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마임축제는 1989년 한국마임페스티벌이 1995년 춘천국제마임축제로 이름을 바꾼 뒤 현재까지 이어지는 마임축제이다. 영국의 런던마임축제와 프랑스의 미모스 축제와 함께 3대 마임축제로 손꼽힌다는 평이다.
작년에 이어 연속 춘천마임축제를 찾다보니 아무래도 비교를 해볼 수 밖에 없는데 행사장소의 변경으로 인한 변화가 있고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도시 박람회”행사가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 게 눈에 띄는 점이다.

이번 춘천마임축제의 행사장은 춘천 북한강에 있는 섬, 중도의 레고랜드 주차장에서 열렸다. 말많고 탈많던 레고랜드는 거의 20년이 걸려 개장했고, 여전히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었다. 생태자연환경이 남아있던 하중도에 대한 개발과 구석기부터 철기까지 모든 시대의 유적지가 나왔다고 하는 대규모유적지에 외국자본이 투입된 것도 반감을 샀을 것이다. 이곳까지 우리를 데려다 준 택시기사는 “모든 것이 불법으로 이루어진 레고랜드”이며, “전세계 최대규모의 유적을 그저 밀어부쳐 지어버린 곳”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우리에게 중도의 노을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오늘 같은 날 저녁에 노을을 보면 좋을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광활하다 말할 수밖에 없는 레고랜드 주차장에서 야자카펫으로 길을 내놓아 입장을 도왔다. 춘천마임축제는 작년에도 네이버예약을 통해 사전예약을 받았고 현장티켓구매도 가능하다. 입장료는 25,000원인데 전년도 예약내역이 있으면 할인을 해준다고 했으나 현장에서 재확인하지는 않았다.
춘천마임축제의 전체 행사는 5월 26일부터 6월 2일까지. 춘천시에 있는 각 극장과 거리에서 공연이 펼쳐지고, 오프닝은 <물의도시 아수라장>으로 시작해서 마지막 이틀동안은 <불의 도시 도깨비난장>으로 마무리된다. 마임축제동안 약 68개팀이 공연을 이어간다.

마지막 밤에 펼쳐지는 <불의도시:도깨비난장>이 하이라이트라 토요일에 입장했다.
들어서자마자 춘천인형극의 즉흥공연이 펼쳐져 환영받는 느낌을 받았다.
전체 행사장을 안내하는 안내도가 곳곳에 비치되어 있다.


출입구는 1개로 정해져 있고 스탭들 출입구는 별도로 있으나 공개하지 않는다. 입구쪽에는 이번 축제의 슬로건인 웜바디(warm body)의 의미를 살린 피트니스, 댄스 등 몸짓에 관련된 워크숍이 열리는 공간이 있었다.











몽골텐트로 필요한 부스들을 설치했다. 의료시설과 저녁 행사에 불을 크게 쓰기 때문에 춘천소방서에도 나와 있었다. 전년도에는 재활용품을 상당히 많이 사용했으나 올해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 중간중간 눈에 띄는 독특한 설치물들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각각 분리해 렌탈업체에 용역을 배분한 것으로 보였다.
작년도 행사장은 삼악산 호수케이블카의 주차장이었는데 이곳은 흙을 파서나 흙을 돋궈서 자연상태의 무대를 만들 여건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행사장은 높낮이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없는 만들어진 주차장이었기 때문에 보통 다른 지역축제와 비슷한 형태의 무대가 꾸려졌다.
또한 작년 축제에서는 폐기물을 모아서 객석의자로 사용하기도 했는데 올해는 모두 렌탈업체 용품이었다. 작년의 경우 버려진 매트리스, 등산의자, 폐자재, 플라스틱의자 등 중구난방이었지만 오히려 그런 면이 마임축제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강조하고 축제의 지향점을 살필 수 있었다. 올해는 그런 부분이 모두 사라졌다.





먹거리코너도 올해는 조금 달랐는데 다회용기는 모두 사라졌고 일회용품 사용이 가능했다. 작년에도 푸드트럭이 들어오긴 했으나 올해는 QR코드로 주문을 받고 순서가 되면 카카오톡 메세지로 전달받는 시스템을 활용했다.







도깨비난장의 하이라이트는 9시에 일어나는 불꽃놀이다. 폭죽을 쏘아대는 게 아니고 불을 활용한 새로운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게 매년 축제의 하이라이트.
올해는 무대가 한정되어 있고 전면을 바라보는 무대-객석 분리형태였다. 파이어스테이지와 광장스테이지 양쪽에서 파이어워크가 있을 거라 예보되었는데 정착 본공연은 파이어스테이지에서만 펼쳐져서 광장스테이지에 기다리던 사람들은 자리도 확보하지 못하고 멀리서 구경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2023년에는 무대가 자연물이었기 때문에 더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었고 가장 큰 퍼포먼스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걸 누구나 알 수 있었지만 올해는 그렇지 못했다는 게 상당한 아쉬움이다.
기획자가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장소와, 그렇지 못한 장소에서 연출하는 퍼포먼스는 다를 수밖에 없다. 도깨비난장의 특성은 상호 음향간섭이 계속 일어나고 때로 다른 무대의 퍼포먼스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객석이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형 퍼포먼스가 주목받을 경우 사람들이 한곳으로 몰려가거나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우려도 있다. 특히 불을 사용하는 문제는 늘 안전문제를 고려해야 하므로 이에 대한 고민이 매우 크리라는 건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메인 행사의 경우 다양한 각도에서도 관람이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쉽지 않겠으나 끊임없이 도전해야 할일이다. 따라서 올해처럼 정면을 일방적으로 바라볼 경우, 트러스로 무대를 3-4층으로 올려서 더 많은 관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치한 것은 안전만 보장된다면 괜찮은 결정이었다.
이 공연이 끝나고 나서 바로 허건이라는 허조교DJ의 EDM파티가 파이어스테이지에서 이어졌다.
파이어워크 직전에 춘천문화재단, 춘천인형극제, 문화도시 춘천의 막내들이 나와 “우리는 원합니다”라는 슬로건과 메시지를 낭독했다. 그 중 한 문장은 “전쟁없는 도시를 원합니다.”였는데 바로 군대문화를 소환하는 DJ가 출연한 것은 당황스러웠다.
이번 축제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슈트맨이다. 7인으로 구성된 슈트맨은 춘천마임축제의 마스코트라 할 수 있다. 작년에 결성되어 지속적으로 거리공연을 펼치며 춘천마임축제를 홍보하고 있다. 이들은 도깨비난장 행사장에 상주하며 공연을 이어갔다. “마임”이라는 행위를 주제로 하는 축제가 자리를 잡으려면 이 행위를 지속적으로 펼쳐내는 문화대사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본다. 슈트맨은 관객을 중심에 놓고 관객과 눈을 맞추고 공감을 불러오는 것에 주력했다. 괜찮은 브랜딩의 사례로 봤다.
전반적으로 도깨비난장 행사장은 낮에는 그늘이 부족했고 쉴 곳도 충분치 않았다. 나무가 아예 없는 곳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논란 많았던 장소가 본 행사장이 된 이번 춘천마임축제는 춘천시내에서는 배너나 현수막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역 내 어떤 이야기들이 있는지 잘 모르겠으나 국제적 명성을 얻은 춘천마임축제가 보다 진보적인 문화예술을 담아내길 기원한다.
2024. 6.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