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관객이 가득찬 콘서트장에 눈에 띄는 미모의 중년여성과 젊은여성이 나란히 들어와 앉았다. 젊은 여성은 마스크를 벗고 있었다. 순간, 마스크를 벗어도 되나, 착각이 들었다.

어셔가 부리나케 뛰어가 마스크를 써달라는 것 같았다. 어셔가 사라지자마자 그녀는 다시 마스크를 벗고 셀카를 여러장 찍어댔다.

갸날픈 몸매, 긴 머리, 고운 얼굴, 반짝이는 얼굴. 나는 그녀를 보며 어디서 본 인상이라 생각했다.

다시 어셔가 뛰어와 그녀에게 마스크를 써달라고 하는 거 같았다. 어셔가 떠나기 전에 그녀가 검은색 마스크를 다시 썼으니까.

그리고도 여러 장의 셀카를 찍는 게 다 보였다. 그녀와 나의 간격은 얼마나 되었을까.

그녀는 계속 마스크를 내리고 사진을 찍어댔고 어셔가 뛰어오는 일이 반복되었다.

나는 나직하게 불러보고 싶었다.

“연진아.”

송혜교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의 학폭 가해자 이름이다. 연진이. 연진이가 실화라면 저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그녀와 그녀 옆의 여성은 둘 다 모피를 입고 있었다.

우리가 콘서트장에 입장했을 때의 온도는 영상 7도였다.

1부 중간에 그녀와 반대방향에서 휠체어에 앉은 여성을 부둥켜 앉는 중년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누군가 저 중년 여성을 도와야 한다는 걸 알았다. 휠체어에서 일어나 중년여성에게 안긴 여자는 빨간 점퍼를 입은 젊은 여성이었고 몸과 손이 휘어져 있었다.

두 줄 뒤에 앉아있던 검은 코트를 입은 여성이 재빠르게 그 둘에게 다가가 의자를 잡아주고 휠체어에 있던 여성이 객석의자에 앉도록 도왔다.

공연 내내, 내 왼쪽 뒤에서는 공연중에 들리지 않아도 될 사람의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발달장애인으로 보였다.

그래 괜찮다. 드럼도 쿵쾅대는데 조금 소란스러우면 어떤가. 모든 사람의 소리는 음악이다.

몇 년전부터 서울 서초의 예술의전당 맨 앞에 발달장애인이 앉는 경우가 있었는데 가끔 그들의 정동행동인 소리치는 일이 있어도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비장애인이 쉬는 시간에 기침을 몰아서 하거나, 물을 마시려다가 물병을 떨구는 행동이나 마찬가지니까.

그런 것처럼.

지역에서 시승격 50주년을 기념해 여는 음악회는 보다 캐주얼하고 흥겨워야 한다.

어차피 오래된 시설이라 내 머리 위에 공조시스템은 클래식 공연엔 적절치 않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휘어진 손목을 가누는 여성이 자리에 앉은 걸 보며 타인의 고통을 참기 힘든 내 마음을 어쩌지 못해 혼자 울었다.

“저 이가 지금 나이가 몇인데” 소리가 절로 나오는 바다의 공연과 소리 뒤의 여백이 있는 게 뭔지 깨닫게 하는 장사익의 소리가 이어졌다.

오래된 시설의 스피커는 저음을 전혀 출력하지 못했고 모든 소리는 날이 선 채 벽에 부딪혔다가 내 고막을 치고 달아났다.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무대가 먹어버리고 다시 온화하게 순환해 관객에게 전달되지 못했어도, 사람들은 모두 흥겨워했다.

2층에는 지난 코로나3년간 고생한 간호사, 소방관, 경찰관, 수도군단 장병들이 자리한 모양이었다.

마지막 곡의 박수가 잦아들 무렵, 안양의 시장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출입구로 향했다. 중앙 현관에 서서 시민들에게 악수하며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 3선의 관록은 이런 것인가 생각했다. 악수하다 손이 붓는다던데, 나는 하지 못할 일이구나.

시설을 정비한다면 휠체어석은 로열석 한 가운데 만들면 어떨까. 누군가 시작하면 될 일이다. 우리 사무실 옆 편의점 언니도 객석에 있었다. 우리는 서로 멀리 있어 문자를 주고 받았다. 내 사무실 길건너에 작업실과 전시장을 둔 청년작가이자 기획자는 내 옆자리에 있었다. 우리는 즐겁게 서로 한 두마디씩 나누며 공연을 즐겼다.

공공에서 가끔 펼치는 시민초대 공연은 이만하면 차고 넘친다. 공조시스템의 소음은 공연장 전체를 뒤집어야 할 일이지만, 장애인 가족과 군경을 초대하는 건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다.

밖에는 진눈깨비가 나리고, 1월의 여섯째 날이고, 주차도 원활해서, 나는 그저 담당자들에게 고생하셨다 말 한 마디 남기는 게 다였다. 지역의 문화가 지향할 지점은 분명 기업의 후원을 받는 예당풍 공연과 차별성이 있어야 하는 게 명확해졌다.

2023년 안양시승격 50주년 신년음악회

어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