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권하고 싶은 책 – 백년만의 북 리뷰 :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해로운가

제임스 길리건 / 교양인 펴냄 / 13,000원

영어 원제는 Why some politicians are more dangerous than others. 
국내에서 처음 소개되는 학자인데, 미국에선 violence와 preventing violence를 집필하여 출간한 바 있는 정신의학자이다. 

 굳이 이 책들의 표지까지 갖다 붙인 것은 듣보잡이라고 공격할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소개 : 1966년부터 2000년까지 34년간 하버드대 의대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뉴욕대 정신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수십 년간 폭력 행동의 심리적 메커니즘과 폭력 예방책을 연구해 온 폭력 문제의 권위자이다. 
하버드대 법정신의학 연구소 책임자로서 1977년부터 1992년까지 매사추세츠 주 교도소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폭력 예방을 위한 사회심리학적 프로젝트를 실시해 교도소 안의 살인율과 자살률을 획기적으로 떨어뜨리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1991년 하버드 대학에서 ‘폭력의 뿌리’라는 주제로 강의한 뒤 그 내용을 정리해 <폭력: 국가 전염병에 관한 성찰>로 펴냈다. 이 책은 폭력의 심리적, 사회적 원인을 분석한 문제작으로 꼽히며 지금까지도 폭력 연구에서 교과서적 저작으로 널리 읽히고 있다. 2000년에 클린턴 대통령의 요청으로 청소년범죄예방위원회를 총괄했으며, 2005년에는 국제연합(UN) 총회에서 발표된 아동 폭력에 관한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다.  – 알라딘 출처 

이 책은 폭력치사 (자살과 살인)와 각 정당의 집권기에 이상한 수치 변화가 있는 것을 관찰한 정신의학자의 보고서이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사실과 수치를 토대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에 집중한다. 


간단하게 말해, 제임스 길리건이 표시한 수치의 그래프는 다음과 같다.

공화당이 집권하는 시기, 폭력치사 수치는 상승한다. 

민주당이 집권하는 시기, 폭력치사 수치는 하강한다. 

이러한 공통된 통계가 나오는 이유는 두 정당의 정책 때문이다. 
사람들은 개인을 보고 투표하는 경우가 있으나 명백하게 정치인은 정당에 속해 있으며, 이 두 정당의 정책이 미국이라는 나라의 폭력성을 증대시키기고 감소시키기도 한다는 것이다. 

제임스 길리건이 대전제로 깔고 가는 것은 살인과 자살은 같은 종류의 폭력행위라는 것이다. 
사실 살인이라는 대범위안에 나는 타살과 자살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공격성이 내면으로 향하는 자는 자살을 하는 것이고, 외부로 나가는 사람은 타살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정신의학자는 아니자만)
폭력성과 공격성을 띈 심리상태에서 타해(폭행)을 가하는 사람이 있고 자해를 하는 사람이 있다. 
이 것은 폭력과 공격성의 분출 방향이 다를 뿐이지 그 기저는 같다고 생각하는 바이므로, 나는 제임스 길리건의 대전제에 동의한다. 

저자는 책의 앞부분에서 이러한 여러가지 통계수치들을 이야기하고 책의 중반부에서 그 차이점이 벌어지는 이유를 말한다.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진보진영과 공화당으로 대표되는 보수진영의 차이점은 죄책감과 수치심의 차이로 정리한다. 언뜻 보면 이 두가지 심리는 같은 것으로 보이지만, 명백히 다른 심리상태이다. 


수치심의 윤리는 수치와 굴욕이, 다시 말해서 불명예와 치욕이 가장 큰 악덕이고 수치의 반대, 곧 자부심과 명예(존경)가 가장 큰 미덕으로 통하는 도덕 체계다. 죄의식의 윤리는 죄가 가장 큰 악덕이고 죄의 반대, 곧 순결이 가장 큰 미덕으로 통하는 자부심 (교만)이다. 


죄의식의 윤리로 살아가는 사람은 자부심을 누르고 겸손을 품는 길의 하나로 사회적 신분이 낮은 사람들에게 동질감을 느끼려 하고, 반대로 수치심의 윤리로 살아가는 사람은 자부심을 끌어올리고 자신의 수치심과 열등감을 누그러뜨리는 길의 하나로 사회/경제적으로 우월한 신분에 있는 사람에게 동질감을 느끼려 한다는 것이다. 


이 것을 좀 더 쉬운 말로 표현하면 죄의식의 윤리로 살아가는 사람은 약자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성향이 강하고 수치심의 윤리에 젖은 사람은 강자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성향이 강하다. (132-133쪽) 


그러니, 이러한 성향이 정당 지지에 대해 확연한 차이점을 가져오는데다가 극 정당을 구성하는 인력들의 기본 정서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보수정당은 경쟁을 부추키고 사람들에게 수치심을 안겨주며, 중하류층과 극빈층을 이간질 시켜 상류층을 역으로 보호하는 정책 “이중정복(소수가 다수를 다스리는 로마의 대표적 정책)”을 사용한다. 


정치경제학자 더글러스 힙스는 이렇게 지적한다. “민주당 정부는 실업을 줄이고 성장을 끌어올리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팽창 정책을 추구하기 위해 높은 물가 상승률을 무릅쓸 가능성이 공화당 정부보다 높다.(중략) 1951년 이후 일어난 여섯번의 불황 중에서 다섯 번이 .. 공화당 정부때 일어났다. 이 경기 위축은 하나 같이 .. 인플레이션과 싸우느라 의도적으로 만들어졌거나 수동적으로 받아들인 것이었다.” 라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기업가집단이 상당히 폭력적이고 경쟁위주에 익숙해, 진보집단과의 윤리 도덕적 결정에 대해 상이한 차이점을 보이고, 보수집단은 기업가 집단과 유사함을 예로 든다. 다시 말해 이러한 보수집단은 폭력치사사건을 개인의 문제로 귀결시키는 반면 진보집단은 사회시스템의 문제로 공론화 시키는 경향이 크다는 주장이다. 

공화당 집권기에 폭력치사 사건이 증가하는 것에 대해 개인의 실업률과 빈부격차의 차이에 크게 주목하는데, 보수집단을 지지하는 지도를 그려봤을 때 옛남부(Old South)와 거친 서부(wild West)로 집중된다. 이것은 ‘카우보이와 인디언’이라는 역사적 유산과 상징과 결부된 주들이 여기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보수집단 – 권위주의적 인격 – 수치심에 젖은 사람 – 경계선 성격장애, 나르시시즘, 편집증, 반사회적, 우파권위주의의 인격구조 – 노예제도가 있던 11개 주(옛남부), 켄터키, 오클라호마 같은 2개 접경주, 서부 산악 주와 사막 주, 대부분의 중서부 대평원 

진보집단 – 평등주의적 인격 – 죄의식에 젖은 사람 – 우울증, 강박관념, 도덕적 마조히즘 유형 – 두 해안지역, 태평양 연안주와 북대서양 연안 주, 뉴잉글랜드와 위스콘신, 미네소타 (스칸디나비아 유산이 강한 북중부), 일리노이, 미시건 등. 

공화당은 경제에 강하고, 민주당은 경제에 약하냐에 대한 질문에 대해 
저자는 실업률과 실업지속도가 단 한 번의 예외없이 모든 공화당 정부때 올라갔고 모든 민주당 행정부 때 내려갔다는 것을 말한다. 
불황의 경우, 민주당의 불황은 86개월, 공화당은 246개월의 수치가 나타났으며 공화당은 정권을 잡은 동안 민주당보다 매년 2.3배나 더 긴 불황을 가져왔다는 통계수치를 이용한다. 
“공화당이 민주당으로부터 물려받은 단 한 번의 불황은 111년동안 1921년 단 한 번 일어났는데 겨우 4개월만에 끝난 반면, 민주당이 네 명의 공화당 대통령으로부터 물려받은 4번의 불황은 끝나는 데 모두 27개월이 걸렸다. “

말하자면 저자가 인용한 내용 그대로 “공화당 열성 지지자들로부터 높은 소득세, 높은 자본 이득세, 높은 법인세, 높은 사망(상속)세와 과도한 규제로 경제 성장을 질식시키는 경쟁자 민주당과는 달리 자기네 정당은 경제를 성장시키는 정당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것은 모두 개 뻥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정책의 차이가 실업과 불황을 가져오고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개개인의 수치심과 죄책감을 증폭시켜 자살과 살인같은 폭력치사가 전염병처럼 창궐하느냐 마느냐의 여부를 결정짓는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이다. 

저자는 상당한 진보주의자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정치적인 것보다는 이 사람은 정신의학자로서 폐쇄된 교도소에 대한 긴 연구기간, 그리고 인간의 폭력성에 대해 연구를 하다 보니 인간은 폭력에 노출될 수록 폭력적이 되고 (비폭력적인 범죄자를 가장 폭력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교도소 수감이다. 라는 주장) 그 폭력은 인간의 취약한 심리, 수치심과 죄책감으로부터 기인한다는 것에 대해 연구를 지속하다 보니 이러한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연구가 민주당이나 미국내 진보세력들에게 상당히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은 뻔하다. 

책을 읽는 내내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이라고 생각해봤으나, 
기껏해서 50년 남짓 된 공화제 정부(민주주의라고 보긴 어렵다) 체제하에,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이루어진 것은 말하자면 김영삼 정부때부터라고 볼 수 있는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고작 네 명의 대통령을 거치면서 어떤 특정한 통계를 갖기도 어려울 뿐더러, 이 중에 과연 진보정당이라고 할 것이, 김대중, 노무현..정부도 과연 진보정당집권기였는가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혹자들은 박정희 시대에 경기부양책으로 인해 이 나라가 잘먹고 잘살게 되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데, 일일이 수치와 통계와 그 후의 벌어진 후폭풍 (지금까지도 이어지는)에 대해서 구구절절이 설명하고 설득하려면 2-3일 가둬놓고 가르쳐도 모자랄 판이다. 게다가 이 나라에서 이제서야 갑론을박 하고 있는 진보타령에 대해서도, 사실 진보.. 라기 보다는 중도진보..라든가 대부분이 보수우파인 나라에서, 과연 좌파..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가. 이건 물론 상대적인 기준을 갖다 대면, 우리나라에서 그만하면 좌빨진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좌파의 원류인 유럽에 갖다 대면 당신은 국수주의자요. 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 상황이니 적용하긴 어렵다. 

그러나! 

최근들어, 불거지는 여러가지 이익집단(이라고 말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겠다만, 개개의 분열된 사회문제들)들의 갈등에 대하여, 공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진보적 성향을 띈다.이 현상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진보들은 “공감능력이 뛰어나게 발달한 사람들”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데, 제임스 길리건은 죄의식의 윤리로 살아가는 사람은 약자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성향이 강하다고 정리해주고 있다. 그리하여 경쟁을 선호하고 강자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본인은 전혀 상류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저 수치심을 더 강하게 느끼는 성향을 타고 났거나, 살면서 발달된 것일 뿐. 그게 옳고 그름의 문제로 치부하긴 어렵다는 것이지만, 
사회가 적어도 살만하게 돌아가려면 보수집단의 집권이 그닥 유리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 2010년에 발표된 이 나라의 통계 하나를 적어보겠다. 

한국인 2010년 한 해동안 1만 5,566명 자살, 
인구 10만명당 31.2명 자살 OECD 1위, 
세계 2위(1위가 궁금한가. 1위는 리투아니아였다. 평균 남성 70명, 여성 14명이 자살한다고 한다. 
10-30대 사망원인 1위 자살, 
출산율 222개 나라중 217위

이 책을 번역한 이희재씨의 글이 읽을 만 하여 뒤에 적으며 글을 마무리하겠다. 

“분할 정복 전략이 주효하려면 범죄율이 높게 유지되어야 한다. 범죄는 주로 못 사는 사람이 저지르고 그 피해도 주로 못 사는 사람이 입는다. 잘사는 사람은 사설 방범업체가 철통같이 지켜주므로 범죄율이 올라가도 피해를 별로 보지 않는다. 절대 다수의 못사는 사람들은 범죄에 그대로 노출되므로 범죄를 저지르는  똑같이 못사는 사람에 반감을 품고, 말로만 범죄 엄단을 내세우는 공화당을 찍게 마련이다. 

길리건 박사는 미국의 중산층과 서민 99퍼센트가 좀 더 사람답게 살려면 1퍼센트의 분할 정복 전략에 휘둘리지 말고 어떤 당이 99퍼센트를 위한 정책을 내놓는지를 보고 투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요한 것은 정당이 추구하는 정책이지 인물이 아니다. 

[2010년 통계 인용] 한국은 잘 사는 사람에게는 천국이고 못 사는 사람에게는 지옥임을 높은 자살율과 낮은 출산율이 말해준다. 

자기 목숨을 끊는 행위를 지금은 자살이라고 하지만 예전에는 자진(自盡) 이라는 말을 썼다. 진이 빠져서 당하는 죽음, 어쩌면 한국인의 자살은 배경없고 힘없는 개인에게 참을 수 없는 수치심을 안기면서 극단적 경쟁을 강요하고 소수의 상층부에게는 권력과 금력의 무경쟁 세습을 무한정 허용하는 불공평한 경쟁 지상주의 사회에서 버틸대로 버티다가 탈진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택하는 길인지도 모른다.”


2012.2.28.

총선이 얼마 안 남았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민주통합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다. 
아 물론 당명을 바꾼 새누리당도 절대 진보정당이 아니다. 
여기까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번역문 비교

독일판/
독문학자 송동준 옮김/1995년 신장본판/
민음사 펴냄
프랑스어판/
불문학자 이재룡 옮김/ 2011 2 6/
민음사 펴냄  
영원한 재귀는 아주 신비스러운 사상이다. 니체는 이 사상으로 많은 철학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모든 것이 그 언젠가는 이미 앞서 체험했던 그대로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 반복 또한 무한히 반복된다는 것! 이 어처구니 없는 신화가 말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영원한 재귀, 이 신화는 그것의 부정적 이면에서 우리에게 말해주는 바가 있다. 영원히 사라져가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삶은 하나의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것, 그것은 아무런 무게도 없는 하찮은 것이며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없다는 것을. 삶이 아무리 잔인했든, 아름답거나 찬란했든 그것은 마찬가지다. 그와 같은 잔인함, 아름다움, 찬란함은 아무 의미도 없는 것으로, 우리는 이러한 것들에 조금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그것은 마치 14세기 아프리카에 있었던 두 나라간의 전쟁과 같다. 비록 전쟁에서 30만명의 흑인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으면서 죽었다 하더라도 이 전쟁은 세상 상황을 아무것도 바꾸어놓지 못했다.
(1페이지) 1 1
영원한 회귀란 신비로운 사상이고, 니체는 이것으로 많은 철학자를 곤경에 빠뜨렸다. 우리가 이미 겪었던 일이 어느 날 그대로 반복될 것이고 이 반복 또한 무한히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이 우스꽝스러운 신화가 뜻하는 것이 무엇일까?
 뒤집어 생각해 보면 영원한 회귀가 주장하는 바는, 인생이란 한번 사라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 같은 것이고, 그래서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무게도 없고 우리는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없어서, 삶이 아무리 잔혹하고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조차도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14세기 아프리카의 두 왕국 사이에 벌어진 전쟁 와중에 30만 흑인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죽어 갔어도 세상 면모가 바뀌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인생의 잔혹함이나 아름다움 따위는 전혀 염두에 둘 필요가 없는 셈이다.(1페이지) 1부 1장 
내게 창문 청소부 한 명을 보내달라고 당신 회사에 전화했을 때 당신을 보내도 좋으냐고 내게 물었어요. 당신은 유명한 외과의사라고 했고, 당국이 당신을 병원에서 내쫒았다고 말했어요. 이 사실은 물론 나의 관심을 끌었어요.”
당신은 매우 호기심이 많군요.”
내가 그렇게 보여요?”
물론이죠. 당신의 시선을 보면 그래요.”
내 시선이 어떻다는 거죠?”
당신은 눈을 깜빡거려요. 그리고 계속 질문을 하죠.”
당신은 대답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인가요?”
(246) 5 10
전화를 걸어 창문을 닦을 사람을 보내달라고 했더니 당신을 찾는 게 아니냐고 물었어요. 당신은 병원에서 내쫓긴 굉장한 외과의사더군요. 그게 내 관심을 끌었어요!”
호기심이 많은 분이군요.”
그렇게 보이나요?”
, 당신이 바라보는 방식이 그래요.”
내가 어떻게 보는데요?”
눈을 가늘게 뜨고 쉴 새 없이 질문을 하잖아요.”
대답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나요?”
314– 5 10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하긴.. 구판인 송동준 선생 번역본은 헌책방을 열심히 뒤져야나 나올 것이고..
그 중 한 권은 내가 갖고 있다.

황천의 개 – 후지와라 신야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2492529

신야의 책은 처음이다.
제목이 맘에 들어 골랐다.
황천의 개라니 이렇게 냉소적일 수 있는가.

후지와라 신야가 <청년플레이보이>지에 실었던 에세이를 묶었다.
그는 아사하라쇼코라는 옴진리교 교주에 대한 탐색으로 시작하는데
그가 미나마타병의 희생자였다는 친형의 증언을 진즉에 얻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친형이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약자가 되었다는 입장을 고려해, 만코(쇼코의 형)가 죽은 다음에 글을 완성해 책을 묶어냈다.

뭔가 연결이 되지 않는 듯한 몇 편의 글이지만 그 중심은 같다.
후기산업사회에 아주 일찍 돌입한 일본의 오늘을 지배하는 철학(?)과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찾아야 할 것인지 그의 존재 자체가 말해준다.

젊을 때 떠났던 인도의 여행에서 얻어온 것들과 삶과 죽음, 진실과 허상에 대해 말하는 것은 마치 비슷한 시절 인도를 다녀온 후지와라 신야의 삶과 아사하라 쇼코의 삶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읽고 나서 퉁 – 하는 책이 있다.
이 책이 그런 책이다.

2011. 11. 27.

동주 – 구효서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7075895

구효서 장편소설
동주 
구효서 (지은이) | 자음과모음(이룸) | 2011-10-17

오랜만에 읽는 구효서의 책.
윤동주를 중심으로 하는 스펙타클 역사소설을 상상하면 곤란하다.

잃어버린 언어와 잊혀져 가는 언어 사이의 간극,
시인으로 말을 지킬 것인가 백성으로 땅을 지킬 것인가의 문제
그리고 그를 지켜보았던 한 사람의 매우 무미건조한 상황.

문체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여겨지는
참 오랜만에 만나는 구효서의 소설.

내 기억속의 구효서는 참 재미난 이야기꾼이었는데
오랜만에 만난 구효서는 그간 많은 변화를 겪은 듯 하다.



사모하지 않고는 같아질 수 없어요. 같아진다는 건 사모한다는 뜻  190


동주를 동주라 부르는 너는, 누구더냐 – 293


들판의 모든 꽃이 사쿠라가 돼버리면 세상에서는 꽃이란 것 자체가 없어지는 거란다 _ 298


사람을 죽여 땅을 차지한 지배는 인류 역사에 없어. 그것은 지배가 아니니까. 지배란 복종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아. 복종하지 않는다면 총을 들지 않고도 시와 조국을 지킬 수 있어_ 340


다만 너와 나는 시를 지켜야 한다는 거지. 너는 시인이니까. 그것이 우리의 약속이었어_ 340 


시가 꽃이라면 각각의 언어가 그대로 꽃이요, 시인은 꽃잎을 받치고 선 꽃대일진대 언어를 앗아 시를 유린함에 어찌 꽃대인들 저 홀로 생명이라며 하늘을 우러를 수 있을까. 꽃나무는 그렇게 하늘 아래 홀연히 꽃 피우고 서 있는 것으로 존재의 사명을 다하는 것일 터, 그걸 일컬어 감히 누가 미미하고 유약하다 할 것인가. 말을 앗기고 잃는 순간 저절로 생명이 소멸해버리는 시인의 운명이 어찌 가엽고 안타깝기만 할까.. _ 397

_ 그간 책에 대한 독후감을 잘 쓰지 않았는데
딱 이정도로 간단하게 매일 매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록을 남기지 않으니 머릿속에서도 쉽게 사라진다.

2011. 11. 26.

시골 큰집 – 신경림

이제 나는 시골 큰집이 싫어졌다.
장에 간 큰아버지는 좀체로 돌아오지 않고
감도 다 떨어진 감나무에는
어둡도록 가마귀가 날아와 운다.
대학을 나온 사촌형은 이 세상이 모두
싫어졌다 한다. 친구들에게서 온
편지를 뒤적이다 훌쩍 뛰쳐나가면
나는 안다 형은 또 마작으로
밤을 새우려는 게다. 닭장에는
지난봄에 팔아 없앤 닭 그 털만이 널려
을씨년스러운데 큰엄마는
또 큰형이 그리워지는 걸까. 그의
공부방이던 건넌방을 치우다가
벽에 박힌 그의 좌우명을 보고 운다.
우리는 가난하나 외롭지 않고, 우리는
무력하나 약하지 않다는 그
좌우명의 뜻을 나는 모른다. 지금 혹
그는 어느 딴 나라에서 살고 있을까.
조합빚이 되어 없어진 돼지 울 앞에는
국화꽃이 피어 싱그럽다 그것은
큰형이 심은 꽃. 새아줌마는
그것을 뽑아내고 그 자리에 화사한
코스모스라도 심고 싶다지만
남의 땅이 돼버린 논둑을 바라보며
짓무른 눈으로 한숨을 내쉬는 그
인자하던 할머니도 싫고
이제 나는 시골 큰집이 싫어졌다.

– 신경림 農舞 중..

+ 이 포스트는 Networked blogging에 의해 자동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에 업데이트 될 것입니다.
한미FTA반대 시위가 한창인데 시나 지껄이고 있다고 시비걸꺼면 제발 언팔해주시기 바랍니다.

겨울밤- 신경림

우리는 협동조합 방앗간 뒷방에 모여
묵내기 화투를 치고
내일은 장날, 장꾼들은 왁자지껄
주막집 뜰에서 눈을 턴다.
들과 산은 온통 새하얗구나.눈은
펑펑 쏟아지는데
쌀값 비료값 얘기가 나오고
선생이 된 면장 딸 얘기가 나오고,
서울로 식모살이 간 분이는
아기를 뱄다더라. 어떡헐거나.
술에라도 취해볼거나. 술집 색시
싸구려 분 냄새라도 맡아볼거나.
우리의 슬픔을 아는 것은 우리뿐.
올해에는 닭이라도 쳐볼거나.
겨울밤은 길어 묵을 먹고.
술을 마시고 물세 시비를 하고
색시 젓갈 장단에 유행가를 부르고
이발소집 신랑을 다루러
보리밭을 질러가면 세상은 온통
하얗구나.눈이여 쌓여
지붕을 덮어다오 우리를 파묻어다오.
오종대 뒤에 치마를 둘러쓰고
숨은 저 계집애들한테
연애편지라도 띄워볼거나. 우리의
괴로움을 아는 것은 우리뿐.
올해에는 돼지라도 먹여볼거나.

– 신경림 시전집 1권 농무 / 16쪽 – 17쪽.

건국의 정치 – 김영수


철학적인 의미에서 정치 공동체의 궁극적 목적은 ‘잘 먹는 삶’이 아니라 ‘좋은 삶’이다. 
그러나 생존이라는 측면에서 국가는 ‘필요’의 영역이며, 필요중 가장 일차적인 것은 ‘식량’이다.
중국의 전통적 사유에 따르면, 백성의 복질은 ‘욕망을 가진 존재’이다. 
그렇게 때문에 유가에서는 “임금은 백성을 하늘로 삼으며,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라고 주장했다.
또는 “먹는 것은 백성의 근본이요, 백성은 나라의 바탕이다.”라고 한다.
그러므로 토지는 백성의 하늘이다.
이 때문에 맹자는 仁政은 밭둑에서 비롯된다고 말하고 있다.
즉 국가의 ‘선’은 백성들의 필요를 얼마나 만족스럽고 정의롭게 해결하느냐에 좌우되는 것이다. 


/


위기의 시대란 반드시 토지 소유의 극심한 불균형과 때를 같이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시대의 반란 세력이 고창한 정치 이념은 공통적으로 균평(均平)이었다. 공자 역시 ‘가난한 것을 걱정하지 않고 고르지 못한 것을 걱정한다’고 말했다.


/


군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공민왕의 말처럼, 고려는 대규모 전쟁을 승리를 이끌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왜구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였다. 즉 고려 정부는 스스로의 힘으로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능력에서 한계에 도달했던 것이다. 국가는 백성들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을 보장할 수 없었으며, 생활을 개선할 능력도 없었다. 따라서 왜구 문제의 개선은 개혁파들의 국가 운영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


夫何同心友(부하동심우)  마음을 같이한 벗이
各在天一方(각재천일방)  하늘 한구석에 각각 있는지
時時念至此(시시염지차)  때때로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不覺今人傷(불각금인상)  저절로 사람을 슬프게 하네.


鳳凰翔千仞(봉황상천인)  봉황새는 천 길을 높이 날아서
徘徊下朝陽(배회하조양)  돌고 돌아 조양으로 내려가는데
伊人昧出處(이인매출처)  이 사람은 출처에 너무 어두워
一動觸刑章(일동촉형장)  한번 움직이면 법에 저촉 저촉되누나.


芝蘭焚愉馨(지난분유형)  지란(芝蘭)은 불탈수록 향기 더하고
良金淬愉光(양금쉬유광)  좋은 쇠는 갈수록 더욱 빛나는 것
共保堅貞操(공보견정조)  굳고 곧은 지조를 함께 지키며
永矢莫相忘(영시막상망)  서로 잊지 말자 길이 맹세를 하세.




[출처] 次韻寄鄭達可夢周(차운기정달가몽주).鄭道傳(정도전)


/


길재는 자신의 은거가 단지 신하로서의 절개를 지키는 것 이상으로 유학의 순수한 정신을 보존하기 위한 것임을 자각하고 있었다. 
그것은 정치가 진리와 분열될 때 취하는 제 2의 태도이다. 한말의 유학자 전우(田愚) 역시 망국을 당하여 제자들과 함께 서해의 고도로 떠났다. 
(중략)


그들 모두는 엄격한 의미에서 이상주의자였으나, 역사는 항상 순수한 전형만을 미래의 것으로 남겨놓는다. 그러나 신은 이 세계에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두 종류의 제물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나는 순결한 제물이며, 다른 하나는 상처받은 제물이다. 


순결한 제물은 역사의 성화(聖火)를 위해, 상처받은 제물은 역사의 현실을 위해 소용된다. 인간은 상처받은 제물 역시 신의 현현임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신의 순수성뿐만 아니라 세계에 대한 신의 고뇌를 이해한다면, 인간은 상처받은 제물을 위한 변명의 자리도 남겨두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역사에서 상처받은 자들을 위한 역사의 작은 위로라고 생각한다. 


– 김영수 “건국의 정치” 마지막 문장.






가끔 남들에게 막 강요하고 싶은 책이 있다. 
이번에 읽은 김영수 쓰고, 이학사에서 펴낸 건국의 정치:여말선초, 혁명과 문명 전환이 그러한 책이다. 


조선의 건국 이전 고려말기의 상황을 일일이 꼬집어 보되 
정치학 전공자 답게 정치학적 관점에서 풀이했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엄청나게 많은 문장들이 적용된다. 


문학적인 미려한 문장과 깊이 있는 통찰의 철학이 매력적이다. 
약 800여쪽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흥미있는 사람이라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2011. 10. 31.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7350886  알라딘 책소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