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빵, 마른 잎 

이한열열사의 추모제가 열리는 시청 앞 광장에 노을이 내려앉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안치환이 나와 거칠고 익숙한 목소리로 “마른 잎 다시 살아나”를 부르고 있었다.  시청 뒤 NPO센터에서 있을 행사에 가러 나온 길이었다.  행사 시작전인 센터 안은 꽤 무더웠다. 냉방이 필요했는데 아직 장치를 가동하지 않은 듯 했다. 북태평양에서 바람이 불어온다는 며칠, 바깥 바람이 상당히 시원했다.  베이스와 낮은 드럼“마른 빵, 마른 잎 “ 계속 읽기

별바다집

남자는 배를 타고 고기를 낚는 모양이었다. 남자가 그물을 손질하는 사이, 여자는 의자에 앉아 해금을 연주하고 있었다. 밖에 놓인 메뉴판엔 식사가 세 종류. 백합조개가 들어간 칼국수가 있었지만,  칼국수보다 커피가 궁금했다.  예상치 못한 사물은 낮게 말한다.  여기, 무언가 숨어 있다고.  드립커피가 3500원. 벽에는 LP판이 꽂혀있고 피아노 위엔 영농일지가 있었다. 어느 도예가가 선물했을 법한 도자기들과  바다를 좋아하는 작가가“별바다집” 계속 읽기

공범

1. 오전에 목동까지 가서 바이올린 앙상블을 연습했다. 근처에 사는 분과 동행했고 같이 점심을 먹고 헤어지기로 했다. 포도밭과 산을 갈아엎어 만든 아파트에 사는 그 사람과 나는 각각 15,000원이 넘는 스테이크를 하나씩 먹었다. 그 분은 내 차를 얻어탔다며 밥값을 내겠다고 했다. 나는 밥을 잘 얻어먹고 집으로 돌아와 주차장에 차를 댔다. 한 달째 주차장 크랙을 메우는 공사를 한다.“공범” 계속 읽기

눈이 많이 오던 날 

눈 내리는 해장국집에 여자 둘이 들어섰다. 신발 벗기 귀찮다며 의자에 앉자더니 이내 방으로 올라왔다. 그 집의 의자가 있는 테이블은 알량하기 짝이 없어서 앉으라고 채워둔 거 같지 않다. 안경 쓴 총각이 들여오는 식재료나 다듬던 콩나물이나 무우를 쌓아두거나 때로 주인장이 읽던 신문지를 놓아두는 곳에 더 걸맞다. 해장국 두 그릇을 시킨 여자가 창문을 보며 비명에 가까운 탄식을 뱉었다. 어머“눈이 많이 오던 날 “ 계속 읽기

비둘기 두 마리 

사람들이 북적이는 어느 지하철역 길거리가 훤히 보이는 커피집에 앉았다.  사람들이 오가고 차가 지나가는 좁은 골목의 입구 비둘기 몇 마리가 좀처럼 움직이지도 않고 계속해서 뭔가를 먹고 있다.  일행은 계속 비둘기를 바라보며 초조해했다. 좀처럼 비키지 않는 비둘기는 혐오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지나는 차마다 비둘기때문에 속도를 늦추고 조심조심 움직였다.  종이를 놓고 펜을 하나씩 들고 중요한 계획을 서로 조정하는“비둘기 두 마리 “ 계속 읽기

22원 그리고 10원

  지난 금요일 롱바이라는 동네에 갈 일이 있어서 자전거를 타고 출발을 했었다. 날씨는 갑자기 추워졌고, 시간은 촉박해, 털모자와 목도리를 하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보니 땀이 나서 옷은 젖어가는데 바람이 칼같아서 속도는 나지 않았다. 이제는 아무렇게나 아플 수도 없는 생활임을 알고 있었다. 자주 가던 시엔시아루 스타벅스앞에 다다라 자전거를 묶어놨었다. 그리고 오늘 저녁 자전거를 다시 찾으러 갔다.“22원 그리고 10원” 계속 읽기

소나기가 지나간 저녁

  지난 밤에 공씨디를 사러갔던 대형전자상가에는 내가 찾는 공씨디가 없었다. 지난 금요일쯤 그 곳에 갔을 때 남아있는 19장의 씨디를 모두 챙겨나왔는데, 그 빈자리 그대로였다. 빈자리 그대로, 장사를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어젯저녁 심한 돌풍과 비가 내렸던 그 축축하고 어두운 길을 걸어왔었다.   집 근처에 있는 다른 전자상가는 흡사 용산전자상가의 축소판 같았다. 공씨디를 여러종류“소나기가 지나간 저녁” 계속 읽기

볶음 국수 한 그릇

  먼 하늘에서 구름이 밀려오는 게 보였다.   구릉구릉 거리는 소리가 공기를 휩싸더니 바람이 심하게 불기 시작했다. 비가 오려나보다 생각하자 마자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는데, 후두둑 거리는 소리가 요란해 마치 우박이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 비는 오래 가지 않았고, 10여분 만에 그쳐버렸다. 비가 그쳤다고 생각하고 슬리퍼를 신고 국수나 한그릇 먹어야겠다 하고 아파트를 나섰을 때 굵은 빗방울은“볶음 국수 한 그릇” 계속 읽기

일요일밤 어떤 가족

유흥가 편의점 앞에 금발머리의 서양 여자아이가 늙은 남자와 공놀이를 하고 있다. 할아버지인가 싶었다. 편의점 앞 붉은 의자, 지저분한 탁자 앞에 아이와 머리색이 똑같은 금발의 여자가 긴 머리를 하나로 묶고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탁자의 한 쪽 끝, 여자와 가장 먼 곳에 가장 싼 생수병이 놓여 있었다.  유흥가는 일요일 밤이라 텐프로라고 쓰인 곳의 간판불은 꺼져 있었지만,“일요일밤 어떤 가족” 계속 읽기

난곡, 그 집

생존의 이유 – 아름다운 집 서울 신림동 Nikon D5000 Nikor 18-70mm / Digital Printing / 76.2cmX101.6cm (30X40) 액자 미포함 사이즈 2009. 11. 촬영 1st Edition – Digital Printing /76.2cmX101.6cm (30X40)/ 경기도 안양시 안양6동 이야기너머 작은 도서관 소장중 2006년 12월 돐이 되지 않은 아이를 데리고 우리는 갑자기 이사를 하게 되었다. 집주인이 바뀌게 되었기 때문이었고, 아이가 어려서“난곡, 그 집”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