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넷

마흔 넷.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많이 버렸다. 나에게 장애물이었던 것들, 내가 사랑하지 않는 것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 서른 살무렵부터 빨리 늙고 싶었다. 나이를 먹으면 사는 게 편해질거란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어쩌면 지금이 제일 좋은 시기일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다시 힘들어질 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 삶은 몇 년째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더 이상 등짐을 진 당나귀“마흔 넷” 계속 읽기

그 누구보다 유능했던 대통령

  첫 번째. 나같은 범인들은, 아침이 되면 아무리 내가 프리랜서라도, 남들이 모두 출근할 시간이라는 걸 아니까. 진동으로 해 놓은 휴대폰에 알람이 울리면 잠결이라도 한 번은 들춰보기 마련이다. 게다가 계속 울리는 전화가 있다면, 내가 늦잠을 자는 건 내 사정이니까, 잠결에 잠긴 목소리 티 안 내려고 애쓰며 정중하게 받곤 한다. 특히 아침 8시 반 이후면, 내 사정이“그 누구보다 유능했던 대통령” 계속 읽기

혓바늘이 돋는다

1. 엄마, 신이 인간을 만든 게 아니고, 인간이 신을 만든 게 아닐까? – 그거 니가 몇 년전에도 물어봤던 거야. 그때도 엄마가 그런 거 같다고 했었어. 그랬나? – 어. 도무지 알 수가 없으니까. 이 풍진 세상에 왜 태어났는지, 왜 이따위로 살아야 하는지, 왜 계속 싸워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으니까. 신이 있다고, 불가항력이라고, 내가 범접할 수“혓바늘이 돋는다” 계속 읽기

마지막 가는 길, 외롭지 않도록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취재기 서촌의 골목을 돌아 광화문을 지나 사직공원쪽으로 올라가면 배화여대로 올라갈 수 있다. 서울의 중심인 광화문과 경복궁을 지나 사직공원 옆 사직파출소부터 이어지는 곳은 서촌이라 부른다. 조선의 임진왜란 이후 관청이 모여있던 이 곳에 민간인들이 살기 시작했고 1930년대부터 거주지가 형성되었다. 오늘날 서촌에는 각종 단체들이 모여있다. 환경연합과 참여연대를 비롯해 크고 작은 시민단체들이 모여 있다. 세종음식문화의 거리가 시작하는 지점에“마지막 가는 길, 외롭지 않도록” 계속 읽기

애도의 시간, 추모의 세월

롤랑 바르트는 어머니를 잃고 난 다음날부터 애도일기를 썼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에게 애도가 얼마나 필요한 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바르트의 애도일기는 일반 노트를 사등분해서 만든 쪽지 위에, 주로 잉크로 때로는 연필로 일기를 써 나갔다. 그의 책상 위에는 이 쪽지들을 담은 케이스가 항상 놓여 있었다.’ 바르트의 애도일기는 현대저작물 기록 보존소에 보관되어 있었다. 나탈리 레제와“애도의 시간, 추모의 세월” 계속 읽기

강남역 10번 출구

강남역은 서울시 강남구와 서초구의 경계에 걸쳐 있다. 강남대로와 테헤란로가 맞닿는 곳에 강남역이 있다. 강남대로 동쪽은 강남구 역삼1동, 강남대로 서쪽은 서초구 서초 4동이 된다. 강남역 1,2,3,4,11,12번 출구는 강남구이고 마주보는 강남역 5,6,7,8,9,10번 출구는 서초구가 된다. 서울시 통계(2012년부터 2015년 통계의 평균치)에 따르면 강남역 9번 출구 주변 일 평균 유동인구는 17,334명, 저녁평균 유동인구는 6,646명이다. ▲ 23일 월요일 정오. 추모메세지는“강남역 10번 출구” 계속 읽기

자전거포 주인

집을 나서면 삼거리가 있다. 늘 내가 보는 방향에는 오래된 동네서점을 사이에 둔 편의점 사잇길이다. 동네서점은 길거리 모퉁이에 있다. 서점 옆에는 20년은 되었음직한 자전거포가 있다.   이곳으로 이사왔을 때 아이는 다섯 살이었다. 아이는 보조바퀴가 달린 토마스 자전거를 탔다. 1년이 지난 뒤 아이는 보조바퀴를 뗄 수 있게 되었고 우리는 작아진 자전거를 질질 끌고 자전거포에 갔다. 아저씨에게 보조바퀴를“자전거포 주인” 계속 읽기

작은 장례 – 2016년 1월 21일

한겨레두레협동조합과 사랑의쉼터, 돈의동 첫 작은장례를 치르다.   돈의동은 탑골공원의 담벼락을 끼고 돌아 종로 3가에서 5가의 숨은 골목으로 이어지는 주거지역이다. 주소는 돈의동 103번지. 103번지 안에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한 평 남짓한 공간에 한 사람이 산다. 103번지에만 700여명이 산다. 이들은 모두 혼자 산다. 옆 방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도 있고, 삶을 나누며 형제처럼 가족처럼 지내는 이도“작은 장례 – 2016년 1월 21일” 계속 읽기

기록으로 남다

  아래의 글은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의 서울지역 조합원 자격으로 은빛기획, 서울시시설관리공단과 같이 진행한 다음스토리펀딩의 연재글로 작성한 것입니다. https://storyfunding.daum.net/episode/3234 2012년 9월, 5년간의 투병을 끝으로 시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머님의 장례식을 치르며 장례식장에서 집에 잠시 들러 내가 부랴부랴 한 일은 집에 와서 기록을 챙기는 일이었다. 2008년부터 시작된 병원순례, 어머님의 마지막 5년은 병원기록으로 남았다. 진료비 영수증, 예약증, 병원을 옮길 때 받았던 의무기록지,“기록으로 남다” 계속 읽기

그 때는 몰랐던 것

  2003년 여름. 중국의 서쪽을 가겠다고 봄부터 마음을 다졌다. 여름방학은 7월과 8월이었다. 7월 한 달은 한국아이들을 가르치는 보습학원에 나가 국어와 논술을 가르쳤다. 한 달 생활비가 훌쩍 넘는 월급을 받아 챙겼다. 방학 특강을 맡는 동안 8월엔 여행을 갈꺼라고 호언장담해둔 터였다. 원장은 나를 잡았지만 절대 여행계획이 변경되는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잘한 일이다. 2003년 여름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그 때는 몰랐던 것” 계속 읽기