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최중증 발달장애인의 삶의 질 회복과 돌봄

소통과지원연구소의 #아무_일도_없는_삶 출간 기념 세미나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삶의 질 회복과 돌봄>에 토론자로 참여하였습니다. 발제자와 토론자 전원이 장애인권활동가들이지만 저는 지역사회에서 발달장애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공동체가 잘 구축되고 등급과 분류가 없는 세상은 유토피아일 수 있겠지만, 꿈꾸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좋은 기회 주신 소통과지원연구소에 감사드립니다.

<아무 일도 없는 삶>은 온, 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추천사

‘아무 일도 없는 삶’을 꿈꾼다면 처음부터 다시

이하나 (문화공동체 히응 대표)

이 책을 집어드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 제목을 강렬히 열망하지 않았을까. 아무 일도 없는 삶. 평화가 가득한 삶. 아무 일도 없는 삶을 갈구하면서 스물스물 불편해지면 마음을 고쳐먹었으리라. “아무 일도 없는 삶이 과연 가치가 있을까.”라며 매일 일어날 일에 대해 예비해야 하는 자기의 삶이 훨씬 더 가치있다고 스스로를 압박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만난 발달장애인들은 적어도 기관을 이용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간헐적 의사소통이 가능했고 직업훈련을 받기도 했다. 나는 ‘발달장애’라는 이름으로 묶인 이들에게 어떤 공통점을 찾지 못했다.

늘 의심했다. ‘발달장애’라는 단어가 과연 이들의 정체성을 규정할 수 있는지. 사회에서 이들과 대척점에 놓는 ‘비발달장애인’이 표준이라 할 수 있는지, ‘장애’와 ‘등급’과 ‘기준’은 과연 무엇인지, 발달장애인들을 한 명 더 만날 때마다 아무 것도 믿을 수 없었다.

‘발달장애입니다’라는 판단을 듣는 순간부터 가족은 혼란에 빠지고 험악한 세상을 어떻게 견뎌야 하는지 온갖 방법을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공백으로 두지 못하고 어떻게든 답을 얻어내려고 안간힘을 쓰기 마련이라 우선 발달장애를 규정한 뒤, 발달장애를 벗어나는 행위의 훈련을 통해 개인의 정체성을 훼손해나간다.

사회는 아직 너그럽지 못하고 특히나 한국사회는 느린 자들과 서툰 자들을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에 발달장애인들에게 끊임없이 매뉴얼을 알려주고 훈련을 거듭하여 고유의 특성을 지워나간다.

이 책은 내가 발달장애인들과 교육을 진행했을 때, 이들과 어울려 공연을 했을 때, 함께 웃고 떠들 때 느꼈던 내면의 갈등을 하나씩 펼쳐보인다. 발달장애인의 생애 동안 나는 누리고 그들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수많은 것들에 대해, 어찌할 수 없는 불평등과 어찌할 수 없는 발달장애 양육자들의 고통에 대해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고민을 공유한다.

책을 읽으며 어쩌면 이 사회가 발달장애를 보는 시작점부터 오류가 있었던 건 아닌지 의심했다. 개인의 정체성, 철학, 도덕성과 인간의 욕망에 대한 기준이 모두 건강한 사람을 중심에 놓고 있다면, 발달장애를 이해하려는 길 자체가 봉쇄된 셈이다.

사회는 여러 재원과 자원, 인재가 모여 있는 보고다. 이 사회가 인간의 특성 중 하나인 발달장애를 인정조차 하지 못한다면 과연 미래는 준비할 자격이 있는걸까.

너도 나도 다양성을 외치는 세상이지만 어쩌면 그 다양성이라는 말 자체가 ‘표준에서 벗어나는 것들’이라고 규정하는 게 아닌가.

여기 어떤 다른 삶들이 있다. 그 삶은 생명이 있고 그 생명 주변에 수많은 삶이 씨실과 날실로 얽혀있다. 인간사회는 기필코 발달장애을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인류공존과 번영이 인간의 숙명이라면 이를 배제하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리라. 이 책은 나에게 ‘처음부터 다시’라는 화두를 던져주었다.

작성자 :

2013년 우연히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장애인가족 생애사쓰기를 시작하여 발달장애인 가족과 바이올린 앙상블로 활동했고, 발달장애청년 생애사쓰기를 4년 진행했다. 최근엔 문화예술공연에 발달장애뮤지션을 초대하는 등 발달장애인들과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