기를 지어서 가져오도록 했고, 기영이는 이야기를 정리해서 말로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나니 독후감을 자주 써보라 했으며, 은서는 기분이 좋아졌냐고 확인하고 웃옷을 접어 가방속에 넣어주었다.

아이들이 나가고 교실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수고 많았다.
나도, 아이들도.

2015. 4.10. 기록

마을이야기만들기 – 초등학교 독서클럽 1.

초등학교 3학년 <독서클럽 : 우리마을이야기> 첫 수업.

오늘 수업은 학교 도서실을 가서 마을에 관련되는 책을 찾아보는 과정이 있었다.
20분정도 도서실을 돌아보면서 책을 찾아보라 하는 사이 여자아이 한 명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다른 한 아이를 향해 화를 내고 있었는데 상대방 아이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가만히 멈춰서 있고 화가 난 아이만 혼자 열이 나서 펄펄 뛰고 있는 꼴.

저학년만 이용할 수 있는 미니 2층이 있는데 거기서 내려오다가 상대편 아이가 자기를 계단에서 밀쳤다는 것이다. 아이가 흥분해서 마구 달려들려고 하길래 꼭 안고 잠깐 쉬었다가 얘기하자며 일단 교실로 데리고 올라왔다.

화가 난 아이는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내내 울면서 말하기를
계단에서 자기를 밀치는데 그럼 그걸 가만히 두느냐 라고 하더니
계단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오면 (말 그대로 갑툭튀) 어쩌냐고 말이 바뀌었다.
계단에서 넘어지면 병원을 가야 하고 병원비도 많이 드는데 다 니가 책임질꺼냐, 로 시작되더니 사람이 죽을 수도 있고 목숨이 달린 문제라는 이야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수업주관을 하는 사회복지사선생님이 아이를 앉혀놓고 이야기를 하려는데 화가 난 아이는 밖으로 튀쳐나갔고 뒤쪽에 앉은 다른 아이들은 걔 집에 갔을껄요~ 원래 성격이 소심해요~ 라고 전했다.

다시 들어온 아이가 똑같은 말을 반복하며 울먹거려서 수업이 20분 정도 중단되었고 다른 아이들은 간식을 먹으며 사태가 진정되길 기다렸다.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화가 난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도록 분위기를 정리했고 다른 친구들이
“많이 놀랬겠구나. 괜찮아.” 라고 이야기 하도록
(아 갑자기 갠찮아여? 많이 놀랬져? 장수원 드립 생각;;) 권유했다.

계단에서 갑툭튀했다는 애는 나름대로 억울해서 자기는 앞을 보고 내려가고 있었고 화가 난 아이가 고개를 숙이고 내려오다 부딪힐 뻔 한 것이라며 억울해했다.

어찌저찌 수업을 끝내고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커피 한 잔 하고 갈 수 있느냐 물으셔서 앉아서 얘기를 하는데.

오늘 화를 낸 아이는 하루에 한 번씩 그렇게 억울한 일이 생겨서 울며 진을 빼고 화를 내는데 그 이야기는 늘 누군가 일부러 자기를 괴롭힌다는 것이 주테마라는 것이다. 아이가 피해의식이 심한 거 같아서 걱정인데 엄마에게 연락을 해도 답이 없다는 것이다. 전화도 안되고 메세지도 답이 없고 편지도 쪽지도 모두 답이 없단다.
아이가 정말 힘들겠네요 하는 차에 이 사회복지사 선생님왈

“독서클럽이라, 담임선생님들이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일부러 모았어요… 음.. 아까 걔는 ADHD 약을 먹다가 최근에 중단했고요, ㅇㅇ이는 수업이 불가능한 아이고요.. ㅇㅇ이는 부모님이 퇴근이 늦어서 주로 혼자 지내는데 애가 좀 무기력하죠.. ㅇㅇ이는…..”

믹스 커피 잘 마시고 교실을 나왔다.

……………..왜 때문이죠?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반복되는거죠? 왜 때문이죠…………..

2015년 4월 3일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