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방일지 – 혜숙씨의 찬장

JTBC/넷플릭스/ 박해영 극본 / 김석윤 연출

나는 어제 저 장면에서 천장과 수납장 사이의 깨끗한 공간을 보며 적잖이 놀랐다. 저 공간은, 가정 내 청소를 전담하는 사람에겐 외면하고 싶은 공간이고, 동시에 죄책감을 안겨주는 공간이다.

저 위에 어떤 먼지가 쌓이고 거미줄이 쳐지고 기름떡이 지더라도, 사실 같이 사는 사람들을 인지조차 하지 못한다. 저 공간이 존재한다는 거 자체를 모르기 때문이다.

가정 내 청소와 수납을 전담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수납을 더 하기 위해서 여러 숨은 공간들을 파악하고 있다. 자리를 만들어 일년에 한 번 이상 쓰지도 않을 물건을 쟁여놓는데 선수가 되어 있기 때문에, 물건을 처박을 공간을 알고 있다. 게다가, 물건이 들어차지 않은 공간이 1년 후에 어떤 꼬라지가 될 지도 예측할 수 있다.

저 공간이 저렇게 깨끗하다는 건, 하루종일 굽고 튀기고 찌고 삶는 그 음식의 증발물들이, 천장 위 곳곳까지 스며드는 것을 다 알고 있는 저 집안의 청소수납조리전담자인, 염씨네 가족의 엄마는, 매일 잠시라도 짬이 나면 저 공간까지 닦아내어 주부가 가질 수 있는 일말의 죄책감을 덜어내는 사람이었다는 증빙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연출자가 굳이, 저, 기피공간을 저렇게까지, 저렇게 길게 보여줄 이유가 있는가.

이 공간이 말해주는 것을 잘 볼 필요가 있다.

충실한 전업주부로 살아본 내 눈에는 온통 일거리다.

식탁보 위의 유리, 뜨거운 것을 올려놓으면 안되는 재질의 오래된 식탁을 쓰고 있을 것이고, 레이스로 된 식탁보를 쓴다. 의자의 등받이도 커버를 씌웠다. 저 커버는 누군가 한 번씩 꺼내서 빨아야 한다.

식탁 위에는 항상 물과 잔이 놓이는데 그 물이 무엇이냐에 따라 또 노동강도가 달라진다 끓인 물인가, 안 끓인 물인가. 엎어놓은 컵은 컵의 재질에 따라 엎어놓거나 바로 놓는 것을 결정할 수 있다. 어떤 컵은 잠시만 엎어놔도 냄새가 난다. 그 아래 쟁반엔 늘 물때가 끼기 마련이라, 다 들어내고 쟁반을 닦아내는 것도, 누군가 할 일이다.

주방 앞 가벽에 있는 커튼, 저 커튼도 누군가 빨아야 하는 커튼이다. 냄새나고 기름때가 더덕더덕 묻기 마련이다. 벽에는 가족의 사진이 걸려있고 아이들의 성장과정이 가부장 아래 묶여 있다. 사진 오른쪽에 걸린 작은 수납장에는 각종 잡동사니, 비닐팩, 행주, 키친타올 같은 게 있겠지. 저 수납장 아래의 물건은 어수선하지만 질서가 있다. 담당자만 아는 질서다. 그 담당자. 주부. 검은 비닐, 흰 비닐, 작은 것, 큰 것, 한 번밖에 안 쓴 것, 한 번만 더 쓰고 버릴 것.

벽의 아랫단에는 최근에 유행하는 방열단열제가 붙어있다. 시트지로 된 건데 인터넷쇼핑몰에서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외풍이 심한 집의 맨 끝 벽에 잘라 붙이면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가격대비 디자인도 괜찮은 편이다. 저 집의 단열은 저렇게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닥다닥 모여 사는 도시의 집과는 차원이 다른 추위가 있을 것이다.

천장과 벽 사이에 초록색으로 된 무언가가 덧발라져 있다. 틈새에 뭔가가 들어올까봐 막아놓는 수단으로 보인다. 바람, 비, 벌레 같은 것. 이 곳에서의 집안관리는 아파트의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어떤 노동은 죽어야 끝난다.

돌봄노동이 대체로 그러하다.

이 지긋지긋한 인생, 내가 죽어야 끝나지, 니가 죽거나.

그렇게 해방된, 염씨네 가족의 엄마. 혜숙.

나는 그녀의 성도 모른다.

저 공간은 전생의 나에게 죄책감의 공간이었다.

죽어야 끝날 것 같은 그 삶을, 나는 이혼으로 종결했다는 게, 혜숙 씨와의 다른 점이겠다.

인권없는 통영국제음악제

통영국제음악당의 콘서트홀은 1층에서 외부 계단으로 올라갔다. 아마 주차장에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있을텐데 주차장은 이미 만차라 외부 주차장에 대고 올라가느라 내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콘서트홀이 있는 층에 엘리베이터가 있었으니 주차장에서 올라오리라 생각했다.

약 3층 높이의 콘서트홀의 풍광은 꽤 멋졌다.

입장권을 늦게 예매한 탓에 표가 몇 장 없어 5층 객석을 예매한 것을 발권하고 나서 알았다. 객석이 5층씩이나 되나 싶어 엘리베이터를 찾았는데 객석으로 바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는 없다고 했다.

입장권을 확인하고 있는 직원에게 5층까지 계단 말고 엘리베이터로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이 없냐고 물으니 없다고 대답했다.

나는 5층까지 걸어올라갈 수 없는 사람이고 내려올 때는 더 문제라고 설명했다. 정말 연결 통로가 없느냐고.

이 직원은 없다고만 대답하고 시선을 돌렸다.

나는 10년 넘게 관절염을 앓고 있다. 2층 정도는 불가피하게 계단을 쓰기도 하지만 에지간하면 계단은 피하는 게 내 건강에 좋다. 하루 5-6천보가 한계이고 1만보를 걷게 되면 다음 날 후유증이 오래간다. 반월상연골판 파열로 시작된 무릎문제는 연골이 닳는 퇴행성 관절염으로 이어지고 남들보다 무릎 주변 근육을 훨씬 더 쓰기 때문에 피로도가 상당하다. 특히 제일 안 좋은 건 계단을 내려올 때 받는 충격이다.

엘리베이터가 없다니, 그러면 장애인과 노약자는 아예 입장 불가라는 말인가 싶어 황당해 하고 있으니 체격이 좋은 젊은 남자 직원이 다가와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나는 “제가 관절염이 심해 5층까지 걸어갈 수 가 없어요. 5층까지 엘리베이터가 없는 줄 상상도 못하고 예매를 잘못했네요. 무슨 방법이 없겠어요?” 물었더니 이 직원은

“아.. 네 고객님. 저희도 그 문제로 민원도 많아 들어와서요. 문제긴 하죠. 저희도 시설 보완을 준비중인데 지금 당장은 방법이 없지만…”

“아니 그러면 저는 공연을 못 보겠네요? 아니 국제음악당이라는 데가 어떻게 이렇게 설계를 하죠? 이건 인권위에 진정을 넣어도 되겠네요.”

라고 화가 차오르기 시작하는 티를 냈다. 젊은 직원은 잠깐 침묵하더니 통영 억양이 섞인 표준말로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표를 바꿔보겠습니다. 1층에 잔여좌석이 있는지 살펴보고 바꿔드리면 어떨까요?”

이보다 좋은 제안이 있을 수 있나. 나는 반색을 하며 당연히 그러면 좋겠다고 고마워했다.

직원이 매표소로 들어가 한참을 안 보이더니 표 두 장을 가지고 나왔다.

박부가 직원이 나오는 걸 보고 다가가 표를 받으려고 하자 직원이 나에게 꼭 직접 설명을 드리겠다고 하더란다.

로비 의자에 앉아 있는 나에게 다가온 그는 그 옛날 패밀리레스토랑의 직원처럼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대고 꿇어 앉더니

“고객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가 시설 문제가 있어서 불편을 겪게 되셔서 죄송하고요. 지금 1층은 표가 없다고 해서 제가 2층 좌석을 구해봤는데 2층도 어려우실까요?” 라고 했다.

청년이 바닥에 무릎을 대고 얘기하는데 괜히 승질부렸다 싶기도 했지만 고마운 마음만 남겨서 “아닙니다. 2층은 제가 갈 수 있어요. 2층 정도는 괜찮습니다. 선생님 배려해주신 건 제가 꼭 기억할게요. 선생님 잘못은 아니죠. 건물 설계를 잘못한 건데요.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고 그가 가져온 표 두 장과 내 표 두 장을 바꿨다.

공연장은 사진과 같다. 5층은 아니고 4층이었을거다. 통영의 숙소들도 4층이 없었다. 아직 4자를 쓰지 않는 거다. 2층의 객석도 2층에 도착하면 반층 정도 더 올라가야 한다. 영화관도 그렇듯이. 

공연이 끝나고 나는 어셔에게 휠체어가 들어오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맨 앞이나 맨 뒤에 자리를 마련한다고 대답했다.

오늘 공연은 2층 합창석이었다. 공연이 시작되길 기다리며 객석에 앉아 휠체어없이 밖을 다닐 수 없는 내 친구를 생각했고 의족을 쓰는 지역 선배를 생각했다. 다리가 휠대로 휘어 서 있으면 양쪽 다리가 마름모를 만들던 통영활어시장의 회뜨는 할매도 생각했다. 뇌병변을 앓거나 뇌성마비가 있거나. 당장 이 자리에 있다면, 나와 같은 일을 겪을 사람은 떠올려보면 한 두명이 아니다.

어딘가 객석을 몇 개만 뜯어내면 될 일이다.

그게 그렇게 어렵나?

인권과 인류애가 없는 공연장에서 국제음악제라니 어불성설이다. 다 개소리들이다.

[기고]창비주간논평 – 잡아먹힌 사람들의 이름

노동자들은 도로를 파고 통신회사의 데이터센터로 가는 전용 전선을 묻고 있었다. 작업시간은 5시까지인데 이미 6시가 넘었다. 길은 어두워졌다.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이 시작되면서 사거리는 붐볐다. 이들은 사거리의 한갈래, 왕복 5차선 도로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 전선을 묻고 땅을 다지던 롤러가 잠시 멈췄다. 롤러 옆에는 주황색 안전고깔이 있었다. 고깔이 롤러의 바퀴에 끼었다. 운전자는 잠시 내려 고깔을 빼내려고 롤러의 기어를 중립에 놓았다. 운전자가 롤러에서 내리는 순간 옷깃에 기어가 걸렸다. 롤러는 순식간에 앞으로 돌진했다. 운전자는 롤러에서 떨어졌고, 롤러 바로 앞에 있던 노동자 세명이 그대로 치였다. 세명 모두 그 자리에서 숨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라지만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은 없다. 한번의 사고는 수차례의 메시지를 보내 경고한다. 읽지 못했거나, 읽지 않았을 뿐이다.

창작과 비평 사이트로 연결합니다.

2022. 2. 16. 발행

오늘도 죽는다

1. 안양에서 도로포장공사를 하던 인부 셋이 기어가 풀린 롤러에 깔려 숨졌다. 운전자는 p단에 기어를 놨는데 옷깃이 걸리며 기어가 풀렸다고 했다. 옷깃에 기어에 끼이는 일은 승용차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승용차는 그렇게 쉽게 기어가 바뀌지 않는다. 하물며 공사현장일을 하는 장비차가. 급발진했다고 한다.

2. 윤석열이 뭐더러 거기 나타났는지 모르겠다. 주 52시간이 짧다고 개소리나 지껄이던 자가, 사람이 셋이나 죽은 자리에 나타나 했단 말도 가관이다. 시동을 끄고 내렸어야 한다. 운전자의 책임을 묻는 말이다.

3. 나는 사망사고에 대해 좀 의아했다. 막힌 공간도 아닌데 세명이 미처 몸을 피할 시간도 없었다는 얘기라, 그 구간이 경사가 가파른 것도 아닌데, 뭔가 다른 사연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4. 재해를 불러온 사고의 책임자는 이럴 경우 발주자인가 시행사인가. 사고현장인 안양시는 발빠르게 현장확인을 하고 해당구청에 대책반을 설치했고, 수장인 시장이 누구의 책임을 묻기전에 송구하고 안타깝다며 장례식장을 찾았다. 좋은 태도라고 본다. + 발주자는 LG U+. 지난 가을부터 안양 전역에 통신선을 다시 깔고 있다. 생각해보니, 가을에 우리 사무실 부근에도 저 공사를 한 적 있다. 내 사무실 근처에 공사 하러 왔던 이들과 같은 사람들일까.

5. 오래 전에, 난곡을 깎아지은 아파트에 산 적이 있다. 경사가 가팔라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었다. 경사진 아파트입구에 열선을 깔다가 비슷한 인원의 사람이 죽었다.

6. 지금 나의 동거인은 조선소와 건설현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조선소에서 용접불똥에 불이 나서 배 안에서 작업하던 노동자가 죽은 이야기, 제주도의 모 리조트 건설시 사람이 죽은 얘기를 가끔 한다.김포의 신도시를 짓다가 시행사의 하청업체가 2인 1조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 그가 현장일을 완전히 그만둔 것은 거기였다.

7. 안양 사고 현장에 윤석열이 나타났다는 속보에 이어, 강서구 아파트에서 창틀을 교체하던 40대와 30대 인부 둘이 추락사했다는 소식이 떴다. 예전에 아파트 외벽 청소를 하는 과정을 보고 관리사무소에 항의를 한 적 있다. 관리사무소에서는 발주자는 입주자대표회의와 아파트건설사이고 시행사가 하청을 준 것이라 관리사무소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변명했다.

8.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사이트에는 매일 무수한 사고의 기록이 올라온다. 오늘 하루만 해도 다섯 건이다. 살아있는 게 기적이다. 여기가 바로 지옥이다.

고용승계의 의무가 없으므로.

6월 1일, 안양의 H아파트는 새로운 관리업체와 관리용역업무를 시작한다. 관리업체가 바뀌면 새로운 사람을 뽑기도 하지만 최근 단기계약과 계약파기로 인한 실직문제가 부당해고나 별 다를 바 없다는 여론이 있어서 고용승계를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번에는 이전 관리업체와 계약해서 일하고 있던 아파트노동자들 중 다수가 고용승계를 일방적으로 거부당했다. 경비원 45명에 13명, 미화원 23명 중 4명이 고용승계에서 탈락했다. 이유는 모른다.

“나는 일하고 싶은데 왜 고용승계 해주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면 대부분 관리업체는 즉답을 회피한다. 입주민이나 입주자대표에게는 물갈이를 해주겠다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또는, 입주자대표들이 용역업체에게 압력을 가해 특정 몇 명을 찍어내라는 경우도 있다. 요컨대, 관리업체와 입주자 양측의 책임인 것은 분명하다. 관리업체가 만일 “물갈이차원”이라고 언급한다면, 입주자들이 반대할 수도 있는 것이고, 입주자가 내보내라고 한다면 관리업체가 막아설 수도 있는 문제니까.

작년에 경기도노동국의 예산을 받아 미조직취약노동자지원사업을 수행했고, 그 결과 경기중부아파트노동자협회를 만들었다. 코로나상황에, 308개 단지를 돌았다.

이 아파트는 경기중부아파트노동자협회까지 가는 길에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었다. 작년 9월부터 안양군포의왕과천의 모든 아파트단지를 돌던 활동가들은 이 아파트에서 기이한 소리를 들었다. “곧 추석인데 몇 달째 급여를 못 받았다”는 거였다. 사실 부당해고는 비일비재한 일이지만 급여체불은 흔치 않은 일이라 자조치종을 들어봤다. 관리업체와 입주자대표단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 그 책임여부는 이야기가 길어지니 생략하겠다. 아무튼 양측간에 격렬한 몸싸움도 있었다. 입주자대표자들은 두 편으로 갈라졌고 관리업체를 내몰고 싶던 모 동대표가 통장 직인을 쥐고 내놓지 않았다. 관리사무소측은 직인이 없으니 출금을 하지 못해 급여이체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파트노동자들은 어디 하소연도 못하고 그저 기다리고만 있었다. 경기도, 지역구 국회의원, 안양시청까지 활동가들이 온갖 인맥을 동원해 백방을 뛰어다녀 (때로 압박까지 해가며)이 문제를 해결했다. 경기도에서도 무척 자랑스럽게 여겨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 그러니, 우리에겐 이 아파트가, 예사 아파트는 아니다. 체불임금을 받고 난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센터 조직활동가들과 “아파트노동자권리선언식”을 갖기도 했다. 이 아파트의 경비노동자 다수가 협회회원으로 가입했고, ‘내 목소리를 들어주는 세상’을 만났다며 감격했다. 사실 나는 이번 고용승계거부가 보복성이 아닌지 의심이 들지만, 정확한 물증은 없으니 예단하기 어렵다.

봄에도 아파트노동자 해고문제로 장기간 출근길 시위를 이어나갔고 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모두 나서서 연대했지만 한 명도 재고용되지 않았다. 관리업체는 이미 신규 직원을 뽑았으니 또 누구를 몰아내라는 말이냐는 식이다. 밥그릇 놓고 싸움을 붙이겠다는 얘기다.

갑질문제도 만만치 않으나 이런 고용승계거부 집단해고 문제는 계약해지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게 업체와 입주자들의 의견이다. 노동자의 의견은 어디에도 없다. 나가라면 나가는거지 뭔 말이 많다는 거다. 고용승계를 거부당한 이들은 모두다 계속 일하고 싶다고 했다. 협회와 센터는 부당해고 여부를 법률적으로 검토하고 고령차 차별소지가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다. 검토후에는 노동지청 진정, 근로감독 요구, 경기도 노동위에 구제신청을 하게 될 것이다.

활동가 중 한 사람은 매일 걸려오는 부당해고 읍소 전화를 받는다.

짤리고 시위하고 항의하고 서류 넣고 구제신청하고 근로감독 요구하고. 무한 반복이다.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고용승계를 의무화하면 모두가 고단하게 싸우는 일은 줄어들텐데 누가 여기에 관심을 가져줄까 모르겠다.

아파트노동자들은 아파트주민들이 하기 싫은 일을 대신 한다. 자기 업무가 아닌 부분도 감당한다. 이들과 함께 싸우는 것을 절대로 이들이 늙고 약하고 불쌍해서가 아니다. 노동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해고하는 건 정의롭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내일부터 또 싸울준비를 한다.

화요일에 기자회견을 예정하고 보도자료를 써서 언론에 뿌린다. 고용승계거부로 인한 집단해고 기사가 너무 자주 등장해서, 점점 사람들에게 외면받을까 두렵다. 부디, 많은 분들이 3개월단위로 계약하고 여차하면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일터에서 밀려나는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첫 번째 사진은 센터와 협회 활동가들이 오늘 해고대상자들을 만난 것이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사진은 작년 10월 아파트노동자권리선언식의 모습이다. 임금체불까지 참고 일했던 사람들에게 돌아온 대가는, 해고였다.

#안양군포의왕과천비정규직센터

#경기중부아파트노동자협회

숨어있으라 – 경기중부 아파트노동자협회

작년에 경기도 예산을 받아 조직해 만든 경기중부아파트노동자협회. 계약종료로 인한 일방해고. 또는 갑질문제로 쉴 새 없이 민원이 들어온다. 경기도노동권익센터가 있지만, 마을에서 일어난 해고문제는 한 번이라도 얼굴 본 사람, 또는 내 동료가 전해준 명함으로 전화하기 마련이다. 이 문제를 떠안은 안양군포의왕과천 비정규직센터(이하 센터) 는, 전체 회원들이 내는 회비 월 100만원가량으로 간신히 운영하고, 상근자 1명을 제외한 몇 명의 실무진이 움직이는데, 이 실무진은, 자발적 활동가라, 임금이 없다. 상근자 1명도, 어디 내놓을 만한 급여도 아닌데다가, 연일 외부출장에 내부 사무에 미안할 지경이다. 나는 급여 없는 실무진 중의 1명이지만, 업무 분담량이 제일 적다. 나는 대체로 서류 뒤에 숨어있고, 적어도 민원전화를 받지 않는다.

두어 달 전, 한 아파트단지에서 20여명의 경비원이 계약해지로 실질적 집단해고에 놓여 시위를 조직했는데, 그때 그만둔 사람들이 경비원으로 재취업이 안되고 있다. 용역업체들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했다). 경기중부 아파트노동자협회라는 게 있고, 그 사람들이 이런 일을 벌이고 있다고. 영유아보육기관이나, 병원 간호조무사나, 뭐 다 그렇게들 해오지 않았던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서 재취업을 막고 업계를 완전히 떠나게 만드는 일.

그 아파트의 경비노동자들 중 일부는 불성실했고, 지나치게 장기간 근무했고, 주민들에게 친절을 베풀지 않았다고 한다. 아파트주민들중 일부는 경비노동자를 응원했고, 일부는 외면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직업이 있고, 모든 사람이 그 직업에 충실한 역할을 다하면 좋겠지만, 타고난 기질로 인해, 또는 살아온 역사로 인해, 직업적 성취를 이루는 정도는 모두 다르다. 그렇다면 우리는 잘 하는 사람만 그 직업에 종사하도록 남겨두는 것이 온당한가. 나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어떤 이는 지능이 높지 않고, 어떤 이는 성실하게 사는 것이 매일 힘들고, 어떤 이는 제 잘난 체를 억누르는 게 도통 어렵다. 그렇다면 사회에서 요구하는 온순하고 친절하고 업무력도 높고 참고 견디며 더 많은 생명을 사랑할 자격을 갖춘 사람만을 직업군에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한가.

올해는 아파트의 청소미화노동자 조직사업을 센터에서 하기 시작했는데, 어떤 곳에서는 경비노동자가 미화원을 압박하는, 말하자면 갑을병정 중에, 을이 병을 누르고, 병이 정을 누르는, 갑질의 확장을 듣기도 한다. 쥐꼬리만한 권력이라도 있으면, 더 약한 자의 꼬리를 발로 밟고 몸통을 짓이기도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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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역은 이윤을 추구하려는 기업과 이윤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이 결탁해 만들어낸 시스템이다. 더 많이 가지려는 욕구를 더 많이 충족시키기 위해 끽 소리 하지 못하고, 서사가 없는 자들을 여러 계층의 인간으로 분류해서 무시해도 되는 인간, 무시하면 안되는 인간으로 구분짓고, 쓰고 버리고 취하고 밀어내는 일을 서로 반복해서 저지르는 것이다. 이것은 사적 영역에 속한지라, 공적 지원이 불가능하며, 정치적 개입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와, 이 문제가 공적 영역으로 넘어갔을 때, 세상의 한끗도 이해하지 못하는 공공의 종사자들이, 아는 체 좀 한다고 덤볐다가 일을 더 그르치기 십상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개입할 능력이 없어서 개입하지 않는다면.

정치는, 정부는, 대체 왜 존재하는가.

탐욕을 먹고 자라는 자본이 수없이 많은 살생을 저지르고, 인간멸시를 보편화 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면. 정치는, 사멸하는 것이 낫다. 그저 정글로 가는 편이 오히려, 정부가 말하는 예산을 줄이는데 더욱 도움이 될 것이며, 공공의 영역만큼 공공에서 말하는 “예산 먹는 하마”인 경우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약자가 모두 옳은가. 모두가 사회적 경제적 약자를 지지하고 응원해야 하는가. 약자도 누군가에게 강자가 된다. 바로 위에 언급한 경비원이 미화원에게 갑질하는 경우는 먹이사슬처럼 연속되기 때문이다. 약자기 때문에 보호해야 하고, 강자이기 때문에 양보하라고 할 수 없다. 누구도, 절대 강자가 아니고 누구도 절대 약자가 아니다. 인간에 대한 존중. 공동체에 대한 최소한 예의를 지켜야 그나마 계속해서 기울어지는 세상의 균형을 잡을 수 있을텐데, 그게 잘 안된다.

나는.

내 주변이 사람들이 잘 되고 행복해져야 나도 기분이 좋아지는데, 계속해서 불행과 불운을 바라봐야 한다. 이것이 고통스럽다. 무엇을 해도, 하루에 14시간씩 일하는 만큼, 세상이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역행한다는 것이, 나를 계속 괴롭힌다. 차라리 나혼자 잘 사는 것으로 행복하다 느끼는 사람이었다면 좋았겠다.

청소년 라이더의 억울한 사연을 읽고, 일자리를 잃은 자들의 한탄을 듣고, 아침 출근길에 제 몸의 다섯 배는 되는 폐지를 싣고 가는 노인을 보고, 고소고발 당한 택배노동자의 이야기를 듣고, 배기가스 가득한 지하주차장 구석에서 시멘트 가루와 밥을 비벼 먹는 미화노동자들이 이야기를 외면할 수 있었다면. 어쩌면 내 삶은 조금이라도 나아졌을까. 그랬을까. 정말 그랬을까.

사진은

지난 3월부터 현장 실태조사중인

안양 군포 의왕 과천 아파트 미화원들의 휴게공간이다.

군포시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에 부쳐

청소년유니온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발표한 토론문입니다

2016년 5월. 군포시의 특성화고 3학년이었던 김모군이 경기도 광주시의 한적한 시골길에서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주검 옆에는 일하던 외식업체의 근무복이 개어져 있었다고 알려졌다. 당시 이 사건을 취재한 한겨레 신문에 따르면 김군은 자신의 전공이었던 인터넷쇼핑몰과 무관한 외식업체에 취업했다. 김군은 출근 첫날부터 숨지기 전날까지 약 100일간 매일 11시 출근 밤 10시까지 근무했다. 집은 군포고 업체는 성남에 있었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 하려면 1시간 30분이 걸렸고 일이 힘들어 체중이 줄고 친구에게 “뛰어내리고 싶다”며 업체 내부에 정서적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안양군포의왕과천 비정규직센터를 중심으로 책임자처벌을 요구했으나 별다르게 시정된 바 없었다. 업체는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조사를 받았으나 김군의 사망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며 한겨레 사설에 대한 반론보도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로부터 5년이 지났고, 이후 수많은 김군들이 사라졌으나 세상은 딱히 변한 것이 없다.

필수노동자

2020년 코로나19팬데믹의 여파로 배달, 청소, 돌봄노동자가 필수노동으로 떠올랐다. 서구에서는 이들을 “Essential worker”라고 칭송하는 캠페인도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시대의 필수노동자란 사회의 생명과 안전, 사회기능의 유지를 위한 대면서비스를 실행하는 직종을 말한다. 보건의료종사자, 돌봄종사자, 배달업종사자, 환경미화노동자들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이 필수노동자 직군이 대체로 비정규직일 뿐이다. 보건의료종사자도 사회에서는 상위 직군으로 보고 있으나 고용된 의사를 제외하고는 자영업의 형태를 띄고 있으며,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노동자도 다수 비정규직에 머물러있다.

이들은 그림자처럼 일하고 유령처럼 존재한다.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작 사회의 근간을 온몸으로 떠받치고 있지만 이들의 고용불안문제와 노동인권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

왜 세상은 더 나아지지 않나.

필수노동자를 비롯한 비정규노동자들의 문제는, 한 곳에서 노동인권존중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며, 처우를 개선한다고 단박에 좋아질 수 없다. 복잡하고 다층적으로 엮인 사회전반적인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군포시 청소년 노동인권 실태조사는 배달라이더직에 있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했다. 여전히 노동환경은 기가 막힐 정도로 좋지 않다. 이 실태조사를 보면 노동자에 대한 기본적인 법적준수나 기본적인 노동인권은 보장되지 않고 있다.

이는 시민들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배달노동자는 자영업자들이 고용하기도 하지만 시대가 바뀌며 대다수 플랫폼 노동자로 전환되고 있다. 일을 주는 사람은 있으나 근로여건을 챙기는 사람은 없는 독립적 사업자가 되어가면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밖에 없는 기이한 노동형태로 변해가고 있다. 시대의 흐름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각자도생의 노동’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 배달노동자의 노동조건 문제는 앞으로 계속해서 일어날 수많은 비정규 플랫폼노동자들의 방향이 될 수도 있다.

청소년 노동인권보장을 위한 교육 실태

안양군포의왕과천 비정규직센터에서는 2015년부터 청소년노동자를 대상으로 노동인권교육을 펼쳐왔다. 2020년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총 37개 학교에 교육을 실행했다. 그간 청소년노동인권교육팀은 경기도뿐 아니라 서울지역까지 교육을 다녔는데, 대체로 특성화고등학교 대상이었다.

2017년 문재인정부 출밤 이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는 국정과제로 노동존중 사회실현- 학교노동인권교육활성화를 제시했고, 교육정책추진과제에서도 민주시민교육 및 노동인권교육 활성화를 얘기했다. 서울시는 서울특별시교육청 노동인권교육 활성화조례를 발표했다.

경기도의 경우 논란이 있었다. 기존에 경기도 교육청에서 실행해 온 특성화고등학교 노동인권교육 의무를 2019년부터 경기도가 수행하면서 경기도민주시민교육 내에 포함하고 대신 그 안에서 청소년노동인권교육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경기도는 2019년 민주시민교육에 배당된 예산 중 절반가량을 청소년노동인권교육에 배치하고 노동인권교육 전문강사 양성, 청소년노동인권 박람회를 수행했다. 이 계획은 2020년에도 이어졌는데 도내 시민사회단체의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경기도 민주시민교육센터는 경기도 평생교육진흥원 산하에 있으며 청소년노동인권교육도 민주시민교육 계획 아래 끼워들어가 있는 상태다. 민주시민교육내에서 노동인권교육을 실행하는 경우, 교육의 의무성이 사라지고 각 학교의 교사들이 선택할 수 있게 되어 교사와 학교의 의지에 따라 교육의 실행여부가 결정된다.

게다가 도 산하기관에서 직접 교육을 지속할 경우 구조적으로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 번째는 불과 몇 개월의 교육과정을 수료한 강사들이 대거 양성되면서 다양한 방면의 교육을 수행하는 직업강사들이 노동인권교육의 실천적 자질이 모자란 상태로 질 낮은 노동인권교육을 실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두 번째로는 각 지역에서 청소년노동인권교육을 실행해 온 시민단체들은 경기도 산하기관의 노동인권강사교육 수료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실정에 놓여 있다. 2020년 경기도 민주시민교육 자문위원회에서 이런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변화는 없었다.

세 번째는 담당자가 바뀔 경우, 단체장의 의지가 변할 경우, 노동인권교육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좀 더 지엽적으로 학교 현장에서의 노동인권교육의 실태를 살펴보자.

안양시 기반으로 활동하는 지역교육네트워크 이룸에서도 민주시민교육의 한 갈래로 안양군포의왕과천 비정규직센터와 함께 청소년노동인권교육을 실행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인권교육 신청 학급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민주시민교육 신청 학급이 총 350개에 이르는데 이 중 10여개 학급만이 노동인권교육을 신청하고 있다.

노동인권교육은 교사들의 주관적 판단과 학교내에서의 합의여부가 노동인권교육 실천에 영향을 끼치는데 성장 후 모든 아이들이 노동자가 되는 것이 당연한 상황에도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인식하면서 생기는 결과이기도 하다. 실제로 과천지역에서는 노동인권교육을 실시한 교사가 학부모나 학생에게 “학생의 미래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필요없는 교육”이라는 이야기를 전달 받은 사례도 있다.

특성화고등학교에 노동인권교육을 나간 출강강사에게 학교장이 “노동인권 얘기하며 데모하는 노동자 만들어 잘리게 만들지 말고 준법정신을 가르치라”고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정책결정권한, 수업선택권한을 가진 주체들이 노동인권의식이 매우 미흡하거나 거의 없는 것도 원인이 된다. 교사들은 전교조가 법외노조기간을 거치는 동안 스스로의 노동권과 결사, 결정권에 대해 무기력해진 상태다. 중간지원조직인 민주시민교육센터나 평생학습진흥원, 청소년관련 공공기관의 실무자들도 1~2년의 계약직이 늘어나면서 노동자결사체에 합류할 가능성이 낮아졌다. 스스로의 노동인권을 방어하는 경험이 적은 사람들이 여타 시민교육보다 노동인권교육을 우선시 하기 어렵다. 청소년들에게 진로교육은 의무교육이 되었지만 진로교육과 함께 가야하는 노동교육은 전무한 상태다. 경기도 청소년노동인권보호조례 제정이후 경기도내에는 군포시가 2020년부터 청소년노동인권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광명시는 청소년근로보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청소년노동에 뛰어들면서 노동인권을 침해받는 사례에 부딪힐 경우 지역에 있는 비정규직센터가 유일한 구제책이거나, 노동인권 관련 단체가 없거나, 이에 대한 정보가 청소년들에게 전달되기 어렵기도 하다. 각 기초단체 산하의 청소년관련 공공기관은 대학을 갈 준비가 되어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운영하며, 각 지방정부에서는 청소년노동인권문제에 대한 대비책이 없는 상태다.

현재 실행되는 노동인권교육은 대부분 노동자 당사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노동자들에게 스스로 권리를 쟁취하고 투쟁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정작 사용자는 이 교육에서 빠져있다. 현재 5인 이상의 사업장에서 이수해야 하는 필수교육은 성희롱예방교육, 개인정보보호교육,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이다. 노동자인권보장에 대한 교육은 없다. 그 외 기업의 규모와 형태에 따라 산업안전 보건교육, 퇴직연금제도 안내 교육,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이 있다. 청소년을 고용하는 사업주나 비정규직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우에도 노동인권교육은 의무가 아니다.

왜 우리 사회는 항상 약자에게 교육을 시키고 그들에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고 싸움터에 나가라고 부추기는지 이해할 수 없다. 교육하기 쉬운 대상자, 즉 학교를 중심으로 노동인권교육을 실시하고 그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사업주들에게는 의무를 부여하지 않는다.

경기도에서 노동인권교육을 실행할 수 있다면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업무를 다루는 부서나 고용노동에 관련한 부서와 연계하여 사업자 필수교육을 점차 늘려나가고 이들이 노동인권을 존중하는 사례가 발견되며 포상과 칭찬을 병행하는 방법으로 정책확장을 해나갈 수 있다.

또한 대형 플랫폼 업체의 경우 단기계약, 꺾기등 다채로운 방법으로 노동인권을 유린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강경한 조치는 전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람의 노동력을 사용하여 이윤을 창출하는 일에 대한 책임감을 우리 사회가 부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군포시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에 대한 제언

본 조례의 제 3조는 시장의 책무를 다루고 있다. 서술어는 모두 “노력하여야 한다”로 일관된다. 한 가지 “실시할 수 있다”, “지원할 수 있다”로 두루뭉술하다. 앞서 기술한대로 노동인권교육은 이해당사자들의 유불리에 따라 선택할 수 있을 경우 선택하지 않는 고용주와 교육자들이 훨씬 더 많으므로 이 조항은 “노력하여야 한다”가 아닌, “의무적으로 수행한다.”로 정정해야 옳다. 제 6조 청소년 노동인권 사업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 조항에서는 청소년에게 교육을 실행하고, 스스로 노동기본권 침해에 대응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되어 있으나 이 역시도 “노력하여야 한다”로 되어 있다. 이 조항에 “청소년을 고용한 사업주에 대한 노동인권교육”이 포함되어 있다. 조례에서 “노력한다”는 변명할 수 있는 여지가 된다. ‘노력하였으나 실천하지 못했다.’고 하면 그만인 조항이다.

9조에는 우수 사업장 선정 및 홍보 내용이 들어 있는데 우수 사업장을 선정하여 홍보할 수 있고, 노동인권 존중 사업장을 우대 지원할 수 있고, 권리 침해 사업장은 우대 및 지원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나 노동인권을 침해한 곳을 처벌하겠다거나, 법적 제재를 가한다는 얘기는 전혀 없다. 사업장은 노동인권을 지키지 않아도 불이익은 없는 것이다.

경기도의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는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을 포함한 노동관계 법령을 준수할 의무를 명시해놨는데 군포시 조례에도 필요해보인다. 또한 경기도 조례에는 사용자 책무가 명시되어 있지만 군포시 조례에는 이 조항이 없고, 노동인권 관련 사업 하에 들어가 있다. 조례는 만들었으나 강제성은 없다. 이 조례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나.

경기도군포시
제1조(목적) 이 조례는 「대한민국헌법」 및 「청소년 기본법」 제8조 등에 따라 경기도에 거주하는 청소년 노동인권을 보호하여 청소년의 균형 있는 성장과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목적) 이 조례는 청소년의 노동인권을 보호하고 노동환경을 개선하여, 노동이 청소년의 균형 있는 성장과 발전에 이바지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3조(도지사의 책무) ① 경기도지사(이하 “도지사”라 한다)는 청소년이 합법적인 노동 기준에 맞게 노동계약을 하고 인권 친화적 환경에서 노동할 수 있도록 시책을 마련한다.② 도지사는 경기도교육청(이하 “교육청”이라 한다), 도 소속기관, 노동 관련 행정관청, 민간단체 등과 협력하여 청소년의 노동에 관한 상담 및 구제 활동, 직업 훈련과 취업 준비에 필요한 지원·협력 체계를 구축한다.③ 도지사는 청소년의 노동인권이 보호받을 수 있는 노동 환경을 조성하고 청소년을 위한 공공일자리 육성을 위해 노력한다.④ 도지사는 교육청과 협력하여 청소년 및 사용자에게 청소년 노동인권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⑤ 도지사는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하여 필요한 예산을 편성·지원할 수 있다.⑥ 도지사는 청소년이 학업에 지장이 없고 신체발육 및 정서에 장애를 주지 않는 최상의 노동조건을 제공토록 권장하여야 한다. [신설 2019. 06. 18.]제3조(시장의 책무) ① 군포시장(이하 “시장”이라 한다)은 청소년이 적정한 노동환경에서 노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② 시장은 노동을 하는 과정에서 다치거나 인권을 침해당한 청소년을 법률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③ 시장은 교육지원청과 협력하여 청소년 및 보호자, 청소년 관련시설 종사자, 교사, 사업주 등에게 청소년 노동인권에 관한 교육이 실시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특히, 노동을 하거나 특성화고교에 재학하는 청소년에게는 우선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④ 시장은 지방고용노동청, 교육지원청과 협력하여 학교 내외에 청소년노동인권침해신고센터를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⑤ 시장은 청소년들의 일자리 창출 및 근로환경개선 등에 행ㆍ재정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
제3조의2(사용자의 책무) ① 사용자는 노동을 제공하는 청소년을 인격적으로 대우하여야 하며, 신체적·정신적·언어적 폭력을 행사해서는 아니 된다.   ②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을 포함한 노동관계 법령 등을 성실히 준수하여야 한다.   [본조신설 2019. 06. 18.]제6조(청소년 노동인권 사업) 시장은 청소년에게 노동기본권과 노동인권에 대한 교육과 청소년 스스로 노동기본권 침해에 대응할 수 있는 다음 각 호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1. 청소년 노동인권 상담원 및 노동인권교육 강사 양성2. 청소년 대상 노동인권 상담 및 교육3. 청소년을 고용한 사업주에 대한 노동인권교육4. 청소년 노동인권에 대한 홍보5. 청소년 작업장 육성 및 일자리 창출6. 청소년 노동인권실태조사 및 실천계획의 작성7. 그 밖에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제9조(우수 사업장 선정 및 홍보 등) ① 시장은 청소년 노동인권 친화 우수 사업장을 선정하여 홍보할 수 있다.② 시장은 청소년의 노동인권을 존중하는 사업장을 우대 및 지원할 수 있으며, 청소년의 노동권이나 그 밖에 권리를 침해하는 사업장은 우대 및 지원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제4조(다른 조례와의 관계) 청소년의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에 대해서는 다른 조례에 우선하여 이 조례를 적용한다.타 조례 우선 적용 사항 없음.

원칙을 지키는 정책

청소년노동인권의 보장은 비정규직노동 전반에 걸친 문제와 청소년을 비롯한 어린시민을 대하는 사회적 합의의 문제다. 한국에서 실행되는 정책들의 문제점은 대체로 단절성으로 귀결된다.

  1. 년 내에 종료하는 예산배분

3. 담당자로부터 단체장에 이르기까지 개인의지에 따른 중단

4. 정치적 입장에 따라 선임자의 정책을 종료

대부분의 정책들은 위 네 가지 사안으로 인해 지속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중단된다. 잘 진행되던 일도 중단하고 엎어버리고 선임자의 공적을 가로채거나 삭제하는 일이 반복된다.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이 되려면 정책입안자뿐 아니라 시민들의 합의가 이루어져야 단단하게 지속될 수 있다.

한국사회는 저출생 문제로 국가위기에 접어든다고들 한다. 아이 키우기 나쁜 나라라는 얘기는 비단 보육과 교육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어차피 자라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 해야 하는 사회구조에서 부모된 자가 자녀의 미래를 확보해줄 수 없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미래에 대한 희망은 결국 행복한 노동조건, 일자리의 문제와도 상통한다.

인간은 본인이 취약한 환경에 놓였을 때 혐오가 강화된다고 한다. 한국사회가 청소년을 대하는 태도는 혐오에 가깝다. ‘어린 것들’이라고 폄하하며 권리를 박탈하고 인권을 무시하기 일쑤며 이들에 대한 사회적 보장은 강제되지 않는다. “나때는 말이야”를 시전하며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경험주의를 내세우며 젊은이들의 고통과 난관은 당연한 통과의례로 여긴다. 한국 성인들의 대다수는 청소년시절 겪었던 멸시와 비난을 기억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반성이 없는 기성세대는 청춘의 고통을 대물림하면서도 떳떳하다. 때로는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권리를 일부러 주지 않는 것 같아, 성인들이 패를 짜고 청소년을 골탕 먹이는 것 같을 때도 있다. 헌법은 모든 사람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이유로, 교복입은 노동자라는 이유로 수많은 차별과 배제가 일어난다. 정의롭지 않다.

인간사회는 어디나 개인의 욕망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다. 인간사회가 자연그대로라면 세상은 끊임없이 전쟁에 시달릴 것이다. 인간은 강제적으로 세상의 모순을 개선하고 인격과 이성을 발휘해 전쟁이나 다름없는 자연상태를 역행하며 평화를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이 모여 국가를 이룬 이유는 강자만 살아남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구조적 체계를 수립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부정의한 세상을 바로잡을 권한을 가지고 있다. 정부는 법과 제도를 통해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안전망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날로 기이하게 팽창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역시 자본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자본이 가하는 타격에 스러져가는 구성원들을 보호하고 지켜내야 스스로도 지킬 것이다.

군포시 청소년인권조례에 강제성이 없고 두루뭉술한 이야기로 점철되어 있는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조례는 개정할 수 있으니 부정의를 바로세울 수 있도록 노동인권존중에 대한 철학이 반영된 내용이 추가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보려고 한다. 노동자가 노동만 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이라면 좋겠다. 투쟁도 하고 노동도 하고, 항의하고 협상해야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의식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

기업만을 보호하는 정부는 시체에 불과하며,

부패와 타락으로 스스로 곧 무너진다.

– 아모스 브론슨 알코트

군포시 청소년노동인권실태조사 자료집
내생애 첫번째 노동 토론회자료집

군포시 청소년 노동 인권 보호 및 증진조례

( 제정) 2016.12.12 조례 제1430호

제1조(목적) 이 조례는 청소년의 노동인권을 보호하고 노동환경을 개선하여, 노동이 청소년의 균형 있는 성장과 발전에 이바지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정의) ① 이 조례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청소년”이란「근로기준법」(이하 “법”이라 한다)에 따라 근로자로 활동할 수 있는 19세 미만의 사람으로서, 군포시(이하 “시”라 한다)에 주소 또는 거소를 두거나 시에 있는 사업장에서 근로를 하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2. “사용자”란 청소년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사람을 말한다.

3. “노동인권”이란 청소년이 노동자로서 정당한 대우와 권익을 보장받고, 인권친화적 환경에서 노동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② 이 조례에서 따로 정의한 것 이외에는 법을 따른다.

제3조(시장의 책무) ① 군포시장(이하 “시장”이라 한다)은 청소년이 적정한 노동환경에서 노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② 시장은 노동을 하는 과정에서 다치거나 인권을 침해당한 청소년을 법률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③ 시장은 교육지원청과 협력하여 청소년 및 보호자, 청소년 관련시설 종사자, 교사, 사업주 등에게 청소년 노동인권에 관한 교육이 실시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특히, 노동을 하거나 특성화고교에 재학하는 청소년에게는 우선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

④ 시장은 지방고용노동청, 교육지원청과 협력하여 학교 내외에 청소년노동인권침해신고센터를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⑤ 시장은 청소년들의 일자리 창출 및 근로환경개선 등에 행ㆍ재정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

제4조(청소년의 권리) ① 청소년은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노동에 관한 권리를 갖는다.

② 청소년은 법에 따라 정당한 처우와 적절한 임금, 산업재해로부터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③ 청소년은 언제든지 사업자에게 근로포기를 통보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④ 사용자가 청소년을 해고할 경우에는 법에 따라 30일 전에 예고하여야 하며, 청소년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제5조(청소년의 보호) ① 사용자는 법에 따라 청소년이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거나, 청소년의 건강, 안전 등을 해칠 우려가 있는 일을 맡겨서는 아니 된다.

② 사용자는 청소년에게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업종이나 노동형태로 일하게 해서는 아니 된다.

③ 사용자는 청소년을 인격적으로 대우하여야 하며, 신체적, 정신적, 언어적 폭력을 행사하여서는 안 된다.

제6조(청소년 노동인권 사업) 시장은 청소년에게 노동기본권과 노동인권에 대한 교육과 청소년 스스로 노동기본권 침해에 대응할 수 있는 다음 각 호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1. 청소년 노동인권 상담원 및 노동인권교육 강사 양성

2. 청소년 대상 노동인권 상담 및 교육

3. 청소년을 고용한 사업주에 대한 노동인권교육

4. 청소년 노동인권에 대한 홍보

5. 청소년 작업장 육성 및 일자리 창출

6. 청소년 노동인권실태조사 및 실천계획의 작성

7. 그 밖에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

제7조(민관협의체) 시장은 청소년 노동인권 사업의 지속적인 추진을 위하여 시 청소년 업무담당, 교육지원청, 지방고용노동청, 청소년 노동 관련 기관ㆍ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ㆍ운영할 수 있다.

제8조(청소년 노동인권 상담 및 구제 체계 구축) ① 시장은 청소년 관련 기관과 협조하여 그 기관에서 청소년 노동인권 상담 및 피해신고를 접수하도록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

② 시장은 청소년이 노동인권 상담과 피해신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전용전화를 둘 수 있다.

③ 시장은 청소년 관련 기관, 민간단체와 연계하여 청소년 노동인권 상담 및 구제를 위한 통합 지원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제9조(우수 사업장 선정 및 홍보 등) ① 시장은 청소년 노동인권 친화 우수 사업장을 선정하여 홍보할 수 있다.

② 시장은 청소년의 노동인권을 존중하는 사업장을 우대 및 지원할 수 있으며, 청소년의 노동권이나 그 밖에 권리를 침해하는 사업장은 우대 및 지원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제10조(청소년 노동인권센터) ① 시장은 제6조의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군포시 청소년 노동인권센터(이하 “센터”라 한다) 등을 둘 수 있으며, 센터내에 청소년 노동인권 침해에 대한 상담 및 구제를 위하여 청소년 노동인권 옹호관을 둔다. 청소년 노동인권 옹호관과 관련된 세부내용은 규칙으로 정한다.

② 시장은 센터의 운영을「청소년 기본법」 제3조제8호에 따른 청소년단체 또는 청소년 노동 관련 비영리 법인 및 단체 등에 위탁하여 운영하게 할 수 있다.

③ 수탁자의 선정은「군포시 사무의 민간위탁 촉진 및 관리 조례」에 따르며, 센터의 위탁 운영에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은 시장이 따로 정한다.

제11조(센터 운영의 지원) 시장은 수탁자에게 센터의 운영ㆍ관리에 필요한 경비를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

제12조(시행규칙) 이 조례의 시행에 필요한 사항은 규칙으로 정한다.

부칙<제정 2016. 12. 12. 조례 제1430호>

이 조례는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출간]태안환경보건센터 12년의 기록

1년 넘게 작업한 책이 햇수로 3년 걸려 나왔는데 센터가 날아갔다.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르고 공식 발표도 아직 없는 거 같다.

처음 계약은 2018년에 했다.

유류유출로 인한 인체 건강영향에 대해 전국 유일의 전문기관이었던 태안환경보건센터는 2020년 재지정을 받아서 원래 2022년까지 유지될 예정이었는데, 환경보건센터가 광역으로 통합되면서 다른 기관이 위수탁을 받게 되어 태안군의료원이 운영했던 태안환경보건센터는 사라지게 되었다.

센터의 12년 백서.

내가 전체 구성과 집필을 맡고전문가 자문을 수 차례 거쳤던 이 책은 그대로 사장되겠구만….

재미있는 책은 절대 아니다. 나는 태생이 문과인데 다환방향성탄화수소 PAHs와 휘발성유기화합물 VOCs 이해하느라 어려웠지만. 그만큼 깨달은 게 많았다. 나에겐 워낙 어려운 내용이었다. 코호트 역학조사 결과도 있지만 태안군 전체 인구가 10만이 되지 않아서 인정받지 못한다. 남성전립선암 급증이나 여성 혈액암 급증. 사고 당시 태아들의 작은 두위, 호흡기 질환. 주민들의 알레르기 급증, 갑상선 질환이나 고혈압 같은 것들. 굴이 사라지고 해삼만 나는 바다. 통계수치가 되지 못하는 모집단.

센터에는 12년간 축적된 주민들의 생체시료가 있었고 그 자료가 있었는데 그건 다 갈 곳을 찾았는지. 한 분야에 대한 12년의 연구를 담아 지역주민을 지키는 건강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 작업이었다.

책은 비매품. 책이 다 되었을 때 센터에서 말랑한 부제를 지어달라고 해서 내가 제안한 부제목은 “그날 이후 다른 바다를 함께 살다”였는데 이 책의 부제는 “그날 이후 다른 바다를 사는 사람들”이 되었다.

[창비주간논평] 팬데믹, 세 번째 개학

https://magazine.changbi.com/20210303/?cat=2466


팬데믹의 세 번째 개학을 맞아, 창비 주간논평에 칼럼을 싣게 되었습니다.
열 분이 넘는 교사들의 의견을 듣고, 학생당사자, 학부모들의 의견도 들었습니다.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많습니다만, 그 이야기는 사실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항상 현장에서 수고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도 그렇게 생각하고 썼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듣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2021년 3월 3일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