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승계의 의무가 없으므로.

6월 1일, 안양의 H아파트는 새로운 관리업체와 관리용역업무를 시작한다. 관리업체가 바뀌면 새로운 사람을 뽑기도 하지만 최근 단기계약과 계약파기로 인한 실직문제가 부당해고나 별 다를 바 없다는 여론이 있어서 고용승계를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번에는 이전 관리업체와 계약해서 일하고 있던 아파트노동자들 중 다수가 고용승계를 일방적으로 거부당했다. 경비원 45명에 13명, 미화원 23명 중 4명이 고용승계에서 탈락했다. 이유는 모른다.

“나는 일하고 싶은데 왜 고용승계 해주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면 대부분 관리업체는 즉답을 회피한다. 입주민이나 입주자대표에게는 물갈이를 해주겠다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또는, 입주자대표들이 용역업체에게 압력을 가해 특정 몇 명을 찍어내라는 경우도 있다. 요컨대, 관리업체와 입주자 양측의 책임인 것은 분명하다. 관리업체가 만일 “물갈이차원”이라고 언급한다면, 입주자들이 반대할 수도 있는 것이고, 입주자가 내보내라고 한다면 관리업체가 막아설 수도 있는 문제니까.

작년에 경기도노동국의 예산을 받아 미조직취약노동자지원사업을 수행했고, 그 결과 경기중부아파트노동자협회를 만들었다. 코로나상황에, 308개 단지를 돌았다.

이 아파트는 경기중부아파트노동자협회까지 가는 길에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었다. 작년 9월부터 안양군포의왕과천의 모든 아파트단지를 돌던 활동가들은 이 아파트에서 기이한 소리를 들었다. “곧 추석인데 몇 달째 급여를 못 받았다”는 거였다. 사실 부당해고는 비일비재한 일이지만 급여체불은 흔치 않은 일이라 자조치종을 들어봤다. 관리업체와 입주자대표단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 그 책임여부는 이야기가 길어지니 생략하겠다. 아무튼 양측간에 격렬한 몸싸움도 있었다. 입주자대표자들은 두 편으로 갈라졌고 관리업체를 내몰고 싶던 모 동대표가 통장 직인을 쥐고 내놓지 않았다. 관리사무소측은 직인이 없으니 출금을 하지 못해 급여이체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파트노동자들은 어디 하소연도 못하고 그저 기다리고만 있었다. 경기도, 지역구 국회의원, 안양시청까지 활동가들이 온갖 인맥을 동원해 백방을 뛰어다녀 (때로 압박까지 해가며)이 문제를 해결했다. 경기도에서도 무척 자랑스럽게 여겨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 그러니, 우리에겐 이 아파트가, 예사 아파트는 아니다. 체불임금을 받고 난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센터 조직활동가들과 “아파트노동자권리선언식”을 갖기도 했다. 이 아파트의 경비노동자 다수가 협회회원으로 가입했고, ‘내 목소리를 들어주는 세상’을 만났다며 감격했다. 사실 나는 이번 고용승계거부가 보복성이 아닌지 의심이 들지만, 정확한 물증은 없으니 예단하기 어렵다.

봄에도 아파트노동자 해고문제로 장기간 출근길 시위를 이어나갔고 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모두 나서서 연대했지만 한 명도 재고용되지 않았다. 관리업체는 이미 신규 직원을 뽑았으니 또 누구를 몰아내라는 말이냐는 식이다. 밥그릇 놓고 싸움을 붙이겠다는 얘기다.

갑질문제도 만만치 않으나 이런 고용승계거부 집단해고 문제는 계약해지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게 업체와 입주자들의 의견이다. 노동자의 의견은 어디에도 없다. 나가라면 나가는거지 뭔 말이 많다는 거다. 고용승계를 거부당한 이들은 모두다 계속 일하고 싶다고 했다. 협회와 센터는 부당해고 여부를 법률적으로 검토하고 고령차 차별소지가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다. 검토후에는 노동지청 진정, 근로감독 요구, 경기도 노동위에 구제신청을 하게 될 것이다.

활동가 중 한 사람은 매일 걸려오는 부당해고 읍소 전화를 받는다.

짤리고 시위하고 항의하고 서류 넣고 구제신청하고 근로감독 요구하고. 무한 반복이다.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고용승계를 의무화하면 모두가 고단하게 싸우는 일은 줄어들텐데 누가 여기에 관심을 가져줄까 모르겠다.

아파트노동자들은 아파트주민들이 하기 싫은 일을 대신 한다. 자기 업무가 아닌 부분도 감당한다. 이들과 함께 싸우는 것을 절대로 이들이 늙고 약하고 불쌍해서가 아니다. 노동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해고하는 건 정의롭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내일부터 또 싸울준비를 한다.

화요일에 기자회견을 예정하고 보도자료를 써서 언론에 뿌린다. 고용승계거부로 인한 집단해고 기사가 너무 자주 등장해서, 점점 사람들에게 외면받을까 두렵다. 부디, 많은 분들이 3개월단위로 계약하고 여차하면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일터에서 밀려나는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첫 번째 사진은 센터와 협회 활동가들이 오늘 해고대상자들을 만난 것이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사진은 작년 10월 아파트노동자권리선언식의 모습이다. 임금체불까지 참고 일했던 사람들에게 돌아온 대가는, 해고였다.

#안양군포의왕과천비정규직센터

#경기중부아파트노동자협회

숨어있으라 – 경기중부 아파트노동자협회

작년에 경기도 예산을 받아 조직해 만든 경기중부아파트노동자협회. 계약종료로 인한 일방해고. 또는 갑질문제로 쉴 새 없이 민원이 들어온다. 경기도노동권익센터가 있지만, 마을에서 일어난 해고문제는 한 번이라도 얼굴 본 사람, 또는 내 동료가 전해준 명함으로 전화하기 마련이다. 이 문제를 떠안은 안양군포의왕과천 비정규직센터(이하 센터) 는, 전체 회원들이 내는 회비 월 100만원가량으로 간신히 운영하고, 상근자 1명을 제외한 몇 명의 실무진이 움직이는데, 이 실무진은, 자발적 활동가라, 임금이 없다. 상근자 1명도, 어디 내놓을 만한 급여도 아닌데다가, 연일 외부출장에 내부 사무에 미안할 지경이다. 나는 급여 없는 실무진 중의 1명이지만, 업무 분담량이 제일 적다. 나는 대체로 서류 뒤에 숨어있고, 적어도 민원전화를 받지 않는다.

두어 달 전, 한 아파트단지에서 20여명의 경비원이 계약해지로 실질적 집단해고에 놓여 시위를 조직했는데, 그때 그만둔 사람들이 경비원으로 재취업이 안되고 있다. 용역업체들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했다). 경기중부 아파트노동자협회라는 게 있고, 그 사람들이 이런 일을 벌이고 있다고. 영유아보육기관이나, 병원 간호조무사나, 뭐 다 그렇게들 해오지 않았던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서 재취업을 막고 업계를 완전히 떠나게 만드는 일.

그 아파트의 경비노동자들 중 일부는 불성실했고, 지나치게 장기간 근무했고, 주민들에게 친절을 베풀지 않았다고 한다. 아파트주민들중 일부는 경비노동자를 응원했고, 일부는 외면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직업이 있고, 모든 사람이 그 직업에 충실한 역할을 다하면 좋겠지만, 타고난 기질로 인해, 또는 살아온 역사로 인해, 직업적 성취를 이루는 정도는 모두 다르다. 그렇다면 우리는 잘 하는 사람만 그 직업에 종사하도록 남겨두는 것이 온당한가. 나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어떤 이는 지능이 높지 않고, 어떤 이는 성실하게 사는 것이 매일 힘들고, 어떤 이는 제 잘난 체를 억누르는 게 도통 어렵다. 그렇다면 사회에서 요구하는 온순하고 친절하고 업무력도 높고 참고 견디며 더 많은 생명을 사랑할 자격을 갖춘 사람만을 직업군에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한가.

올해는 아파트의 청소미화노동자 조직사업을 센터에서 하기 시작했는데, 어떤 곳에서는 경비노동자가 미화원을 압박하는, 말하자면 갑을병정 중에, 을이 병을 누르고, 병이 정을 누르는, 갑질의 확장을 듣기도 한다. 쥐꼬리만한 권력이라도 있으면, 더 약한 자의 꼬리를 발로 밟고 몸통을 짓이기도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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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역은 이윤을 추구하려는 기업과 이윤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이 결탁해 만들어낸 시스템이다. 더 많이 가지려는 욕구를 더 많이 충족시키기 위해 끽 소리 하지 못하고, 서사가 없는 자들을 여러 계층의 인간으로 분류해서 무시해도 되는 인간, 무시하면 안되는 인간으로 구분짓고, 쓰고 버리고 취하고 밀어내는 일을 서로 반복해서 저지르는 것이다. 이것은 사적 영역에 속한지라, 공적 지원이 불가능하며, 정치적 개입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와, 이 문제가 공적 영역으로 넘어갔을 때, 세상의 한끗도 이해하지 못하는 공공의 종사자들이, 아는 체 좀 한다고 덤볐다가 일을 더 그르치기 십상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개입할 능력이 없어서 개입하지 않는다면.

정치는, 정부는, 대체 왜 존재하는가.

탐욕을 먹고 자라는 자본이 수없이 많은 살생을 저지르고, 인간멸시를 보편화 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면. 정치는, 사멸하는 것이 낫다. 그저 정글로 가는 편이 오히려, 정부가 말하는 예산을 줄이는데 더욱 도움이 될 것이며, 공공의 영역만큼 공공에서 말하는 “예산 먹는 하마”인 경우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약자가 모두 옳은가. 모두가 사회적 경제적 약자를 지지하고 응원해야 하는가. 약자도 누군가에게 강자가 된다. 바로 위에 언급한 경비원이 미화원에게 갑질하는 경우는 먹이사슬처럼 연속되기 때문이다. 약자기 때문에 보호해야 하고, 강자이기 때문에 양보하라고 할 수 없다. 누구도, 절대 강자가 아니고 누구도 절대 약자가 아니다. 인간에 대한 존중. 공동체에 대한 최소한 예의를 지켜야 그나마 계속해서 기울어지는 세상의 균형을 잡을 수 있을텐데, 그게 잘 안된다.

나는.

내 주변이 사람들이 잘 되고 행복해져야 나도 기분이 좋아지는데, 계속해서 불행과 불운을 바라봐야 한다. 이것이 고통스럽다. 무엇을 해도, 하루에 14시간씩 일하는 만큼, 세상이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역행한다는 것이, 나를 계속 괴롭힌다. 차라리 나혼자 잘 사는 것으로 행복하다 느끼는 사람이었다면 좋았겠다.

청소년 라이더의 억울한 사연을 읽고, 일자리를 잃은 자들의 한탄을 듣고, 아침 출근길에 제 몸의 다섯 배는 되는 폐지를 싣고 가는 노인을 보고, 고소고발 당한 택배노동자의 이야기를 듣고, 배기가스 가득한 지하주차장 구석에서 시멘트 가루와 밥을 비벼 먹는 미화노동자들이 이야기를 외면할 수 있었다면. 어쩌면 내 삶은 조금이라도 나아졌을까. 그랬을까. 정말 그랬을까.

사진은

지난 3월부터 현장 실태조사중인

안양 군포 의왕 과천 아파트 미화원들의 휴게공간이다.

군포시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에 부쳐

청소년유니온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발표한 토론문입니다

2016년 5월. 군포시의 특성화고 3학년이었던 김모군이 경기도 광주시의 한적한 시골길에서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주검 옆에는 일하던 외식업체의 근무복이 개어져 있었다고 알려졌다. 당시 이 사건을 취재한 한겨레 신문에 따르면 김군은 자신의 전공이었던 인터넷쇼핑몰과 무관한 외식업체에 취업했다. 김군은 출근 첫날부터 숨지기 전날까지 약 100일간 매일 11시 출근 밤 10시까지 근무했다. 집은 군포고 업체는 성남에 있었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 하려면 1시간 30분이 걸렸고 일이 힘들어 체중이 줄고 친구에게 “뛰어내리고 싶다”며 업체 내부에 정서적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안양군포의왕과천 비정규직센터를 중심으로 책임자처벌을 요구했으나 별다르게 시정된 바 없었다. 업체는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조사를 받았으나 김군의 사망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며 한겨레 사설에 대한 반론보도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로부터 5년이 지났고, 이후 수많은 김군들이 사라졌으나 세상은 딱히 변한 것이 없다.

필수노동자

2020년 코로나19팬데믹의 여파로 배달, 청소, 돌봄노동자가 필수노동으로 떠올랐다. 서구에서는 이들을 “Essential worker”라고 칭송하는 캠페인도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시대의 필수노동자란 사회의 생명과 안전, 사회기능의 유지를 위한 대면서비스를 실행하는 직종을 말한다. 보건의료종사자, 돌봄종사자, 배달업종사자, 환경미화노동자들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이 필수노동자 직군이 대체로 비정규직일 뿐이다. 보건의료종사자도 사회에서는 상위 직군으로 보고 있으나 고용된 의사를 제외하고는 자영업의 형태를 띄고 있으며,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노동자도 다수 비정규직에 머물러있다.

이들은 그림자처럼 일하고 유령처럼 존재한다.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작 사회의 근간을 온몸으로 떠받치고 있지만 이들의 고용불안문제와 노동인권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

왜 세상은 더 나아지지 않나.

필수노동자를 비롯한 비정규노동자들의 문제는, 한 곳에서 노동인권존중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며, 처우를 개선한다고 단박에 좋아질 수 없다. 복잡하고 다층적으로 엮인 사회전반적인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군포시 청소년 노동인권 실태조사는 배달라이더직에 있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했다. 여전히 노동환경은 기가 막힐 정도로 좋지 않다. 이 실태조사를 보면 노동자에 대한 기본적인 법적준수나 기본적인 노동인권은 보장되지 않고 있다.

이는 시민들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배달노동자는 자영업자들이 고용하기도 하지만 시대가 바뀌며 대다수 플랫폼 노동자로 전환되고 있다. 일을 주는 사람은 있으나 근로여건을 챙기는 사람은 없는 독립적 사업자가 되어가면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밖에 없는 기이한 노동형태로 변해가고 있다. 시대의 흐름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각자도생의 노동’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 배달노동자의 노동조건 문제는 앞으로 계속해서 일어날 수많은 비정규 플랫폼노동자들의 방향이 될 수도 있다.

청소년 노동인권보장을 위한 교육 실태

안양군포의왕과천 비정규직센터에서는 2015년부터 청소년노동자를 대상으로 노동인권교육을 펼쳐왔다. 2020년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총 37개 학교에 교육을 실행했다. 그간 청소년노동인권교육팀은 경기도뿐 아니라 서울지역까지 교육을 다녔는데, 대체로 특성화고등학교 대상이었다.

2017년 문재인정부 출밤 이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는 국정과제로 노동존중 사회실현- 학교노동인권교육활성화를 제시했고, 교육정책추진과제에서도 민주시민교육 및 노동인권교육 활성화를 얘기했다. 서울시는 서울특별시교육청 노동인권교육 활성화조례를 발표했다.

경기도의 경우 논란이 있었다. 기존에 경기도 교육청에서 실행해 온 특성화고등학교 노동인권교육 의무를 2019년부터 경기도가 수행하면서 경기도민주시민교육 내에 포함하고 대신 그 안에서 청소년노동인권교육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경기도는 2019년 민주시민교육에 배당된 예산 중 절반가량을 청소년노동인권교육에 배치하고 노동인권교육 전문강사 양성, 청소년노동인권 박람회를 수행했다. 이 계획은 2020년에도 이어졌는데 도내 시민사회단체의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경기도 민주시민교육센터는 경기도 평생교육진흥원 산하에 있으며 청소년노동인권교육도 민주시민교육 계획 아래 끼워들어가 있는 상태다. 민주시민교육내에서 노동인권교육을 실행하는 경우, 교육의 의무성이 사라지고 각 학교의 교사들이 선택할 수 있게 되어 교사와 학교의 의지에 따라 교육의 실행여부가 결정된다.

게다가 도 산하기관에서 직접 교육을 지속할 경우 구조적으로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 번째는 불과 몇 개월의 교육과정을 수료한 강사들이 대거 양성되면서 다양한 방면의 교육을 수행하는 직업강사들이 노동인권교육의 실천적 자질이 모자란 상태로 질 낮은 노동인권교육을 실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두 번째로는 각 지역에서 청소년노동인권교육을 실행해 온 시민단체들은 경기도 산하기관의 노동인권강사교육 수료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실정에 놓여 있다. 2020년 경기도 민주시민교육 자문위원회에서 이런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변화는 없었다.

세 번째는 담당자가 바뀔 경우, 단체장의 의지가 변할 경우, 노동인권교육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좀 더 지엽적으로 학교 현장에서의 노동인권교육의 실태를 살펴보자.

안양시 기반으로 활동하는 지역교육네트워크 이룸에서도 민주시민교육의 한 갈래로 안양군포의왕과천 비정규직센터와 함께 청소년노동인권교육을 실행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인권교육 신청 학급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민주시민교육 신청 학급이 총 350개에 이르는데 이 중 10여개 학급만이 노동인권교육을 신청하고 있다.

노동인권교육은 교사들의 주관적 판단과 학교내에서의 합의여부가 노동인권교육 실천에 영향을 끼치는데 성장 후 모든 아이들이 노동자가 되는 것이 당연한 상황에도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인식하면서 생기는 결과이기도 하다. 실제로 과천지역에서는 노동인권교육을 실시한 교사가 학부모나 학생에게 “학생의 미래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필요없는 교육”이라는 이야기를 전달 받은 사례도 있다.

특성화고등학교에 노동인권교육을 나간 출강강사에게 학교장이 “노동인권 얘기하며 데모하는 노동자 만들어 잘리게 만들지 말고 준법정신을 가르치라”고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정책결정권한, 수업선택권한을 가진 주체들이 노동인권의식이 매우 미흡하거나 거의 없는 것도 원인이 된다. 교사들은 전교조가 법외노조기간을 거치는 동안 스스로의 노동권과 결사, 결정권에 대해 무기력해진 상태다. 중간지원조직인 민주시민교육센터나 평생학습진흥원, 청소년관련 공공기관의 실무자들도 1~2년의 계약직이 늘어나면서 노동자결사체에 합류할 가능성이 낮아졌다. 스스로의 노동인권을 방어하는 경험이 적은 사람들이 여타 시민교육보다 노동인권교육을 우선시 하기 어렵다. 청소년들에게 진로교육은 의무교육이 되었지만 진로교육과 함께 가야하는 노동교육은 전무한 상태다. 경기도 청소년노동인권보호조례 제정이후 경기도내에는 군포시가 2020년부터 청소년노동인권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광명시는 청소년근로보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청소년노동에 뛰어들면서 노동인권을 침해받는 사례에 부딪힐 경우 지역에 있는 비정규직센터가 유일한 구제책이거나, 노동인권 관련 단체가 없거나, 이에 대한 정보가 청소년들에게 전달되기 어렵기도 하다. 각 기초단체 산하의 청소년관련 공공기관은 대학을 갈 준비가 되어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운영하며, 각 지방정부에서는 청소년노동인권문제에 대한 대비책이 없는 상태다.

현재 실행되는 노동인권교육은 대부분 노동자 당사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노동자들에게 스스로 권리를 쟁취하고 투쟁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정작 사용자는 이 교육에서 빠져있다. 현재 5인 이상의 사업장에서 이수해야 하는 필수교육은 성희롱예방교육, 개인정보보호교육,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이다. 노동자인권보장에 대한 교육은 없다. 그 외 기업의 규모와 형태에 따라 산업안전 보건교육, 퇴직연금제도 안내 교육,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이 있다. 청소년을 고용하는 사업주나 비정규직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우에도 노동인권교육은 의무가 아니다.

왜 우리 사회는 항상 약자에게 교육을 시키고 그들에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고 싸움터에 나가라고 부추기는지 이해할 수 없다. 교육하기 쉬운 대상자, 즉 학교를 중심으로 노동인권교육을 실시하고 그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사업주들에게는 의무를 부여하지 않는다.

경기도에서 노동인권교육을 실행할 수 있다면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업무를 다루는 부서나 고용노동에 관련한 부서와 연계하여 사업자 필수교육을 점차 늘려나가고 이들이 노동인권을 존중하는 사례가 발견되며 포상과 칭찬을 병행하는 방법으로 정책확장을 해나갈 수 있다.

또한 대형 플랫폼 업체의 경우 단기계약, 꺾기등 다채로운 방법으로 노동인권을 유린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강경한 조치는 전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람의 노동력을 사용하여 이윤을 창출하는 일에 대한 책임감을 우리 사회가 부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군포시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에 대한 제언

본 조례의 제 3조는 시장의 책무를 다루고 있다. 서술어는 모두 “노력하여야 한다”로 일관된다. 한 가지 “실시할 수 있다”, “지원할 수 있다”로 두루뭉술하다. 앞서 기술한대로 노동인권교육은 이해당사자들의 유불리에 따라 선택할 수 있을 경우 선택하지 않는 고용주와 교육자들이 훨씬 더 많으므로 이 조항은 “노력하여야 한다”가 아닌, “의무적으로 수행한다.”로 정정해야 옳다. 제 6조 청소년 노동인권 사업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 조항에서는 청소년에게 교육을 실행하고, 스스로 노동기본권 침해에 대응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되어 있으나 이 역시도 “노력하여야 한다”로 되어 있다. 이 조항에 “청소년을 고용한 사업주에 대한 노동인권교육”이 포함되어 있다. 조례에서 “노력한다”는 변명할 수 있는 여지가 된다. ‘노력하였으나 실천하지 못했다.’고 하면 그만인 조항이다.

9조에는 우수 사업장 선정 및 홍보 내용이 들어 있는데 우수 사업장을 선정하여 홍보할 수 있고, 노동인권 존중 사업장을 우대 지원할 수 있고, 권리 침해 사업장은 우대 및 지원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나 노동인권을 침해한 곳을 처벌하겠다거나, 법적 제재를 가한다는 얘기는 전혀 없다. 사업장은 노동인권을 지키지 않아도 불이익은 없는 것이다.

경기도의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는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을 포함한 노동관계 법령을 준수할 의무를 명시해놨는데 군포시 조례에도 필요해보인다. 또한 경기도 조례에는 사용자 책무가 명시되어 있지만 군포시 조례에는 이 조항이 없고, 노동인권 관련 사업 하에 들어가 있다. 조례는 만들었으나 강제성은 없다. 이 조례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나.

경기도군포시
제1조(목적) 이 조례는 「대한민국헌법」 및 「청소년 기본법」 제8조 등에 따라 경기도에 거주하는 청소년 노동인권을 보호하여 청소년의 균형 있는 성장과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목적) 이 조례는 청소년의 노동인권을 보호하고 노동환경을 개선하여, 노동이 청소년의 균형 있는 성장과 발전에 이바지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3조(도지사의 책무) ① 경기도지사(이하 “도지사”라 한다)는 청소년이 합법적인 노동 기준에 맞게 노동계약을 하고 인권 친화적 환경에서 노동할 수 있도록 시책을 마련한다.② 도지사는 경기도교육청(이하 “교육청”이라 한다), 도 소속기관, 노동 관련 행정관청, 민간단체 등과 협력하여 청소년의 노동에 관한 상담 및 구제 활동, 직업 훈련과 취업 준비에 필요한 지원·협력 체계를 구축한다.③ 도지사는 청소년의 노동인권이 보호받을 수 있는 노동 환경을 조성하고 청소년을 위한 공공일자리 육성을 위해 노력한다.④ 도지사는 교육청과 협력하여 청소년 및 사용자에게 청소년 노동인권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⑤ 도지사는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하여 필요한 예산을 편성·지원할 수 있다.⑥ 도지사는 청소년이 학업에 지장이 없고 신체발육 및 정서에 장애를 주지 않는 최상의 노동조건을 제공토록 권장하여야 한다. [신설 2019. 06. 18.]제3조(시장의 책무) ① 군포시장(이하 “시장”이라 한다)은 청소년이 적정한 노동환경에서 노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② 시장은 노동을 하는 과정에서 다치거나 인권을 침해당한 청소년을 법률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③ 시장은 교육지원청과 협력하여 청소년 및 보호자, 청소년 관련시설 종사자, 교사, 사업주 등에게 청소년 노동인권에 관한 교육이 실시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특히, 노동을 하거나 특성화고교에 재학하는 청소년에게는 우선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④ 시장은 지방고용노동청, 교육지원청과 협력하여 학교 내외에 청소년노동인권침해신고센터를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⑤ 시장은 청소년들의 일자리 창출 및 근로환경개선 등에 행ㆍ재정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
제3조의2(사용자의 책무) ① 사용자는 노동을 제공하는 청소년을 인격적으로 대우하여야 하며, 신체적·정신적·언어적 폭력을 행사해서는 아니 된다.   ②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을 포함한 노동관계 법령 등을 성실히 준수하여야 한다.   [본조신설 2019. 06. 18.]제6조(청소년 노동인권 사업) 시장은 청소년에게 노동기본권과 노동인권에 대한 교육과 청소년 스스로 노동기본권 침해에 대응할 수 있는 다음 각 호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1. 청소년 노동인권 상담원 및 노동인권교육 강사 양성2. 청소년 대상 노동인권 상담 및 교육3. 청소년을 고용한 사업주에 대한 노동인권교육4. 청소년 노동인권에 대한 홍보5. 청소년 작업장 육성 및 일자리 창출6. 청소년 노동인권실태조사 및 실천계획의 작성7. 그 밖에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제9조(우수 사업장 선정 및 홍보 등) ① 시장은 청소년 노동인권 친화 우수 사업장을 선정하여 홍보할 수 있다.② 시장은 청소년의 노동인권을 존중하는 사업장을 우대 및 지원할 수 있으며, 청소년의 노동권이나 그 밖에 권리를 침해하는 사업장은 우대 및 지원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제4조(다른 조례와의 관계) 청소년의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에 대해서는 다른 조례에 우선하여 이 조례를 적용한다.타 조례 우선 적용 사항 없음.

원칙을 지키는 정책

청소년노동인권의 보장은 비정규직노동 전반에 걸친 문제와 청소년을 비롯한 어린시민을 대하는 사회적 합의의 문제다. 한국에서 실행되는 정책들의 문제점은 대체로 단절성으로 귀결된다.

  1. 년 내에 종료하는 예산배분

3. 담당자로부터 단체장에 이르기까지 개인의지에 따른 중단

4. 정치적 입장에 따라 선임자의 정책을 종료

대부분의 정책들은 위 네 가지 사안으로 인해 지속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중단된다. 잘 진행되던 일도 중단하고 엎어버리고 선임자의 공적을 가로채거나 삭제하는 일이 반복된다.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이 되려면 정책입안자뿐 아니라 시민들의 합의가 이루어져야 단단하게 지속될 수 있다.

한국사회는 저출생 문제로 국가위기에 접어든다고들 한다. 아이 키우기 나쁜 나라라는 얘기는 비단 보육과 교육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어차피 자라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 해야 하는 사회구조에서 부모된 자가 자녀의 미래를 확보해줄 수 없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미래에 대한 희망은 결국 행복한 노동조건, 일자리의 문제와도 상통한다.

인간은 본인이 취약한 환경에 놓였을 때 혐오가 강화된다고 한다. 한국사회가 청소년을 대하는 태도는 혐오에 가깝다. ‘어린 것들’이라고 폄하하며 권리를 박탈하고 인권을 무시하기 일쑤며 이들에 대한 사회적 보장은 강제되지 않는다. “나때는 말이야”를 시전하며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경험주의를 내세우며 젊은이들의 고통과 난관은 당연한 통과의례로 여긴다. 한국 성인들의 대다수는 청소년시절 겪었던 멸시와 비난을 기억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반성이 없는 기성세대는 청춘의 고통을 대물림하면서도 떳떳하다. 때로는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권리를 일부러 주지 않는 것 같아, 성인들이 패를 짜고 청소년을 골탕 먹이는 것 같을 때도 있다. 헌법은 모든 사람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이유로, 교복입은 노동자라는 이유로 수많은 차별과 배제가 일어난다. 정의롭지 않다.

인간사회는 어디나 개인의 욕망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다. 인간사회가 자연그대로라면 세상은 끊임없이 전쟁에 시달릴 것이다. 인간은 강제적으로 세상의 모순을 개선하고 인격과 이성을 발휘해 전쟁이나 다름없는 자연상태를 역행하며 평화를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이 모여 국가를 이룬 이유는 강자만 살아남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구조적 체계를 수립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부정의한 세상을 바로잡을 권한을 가지고 있다. 정부는 법과 제도를 통해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안전망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날로 기이하게 팽창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역시 자본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자본이 가하는 타격에 스러져가는 구성원들을 보호하고 지켜내야 스스로도 지킬 것이다.

군포시 청소년인권조례에 강제성이 없고 두루뭉술한 이야기로 점철되어 있는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조례는 개정할 수 있으니 부정의를 바로세울 수 있도록 노동인권존중에 대한 철학이 반영된 내용이 추가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보려고 한다. 노동자가 노동만 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이라면 좋겠다. 투쟁도 하고 노동도 하고, 항의하고 협상해야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의식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

기업만을 보호하는 정부는 시체에 불과하며,

부패와 타락으로 스스로 곧 무너진다.

– 아모스 브론슨 알코트

군포시 청소년노동인권실태조사 자료집
내생애 첫번째 노동 토론회자료집

군포시 청소년 노동 인권 보호 및 증진조례

( 제정) 2016.12.12 조례 제1430호

제1조(목적) 이 조례는 청소년의 노동인권을 보호하고 노동환경을 개선하여, 노동이 청소년의 균형 있는 성장과 발전에 이바지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정의) ① 이 조례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청소년”이란「근로기준법」(이하 “법”이라 한다)에 따라 근로자로 활동할 수 있는 19세 미만의 사람으로서, 군포시(이하 “시”라 한다)에 주소 또는 거소를 두거나 시에 있는 사업장에서 근로를 하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2. “사용자”란 청소년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사람을 말한다.

3. “노동인권”이란 청소년이 노동자로서 정당한 대우와 권익을 보장받고, 인권친화적 환경에서 노동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② 이 조례에서 따로 정의한 것 이외에는 법을 따른다.

제3조(시장의 책무) ① 군포시장(이하 “시장”이라 한다)은 청소년이 적정한 노동환경에서 노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② 시장은 노동을 하는 과정에서 다치거나 인권을 침해당한 청소년을 법률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③ 시장은 교육지원청과 협력하여 청소년 및 보호자, 청소년 관련시설 종사자, 교사, 사업주 등에게 청소년 노동인권에 관한 교육이 실시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특히, 노동을 하거나 특성화고교에 재학하는 청소년에게는 우선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

④ 시장은 지방고용노동청, 교육지원청과 협력하여 학교 내외에 청소년노동인권침해신고센터를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⑤ 시장은 청소년들의 일자리 창출 및 근로환경개선 등에 행ㆍ재정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

제4조(청소년의 권리) ① 청소년은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노동에 관한 권리를 갖는다.

② 청소년은 법에 따라 정당한 처우와 적절한 임금, 산업재해로부터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③ 청소년은 언제든지 사업자에게 근로포기를 통보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④ 사용자가 청소년을 해고할 경우에는 법에 따라 30일 전에 예고하여야 하며, 청소년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제5조(청소년의 보호) ① 사용자는 법에 따라 청소년이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거나, 청소년의 건강, 안전 등을 해칠 우려가 있는 일을 맡겨서는 아니 된다.

② 사용자는 청소년에게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업종이나 노동형태로 일하게 해서는 아니 된다.

③ 사용자는 청소년을 인격적으로 대우하여야 하며, 신체적, 정신적, 언어적 폭력을 행사하여서는 안 된다.

제6조(청소년 노동인권 사업) 시장은 청소년에게 노동기본권과 노동인권에 대한 교육과 청소년 스스로 노동기본권 침해에 대응할 수 있는 다음 각 호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1. 청소년 노동인권 상담원 및 노동인권교육 강사 양성

2. 청소년 대상 노동인권 상담 및 교육

3. 청소년을 고용한 사업주에 대한 노동인권교육

4. 청소년 노동인권에 대한 홍보

5. 청소년 작업장 육성 및 일자리 창출

6. 청소년 노동인권실태조사 및 실천계획의 작성

7. 그 밖에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

제7조(민관협의체) 시장은 청소년 노동인권 사업의 지속적인 추진을 위하여 시 청소년 업무담당, 교육지원청, 지방고용노동청, 청소년 노동 관련 기관ㆍ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ㆍ운영할 수 있다.

제8조(청소년 노동인권 상담 및 구제 체계 구축) ① 시장은 청소년 관련 기관과 협조하여 그 기관에서 청소년 노동인권 상담 및 피해신고를 접수하도록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

② 시장은 청소년이 노동인권 상담과 피해신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전용전화를 둘 수 있다.

③ 시장은 청소년 관련 기관, 민간단체와 연계하여 청소년 노동인권 상담 및 구제를 위한 통합 지원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제9조(우수 사업장 선정 및 홍보 등) ① 시장은 청소년 노동인권 친화 우수 사업장을 선정하여 홍보할 수 있다.

② 시장은 청소년의 노동인권을 존중하는 사업장을 우대 및 지원할 수 있으며, 청소년의 노동권이나 그 밖에 권리를 침해하는 사업장은 우대 및 지원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제10조(청소년 노동인권센터) ① 시장은 제6조의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군포시 청소년 노동인권센터(이하 “센터”라 한다) 등을 둘 수 있으며, 센터내에 청소년 노동인권 침해에 대한 상담 및 구제를 위하여 청소년 노동인권 옹호관을 둔다. 청소년 노동인권 옹호관과 관련된 세부내용은 규칙으로 정한다.

② 시장은 센터의 운영을「청소년 기본법」 제3조제8호에 따른 청소년단체 또는 청소년 노동 관련 비영리 법인 및 단체 등에 위탁하여 운영하게 할 수 있다.

③ 수탁자의 선정은「군포시 사무의 민간위탁 촉진 및 관리 조례」에 따르며, 센터의 위탁 운영에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은 시장이 따로 정한다.

제11조(센터 운영의 지원) 시장은 수탁자에게 센터의 운영ㆍ관리에 필요한 경비를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

제12조(시행규칙) 이 조례의 시행에 필요한 사항은 규칙으로 정한다.

부칙<제정 2016. 12. 12. 조례 제1430호>

이 조례는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안양시 경비노동자 집단 실직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1. 3월 1일자로 안양시 동안구의 모 아파트의 경비원 16명이 집단으로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이 아파트가 경비업체를 바꾸기로 했기 때문이다.
  2. 경비업체 변경은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나, 동대표단과 같은 아파트주민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합의해 결정한다. 물론 주민들의 투표를 받기도 하지만 주민들은 다들 먹고 살기 바쁘니, 특별히 아파트운영에 관해 관심있는 입주민이 많지 않은 이상, 대체로 대표자들이 “경비업체 바꿀려고 하는데 동의해주세요” 라고 엘리베이터에 공지를 붙이거나 경비초소에 명부를 갖다두면 대부분 동의서명을 해준다.
    때로, 경비업체의 방만한 운영이나, 아파트입주자대표자들과 심한 갈등이 생겼을 때 입주민들이 나서서 변경하자고 움직이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의 아파트관리업체들은 요령껏 다음계약도 이어서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3. 아파트관리는 주택관리용역업체와 경비업체가 겸하는 경우도 있고 분리되는 경우도 있다. 관리용역업체는 관리사무실에 직원을 파견하고 경비용역업체를 선정해 하청에 하청을 주는 구조가 된다. 최근에는 관리용역업체가 경비업도 겸하는 경우가 많다. 업종이야 추가하면 될 일.
    그렇다 보니 이 용역업체는 아파트와 계약을 맺어야 직원을 파견할 수 있고, 그래야 직원의 급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상시고용을 해봤자 손해다. 계약을 따면 그제서야 사람을 채용해서 내보내면 된다. 그게 자본주의 시장에서 맞는 체계다.
  4. 아파트 입주자들이 직영으로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경비원을 직접 고용하는 형태가 있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과천에 이런 직영 아파트가 많다. 입주자들의 민주적인 의사결정과 시민의식이 선결되어야 하는 문제라고 평가하는데, 내가 보기엔 “집주인들이 많이 살아야” 가능한 얘기다. 세입자들이 더 많은 구조에서는 불가능하다. 세입자도, 거기 살지 않는 집주인도 직영구조에 동의할 리 없다. 쌍방모두 무관심이 답이다.
  5. 경비원 16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 관리경비업체(이하 업체라고 하겠다)변경은 아파트 입주자대표들과의 계약이다. 새로 계약을 맺은 업체는 이전에 일하던 경비원의 고용승계를 할 의무가 없다. 새로운 업체는 자기가 고용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전 업체에서 고용했던 사람들에 대한 책임은 이전업체에게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6. 결과적으로 경비원들은 집단으로 일자리를 잃지만 사실상 “해고”라 볼 수 없다. 계약이 종료된 것이다. 경비원들은 고용이 아닌 계약직이기 때문에 “계약해지”라고 해석할 수 있다. 경비원들의 계약기간은 최악의 경우 1개월이고 3개월, 6개월, 12개월로 나뉜다. 2020년 경기중부아파트경비노동자 지원사업단의 실태조사에 의하면 안양과천군포의왕 4개 시의 326개 단지를 방문해, 근로계약기간에 대해서는 291개 단지의 상황을 파악했는데 그 중 3개월 계약기간이 40.5%였고 (총 118개 단지), 그 중 안양시는 45%에 육박했다. 1년 이상의 계약기간을 유지하는 곳은 291개 단지 중에 48.1%였다. 1년 이상 계약인 곳이 3개월보다 많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지속적인 업무가 필요한 아파트경비직이 3개월 단기계약이라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아무 때나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의미다.
  7. 아파트경비직을 보호하기 위해 “근로자계약갱신기대권”이라는 것이 있다. 사전에 계약해지(즉 해고통보)를 하지 않는다면 자동적으로 계약이 갱신된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는 인권보호의식이 담긴 권리이다. 최근 경비용역업체는 경비원과의 계약서에 “계약갱신기대권이 없음에 동의합니다”라는 항목을 넣는 경우가 발견되고 있다.
  8. 2월 24일 오전, 경기중부아파트노동자협회가 이 아파트의 계약해지 집단실업 사태를 듣고 대책강구에 나섰다. 여러 곳에 기사를 보내고 정부기관과 면담하고 아파트입주자들과의 접촉도 시도할 것이다.
    경비와 용역업체들이 안양군포의왕과천지역에 “경비들 조직이 생겼다”고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말이 있다. 업체들은 “경비들 조직”을 압박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9. 하지만, 신규업체에게 “고용승계의 의무가 있다”고 강요할 수 있을까? 신규업체는 자기들의 권리를 훼방놓는다고 할 것이다.
  10. 하청의 하청을 주는 사회구조는 개인을 공공의 영역에서 몰아내고 사적인 존재로만 머물게 한다. 공적인 인간, 사회적인 인간이 아니라 그저 내 생활만 안전하게 유지하면 되는 존재가 된다. 결국 본인이 사회에서 도태되었을 때도 여전히 개인으로 남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먼지같은 존재가 된다. 이 말은 파커 J, 파머의 철학에서 빌려왔다.
  11.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아파트입주자 – 용역회사 – 경비원까지 3자가 모두 갈등에 휩싸인다. 아래에서 개싸움이 벌어지는 꼴이다. 승자는 없다. 모두 상처만 남는다.
  12. 아파트경비원의 고용승계는 “늙고 힘없는 아버지같은 사람들이 일자리도 잃는다니 불쌍하고 안타까워서” 보장해야 하는 게 아니다. 이것은 옳지 않다. 지속적인 업무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자기 의지가 아닌 타의에 의해 일방적으로 계약해지가 되고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하는 사회구조가 정의롭지 않기 때문이다. 부정한 것이 세상의 규칙이 되면 우리 모두 부정해진다. 나 자신이 정의로운 사람으로 살다 죽기 위해, 경비원들의 부당한 고용현실을 부정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 경비원들은 늙고 힘없고 아버지같은 사람도 아니다. 경비원은 엄연한 직업인이다.
  13. 건조한 시선이 때로 명료하다고 생각한다.
  • 사진은 오늘 해당 아파트의 경비노동자들이 아파트 곳곳에 붙이고 있다는 전단이다. 해당 아파트는 20개동 1천여세대, 20년된 아파트로, 최소평수 30평형대부터 60평형대부터 있다. 평당 2천만원 정도로 거래된다.

관련기사 : http://www.mediapia.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395

우수출판콘텐츠 지원사업 – 9억원

매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우수출판콘텐츠 지원사업”을 한다. 올해 들어 주변에 작가, 출판계 사람들이 많다보니 페친들을 통해 이 지원사업에 응모하는 분들을 많이 본다. 출판사가 지원하는 게 있고, 작가 개인이 지원하는 게 있다.
사실 나도 냈다.
암튼. 그렇게 지원선정되기 어렵다는 페친들의 토로를 계속 봤다. 며칠동안 봤다. 몇 년째다, 이번에도 안되겠지, 내가 성의가 부족했다, 내년엔 더 잘 써서 내야지.
근데 왜 다들 안된다고 할까.

기사를 검색해보니 2017년에 이 사업은 거의 로또 당선 수준이라는 논평이 실린 게 하나 있다.
지원사업 선정자는 (올해기준) 작가에게 300만원, 출판사에게 600만원의 제작지원금을 준다. 뭐 대단히 많은 돈도 아니지만, 늘 자금난에 허덕이는 출판사나, 1년 인세 19,000원 받는 작가에게는 고마운 돈이다.
올해 지원자가 얼마나 될 지 모르지만, 2017년에는 2500편 정도 응모했다고 한다. 지금 지원자들은 약 2천 편 이상이 응모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서울의 어느 지역의 제본소는 계속 이 응모작을 제본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올해 사업계획안은 다음과 같다.

■ 2021년 추진내용
◎ 지원자격 : 대한민국 국적의 개인 또는 출판사
◎ 지원분야 : 인문교양, 사회과학, 과학, 문학, 아동
◎ 지원대상 : 미 발간 국내 창작 원고(‘21.11.30.까지 도서로 발간 가능해야 함)
◎ 지원규모 : 총 100편, 편당 900만원(출판제작지원금 600만원+저작상금 300만원) 지급

  • 전체 선정편수 중 30%(30편) 이상 1인 또는 지역출판사, 청년(저자 또는 기업대표) 응모작 선정
    ◎ 추진절차 : 사업 공고 및 접수(2월) → 심사·선정 및 협약 체결(3~5월) → 선정작 도서 발간 및 유통(6~11월) → 선정작 홍보(12월)

자, 그러면 이 사업의 총 예산은 9억이다.
사업수행하는데 드는 제반비용까지 해서 10억이라고 치자.
전국에 있는 출판사와 작가들이 1년을 기다려 여기에 응모한다면, 이 사업의 예산을 늘려야 하지 않나?
100억도 아니고 꼴랑 10억이다.
전국단위 공공사업에서 10억은 하찮은 돈이다.

다른 부처의 사업단위와 좀 비교해보자. 1천만원도 안되는 돈 주고 생색은 난리도 아니다. 책에 여기저기 딱지붙고 모두들 이 사업을 주목한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저희가 지원받은 예산이 없어서” 라고 한다면, 국회 상임위를 찾아가서 담판을 지어야 할 거 아닌가. 돈을 더 내놓으라, 이렇게 전국에서 들썩이는 사업이 없다. 경쟁율이 20대 1이 넘는다 등등. 국회가서 좀 드러누우면 안되나?
여기저기 오피니언 리더들이고, 신문의 칼럼 쓰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왜 이 전체 예산을 현실성 있게 안 늘리나?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체육관련 오만 데 다 건드린 최순실도 손 대지 않은 업계가 출판계인데 (왜겠나. 자금 규모가 너무 하찮으니 안 했겠지) 얼마 안되는 돈도 무조건 감사합니다. 떨어지면 내가 잘못했겠지. 라고 반성하며 그래도 작년보다 1억 올랐으니까, 그래도 작년보다 더 뽑네 하며 기다리는건가.

아 고구마 백만개.

올해 국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원장은 도종환이다.
출판과 작가에 대해 모른다고 할 수 없는 사람.
다 같이 가서 드러눕자.

2021. 2. 24.

[기고]귀신이 하는 일

온라인 시대, 보이지 않는 비대면 노동에 관하여

2020년, 코로나19의 감염에서 내가 먹고 살기 위해 했던 일의 절반은 사업계획서를 수정하는 일이었다. 그 중의 절반은 담당자에게 비용산출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고 설명하는 일이었다. 

“온라인인데 왜 더 비싸요?”

“장소대관 안해도 되는데 이렇게 돈이 들어가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실시간 하시면 되잖아요”

“유튜브에 일주일에 한 건씩 업로드하면 되지 않나요? 애들도 한다던데”

“왜 꼭 해외 사이트를 사용하려고 하시죠? 국산 화상채팅앱도 있다던데요” 

나에게 저런 질문을 한 사람들의 80%는 공무원이었고, 정부지원자금을 받아 1년짜리 사업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나머지 20% 정도 된다. 1인미디어의 시대, 4차산업혁명의 시작이라는 주제어가 사람들의 인식을 어떻게 꼬아놨는지 확인했다. 그 실타래를 푸는 작업으로 상반기가 다 지나간 셈이다.

“모바일 기기로 유튜브 실시간 방송을 시작하려면 일단 방송할 채널의 구독자 수가 1천 명이 넘어야 합니다. 계정도 없으시다고요? 유튜브로 송출하려면 발언자 소리가 잘 들리도록 해야 합니다. 행사를 제대로 촬영하려면 적어도 3대의 마이크와 3대의 카메라와 이 기계를 잡을 사람이 필요합니다. 편집은 소프트웨어로 하지만 결국 사람 손이 갈 수밖에 없어요”라는 얘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온라인에서는 모든 사람이 정보와 콘텐츠의 소비자가 될 수 있고 생산자도 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누구나 계정만 가지면 방송도 할 수 있고 책도 펴낼 수 있다. 거짓은 아니다. 그러나, 정보나 콘텐츠를 만들어내려면 사람들이 볼 만한 내용을 구성할 기획력이 있어야 하고, 그 기획에 따라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전개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필요하며, 현장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살려낼 수 있는 기계와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온라인으로 회의를 진행한다는 것은 기계의 힘을 빌려야 한다. 누구나 접근은 가능하지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수준의 품질은 누구나 만들어낼 수 없다. 기계와 기술만 있다고 가능한 것도 아니다. 실시간 송출이라는 건 안정적인 통신환경이 필요하다. 일정한 데이터가 기복 없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야 비슷한 용량을 가진 화면이 보이지 않는 통신선을 타고 내 눈앞에 놓일 수 있다는 걸, 일일이 설명해야 했다. 

그러고 보면 사람이 만난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었다. 저 모든 장비와 기계와 통신선이 필요없이 한 장소에 모여 앉으면 되는 일이니까. 마이크를 굳이 갖다 놓지 않아도, 카메라 두 세대가 각도를 달리해서 따로 찍지 않아도, 통신선을 끌어와 장비에 연결하지 않아도 되는 거였다. 마이크가 없을 때는 듣는 사람은 귀를 기울이거나 상반신을 앞으로 내밀면 되고, 말하는 사람은 자기 성대와 배의 힘까지 이용해 소리를 키울 수 있는 만큼 더 큰 목소리를 내면 된다. 카메라가 없어도 고개를 돌리거나 잠시 허리를 곧추세우는 것으로 내가 원하는 각도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인간의 신체는 이다지도 위대하다.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러웠던 것을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와 복원한다는 것은 여러 사람이 투입되어 숙련된 기술과 비싼 장비를 써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온라인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대답하다 보면 지치기도 했다. 나름대로 어떤 사람들은 잔꾀를 부려 비용을 절감하거나 필요한 장비를 축소해서 진행하자고 했다. 처음에는 그에 응하기도 했으나 하반기로 갈수록 나도 배짱을 부렸다. “네네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해요. 그렇죠.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요. 네네, 하지만 그렇게는 못합니다. 안됩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코로나19의 전염이 다음 해에도 지속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각종 행사의 온오프라인 병행은 2020년을 기점으로 자리 잡을 거라 판단했다. 초기에 시작되는 일들의 기준을 잡아둔다 해도, 일은 반복되면서 폄하되고 훼손되기 십상인데 조금 더 강력한 규칙을 적용해야 융통을 발휘할 범위도 생기지 않겠는가. 

기준이 없이 온라인 행사와 교육이 중구난방으로 진행되다 보니 각 예산집행처의 담당자 권한도 강력해졌다. 담당자가 온라인 행사에 투입될 비용의 산출근거를 이해하면 결정권을 가진 상사의 결재를 받을 수 있고, 그래야만 예산집행이 결정되는 것이다. 어떤 담당자는 온라인 회의 툴을 왜 미국산을 쓰냐면서 국산도 있다고 “국산품애용정신”을 발휘하기도 했다. 공기관에서 해외결제를 용납해줄 리 없다고 체념한 어느 단체 담당자는 개인사비로 유료버전을 구매해 시비를 마무리했다. 

특강이나 교육프로그램 강의 섭외때에도 녹화했다가 쓰면 안되느냐는 질문이 빗발처럼 들이쳤다. 녹화영상을 어디에 배포할 것이며, 어느 플랫폼에 업로드할 것이며, 언제까지 사용할 것인지 계약서를 쓰고 얘기하면 모두들 없던 일로 하자고 말을 바꿨다. 녹화영상은 상호소통이 없어서 임기응변이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더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온라인으로 전환해서 성공적인 그림을 만들고 싶다는 곳도 있었다. 그들이 말하는 성공적인 그림은 방송국에서나 가능한 모습이었다. 

온라인시스템이 기계화되었다고 해서, 어플에서 모든 걸 해준다고 해서, 그걸 작동하는 사람이 카메라 뒤에 서 있어서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다들 모든 걸 쉽게 생각하고 있었다. 앞서 얘기한 기계와 기술이 필요 없이 몸을 비트는 것만으로 대부분 해결되는 인체의 신비를 이해하지 않을뿐더러, 화면 뒤에 숨어있는 사람들은 고려하지 않는 것이었다. 하나의 방송을 만들기 위해 24시간 쉬지 않고 일하는 스텝들과 실감이 나는 영상을 찍기 위해 동상과 열사병, 근골격계 질환을 감수하는 제작자들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산악인들이 에베레스트에 올라 깃발을 꽂고 만세를 부를 때, 무거운 등짐을 지고 카메라 뒤에서 묵묵히 허술한 옷차림으로 걸어 올라가는 셰르파들을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는 증명 아니었을까. 

소프트웨어 하나를 만들려면 수많은 협업과 지난한 노동이 필요하다. 심심풀이로 했던 게임의 오류를 잡아내느라 밤을 새우다 죽어가는 개발자들의 이야기가 소리 없이 사라질 때, 콤마 하나 더 찍어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홈페이지 때문에 애먼 상담원에게 분풀이를 하는 일이 늘어나는 것이다. 기계나 시스템이 돌아가는 원리는 종사자가 아닌 이상 다 알 필요도 없고 다 알 수도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변치 않은 단 한 가지 원리까지 무시하면 곤란하다. 2020년에 내가 접한 저 많은 황당한 질문은 모든 일을 사람이 해야 한다는 걸 무시한 태도였다. 4차 산업혁명으로 모든 일을 기계가 대체하게 된다는 게 노동자가 필요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다. 기계화는 기계를 다룰 수 있는 사람만이 숙련된 노동으로 기계를 조작하고, 기계가 고장날 경우 정확한 대응을 할 수 없는 관리자들만 우왕좌왕하는 상황을 만든다. 기계는 오류가 나기 마련이다. 기계는 기계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 같이 있어야 원활하게 작동하며 그 가치를 빛낼 수 있다. 무대를 설치하고 의자를 깔고 내빈석이라는 글자를 출력해 종이에 붙이는 것만이 노동으로 보인 것일까. 촬영을 한 뒤 편집을 하고 업로드를 하는 것은 귀신이 하나? 

우리의 시공간을 연결해주는 작업은 내가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버스나 전철을 타고 가서 행사장에 앉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보이지 않는 타인의 노력만이 앉은 자리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게 해준다. 덜 움직여도 되는 편리한 개인의 삶은 언제나 누군가의 노동을 깔고 앉아 있다. 이것은 불변의 진리다. “편리하고 빠르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노동이 켜켜이 쌓여가는 소리다. 보이지 않는 노동은 귀신같이 일한다. 아무도 모르게, 소리도 없이 이름도 없이, 사용자가 고개를 들어봐도 몸을 일으켜도 보이지 않고, 보이지 말아야 한다. 

인류가 처음 기계로 영상을 봤을 때, 귀신의 짓이라 했다. 우리는 여전히 그 노동들을 귀신으로 취급하며 2021년을 맞았다. 노동자는 이름이 있다. 그들의 노동은 귀신놀음이 아니다.

한국노동 기관지 노동과 희망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news.inochong.org/detail.php?number=2893&thread=22r07&fbclid=IwAR3LYyciM4Y2bev1LTRYcGohTPVsk6y6ywSKwcQBi12uh9bEOU5OT9BANPU

좋은 날 다시 오면

1.

아침일찍 욕실공사를 맡은 업체 사장님이 와서 콜타르와 비슷한 방수액을 바르고 갔다.
새벽까지 이제훈, 최우식, 박정민, 안재홍이 나오는 <사냥의 시간>을 절반정도 보다가 잤다. 첫 장면에 황폐해진 서울의 소공로가 나왔는데, 코로나로 인해 저 풍경이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길 건너 목욕탕은 찜질방에 없어 한 번도 안 가봤다. 들어가니 매표소에 사람은 없고 무인발권기가 있었다. 아무리 코로나시대라도, 매일 목욕탕을 들르지 않으면 밥을 굶은 것같이 여기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인지라, 오늘도 너댓명의 직원과 너댓명의 손님이 있었다. 정기권을 끊고 다니는 사람들은 사실 직원인지 손님인지 구분이 안 갈 때가 있다. 목욕탕은 어딜가나 늘 뉴스를 틀어놓고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나는 3단계로 빨리 가야 한다고 봐.”
“뭐 먹고 살으라고.”
“딱 2주만 하고 빨리 잡자는거지. 홍콩이 그렇게 잡았잖아.”
“교회가 문제야 교회가.”
“교회 소모임을 다 못하게 해야돼.”
“아니 근데, 지금도 응? 이 와중에도 자기들은 병이 안 걸린다고 하잖아. 교회 다니는 분들은 그래.”
“아휴 그러게나 말이야. 교회를 싹 다 닫게 해야돼.”

격한 발언은 없었지만, 교회가 문제라고 입을 모으는 걸 들으니 적잖이 안심이 되었다.
적어도 ‘우리 교회는 안 그래요!’하면서 침 튀기는 사람은 이 안에 없겠구나.
기독교인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된다니, 이제 이 나라의 기독교는 끝까지 온 거 같다.

2.

원두가 떨어져서 고심 끝에 자주 가는 동네 카페에 가서 블렌드 원두를 샀다. 블렌드 원두는 200g에 오천원이다. 이집은 원두를 살 때마다 커피 한 잔을 내려준다. 오늘도 뭘 드릴까요? 묻길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받았다. 신 나서 사진도 한 방 찍고 편의점에 들렀다. 아침거리로 간단하게 뭘 살까 고민하다가 마땅한 게 없어서 담배만 두 갑 샀다. 사장님이 아이와 통화중이었다.
“일어났어? 밥 차려놓은 거 먹고. 수업 듣고, 영어 숙제 하라고.”
나는 씩 웃음이 나서 우리 아들은 아직도 자고 있다고 얘기했다.
중학생라 새벽 서너시까지 안 자고 오후 한 시나 되야 일어난다고 했더니 “밥 차려놔도 챙겨먹질 않는다”며 속상해한다.

편의점을 나왔더니 자전거가 무거운 가방 때문에 자빠져 있었다. 소중하게 받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바닥에 다 뿌려졌다.
자전거를 일으키는데 노년의 남녀가 헤어지며 “코로나 끝나면 밥 한 번 먹자.”는 대화를 하는 게 들렸다.

사무실에 들어와 쏟아진 아메리카노를 대신해 마시려고 물을 끓이는데 교육지원청 담당장학사에게 카톡이 왔다.
“국장님, 뉴스 들으셨지요? 9.11까지 원격수업이요. 저희도 방송을 통해 본 거라, 학교에서도 지금 고민이 많을 거 같습니다.”

3.

우리는 절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그 사이 사람들은 증오와 혐오를 차차 늘려나갔고, 대면이 불필요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해도 청자의 표정이 보이면 어떤 생각을 하며 듣고 있는지 파악되기에 이르렀다. 온라인으로 사람을 느끼는 기능은 강화될 것이다.
그나마, 우리는 사람을 계속 그리워하고 있으며, 이 상황을 견딜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한 형태의 연대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게 긍정적이라 볼 수 있을까.
모두의 결핍을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가.
수도권 병상이 7개 남았다는 뉴스 속보가 도착했다.
본 게임이 시작된 느낌이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아니라, 이기적인 사람들 사이의 전쟁인 것 같기도 하다.

어른들은 자꾸 “좋은 날 다시 오면”이라고 말한다.
그 좋은 날은 이제 끝난 거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혀에 대한 이야기

지난 2주 정도, 페이스북 때문에 상당히 불쾌했던 것 중 하나는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당선자에 대한 사실이나 보도보다, 페이스북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말이었다.

#1

여러 가지 이야기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했으니까, 굳이 나까지 말을 보태고 싶지 않다. 폭로전, 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 폭로전의 초기에는 정제하지 않는 포스팅도 올렸다. 그 이후에는 천천히 가라앉는 나를 봤다. 그리고 작년 오늘의 페이스북 포스팅을 다시 살피는데 다음과 같은 글이 있었다.

“‘혁신교육 1기부터 경기도 내 전 지역이 지역과 교육지원청+학교를 연결하려는, 마을과 학교 연계의 움직임이 있었고 성공한 곳도 있었지만 모두 실패한 것으로 안다. 지금은 그 끈이 모두 끊어졌다. 현재 민간과 교육지원청이 유연하게 진짜로 연결된 곳은 유일하게 안양뿐이다. 자랑스러운 일이고 이걸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국장의 노고다.’ 라는 지역 선배의 말을 들었다. 단 한마디에 5년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 전에 눈물을 좀 흘려야겠다.”

#2.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펴낸 만화를 저녁 내내 봤다. 눈물을 조금 흘렸다.
오늘도 나는 회의를 했다. 6월부터 시작해야 할 일들이 있다. 민주주의와 시민성이 무엇인지 알리는 컨텐츠를 만드는 것이 주된 나의 역할이다. 때로는 분담하고 때로는 전담한다. 때로는 그 일로 돈을 벌기도 하는데, 인건비에 준하지, 수익이라고 보긴 어렵다.

오늘도 윤미향이 29년간 시민단체를 운영하며 현금으로 집을 샀고, 전세 1500에서 시작해 자동차를 두 대 굴리고 수억 원대의 집을 가지고 있으니 수지맞는 장사라는 글을 페이스북에서 봤다. 얼마 전 페친을 끊은 한 사람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공교롭게도, 윤미향의 재산증식에 대해서 말하는 두 사람은 자기 소유의 집이 있다는 걸, 내가 쓸데없이 알고 있다는 것이다.

#3.

2012년, 얼떨결에 이 판에 들어온 건, 완전히 이 판에 진입한 것도 아니고, 발 하나 걸친 상태로 기웃거렸다. 그 이후 2020년 지금에 이르기까지, 나는 이 일을 하면서 가정불화를 겪었고, 이혼을 했고, 독립했고, 위자료를 받아 독립기반을 마련했다. 시민단체 활동가이면서, 시민단체와 공공기관에 내가 가장 잘 아는 분야인 시민교육과 공익활동에 대한 컨텐츠를 제작하고 제공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었다. 금액이 큰 것도 있었지만 오래된 내 페친들은 알다시피, 가을부터 겨울까지 나는 하루에 서너 시간 정도 자면서 일을 해야 내 생계를 꾸려나갈 비용을 번다.
내가 하는 일 중에 인건비가 가장 헐 한 것은 시민교육 분야의 학교수업이다. 작년에 내가 학교 수업으로 벌어들인 돈은 1천만 원 정도 된다. 1천만 원의 수업료는 시간당 5만 원 정도에 해당한다. 공기관 기준 2급 강사료에 해당하는 특강은 제외하고 하는 말이다. 이 돈은 200시간 정도의 초중고등학교 강의를 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다.
그 외에도 내가 맡아서 돈을 벌었던 일들은 대부분 NPO나 NGO나 공공기관이다.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시민운동을 이해하지 않는 사업자들이 잘 해낼 수 없기 때문에 나에게 일이 온다. 더러 인건비를 초과하는 이익이 나기도 하고 더러 손해를 보기도 한다.

29년간 시민단체를 운영하며 차를 두 대 사고, 집을 산 것이 괜찮은 직장이라거나, 참여연대보다 정의연이 연봉이 높아 평균 2000만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활동가들이 있는 조직이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활동가들의 내상이 깊어진다.

우리는 연봉 2천을 넘으면 안되고, 우리는 집을 사면 안되고, 성직자가 아닌데, 가족을 부양해도 안되는, 호모사케르 취급을 받아야 당신들의 속이 풀리겠다는 말로 읽었다.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자들이여.

#4.

이런 저런 위원회의 위촉장을 받을 때마다, 조심하자는 생각을 한다.
농반진반으로 출마를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번 사건을 겪으며 나는 굳게 다짐한다.
적당히 하고 10년 내로 이 판을 완전히 떠야겠다고.
피눈물이 난다.
작년에 나는 차가 두 대 있었다. 중간에 한 대 팔아버렸지만. 지금 평촌의 아파트 전세를 산다. 무리했지만. 아마 시민단체 일하는 게 수입이 괜찮다고 말하는 자들은 나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할 만하다. 일감몰아주기로 특혜를 받아 부를 축적한 가짜 활동가라고 하겠지.

어쨌거나 나는 집 한칸 없지만 헐한 노동이라도 인건비를 받으면 고마워했고, 돈 바라보고 일하지 않았으며, 매달 여기 저기 후원금과 기부금을 보내고, 형편이 어려울 것 같은 출판사나 언론사의 잡지를 계속 꾸준히 구독한다.

활동가란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며 간극을 메우고, 공무원의 실적을 올려주고 정치인의 업적을 만들어주는 것이 전부였던가. 우리는 그렇게 파도처럼 왔다가 모래처럼 사라지는 것이 맞겠구나.
진보는 절대 주류가 될 수 없다던 내 생각이 맞았구나. 우리는 그저 바람처럼 냄새없이 소리 없이 왔다가 사라져야만, 당신들이 편안하겠다는 확신이 든다.

내 주변의 몇몇 활동가들도, 말을 아낀다. 나는 지금 참담하다.

#5.

친친공개인, 그저 하소연으로 적어보려고 했는데 굳이 전체공개로 올려본다.
이글을 보고 “저격”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 덕분에 주제파악하고, 모래처럼 흩어지는 삶을 결심할 정도로, 큰 상처를 받았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 사람의 말로 쉽게 상처받는 타입 아니다. 하지만 잘 알겠다. 무엇이 사회를 작동시키는 원리인지. 그건 좀 알 것 같다.

#6.

다시 한 번 강조하건데.
이 글은 윤미향 당선자와 정의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실천하지 않는 자들이 “쉽게 씹어대는 말”에 대한 이야기다. 활동가는 직업이 아니다. 세무신고에서 활동가는 직업코드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분류되지 못한다. 윤미향과 정의연이 시민단체 모두를 대표하지 않는데, 그 두 존재가 모든 공익활동가를 싸잡아 비판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혀에 대한 이야기다.

2020. 5. 30.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518민주화운동 설명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518민주화운동 설명>>

1. 배경

1979년 10월 26일, 1961년부터 18년간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을 쥐고 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부하인 김재규의 총을 맞고 사망합니다. 대통령이 죽고 최규하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역할을 대신했습니다. 시민들은 독재가 끝났으니 새로 대통령도 뽑고 민주주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해 겨울, 대통령을 죽인 범인을 잡겠다며 군인들이 나타났습니다. 군인들은 다음 대통령 선거를 취소해버렸습니다. 나라가 위험해졌다며 군인들이 시민들을 감시하고 경찰을 대신했습니다. 소장계급이었던 전두환이 대통령처럼 굴었습니다. 최규하 총리는 자리에서 쫓겨났고 전두환을 중심으로 군인들이 정부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군인들이 세상을 점령한 것입니다.

2. 왜 시작되었나?

1980년에 만일 대통령선거가 치러졌다면 대통령후보로 나올 만한 정치인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김대중은 인권운동가이자 정치인으로 박정희 대통령 때 정부에 반대하고 독재를 그만하라고 목소리를 높인 사람이었습니다. 전두환과 군인들은 박정희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김종필과 시민들에게 존경받았던 김대중을 체포했고, 박정희를 반대했던 김영삼을 비롯한 정치인들을 마구잡이로 체포하거나 집안에 가둬버렸습니다.

옳은 소리를 해온 정치인들이 범죄자처럼 감옥에 갇혀버렸습니다. 민주주의를 바랐던 시민들의 실망이 커졌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은 절망하지 않고 거리로 뛰쳐나와 민주주의를 원한다고 외쳤습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대학생들이 먼저 시위에 나섰습니다. 현수막과 맨주먹으로 나선 학생들을 군인들이 마구 잡아갔습니다. 광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광주는 전라남도에서 가장 큰 도시입니다. 학생과 시민들이 거리에 나서 힘으로 정부를 제압한 전두환은 물러가라, 더 이상의 독재는 싫다고 소리높여 외쳤습니다.
전두환과 군인들은 인기가 높았던 김대중과 김대중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싶었습니다. 광주는 특히 김대중의 인기가 높았습니다. 시민들은 감옥에 갇힌 김대중을 석방하고 전두환은 물러가라고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습니다.

3. 광주 민주화운동의 시작

5월 18일, 그동안 작은 시위를 이어가던 광주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 민주주의 수호를 외쳤습니다. 바로 다음 날 5월 19일, 전두환과 군인들은 거칠고 사나운 부대를 만들어 광주에 보냈습니다. 군인들도 이유를 모르고 광주로 가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군인들의 대장은 전두환이었습니다. 광주에 가는 군인들에게 광주에 전쟁이 벌어졌고 나라를 무너뜨리려는 무리들이 숨어있으니 누구든지 눈에 띄면 잡아서 가두고 죽여도 된다고 지시했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군인들은 정말 전쟁터에 온 것으로 생각하고 무고한 시민들을 마구 때리고 죽였습니다. 무섭고 끔찍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5월 21일부터는 시민들이 힘을 합쳐 경찰서에서 총을 꺼내고 버스와 트럭으로 길을 막고 군인들을 잠시 몰아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더욱 뜨겁게 모이자 더 많은 군인들이 시민들을 진압하기 위해 광주에 모여들었습니다. 군인들은 헬기에서 총을 쏘고 거리에서도 총을 쏘고 도망가는 시민들을 잡아 곤봉으로 마구 때렸습니다.
광주로 가는 길은 모두 막혔습니다. 나올 수도 들어갈 수도 없었습니다. 광주의 시민들은 섬이 되어버린 삶의 터전에서 군인들의 총탄에 쓰러지고 다쳤습니다.

광주의 시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나서서 주먹밥을 만들어 시위대에게 전달했습니다. 모두가 가족이고 하나였습니다. 여러 사람이 이렇게 한 마음으로 힘을 합치는 것을 우리나라에서는 대동사상, 대동정신이라고 부릅니다. 광주의 시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서로를 아끼고 지켰던 정신이 바로 대동정신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광주의 시민들이 죄 지은 것도 없이 계속 죽어나가는 것도 모자라, 탱크까지 앞세워 시민들을 짓밟으려 했습니다. 광주의 시민들은 도청에 모여 광주를 지키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군인들은 헬기까지 동원해 도청을 공격했습니다. 이날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군인들이 광주에 몰려들어와 민주주의를 외쳤던 사람들 중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조리 잡아 가뒀습니다. 5월 27일이었습니다.

5월 18일부터 5월 27일까지, 광주에서는 수백명이 넘는 사람이 죽고, 3천명 넘는 사람이 다쳤습니다. 죽은 사람들 중엔 청소년도 있었습니다. 이 열흘 동안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게, 사라져버린 사람도 있습니다.

4. 518민주화운동의 이름이 생기기까지

그때 군인들에 의해 집안에 갇혔던 김영삼은 1993년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김영삼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야 수많은 사람이 희생된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일을 “민주화운동”이었다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김대중은 1998년에 김영삼대통령에 이어서 우리나라 15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에게 미안하지도 않은지, 여태까지도 518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거짓말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한 전두환이 자기를 반대하는 시민들을 죽이라고 했다는 증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두환은 사실이 아니라며 계속 발뺌하고 있습니다. 1980년 5월에 가족을 잃은 시민들이 모든 것을 기억한 채 살아있는데도 말입니다.

5. 우리의 할 일

이 끔찍하고 슬픈 사건은 1980년 전국을 뒤덮은 시민들의 열망, 민주주의를 원하는 움직임이었다는 뜻을 담아 지금은 “518민주화운동”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됩니다. 우리는 끝까지 비극의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주주의를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요.
기억해주세요.
1980년 5월 18일, 광주는 바로 우리입니다.

 

작년에 써둔 것 보완해서 공유.

안양군포의왕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진행할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518민주화운동 설명을 담을 전시물이 필요한데, 아무리 찾아도 적당한 걸 찾지 못해,
글쟁이의 쓸모를 발휘해 봄.
사실 왜곡이 있나 계속 검토중.
자극적인 묘사는 하지 않으려고 애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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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인증에 실패했습니다

시장 근처에 옛날통닭과 생맥주만 파는 집이 있다.
아이가 그 집 통닭이 제일 맛있다고 해서 가끔 가서 포장을 해 온다.

오늘은 통닭 두 개를 튀기고 지역화폐카드를 내밀었더니 통닭집 남자가 이거 어떻게 쓰느냐고 묻는다.
동사무소 가서 받아왔는데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다고. 여기 돈 들어오면 문자 오는거냐고 물었다. 나는 ‘앱을 까시고 통장을 연결하셔야 한다’고 하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해서
앱을 깔아드릴까요? 물었더니 휴대폰을 냉큼 가져왔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여는데 연결이 잘 안되어 보니 로그인이 안되어 있었다.
그제서야, 아, 구글 계정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이메일이 있어야 해서요.”
“아휴 나는 그게 뭔지 몰라요.”
“제가 해드릴까요?”
“아휴 그래주면 고맙죠.”

나는 다 튀긴 통닭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메모지와 펜을 받아 이름과 생년월일을 입력하고 구글아이디를 하나 만들었다. 비밀번호는 쉬운 걸로 만들어 메모지에 적었다. 그제서야 내 앞에 앉아 있는 초로의 남자가, 사장이 아니고 직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주인인지, 또래의 여자가 한 명 더 있었는데 그 사람이 이 남자를 “삼촌”이라고 불렀다.
구글계정을 일단 만들고 구글플레이스토어가 열려서 경기지역화폐 앱을 다운받았다.
“이거 다운받으면서 통장 연결해서 쓰시는 거예요. 통장 번호 기억하세요?”
“통장 없어요.”
“아.. 월급 들어오는 통장 같은거.. 전혀 안 쓰세요?”
“통장 없어요.” 라고 같은 대답을 하자, 주인여자가
“기초수급 들어오는 통장 있잖아요.”라고 말을 보탰다.
앱 다운로드가 완료되었고 나는 그제서야 통장이 없다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앱이 열려서 이용약관에 동의를 하고 본인인증을 해야 한다. “삼촌”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어느 통신사냐고 물으니 삼성폰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알겠다고 하고, 바탕화면으로 넘어가 앱을 몇 개 살펴보니 LG U+ 앱이 보여 통신사는 엘지신 거 같다고 하면서 본인인증을 시작했는데, 본인인증이 계속 안됐다.
기초수급이 들어오는 통장이 있다는 얘기가 떠올라,
“이 전화번호 삼촌꺼세요? 누구 명의로 되어 있어요?”라고 물었더니
“여동생이 해줬다”고 대답했다.

본인이라는 걸 인증할 수 없었다. 그 사이 나는 그 사람의 정보를 너무 많이 알게 되었다.
삼촌은 내 손에 들려 있던 자기 전화기를 살짝 잡았다. 나는 손에 힘을 풀었다.
“아이고 됐어요. 닭만 다 식었네. 제가 내일 동사무소 가볼께요.”
나는 이메일 주소와 비밀번호를 적은 종이를 ‘삼촌’에게 건넸다.
“이거 가지고 가시고요. 혹시 앱으로 뭐 해야된다 라고 하면 이거까지 했다고 얘기하시고요. 이메일 만드는거요. 본인인증이 안되면 상품권으로 받으실 수도 있다고 하니까, 그렇게 받으셔도 될거예요. 아무튼 가서 물어보세요.” 나는 닭봉투를 들고 일어섰다.

인사를 하고 닭봉투를 자전거 앞 바구니에 넣고서 자물쇠를 푸는데 주인여자가 나와 문앞에 서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어디서….. 장사하세요?”
“아.. 예.. 저 이런 저런거.. 글도 쓰고.. 시민단체 일도 좀 해요.”
“그래서 그렇게 착하시구나. 고맙네요. 이거 너무 어려워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줘도 못 써요. 괜히 시간만 버리고 맛있게 못 드시게 됐네.”

디지털이 발달하면서 누군가에겐 앉은 자리에서 꿈적앉고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누군가에겐 그림의 떡이 되어간다. 본인인증을 할 수 없고, 자기 명의로 된 휴대폰이 없고, 자기 통장을 쓸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모두 선한 피해자는 아니지만, 자신의 과거를 자꾸 후회하게 만드는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나에게 너무 많은 정보를 말했던, ‘삼촌’은 잠을 잘 이룰 수 있을까.

‘우리 집엔 에어프라이어도 있어요. 집에 가서 덥혀 먹으면 돼요. 닭 식은 건 괜찮아요. 모두 해결해줬으면 좋았을텐데.’ 라고 자전거를 타고 오며 못 다한 이야기를 혼자 머릿속에서 떠들었다.

집에 와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아들이 왜 착한 척 하고 다니냐고 한다.
확 마…

 

2020.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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