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죽는다

1. 안양에서 도로포장공사를 하던 인부 셋이 기어가 풀린 롤러에 깔려 숨졌다. 운전자는 p단에 기어를 놨는데 옷깃이 걸리며 기어가 풀렸다고 했다. 옷깃에 기어에 끼이는 일은 승용차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승용차는 그렇게 쉽게 기어가 바뀌지 않는다. 하물며 공사현장일을 하는 장비차가. 급발진했다고 한다.

2. 윤석열이 뭐더러 거기 나타났는지 모르겠다. 주 52시간이 짧다고 개소리나 지껄이던 자가, 사람이 셋이나 죽은 자리에 나타나 했단 말도 가관이다. 시동을 끄고 내렸어야 한다. 운전자의 책임을 묻는 말이다.

3. 나는 사망사고에 대해 좀 의아했다. 막힌 공간도 아닌데 세명이 미처 몸을 피할 시간도 없었다는 얘기라, 그 구간이 경사가 가파른 것도 아닌데, 뭔가 다른 사연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4. 재해를 불러온 사고의 책임자는 이럴 경우 발주자인가 시행사인가. 사고현장인 안양시는 발빠르게 현장확인을 하고 해당구청에 대책반을 설치했고, 수장인 시장이 누구의 책임을 묻기전에 송구하고 안타깝다며 장례식장을 찾았다. 좋은 태도라고 본다. + 발주자는 LG U+. 지난 가을부터 안양 전역에 통신선을 다시 깔고 있다. 생각해보니, 가을에 우리 사무실 부근에도 저 공사를 한 적 있다. 내 사무실 근처에 공사 하러 왔던 이들과 같은 사람들일까.

5. 오래 전에, 난곡을 깎아지은 아파트에 산 적이 있다. 경사가 가팔라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었다. 경사진 아파트입구에 열선을 깔다가 비슷한 인원의 사람이 죽었다.

6. 지금 나의 동거인은 조선소와 건설현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조선소에서 용접불똥에 불이 나서 배 안에서 작업하던 노동자가 죽은 이야기, 제주도의 모 리조트 건설시 사람이 죽은 얘기를 가끔 한다.김포의 신도시를 짓다가 시행사의 하청업체가 2인 1조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 그가 현장일을 완전히 그만둔 것은 거기였다.

7. 안양 사고 현장에 윤석열이 나타났다는 속보에 이어, 강서구 아파트에서 창틀을 교체하던 40대와 30대 인부 둘이 추락사했다는 소식이 떴다. 예전에 아파트 외벽 청소를 하는 과정을 보고 관리사무소에 항의를 한 적 있다. 관리사무소에서는 발주자는 입주자대표회의와 아파트건설사이고 시행사가 하청을 준 것이라 관리사무소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변명했다.

8.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사이트에는 매일 무수한 사고의 기록이 올라온다. 오늘 하루만 해도 다섯 건이다. 살아있는 게 기적이다. 여기가 바로 지옥이다.

고양이는 대물이므로.

http://m.huffpost.com/kr/entry/5556985홈플러스 PB냄비 폭발사건

배상책임 담당자가 있었을 것이다. 고양이가 대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치자.
그의 신념이 그닥 굳건하지 않았다고 치자.
신념보다 언제나 회사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왔다고 치자.

대물배상을 적용할 것인지 고객님의 소중한 반려동물은 법상으로 동산에 해당하나 저희 홈플에서는 이 법제에 미흡한 점이 있다고 판단하여 모든 치료비를 배상해드릴 예정이오니 부디 고양이가 완쾌되길 기원합니다. 라고 했다고 치면.

이렇게 일을 처리한 직원이 칭찬받고 언론에도 알려지고 고양이 동호회에서 고양이 사료는 홈플에서! 라는 움직임이 일어나서 승진도 하고 포상도 받고 자긍심도 느낄 보장은 매우 미미한 반면

법적처리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배상책임보험이 안될 것이 뻔하고 회사내 손실로 처리를 해야 하고 상사에게 불려가 손실처리에 대해서 해명을 해야 하는데 담당상관이 고양이를 매우 싫어하거나 고양이는 동산이 아닌 생명이라는 것에 전혀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

이 배상책임 담당자와 그 외 관련자가 이 문제로 회의를 했는지도 궁금하다.

중요한 건 신념이 확고하지 않은 월급쟁이 직장인들에게 당장 짤리는 것은 아니더라도 이 일의 여파로 인한 퇴사까지 각오하고 “당신의 신념대로 행동하세요” 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도 그렇게 했어야 한다고 말하는 건 잔인하다. 가장이 가족의 밥줄을 걸고 자기 주장을 관철할 수 있는 국가가 아니다 여기는.

시스템이 문제다.
법은 언제나 가장 늦게 움직인다. 고양이연대는 고양이 구조보다 고양이를 법상 동산이 아닌 생물로 인정하게 하는 법령을 마련하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으로 끝나는 건 결국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2014. 7.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